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중으로 마무리 해야 하는 일들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인 커버편지의 일차 가봉(?)이 거의 끝났다.  남의 일을 하던 작년 이맘 때에는 한꺼번에 5-6개 이상을 관리하면서 하루에 2-30 페이지의 technical한 커버레터 한 통씩을 쓰는 나름대로의 능력자(!)였는데, 내 일을 시작하고서는, 맥이 좀 끊겼던 탓에 감을 살짝 잃어버린 것 같아, 다시 찾아가는 중이다.  그래도 2-3일 내에 완전한 마무리가 될 것으로 보이니까 이제는 마음이 좀 놓인다.  그간, 번잡스러운 일과 관련된 마음에 독서도, 남기기도 그저 그랬는데 말이다.  최근까지 꾸준히 읽어온 책들에 대한 간략한 이야기를 남긴다.

 

Nicholas Pileggi의 책들 중 두 번째로 영화화 되었던 카지노를 읽었다.  Wiseguy만큼의 impact는 없었지만, 상당히 재미있게, 어쩌면 갱들이 마지막으로 막후 실력자로서 라스베가스를 움직였던 시대를 다루고 있다. 

 

역시, Good Fellas처럼, 이 영화의 나레이션 - 로버트 드니로와 죠 페시의 - 이 책 읽는 내내 떠나지를 않았기에, 상당히 virtual한 reading을 한 것 같다.  영화를 먼저 보고나서 책을 보면, 물론 상상에서 오는 재미는 떨어지지만, 이렇게 구체적인 scene을 음미하고 비교하며 읽는 재미가 있다. 

 

 

 

 

'비참한 사람들'이라는 뜻의 레미제라블은 그 '비참한 사람들'이라는 해석을 이 책에 내주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가난했던 한 여자의 영락을 세밀하고도 덤덤한 필체로 그 주변의 다른 가난한 이들과 함께 그려나간 이 책은 당시 프랑스의 지성과 양심을 대표하던 에밀 졸라의 기념비적인 작품이라 한다.

 

부와 가난이 절대적인 행복과 불행의 factor가 되지는 않겠지만, 일단 돈이 없고, 배우지 못하면, 좋은 환경에서 좋은 사람들과 살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고, 19세기 말처럼 공공사업이나 교육이 활성화 되지 않았던 시대에는 이 또한 대물림 되었었을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책을 읽을 것을 권한다.  한 가지 좀 이상했던 것은, 100년도 더 전의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읽는 내내, 현 시대의 사람들 - 양극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 - 의 삶이 오버랩되었다는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비참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극빈이란.

 

 

 

 

 

 

 

 

 

 

 

 

 

 

하루키 전작은 이어지고 있다는 말 밖에 할 말이 없는 느낌.  중복도 있고, 어떤 글은 하루키가 쓰지 않았더라면 책으로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읽을 때마다, 그의 특정 작품들의 테마의 배경을 볼 수 있는 개인적인 체험이나 경험을 엿볼수 있어 그런대로 행복했다.

 

4살 때 처음 술을 마셔보고, 국민학생의 나이 무렵부터 주기적으로 술을 마셔온 저자의 음주기행담.  따뜻한 이야기들을 맛깔나게 그려 냈는데, 우리 부모님보다도 늙은 저자의 사진을 보면서 - 알코올 중독자 냄새가 조금 난다 - 심야식당을 사진과 글로 보는 느낌을 받았다.

 

전 세계를 떠돌며 먹고 마셔온 이야기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이 책을 보고 있노라면, 역시 맛난 술과 음식이 없다면, 인생의 재미는 90%이상 반감이 되지 않을까 싶다.

 

맥주 기행과 함께, 술을 고를 때의 참고자료가 될 듯.  그 이상, 술이란 이렇게 맛을 위해 먹어야지 현학적인 지식인이 되기 위해 먹어서는 안되는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

 

이상이 오늘까지 읽어버린 최근 십 여일 간의 책들이다.  지금은 쥘 베른을 읽고 있는데, 다른 것들과 또 mix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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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러웨이 2012-11-16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의 이 페이퍼에서 제일 반가운 책은 역시 에밀 졸라의 <목로주점>이네요. 드디어 다 읽으셨네요. 저도 일단 표지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서 열린책들로 찜을 해야겠다는. --; 그런데 하루키의 책들은 정말 끝도 없네요. 저 위의 세 권 다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에요. 트란님이 하루키에게 그토록 빠지시는 이유 하나,만 알려주세요.

