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 - 영혼이 향기로웠던 날들, 돌아갈 수 없는 시간으로 안내하는 마법
필립 클로델 지음, 심하은 옮김 / 샘터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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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인 필립 클로델은 사르트르와 카뮈, 파트릭 모디아노 등과 같이 프랑스의 실존주의 문학의 계보를 잇는 작가로 알려져 있으며, 프랑스의 지성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영화감독이라고 한다. 『향기』는 냄새와 추억에 대한 공감각적 산문집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책으로 가장 뛰어난 산문에 수여되는 장자크 루소 상을 2013년에 수상한 바 있다.

 

총 63편의 짧은 산문이 <아카시아Acacia>로 시작해 <여행Voyage>에 이르기까지, 알파벳 순서에 따라  나오는데 책속에 나오는 내용에 대한 주석이 친절하게 달려져 있기 때문에 내용을 읽다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특이하게도 필립 클로델은 이 책을 통해서 냄새와 기억이 가지는 향수(鄕愁)와 다양한 삶의 순간들을 담고 있는데, 좀더 색다른 느낌의 산문집이라고 할 수 있겠다. 파리 시내의 한 정경을 담은듯 하는 표지 속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이 책의 정체를 밝혀내기가 힘들 정도인데, 내용을 읽어 보면 그 풍경이 참 잘 어울리는것 같다고 생각된다.

 

63개의 키워드에 대한 필립 클로델만의 정의라고도 할 수 있는 산문집은 어쩌면 우리에게 너문 익숙한 존재들일 수도 있고, 이제는 과거 속에나 존재할 수도 있고, 다소 선정적이고,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인상을 찌푸리게 만드는 향기를 떠올리게 하는 경우도 있다. 저자가 세상에 존재하는 수 많은 것들 중에서 62가지에 이것들을 포함시켰다는 사실도 흥미롭지만 각각의 키워드에 대한 독특한 정의는 이 책에 익숙한 향기에 신선한 공기를 더하는것처럼 느껴진다.

 

각 키워드에는 그속에서 경험한 이제는 추억으로 남아있는 향기들이 등장하는데, <묘지 cimetière>의 경우 묘지 위에 놓여진 꽃들이 썩어가는 향기가 나며, 저자가 언제나 좋아했다는 <교회 Église>에서는 은촛대 손잡이가 받치는 커다란 초에서 피어오르는 매콤하고 짙은 향냄새가 난다. 또한 저자가 경험한 <죽음 mort>의 향기는 만개한 월하향(月下香), 쾌적한 공기, 화장품 냄새가 난다고 표현한다.

 

이 모든 63가지의 향기는 모두 저자만의 경험이 기억하는 추억이다. 이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향기일수도 있는 것이 바로 저자가 과거 경험을 통해서 기억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 책을 읽으면서 63가지의 향기들에 대한 나만의 향기는 어떠했는지를 떠올려 보는 시간을 가졌던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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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통 - 죽음을 보는 눈
구사카베 요 지음, 김난주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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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통: 죽음을 보는 눈』은 상당히 잔혹하고 끔찍한 살인사건의 발생에서부터 시작한다. 그 지역 한 교사의 일가족-교사와 아내, 어린 딸과 아들까지 총 4명-이 망치에 얼굴을 집중적으로 구타를 당한 채 살해가 된 것이다.

 

처음 경찰은 참혹한 현장에 원한 관계에서 이 사건이 발생했을 것이라 생각하고 비교적 쉽게 사건이 해결될 것이라 생각하지만 현장에서 발결된 젤리를 먹은 흔적과 부검 결과를 통해서 낙담하게 된다.

 

그 이유는 바로 보통의 범인이 사람을 4명이나 끔찍하게 살해한 장소에서 젤리를 먹는것이 과연 가능한가인데 의사는 범인이 정성결여, 즉 인격장애가 있을 것이라 소견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경찰이 범인을 쉽게 잡는다해도 유죄를 받아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며 심각하게는 재판조차 성립되지 않고 범임이 죄값을 치르게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형법 제39조.
심신상실자의 행위는, 이를 벌하지 않는다. 심신박약자의 행위는, 그 형을 경감한다.

