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내 마음은 - 열두 개의 달 시화집 十一月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윤동주 외 지음, 모리스 위트릴로 그림 / 저녁달고양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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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이라고 하면 학창시절 시험을 위해서나 읽을 줄 알았다. 아니 배우는 것이라 생각했고 그 즈음 원태연 시인의 시집을 읽었던 기억은 난다. 더이상 시에 대해 공부할 일이 없어지면 시집도 자연스레 손에서 멀어질거라 생각했지만 오히려 시 본연을 즐기기 보단 분해하다시피하는 분석을 하지 않으니 왠지 더 손길이 가게 된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 만난 시집은 바로 저녁달고양이에서 매달 한 권씩 테마와 한 명의 화가, 그리고 여러 시인의 콜라보해서 만든 『열두 개의 달 시화집-十一月』이다. 11월의 주제는 '오래간만에 내 마음은'이다.

 

11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매일 하나의 시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참 매력적이다. 하나의 시를 읽기도 쉽지 않은데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윤동주 시인을 비롯해 김영랑, 정지용, 노천명 등의 국내 시인의 시부터 시작해 논자와 본초, 미야자와 겐지 등의 일본 시인의 시까지 수록하고 있는데 일본 시인의 작품은 다른 유럽의 시인들에 비교해 만날 기회가 흔치 않았다는 점에서 더욱 좋았던것 같다.

 

은은한 파스텔톤의 표지, 그리고 해당 월(月)의 화가가 띄지에 그려진 책은 뭔가 고급스러운 분위기도 나고 한 달 분량의 시와 무려 서른 작품의 시가 수록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두껍지 않아 휴대하면서 읽기에도 좋다.

 

개인적으로 지금까지의 시리즈 중에서 11월에 가장 눈길이 갔던 것은 바로 모리스 위트릴로라는 시인 때문이였다. 사실 이름은 낯설다. 오히려 처음 들어 본 이름이다. 그럼에도 궁금했던 것의 그가 그린 그림의 배경이 좋았기 때문이다.

 

모리스 위트릴로가 주로 그린 그림은 몽마르트 풍경과 파리의 외곽 지역이라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그를 몽마르트를 대표하는 화가였다고 한다. 다작을 넘어 남작을 했을 정도라니 과거 유명 화가들과 비교했을 때도 확연히 차이가 나는데 여기에는 그가 지나친 음주벽을 고치기 위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이는 고쳐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도 말년에는 행복한 결혼생활을 했다고 하니 처음 들어 본 화가이지만 다행이다 싶어진다.

 

책의 뒤편에는 이 책에 등장하는 시인들과 모리스 위트릴로에 대한 소개가 나오고 특히 시 사이사이에 등장하는 모리스의 작품이 순차적으로 제목과 제작연도 등의 정보와 함께 정리되어 있으니 참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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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다정한 마야
멀린 페르손 지올리토 지음, 황소연 옮김 / 검은숲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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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의 다정한 마야』는 스웨덴의 부유한 지역의 학교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사건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소녀를 둘러싸고 그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법정 공방을 그린 작품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 내의 한 병원에서 총기 사고가 났고 교내에서 발생하는 총기 난사 사건도 결코 적지 않다는 것을 생각하면 마냥 소설같지 않은 소재인데 무엇보다도 흥미로운 점은 이 책을 쓴 작가가 바로 현직 변호사로서 유럽연합에서 근무 중이라는 점이다.

 

이야기는 철저히 마야의 1인칭 시점에서 진행되는데 그녀가 진술하는대로 독자는 따라갈 수 밖에 없고 그러다보니 앞으로 펼쳐질 치열한 법정 공방만큼이나 그녀의 시점이 과연 객관적인가 싶은 의구심은 글을 읽는내내 떨쳐버릴 수가 없는 대목이기도 하다.

 

스웨덴 역사상 최악의 총기 난사 사건으로 기록된 부촌의 한 고등학교에 일어난 사건. 범인인 세바스티안은 그 현장에서 사망하고 이외에도 교사와 학생들, 심지어는 세바스티안의 아버지까지 그가 등교 전 죽였음이 밝혀진다.

 

놀랍게도 그는 스웨덴에서 최고 갑부의 아들로 마야의 남자친구이기도 하다. 이런 잔혹한 현장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마야, 그녀는 세바스티안을 쏜 공범으로서 체포되었고 검찰과 법정 싸움을 벌여야 한다.

 

여러모로 세간의 이목을 끌기에 좋은 사건이 발생한 셈이다. 여기에 대형 로펌의 스타 변호사가 마야의 변호사가 되면서 그녀를 향한 대중의 관심은 악의적이기까지 한데, 과연 마야는 왜 이런 일을 벌인 것일까?