트란님, 능력자! ㅎㅎㅎ 사업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12월 되면 보통 비즈니스 비수기 들어갈 때 아닌가요? 홀리데이도 엄청 길어지고 하는데. 이번 달에 좀 많이 바쁘시기를요. ^^

transient-guest 2012-11-17 00:59   좋아요 0 | URL
'목로주점'은 읽으면서 생각한 것들을 10%도 다 글로 표현하면서 정리하지 못했네요. 정말이지, 요즘은 가뜩이나 없는 글빨, 더 안 나오는 것 같아서 상당히 좌절중이랍니다. 하루키의 매력은 글쎄요. 그냥 좋아요. 그의 사고방식도 좋고, 나는 내가 원하는 대로 산다는 조금은 삐딱한, 그리고 outsider같은 것도 맘에 들고. 술과 음악을 좋아하지만, 자기관리를 잘 하는 면도 좋고. 무엇보다, 갑자기 글을 쓰고 작가가 된, 그 인생 자체가 부럽기도 하네요. 저도 40에, SF Giants 구장에서 야구를 보다가 갑자기 그런 각성이 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ㅎㅎ

감사합니다, 항상 따뜻한 격려와 관심에 정말 감사해요.ㅎㅎ

노이에자이트 2012-11-28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밀 졸라 소설은 세밀한 묘사가 특기라서 당시 시대상을 연구하는 사학자들에게도 많은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그래서 왕정복고 시기를 알고 싶으면 발자크 소설을,프랑스 제3공화정 시대를 알고 싶으면 에밀 졸라 소설을 읽으라고 하죠.

transient-guest 2012-11-29 08:48   좋아요 0 | URL
아~ 그런 것이군요. 또 하나 배웠습니다.ㅎ 해당하는 시대를 공부할 때 매우 좋은 primary source가 되겠군요. 전 발자크도 전작하려고 책을 모으고 있는데, 에밀 졸라의 책들도 더 보고 싶어지네요.
 

나름 바쁘게 이런 저런 일과 함께 지내고 있다.  물론 책읽기는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지만, 아무래도 나의 일이다 보니, 남의 일을 할 때보다는 더 신경을 쓰고 집중하게 된다.  그래도 회사가 조금씩 바빠지고 있으니까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이번 해의 남은 두 달을 지내고, 2013년이 되면, 아무것도 없이, 아무 base도 없이 launching된 회사와 나의 이름이 조금은 더 알려진 상태로 새해를 맞겠구나 싶어, 약간의 희망과 함께, 살짝 기쁘기까지 하다.  최근에 진행되고 있는 몇 가지 케이스들이 수임으로 바뀌면 크리스마스는 더욱 즐거울 것 같다.

 

발자크 전작의 일환으로 읽은 단편집 두 권에는 '인간희극'의 일부에 해당하는 4너댓편의 단편 작품들이 들어있다.  읽고나면, 발자크 특유의 해학과 반전, 그리고 어떻게 보면 인생무상을 느끼게 하는 재치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워낙 다작의 작가이고, 발자크에서 파생되어 츠바이크의 작품세계까지 궁금하게 만드는 그인지라, 아직도 읽을 책이 잔뜩 쌓여있다.  나만해도 아직 세 권의 책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소위 삘 받는 날, 하나씩, 날름날름, 탐욕스럽게 음미해야지.  커피와 venture 창업, 그리고 창업으로 인한 빚더미에서 구제되기 위한 창작, 이 모두에서 그를 구해줄 부유한 미망인과의 결혼을 원했던 발자크의 삶 자체가 하나의 작품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도 발자크는 나의 흥미를 끌 수밖에 없는 작가인 듯 하다.

 

 

 

 

 

 

 

 

 

 

 

 

 

 

 

스콜세지의 명작, Good Fellas가 원래는 논픽션 르포였다는 것을 최근에서야 겨우 알게 되어 구해본 책이다.  세 주연배우들 못지 않게 최고의 연기를 펼쳤던 조연 배우들까지, 60-70년대, 뉴욕의 뒷골목을 지배한 마피아의 이야기를, God Father스러운 고상함과 화려함을 싹 걷어내고, 매우 raw하게 볼 수 있었던 영화라서, 지금도 종종 심심하면 보곤 한다.  그런데, 영화의 이미지와 겹쳐져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책은 더 재미있게 보았다.  쓰려면 이런 책을 써야지 싶을 정도로, 잡으면 손을 떼기 어려운 작품이었다. 

