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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가와무라 겐키 지음, 이영미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6월
평점 :

단순 감기인줄 알았더니 뇌종양 4기. 그런 진단을 받게 되면 세상이 무너질거라 생각하지만 의외로 주인공은 당장 현실적인 문제를 먼저 떠돌린다. 가령 마사지 쿠폰이 몇 번 더 채우면 공짜라든가 아니면 생필품을 너무 많이 사다뒀구나 싶은 그런 것.
그렇게 집으로 돌아오니 누군가 있다. 자신과 닮았다. 도플갱어인가 싶은데 자신을 악마라고 소개한다. 주인공은 그 악마를 알로하로 부르기로 하고 악마는 놀랍게도 자신에게 거래를 하자고 한다. 당장 내일 죽는다며 그걸 알려주려고 왔다면서 뜬금없이 세상에서 무엇인가 하나를 없앨 때마다 자신에게 하루의 시간을 주겠다고 말이다.
“이 세상에서 뭐든 한 가지만 없앤다. 그 대신 당신은 하루치 생명을 얻는 겁니다.”(p.24)

생각해보니 세상에 굳이 없어도 될만한 것들은 많아 보인다. 하루에 하나씩, 얼마든지 생각만 해내면 자신은 영원히 살 수도 있을것 같다. 인간이 정말 필요해서 만든 것인지 알 수 없는 것이나 없어도 굳이 사는데 지장이 없을것 같은 것들 하나 없앴단고 세상이 어떻게 될 것 같지도 않아 주인공은 오히려 자신에게 이익이라 생각하고 알로하와의 거래에 응한다.
그러자 당장 자신의 방에 있는 것 중 하나를 없애겠다고 둘러보는 알로하. 그중 초콜릿을 발견한다. 그래 초콜릿이 없어진다고 누가 어떻게 되겠는가. 인간은 분명 그와 비슷한 걸 만들겠지 싶었다. 그런데 알로하가 뜨금없이 초콜릿의 맛이 궁금하다 말하고 주인공은 권하자 망성이다 먹었는데... 당장이라도 없앨것 같이 행동하더니 너무 맛있다고 없애서는 안된다고 말하는게 아닌가? 뭐 이런 악마가... 다 있나 싶어지는 순간 구겨진 체면을 살리려는 것인지 주인공의 휴대전화를 없애자고 하는데...

우리는 흔히들 말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처음 주인공도 그랬다. 막상 내일 죽는다고 하니 삶에 미련이 생기자 어차피 없어도 그만일거 같은거 하나 없앤다고 어떻게 되겠나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알로하가 “이 세상에는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는 뜻이지. 뭔가를 얻으려면, 뭔가를 잃어야 한다, 라는 겁니다.”(p.24)라고 말하며 뭘 없앨지 묻을 때 문뜩 자신이 해서는 안될 거래를 한 것인가 싶은 생각이 스치고 이 우려는 결국 현실이 되고 만다.
자신의 하루치의 생명을 얻는 댓가로 자신의 주변에서 소중한 것들이 하나씩 사라지는 것이다. 문득 내가 가진 소중한 것들을 댓가로 나의 하루치 생명을 얻는다면 과연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선택인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는 대목이다.
그렇게 하루치의 생명을 얻던 주인공은 마침내 금요일에 이르러 자신의 가족이나 다름없는 고양이를 없애겠다고 말하는 알로하와 마주하는데...
작품 속 고양이는 주인공의 반려묘 그 자체일수도 있고 어쩌면 자신의 생명과 교환 가능한 무엇의 상징적인 존재일 수도 있다. 내가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이 슬플까 아니면 내가 기억하는 유무형의 소중한 것들이 사라지는 것이 슬플까...
내가 나의 생과 바꿔버린 사라져 버린 것들에 대해 과연 나는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그리고 만약 그렇게 바꾼 생을 살면서 과연 나는 사라져버린 것들과 같은 소중한 추억(이든 기억이든 그 무엇이든 간에)을 다시 쌓을 수 있을까.
이 거래가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은 애초에 악마가 아담과 이브의 유유자적한 모습을 보고 하느님께 그들이 선악과를 먹도록 유혹을 해도 되겠다고 제안을 한 뒤 인간이 선악과를 먹기 전과는 달리 불로불사할 수 없게 되었다는 말에서도 이미 알 수 있듯이 말이다.
어떻게 보면 결말은 이미 정해져 있던 거래였을지도 모를 이 선택에 대해 우리는 그저 하루 하루를 연명하는 삶이 아니라 진짜 살아가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지를 느끼게 될 것이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