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 다잉 다이어리 - 당하는 죽음에서 맞이하는 죽음으로
제니스 A.스프링 & 마이클 스프링 지음, 이순영 옮김 / 바롬웍스(=WINE BOOKS)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사랑하는 이가 죽어가는 걸 지켜보는 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아픔과 고통을 지나는 시간과 동일어이다.

긴병에 효자 없다는 말도 있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다른 나라에도 존재하는지는 알 순 없지만 병간호를 하다보면 단순히 환자를 돌보는 것 이외의 문제들에 직면하게 된다. 환자의 고통을 지켜봐야하는 것에서부터 환자의 죽음을 위해 환자의 치료와 생명 연장을 위한 무수한 결정에 대한 고민... 다른 형제 자매들과의 관계까지... 단순히 환자에 대한 간호 하나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이 책은 이런 모든 것들을 비교적 담담한 어조로 써내려 가고 있다. 어떨 땐 너무 냉정한 것이 아닌가 싶을 때도 있지만 그건 매일 매일 아버지를 위해 최선의 결정을 내려야하고, 동시에 자신의 삶과 자신의 가족의 삶을 살아야하는 저자가 겪는 일들을 생각하면 이해가 되기도 한다.

 

나는 순서는 있지만, 죽는 순서는 없다는 말처럼 오래 살 거라 생각했던 어머니가 먼저 돌아가신 후 온갖 병을 앓고 계신 아버지를 책임지게 된 정신분석의인 저자가 아버지의 5년에 걸친 호스피스 병상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처음 소개글에서는 "내가 나이든 아버지를 돌본 5년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읽다보면 동서양의 문화적 차이가 있거나 번역상의 오해가 있나 싶기도 하다.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돌본다는 개념은 자신의 집에서 모시거나 병원이나 요양원같은 곳에서라도 자신이 직접 간호하는 모습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저자는 후자의 방법에서도 간병인을 두고 있는 경우다.

 

늙고 병든 아버지를 시설에 맞긴다는 것에 대해서 저자 역시도 죄책감에 고통스러워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진짜 아버지의 건강과 회복을 위해서는 전문적인 기관에 살도록 하는 것이 오히려 옳은 선택임을 안다. 자신이 살아 온 삶 역시도 계속 살아가야 하기에 두 가지를 모두 병행할 수 없다는 것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에 대해 그 누구라도 탓할 수는 없다. 당사자가 아닌 이상 우리는 판단할지 언정 결코 비판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하루 하루 쇠약해가는 아버지를 보면서 동시에 저자가 결정해야할 사항들도 점점 많아진다. 아버지의 보호자로서 아버지의 생명에 대해 결정을 해야하는 시점에 도래했을 때 저자가 겪는 심리적 고통은 아마도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내 어머니는 시한부 6개월의 삶을 선고 받고, 병상에서 항암치료를 하다가 보내느니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겠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겉으로는 누구보다도 담담히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셨다. 자신의 정신이 온전할 때 정리를 해두어야 할 일들을 하나 하나 해나가신 것이다. 그랬기에 남겨진 우리 가족은 어머니를 조금은 편안하게 보내드렸는지도 모른다. 마지막 순간 아버지의 생명연장에 대한 고민을 하는 저자의 모습을 보면 이해가 간다. 고통스러움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의 생명을 연장하는 치료를 계속해야 할까 아니면 편안히 죽음을 맞이하도록 해야 할까에 대한 고민과 결정을 해야하는 자녀는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말이다. 그리고 그런 결정권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리든 그 자녀는 평생을 지내면서 후회와 안타까움과 죄책감을 가지고 살 것이다. 생명 앞에서... 과연 최선의 결정이 있을까 말이다...

 

건강했던... 사랑했던 아버지가 자신의 몸에 대한, 정신에 대한 자유의지를 잃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겪는 고통을 저자는 자신이 내담하는 환자들의 상담치료를 통해서 오히려 위로받기도 한다. 그들의 사연을 들어 줌으로써 자신이 겪는 고통과 고민을 스스로 깨닫기도 하는 것이다.