 

시실리 출신 어머니와 Irish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헨리는 철이 들기도 전에, 갱스터 (wiseguy)를 동경하던 차에, 우연한 기회에 당시 Lucchese조직의 정신단원이자, 지역의 최고 보스인 Paul Vario (영화에서는 Paul Cicero)의 눈에 들어, 그가 운영하던 택시회사에서 잔심부름을 하면서 조직에 몸을 담그며 하나 둘씩, 마치 숨을 쉬듯이 자연스럽게 hustler의 삶에 빠져든다. 

 

헨리가 활동하던 당시에는 나름대로 조직들의 구역정리와 협의에 의한 질서가 살아 있던 시절이었다고 한다.  좀더 나중에 일어나는 조직의 하극상 전쟁이 없던, 그 시절을, 헨리는 'glorious time'이라 회상한다.  조직을 배신하는 댓가로 연방의 증인보호 프로그램에 들어가는 헨리는, 그러나, 그를 아껴주던 Paul Vario, 또 그의 멘토이자, 증인이 되는 것을 막기위해 죽이려 하는 지마 (영화: Jimmy Conway)를 비롯하여 수 십명의 갱들과 마약상들을 - business적인 cool함과 detachement를 가지고 - 감옥으로 보내 버린다.   

 

그가 잡혔을 때, 헨리는 경찰/FBI사상 최초로 조직의 모든 생리와 활동에 대한 광범위하고 깊은 지식을 가진, 비단원이었다고 하는데, 영화의 결말과 마찬가지로, 아니 과정까지도 모두 비정하고, 비열하고, 살벌하고, 씁쓸하기 그지없다.  같은 작가의 Casino도 곧 도착하는데, 바로 읽으려 한다.

 

그 밖에도, 다음의 책들을 읽고 있다.  끝나면 정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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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러웨이 2012-11-06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트란님, 저는 이제 책을 읽으면서 책 내용 자체보다는 작가의 삶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작품을 읽는 이유가 차라리 그 작가를 조금이나마 더 알고 싶은 생각에서라고 해야 할까요. 주객이 전도된 건가... 발자크의 삶이 또 얼마나 파란만장했는지는 책을 읽어봐야 공명이 더 클까요? ㅎㅎ 지금 테스에 관한 페이퍼 하나 쓰고 있는데, 에밀 졸라 반갑네요. 자연주의. 열린세계 번역본이 괜찮은가요? 다른 번역본이 너무 많이 나와 있는 것 같아서 뭘 골라야할지 모르겠다는. 다 읽으시면 정리해주세요. ^^

transient-guest 2012-11-07 01:31   좋아요 0 | URL
저도 내용을 깊게 파고들지는 못하고, 또 행간을 통한 철학적인 의미나 이런 것들을 파악하는 것은 잘 못합니다. 그저 읽고, 또 읽는 것이지요. 님의 말씀처럼 작가에 대한 흥미 때문에 좋아하는 작품들도 많아요. 발자크도 그렇고, 체홉 같은 이도 그렇구요. 발자크의 삶은 츠바이크가 쓴 발자크 평전을 보면 좋구요, 목로주점 뿐 아니라 다른 책들도 열린세계 번역본 - 사실 번역보다도 책의 구성이나 디자인이 더 - 이 맘에 드네요. 다 읽으면 정리하겠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2-11-10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60~70년대 미국 암흑가 이야기는 재밌죠.영화로 봐도...지금이야 뉴욕하면 한국인은 멋쟁이 도시를 떠올리지만 한때는 범죄도시였지요.특히 이탈리아계 조폭들...저 르포집도 매우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제가 읽은 것은 지안카나 형제의 회고록 <미국을 죽인 남자>였습니다.

transient-guest 2012-11-13 10:18   좋아요 0 | URL
그 책도 찾아봐야죠.ㅎㅎ 전 주말에 같은 작가의 '카지노'를 읽었어요. 영화는 로버트 드니로, 죠 페시, 이렇게 둘이 열연했죠.
 

