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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산모 수첩
야기 에미 지음, 윤지나 옮김 / 하빌리스 / 2021년 12월
평점 :

정말 우연히, 다분히 충동적일거라 생각되는 뜬금 같은 고백에 30대 초반의 직장인 시바타는 임신부가 된다. 그것도 스스로의 고백이다. 사무실 내에서 회의 시작될 때 회의 참석자들을 위한 차 준비, 이후 끝나고 나면 남겨진 잔을 정리하는 일, 그것은 마치 당연한 수순처럼 시바타의 일이였다.
아무도 먼저 준비할 생각이 없고, 심지어 마신 사람조차 그 컵을 치울 생각조차 하지 않는 상태이다. 컵 하나 들고 가서 싱크대에 담그면 될 일, 그리고 씻으면 되는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어쩌면 그날도 이전의 무수한 날들과 같은 순간이였을테지만 시바타는 문득 그 일에 화가 난다. 자신이 먹을 컵조차 치울 생각을 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화가 났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갑작스레 그런 말이 튀어나왔을테지....
뜬금없는 임신 고백. 커피 냄새가 역해서 치우기 힘들다는 그녀의 말에 의외로 사람들은, 아니 오히려 너무나 쉽게 그녀 대신 이 일을 할 사람을 정한다. 게다가 주변에선 그녀를 배려하기 시작한다.
당연했어야 할 퇴근 시간이 마치 조퇴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빨라지고 그 과정에서 그녀는 지하철 속 사람들의 모습을 느긋하게 볼 마음도 생기는 동시에 퇴근 후 귀가해서는 편의점 도시락 같은게 아니라 요리를 해서 먹고 음악을 듣는 그야말로 여유로운 워라밸 시간을 보내게 된다.
보통 임신을 하면 힘든 점이 많다. 아무리 달라져도 회사 내에서 눈치가 보이고 무엇보다도 임신부는 점차 달라지는 몸 때문에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들다. 그런데 그녀는 아니다. 오히려 이점이 많다.
참 어이없게도 시바타의 가짜 임신 이후 사무실 내의 잡다한 업무를 그동안 그녀가 너무나 아무렇지 않게 해왔음을 알게 되는데 그게 차 묘하다. 우리나라에도 아직 이 정도일까 싶고 한편으로는 일본도 정말 이런가 싶은 생각이 들게 할 정도이기 때문이다.
아무도 인식하지 못했고 그 누구도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심지어 이후 그녀가 했던 일들을 각자가 하게 되지만 그 누구도 그동안 시바타가 참 고마운 행동을 해줬구나라고 생각하지 않는것 같다는 점이다.
게다가 시바타가 가짜 임신을 통해서 만나게 되는 진짜 임신과 출산을 경험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보면 너무나 공감하게 될 만한 사항들이 많아서 놀라울 정도이다. 일본 역시 저출산 고령화의 문제가 심각하다.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의 미래라고 하기도 하고 우리는 그 속도가 더 빠르다는 말도 한다.
국가를 위해서 아이를 낳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점점 줄어드는 인구수는 분명 심각한 사회문제, 때로는 국가 존폐로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다고 인구수를 위해서 아이를 낳으라고 강요할 순 없다.
아이를 낳아 키우기엔 경제적 부담, 양육 환경, 여성의 경력 단절 등과 같은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 한 저출산 고령화의 시대에 뚜렷한 해결책은 없을 것이다. 소설이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부분도 무시할 수 없었던 가짜 임신을 통해 진짜 임신과 출산의 세계를 마주한듯한 흥미로운 책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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