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하는 혼』은 빨간 구도 한 컬레가 덩그러니 놓여 있고 그 위를 역시나 붉은 나비가
배회하는 모습도 인상적인 표지인데 자세히 보면 구두에 사람의 형체는 보이지 않으나 그림자는 분명히 있고 그 그림자 주변으로 또 여러 명의
그림자가 있는 배경이 상당히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책이다.
독특한 설정이나 흥미로운 스토리와 함께 표지도 한 몫 하는 책이라는 생각마저 들어서 글도
디자인도 장르소설로서는 괜찮은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특히나 이 책은 네이버와 영화투자배급사인 쇼박스, 해냄출판사가 공동으로 주최한 ‘제1회
네이버북스 미스터리 공모전’에서 무려 우수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공동 주최사의 특성이 그대로 반영되어 당선작은 네이버에서는 웹소설 분야에서 유료
연재의 기회가, 쇼박스에서는 영화 판권 검토, 해냄출판사를 통해서는 이렇게 종이책으로 출간되는 특전이 제공되는데 지난 2016년 12월에 먼저
선보인 웹소설 역시도 연재에서 성공적이였다고 하니 해냄출판사를 통해서 이렇게 종이책으로 출간되어 더욱 기대가 된다.
로맨스 영화의 고전처럼 여겨지는 <사랑과 영혼>을 보면 억울하게 죽은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를 지키고 자신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영매를 통해 애인에게 자신의 존개를 보이는 장면이 나오는데 사실 영화에서는 로맨틱하게
그려졌으나 실제로 이는 소위 귀신이 씌였다라고 표현하는 빙의나 다름없어서 무섭게 느껴지는 현상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신만큼이나 육체도 중시해서 사후라도 매장을 통해 육체를 훼손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이 책의 작가는 이런 사람의 몸에 대해서 '대문 없는 집'이라는 표현을 하고 있다. 이는 무엇일까?
지금은 그렇지 않겠지만 예전엔 시골에 대문이 없어서 이웃이라면 누구라도 들어오고 나가는, 결국
서로 믿고 살았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를 몸에 비유하자면 누군가의 몸에 타인의 혼이 들어올 수도 있다는 말이니 얼마나 무서운가?
책은 바로 이 생각에서 출발하는데 일본에 사는 란코라는 여자는 자신을 떠났지만 작가였던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동시에 작가가 되기를 바라지만 현실은 가정폭력의 희생자로서 남편과 시어머니를 피해서 아이를 데리고 도망을 친다.
게다가 란코는 타인의 몸에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고 서울에 사는 주미와 나영 자매는
그런 란코의 남편으로부터 쫓기게 되는데 자기 아내의 혼이 주미의 몸 안에 들어갔다고 믿기 때문이다.
여기에 란코의 엄마이자 유명한 미스터리 작가인 미야베 라이카, 미야베의 딸이자 일러스트
작가이기도 한 아해라는 작가(극중 본명 양희주), 이외에도 아해의 어머니를 때때로 돌봐주는 직기사 식당의 주인인 한선과 그의 아들인 상원이나
여러 등장인물들과 어찌보면 가장 많이 연결되어 있고 위험스러운 인물이기도 한 곽새기의 추적까지.
등장인물들은 한 다리 건너 모두가 다 연결되어 있다. 때로는 가족으로 때로는 연인이나 그 둘을
매개체로 말이다. 그렇기에 누구 하나 이 모든 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모두가 영향을 받을 수도 있는 만큼, 과연 대문없는 집이라는 표현의
몸을 둘러싸고 부유하는 혼은 어디로 향하는지, 누구의 몸에 자리하고 있는지를 생각하면 그 어떤 이야기보다 섬뜩해지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너무나 당연하게 나의 지인이라 생각했던 이가 사실은 몸과 그럴뿐 그 속에 담긴 혼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면 그 섬뜩함은 배가 되기에 기발한
생각을 흥미롭게 잘 풀어낸 책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