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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긋나는 대화와 어느 과거에 관하여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이정민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11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147회 나오키상과 제15회 서점대상 수상자인 츠지무라 미즈키의 작품 『어긋나는 대화와 어느 과거에 관하여』는 과거에 잊혀진 기억을 현실로 불어와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책속엔 총 4작품이 소개되어 있는데 자신은 아무렇지 않게 한 행동, 또는 말이 그 말을 듣는 당사자에겐 절대 잊을 수 없는 말이 될 수 있구나 싶은 생각을 해보게 된다.

가장 먼저 나오는 「동기 나베의 신부」는 대학시절 합창 동아리의 한 사람이였던 와타나베가 친구들에게 결혼 소식을 알려오고 이후 만나게 되는데 유독 여자 동기들과 친했던 그가 약혹녀가 신경 쓸 것을 우려해 여자동기들에게 직접적으로 연락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말로 동기들로부터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게 한다.
그렇게 만난 자리에서 약혼녀인 후카는 더 황당한 제안을 한다. 나베의 동기인 여학생들에게 마치 후카 자신의 친구인것처럼 해달라고 말하고 축가를 불러주되 나베와 자신의 연상케하는 노래를 선택해 개사까지 해달라는 것, 게다가 그 과정에서 다른 여자 동기들의 심기를 거드리는 무례한 말도 서슴지 않는다.
과연 그녀는 어떤 사람일까? 동기들의 의문 속에 이 글의 화자인 나, 사와는 대학시절 나베와 여자 동기 사이의 친밀감과 현실을 돌이켜보게 되는데...
「돋보이지 않는 아이」는 이제는 유명한 스타가 된 학생인 다스쿠가 자신의 모교를 방문하는 방송 촬영을 계기로 그 스타의 남동생을 가르쳤던 선생님인 사토의 과거 회상이 그려진다. 유명한 스타가 된 제자와의 친분을 부러워하는 사토. 그러나 실제 사토의 기억과 다스쿠의 기억 속 괴리를 사토를 옭아맨다.
아울러 자신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당시의 자신의 언행에 스스로도 충격을 받게 되는데...

「엄마, 어머니」는 동료 교사 스미의 전근으로 인한 이삿짐 싸기를 돕기 위해 찾아 온 나는 그녀를 통해 어머니의 사고 방식과 교육 철학이 자식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를 보여줌과 동시에 어딘가 모르게 섬뜩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스미의 이야기 전개, 그녀가 지니고 있는 성인식날 찍은 사진의 변화를 목격하는 다소 미스터리한 이야기로 네 이야기 중 가장 으스스한, 뭔가 열린 결말 같아 마치 귀신에 홀린 기분이 들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사호와 유카리」는 학창시절 스스로도 무시나 따돌림, 놀림이라고 인지하지 못한 채 무심코 해버린 말과 행동이 상대방에게 얼마나 큰 상처로, 때로는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로 남을 수 있는가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이야기다.
정작 그런 행동을 한 사람은 알지 못하는데도 말이다. 별다른 존재감 없던 아이, 다소 자의식이 강하나 예쁘지도 운동을 잘하지도 못해 어울리지 못했던 그 아이가 교육 관련 사업으로 TV와 잡지 등에 자주 나오는 성공한 여성이 된 후 지역 정보지에 일하는 어릴 적 같은반 친구를 만난 후 복수 아닌 복수를 하는 이야기다.
뭔가 씁쓸하기도 한데 분명 사호의 행동이 올바른 것은 아니지만 과연 이것이 사호 혼자만 당해야 할 일인가 싶기도 하다. 어찌보면 자업자득이기도 하고... 유카리는 자신이 당했던 그대로 사호에게, 어쩌면 그 배로 돌려주는 셈이니 진짜 복수는 보란듯이 성공해서 그리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는데 유카리는 정말 그런걸까 아니면 이 한 순간의 복수를 위해 스스로가 그런 사람이라고 속이고 있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그런 면에서 볼때 이 이야기는 앞서 나온 「돋보이지 않는 아이」와 닮은 듯 하면서도 완전히 다른 복수의 형식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둘을 비교해 보기도 한다.
입 밖으로 나가버린 말은 절대 되돌릴 수 없음을, 그 말들이 어떤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 돌아올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임을 생각해보게 만드는 그런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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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