한국에는 다양한 문학상들이 있고, 이들은 신진작가들의 등용문이면서 기존의 작가들이 자신들의 예술성, 문학성, 그리고 작품성을 다시 인정 받거나 인증 받는 역할을 하고 있다 (다른 역할들 외에도). 그러나, 지난 십여년간 내가 읽어온 문학상 수상작품집들에 대한 평가는 인색할 수밖에 없었다. 자주 말하지만 90년대를 지배했던 후일담 장르에는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고, 진부함을 넘어 지겨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고 - 이는 후일담 일파 일부의 훗날 변절을 미리 예견한 결과는 아니었지만, 원래 4.19 의거를 전후하여 문단이 보여준 행태, 그리고 5.16 쿠데타 이후 그들의 변절이라는 공식은 익히 알고 있는 바 - 역시 90년대 이후 한 동안 한국의 많은 신작들이 보여준 일인칭 형태의 서술형식, 그리고 문예창작교습을 통한 찍어내기에 질렸던 터라 나는 꽤 오랜 시간동안 한국의 현대작가들의 글을 읽지 않았었다.

 

 

 

이 시기는 또 묘하게 나의 독서편력에 있어 역사 및 역사소설에 편중되었던 편식이 점차 고전문학으로 확대되어가던 시기와 겹쳐 상대적으로 가볍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현대문학의 태생적인 한계때문에 더욱 나는 한국의 현대문학을 멀리하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태생적인 한계'니 '가볍다'니 하는 것은 전적으로 나의 주관적인 느낌일 뿐이니 혹 disagree하는 분들 중, 예의가 없는 분들은 공연히 개거품을 물며 댓글로 나를 비난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서친들, 그리고 예의를 갖춘 분들께서 항시 주시는 문학교육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  이 시기의 나의 독서편력은 고전문학과 화제작, 그리고 역사/역사소설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고 있었다.

 

 

 

 

 

 

 

 

 

 

 

 

 

 

 

 

 

그러던 것이 2007년을 전후하여 과거 한국문단의 글들 - 염상섭의 동시대, 그리고 멀리는 이광수나 심훈까지 - 을 읽을 기회가 생겨서 한동안 그 시대의 한국문학을 열심히 읽었더랬다. 그리고 이문열이나 박경리, 김동리의 글도 조금씩 읽어대다가 - 난 황석영의 글은 좋아하지 않는다. 후일담 일파의 장문인격으로 생각되는 이 사람은 정말이지 별로다 - 현대소설로 넘어와서 김탁환이나 김성종, 정비석 등의 글을 많이 읽어대기도 했다. 그러나 역시 문학상 그리고 젊은 작가들의 책은 손대지 않고 있었다. 정확하게는 무지했던 것일 수도 있는데, 이는 김영하, 천명관, 정이현 같은 젊은 작가들은 차치하고라도 신경숙이나 은희경같이 최근 한국 문학계를 주름잡고 있는 작가들에게도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이번에 읽은 2012년 이상문학상 작품집, 그리고 천명관, 정이현, 김영하 작가의 작품들을 보니 내가 후일담 보이콧에 머물러 있는 동안에도 한국의 문학은 꾸준히 발전하고 진화하였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더 이상 찬란했던 80년대 운동권의 회고 (물론 그들은 변신하고 변절하여 유시민류와 김문수류 그리고 수두룩한 중간의 아류들로 바뀌었으니까 더 이상 추억의 대상이 아니다)도 없었고, 한 시대를 풍미한 일인칭도 많이 사라졌거나 순화되어 더 이상 거부감을 느끼지 않게 되었다.  시대상을 떠나서, 글쓰기 자체가 더욱 세련되어 지고, 솔직해진 느낌을 받았다면 과장일까?  물론 군데군데 아직도 이런 것들이 많이 보이는 단편들도 일부 있지만, 무엇인가 전체적으로 많이 발전된 느낌, 그리고 힘이 있다는 느낌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지금 우리의 서점을 채우고 있는 많은 동시대 한국 작가들의 책을 더 많이 읽어보고 싶어졌으니까, 적어도 내가 예전에 느끼던 그 부족함은 많이 메워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제 수 많은 다른 작가들의 책도 꾸준히 읽어볼 것이고 보다 더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작가들의 책도 또한 구해볼 것이다.  생각해보니 동시대의 작품들만큼 내가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투영하여 들여다 볼 수 있는 것도 드물겠다.  고전문학에서 진리와 지혜를 배우고 반복되는 역사를 본다면, 현대문학, 특히 동시대의 책에서는 지금, NOW를 살아가는 우리는 보는 것이다.  왜 이렇게 살고 있는지, 산다는 것은 무엇인지, 어떻게 살고 있는 것인지 등등, 나 하나로 나타나는 단편적인 삶 뿐만 아니라 내가 살아보지 못하는, 싫어서 살고싶지 않은 다른 형태의 삶 또한 볼 수 있는 것이리라. 

