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하지만 중요한 남극동물의 사생활 - 킹조지섬 편 남극생물학자의 연구노트 1
김정훈 지음 / 지오북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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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걸 참 싫어해서 추운 곳은 별로 가보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남극은 가보고 싶어진다. 평생 살면서 언제 한번 가볼까 싶은 생각에서 그런 마음이 드는 것도 있을테지만 오직 그곳에 가야 경험할 수 있는 남극의 풍경이 너무나 궁금했던 것이다.

 

그래서일까? 『사소하지만 중요한 남극동물의 사생활 킹조지섬 편』이 더욱 기대되었다. 남극생물학자의 연구노트 시리즈의 첫 번째 도서인 이 책은 그야말로 생생한 생명과학의 현장을 담아내고 있는데 현지에서 오래 생활하며 그곳 생명체들에게 깊은 관심을 갖고 관찰하지 않는다면 알지 못할 내용들이 담겨져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것 같다.

 

 

남극이라는 전체적인 지명을 통해서만 익숙하기에 이렇게 좀더 구체적인 지명으로 만나보는 점도 흥미로웠고 또 지도상에 동물들의 주요 서식지를 표기해놓고 있어서 킹조지 섬에 대한 호기심을 안고 이 책을 접할 독자들에게는 상당히 유익하게 느껴진다.

 

여기에 마치 킹조지 섬의 생태보고서 같지만 쉽게 읽히도록 쓰여진 책은 많은 사진 이미지를 활용하고 있어서 더욱 좋다. 아무리 좋은 이야기도, 아무리 친절한 설명도 사실 이곳이 익숙하지 않은 경우에는 쉽사리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데 이 책은 오히려 글보다는 사진이 더 많다는 생각이 들정도여서 초등학생이 보기에도 결코 어렵지 않을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남극의 킹조지 섬, 그곳의 바톤반도를 중점적으로 하면서 그곳에 서식하는 남극동물 식구들에 대한 소개를 시작으로 이곳에 사는 동물들의 탄생과 죽음에 대한 생생한 보고를 들려준다. 동물의 세계는 냉혹하구나 싶은 장면들도 사실 여럿 나온다.

 

다소 충격적인 느낌이 드는 사진도 있는데 이는 어디까지나 자연생태계에선 일어나는 일이니 다큐멘터리를 영상이 아니라 사진과 글로 만난다는 생각으로 읽으면 좋을것 같다. 야생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킹조지 섬 동물 식구들의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로 말이다.

 

글을 읽다가 발견한 흥미로웠던 부분은 섬에 있는 도둑갈매기들을 조사하기 위해, 둥지로 가는 연구원들과 알과 새끼들을 지키려는 도둑갈매기들 사이의 충돌, 그 과정에서 나를 지키기 위함이 아니라 도둑갈매기가 다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여러 분장 아닌 분장을 하는 걸 보면서(게다가 점점 더 진화한다는.) 이들이 킹조지 섬에 있는 동물들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느껴지는데 모르고 보면 왠 괴짜 연구원인가 싶지만 그 내막을 알고보니 감동적이였던것 같다.

 

