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머리를 시부야 역 앞에 갖다 놓은 지도 벌써 반년이
지났다.'(p.7)
실로 파격적인 첫 문장이 아닐 수 없다. 단 한문장만으로도 앞으로 이야기가 궁금하게 만드는
몰입력을 가진 『모두가 나에게 탐정을 하라고 해』는 제목마저도 흥미를 돋우기에 부족함이 없는데 본인은 정말 싫지만 주변에서는 모두들 자신에게
탐정이 너의 천직이야라고 말하는 남자 시라이시 가오루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과연 무슨 일이길래 이런 충격적인 사건 이후에도 태연하게 평밤하게 회사를 다닐 수 있을까?
마치 주변의 어떤 상황에 대해서도 흔들리지 않는 그 마음이 오히려 시라이시로 하여금 탐정이라는 직업에 아주 잘 어울림을 보여주기 위한 부분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무심한듯 시크하게 그러나 자신이 가는 곳마다 발생하는 사건사고들을 어느덧 해결하고
있는시라이시, 도대체 이게 탐정이 아니라면 누가 탐정일까 싶어지면서 이쯤되면 어쩌면 그는 은근히 탐정역할을 즐기고 있지 않을까 싶어질
정도이다.
이 책에서 역시나 시라이시는 사건을 해결하게 되는데 야근을 끝내고 돌아가던 그가 우연히(마치
사건이 시라이시를 찾아오는게 아닐까)도 이미 백골상태가 된 시체를 발견하게 된다. 이에 대해 경찰은 자신들의 추리를 제시하나 역시나 그는 다른
결론을 내놓는다.
어쩌면 회사원이란 신분은 시라이시로 하여금 뛰어난 추리 능력을 평범하게 감추고 살아가게끔
만드는, 그래서 오히려 추리를 더욱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장치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마치 자신의 초능력을 숨긴채 신문사에서 일하는 슈퍼맨처럼
말이다).
전작을 읽어보질 않아서 어떤 사연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이 책에서는 자신이 범인으로
몰리는 상황도 겪게 되고 출장지에서 안면을 트고 또 친해진 소녀의 실종 사건에 연루되기도 하며 마치 밀실사건 같은 여성 스파이와 관련된 사건을
접하기도 한다.
이쯤되면 시라이시는 피리를 부는 남자가 아니라 사건을 부르는 남자가 아닐까 싶어지는데 어찌됐든
평범한 사람이라면 놓치거나 눈치채지 못할 관찰력과 뛰어난 추리력으로 그는 사건을 하나 둘 해결해나간다.
만약 내가 시라이시의 곁에서 그의 사건해결 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아마도 '당신은 이미
탐정이야!'라고 말해줄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시라이시는 평범함으로 자신을 두르고 있으나 낭중지추(囊中之錐)라는 말이 절로 떠오르는
인물이여서 오히려 대놓고 탐정노릇하는 캐릭터 못지 않게 매력적인 인물이 아니였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