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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책과 지식의 역사 - 조선의 책과 지식은 조선사회와 어떻게 만나고 헤어졌을까?
강명관 지음 / 천년의상상 / 2014년 1월
평점 :
제목 그대로 조선시대 책과 지식의 역사를 한 권의 책에 담고 있다. 무려 548페이지의 이
책은 역사적인 사료가 함께 곁들어져서 상당히 심도깊은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조선 시대에 존재했던 책과 지식이 조선 사회에 어떻게
나타났고, 이것은 또 어떤 활약을 했는지에 대해서 읽을 수 있는 책인 것이다.
책과 지식에 대한 역사를 배운다는 것은 그동안 외국 서적에서는 만날 수 있었지만 국내의 책과
지식에 대한 것은 만나보기 힘들었던게 사실이다. 그런데 저자는 2003년부터 2014년까지 무려 10년의 시간을 노력한 끝에 이 책을 완성했다고
한다.
또한 이 책은 제목에서는 '조선시대'의 것을 말하고 있는듯 하지만, 그 이전의 시대인
고려시대의 이야기도 함께 담고 있는 점에서 책과 지식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잇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고려와 조선시대에는 어떤 책을 만들었는지, 이런 책들을 만든 사람은 누구인지, 인쇄와 출판
기관, 이중에서도 서울과 지방에서 만든 책이 서로 다르다는 것도 알 수 있다. 또한 한 권의 책이 완성되기까지 원고 집필에서 장정까지의 이야기르
자세히 들려주기도 한다.
이 책의 제목에서 볼때, 현실적인 부분이 이렇게 많이 나오리란 생각은 하지 못했던게 사실인데
책을 보면 의외로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접할 수 있는 내용들이 상세히 나오는데 심지어는 책값에 대한 부분까지 하나의 chapter로 분류되어
언급되어 있기 때문이다.
현대의 서적 출판에서 책값과는 달리, 조선시대의 출판에서 책값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종이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는 말이 나오는데 그것도 엄청나게 높은 값에 매매되었다고 한다. 정확히 밝혀진 바가 없다고는 하지만 면주(명주, 비단)
3필로 표전지(表箋紙 : 표문[表文]·전문[箋文]을 쓰는 특수하게 제조한 종이) 12장을 구매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고 하니 결코 적은 비용은
아니였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종이를 만드는 곳은 어디였으며, 누가 만들었을까? 크게 중앙과 지방으로 나눌 수
있는데 서울의 경우 조지서, 지방의 경우엔 지방관아에 소속되어 있는 지장(紙匠)이였다고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책은 국가에서 인쇄해 보급하거나 개인 간에 기증과 매매라는 방법 등으로
유통되었지만 지금의 유통 구조를 생각하면 지극히 원시적인 수준에 그친 정도였다. 이 책에서 흥미로웠던 부분이 곧 나오는데 서점이 왜 실패했는가에
대한 이유다.
그 필요성은 인정되었음에도 서점이 만들어지지 못한 것은, 서적의 공급량이 부족했기 때문인데
서적인쇄를 국가가 독점했기 때문에 지금처럼 민간 인쇄출판업이 발달할 수 없었고, 이는 결국 서적공급량을 확대하기 힘든 상황을 초래했던
것이다.
이후 나오는 내용은 조선의 도서관과 중국에서 수입한 책, 반대로 일본에 수출한 책에 대한
내용과 함께 임진왜란 이후 책이 소멸하게 된 국가의 장서와 서적 복구에 대한 언급이 전해진다. 한 나라의 역사가 기록된 국가의 장서가 전쟁으로
소멸되었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의 그것을 복구하기 위해서 노력했던 것들을 생각하면 희망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였다.
이 책 한 권에 적힌 조선 시대의 책과 지식의 역사를 보면 수많은 사료들이 첨부되었고,
그렇기에 오롯이 역사적 사실에 바탕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신뢰할 수 있어서 좋았고, 그 내용이 지루하지 않게 쓰여져 있어서,
상당히 매력적인 책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