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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유포죄 - 법학자 박경신, 대한민국 표현의 자유 현주소를 말하다
박경신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2년 5월
평점 :
언젠가부터 글쓰기가 무서워졌다. 나의 글이 누군가를 모욕했다고 할 수도 있으며, 그로 인해 명예훼손으로 고발당할까봐 겁이 난다. 단순하게 나의 생각을 토로하던 인터넷상의 공간에서 벌어지던 일들이 어느날인가부터 검열을 받게 되었고, 고발당하는 일이 속출했다.
물론 '아니면 말고'식의 난무하는 누군가들의 이야기로 인해서 애먼 사람들이 문제가 생기는 것에 대해서는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그것이 지나쳐서 이전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묵인되던 일들까지도 고발당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실명제로 인해서 많은 말들이 있어서 앞서 이야기와 일맥 상통해서 지나치고 무분별한 덧글을 차단하기 위한 방편이라는 것에는 동조한다. 하지만 그것이 그 이상을 넘어가서는 안될 것이다.
최근 여의도에 계시는 두 분이 고소, 고발 사건이 세간에 커다란 웃음을 주었다. 두 사람의 입장이 있겠지만 풍자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마저도 명예훼손거리로 삼는 우리나라이다. 많은 사람들이 진실에 공감했음에도 누군가는 그것에 죄를 묻는다.
무슨 커다란 사회파장을 불러 일으켰다고, 아니면 그들이 불순분자도 아니고 말이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진보와 보수, 그리고 나와 다름이 공존하는 세상이다. 그런데도 나와 다르다고 해서 그것이 거짓이라고 말한다면 결국엔 진실이 사라지고 거짓이 그 자리를 찾을 것이다.
최근 현직 대통령의 사저 의혹과 관련해서 그 아들에 대한 조사가 있었는데 서면조사였다. 그런데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 조사에서는 그 딸을 소환조사하려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급히 서면조사로 선회했다. 물론 전자는 관련자 모두 무혐의다. 과연 이런걸 누구 믿을 것인가 말이다.
이 문제에 의혹을 제기하면 안되는 나라인가 말이다. 진실이 무엇인지 국민을 알 권리가 있고, 해당자들은 밝혀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과연 우리나라에서는 얼마만큼의 진실이 알려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이 책에서는 이런 문제들처럼 국민이 제대로된 진실을 접하지 못하고, 의사표현조차 제한받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런 책을 읽고 서평을 쓴다는 것이 솔직히 겁난다. 그 어느때보다 내 생각을 말하기 힘들고 무서워진 세상이다.
모욕죄, 명예훼손죄, 허위사실유포죄, 그리고 진실유포죄까지 최근들어 정치권에서 허다하게 나오는 말들이다. 사실이 아닌것을 말했다해서 상대방을 고소, 고발하고자 할때 적용되는 죄목이다. 물론 이슈가 되기를 바라고 말하는 것들로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죄목들에 의해서 진실이 가려지는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
그리고 헌법에서도 명시된 언론, 집회, 결사의 자유가 진정한 의미에서 자유롭게 행해지고 있는지에 대해 이 책은 우리나라의 현주소를 알려주고 독자들로 하여금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한다.
또한 국민의 이러한 자유를 제한하는 단체들과 사례들을 제시함으로써 진짜 사실을 접하게 해주는 것 같다. 아울러 각 개인의 사생활을 보장되는 사회와 그것에서부터 나오는 사상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이야기도 함께 나온다.
마치 검열을 당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의 책이다. 동시에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한번쯤 읽어봐야 하지 않을까 싶은 책이기도 하다. 이 책에 대해서 반론을 제기하고자 한다면 적어도 책에 쓰여진 사실을 먼저 읽어 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