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꿈을 이루다 - 여성 엔지니어가 전하는 울림 있는 멘토링 세상을 바꾸는 여성 엔지니어 6
(사)한국여성공학기술인협회 지음 / 생각의나무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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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간의 성벽이 사라지고 있고, 오히려 남성의 전유물이였던 영역에서조차 여성의 숫자가 더욱 많아지고 있기도 한 세상이다. 하지만 여전히 전반적으로 여성의 사회진출에는 여러 걸림돌이 있고, 아직도 여성의 진출이 힘든 분야가 있기 마련이다.

 

모 광고에서 "아름아, 엠티가자" 라는 카피가 있었다. 공과대학 모학과의 유일한 여학생 아름이에게 엠티를 가자며 과 남학생들의 구애를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것이 특징이였다. 하지만 그 광고 뒤에 숨겨진 점이라면 바로 공대의 여학생이 드물다는 거다. 지금은 물론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공대를 넘어 특히, 엔지니어 세계에서는 여성의 모습을 찾아 보기가 힘들다.

 

남자도 힘들다는 엔지니어의 세계에 발을 들여 놓은 것으로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가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여성 엔지니어는 과연 누가 있을까? 그들은 또 어떤 분야에서 어떻게 그 자리에 올랐을까?

 

바로 이 책, <여자, 꿈을 이루다>에서는 이렇게 세상을 바꾸는 여성 엔지니어 삶을 다루고 있다. 먼저 힘든 길을 걸어간 선구자로서 여성 엔지니어가 자신의 뒤를 걷는 여성들에게 자신감있게 당당히 그 길을 걷도록 멘토링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여성리더나 여성 성공인의 모습은 많이 다루어져 왔다. 하지만 <여자, 꿈을 이루다>에서처럼 "여성공학이라는 불모의 개척분야에서 성공한 여성공학자들의 노력, 애환, 그리고 성공을 향한 감동적인 삶의 여정이 담겨"져 있는 책은 흔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이 책은 지금도 여성공학자가 아닌, 공학자를 꿈꾸는 많은 여성들에게 꿈과 미래에 대한 좋은 길라잡이가 될 것이다.

 

책을 들여다 보면 그 분야도 실로 다양하다. 건축, 건설, 설계디자인, 조경, 화학, 약학, 염색, 섬유, 컴퓨터, 전자, 제어계측, 기계공학, 전기, 식품공학, 수학, 항공우주, 지질학, 해양학, 환경공학, 지구과학, 산업공학까지 말이다. 공학분야의 전반을 아우르는 내용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각 장마다 보너스로 소개되는 세상을 바꾼 여성공학인 5인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이 책 한권이 모든 공학분야의 이야기를 다 소개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그 분야에 이미 진출해서 자신의 길을 가고 있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읽음으로써 그녀들과 같은 길을 가고자 하는 많은 여성들에겐 분명히 힘이 될 것임에는 틀림없다.

 

여자기이기 때문에 더 힘들었을 위치와 조건들에도 불구하고 성공을 이루어 낸 24편의 이야기이기에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단순한 흥미를 그 이상을 넘어서는 무언가를 느끼게 할 것이다. 열정과 도전의식으로 자신의 분야에서 당당히 성공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그녀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긍정의 힘을 믿고, 열정과 도전 의식을 자신의 내부에서 다시금 불러 일으킬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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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비 원더 이야기 - 최악의 운명을 최강의 능력으로 바꾼 청소년 롤모델 시리즈 (명진출판사) 13
마크 리보스키 지음, 정미나 옮김 / 명진출판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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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UN에서 열린 행사에서 우리나라의 김연아 선수의 배려가 돋보여 다시 한번 화제가 되었던 스티비 원더이기도 하다. 그의 대표곡인  Isn't She Lovely가 만들어진 뒷배경을 알고 나서 부터는 그의 인생 전반에 걸친 이야기가 상당히 궁금하던 차였다.

