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우화』는 마치
어릴적 읽었던(물론 어른이 되어서도 몇 차례 읽은 적이 있지만) 『탈무드』같은 느낌이 드는 책이다. 이 책의 주요 무대는 폴란드 남동부에 위치한
마을과 도시의 중간정도 크기의 헤움이라는 동네이다.
이
마을 사람들이 탄생기(?)가 상당히 흥미로운데 신이 인간을 창조할 당시 마치 축구의 대인마크마냥 하나의 영혼에 한 명의 천사를 지정해서 그
천사들이 자신이 책임지게 된 영혼들에게 속삭이게 하였다.
"세상에 내려가 기쁘게 살고, 배움을 얻고, 더 지혜로워져라."(p.8)라고 말이다. 이후 신은 실제
인간이 천사의 속삭임을 얼마나 지키는지를 그저 지켜볼 뿐이였다. 그러나 인간은 애초의 신의 바람대로, 천사의 속삭임대로 살지 않았고 상황은
오히려 점점 더 나빠지게 되었다.
결국 천사의 속삭임을 잊은 영혼들이 늘어나자 더이상 두고 볼 수 없었던 신은 두 명의 천사를 불러 한
명의 천사에게는 지혜로운 영혼을 모두 모아서 마을과 도시에 골고루 떨어뜨려 어리석은 사람들을 가르칠 수 있도록 하라는 임무를 내리고 나머지 한
명의 천사에게는 어리석은 영혼들을 모두 자루에 담아 자신에게 오라고 한다. 그러면 이 어리석은 영혼들을 신이 직접 가르쳐 세상에 돌려보내겠다는
것이다.
신의 임무를 받은 두 천사는 곧장 지상에 내려온다. 첫 임무를 맡은 천사는 수월하게 일을 해낸다.
왜냐하면 지혜로운 영혼들이 많지 않았기에 찾기가 쉬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번째 임무를 맡은 천사는 너무나
어려웠다.
세상에 어리석은 영혼들은 너무 많았고 이들을 자루에 모으는 과정도 그들의 저항으로 힘들었다. 겨우겨우
담아 신이 있는 곳으로 올라오던 천사는 자루가 너무 무거워서 그들이 안에서 계속해서 소란을 피웠기 때문이다.
결국 하늘로 올라오다 나무에 자루가 걸려 구멍이 뚤리고 이들은 하늘에서 내려와 정착하게 된 것이 바로
'헤움'이라는 마을이였던 것이다.
천사가 임무에 실패를
했으나 신은 그를 용서하고 어리석은 영혼들만 모인 마을에서 이들이 과연 어떻게 살 것인지를 지켜보자고 말하는데...
근데 흥미롭게도 마을은 평화로웠고 의외로 잘 운영되었다. 왜냐하면 특별히 지혜로운 사람들이 없고
모두가 바보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들은 자신들 중에서도 더 뛰어나다고 생각되는 7인을 뽑아 위원회를 만들기도 했을 정도이니 말이다.
이야기는 마치 이 마을에 사는 모든 어리석은 사람들-정작 자신들은 지혜롭다 생각하고 마을 외부의
사람들이 자신들을 바보라고 말하자 이것이 사실이 아님을 알리기 위해 특사를 파견하기도 한다-을 소개하는 것처럼, 그들 한 명 한 명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마을에서 제빵사로 일하는 헤르셸이 사람들 속에서 자신이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손목에 붉은 끈을
묶었다가 오히려 자신의 존재를 잃어 보이는 우스운 모습이나 바르샤바로 여행을 떠났다가 겪게 되는 슐로모의 이야기, 가뭄 때문에 고생하던 사람들이
마을의 현자인 하임을 찾아가 얻게 되는 지혜라든가, 마을에서 화목하기로 이름난 대장장이 아하브가 그녀의 아내 위에라와 함께 살 수 없는 이유를
말하던 중 밝혀지는 진실, 회당지기가 진흙 웅덩이 속에 갇혀 옴짝달싹 못하자 마을 사람들이 보인 지혜 아닌 지혜, 앞서 이야기 했듯이 헤움 마을
사람들이 바보라고 다른 마을과 도시 사람들이 말하자 마을에서는 이것이 사실이 아님을 말하기 위해 특사를 뽑아 보냈지만 아무도 믿지 않자 이들이
결국 이끌어낸 결론이란 애초에 바보들은 그들이기에 진짜 바보들에게 자신들이 바보가 아님을 설명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이야기
등등.
어찌보면 이토록 어리석을 수 있나 싶다가도 또 한편으로는 마치 아이처럼 순수하게 문제를 복잡하지 않고
오히려 본질을 들여다보는게 아닐까 싶어 통찰력이 느껴지기도 하고 또 그들이 내놓는 해결책 역시도 놀랍도록 지혜로워 보이기도 한다.
세상엔 자신이 어리석다고 말하는 사람들보다 잘났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그런 가운데 세상의
어리석은 사람들만 모아놓은 헤움이라는 마을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읽는 내내 이 부분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고 어리석다고 단정하고 시작했던 헤움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가
오히려 지구의 축소판이라고 하면 과한 표현일까 싶기도 하면서 독특하면서도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던 책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