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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등급 그녀
진소라 지음 / 예담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언제가부터 사람도 등급을 매기기 시작했다. 이건 뭐 고기 등급 매기는 것도 아니고 말이지... 흔히 결혼정보업체에 가입하고자할 때 나의 외적 모든 조건들이 점수화되어서 등급이 매겨진다. 물론 내 부모도 포함되는 사항이다.
과연 나는 몇등급일까? 학교에선 내신 몇등급, 수능 몇등급으로 우리 아니들이 나누어지고, 사회에서 능력과 직급에 따라 등급이 나누어진다. 줄세우기 좋아하는 우리나라에선 특히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 등급화.
그 사람의 모든것을 과연 등급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전혀 알수 없는 상태에서 어느정도 수치화된 등급이 물론 그 사람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일테지만 그 속에 그 사람의 전부가 반영되어있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자면, 오히려 부정적으로 사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누군가에겐 도전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등급이니 말이다.
세탁소하던 아버지의 병간호를 하느라 대학 못가고 고졸이 전부인데다가 마땅한 직업없고, 외모도 평균인 우신에겐 D급이 매겨진다. 가족들의 위해 희생하고, 노력한 점수는 왜 포함되지 않는 거냐고?
아버지를 배신한 어머니와 자신을 제대로 인정해주지 않는 언니와 동생을 등지고 나대로 살고 있는 우신은 결혼정보업체 직원이 일명 신마담에게 고시공부 뒷바라지 한 남자친구도 고객으로 빼앗긴다. 부동산 재벌 외동딸이랑 결혼하려고 자신에게 이별을 고하는 남자친구 민준에게 소심해서 제대로 복수도 못하는 착하디 착해빠진 우신이다.
착하게 살아봤자 별거 없더라는 아버지의 유언 아닌 유언을 받잡고, 이제는 착하게 살지 않겠다고, 내가 하고픈 대신 나를 위해서 살겠다는 우신앞에 우신을 변화시켜 주겠다는 승완이 나타난다.
민준에게 더좋은 조건을 찾아 결혼하라고 말했던 선배이자 신마담 회사의 사장이 승완이다. 처음에 복수를 하겠다는 우신과 그 사정을 모르게 착한 그녀에게 미안해서 그녀를 도와주고자 했던 승완이였지만 미운정이 무섭다고 점차 사랑에 빠진다.
우신에겐 사랑보다 조건이 중요하다고 말했던 승완이고, 승완에겐 자신의 기준으로 볼때 D등급이였던 우신이다. 사랑함에도 사랑해선 안된다고 생각하는 두사람은 결국 진짜 자신들의 마음이 시키는대로 하자는 결심을 내리게 된다.
사기로 자신이 쌓은 모든 것을 잃게된 신마담에게 도와주지 않겠으니 각자의 살길을 살자고 말하는 우신의 모습을 통해서 책의 전부를 읽은 한 사람으로서 이 책이 통속적인 이야기의 흐름으로 해피엔딩을 끌어내지 않아서 신선했던 것 같다.
우신이 힘들때는 나몰라라 하던 사람들이 자신들이 어려워졌으니 도와달라고 말할 때 만약 우신이 그전처럼 도와줬다면 우신은 그토록 달라지겠다고 외치던 자신의 목표를 잃어버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과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우신이 복수했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가족이기 때문에 모든 걸 양보하고 용서하고 이해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지도 않다.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인간은 영원히 그대로의 삶을 살테니 그때문에 내가 고통받지 말고, 그냥 그렇게 나도 살아가면 되는 것일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