 

이 책은 명진출판에서 기획하고 있는 청소년 롤모델 시리즈의 <최악의 운명을 최강의 능력으로 바꾼 스티비 원더 이야기  : 운명을 이긴 천상의 뮤지션 스티비 원더의 극적인 인생> 이야기이다. 방학을 맞이한 아이들에게 읽도록 권장해도 좋을 것 같고,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이 읽어도 좋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왜냐하면 부제목으로 붙어 있는 글만 봐도 그의 삶이 결코 순탄치 않았음을 깨닫게 된다. 그렇기에 우리 아이들에게 추천할 만하고 더욱이 힘들다고 말하는 많은 사람들이 읽어 볼 만한 책이기도 하다.

 

이미 다양한 사람들을 소개한 바 있는 시리즈이기에 충분히 기대감이 높은 책이다. 유명 팝 가수에서 평화-인권 운동가로 더욱 그 명성을 자자한 그의 삶에 대해 조명한 가장 최근의 도서가 아닌가 싶다. 어찌보면 가장 열악한 환경에 처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의 외적 모습은 그에겐 더이상 장애가 아님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는 책이기도 하다.

 

스티비 원더는 태어나기 전부터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었다. 그의 어머니 룰라는 자신의 어릴적 불우했던 환경으로 인해서 남편감을 선택하는데 있어서 그다지 훌륭한 판단력을 가지지 못했고, 이는 고스란히 자신의 삶이 불행해지도록 하는데 반영되었다. 그리고 이로 인해서 룰라는 망나니와 다름없는 남편을 대신해서 가족들을 부양해야 했기에 스티비를 임신한 상황에서도 일을 계속하던 상황이였다. 그러다 몸이 견디지 못하고 스티비를 조산하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스티비는 인큐베이터에서 지내게 되었고, 이로 인해 시력을 잃었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생명을 얻기 위해 시력을 잃었으니 말이다.

 

자신의 잘못이라는 죄책감을 가진 룰라였지만 그런 그녀가 가장 잘 한 행동이라면 스티비 원더를 결코 나약한 사람으로 키우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녀는 스티비 원더를 나머지 두 아들과 똑같이 대했고, 스티비 원더 자신도 그점에 대해서는 훗날 어머니에게 감사하고 있는 바이다. 스티비 원더의 아버지가 가족들을 부양하지 않고, 폭력적이긴 했으나 어찌보면 스티비 원더의 음악적 재능은 바로 그런 아버지에게서 물려 받은 게 아닌가 싶은 점은 분명히 고마워할 점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아버지는 피아니스트였다.

 

이 책에서는 이렇듯 스티비 원더의 어릴적 모습에서부터 그가 모타운에 들어가게 된 배경, 그곳에서 어떻게 전문적인 음악인으로 성장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자세한 과정도 나온다. 그는 자신의 천부적인 재능만 믿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람이 아니였다.

 

흑인 차별이 팽배하던 때에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연설을 듣고 자라면서, 자신만의 음악으로 많은 사람들에 평화와 평등의 메시지를 담은 진정성을 전하고 싶어했고, 실제로 그런 소신을 지켜나가고 있다.

 

정말 위대한 사람은 자신이 가진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조건을 뛰어넘는 사람이 아닌가 싶다. 더욱이 그런 자신의 능력을 통해서 세상의 평화와 인권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으니 실로 그의 삶은 놀라움 그 자체이다. 각종 시험을 끝낸 아이들에게 그리고 삶에 지친 모든이에게 좌절하지 말라고 위로하며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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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책방 - 잠 못 드는 밤을 위한 독서 처방전
조안나 지음 / 나무수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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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책방>을 만나기 얼마 전 남편이 내게 묻는다.

 

"책 읽는 게 그렇게 좋아?"

 

이건 무슨 의도로 해석해야하나 싶어 잠시 삐뚜름하게 쳐다본다. 이 남자 진심이다. 진짜로 궁금해하는 표정이다.

 

"응. 요즘 나를 행복하게 하는 건 책 밖에 없어. 읽고 있으면 머리 아픈 게 다 잊혀지잖아."

"그럼 자기도 한번 써봐. 서평 같은 거 써서 책으로 묶어서 낼 수도 있지 않나?"

