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왜 여행하냐 묻는다면....
『보고 싶어서,
가고 싶어서』'
연휴가 겹쳐 그 기간이 길어지만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사상 최고라는 뉴스 기사가 더이상
낯설지 않은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런데 요즘 출간되는 여행 에세이 등을 보면 그런 시기에 여행을 떠났던 사람들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남들은
공부하고 있거나 일하고 있는 등의 일상을 살아가는 시간에 일상에서 벗어나 낯설고 비일상적인 곳을 찾아 떠나 짧게는 며칠, 길게는 수 십일
심지어는 수 백일에 이르는 시간을 여행한 이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들의 면면을 보면 경제적으로 여유가 넘치는 사람들도 아니여서 누군가는 아르바이트까지
해가며 경비를 준비하고 또다른 이는 다니던 직장에서 번 돈을 모두 투자하고 시간적 여유를 위해서는 잘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두고 떠나는 사람들도
있다.
아마도 그렇게 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있어서 이들의 행동은 지나쳐 보일 수도 있다. 마치
그들에게 있어서 일상이란 낯선 곳으로 떠나기 위해 잠시 머무르는 곳이자 그곳으로의 준비 과정을 위한 간이역처럼 보일 때도 있기 때문이다.

'보고 싶어서, 가고 싶어서'라는, 이 책의 저자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굉장히 단순하지만
모든 이유를 함축하고 있는 대답이 아닐까 싶어진다. 건축학도이던 시절 건축 대신 사진과 스케치의 매력에 빠졌고 그로 인해 여행 중에는 본래의
목적이였을지도 모를 건축물을 찾아다니기 보다는 후자를 위해 돌아다녔다고 말한다.
그렇게 세계 각지를 여행하면서 찍은 사진과 그린 그림으로 전시까지 했었고 이 책은 저자의
여행기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셈이다.
책을 보면서 흥미로웠던 부분은 캄보디아 씨엠립에서의 이야기다. 앙코르 유적지에서의 시간은 더운
날씨도 달려드는 벌레도 물건을 사라고 모여드는 아이들도 저자를 힘들게 한다. 그런 가운데 저자는 계속해서 나중을 이야기하고 '야'라는 여자 아이
하나가 그의 손목에 나무를 엮어 만든 팔찌를 채워주고 선물이라 말하고 결국 아이의 설득에 넘어가 주문을 한 뒤 야의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일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다시 찾은 캄보디아. 저자는 야라는 소녀를 찾아보게 되고 이는
곧 온 동네에 소문이 나고 저자는 결국 소녀를 찾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소녀는 그를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다시 찾은 그곳에서 이제는 소녀의
가족들을 찍고 언젠가 이곳을 다시 찾아오겠노라 말한다. 똑같은 여행지를 다시 찾아가보는 것. 그건 처음과는 다른, 의외로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였다.

책에는 저자 소개에서처럼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과 그린 그림들이 소개되는데 이 그림을 통해서
어쩌면 알지 못했을, 대화하지 않았을 사람들과도 이야기하게 되고 또 그렇게 하나의 추억을 만들어간다는 표현에서 흥미로웠고 그들에게 그림을
그려주는 대목도 흥미롭고 위의 사진에서처럼 풍경의 일부를 그려 실제 풍경 위에 살포시 얹는 느낌의 배치는 그림만 담은 페이지보다 의미있게
느껴져져서 이런 장면들을 발견하는 것도 재미있는 책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