이처럼 야생에서 자신의 영역을 지키고자 하는 동물식구들의 모습은 물론 조류들의 배설물과 관련해서도 흥미로운 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으며 역시나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지구온난와 관련된 이야기도 언급되는데 간혹 새들이 장거리 이동을 하던 중에 무리에서 이탈해 추운 남극에 왔다가 적응하지 못해 냉혹하게 죽음에 이르기도 하는데 만약 지구온난화가 계속된다면 남극을 잘못 찾아 온 새들이 환경에 적응할 경우 계속 생겨날 수도 있고 그중에는 남극에 사는 동물 식구들에게 마냥 좋지 않은 새들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며 이래저래 지구온난화가 불러오는 문제는 결코 적지 않음을 알게 해주는 새로운 대목이기도 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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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분 정리법 즐거운 정리 수납 시리즈
고마츠 야스시 지음, 박승희 옮김 / 즐거운상상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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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올해의 목표 안에는 집안의 정리정돈이 들어가 있다. 과감하게 버릴건 버리자는 생각으로 미니멀리즘까지는 아니더라도(실제로는 이렇게 하고 싶지만...) 최대한 공간의 여유를 두고 살자 싶은 마음에 물건을 집안에 들이는 것은 최대한 줄이고 집안에 있는 물건들은 최대한 내보내자고 다짐하면서 실천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가장 먼저 옷 정리를 감행했고 과감히 지난 1년 동안 안 입을 옷을 정리해보니 공간도 확실히 많이 생기고 늘 입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자꾸만 놔두었던 것을 정리하고나니 마음도 후련해진다.

 

이렇게 조금씩 하자는 생각으로 시작하다보니 자연스레 관련 책에도 눈길이 가고 그중 괜찮다싶은 경우에는 읽어보게도 되는데 『1일 1분 정리법』는 그동안 정리정돈과 관련해서 다양한 도서를 출간한 즐거운상상에서 출간된 도서로 마치 『1일 1개 버리기』의 구체적인 버전 같은 느낌마저 든다.

 

사실 책을 읽어보면 진짜 1분 만에 정리가 가능한 방법을 하나하나 소개하고 있다고는 할 순 없다. 오히려 제목이 의미하는 바는, 이 책에 쓰여진 대로 정리정돈을 먼저 하고 청소를 하고 유지를 한다면 이후부터는 그 잠깐의 시간을 통해서도 충분히 집이 계속해서 정리된 상태로 유지가 가능하다는 말일것 같다.

 

 

책에서는 단순한 정리 방법뿐만 아니라 정리정돈에 대한 생각을 전환시켜 주는것 같아 상당히 유용했다. 먼저 자신의 정리 레벨에 대한 자기 진단이 나오니 해보자. 아울러 우리가 인생의 90%를 물건을 찾느라 시간을 소비하고 있다니 충격적이면서도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렇구나 싶어지기도 한다.

 

정리는 처리한다, 보관한다, 버린다라는 습관화할 필요가 있다는 말도 의미있었고 정리할 게 있으면 그 즉시 하라는 말도 인상적이였다. 예를 들면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면서 신발을 그냥 던지듯 벗고 들어갔다면 이제는 벗은 순간부터 가지런히 정리하고 물건도 사용하면 원래 있던 자리에 두라는 것이다. 게다가 이렇게 사용한 물건을 원래 자리에 놔두는 것을 상대에 대한 배려라는 말은 확실히 그렇다 싶어진다.

 

다음에 쓸 사람을 위해, 또는 쓰기는 내가 쓰고 정리는 다른 사람이 하는 식은 분명 문제가 있으니 말이다.

 

이외에도 집을 주된 정리공간으로 삼아 정리정돈의 팁을 알려주고 사무실에서의 정리 팁도 알려준다. 책에도 나와 있듯이 부록으로 수록되어 있는 '정리 선언 카드'를 통해 정리에 대한 의욕을 고취시키는 것도 도움이 될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한꺼번에 집안 전체를 정리한다고 생각하면 하기도 전에 지쳐버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위의 그림처럼 어떤 공간을 작은 사이즈로 분할해서 부분부분 정리하다보면 확실히 도움이 되는것 같긴 하다. 일단 정리해야 하는 공간이 줄어드니 말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 가장 와닿았던 부분은 바로 위의 내용이다. 꼭 집어 거실이라고 표현한 것은 아무래도 이 공간은 가족 공용의 공간이다보니 자칫 물건이 쌓이기도 쉽고 이 경우 집안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곳이다보니 집 전체가 지저분해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인데 이렇게어질러지는 것의 시작이 가족 중 누군가가 OK 사인을 보내기 때문이라니 놀라웠다.