 

가슴이 벅차다.  어떤 즐거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  또 어떤 새로운 글이 나의 마음을 사로잡을까?  이런 저런 생각들에 slow한 10월의 business일상 때문에 자주 울적한 나의 심사가 간만에 살짝 밝아졌다. 

 

이제 아침 일찍 공원에 가서 걸으면서 이 기분을 이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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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러웨이 2012-10-15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공생들을 제외하고는 이광수니 염상섭 김동인부터 시작해서 읽는 사람들이 있을까 했는데 트란님도 읽으셨군요. 반가워요. 하도 읽은지가 오래된 작가들이라 가물가물하지만 읽는 운치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되네요. 안그래도 근간에 어떤 책을 읽고는 계속해서 <상록수>를 떠올렸었는데 작가 이름이 생각 안났었거든요. ㅎㅎㅎ 저는 차근차근히 갈래요. 그렇게 생각만 해도 설레요. 그나저나 기분이 조금 나아지셨다니 다행요. ^^

transient-guest 2012-10-16 00:47   좋아요 0 | URL
예전의 작품들에서는 요즘의 책에서 느끼지 못하는 그 무엇을 느낄때가 많아요. 일정부분 낭만이고, 또 궁상같기도 하지만, 형식과 방법이 중요시되던 시절에 대한 향수가 저에게는 있습니다, 그 시대의 사람이 아니지만요. Midnight in Paris를 보면서 많이 공감을 했다고 하면 좀 쉽게 표현이 될런지요?ㅎ
천천히 한 걸음씩 가셔요. 경치도 보면서, 쉬기도 하고, 좀 다른 것도 하시다가...여정 자체가 즐거움이잖아요.ㅎ

2012-10-16 2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0-16 23: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12-10-17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황석영 씨 작품은 70~80년대 것이 있습니다.후일담에 해당하는 작품 몇 개 알려주시겠습니까? 한 번 읽어보고 싶네요.

transient-guest 2012-10-18 00:52   좋아요 0 | URL
오래된 정원이 떠오릅니다만, 저는 이 분의 작품을 그리 많이 읽어보지는 않았습니다. 별로 좋아하는 작가는 아니에요. 지극히 주관적인 standard입니다만, 고은 시인도 그렇고 저는 좀 그렇네요.

노이에자이트 2012-10-20 09:31   좋아요 0 | URL
그 소설은 영화로도 나왔습니다.염정아 지진희 주연이었죠.황석영 씨 작품이 영화화된 게 꽤 있죠.초창기 것도 포함해서.

나이든 작가들의 최근작에 실망할 땐 역시 젊은 시절 작품을 읽어보는 게 좋더군요.

transient-guest 2012-10-20 21:23   좋아요 0 | URL
영화도 그냥 그렇더라구요. '세상과 화해하자는'말 하나만 여운이 남았드랬습니다. 이는 현실과도 관계가 있는데, 소위 치열했던 이념을 시대를 살았던 많은 사람들이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느냐도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주말에 지난 번 구입하여 두었던 김영하 작가의 책 두 권을 내리 읽고 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마쳤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는 반 정도를 읽은 것 같다.

 

최근에 시작한 한국 작가의 책읽기의 일환으로 읽었는데, 정이현 작가 그리고 천명관 작가의 책들과 함께 사들인 것들이다. 

 

앞서 이야기 했는지 기억나지 않아 다시 말하지만, 한국의 현대 문학을 멀리 했던 과거를 반성하고 후회하게 해주는 책들이다. 