 

남편이 말한 책이 바로 <달빛책방> 같은 책이다. 그래, 나도 그러고 싶다. 책이 좋아 책을 읽기 시작했고, 소싯적엔 글 좀 쓴다는 소리도 들었고, 도서관 대여카드(영화 러브레터에 보면 나오는 딱 그런 때가 있었단 말이지...)에 내 이름 적는 재미로 시립 도서관을 참 많이도 다녔더랬다. 좋은 구절은 써놓기도 하고, 재밌게 읽은 책은 돈을 모아 사기도 했었다.

 

작가가 독서량과 필력에 비하면 아직 꼬꼬마 수준이지만 그래도 언제가는 나의 서평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함께 읽은 책들을 나누는 그런 시간을 갖고 싶다. 약 7년 동안 천권의 책을 읽었다는 저자는 여러 이유를 들어 책읽기를 멀리하는, 책과 멀어진 많은 사람들을 대신해서 책을 읽어 주는 것 같다.

 

젊은 시절 책과 함께 온전히 그 시간을 보낸 작가는 자신의 취미를 직업으로 삼은 행복한 사람이고 내가 제일로 부러운 사람이다. 순수하게 독자의 입장에서 읽었던 책을 이제는 편집자가 되어 다시 바라본다면 분명 다른 느낌이 들 것이다.

 

저자는 모두 6가지 목적書로 책을 나누고 있다. 읽는 독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골라 읽어도 좋고, 그냥 아무페이지나 펼쳐서 읽어도 좋은 그런 편안한 책이다.

 

책을 읽는 데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서평을 적어 본 사람이 한번쯤은 생각할 것이다. 서평 잘쓰는 사람들은 어쩜 저렇게 잘쓰나 하고 말이다. 그런 궁금증을 가져본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 아닌가 싶다. 글쓰기의 노하우를 저자의 서평을 통해서 자연스레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저자가 소개하는 36권의 책들을 나의 감성으로 찾아 읽어 보는 것도 이 책의 묘미가 아닌가 싶다. 책을 단순히 읽는다는 개념에서 자신의 삶과 철학으로 받아들이고 철저히 자신의 관점으로 재해석한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인생에 어찌 A급만 있겠는가? 그와 마찬가지로 <달빛책방>에서도 6가지 목적書 외에 따로 몇권의 책이 더 소개되고 있다. 무려 천여권의 책을 읽었다는데 36권으로만 간추려내기엔 저자 자신도 많이 아쉬웠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엔 저자가 소개한 책들을 리스트로 정리한 페이지가 나온다. 달빛드는 책방에서 밤이 새도록 탐독하고픈 책들이 제법 들어가 있다. 책읽기에 적당한 때란 없는 것 같다. 그냥 읽을 뿐이다. 세상은 넓고 읽을 만한 책은 너무 많다.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몰라 궁금한 사람이라면, 책 많이 읽어 본 저자가 고르고 골라 추천한 책들이니 이 중 한권으로 시작해 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연말연시 세우는 많은 계획들 중 독서 계획 하나 추가해 보자. 독후감상문까지는 쓰지 않더라도 메마른 감성과 지친 영혼을 달래줄 수는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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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 다잉 다이어리 - 당하는 죽음에서 맞이하는 죽음으로
제니스 A.스프링 & 마이클 스프링 지음, 이순영 옮김 / 바롬웍스(=WINE BOOKS)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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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이가 죽어가는 걸 지켜보는 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아픔과 고통을 지나는 시간과 동일어이다.

긴병에 효자 없다는 말도 있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다른 나라에도 존재하는지는 알 순 없지만 병간호를 하다보면 단순히 환자를 돌보는 것 이외의 문제들에 직면하게 된다. 환자의 고통을 지켜봐야하는 것에서부터 환자의 죽음을 위해 환자의 치료와 생명 연장을 위한 무수한 결정에 대한 고민... 다른 형제 자매들과의 관계까지... 단순히 환자에 대한 간호 하나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이 책은 이런 모든 것들을 비교적 담담한 어조로 써내려 가고 있다. 어떨 땐 너무 냉정한 것이 아닌가 싶을 때도 있지만 그건 매일 매일 아버지를 위해 최선의 결정을 내려야하고, 동시에 자신의 삶과 자신의 가족의 삶을 살아야하는 저자가 겪는 일들을 생각하면 이해가 되기도 한다.