 

그렇게 5년의 시간이 흐른다... 그리고 10월의 어느날 아버지는 돌아 가신다.... 늘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지만 막상 그 순간이 도래하면 슬픔은 또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좋은 남자가 죽다..." 어머니의 부고를 알리는 신문에 실은 그 문장 그대로 저자는 아버지의 부고를 알리고자 한다. 어머니의 죽음에 아버지가 어머니를 기억하며, 어머니의 삶을 추모하며 했던 그 말을 딸은 아버지를 위해 남기는 것이다.

 

제목처럼 "웰 다잉" 이라는 말은 마지막에 나오는 생명 연장에 대한 결정에 있어서 고통을 감내하면서도 치료를 연장할 것인가... 아니면 자연적인 죽음을 맞이하도록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다. 그렇기에 책의 내용은 그저 "웰 다잉 다이어리"라기 보다는 그냥 호스피스 다이어리 같다는 느낌이 강하다. 다만 누구나 맞이하게 될 죽음에 대해... 좀더 준비된 자세가 필요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내 인생을 위해서도 그렇지만 남겨질 내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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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의 점심
엘리자베스 바드 지음, 오정아 옮김 / 노블마인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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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몰라도 나는 파리에 대한 판타지를 가지고 있다. 왠지 낭만과 로맨스가 떠오르는 도시가 파로 파리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파리에 관련된 여행서도 제법 많이 읽은 것 같다.

 

그러나 이 책은 이전까지의 여행서나 에세이와는 달리 미국출신의 영국 거주자였던 작가 자신의 파리 정착기를 담고 있다. 대부분의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엘리자베스(작가 본인)도 일종의 파리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학회에서 우연히 만난 "그웬달" 이라는 한 파리 남성과의 점심 식사를 위해 파리로 갔던 그녀의 인생은 영국과 파리를 오가게 만들고, 그와의 동거 기간을 거쳐 파리 남성의 아내로 거듭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전까지의 파리관련 도서들이 대부분 파리의 아름다운 모습을 담고 있는, 약간의 피상적인 여행자의 입장이나 임시 체류자의 입장에서의 서술이라면 이 책은 그와는 완전히 다른 환상에서 현실로 발을 내딛는 정착인이 입장에서 서술되었다고 보면 되겠다.

 

그렇기 때문에 그냥 지나쳐 가는 사람이라면 결코 알지 못했을 프랑스인 특유의 감성이나 특징들을 엿볼 수 있고, 비롯 엘리자베스가 거주하는 지역에 한정적이긴 하나 파리의 진짜 삶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이 상당히 흥미롭다.

 

마냥 환상적이고, 로맨틱해 보였던 모습들이 내가 그 속에 발을 들여 놓았을 때도 그렇지만은 않다는 조금은 겁나기까지한 이야기들도 나온다. 그녀는 더이상 여행자도 아니고, 파리를 마냥 사랑하는 사람도 아니다. 이젠 그녀 스스로가 파리에서 살아갈 사람이고, 그들의 삶에 자신의 삶과 생각을 맞춰서 조정해야 할 때도 생기는 것이다.

 

가끔은 너무나 다른 인식과 생각의 차이에서 오는 일종의 문화적 쇼크로 힘들어 하는 모습까지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방인의 입장에서 주변인으로서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 가고자 하는 그녀만의 노력은 가끔 눈물겹기도 하다.

 

자신에게도 분명 꿈이 있었고, 인생 5개년 계획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어느날 돌아보니 집근처의 시장에서 신선한 채소와 생선을 파는 곳을 알아가는 것이 더 중요해지고, 고기를 제대로 주문하는 기술이 얼마나 필요하는지를 깨달아 가면서 파리 남성의 아내로서의 삶에 발을 들여 놓게 되는 것이다. 그러한 과정에서 겪는 그녀의 변화에 대한 자신의 정체성 혼란과 함께 그녀를 알던 가족과 친구들의 반문에 대해 스스로가 길을 잃어 버리는 경험으로 힘들어 하기도 한다.