 

과연 OK 사인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누군가가 아주 작은 물건 하나를 어딘가에 놔두기 시작하면 다른 가족들도 그곳에 놔도 된다는 생각에 점차 쌓이게 된다는 것이다. 아마 자신의 집을 이에 대입해보면 정말 그렇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바로바로 정리하고, 쌓이게 두지 않고 늘 깨끗한 상태로 유지한다는 것은 가족 전체에게도 긍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게 하고 자연스레 자신도 그렇게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을 심어주는 계기가 된다니 비록 시간이 걸리더라도 꼭 이 책이 말하는 그대로가 아니더라도 주변부터 조금씩 정리해나가면 그 범위를 넓혀가는 것도 정리정돈의 좋은 방법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동안 만났던 책들이 뭔가 어떤 장소, 어떤 물건을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으로 어떤 정리소품을 이용해 정리해라는 식으로 팁을 선사했다면 이 책은 정리정돈에 대한 개념을 세우고 또 마음가짐을 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오히려 이 책을 먼저 읽고 다른 정리정돈 책을 읽으면 훨씬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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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않고 남겨두길 잘했어 - 29CM 카피라이터의 조금은 사적인 카피들
이유미 지음 / 북라이프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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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하나가 탄생하기까지만 해도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그 작업에 참여한다. 그런데 대중에게는 보통 해당 제품과 모델이 가장 먼저 와닿고 또 각인되기 마련인데 간혹 주객이 전도되었다고나 할까, 광고 속 문구인 카피가 오히려 더 이슈가 되기도 한다.

 

그중에는 제품이 단종되거나 이제는 그 인기가 시들해져도 여전히 그 카피만큼은 회자되고 일종의 유행어처럼 사용되기도 하는데 그런걸 보면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은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놀라운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일까? 카피라이터분들이 쓴 책은 재미있다.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것에 대해서도 관찰력이 돋보이고 평범한 사물에 대해서도 접근하는 방식이 다르다거나 표현력이 뛰어난것 같은데 이번에 만나보게 된 『잊지 않고 남겨두길 잘했어』역시도 카피라이터 이유미 작가의 신작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작가의 작품은 이번이 처음인것 같은데 첫 만남과 인상이 참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 이전의 작품들과 이후 나올 작품들이 궁금했고 기대된 경우이기도 하다.

 

작가는 이 책에서 역시나 카피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그것이 우리의 삶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에게 영감을 준 일상의 카피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과연 카피라이터에게 영감을 준 카피는 무엇일까 궁금했던 것이다.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다양한 직업을 거친 작가의 직업적 경험은 현재의 직업에도 영향을 미쳤고 아마도 지금까지 출간한 책들에도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쳤을것 같다. 그래서인지 작가님의 일상적인 경험들을 통해서 얻게 된 카피들의 모음집이기도 한 책은 처음에는 일상에서 마주한 글귀들에 눈이 가고 누가 만들었을까하는 궁금증, 그러나 하나 둘 모으게 된 것이 이제는 이렇게 하나의 책으로 탄생한걸 보면 그냥 지나치고 말 수도 있는 것들을 놓치지 않고 눈여겨 본 작가님의 탁월한 능력도 한 몫 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사람은 자신이 관심있어 하는 것에는 좀더 흥미를 보이고 또 자연스레 집중력도 높아지게 마련인데 이 책은 산물이라고 할 수 있고 또 한편으로는 작가님의 일상적인 이야기를 읽을 수 있어서도 좋았다.

 

실제로 작가님의 카피와 그와 관련된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그 카피를 어디에서 보았는지도 언급하고 있는데 그 출처(?)를 보면 책과 영화 속에서 마주한 문장과 대화, 성형외과 병원의 카피, 인터넷에 뜬 배너 광고의 카피, 택시의 의자 뒷면에서 발견한 카피 등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다양하다.

