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의 예언 1

꿀벌의 예언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6월

일찍이 아인슈타인은 꿀벌의 멸종을 인간의 멸종으로 귀결됨을 주장했다.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 꿀벌의 개체수가 줄어든다는 이야기와 함께 그 이유를 둘러싼 이야기들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데 비교적 오래 전 본 적이 있는 애니메이션 <꿀벌 대소동>의 이야기가 더이상 애니메이션 속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이 될 수 있겠구나 싶은 생각도 든다. 

그리고 이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은 비단 과학자나 생태학자 등만이 아닌가 보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이면서 동시에 우리나라에서 특히 인기가 많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이번에 선보이는 신작 『꿀벌의 예언』을 통해서 꿀벌이 사라져버린 이후 아인슈타인의 이야기처럼 멸종의 위기에 놓인 인류의 미래에 대해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곳곳에서 지구 온난화로 인한 문제가 현실화되고 있다. 일부 섬나라의 경우 영토가 바닷속으로 가라앉기도 했고 빙하가 녹고 기온이 높아져 모기가 생기고 모기에 면역이 없는 동물들의 개체수가 줄어들거나 영구동토층도 위험하다는 말이 나온다. 문제는 그런 땅에 매장된 탄소가 공기 중에 노출될 경우 온난화로 인한 문제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하니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시기를 넘어 아예 멸종 위기에 직면한 인류의 미래를 이 작품에서는 2053년으로 지목하고 있다. 그리고 이 시점을 미리 보고 온 이가 르네 톨레다노다. 그는 작품 속에서 고등학교의 역사 교사였고 이제는 최면술사로 활동하고 있는데 그 능력으로 전생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해주는데 여기서 더 나아가 미래의 자신과도 만날 수 있다니 여러모로 능력자인 셈이다. 

그런 르네는 30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시점의 자신을 만나보게 되고 그 시점에서 인류가 직면한 심각한 문제들을 보게 된다. 책의 제목은 일종의 예언서로서 존재나 내용에 대해 누구하나 명확하게 알지 못하는 가운데 주변의 도움을 받아 이 예언서를 뒤쫓는 동시에 예언서의 내용을 파헤쳐가는 이야기로서 분명 SF 장르이지만 그 어떤 작품들보다 현실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30년을 넘나들며 자신이 본 인류의 멸망을 막기 위한 르네와 그가 도움을 구하는 인물들이 만들어가는 모험이 과연 2권에서는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해진다. 디스토피아적인 암울한 미래 속에서도 인간은 어떡해서든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과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그야말로 멸종이냐 생존이냐를 둘러싼 절대절명의 순간이 우리에게도 얼마지나지 않아 도래할 것이란 생각을 해보면 이 작품 속 르네와 그들 일행이 보여주는 행보가 희망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응원하게 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을 읽을 때마다 생각하게 되는 것이지만 작가님이 상당히 많은 부분을 조사하고 준비하여 하나의 작품을 쓰시는구나 싶어지는데 작품 속에 그려지는 여러 상황이나 관련 내용들이 이야기에 더욱 몰입하게 만드는데 이 책에서도 그런 요소들을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끝으로 총 2권으로 이뤄진 작품은 1권과 2권을 나란히 하면 한 마리의 꿀벌 모습으로 완성된다. 그리고 이 표지에는 AR 영상이 숨어있기도 하다니 1, 2권을 소장하고 계신분들이라면 한번 확인해 보는 것도 묘미일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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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라키의 머리

나도라키의 머리 ㅣ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6월

일본 공포소설의 특유의 스산한 분위기, 게다가 일상 미스터리의 경우에는 뭔가 실화 같은 느낌까지 들어서 더욱 공포스럽게 다가올 때가 있는데 여러 호러 작가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국내에는『보기왕이 온다』로 잘 알려진 와무라 이치의 최신작 『나도라키의 머리』는 작가가 선보이는 첫 번째 단편집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있게 다가온다. 

먼저 표제작이기도 한 「나도라키의 머리」는 ‘나도라키의 전설’을 소재로 한 경우로 주인공인 데라니시가 이 전설이 내려오는 할아버지 댁에 갔다가 경험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문제는 그 당시 초등학교 4학년이였던 데라니시가 그때 경험한 기묘한 사건 이후 고등학생이 되어서까지 그 여파를 겪고 있다는 점에서 결국 가위에 눌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 전설과 그때의 기괴한 경험을 둘러싼 진실을 파헤친다는 이야기인데 보통 시골마을이나 어느 지역에는 특별히 내려오는 괴담이나 전설이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이외에도 가장 처음 나오는 『5층 사무실에서』는 한 사무실에 밤마다 들리는 아이 울음소리를 둘러싼 미스터리로 섬뜩한 점은 이 아이가 우는 소리인데 ‘…… 아파 …… 너무 아파’ 말하는 것이다. 이런 소리라면 누구라도 그냥 못 지나치지 않을까 싶다. 과연 이 아이 목소리의 정체는 누구일지 궁금해지는 작품이다. 게다가 왠지 이 소리를 상상하게 되니깐 더 무섭게 느껴졌던것 같다.