 

파리에서의 삶에 정착하는 것이 그녀의 가족, 친구들에겐 그녀가 퇴보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것이다. 이런 일련의 감정적 고통과 진지한 고찰에 대해서는 비교적 사실적으로 잘 쓰여 있다. 또한 그 이후 자신이 진짜 잘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가고, 그를 통해서 그녀의 인생을 다시 계획하는 희망을 발견하는 과정도 잘 쓰여 있다. 그저 멋있기만 한 파리 정착기 였다면 그냥 다른 책들과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가 겪은 문화적, 감정적 불소통과 차이를 허심탄회하게 적고 있기에 마지막 그녀의 점심은 왠지 성공한 여성들이 전유물 같은 브런치의 이미지를 풍긴다.

 

 

그녀의 솔직한 고백담과 함께 이 책의 도드라지는 특징은 바로 각 장의 끝마다 마무리를 담당하고 있는 레시피들이다. 보통 3~4개의 레시피가 앞선 이야기와 함께 어울어져 나온다. 아주 자세한 레시피이기에 한번 만들어 보고 싶기도 하다. 또한 그녀의 결혼식을 앞두고 그녀의 가족, 친지들이 자신들만의 레시피를 그녀에게 선물하는 장면은 상당히 인상적이라고 하겠다. 그렇기에 이 책은 사람 사이에서 음식이 가지는 놀라운 효과를 동시에 잘 보여주고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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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 364일 블랙 로맨스 클럽
제시카 워먼 지음, 신혜연 옮김 / 황금가지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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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떠오른 생각은 바로 인과응보(因果應報)라고 하기엔 너무나 가혹한 운명이 아닌가....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고 말하기엔 <열일곱, 364일>을 살다가 자신의 18살 생일을 몇 시간 앞둔 날 죽기엔 리즈에겐 너무한 처사가 아니였을까하는 느낌이였다.

 

18살 생일을 1시간 57분을 지난 엘리자베스 밸처, 즉 리즈 밸처를 맞이한 건 친구들의 축하도 18살이 되었다는 기쁨도 아니였다. 그것은 바로 차가운 바닷물에 빠져 죽어 있는 자신의 얼굴과의 대면이였다. 유명 디자이너의 화려한 부츠를 신은채 죽어 있는 그녀의 모습을 발견한 리즈는 공황 상태이다. 리즈는 자신이 왜, 무엇 때문에 자신의 생일파티가 열린 보트 안이 아닌 바닷물에 빠져서 죽어 있는지 도무지 떠오르지가 않는다. 더군다나 그녀의 대부분의 기억도 잊어벼렸다.

 

마치 곳곳이 비어 있는 퍼즐판의 퍼즐 조각을 끼워 맞추듯, 리즈는 그 과정을 통해서 자신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파헤져 나간다. 그런 리즈에겐 1년여 전 쯤 사고사한 알렉스라는 남자아이가 있다. 맨처음 그녀가 자신의 죽음을 목도한 때부터 그녀의 곁에서 그녀가 기억을 되찾아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여행을 함께하는 인물이다.

 

살아 생전 그 존재조차 알지 못했던 알렉스라는 아이와 왜 리즈는 죽음 이후 함께하게 되었을까...

 

이 책은 로맨스, 스릴러, 판타지, 추리 등 거의 모든 장르를 망라한 이야기가 한데 어우려져 있다. 아홉살, 가히 거식증이라고 할만큼 음식을 거부한 채 죽어간 엄마의 죽음 뒤로 리즈의 삶은 완전히 변해 버렸다. 현재의 새엄마와 조시(새 여동생)의 존재는 그녀를 더이상 외롭게 하지 않게 해준 존재이다. 친엄마와는 달리 항상 생기넘치고 자신의 집을 보통의 가정집처럼 만들었던 새엄마이기도 하지만 마을 사람들로부터 아빠와의 불륜이라는 소문으로 리즈를 힘들게한 인물이기도 하다.