 

일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경우가 있고 외국 영화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이를 악용해 자신이 죄에 대한 마땅한 댓가를 받지 않으려 하는 사례도 만나볼 수 있다.

 

이후 교사 일가족이 살해되기 전 신문에 이들의 기사와 사진이 실렸고 이때 사진 속 모습과 똑같은 배치대로 살해된 일가족을 앉혀놓았다는 점이 하나의 단서로 제기되지만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을 뿐 살해 현장에서 발견된 범인의 흔적 중 S사이즈의 모자와 XL사이즈의 신발 자국은 경찰을 더욱 혼란케 하고 있었다.

 

범인의 정체가 의문스러운 가운데 환자의 겉모습만 보고도 그 사람의 병 상태는 물론 생사 여부까지도 알아내는 다메요리라는 중년의 천재 의사가 있다. 그는 자신이 잃어버린 지갑을 찾아준 임상심리사 나미코를 만나게 되고 마침 자신이 마주친 한 남자의 병을 즉각 알아본 뒤 나미코 모자를 대낮의 묻지마 살해현장에서 구해준다.

 

이를 계기로 나미코는 자신이 치료하는 사토미라는 한 여학생이 스스로를 교사 일가족 살해사건의 범인이라 말했다며 다메요리를 찾아와 사토미를 봐달라고 부탁한다. 의아해하던 다메요리는 사토미가 초등학교 6학년 때 살해된 교사의 반 학생이였고 그 교사로부터 심각한 말을 들었다는 사실을 듣게 되면서 이 사건을 보다 현실적으로 느끼게 된다.

 

다메요리 말고도 시라가미라는 천재 의사가 등장하는데 성향은 정반대라고 볼 수 있겠다. 물론 능력면에서도 뛰어나지만 말이다. 이외에도 나미코 주변에는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무통 환자인 이바라를 비롯해 그녀의 전남편으로 에고이스트에다 나키코에 대한 과도한 집착과 스토킹을 하면서 스스로를 조현증이라 위장하는 사다가 있는데 다메요리가 범인을 밝혀 범죄를 막으려 애쓰는 반면 시라가미는 이바라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연구를 위해서 범인을 보호하려는 경우이다.

 

책은 다양한 사람들이 얽혀있는 만큼 다양한 부분에 대해서 언급을 하고 있는데 이것이 단순히 흥미 위주의 이야기로만 느껴지지 않는 것도 작가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가 결코 가볍지만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스토리 자체가 분명 독자들로 하여금 몰입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추리소설로서의 매력도 충분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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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는 인간 Homo Viator - 정신과의사 문요한이 전하는 여행의 심리학
문요한 지음 / 해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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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는 인간』은 정신과의사 문요한이 스스로에게 안식년을 부여하고 가족들과 함께 떠난 세계 여행에서 깨달은 여행의 심리학을 담고 있는 책이다. 여행은 그 이름만으로도 참으로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특히 해외여행의 경우에는 누구나 버킷리스트에 올려 언젠가 떠나겠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를 실행에 옮기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시간이 없든, 경제적 여유가 없든, 아니면 낯선 곳으로의 여행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일상에 치여 여행을 떠올리는 것조차 힘든게 가장 큰 이유일수도 있다. 저자 역시도 그러했다. 졸업 후 사회생활을 하면서는 시간에 쫓겨 살았고 결혼 이후 아이들이 태어나고서는 아이들에 맞춘 여행이 대부분 이였다고 한다.

 

여행을 떠나고 해야 할 일 때문에 마음 편히 즐기지 못했고 일의 연장선상이였던것 같다. 그러다 2013년 마흔여성의 중년에 이르러 스스로도 심각한 매너리즘에 빠져있다고 느낀 저자는 안식년을 갖기고 결정하고 1년 여의 준비 기간을 거쳐 2014년 8월부터 안식년을 갖게 된다.