『학교는 죽음의 냄새』는 제목부터 오싹하다. 학교 괴담은 도시 괴담만큼이나 이야기가 많은데 워낙에 많은 아이들이 각양각색의 사연이 존재할 수 있고 아이들 특유의 상상력이 가미되면서 더 그럴지도 모르는데 이 이야기에서는 비가 오면 체육관에 유령이 나타난다는 학교 괴담을 둘러싼 이야기를 다룬다. 『술자리 잡담』은 요즘도 이런 인간이 싶게 부하 여직원에게 성희롱도 서슴지 않는 세 남자 직원이 역시나 또 그녀에게 그런 행동을 하지만 그날따라 평소와는 다른 여직원의 반을과 괴담이 어울어져 흥미로웠다. 

『비명』이란 작품은 아예 호러영화 동아리라는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한 이야기인데 이들이 호러영화를 찍으려는 장소가 문제다. 아무리 호러영화 동아리라지만 실제 살인사건이 발생한 곳에서의 영화촬영이라니 간이 큰지, 무모한지... 아무튼 살해 사건이 발생한 공간에서 촬영 이후 벌어지는 기괴한 사건은 마치 실제에도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공간에서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기괴한 일들이 벌어지기도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무섭게 느껴진다.

『파인더 너머에』는 『비명』와 비슷하게 아예 기묘한 현상이 발생하는 공간으로 촬영을 하러 간 잡지사 편집자, 작가, 카메라맨이 경험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 유령이 발생한다거나 심령 스폿이라든가 하는 곳에서 사진을 찍으면 사진에 유령이나 기묘한 피사체가 찍혀서 그 장소가 더욱 화제가 되기도 하는데 이는 그런 현상처럼 이들이 촬영을 간 스튜디오에서 찍은 사진을 둘러싼 이야기를 그린다. 

기괴한 장소나 살해 사건이 발생한 장소, 오래 전부터 전해내려오는 괴담 등을 소재로 이를 경험하는 사람들, 그 괴담에 얽힌 진실을 파헤치는 이야기가 흥미롭게 그려지며 역시 '일본 호러소설대상 만장일치 대상 수상 작가'라는 명성에 걸맞는 작품일거라 생각한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스릴러] 더 케이지 : 짐승의 집

더 케이지 : 짐승의 집
보니 키스틀러 지음, 안은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3년 6월

작가의 이력이 전직 변호사이다. 그래서인지 자신의 직업적 특성을 잘 살린 작품이라는 생각도 들고 무엇보다도 우리가 하루에도 몇 번이나 이용할거라 생각되는 엘리베이터라는 공간에서 펼쳐진 사건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그리고 주인공인 셰이 램버트 역시 작가의 전직인 기업의 변호사인데 좀더 구체적으로는 명품 패션의 대기업 변호사이다. 사실 아직까지 엘리베이터에 갇혀 본 경험은 없지만 만약 그런 일이 생기면 이후 엘리베이터를 타기가 쉽진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정도는 트라우마로 남을것 같기 때문이다. 

그런데 스릴러 소설 『더 케이지 : 짐승의 집』에서는 무려 사람이 죽는다. 회사의 엘리베이터에 탔던 셰이가 갑자기 멈춘 엘리베이터에서 멈추고 사방이 어두워지고 이후 다시 엘리베이터가 무사히 작동했을 때 그곳에 함께 탔던 여성이 죽은 채 발견된다. 

변호사인 자신이 자신의 무죄를 증명하지 않으면 살인자가 될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보통의 엘리베이터 고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의 범위를 넘어서버린 사건 속에서 과연 불꺼진 엘리베이터에서는 어떤 일이 발생했던 것일까? 

엘리베이터에서 죽은 직원은 아이러니하게도 총에 의한 것이다. 하지만 셰이를 제외하고 이를 증명할 사람이 없다. 무죄를 밝히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이상하게도 사건이나 증거들이 셰이에게 불리하게 돌아간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명품 패션 기업의 변호사로 취직하기까지 셰이의 인생은 그야말로 승승장구나 다름없었다. 

