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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하나 존재하지 않는 - 소실형 ㅣ 레드 문 클럽 Red Moon Club
가지오 신지 지음, 안소현 옮김 / 살림 / 2014년 9월
평점 :
국내보다는 일본 현지에서 더 큰 사랑을 받은 작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가지오 신지는 일본
SF 대상, 구마니치 문학상 등을 비롯해 세이운 상을 무려 4차례나 수상한적이 있는 놀라운 작가이다. 일본에서는 SF 미스터리의 거장으로
불린다고 하는데 『존재하나 존재하지 않는_소실형』을 보면 소실형이라는 현존하지 않는 가상의 형벌을 소재로 한 내용이 상당히 흥미롭월서 명성이
이해되는것 같기도 하다.
작품 속에서 작가는 등장인물을 빌려 소실형이 사실은 미국의 작가 로버트 실버버그의 아이디어인
무시형이 원형이라고 밝힌다. 실제로 이런 생각을 해낸 인물이 있었다니 놀랍고, 언뜻보면 좋아 보이는 이 형벌이 실제로도 생각만큼 괜찮은가에
대해서는 아사미 가쓰노리라는 인물의 시선을 통해서 어느 정도는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사미 가쓰노리는 일적으로 관련이 있었던 한 여인과 그녀의 전 남자친구 사이에 폭행 사건에
휘말리게 되고 이 일로 징역 1년형을 선고 받는다. 그런 가쓰노리에게 변호사는 정부에서 현재 시험 단계인 소실형이라는 형벌을 받을 수 있다고
소개하고, 관련 기관에서는 만약 그가 소실형을 선택하면 징역 1년을 8개월로 감형할 수 있다고 말한다.
만약 소실형을 선택하면 늦어도 올해 안에 형을 다 살게 되는 일이고, 정부측에서 이야기하는
주의사항들이 그다지 힘들것 같지 않다고 생각한 가쓰노리는 동의하게 된다. 배니싱 링이라는 것을 목에 걸면 다른 사람들 눈에는 자신의 존재가
보이지 않는단다.
대신 다른 사람들은 물론 세상과 소통할 수 없고, 현재는 혼자가 된 자신의 집에서 지내는
조건이며, 먹을거리나 생필품도 정부측에서 제공하는 것들로만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접촉도 안되지만 다른 사람들에겐 자신의 존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알 수 없지만 집에서만 잘 지내면 되는 일라는 생각에 선택했던 일이 가쓰노리에게 절대적인 고독을 선사한다.
인간이란 사회적 동물이라는 생각이 절로 떠오른다. 게다가 배니싱 링에는 그의 형량이 시간으로
표시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형량이 줄어들어 시간이 '0'이 되면 소실형이 완료되어 배니싱 링이 저절로 풀리는 시스템이였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형기가 끝났음에도 시험 단계에 있던 불안한 시스템은 배니싱 링이 풀리지 않는 사태가 발생한다.
말 그대로 세상 속에 살지만 세상에 속하지 못하는 투명인간이 된 가쓰노리는 이미 형기가
끝났기에 정부로부터 그동안 받아오던 식량조차 받지 못하는 절대절명은 위기에 놓이게 되지만 위험한 상황에 놓인 한 여성을 자신을 속박하고 있는
신분으로 구해낼 수 있게 된다.
애초에 소실형이라는 것이 넘쳐나는 범죄자수로 인해서 모두를 수용할 수 없게 되자 가벼운 1년
이하의 범죄자들에게 적용하고 했던 징역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스템이 완전히 구축된 상태가 아니라 시험 단계였던 관계로 뜻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하고, 계속해서 소실형의 상태로 남아 있어야 되는 가쓰노리의 상황을 보여줌으로써 SF 미스터리라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은 존재하나 존재하지 않는 형벌인 소실형에 처해졌을 때와 그것을 벗어났을 때의
끔찍한 상황을 읽을 수 있는 독특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