 

나는 순서는 있지만, 죽는 순서는 없다는 말처럼 오래 살 거라 생각했던 어머니가 먼저 돌아가신 후 온갖 병을 앓고 계신 아버지를 책임지게 된 정신분석의인 저자가 아버지의 5년에 걸친 호스피스 병상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처음 소개글에서는 "내가 나이든 아버지를 돌본 5년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읽다보면 동서양의 문화적 차이가 있거나 번역상의 오해가 있나 싶기도 하다.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돌본다는 개념은 자신의 집에서 모시거나 병원이나 요양원같은 곳에서라도 자신이 직접 간호하는 모습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저자는 후자의 방법에서도 간병인을 두고 있는 경우다.

 

늙고 병든 아버지를 시설에 맞긴다는 것에 대해서 저자 역시도 죄책감에 고통스러워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진짜 아버지의 건강과 회복을 위해서는 전문적인 기관에 살도록 하는 것이 오히려 옳은 선택임을 안다. 자신이 살아 온 삶 역시도 계속 살아가야 하기에 두 가지를 모두 병행할 수 없다는 것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에 대해 그 누구라도 탓할 수는 없다. 당사자가 아닌 이상 우리는 판단할지 언정 결코 비판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하루 하루 쇠약해가는 아버지를 보면서 동시에 저자가 결정해야할 사항들도 점점 많아진다. 아버지의 보호자로서 아버지의 생명에 대해 결정을 해야하는 시점에 도래했을 때 저자가 겪는 심리적 고통은 아마도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내 어머니는 시한부 6개월의 삶을 선고 받고, 병상에서 항암치료를 하다가 보내느니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겠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겉으로는 누구보다도 담담히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셨다. 자신의 정신이 온전할 때 정리를 해두어야 할 일들을 하나 하나 해나가신 것이다. 그랬기에 남겨진 우리 가족은 어머니를 조금은 편안하게 보내드렸는지도 모른다. 마지막 순간 아버지의 생명연장에 대한 고민을 하는 저자의 모습을 보면 이해가 간다. 고통스러움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의 생명을 연장하는 치료를 계속해야 할까 아니면 편안히 죽음을 맞이하도록 해야 할까에 대한 고민과 결정을 해야하는 자녀는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말이다. 그리고 그런 결정권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리든 그 자녀는 평생을 지내면서 후회와 안타까움과 죄책감을 가지고 살 것이다. 생명 앞에서... 과연 최선의 결정이 있을까 말이다...

 

건강했던... 사랑했던 아버지가 자신의 몸에 대한, 정신에 대한 자유의지를 잃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겪는 고통을 저자는 자신이 내담하는 환자들의 상담치료를 통해서 오히려 위로받기도 한다. 그들의 사연을 들어 줌으로써 자신이 겪는 고통과 고민을 스스로 깨닫기도 하는 것이다.

 

그렇게 5년의 시간이 흐른다... 그리고 10월의 어느날 아버지는 돌아 가신다.... 늘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지만 막상 그 순간이 도래하면 슬픔은 또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좋은 남자가 죽다..." 어머니의 부고를 알리는 신문에 실은 그 문장 그대로 저자는 아버지의 부고를 알리고자 한다. 어머니의 죽음에 아버지가 어머니를 기억하며, 어머니의 삶을 추모하며 했던 그 말을 딸은 아버지를 위해 남기는 것이다.

 

제목처럼 "웰 다잉" 이라는 말은 마지막에 나오는 생명 연장에 대한 결정에 있어서 고통을 감내하면서도 치료를 연장할 것인가... 아니면 자연적인 죽음을 맞이하도록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다. 그렇기에 책의 내용은 그저 "웰 다잉 다이어리"라기 보다는 그냥 호스피스 다이어리 같다는 느낌이 강하다. 다만 누구나 맞이하게 될 죽음에 대해... 좀더 준비된 자세가 필요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내 인생을 위해서도 그렇지만 남겨질 내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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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의 점심
엘리자베스 바드 지음, 오정아 옮김 / 노블마인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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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몰라도 나는 파리에 대한 판타지를 가지고 있다. 왠지 낭만과 로맨스가 떠오르는 도시가 파로 파리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파리에 관련된 여행서도 제법 많이 읽은 것 같다.