 

모든 증거와 상황이 그녀에게 불리한 가운데, 그녀의 시선을 따라 보여지는 사건 속 피해자들의 조합도 특이하다. 전혀 어울리지 않은 인물들이 한 교실에서 사고를 당했으니 말이다.

 

다양한 인종과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보다는 자유분방한 그네들의 십대 문화가 완전히 이해되는건 아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모든 것이 단지 그 아이들 개개인만의 문제일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그저 부잣집 아이들의 철없는 행동이라 하기엔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보여준 모습이 실망스럽기 그지없기 때문이다. 모든 것에서 풍족하다고 그것이 아이들의 정신적인 충족감마저 채워주는 것은 아닐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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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남의 눈치를 보았습니다 - 예민한 게 아니라 섬세한 나를 위한 심리 수업
미즈시마 히로코 지음, 박재현 옮김 / 샘터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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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남의 눈치를 보았습니다』라는 제목에서 뭔가 자조적인 분위기가 나는 건 아마도 오늘도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쓴 것에 대해 스스로를 탓하는 마음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 사회란 것이 우리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보니 어쩌면 우리는 필연적이다싶게 남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눈치가 빠르다라는 말도 있는 것처럼 둔치여서 주변 분위기 파악 못하는 것만큼 답답할 때도 없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 말하는 것은 그렇게 '센스있다'라는 의미에서의 눈치라기 보다는 조금은 부정적인 의미로 다가온다.

 

그렇다면 스스로 오늘도 남의 눈치를 봤다고 자책하고만 있어야 할까? 그건 절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어떻게 하는 것이 남의 눈치를 보지 않는 오늘을 살아가는 것일까? 그에 대한 해답을 이 책은 들려주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일본의 정신과 전문의로 현재는 한 대학교의 의학부 정신신경과에서 교수로 학생을 가르치고 있으며 동시에 대인관계요법 클리닉 원장이기도 하는 등 여러 직함을 거쳤고 수행하고 있는데 이 책을 통해 저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신경 쓰는 스스로에 대한 실망을 넘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임과 동시에 자신답게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주고자 함이다.

 

자신감, 그리고 자존감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총 9장에 걸쳐서 스스로에 대해 타인의 평가나 타인의 시선에 좌지우지되는 내가 아니라 오롯이 평가하는 이도, 판단하는 이도 내가 되어야 함을 보여준다.

 

결국 남의 시선을 신경 쓴다는 것은 자신이 하고픈 어떤 일에 있어서도 다른 사람들이 날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고민이 먼저 앞서다보니 정작 자신이 원하는 선택보다는 주변의 기대나 바람대로 선택할 확률이 높다는 것을 생각하면 주체적인 삶을 살고자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이 책은 상당히 의미있는 내용들이 될 것이다.

 

책은 비교적 얇지만 그속에 담긴 내용들은 허투루 넘길 수 없는 것들로 작은 타이틀로 나누어서 짧막짧막하게 이야기를 들려주기 때문에 심리학 분야의 도서임에도 불구하고 부담스럽거나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이 참 좋은것 같다.

 

너무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는 온갖 작태의 사람들의 소식에 눈살이 찌푸려지는 소식들로 넘쳐나는 세상이긴 하지만 그래도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아마도 이 책의 제목에서부터 '나도 그래'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게 될 것이고 나아가 책을 읽음으로써 더이상 그렇게 살지 않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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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 사전 - 우주와 천체의 원리를 그림으로 쉽게 풀이한 그린북 과학 사전 시리즈
후타마세 도시후미 지음, 토쿠마루 유우 그림, 조민정 옮김, 전영범 감수, 나카무라 도시히 / 그린북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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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이라고 하면 그저 별, 달을 가장 먼저 떠올릴 정도로 문외한이다. 하늘 위에 떠있는 별이 아름답다 그 정도일뿐 맑은 날이나 시골의 공기 좋은 곳에서 잘 보일지도 모를(실제로 본 기억은 없으니) 흔한 별자리도 찾을 줄 모르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만난 『우주와 천체의 원리를 그림으로 쉽게 풀이한 천문학 사전』은 정말 초보자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도록, 그리고 적어도 책에서 설명하고 있는 부분에 한해서만큼은 이해할 수 있도록 쓰여져 있어서 놀랍다. 게다가 이해가 되니 읽는 재미도 있어서 좋다.