 

옛날의 인류에겐 삶 자체가 여행이였기에 우리에게 있어서 여행은 본능이라는 말이 상당히 인상적으로 느껴지는데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여행하는 인간(Homo Viator)’이라는 특성을 십분 발휘하고 있다.

 

 

가족과 함께 더난 알프스를 비롯해 홀로 떠난 안나푸르나, 또 남태평양의 이스터 섬, 파타고니아 고원에 이르기까지 여행하는 인간으로서 길 위에서 만나고 보고 느끼고 경험한 이야기들과 함께 인문학적인 성찰을 담아내고 있기에 이 책은 두 요소가 적절히 결합된 인문서적이 된 것이다. 

 

돌아올 것을 굳이 힘들게 고생하면서 떠나냐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설령 출발점으로 그대로 돌아온다고 해도 여행을 떠나 그 자리로 돌아온 나는 결코 떠나기 전과 같은 사람일 수는 없다. 저자의 말처럼 여행 자체를 기준으로 삼지 않고 여행 이후의 일상이 어떠한지가 더 큰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말에 중점을 둬야 할 것이다.

 

누군가는 여행지에서 삶의 전환점을 맞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살면서 어느 순간 그 어느 때보다 간절히 여행을 갈망하는 순간이 있을텐데 이때야말로 휴식이 아니라 삶의 전환을 필요로하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온갖 이유들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우리에게 여행이 필요한 이유를 오르한 파묵이『내 이름의 빨강』을 통해 이야기 한 문장에 빗댄 저자의 말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좋은 여행은 아름다운 경치를 보여주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의 마음속 풍경을 바꿔놓는 것은 물론 때로는 새로운 삶으로 우리를 초대한다.(p.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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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똥찬 로큰롤 세대
로디 도일 지음, 정회성 옮김 / 나무옆의자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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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똥찬 로큰롤 세대』는 부커상 수상 작가이자 아일랜드 문학의 거장으로 불리는 로디 도일의 화제작으로 이야기는 아들 지미가 아버지 지미(지미는 다른 형제들과는 달리 아버지와 이름이 같다)를 만나 자신의 신상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시작된다.

 

지미는 어느 날 피를 흘리고 병원에 가면서 자신이 대장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불과 며칠 전에. 일흔을 넘긴 아버지에게 이 얘기를 비교적 담담하게 하는데 다행히 수술과 화학요법 치료가 결정된 상태이다.

 

아주 담담히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그가 병원에서 이후 직장으로 돌아가면서 샌드위치와 감자칩 한 봉지를 샀다는 말에 마치 마지막이라서 그런 걸 먹으려 했던게 아니냐며 술집에서 아들에게 감자칩을 사준다.  

 

이제 마흔일곱 살이 된 지미는 아일랜드의 더블린에서 살고 있다. 한때(1980년대)에는 커미트먼트라는 밴드를 만들어 매니저로도 활약했지만 지금은 그저 세상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네 명의 자녀를 둔 한 가정의 가장일 뿐이다.

 

그런 지미는 몇 해전에 아내인 이파와 함께 이제는 잊혀버린 옛 밴드들과 그들의 음악, 팬들을 부활시키기 위해서 '기똥찬로큰롤닷컴'을 시작했지만 이후로는 그저 이 웹사이트의 새 주인에게 고용된 직장인인 동시에 동업자의 신분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어쩌면 무료한 나날들이였을지도 모를 그때, 지미의 삶에 대장암이라는 불청객이 찾아오고 수술을 통해 무려 창자의 80%를 제거하고 화학치료 등을 하게 되면서 아버지에게 담담히 얘기하던 때와는 달리 지미는 힘든 나날을 보낸다. 그러는 가운데 지미는 그 어느 때보다 자신의 죽음을 가장 가깝게 느끼게 되고 아울러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이별도 그를 심적으로 힘들게 한다.