 

그래서인지 책을 보고나니 괜스레 나도 주변을 둘러보게 될것 같다. 길거리 버스 정류장에 적힌 카피, 가깝게는 주변에 있는 책들의 띄지에 있는 카피, TV에서 흘러나오는 광고 속의 카피 등에 이르기까지. 어쩌면 무심코 지나쳤을지도 모를 그 문구 하나하나들에 조금의 시간을 들여 그 의미를 떠올려보고 또 그와 관련한 나의 추억 한자락을 담아낸다면 이또한 좋은 글쓰기의 소재가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 책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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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의 귀환 스토리콜렉터 71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김윤수 옮김 / 북로드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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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의 귀환』은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대상 수상 작가인 나카야마 시치리의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의 후속작품이다. 상당히 잔혹하다 못해 충격적인 내용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읽기가 무섭다는 생각마저 들게 하는 작품이 과연 그 살인마가 다시 나타난다면 도시는 일약 공포로 변하지 않을까?

 

게다가 이 범인을 잡아야 하는 숙명의 과제를 떠안게 되는 경찰들은 또 얼마나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할까 싶기도 하고 이번에는 어떤 사건이 발생할까 싶은 생각에 밤잠을 설치게 될거란 생각이 든다.

 

범죄 그 자체만 놓고 보면 상당히 잔혹한데 이는 마치 순수한 아이가 아무런 죄책감 없이, 자신의 행위가 어떤지도 알지 못하는 가운데 저지른 일처럼 느껴진다는 점에서 아이러니하게도 더욱 충격을 자아냈고 이는 범행성명서와 함께 도시 전체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여기에 무자비한 연쇄 살인까지...

 

그야말로 공포와 충격의 도가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텐데 이야기는 바로 이 사건이 일어난 지 열 달이 지난 시점에서 시작된다.

 

사건의 시작은 오마에자키라는 한 정신과 의사의 집에서 발생한 폭파 사건, 여기에 끔직한 상태의 시체와 범행성명서까지... 개구리 남자의 재등장을 알리는 대목인 것이다. 그리고 연이어 발생하는 개구리 남자의 연쇄 살인 행각들은 각각의 사건으로만 봐도 너무 끔찍한데 어떻게 이렇게 한 둘이 아닌 사람들에게 이런 행위를 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더욱 흥미로운 부분은 범행성명서를 남기지만 그외에는 어떤 범죄의 흔적을 남기지 않는 철두철미함으로 이는 당장 그를 잡아야 하는 경찰에겐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이 책을 통해서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기도 한 소위 정신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는 사람이 범죄를 저질렀을 때에 대한 것인데 우리 사회에서도 주취감경이나 심신미약, 심신상실 등과 같이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고 버젓이 이를 주장하는 사례가 횡행하고 이로 인해 피해자와 그 가족의 분노가 더욱 커지고 사회적 비난도 높아지고 있는 때에 이러한 문제점도 제시하고 있어서 의미 있었다.

 

한편으로는 이 사건 속에 등장하는 와타세 경부와 레이지 변호사의 등장도 내용과는 별개로 흥미로운 요소로 비춰지기도 했다.

 

과연 이후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가 또다른 이야기로 등장할지는 미지수이지만 확실히 미스터리 스릴러로서는 버리기 아까운 캐릭터라는 점에서 앞으로의 이야기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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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랑콜리 해피엔딩
강화길 외 지음 / 작가정신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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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멜랑콜리 해피엔딩』은 한 권의 책에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 29인의 작품을, 그것도 역시나 우리나라 문학사에 한 획을 그은 박완서 작가 콩트 오마주라는 기획으로 쓰여진 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한국을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도 박완서 작가의 팬인 경우에도 이 모두에 해당하지 않는 모두에게도 충분히 흥미롭게 다가올 것이다.