 

고전문학이나 외국의 현대 작가들과는 사뭇 다른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내게는 좀 멀리에 있는 현재 한국의 사회상을 작가 나름대로의 재구성을 통해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보면서, 그저 그런 뉴스의 한 단면으로만 보이던 십대들의 탈선, 방황, 내지는 자유로의 행각이 적나라하게 그려지는데, 갈곳없는 십대소녀들이 또래들과 함께 지내는 원조교제와 난교의 나날을 작가는 "이것은 이들이 십여 년 전 놀이터에서 하던 소꿉놀이의 악몽 버전 혹은 포르노 버전이라고 할 수 있었다"라는 문장으로 표현해 버리는데, 참으로 적절한, 그리고 매우 raw한 한 마디라고 생각했다.

 

공권력의 그저그런 보편성, 그러나 시위대나 폭주족과는 달리, 계속 이어지는 연속성, 그리고 이 연속성이 만들어내는 힘, 두려움 같은 것들도 잘 표현되어 있고, 가카치세에서의 촛불시위가 이 연속성과 보편성 뒤에 숨은 끈질긴 추적으로 무너졌음을 담담한 김영하 작가 특유의 필체로 그려냈다.  이 작가의 글을 읽고 있으면 그의 팟캐스트의 나레이션을 듣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을 받는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는 SF와 추리소설이 접목된 것 같은 단편들을 모아놓은 책인데, 이 역시 매우 신선한 기분을 느끼며 읽고 있다.  아! 이렇게 생각하고 보면, 나는 읽어야 할 책이, 아니 읽고 싶은 책이 너무도 많은 것이다.  아직은 한번도 들여다본 적이 없는 유명작가들만 해도 수두룩한데 말이다.  

 

토요일에는 간만에 State Park에 가서 redwood의 향기에 취할 수 있었다.  날씨가 좀더 따뜻한, 한가로운 날엔 여기에 가서 조용히 책을 읽고 낮잠을 자는 것도 좋을 것 같다.

 

 

 

Henry Cowell State Park인데, 옛날에 매우 돈이 많았던 사람인 듯 하다.  USCS의 첫 캠퍼스가 이 사람의 기부로 지어졌는데, 이는 Cowell College라는 이름과, 이 College의 미니 도서관에 걸린 그의 초상화를 보면 알 수 있다.  이렇게 좋은 일을 하는 큰 부자들이 많았기에 다양한 문화시설과 자연시설들이 조성되고 보존되는 것인듯 한데, 청계재단은 물론 여기서 안드로메다 보다도 더 멀리 떨어진 존재이니까 패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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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2-10-09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무 숲이 부러운데요. 요즘은 정신없이 바쁜 일 때문에 저런 여유를 즐겨본지도 오랩니다.

transient-guest 2012-10-10 00:59   좋아요 0 | URL
가끔은 이렇게 숲속에 들어가서 가만히 있는게 좋더라구요. 올레길도 산책길도 좋지만, 숲 그 자체를 즐기는 것은 또 다른 맛이 있습니다.ㅎ 가까운 시일내에 여유가 생겼으면 좋겠네요.

댈러웨이 2012-10-10 0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트란님,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이 책이 제가 읽은 김영하 작가의 유일한 책인데요, 말씀하신 그런 요소 때문에 저랑 잘 안 맞았나봐요. <검은 꽃>이랑 <나는 나를 파괴할-> 이 책들을 읽어보고 싶은데 트란님이 안내좀 해 주세요. 우와 공원인데 저런 우림수 같은 나무들이 있는 거에요? 저희동네랑은 비교를 할 수가... ( ")

transient-guest 2012-10-10 02:41   좋아요 0 | URL
저도 책을 구해보아야 하는데요, 어쩌면 댈러웨이님께서 더 빨리 읽으시게 될런지도 모르겠네요.ㅋ
이 파크는 말이 파크지 1,750에이커의 수림이에요. Redwood 보호림같은건데요. 젤 오래된 나무가 한 3000살이라고 하더라구요.ㅎ
 