인생 곳곳에서 셰이는 실패보다는 성공에 어울리는 인물이였지만 이제는 한순간에 살인자가 될 운명에 처해졌고 자신의 무죄를 증명하고자 하는 셰이에 맞서 셰이의 유죄를 증명하고자 하는 변호사 배럿의 대결구도는 마치 최고의 변호사들이 펼치는 법정 드라마를 보는것 같은 기분마저 들게 한다.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와 반전을 생각하면 영화로 만들어도 충분히 재미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작품이였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가족 주의보

가족주의보 ㅣ 이판사판
리사 주얼 지음, 김원희 옮김 / 북스피어 / 2023년 5월

영국에서만 50만부 이상이 판매되었으며 드라마 제작이 확정된 작품이라고 하는 『가족 주의보』는 제목부터가 상당히 흥미롭게 느껴진다. 작품은 이제 25살이 된 리비라는 여성이 한 통의 편지를 받으면서 시작된다. 자신도 알지 못하는 친부모가 자신에게 유산으로 대저택을 남겼다는 것인데 평소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았던 리비로서는 갑작스럽긴 하지만 어찌됐든 대저택을 유산으로 받게 된 상황이 일단은 좋은 소식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기대감으로 시작된 유산 상속의 소식은 이후 이 대저택에서 발생한 미스터리한 사건을 접하게 되면서 의문을 넘어 공포를 자아내게 되는데 딱 25년 전에 발생한 사건, 그 사건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생존자인 갓난아기, 그 아기가 지금은 '리비'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전개는 리비에겐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로 다가올 것이다. 

과연 25년 대저택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대저택의 소유주였던 부부, 사교계의 명사이기도 했던 부부가 정체를 알 수 없는 한 남자와 함께  자신의 집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 게다가 그들의 시체 세 구 옆에는 갓난 아이가 있었는데 이후 이 아이는 다른 집으로 입양되어 자신과 관련한 정보를 알지 못한 채 리비로 살아왔던 것이다. 

그런 리비가 갑작스런 유산 상속을 계기로 대저택을 다시 찾게 되고 이런 리비와는 또다른 삶을 살고 있는 의문스러운 여자 루시와 또다른 인물인 헨리를 등장시켜 이들 세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 과연 대저택을 둘러싸고 과연 무슨 일이 발생했고 이후 이들의 삶은 어떻게 되었는지를 독자들로 하여금 추리하게 만든다.

가장 안전해야 할 가족이라는 울타리와 집. 그리고 제대로된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아이들. 그러나 의외로 픽션의 세계나 논픽션의 세계나 이런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상황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들이 결코 그 당시의 문제로만 머물러 있지 않다는 것 또한 오래도록 관련된 인물들의 인생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칠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동시에 충분히 흥미로운 스토리에 반전까지 담아낸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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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스파이 앙상블

마이크로스파이 앙상블
이사카 고타로 지음, 강영혜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3년 6월

『마이크로스파이 앙상블』은 국내에선 『사신 치바』, 『골든 슬럼버』등으로 잘 알려진 이사카 고타로 작가가 선보이는 음악소설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그동안 보아 온 작품들과 다른 느낌인듯 하면서도 또 그 내용을 보면 완전히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는 점에서 흥미로운데 무엇보다도 이 작품의 집필 과정이 꽤나 의미가 있는 것이 작가가 1년에 한 편씩 이야기를 썼고 그 이야기 7편을 엮어 한 권의 책으로 출간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국어판에만 세계 최초로 8년째 후일담이 수록되어 있다는 것인데 이는 일본에서조차 전자책에마 수록되어 있다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로 다가오는 작품이다.

그래서인지 작품 속 목차도 '일 년째'... '덤, 칠 년째 반년 후' 이런 식으로 쓰여져 있는데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어딘가 모르게 문제적 상황들 속에 놓여 있다. 그리고 각각의 이야기들이 이나와시로 호수를 배경으로 펼쳐진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스파이인 에이전트 하루토가 적에 잠입해서 필요한 정보를 빼내오게 되는데 그 적의 기지가 바로 이나와시로 호수에 위치해 있고 무사히 임무를 수행하고 탈출을 하는 과정에서 만나게 된 인물이 주변의 폭력으로부터 도망친 소년이다.

갈 곳이 없다는 소년의 말에 하루토는 소년을 쫓아오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결국 자신의 탈출 비행기에 태워주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비행기는 엔진이 없다. 과연 이들은 각기 다른 적으로부터 도망칠 수 있을까?

여기에 묘하게도 여자친구에게 '엔진이 없다'는 말을 듣고 이후 이별을 통보받은 마쓰시마라는 대학생의 이야기도 등장하는데 그가 한밤중에 이별의 충격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향하는 곳도 이나와시로 호수다. 이 정도면 가히 사람을 부르는 호수인가 싶어지는데 이는 이사카 코타로가 대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장소를 등장시킴으로써 그곳에서 상처받은, 고통받는, 위기에 처한 사람들로 하여금 그 모든 것들로부터 벗어나 앞으로 나아가게 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점에서 작가가 작품을 통해 세상에 던질 수 있는 메시지는 문제의 고발, 사회와 인식의 변화는 물론 재생과 회복의 메시지도 가능하구나 싶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 작품이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었던 사람들이 이나와시로 호수를 배경으로 그려내는 앙상블이라고 할 수 있는 이유는 작품 속에 음악이라는 또다른 주요 소재가 이나와시로 호수 못지 않게 작용을 하고 이들의 이야기가 한데 어울어져 각각의 이야기가 아닌 전체적으로 어울어짐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 않았나 싶다. 덤으로 주어지는 8년째 후일담도 충분히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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