 

아마도 이 책을 본 사람들은 어디선가 본듯한 익숙함을 느낄텐데, 그렇다. 이 책은 그린북에서 출간된 일종의 '~사전' 시리즈이다. 이전에 출간된 물리·화학 사전, 수학 사전에 비해 이 책이 좀더 쉽게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수학이라는 분야보다도 그래도 천문학이 흥미로움과 함께 제목에서처럼 우주와 천체의 원리를 말뿐이 아니라 그림으로 풀어서 설명하고 있는데 이 '그림'이라는 표현이 그저 한 두개 삽화 정도의 수준이 아니라 내용을 이해토록 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할 정도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일단은 천체라는 포괄적인 개념에서부터 출발해 태양/달/지구, 태양계, 항성, 은하와 은하 우주, 우주의 역사, 우주와 관련된 기초 용어 순으로 내용을 진행시키는데 전체적인 내용이 중요 키워드를 언급하고 이에 대한 그림과 설명으로 쉽게 풀어 쓴 형식이기 때문에 부담스럽지 않다는 점이 좋다.

 

과학적으로 증명된 이야기 뿐만 아니라 일종의 '설'에 대한 언급도 하고 흥미를 자아내는 타이틀의 내용도 있어서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관심을 갖고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전반적으로 보면 '천문학 사전'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천문학과 관련된 용어의 사전적 의미를 나열해놓은 책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림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니 그림 사전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어떤 것에 대해 설명을 할 때 설명 중에 나오는 단어가 다른 페이지에 등장한 경우에는 그 페이지를 찾아볼 수 있도록 괄호 안에 페이지 번호를 적어두어서 독자들의 입장에서는 세심한 배려가 느껴진다.

 

책을 처음 보았을 때 천문학이라는 분야가 궁금해서 읽고 싶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그림을 통한 쉬운 설명이 눈길을 끌어서 선택하게 되었다. 그리고 책은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러웠다. 그래서인지 천문학 자체에 관심이 많아서 천문학 관련 용어들에 대해 개념정리를 하고 싶거나 아니면 기초적인 지식 정도는 확실히 이해하고 싶은 어른들은 물론 학교에서 이 분야를 배워야 하는 학생들도 이 책을 접한다면 여러모로 유용한 독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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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의미한 살인
카린 지에벨 지음, 이승재 옮김 / 밝은세상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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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유의미한 살인』이라니, 제목에서부터 뭔가 의미심장한 글이다. 과연 살인이라는 것에도 의미가 있는 것이 있을까? 일단 살인이라고 하면 범죄다. 그런데 여기에 의미를 부여하고 또 마치 그것이 필요에 의한, 오히려 나쁜 뜻이 아니라 더 나아가면 악의 무리를 제거하는 것처럼 의미있다는 식으로 들린다면 분명 책은 독자들로 하여금 흥미를 자아내기에 충분해 보인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여성 스릴러 작가로 이미 국내에도 그녀의 많은 작품이 소개되어 있는 카린 지에벨의『유의미한 살인』은 그녀의 데뷔작이라고 한다. 그동안 그녀의 작품을 의도치 않게 대부분 만나 온 나로써 꽤나 유의미한 독서의 시간이였다.

 

특히나 책에서 등장하는 편지가 건내는 공포스러움은 현대인이 겪고 있는 무수한 군중 속 누군가가 자신을 지켜볼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기에 더욱 무섭게 느껴졌던것 같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잔느는 매일을 기차를 타고 무려 세 시간이 넘는 시간을 결러서 마르세유 경찰서로 출근을 한다. 경찰서 사무직원이기도 한 그녀는 그야말로 그녀가 정한 틀대로, 정해진 규칙대로 하루를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상에 다양한 강박증이 존재하고 사람들마다 자신의 행동을 돌이켜보면 자신도 스스로 느끼지 못했던 강박증이 조금씩은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잔느에게 있어서는 이런 정해진 틀과 규칙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바로 강박에 가까운 모습이라고 하겠다.

 

그런 잔느의 삶에 파문을 던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바로 기차의 지정석에 누군가가 편지를 놓아둔 것이다. 얼핏 매일 반복되는 출근길에서 마주친 이성을 향한 낭만적인(물론 이 또한 좋게 해석한 경우지만) 고백 같다. 너무나 아름답다는 그 고백은 잔잔한 그녀의 감정에도 변화를 불러오게 된다.

 

처음 사랑고백과는 달리 편지를 보낸 이는 그녀에게 자신의 살인에 대한 고백까지 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처음 설레던 감정이 공포로 변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살인자가 분명한 의문의 인물이 보내는 편지를 통해 잔느가 느끼는 감정들이 고스란히 보여지는 작품은 상당히 독특한 구성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녀가 받는 살인 고백과 사랑 고백이 과연 어디까지가 진실인가 하는 점이 자연스런 의문으로 떠오를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과연 상대는 왜 무수한 사람들 중에서 하필 잔느를 두 고백의 대상으로 삼았는가를 알아가는 과정도 살인범의 편지만큼이나 주목하고 또 스릴러 소설로서는 충분히 흥미로울 수 밖에 없는 대목이 아니였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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