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보통 퇴근시간이 늦어진다. 시도때도 없는 이곳의 traffic jam은 이미 내가 살던 시절의 LA와 OC를 뛰어넘은지 오래라서 보통 오후 세 시부터는 차가 밀리기 시작해서 저녁 일곱 시는 넘어가야 풀리기 시작한다. 같은 거리를 밀리면 4-50분을 천천히 고속도로 진입로부터 exit까지 갈 수도 있고 15분이면 가뿐하게 주파할 수도 있으니 일찍 나오는 것과 늦게 집으로 떠나는 것이 한 시간 안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금요일은 종종 사정이 더 나은 편이지만 이때는 또 주말이라서 일찍 어디론가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그 나름대로의 러시아워가 심해서 2021년에 사무실근처에서 좀더 떨어진 곳으로 이사를 간 후에는 늘 이걸 반복하고 있다. 사무실 lease가 끝나는 2026년 중반까지는 계속 이 짓을 해야하는데 그나마 그것도 사무실을 사는 곳 근처로 좋은 값에 옮길 수 있다는 전제가 따른다.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걱정거리가 늘어감에 따라 책에 온전히 집중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느낌이다. 예전엔 일이 없는 시기엔 줄창 책을 읽거나 운동을 했고 실제로 그렇게 코로나로 인해 사실상 개점휴업상태였던 2020년을 버텼었다. 요즘은 힘도 빠지고 해서 당시의 루틴을 재현하지 못하고 있다. 당시 새벽에 일어나서 5-6마일을 걷고 출근해서 일을 조금 하거나 책을 보다가 오후에는 덤벨 몇 개와 바벨 한 개로 이런 저런 운동루틴을 맨몸운동과 섞어서 3분할로 수행하고 더해서 허공격자를 적게는 300회에서 많으면 1000회까지 했었다. 그때의 정신상태는 각오와, 포기와 체념에 더한 순응에 가까운 하루를 보내면서 나태해지거나 나약해지는 것을 방지하는 것에 최선을 다했던 것 같다. 2021년부터는 상황이 많이 좋아졌고 2024년까지도 일이 많았는데 그 탓인지 정신상태는 그저 일을 때워가는 것처럼 매우 타동적으로 하루씩 연명했다는 생각이 든다.
늘 절박한 심정이지만 그래도 이젠 이대로 잘 가면 뒷날 어느 정도로 은퇴가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할 만큼의 여유는 생겼다. 부자가 널린 이곳이고 5-6년 전에만 해도 쩔쩔 매다가 다니는 회사의 stock이 수직상승해서 갑부가 된 이들도 많기 때문에 내가 이룬 건 사실 대단하기는 커녕 이제 뭔가 '부'라는 것에 초입에 들어왔다고 할 정도? 게다가 나이가 옛 한국의 나이로는 쉰이라서 많이 늦은 편이긴 하다만 그래도 12년 전에 학자금융자를 잔뜩 끌어안고 있는 상태에서 만 불로 창업한 late bloomer치고는 나름 고생하면서 잘 해왔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이대로 3년씩 끊어서 3번의 round로 잡고 매 round마다 은퇴가 가능한 지점에 도달하는 것을 꿈꿔본다. 천천히 한다면 어느 정도의 일은 계속 하고 싶다만 본격적인 AI시대가 되면 사라질 가능성이 높은 수많은 화이트컬러 직업들 중 하나라서 그저 다음 10년을 잘 버텨내기를 바랄 뿐이다.
다섯 시부터 조금씩 읽기 시작한 오늘의 두 권.
구글맵으로 보니 역시 일곱 시가 다 되어가는 지금은 40분으로 나오던 집까지의 소요시간이 18분으로 떨어졌다. 이제 슬슬 나가야겠다. 토요일에는 조금 더 넓은 unit으로 이사를 가게 되어 매일 부담이 심하다. 이건 이것대로 빨리 지나갔으면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