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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끄는 건 나야
조야 피르자드 지음, 김현수 옮김 / 로만 / 2021년 1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일단 제목에서부터 상당한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드는 작품 『불을 끄는 건 나야』. 하지만 제목만 보고선 과연 무슨 이야기일지 흥미롭지만 도무지 내용을 짐작하기가 힘든 이 작품은 시간이 지날수록 여러모로 공감대를 자아내서 놀라웠던것 같다.
많은 여성들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고 남편을 뒷바라지하는 동안에는 정신없는 가운데 지나가다 어느 정도 시기가 되면 빈둥지 증후군이라는 걸 겪는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있다. 자식들도 커서 이젠 엄마 손이 필요치 않고 남편은 바깥일에 바쁘다보니 더이상 자신의 가치가 없는게 아닌가 싶어 마음의 공허함을 느낀다고 하는데 문득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클래리스를 보면서 바로 이 말이 떠올랐던 것이다.
그녀 역시 보통의 여성이라면 태어나서, 자라면서, 그리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나서 마주하게 되는 역할들을 충실히 수행했다. 남편과 세 아이들, 그리고 친정엄마, 여동생에 이르기까지 참 뭔가 우리나라도 아닌데(이란 출신의 여성 작가가 이란을 배경으로 그려내고 있는 작품이다)도 불구하고 왠지 우리나라의 보통 여성이 떠올라 더 몰입하게 된다.
어느새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이 없고 어느덧 나보다는 나에게 주어진 역할의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리게 되는 여성들, 클래리스는 그런 여성들의 지극히 평범한 표상처럼 보일 정도이다.
그런 클래리스의 삶의 일대 변화를 불러 올 인물이 나타난다. 그녀의 앞집에 이사를 온 에밀의 가족이다. 사는게 정신없이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 하나 제대로 못하고 살며 혼잣말을 버릇처럼 하던 클래리스는 문학이라는 공통 분모 속에 이들 가족과 감정적으로 교류하게 되는 것이다.
클래리스가 이런 감정적 교류를 할만한 사람들을 마주했을 때 어떤 느낌이였을지 감히 상상이 간다. 가족들을 위해 헌신하다 정작 자신이 좋아하는 것 하나 제대로 못하고 살았을, 어쩌면 사치도 아닐텐데... 클래리스의 삶이 마치 눈 앞에 그려지는것 같을 정도이다.
흔히들 회사원은 퇴근이 있어도 주부는 퇴근이 없다고 말한다. 가족 중 누가 아프면 가장 신경써야 하고 언제든 식사 준비를 해야 하고 특히나 요즘 같은 때에 집에 있는 아이들 교육과 세 끼(+간식까지) 식사를 신경써야 하는 엄마들은 책의 제목처럼 불을 끄고 자신도 오롯이 자신만의 시간을 갖고 싶지 않을까. 본인이 하고 싶은 걸 하면서 말이다.
여러가지로 많은 생각이 들었고 낯선 작가의 글이였지만 그속에서 익숙한 동질감을 느끼게 했던 놀라운 작품이였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