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에도 수컷과 암컷이 있습니다』를 꼭 읽고 싶었던 이유는 딱 두 가지로, 첫 번째는 제목이
너무나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책에도 수컷과 암컷이 있다니 말이다. 사실 책 좀 읽는다고 주변에서 이야기 들을 정도로 스스로가 생각해도 책을
읽는게 너무 행복해서 그 행복을 위해 많이 읽고, 소장하는 것도 좋아하는 경우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그동안 내가 알지 못했던 책의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는것 같아 기대 만큼이나 읽었을 때도 후회하지 않게 해준 책이다.
두 번째는 '일본의 트위터리언이 뽑은 정말 재밌는 소설 1위'에 뽑힌 책이라는 말 때문이다.
마치 아마존에서 서평이 가장 많이 달린 책이라고 광고하는 것처럼 독자들에 의해서 뽑힌 책이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는 믿음이 가는 책이였던
것이다.
비교적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했고, 혼자서 도서관을 주기적으로 찾아가 대여를 해서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 당시에는 인터넷 서점이나 마일리지 적립과 같은 것도 없어서 책을 제 값에 주고 사야 했기 때문에 읽고 싶은 책을 모두 산다는
것은 언감생심이였던 것이다.
그러다 결혼을 계기로 어떻게 보면 독립적이라고 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기면서 책을 소장하게
되었다. 책장에 꽂힌 책을 보고 있노라면 왜 그리도 행복한지, 이것은 단순히 읽는 행위에서 얻는 행복과는 또다른 만족감을 선사하는
행위였다.
그렇기에 괴짜 애서가 집안의 할아버지였던 요지로라는 인물이 주장하는 서책에도 수컷과 암컷이
있고, 어쩌다 서로가 맞는(?) 수컷과 암컷의 책을 나란히 꽂아두기라도 하면 이 둘은 서책임에도 불구하고 페이지를 섞어서 방사(房事)에 이어
대를 이을 자식까지 낳는다는 것이다.
밤에 자려고 누워 있으면 이러한 행위가 이루어지는 요상한 소리가 들리고 어느 날 , 어느
순간에 자신도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못보던 혹은 기억에 없는 책을 발견하게 된다면 이것은 필히 이러한 행위의 결과라는 것이다.
게다가 어떤 책이 수컷이고 암컷인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도 상당히 흥미로운데 이러한 내용을
읽고 있노라면 독자들은 아마도 내가 그랬던 것처럼, 혹시 나에게도 예전에 이런 경험(도저히 어떻게 우리 집으로 들어오게 된 책인지 몰라했던)이
있는지를 떠올리게 되고 내 주변의 책들을 돌아보면 이것이 수컷인지, 암컷인지를 가늠해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또한, 상당히 많은 책을 소장하고 있었고, 그것이 어느 순간에는 사람들의 공간까지 침범해서
주객전도의 모습으로까지 변했다는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책 좋아하고 소장하기 좋아하는 독자의 경우라면 공감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서책은 이런 요상하고 기묘한 일을 저지르기 때문에 함부로 서책의 위치를 바꿔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서책의 위치를 바꿈으로써 탄생한 책을 환서, 혼서, 둔서, 괴책, 섞임이책 등으로 부르기도 하고, 할아버지인 요이지로는
환서를 우자니라고 부를 때도 있었다고 한다.
책은 요지로의 외손자인 히로시가 자신의 아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형식으로 쓰여져 있는데, 사실
이 모든 이야기를 완벽히 믿지는 않았던것 같다. 오히려 집안에 들이는 책이 많아지자 책 사이에서 책이 태어났다는 식으로 둘러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던 것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독특하다고 여길만한 이야기가 책속에 등장하는데, 결국 밝혀지는
후카이가의 비밀은 책의 위치를 마음대로 바꿔서는 안된다는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어김으로써 자신도 환서를 목격하게 셈이 되어 버리고, 이를 통해서
요지로의 오래된 비밀과도 대면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책에도 수컷과 암컷이 있습니다』는 전체적으로 판타지 소설 같으면서도 미스터리함을
간직하고 있는 상당히 독특하지만 그래서 더욱 흥미로운 책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