 

그러나 이 책은 이전까지의 여행서나 에세이와는 달리 미국출신의 영국 거주자였던 작가 자신의 파리 정착기를 담고 있다. 대부분의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엘리자베스(작가 본인)도 일종의 파리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학회에서 우연히 만난 "그웬달" 이라는 한 파리 남성과의 점심 식사를 위해 파리로 갔던 그녀의 인생은 영국과 파리를 오가게 만들고, 그와의 동거 기간을 거쳐 파리 남성의 아내로 거듭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전까지의 파리관련 도서들이 대부분 파리의 아름다운 모습을 담고 있는, 약간의 피상적인 여행자의 입장이나 임시 체류자의 입장에서의 서술이라면 이 책은 그와는 완전히 다른 환상에서 현실로 발을 내딛는 정착인이 입장에서 서술되었다고 보면 되겠다.

 

그렇기 때문에 그냥 지나쳐 가는 사람이라면 결코 알지 못했을 프랑스인 특유의 감성이나 특징들을 엿볼 수 있고, 비롯 엘리자베스가 거주하는 지역에 한정적이긴 하나 파리의 진짜 삶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이 상당히 흥미롭다.

 

마냥 환상적이고, 로맨틱해 보였던 모습들이 내가 그 속에 발을 들여 놓았을 때도 그렇지만은 않다는 조금은 겁나기까지한 이야기들도 나온다. 그녀는 더이상 여행자도 아니고, 파리를 마냥 사랑하는 사람도 아니다. 이젠 그녀 스스로가 파리에서 살아갈 사람이고, 그들의 삶에 자신의 삶과 생각을 맞춰서 조정해야 할 때도 생기는 것이다.

 

가끔은 너무나 다른 인식과 생각의 차이에서 오는 일종의 문화적 쇼크로 힘들어 하는 모습까지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방인의 입장에서 주변인으로서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 가고자 하는 그녀만의 노력은 가끔 눈물겹기도 하다.

 

자신에게도 분명 꿈이 있었고, 인생 5개년 계획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어느날 돌아보니 집근처의 시장에서 신선한 채소와 생선을 파는 곳을 알아가는 것이 더 중요해지고, 고기를 제대로 주문하는 기술이 얼마나 필요하는지를 깨달아 가면서 파리 남성의 아내로서의 삶에 발을 들여 놓게 되는 것이다. 그러한 과정에서 겪는 그녀의 변화에 대한 자신의 정체성 혼란과 함께 그녀를 알던 가족과 친구들의 반문에 대해 스스로가 길을 잃어 버리는 경험으로 힘들어 하기도 한다.

 

파리에서의 삶에 정착하는 것이 그녀의 가족, 친구들에겐 그녀가 퇴보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것이다. 이런 일련의 감정적 고통과 진지한 고찰에 대해서는 비교적 사실적으로 잘 쓰여 있다. 또한 그 이후 자신이 진짜 잘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가고, 그를 통해서 그녀의 인생을 다시 계획하는 희망을 발견하는 과정도 잘 쓰여 있다. 그저 멋있기만 한 파리 정착기 였다면 그냥 다른 책들과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가 겪은 문화적, 감정적 불소통과 차이를 허심탄회하게 적고 있기에 마지막 그녀의 점심은 왠지 성공한 여성들이 전유물 같은 브런치의 이미지를 풍긴다.

 

 

그녀의 솔직한 고백담과 함께 이 책의 도드라지는 특징은 바로 각 장의 끝마다 마무리를 담당하고 있는 레시피들이다. 보통 3~4개의 레시피가 앞선 이야기와 함께 어울어져 나온다. 아주 자세한 레시피이기에 한번 만들어 보고 싶기도 하다. 또한 그녀의 결혼식을 앞두고 그녀의 가족, 친지들이 자신들만의 레시피를 그녀에게 선물하는 장면은 상당히 인상적이라고 하겠다. 그렇기에 이 책은 사람 사이에서 음식이 가지는 놀라운 효과를 동시에 잘 보여주고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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