 

부유한 집안에다 타고난 아름다움으로 교내의 인기 여학생이였던 리즈는 자신의 죽음 후에야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 보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주변 인물들에 대해서 알렉스와 마찬가지로 제3자의 입장에서 지켜보면서 진정으로 그들의 감정과 표정, 자신에 대한 관계를 재인식하게 된다. 알렉스는 그런 의미에서 리즈가 자신의 진짜 모습을 돌아 보고, 자신의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를 풀어가는데 안내자 역활을 하는 셈이다.

 

살아 생전 자신의 모습을 통해서 리즈는 자신의 결코 행복한 모습으로 살았던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녀의 남자친구인 리치와의 영적 교감과 알렉스의 도움을 통해서 그녀는 점차 그녀의 죽음에 대한 진실에 발을 들여 놓게 된다.

 

처음 시작할 때 사건에 대한 복선이 깔려 있기에 그녀의 죽음에 대해 조금는 예측을 해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알렉스와 리즈의 만남과 알렉스의 죽음과 리즈의 죽음에 연결된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서 나름의 반전을 느낄 수도 있는 소설이다.

 

한 인간의 어리석음과 또다른 인간들의 지나친 탐욕과 자기 중심적인 사고에서 비롯된 이기주의에서 비롯된 사건이 마치 나비 효과처럼 거대한 광풍과 쓰나미를 몰고 오는 사건의 전개를 지켜 보게 될 것이다.

 

한 순간의 오판이 가져온 결과는 결국 리즈가 끝없는 죄책감으로 달리기라는 행복의 순간으로도 치유할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게 한다.

 

겉으로 보기엔 모든 것을 가진 듯 했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 보면 리즈가 가진 것은 공허함과 불안감 뿐이였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본다면 오히려 리즈가 루저라고 생각했던 알렉스의 삶이 더욱 행복했던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죽음 이후에야 진정한 행복과 자유를 찾은 리즈의 삶이, 남겨진 그녀의 아버지와 리치에겐 또다른 상처와 아픔으로 대변되는 것 같아 마냥 행복한 결말은 아닌 듯 하다.

 

내가 누군가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와 배려 섞인 친절함을 베풀 수 있을 때, 그때가 진짜 소중한 시간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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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풍경 (스프링) - <좋은생각> 정용철의 가슴이 전하는 말 365 명언집
정용철 지음 / 좋은생각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좋은생각 정용철의 가슴이 전하는 말 365" 이라는 부제가 붙은 책입니다.

 

좋은 생각이라는 정기 간행물을 구독하면 보통 사은품으로 주어지는 그 책과 같은 것 같습니다. 매일 매일 새로운 말들이 적혀 있는 구성이 좋습니다.


하루 하루 지친 삶에 짧지만 큰 위로와 용기를 줄 것 같습니다. 함께 그려진 그림도 은은한 게 좋습니다. 온통 화려하고, 빠른 세상에서 조금은 느린 듯하고, 조금은 비어 있는 듯한 구성과 디자인이 오히려 마음에 편안함을 가져 오는 것 같습니다.
하루 한장씩 넘겨 가면서 오늘의 메시지에서 힘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음 풍경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탁자형 캘린더 형식인데, 포장은 따로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주변의 지인들에게 좋은 책 한권 선물하고 싶어질 때 드린다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 페이지에 그날 하루에 해당하는 좋은 이야기가 적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3월 22일이 마음에 드는 메시지여서 이미지 사진을 함께 올려 봅니다. 수채화 같은 그림이 작게 그려져 있는 것이 과하지 않아서 좋습니다.