리뷰라는 것이 쉽지 않을 때가 있고, 또 리뷰하기 어려운 책이 늘상 있게 마련이다.  때로는 게으름에, 가끔은 내용이 남지 않아서, 혹은 그냥 하기 싫어서 읽고 나서 꼭 글로 남기자는 결의가 무색하게 그냥 책장에 꽂혀지는 때가 많은 것이다.  그러다가, 다시 마음을 다잡고, 몇 권의 후기를 페이퍼 형식을 빌어 남기는데, 리뷰라기보다는 그냥 간략한 후기 내지는 길라잡이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

 

작년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단일화를 전후하여 지금까지 한국 정치계를, 아니 사회전반을 흔들고 있는 키워드 안철수.  양식있는, 그리고 변화를 원하는 사람들의 기대와, 그 대착점에 서있는 자들의 견제와 흠집내기를 받고 있는, 현재에는 경선도 없이 강력한 대권후보로서의 출사표를 던진 그의 생각. 

 

이 책을 읽었더라면 아마도 안철수가 최소한 대권후보로 나올 것 정도는 예측할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워낙에 늦게 읽는 바람에 김이 좀 빠진 감도 있다. 

 

조금은 상식적으로 보이는 생각들을 조리있게, 그리고 온화한 그만의 말투로 풀어놓았다.  대부분의 그쪽 진영 사람들처럼 센세이션을 노린 발언따윈 찾기 어려웠고, 복잡한 개념도 없었다.  그저 담담하게 인터뷰 형식을 빌어 그만이 가진 정치적인 소신을 피력하는 것이다.  혹자는 구체적인 이야기가 없다고 하는데, 그건 당연한 것이다.  노하우가 있다면 까발리지 말하야하고, 일단 구체적인 이야기, 즉 방법론이 나오기 시작하면, 적 진영에 꼬투리를 잡을 수 있은 빌미를 주게되고, 물타기와 양비론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상품이 아무리 좋아도 세일즈와 마케팅 차원에서 막혀버리면, 그 뒤는 뻔한 것이다. 

 

하지만, 칭찬 일색으로 가기에는 이미 안철수는 정.치.인.이 되었다.  경선에서 단일화가 될 지 아니면 1987년 정국으로 되돌아가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정치인 안철수에게는 그 순수함만큼이나 현실적인 능력에 대해서는 아직 점수를 주기 어렵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아니 평가 자체가 어렵다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이는 좀더 두고 보아야 할 것이다.

 

사람이 살아온 과정은 그 사람의 현재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그래서일까, 일견 뻔한 말들이고, 상식적이고, 원론적인 이야기라해도 그의 입에서 나오니 신뢰가 갔다.  눈이 작고 쥐를 닮은 그분은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하여도 애시당초 믿을 수가 없었는데 말이다.  역시 사람은 좋은 인생을 살고 볼 일이다.

 

한국판 Sex and the City라고 보기엔 그 화려함에 따라가지 못한다.  하지만, 내가 읽은 정이현 작가의 첫 작품은 그 나름대로의 맛, 고전문학과 외국소설을 주로 읽어온 나에게는 매우 생소한, 그렇지만 신선한 그런 맛을 선사했다. 

 

같은 시대, 그리고 비슷한 연배의 등장인물들 (주어는 생략)에게서 무엇인지 모를 지난 시절의 향수를 느꼈고, 많은 부분을 공감할 수 있었다면 조금은 과장일까.  나도 그들과 같은 시기에 비슷한 경험을 하면서 비슷한 문화를 소비하며 내 길을 찾아왔고, 지금의 이곳에서 나의 삶을 살고 있다. 

 

무엇이 달콤한지는 알 수 없다.  오히려 달콤이라는 그 말에서 나는 인공감미료와 백설탕의 끝맛에서 느껴지는 씁쓸함을 느낀다.  그렇게 우리는 살아가고, 늙어가고 있는 것이다. 

 

하나 덧붙이자면, 극중 케릭터들 중에서 '태오'라는 영화판을 전전하는 대학중퇴 젊은이 - 주인공 화자의 짦은 연애대상 - 은 그 sincere한 포장에도 불구하고 내가 개인적으로 매우 싫어하는 인간군상이다.  도대체 멀쩡한 얼굴과 마음씨로 여자에게 - 의도와는 상관없이 - 빌붙는 남성은 나의 관점에서는 남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일부러 찾아서 statistic을 만들지 않아서 그렇지, 이런 인간들은 꽤나 많을 것이다.  특히 아사리판같은 연예계 그리고 그 경계에 있는 화류계에.  보면서 답답하다 못해, 개인적인 증오를 느꼈다면 조금은 과장이겠지만, 내가 싫어하는 두 종류의 인간류들 중 하나에 해당한다.  

