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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플레
애슬리 페커 지음, 박산호 옮김 / 박하 / 2016년 5월
평점 :
절판
수플레(Souffle)는 프랑스어로 '부풀다'라는 뜻으로 표지 속에 등장하는 디저트의
이름이기도 하다. 그런 디저트의 이름을『수플레』라는 책에서는 과연 어떤 의미로 쓰인 것일까? 그저 제목과 표지를 보면 왠지 달콤하고 맛있는
이야기일것 같지만 수플레라는 디저트가 지닌 특성이 바로 핵심인 책이다.
오븐에서 꺼냈을 때는 보시다시피 알맞게 부풀어 있지만 순식간에 주저앉아버려서 잔뜩 기대했던
마음이 순식간에 허탈해지는 그런 특성 말이다.
책에서는 마치 그런 수플레 같은 인생 이야기가 등장한다. 뉴욕과 파리, 이스탄불이라는 세
도시의 부엌에서 벌어지는 달콤함과 씁쓸함이 공존하는 그런 우리내 인생 같은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세 부엌 속 주인공은 먼저 필리핀 태생의 릴리아. 그녀는 남편 아니와 함께 뉴욕 교외의 한적한
마을에서 살고 있는 60대 여성으로 평생을 남편과 자식들에게 헌신해 왔지만 자식들을 위해 이사한 지금의 집에 정작 장성한 자녀와 손주들은 채 한
시간이 못되게 머물다 가버린다.
처음 그녀가 뉴욕에 왔을 때만해도 그녀는 이국적인 아름다움으로 사교계에서 인기있는 사람이였고
화가로서의 재능을 선보이지만 남편의 바람대로 시끌벅적한 뉴욕 시내를 떠나 근교의 넓은 집으로 옮겨와 자식을 키우고 남편을 뒷바라지 하는데 평생을
받친다.
그렇게 30여 년을 함께 산 남편과 언제부턴가 각방을 쓰던 중 남편이 자신이 기거하던 방에서
소리조차 내지 않은 채 쓰러져 있는 것을 릴리아는 발견한다. 쓰러지는 그 순간에도 아니는 평소의 성정대로 조용히 하려고 소리조차 지르지 않았을
것이라 릴리아는 확신하는데...
파리에서는 부엌에서 쓰러져 죽은 아내를 마크가 발견하게 된다. 행복한 기운을 가득 안고 당도한
집에는 자신에게 있어서 전부나 다름없는 아내의 죽음을 목격하는 것이다. 이후 마크에게 있어서 부엌은 들어갈 수 없는 공간이 되어버리고 결국 집
밖으로 겉돌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부엌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이스탄불의 페르다는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중 어머니를 모시게 되면서 그 일상에 혼란이
찾아온다. 허언증의 엄마는 평온했던 자신의 가정과 남편 사이까지도 망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고 있다. 자신을 낳아준 부모이기에 아프실 때
모시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막상 그 일이 닥치고 함께 살게 되면서 이모저모 부딪히게 되는 일들은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처럼 책에서는 제각각 인생에서 아픔과 상처, 상실 등을 겪게 된 주인공들이 자신에게 있어서는
소울푸드나 다름없는 닐리가, 채소 요리, 살렙을 통해서 위로를 얻는 모습이 그려지는데 이렇듯 수플레는 세 사람에게 있어서 마치 자신들의 인생을
대변하는 그런 존재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