 

『멜랑콜리 해피엔딩』은 박완서 작가의 8주기를 맞아 대작가를 추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작품으로 무려 29명의 작가의 글이 실려야 하다보니 글은 상당히 짧다. 단편이라 이름붙이기에도 짧은 작품들의 모음집인데 재미만큼은 결코 부족하지 않아 마지막까지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익숙한 이름의 작가들, 이전 작품명을 알면 누군지 알게 되는 작가들,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된 작가들까지 다양한데 이는 그들이 펼쳐내는 이야기의 향연만큼이나 다채롭다.

 

가장 먼저 이야기의 포문을 여는 이야기는 강화길 작가의「꿈엔들 잊힐 리야」이다. 글 속 화자는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5년 후의 어느 날 외갓집에 가서 회상하게 되는 외할머니와 그녀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회상하게 되는데 그녀가 외할아버지를 어떻게 만나게 되었고 또 삶의 과정을 거쳤는지를 알게 한다.

 

두 사람의 만남, 데이트, 그리고 결혼과 이어진 현실, 부부싸움, 자식들의 성장 이후 일들은 어찌보면 특별할것 없어 보인다. 다만, 그들이 부부싸움만큼은 아이들이 듣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일본어로 했다는 사실이 흥미로운데 이는 훗날 돌이켜보니 자신들이 처음 만난 날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몇 시간이 앉아 이야기를 나눈 그때 역시도 일본어로 대화를 했다는 사실을 상시시킴으로써 묘한 교차점을 이루게 한다.

 

어찌보면 서로에게 가장 빠져들던 그때와 서로를 향해 가장 날을 세우던 그때 두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일본어를 썼다니 말이다.

 

이외에도 「안아줘」는 치매에 걸린 어머니의 죽음 이후 어머니가 돌아가신 병원 앞에서 프리허그를 하는 선영이란 여인의 이야기다. 어머니를 병간호하는게 힘들어 안아달라 자꾸만 조르는 어머니를 그만큼이나 밀쳐내기 바빴던 딸은 어머니의 부재 이후 어머니가 그토록 안아달라고 한 이유를 생각해보게 되고 이제는 자신이 프리허그를 하게 된 것이다.

 

「쌀 배달」은 자신들도 살림이 어려운데 봉사활동을 하겠다는 남편이 정작 운전을 못하면서 쌀 배달을 맡게 되자 아내가 대신 쌀을 배달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이며「그리고 나」는 보육원에서 생활하는 정은이 하나 둘 입양되어가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느끼는 감정들이 그려져 있다.

 

이기호 작가의「다시 봄」은 뭔가 서글프다. 어려운 형편에 아이가 마트에서 바라보고 있던 레고를 회식 후 술김에 사와버린 남자가 아내의 성화에 아들 녀석과 이것을 다시 가져다주는 길을 그려냈는데 레고가 참 가격이 비싸긴 하지만 아이가 벌써 자신의 가정형편을 알아버리고 자조섞인 음성으로 필요없는 척 이야기하지만 결국 마트로 가는 길에 눈물을 보이고마는 장면에선 서글픔 마음이 드는건 어쩔 수 없다.

 

뭔가 그저 레고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레고는 그저 상징적인 물건일뿐 다른 물건을 살 때 역시도 어려운 형편에 이걸 사면 어떻게 되나, 사고 싶으나(때로는 필요하기까지 할지라도) 사도 되나 싶은 내적 갈등을 항상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떠올랐는지도 모르겠다.

 

이야기는 이처럼 담담한 것도 있고 감동적인 이야기도 있고 마음이 짠하게 느껴지는 이야기도 있다. 우리네 살아가는 이야기, 결코 우리 삶과 동떨어지지 않은 이야기임을 알게 한다. 그래서 짧지만 묵직하게 다가오고 긴 여운을 남기는 글들이다. 아마도 이런 점들이 새삼 작가는 다르구나 싶은 생각을 하게도 만들었던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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