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당분간은 한국에서 책을 미국으로 배송받지는 않을 생각인데 갖고 있는 책이 많아서 읽을 책은 부족하지 않을 것이다. 하면 새로운 책을 받는 재미는 못 느끼겠지만 그래도 배송 열 번이면 건당 평균 8-10만원 정도의 DHL비용이니 100만원 정도를 아껴 책을 더 살 수 있을 것이라서 배송지역할을 해주는 친구의 집에 쌓아놓을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어차피 요즘처럼 책을 읽는 속도가 느리게 간다면 새로 책을 많이 받는 의미가 별로 없다.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시간이 참 빠르게 지나간다고 느끼는데 혹시 내가 전체적으로 느려진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책이 눈에 잘 안 들어온다기보다는 빨라진 시간의 흐름에 대비해서 내 속도가 현격히 느려진 것은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 


무엇이든 때가 있다고 경험을 통해 믿게 되었으니 일을 하는 것도 꾸준한 건 가능할지 모르겠으나 active하게 처리하는 건 50대가 마지막일 것이라 생각한다. 나의 큰 그림에 따라 55세까지는 일차 FIRE가 가능해질 것 같은데 일정한 수준까지는 마음가짐의 문제가 될 것이다. 더 일찍은 어렵고 굳이 55세로 잡은 건 이 정도면 이후 5년간 phase out하면서 완전히 practice를 끝낼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market이 그 전에 더 축소되거나 A.I.로 주도권이 넘어가버린다면 어쩔 수 없이 더 빨리 그만두어야 할 지도 모르겠지만 아마 내 시대까지는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다. 


기실 요즘 mid level manager들이 점차 정리대상이 되어가는 것 같고 entry level의 경우 훨씬 적은 숫자를 뽑는 것 같은데 SV바닥을 넘어 많은 지역과 산업분야로 이런 트렌드가 확산되어가는 것 같다. coding도 그렇지만 회계나 법률법인의 경우 원래 명문학교출신으로 비싼 초급으로 데려가는 가방모찌 같은 직급의 신입들은 그 숫자가 매년 줄어들 수 밖에 없으니 지금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오는 친구들은 내가 20여년 전에 겪은 것과는 차원이 다른 험난한 미래를 살아내야 할 것이다. 아직까지는 케바케로 다르고 막상 또 취직을 잘 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기는 한데 보편적인 경향은 확실히 보다 적은 job숫자로 넘어가는 추세라서 나라마다 여기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본다. 


Job sharing을 통해 일은 part-time으로 earning은 full-time으로 가는 것이 답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게 말처럼 쉽지도 않고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이슈를 많이 갖고 있어서 어떤 방식으로 풀릴지는 전혀 알 수가 없다. 


그냥 나에게 주어진 환경과 기회에서 최대한 열심히 노력하고 준비하는 것이 답일 것이다. 


월요일이라서 역시 무척 바쁘게 지나가고 있는데 이번 주만 잘 버티면 그간 밀린 일도 어느 정도 정리가 될 것이다. 2주 정도 밀린 것이 4-5주 정도가 되어 겨우 잡히는 것. 메일도 꾸준히 정리하고 간단한 업무는 충분히 처리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 최선이니 FIRE 1차 이전엔 역시 노는 것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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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5-06-24 20: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이를 먹어갈수록 얻는 것보다 잃는 게 자꾸 많아지기에 시간도 빠르게 느껴지나 봅니다.

transient-guest 2025-06-25 01:53   좋아요 0 | URL
그런 면도 있겠지요? 저는 진짜로 시간은 빠르게 흐르는데 비해 모든 것이 느려지는 탓에 시간의 흐름을 빠르게 느끼는 것 같습니다. 일도 책도 예전처럼 빠르게 못하니 일하는 날은 하루가 금방 지나갑니다. 진짜 53-55세에 일차 FIRE 시작하고 이후 3-5년 사이에 완전히 정리했으면 좋겠어요.
 

이전부터 눈이 점점 나빠지고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지금 사용하는 노트북의 폰트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기에 일하는 것이 어려웠는데 이번에 노트북을 바꿀까 하다가 아직 램이 32기가에 쓸만해서 키보드와 배터리만 고쳐서 사용하기로 하고 보조모니터를 하나 샀다. 이젠 그냥 노트북만 갖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출장을 가거나 하면 보조모니터를 가져가게 된 것이다. 15인치 정도인데 아마 거치하고 머무는 곳에서 메인으로 사용하게 될 것이다. 


책은 딱 한 권만. 가면서 읽을 것으로 가볍게. 


돌아올 땐 많은 책을 가져올 것이라서 더더욱. 


짐은 잠깐 다녀가는 것 치고는 좀 많이...


돌아오는 길엔 책으로 가득찰 것이니...


내시경 72시간 전인데 48시간 전부터 지켜도 된다는 학설(?)을 믿고, 도저히 늦은 밤 비행기에 라운지에서의 고독한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맥주를 조금 마시고 있다. 이틀간 물을 아주 많이 마시는 것으로 속을 비워야지...