 

이 책을 추리소설이라고 해야할까, 사회소설이라고 해야할까.  등장인물 각각의 관점에서 비슷한 시간대의 사건을 재구성하면서 그들의 내면을 통해 한 event를 바라보는 재미가 있다. 

 

위의 책과는 달리 이 책은 전반적으로 어둡다.  마치 소설을 읽는 내내 회색빛 dome으로 뒤덮힌 무대공간을 바라보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을 받았다. 

 

아버지에게서 받지 못한 것을 찾아 헤메이며 사귀는 남자에 집착하는 은성.  비밀스런 방화로 놓아버린 마음의 그 무엇인가를 해소하는 혜성.  닫혀버린 유지.  그리고 장기밀매업자 상호와 그의 대만계 재취 옥영.  옥영의 애인 명.  과연 그 시체는 누구의 것일까?  끝까지 말해주지는 않지만, 누구의 것인지는 너무도 명확하다.  그래서 더욱 mysterious하다.  그는 왜 간 것일까?  그가 말하는 빚이라는 것이 - 사실 simple하게 유추되기에 더욱 의심스러운 - 과연 무엇일까?  

 

나는 이 작가의 political corretness가 마음에 든다.  적어도 우리 입장에서는 매우 객관적인 눈으로 한일관계를 보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일본의 입장에서는 조금은 비주류적인 사관을 가지고 있는 듯 한데, 이것이 소설에서 여과없이 주인공의 독백과 생각을 통해 표현된다.  주인공의 가장 강력한 조력자가 한국 유학생이라는 설정이 우연은 아닐 것이다.

 

신생인류라.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물론 현 시대의 연구로 인해, 호모 사피엔스의 출현은 우리가 배워왔듯이 점진적이지 않은, 약간은 돌연변이적이었다는 학설이 정설로 자리잡아가고 있지만, 우리의 다음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지 않았다. 하지만, 작가의 셋팅 - 다음 단계의 인류는 4차원적인 시각으로 지금을 볼 것이라는 - 이 매우 설들력이 있게 보인다.

 

또하나.  일급전범이 부시 Jr.는 번즈라는 이름으로, 그리고 그를 실질적으로 조종했던 딕 체이니는 체임벌린이라는 이름으로, 그 외의 구성은 9-11이후의 미국이 저지른 불법적인 침략전쟁과 살인 - 심지어는 자국민을 대상으로 한 - 을 약간만 가공하여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국민 대다수가 반대했던 이라크 침공, 그리고 살인과 고문, 이 모든 것들이 부시 Jr.치세에 행해졌고, 그 덕분에 국가의 미래와 국민의 행복에 쓰였어야 할 돈이 모조리 부시와 그 똘마니들의 주머니로 들어가 버렸다.  덤으로 부시 Jr.의 8년 동안 중국은 군사경제대국으로 부상해 버렸고, 지금은 미국의 목줄을 타고 앉아 세계를 호령하고 있다.  소설이기는 하지만, 따라서 그들이 혼나는 것을 보는 것은 꽤나 즐거웠다고 생각된다.  이 작가의 다른 책들도 좀 구해서 보아야 하겠다.

 

마지막으로 사무실 한켠에 마련한 책장에 3겹으로 꽂혀 있는 내 책들의 사진을 올린다.  이외에도 한 2000권 정도의 한국책과 영어책이 부모님 댁에 보관되어 있는데, 집을 사면 제일 먼저 서재를 꾸리고 싶다는 바램이 빨리 이루어지길 기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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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10-06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긴 책장에 삼겹으로요! 게다가 이천권 더! 대단하십니다. 페이퍼나 후기가 그 책의 느낌을 더 잘 보여주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요. ^^

transient-guest 2012-10-07 01:08   좋아요 0 | URL
그만큼 못 읽은 책도 많은거죠..-_-:ㅋ
저는 줄거리보다는 제가 받은 느낌, 풍기는 냄새, 또 그 책을 읽으면서 떠오른 과거의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런 것들을 위주로 후기를 남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줄거리와 분석을 곁들이는 것도 좋은데 말이죠..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