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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빛
미야모토 테루 지음, 송태욱 옮김 / 바다출판사 / 2014년 12월
평점 :
『환상의 빛』은 표제작인 「환상의 빛」을 포함해 「밤 벚꽃」,「박쥐」,「침대차」, 네 편의
중단편이 수록된 책으로 「환상의 빛」의 경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에 의해서 같은 제목으로 영화로 제작되었고, 1995년 베니스영화제에서
최우수감독상을 수상하기도 했단다.
전혀 다른 네 편의 중단편 소설은 '죽음'과 '자살'이라는 이유로 누군가를 상실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환상의 빛」의 경우 남편을 잃은 한 여자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남편은 자신과 결혼한지
얼마되지도 않았고 첫 아이가 태어난 지 세 달밖에 않은 시점에서 선로 한가운데를 전차가 진행하는 방향으로 걷고 있다가 결국 치여서 죽게
된다.
이후 아내는 다른 이의 소개로 딸 하나를 둔 남자와 재혼을 해서 그가 사는 곳에서 정착해 잘
살아가고 있는것 같지만 여전히 자신의 남편이 왜 죽었는지에 대해 그 이유를 알지 못하기에 이미 죽은 남편과 마치 비밀의 대화를 하듯 그 일을
떠올리고 있다.
그러다 지금의 남편에게 이 일을 말하게 되는데, 그는
“사람은 혼이 빠져나가면 죽고 싶어지는 법이야.(p.79)”라고 말한다. 결국 그 한 마디에 아내는 남편의 죽음을 그제서야
받아들이게 되고 그녀는 새로운 삶에 완전히 적응해 나간다.
「밤 벚꽃」은 아들이 교통사고 죽은지 일주기가 되어가고 남편과는 이혼한지 이십 년이 되어가는
아야코라는 중년여성의 이야기로 아들의 장례식을 계기로 만나게 된 남편 유조를 여전히 좋아하고 있는 자신의 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가 다녀간 날 한 청년이 와서 그녀가 붙여 놓은 하숙인을 구하는 종이를 보고 하룻밤만
그 이층방을 빌릴 수 없냐고 묻는다. 무언가 의심스럽기도 하고, 걱정도 되지만 집안에 있는 고장난 전자제품들을 고쳐주면 생각해 보겠다고 말하고
결국 그 청년은 모든 걸 고쳐준다.
결국 하룻밤 방을 빌려주기고 하는데 다시 온 청년은 왜 젊은 여성과 함께였다. 두 사람은 오늘
막 결혼을 했고, 자신이 일하던 곳에서 본 이 집의 밤 벚꽃이 너무 아름다운 하룻밤 묵고 싶었다며 아내가 된 여성과 함께 온 것이였다.
아야코는 그래도 조금의 불안감에 두 사람이 빌린 그 방 앞에 오게 되고 둘의 대화를 듣고는
안심하고 내려와 밤 벚꽃을 바라 보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이야기는 마무리 된다.
「박쥐」는 학창시절 크게 친하지 않았던 란도라는 친구의 죽음을 우연히 듣게 된 후, 그때
란도와 함께 또래의 한 여자애를 찾아갔던 곳에서 박쥐를 본 기억을 떠올리게 되고 지금 자신과 불륜의 관계인 요코의 모습에서 그때 그 여자애의
얼굴이 느껴짐을 생각한다.
「침대차」는 계약을 위해서 심야의 침대칸에 누어 도쿄로 가는 한 남성이 자신과 같은 칸 맞은편
3층 침대에 들어 온 한 노인이 내는 참을 수 없는 설움을 느끼게 하는 울음소리에 옛 친구의 죽음을 떠올린다. 어렸을 때 친하게 지냈던 친구는
자신의 집에서 강에 면한 창고의 문이 잠겨져 있지 않은 탓에 기댔다가 떨어져서 강물에 빠지고 무사히 구해지지만 그 일로 친구와의 사이는
서먹해진다.
부모없이 마을에서 의사로 있던 할아버지와 살던 그가 대학생일 때 달리는 기차에서 떨어져
죽었다는 사실을 듣게 되고 봄이 아픈 토요일 유일하게 진료를 했던 친구의 할아버지의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게 된다.
친구와의 추억을 함께 이야기하고 설핏 들었던 잠에서 깨지만 울고 있던 노인은 이미 어디선가
내렸는지 보이질 않는다.
네 편의 중단편은 모두 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죽음에 화자는 목격했거나
하는 등의 직접적으로 관여하고 있지 않다. 그렇기에 때로는 왜 죽었는지, 그 사람에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여전히 모른다. 다만, 어떤
이유였지 않나 생각할 뿐이다. 바로 이 점이 이 책의 묘미로 작용하는게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