 

그외에도 1월 7일과 4월 5일의 메시지가 인상적입니다.

1/7
삶은 어떤 경우에도
그 자체로 가치가 있습니다.
삶이란 그것이 나를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것을 만들고
이루어 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4/5
지금 하십시오.
꽃을 피우고 싶으면 뜰로 나가 나무를 심으십시오.
심지 않는 이상 언제나 꽃을 바라보는 사람일 뿐
꽃을 피우는 사람은 될 수 없으니까요.

자신의 삶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갖고 있거나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로 아무 소득도 없다고 한탄하는 모습에 따끔한 충고가 되지 않을까 생각되는 글귀입니다.

 

이젠 2011년도 20일 가량 남았는데, 이 한권을 읽으면서 내년엔 좀 더 알찬 한 해가 되도록 고군분투해야 겠다는 다짐을 해 보게 됩니다. 짧지만 긴 여운과 큰 감동을 주는 그런 소중한 한권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위로와 용기를 한꺼번에 줄 수 있는 책은 흔하지 않을테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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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레빌라 연애소동
미우라 시온 지음, 김주영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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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2층 갈색 목조건물의 고구레빌라에서 벌어지는, 정확히 말하자면 고구레빌라와 어떤 식으로 연결되어 있는 7명의 연애 이야기가 바로 <고구레빌라 연애 소동>이다.

 

첫번째 주인공은 마유다. 고구레빌라 203호에 살고 꽃집 아가씨이다. 현재 아키오라는 남자친구도 있다. 낡긴 했지만 나름대로 고구레빌라가 마음에 들어 꽤 오래 살아 오고 있는 세입자이다. 그런 마유에게 3년 전 훌쩍 떠나버린 전 남자친구 나미키가 불청객처럼 나타난다. 그뒤로 언뜻보면 이상한 두 남자와 한 여자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된다. 처음의 불편하고 화나던 마음과는 달리 마유는 나미키에 대해서 점차 이해해 가게 되고, 나미키는 나타났을 때처럼 그렇게 불현듯 떠나게 된다. 그런 마유에게 아키오는 말한다. 이렇게 낡은 고구레빌라에 살고 있었던 이유가 혹시 언제가 돌아올 것 같은 나미키를 기다린 것은 아니냐고.

 

두번째 주인공은 고구레빌라의 주인 할아버지인 고구레씨다. 여느 가장과 마찬가지로 가족들 먹여 살리다가 인생 다 보낸 노인이다. 그런 그가 어느날 지기의 죽음을 계기로 섹스가 미치도록 하고 싶어진다. 차마 누구에게 말도 못하고 속으로만 전전긍긍이다. 아내에게 넌지시 얘기하니 남세우스럽다고 말한다. 그뒤부터 어떻게하면 섹스를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데...그 즈음 아내와 자식들이 살고 있는 본가에서 나와 비어 있는 고구레빌라로 들어와서 지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마유의 남자친구 아키오로부터 출장서비스를 알게되고 서비스를 받기로 한다. 하지만 하필 그때 아내가 나타나고 서비스 나온 치나쓰의 재치로 위기를 모면하게 된다. 치나쓰가 위기 모면으로 들어가게 됐던 옆방의 여대생과 늦은 오후 어색하지 않은 대화를 나누는 사이 정도는 되었다. 고구레는 이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전혀 모르던 남과 그냥 세상사는 이야기를 하는 것도 나름 괜찮은 것 같다.