98년 DC에서 인턴쉽을 하던 대학시절 한국음식이 그리워 주말에 시간이 맞으면 금요일 밤 9시 기차를 타고 뉴욕 팬스테이션으로 가서 다시 새벽 5시엔가 롤아일랜드 레일 첫차로 이모댁에 가던 기억이 새록새록..


사람이 거의 없는 밤기차를 타니 식당칸이 넉넉해서 늘 핫도그 하나에 맥주 한 병을 마시면서 낭만을 즐겼던 어린 시절의 추억이 떠오른다. 


그떄하고는 비교도 할 수 없은 만큼 무거워진 주머니와 사회적인 평판, 명예, 경험...그에 비례해서 무거워진 등짐을 생각하면 역시 누구나 생각하듯이 젊은 시절이 아니 그리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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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5-05-16 20: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눈이 침침해질때부터 추억은 더 새록새록해집니다.

transient-guest 2025-05-17 20:16   좋아요 0 | URL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ㅎ 점점 더 가버린 시간을 보게 되네요.

blanca 2025-05-17 09: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 그래도 어제 동갑 지인들을 만나니 다들 노안으로 힘들어하더라고요. 읽고 쓰는 일에 가장 방해가 되니 받아들이자, 싶다가도 순간 마음이 가라앉습니다. 젊음이 그리운 대목이 시력과 체력이네요. 내시경 음식 조절하고 전날 그 약은 진짜 너무 힘들어요. 잘 마치시기를...

transient-guest 2025-05-17 20:16   좋아요 0 | URL
갑자기 그렇게 나빠지더라구요. ㅎㅎ 체력은 노력으로 좀 어떻게 해보겠는데 시력은 진짜 그냥 시간과 함께 나빠지는 것 같아요. 내일부터는 지옥에네요.ㅎㅎㅎ 감사합니다

감은빛 2025-05-18 02: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노안으로 노트북 화면을 보는 것이 어려워졌을 때 절망감을 느꼈어요. 이제 화면 들여다보는 것이 참 쉽지 않아요. 차라리 폰은 안경을 벗으면 잘 보이는데, 노트북은 참 애매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네요. 결국 저도 적당한 모니터가 있어야 일을 할 수 있게 되었어요. 에휴!

transient-guest 2025-05-20 02:12   좋아요 0 | URL
지금 있는 곳은 보조모니터를 펼치가 나빠서 그냥 쓰고 있는데 어렵네요.ㅎ 지금 나오는 노트북은 더 많이 가볍고 얇은 모델이 많아서 17인치 풀 키보드사이즈 고려하고 있습니다..ㅎ

다락방 2025-05-20 16: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돋보기 생각중입니다 ㅠㅠ

transient-guest 2025-05-20 23:47   좋아요 0 | URL
아 우린 모두 함께 가고 있군요..-_-:: 돋보기는 쓰고 싶지 않습니다 정말로...
 

월요일이 검진이라 48-72시간 금주 음식조절인데 라운지에서 밤비행기를 기다리는데 아니 마실 수가 없다. 철드는건 포기했지 싶다…그래도 난 내돈으로 술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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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5-05-16 17: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라운지 술이라니 너무 좋네요. 잘 다녀오시기 바랍니다!

transient-guest 2025-05-17 20:17   좋아요 0 | URL
샘 아담스를 생맥으로 마시는 건 또 다른 기쁨이었습니다.ㅎㅎ 감사합니다
 

2020년 코로나 당시 열심히 걷고 뛰던 시절에 5월초에 살짝 흩뿌린 비를 맞고서는 기상이변이라고 생각했었다. Nor Cal에서 SV가 위치한 이곳은 보통 늦어도 3월이면 우기가 끝나는 것이 보통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매년 본격적인 우기가 끝난 3월 이후에도 조금씩 비가 오기 시작하더니 2023-24년에는 6월에도 아주 조금이지만 비가 내린 기억이 있다. 덕분에 종종 이곳 날씨답지 않게 습한 (여기 기준으로) 여름날을 맞곤 했었는데.


무려 5월 12일인 오늘 흐린 아침에 바람이 많이 불더니 오전 9-10시까지 엄청난 양의 비가 쏟아졌다. 소나기도 아니고 지나가는 비도 아닌 듯 장대비가 주룩주룩 내렸던 것이다.


그러더니 10:30이후로는 해가 나기 시작했고 지금은 해와 구름이 번갈아가면서 하늘의 우위를 점하려는 듯 다투고 있다. 


이젠 확실히 변한 것이다. 한국도 매년 파종시기의 norm이 깨져서 날을 잡기 어렵다던데...


인간말종이란 표현에서 문득 말종이 인간이란 생각을 해버렸다. 지구를 박살내고 있는 우리라는 '종'이 과연 얼마나 더 이렇게 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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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5-05-13 21: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보면 인간에 의한 자연 파괴지만 자연의 입장에서 보면 그냥 바이러스 자정 작용 정도로 보여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파괴되는 건 자연이 아니라 인간 스스로인거죠. 자연은 괜찮아 인간이 문제지 라는 말도 그런 이유겠죠.

transient-guest 2025-05-14 07:49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자연의 눈으로 보면 우린 스치고 지나가는 한 지점에 불과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이전에도 있었고 우리 이후에도 세상은 존재할 것이란 생각을 하다보면 많은 것들이 참 부질없게 느껴집니다.
 

