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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롤 ㅣ 에디션 D(desire) 9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김미정 옮김 / 그책 / 2016년 1월
평점 :

『캐롤(Carol)』은 영화 개봉 소식을 통해서 먼저 알게 된 경우다. 케이트 블란쳇, 루니
마라 주연의 영화 <캐롤>의 원작소설이기 때문이다. 이 책이 너무 흥미로웠던 이유는 이 책의 탄생 배경에 있다. 작가인 퍼트리샤
하이스미스는 1948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뉴욕에 살던 하이스미스는 『열차 안의 낯선 자들』집필을 끝낸 상태였다. 이 책은 출간 1년 만에
알프레드 히치콕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져 하이스미스에게 성공을 가져다주었지만 생활고에 시달렸고 이에 돈을 벌기 위해서 맨해튼의 대형 백화점에서
판매 사원으로 일하게 된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딸을 선물을 사러 온 금발 여성을 만나게 되고 하이스미스는
집으로 돌아와 두 시간도 안되는 시간에 이 작품의 플릇과 스토리를 구상하게 된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녀는 수두에 걸려 백화점을 그만 둘 수
밖에 없었고 이를 계기로 본격적인 이야기를 창작해낸다.
그렇게 난생한 책이 원래는 『소금의 값(The Price of Salt)』이였는데 범죄 소설의
대가인 그녀가 책의 내용이 실제 경험에 바탕을 둔 자전적인 이야기라는 점에서 세간의 시선을 두려워한 하이스미스는 '클레어 모건'이라는 필명으로
출간했고 이후 1990년에『캐롤(Carol)』로 재출간되면서 작가의 정체가 밝혀지게 된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대표적인 작품인『열차 안의 낯선 자들』, 『재능있는 리플리』등으로
20세기 최고의 범죄소설 작가로 알려진 그녀가 여성간의 강렬한 끌림을 소재로 책을 발표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은 든다.
『캐롤(Carol)』은 1950년대의 뉴욕을 배경으로 한다. 테레즈 벨리벳은 무대 디자이너가
꿈이지만 현실에선 경력이 없는 사회 초보생이 일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자 맨해튼의 프랜켄버그 백화점에서 일한다. 그런 테레즈 앞에 캐롤 에어드라는
여성이 딸의 장난감을 사러 오게 되면서 여느 날과 다름없던 그녀의 일상이 달라진다.
첫 만남에서부터 두 사람은 서로에게 끌린다. 각기 다른 삶을 살아 온 두 사람이지만 현재
그녀들은 삶에서 그 어떤 즐거움도 찾지 못한 채 지친 상태였고 이런 감정은 어쩌면 서로를 더욱 가깝게, 나아가 사랑으로 발전시켰을지도 모른다.
결국 테레즈와 캐롤은 함께 여행을 떠나고 캐롤의 남편은 사설탐정을 통해서 그녀들의 행방을 뒤쫓게 한다.
시대가 많이 변해 이제는 동성결혼이 합법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우호적이지 않은 경우가 더 많은데
1950년대는 더욱 심했을 것이다. 동성애를 범죄시하던 시절도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캐롤이 남편의 요구와 그에 대한 캐롤의 선택은 지금으로서도 파격적일지도 모른다. 또한
테레즈가 자신의 성정체성을 깨닫고 이를 인정하고 역시나 사랑에 솔직해지는 모습은 쉽지않은 선택이기에 그 당시로서는 충격이자 파격 그 자체였을지도
모르겠다.
스스로가 동성애자였던 하이스미스는 캐롤을 통해서 자신의 선택과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을지도
모른다. 과감하다 못해 파격적일 수 있는 선택을 하게 되는 두 여자의 모습에서, 특히나 캐롤의 이야기는 하이스미스가 진정으로 말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대체적으로 동성애가 긍정적이지 못한 사회에서 페레즈와 캐롤 두 사람의 진정한 사랑의 선택을
하고 그 결말 역시도 행복하게 맞이한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하는 바가 큰 작품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