 

세번째 주인공은 고구레 빌라를 지나다 그곳에 사는 존(고구레씨의 강아지)의 지저분한 모습을 보고 꼭 씻겨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애견미용사 미네가 주인공이다.
어느날 전철역 건물 기둥에 솟은 돌기가 자라 남근 모양으로 자라는 걸 지켜본 아가씨다. 왜 다른 사람들에겐 보이지 않은데 자신에게만 보이는 걸까. 그런던 차에 자신과 같이 그 돌기를 보게 된 이가 있으니 그는 바로 야쿠자 마에다이다. 마에다가 기르는 강아지도 미네. 그 우연한 기회로 둘은 친해지게 되고 미네가 일하는 애견숍에 마에다는 주기적으로 찾게 된다. 그리고 미네는 그 남근의 정체를 두 사람만이 볼 수 있는 이유가 과거 자신의 아픈 경험과 유사한 경험을 마에다 역시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바로 살인.
여기에서 마에다는 미네를 위해 그녀가 그토록 하고 싶어하던 존의 목욕을 할 수 있게 해준다. 그 과정이 참 의외다. 이 남자 진짜 여자를 위할 줄 안다. 그녀가 늘 마음쓰여 하던 일을 아무렇지 않게 해결해 주는 남자가 진짜 남자이니 말이다. 그리고 그녀가 내내 신경쓰여하던 전철역의 돌기도 없애준다.
그리고는 3년간 출장을 간다는 말과 함께 자취를 감춘다. 그의 부하는 말한다. "그동안 미네씨는 자신에게 돌보도록 부탁했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그 미네는 과연 누굴까? 미네 자신. 아니면 미네와 이름이 같은 그의 애완견. 그것도 아니면 둘다.

 

네번째 주인공은 마유가 일하는 꽃집 여주인 사에키다. 남편과의 사이에 자녀는 없다. 남편은 집안 대대로 내려오던 찻집을 가업으로 이어가고 그녀는 찻집 한켠에서 꽃집을 한다. 그러던 어느날 부터인가 남편이 타주는 커피에서 흙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 것 같은데 자신만 그렇게 느끼는 걸까. 그리고 어느때부터인가 남편은 새벽 시간 어디론가 외출을 다녀온다. 무슨 연관이 있을까. 과연 바람이라도 났을까 싶다. 그렇게 복잡할 때에. 마유가 쉬는 날, 마유가 미용사라고 별명을 붙인 단골 여자 손님이 들어 온다. 그리고 그녀는 나가기전 사에키가 느낀 그 커피맛을 언급하고, 사에키가 생각하는 것이 맞을 거라고 말한다. 그날 밤 마유와 사에키는 미행을 하게되고 둘은 남편이 찻집 단골인 젊은 여인 마키노와의 불륜 현장을 발각하게 된다. 생각보다 침착해진다. 아마도 남편도 마키노도 그냥 서로의 만족을 위해 만나는 관계라 그럴지도 모른다. 결국 사에키는 남편과 그렇게 예전으로 돌아갈 것이다. 과연 그 마음 속에서는 서로 어떤 감정들을 품고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다섯번째 주인공은 고구레빌라 201호에 살고 있는 회사원 간자키다. 낡은 고구레빌라에 돈을 아껴 볼 요량으로 입주했지만 방음이 전혀 안되어서 모든 소음이 통과되는 고통속에 살고 있다. 그러다 홧김에 던진 청소기에 벽에 구멍이 뚫리는 것을 발견하고서 빈 옆방을 동시에 사용하게 되면서 그 방 바닥에 난 구멍으로 아래층에 사는 여대생의 생활을 훔쳐보는 생활을 하게 된다. 모든 감각은 사라지고, 애초의 이 집에 있게된 목적도 살아지고 오로지 구멍 속 광경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고 지낸다.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며, 자신 나름대로 평가를 내리기도 하고, 속으로 참견하기도 한다. 그리고 처음 의도와는 달리 그녀를 관찰하면서 여자의 심리나 생활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고, 그녀를 진심으로 연민하게 된다. 그러다 그녀가 곤란한 상황에 처한 것을 도와주면서 그녀와 안면까지 트게 된다. 그녀는 이미 간자키가 그녀를 바라보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나름 쿨한 반전이기도 하다.