 

이런 힘든 하루 하루를 보내던 지미는 2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밴드 커미트먼트의 멤버 아웃스팬과 이멜다를 만나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아웃스팬 역시도 같은 암 환자였던 것이다. 삶의 끈을 점점 놓아가던 이들은 기똥찬 계획을 세우게 된다. 앨범을 만들고 노래를 부르고 다시 밴드를 결성하기까지의 말 그대로 목숨을 건 이들의 행보는 포기의 순간이 새로운 도전과 성공을 위한 노력으로 전환되면서 독자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그래서인지 전반적인 스토리나 전개, 감동에 이르기까지 개인적으로는 영화로 만들어도 참 좋을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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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타로와 나 - 도쿄 싱글남과 시바견의 동거 일지
곽지훈 지음 / 미래의창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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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 모르게 탄탄하지만 폭신해 보이는 몸체와 순박하다 못해 절로 미소 짓게 만드는 얼굴의 시바견. 어릴 때도 귀엽지만 성견이 되어가면서 그 특유의 생김새를 갖추다보면 평소 집에서 동물 키우는걸 반대하는 나 역시도 한 마리 키우고 싶을 정도가 된다.

 

그래서인지 납작엎드린채 초롱초롱한 눈빛을 발사하고 있는『코타로와 나』의 이야기가 너무나 궁금했다. 코타로의 아빠는 한국인 싱글남으로 그는 지난 2007년부터 일본 도쿄에 거주중인 직장인이다. 한국에 있을 때만 해도 시바견의 존재조차 몰랐던 그가 어떻게 시바견의 매력에 이토록 속수무책으로 빠져들었을까?

 

 

때는 바야흐로 일본에서의 생활이 4년 째에 되던 해, 우연히 인터넷에서 샌프란시스코의 한 가정집에서 키우는 시바견들의 일상을 동영상으로 실시간 중계하는 '시바견 퍼피캠'을 보면서부터다. 결국 새끼 시바견들의 매력에 흠뿍 빠진 저자는 2012년에 동네 서점에서 관련책을 발견하게 되고 시바견만을 전문으로 분양하는 시바견 브리더들의 사이트를 집중적으로 알아 본 끝에 지금의 코타로와 만나게 된다.

 

처음에는 영화 <시네마 천국>에서 따온 토토라는 이름을 지을까 생각했지만 이내 시바견의 이름중에는 코타로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것이 우리나라로 치면 '바둑이' 같은 친숙한 이름이라는 말에 코타로가 되었다고 한다.

 

 

연휴 시즌이 되면 버려지는 애완견도 덩달아 증가한다고 하는데 저자는 단순히 시바견의 매력에 빠져 그저 키우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잘 키우고 싶다는 마음에 관련 육아서도 보고 개를 키울 수 있는 곳으로 이사를 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인다.

 

공부를 했지만 여전히 모르는 부분은 관련 사이트를 검색해 코타로를 더 잘 이해하려는 모습은 저자에게 있어서 코타로가 단순히 애완견이 아닌 동거견으로서 자리매김했음을 알게 한다. 처음부터 쉽지 않았고 직장인인데다가 싱글남이다 보니 코타로를 돌봐 줄 다른 가족이 없어 야근을 해야 했던 날에는 코타로를 데려온 것을 후회했다고 한다.

 

그것은 자신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코타로가 온전히 혼자 있어야 했고 그래서 돌봐 줄 사람이 없어서 마음 아팠기 때문인데 이후 베이비시터처럼 펫시터 서비스를 알게 되면서 코타로를 더 잘 돌봐줄 수 있었다니 다행이라 생각된다.

 

조그만 녀석이 어느 덧 자라 성견의 모습을 갖춰가는 동안 3년의 시간이 흘렀고 저자는 어느 날 문득 코타로와의 이야기를 글로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실천하게 되고 인스타그램에 데뷔까지도 했단다. 점점 자라는 모습이 참 사랑스럽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시바견의 매력에 빠질것 같고 실제로 시바견을 키우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작지만 소중한 육아 정보를 전달해 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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