3월 17일까지도 많은 애국시민들은 광장에서 떨고 있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 수많은 시민들이 굥거니가 돌아올 수도 있다는 두려움과 싸우며 분노하고 있었다. 4월 4일에 다행히 탄핵이 만장일치로 인용되어 잠시 숨을 돌리려던 참에.


우원식 국회의장의 입에서 나온 말은 “개헌”이었다. 그가 주말 사이 돌연 꺼내든 개헌론은, 탄핵 인용이라는 역사적 순간과 기묘하게 어긋난다. 그것은 시민의 승리를 뒤로 하고, 기성 정치권이 다시 중심 무대로 복귀하려는 신호처럼 보인다. 더 큰 문제는 그 모임에 모인 이들의 면면이다. 탄핵기각을 주장했던 학자들, 국힘당 의원들 (심지어 오세훈까지도), 그리고 이낙연·김부겸 같은 구세력들까지 모여 마치 "포스트-윤" 체제를 설계하겠다는 듯한 태도는 분노를 자아낸다. 마치 시민은 단지 사건을 통과시키는 배경에 불과했다는 듯이. 


개헌이 필요하다는 주장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왜 지금, 그리고 누구에 의해, 누구를 위해 논의되느냐이다.

한국 정치에서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프레임은 특히 진보가 정권을 잡거나 하면 언제나 개헌의 명분으로 등장했다. 하지만 문제는 제도가 아니라, 그 제도를 제왕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아닌가 싶다.


제도는 뼈대일 뿐이다. 뼈대가 사람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인식과 태도가 제도를 규정한다. 윤석열 정권의 문제는 대통령제가 아니라 윤석열이라는 인물이었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타이밍에 개헌을 들고 나온다면, 그것은 제도개혁이 아니라 권력재배치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각에서는 내각책임제와 양원제를 논의한다. 그러면서 대통령 중임제를 슬쩍 거론한다. 하지만 그것은 국민과는 멀고, 정치 엘리트들 사이에서만 이루어지는 권력 나눠먹기의 전시장이 되기 십상이다 마치 일본처럼. 한국의 국회가 지금 그 책임을 감당할 정도의 품격과 신뢰를 갖추었는가? 오히려 국민의 정치 불신을 더 고착화시킬 위험이 크다.


우원식 국회의장을 향해 사람들이 “개헌수괴”라 부르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는 원래 추미애가 맡았어야 할 국회의장 자리를 가져간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의장직 수행 내내 점잖은 씹선비질을 반복하면서 고구마같은 정치인으로 비쳐졌다. 그런데 이번 탄핵 정국에서 마치 본인이 역사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나서는 모습은, 시민의 투쟁 위에 올라선 권력자의 자의식처럼 보인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개헌이 아니다. 기억의 복원과 방향의 재확인이다.

탄핵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어야 한다. 아직도 다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한 내란동조세력이 군, 경, 검, 법원, 언론, 행정부에 넘쳐난다. 거기에 국힘당은 대놓고 탄핵을 방해했고 재판 내낸 굥을 옹호해온 바 해산되어야 마땅하다. 굥거기와 그 주변부에서 권력과 돈을 나눈 사람들도 처벌되어야 하는데 아직 명확하게 제대로 수사된 것이 없다. 내란대행 한떡수나 최모가지 그리고 관련자들은 지금도 승진하고 요직에 알박기를 하고 있는 지금 '개헌'이라니.

개헌은 대선이 다 끝나고 모든 수사와 처벌이 이루어지고 사회와 경제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그 다음에, 아니, 시민들이 원할 때 논의할 일이다. 


감이 떨어진 건지 뭔지 알 수가 없지만 질이 아주 나쁜 놈들이 모여서 아주 저질스러운 작당을 모의하고 있는 것 같다. 우원식도 김경수도 김부겸도 똥도 개똥도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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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5-04-08 19: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말을 몸소 실천하려고 그러나 봅니다. 아직 잔존 내란 세력이 꺼지지 않은 잔불처럼 저리 호시탐탐 세력을 키우려고 하는데 진보는 또 사분오열 찢어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아 화가 나네요. 쓰신 글귀 중 시민이 단지 사건을 통과시키는 배경에 불과했다는 말이 참 아픕니다.

transient-guest 2025-04-09 01:06   좋아요 0 | URL
탄핵인용이 되자마자 저러니까 너무 황당하고 한심합니다. 요처에 박혀서 알박기한 놈들 천지에 심지어 계엄을 미리 알고 가족을 피신시킨 주범들 중 하나가 헌재 재판관 후보로 지명된 위헌적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데 말이죠. 시민들이 몸으로 막아서 지킨 나라를 자기들끼리 나눠가지려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