 

여섯번째 주인공은 고구레씨와 간자키 이야기에 나온 바로 그 여대생, 102호 미쓰코이다. 그녀가 간자키의 눈에 그토록 문란한하게 보이는 생활을 한 것은 그녀가 가진 조금 특별한 문제 때문이다. 선천적으로 난자가 생기지 않아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미쓰코다. 그런 미쓰코는 간자키와 이제는 구멍으로 대화까지 하는 사이가 됐다. 임신을 못하는 미쓰코에게 친구 아키가 낳은지 한달된 아이를 맡긴채 사라진다. 일주일정도만 봐달라는 부탁과 함께 말이다. 그날부터 아기는 하루카가 되어 미쓰코에게 빛과 같은 존재가 되고, 고구레의 아이돌이 된다. 아이를 낳을 수 없기에 하루카와의 하루하루는 미쓰코에겐 꿈만 같은 날들이다. 언제간 깨어날 꿈 말이다. 언제나 그렇듯 즐거운 시간은 너무나 빨리 흐르고 이별은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벌어진다. 미쓰코가 하루카와 고구레빌라 마당을 거닐때 도망치듯 사라졌던 아키가 돌아 온다. 아이 아빠가 될 남자와 자신의 집으로부터 정식으로 결혼허가를 받아 행복해 하면서 말이다. 하루카는 아키에게 안겨 언젠가는 기억 속 조각(Piece)같은 존재가 되어버릴 자신과 고구레 빌라의 추억을 뒤로하고 그렇게 떠나버린다. 그런 그녀를 진심으로 위로해주는 이는 바로 구멍으로 그녀가 좋아하는 흑사탕 하나를 보내주는 간자키다.

 

마지막 주인공은 나미키이다. 바로 첫번째 주인공 마유의 전 남자친구. 마유를 떠났지만 마음속 깊이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했음을 깨닫고 본의 아니게 그녀를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그러다 꽃집 근처에서 니지코라는 여인을 만나게 되고 기묘한 동거를 한다. 니지코는 음식맛을 통해서 거짓말을 느끼는 특이한 능력을 가진 존재다. 그런 그녀의 재능에 부탁해서 전국각지에서 아내나 남편의 바람을 의심해서 보내온 음식을 먹어보고 이메일로 알려주는 일을 한다. 아버지가 물려 준 재산으로 생활하며, 자신의 죽음을 대비한 명함을 가지고 다니고 유서를 놔두고 다닌다. 나미키는 곧 떠날것임에도 불구하고 니지코와는 영원히 연결되었으면 싶어한다. 마유를 잃었듯이 그렇게 인연을 흘러 보내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는 다짐한다. 그녀가 다시는 모래와 흙맛이 나는 음식을 먹지 않도록 해주겠다고 말이다.

 

이처럼 이야기는 각기 다른 7명의 사랑과 연애 심리를 다루고 있다. 그리고 어떤 식으로든 7명이 제각기 연결 되어 있다는 것도 의미있는 것 같다. 전혀 남처럼 보이던 사람들이 바로 이 사랑과 연애라는 감정으로 서로의 공간을 공유하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다소 변태스럽거나 불쾌할 수 있는 일들도 극적으로 그렇게 만들지 않은 점이 상당히 돋보인다. 배꼽빠지게 웃기지는 않지만 잔잔한 재미가 느껴지는 그런 책인 것 같다. 겉으로보자면 "저 사람 어딘가 좀 이상하지 않아?" 라고 생각되는 사람도 그 사람이 가진 삶의 무게나 사연을 알게 되면 "그렇군..."하고 수긍하게 되는 면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고구레빌라 연애 소동>은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를 사람에게서 위로받는다는... 사랑으로 상처받은 마음을 사랑으로 치유한다는 지극히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그런 소설인 것 같다. 평범한 듯 하지만 결코 시시하지 않은 이야기에서 읽는 즐거움을 알게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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