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하다보면 항상 비슷한 패턴으로 업무가 처리되고, 성과가 나오고, 잠시 slow하다가, 한꺼번에 많은 일거리가 밀려들어오고, 그 와중에 쉽게 처리되길 바랬으나 재심서류가 나와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결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상황이 온다. 대략 내가 살아가는 일년이 이런 패턴의 반복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오늘도 그 패턴에 의해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속으로는 욕도 해가면서 일을 하고 있다. 그럼에두 불구하고 금요일이라서 조금은 행복해하면서 주말의 휴식을 간절하게 기다리는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읽고 싶은 책도 많고 갖고 싶은 것도 많아서 심심하면 알라딘이나 아마존을 기웃거린다. 그러다보면 결국 뭔가를 사게 된다. 당장 알라딘에서 책을 주문한 것이 화요일이었는데 아직 shipping도 나가지 않은 상태에서 엊그제 아마존에서 책을 구입했고 오늘 또다시 알라딘을 기웃거리다가 책을 주문해버리고 말았다. 오늘은 아마도 높은 스트레스에 의한 반대급부와 원달러 환율 때문일 것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프랑스구간을 걷는 이야기. 번역문학가로 활동하는 저자가 특히 사랑하여 기회가 되면 걷게 된다는 르퓌지역을 구간마다 소개하면서 소소한 정보와 함께 책을 매개로 전달하는 잔잔함이 좋다. 한때 너무 지치고 힘든 나머지 늘 slow life를 꿈꾸던 시기가 있었다. 늘 RV를 타고 떠도는 삶, 시골에서 조용하게 사는 삶을 그렸었는데 기실 RV를 타고 떠도는 삶은 사실상 glorified version of homeless의 삶이라고도 하듯이 쉬운 것이 아니었고 시골 또한 그리 만만한 곳이 아니라서 손재주가 없으면 결국 돈으로 때워야 하는 삶이라서 이젠 맘이 없지만 산티아고 순례는 꼭 가보고 싶다. 산티아고 순례길도 그렇고 이런 저런 좋은 길을 하염없이 걷고 저녁엔 쉬면서 책을 읽으면서 보내보고 싶다. 읽는 내내 그런 생각을 하면서 역시 내가 많이 지쳤구나라는 생각을 계속 할 수 밖에 없었다.



연작으로 화성에서의 첫 이주부터 화성-지구가 제법 연결되어 오가는 시절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과학자들은 strict하게 모든 factor를 수치화하여 일체의 감정을 배제하고 가능성을 그려본다면 작가는 수치화될 수 없는 human factor를 그려본다고 말하는 후기를 보면 aI를 이용한 모든 computation은 그대로 의미가 있다고 해도 우리가 화성, 아니 달에 가서 사는 정도만 해도 인문학의 접근을 통한 예측과 계량이 필요할 것 같다. AI가 소설도 쓸 수 있다는 시대에 왔으니 작가라는 직업도 얼마나 더 갈 수 있을지 모른다. 아니 사람이 이 모습 그대로 화성에 가는 날이 오기 전에 우린 엄청난 대재앙이나 대전쟁을 통해 강제적인 혁명을 먼저 거쳐서 status quo를 부수고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야 할 것만 같다. 그래서 내 살아생전에 화성으로 가는 모습을 보는 건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냥 소설만 열심히 읽어도 될 것 같다. 


주말에 읽을 책 몇 권을 챙겨서 퇴근할 때 가져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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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24-06-15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 보니 저도 산티아고 순레하고 싶었던 기억이 나네요. 해외에서 알라딘 배송추적하며 초조해하던 기억도 납니다. ^^
 

주말에 읽은 것들을 정리한다. 일은 끊임없이 해야하는데 사람이란 것이 기계가 아니라서 이렇지 지치는 목요일이 되면 가끔 자잘한 업무만 처리하면서 살짝 쉬는 시간이 필요하다.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걸작 5부작. 4-5권을 내리 마저 읽었다. 가장 임팩트가 강했던 첫 번째 Talented Mr. Ripley만큼은 아니지만 괜찮았다. 첫 번째는 알랭 들롱의 '태양은 가득히', 맷 데이먼의 Talented Mr. Ripley, 그리고 최근 넷플릭스의 시리즈로 만들어졌고 두 번째는 좀 엉뚱하게도 존 말코비치가 리플리로 등장했던 Ripley's Game이란 영화로 나온 적이 있다. 사이코패쓰기질이라고 봐야할 리플리의 아무렇지도 않은 살인행각이 처음엔 아주 이상하지만 시리즈를 읽다보면 무척 자연스럽게, 그라면 당연히 그랬을 것처럼 생각되니 이런 것도 전염성이 있구나 싶다. 심리묘사를 따라가다보니 그렇게 되는 건가 싶다.


다양한 책이 번역되는 요즘이지만 아무래도 영미권만큼 익숙하지 않은 것이 유럽, 특히 북유럽작가들 같다. 몇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을 봐도 그런 느낌을 받는데 생각해보면 노르웨이 작가의 책은 진짜 처음 보는 것 같다. 노르웨이 하면 그저 어릴 때 읽은 아문센이나 난센 같은 탐험가들의 전기나 피오르드, 극지방의 오로라 같은 단편적인 이미지들만 떠오를 뿐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걸 알게 된다. 


계속 같은 일을 반복해서 서술하고 또 반복한다. 그 와중에 엄청난 긴박감을 느끼게 하는데 나도 모르게 글을 빨리 읽으면서 그 속도감을 그대로 따라가게 된다. 기승전결만 보면 이런 저런 innuendo가 있는 것 같은데 과거의 동성애적 관계를 이야기하는 것 같기도 하고 절친했던 둘만 아는 어떤 비밀스러운 행위나 다른 사건 - 주로는 성적인 innuendo로 - 을 끝까지 정확하게 밝히지 않으면서 이야기는 계속 숨가쁘게 서술된다. 북쪽 끝 어딘가 한적한 동네에서 어제도 오늘도 아무런 변화가 없는 끝없이 반복되는 하루를 살아가면서 그러나 Youtube에서 보여지는 그런 삶의 낭만은 전적으로 배제된 모습이 막막하다. 끝없이 밤이 이어지는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200kg의 근육질과 50kg의 말라깽이가 같은 글러브를 끼고 같은 링에서 똑같이 10 카운트 룰로 복싱대결을 한다고 하면 이걸 공정한 룰에 의한 공정한 대결이라고 말할 정신나간 사람은 없을 것이다. 50kg가 두들겨 맞고 끝나버릴 일방적인 결과를 보면서 자유경쟁에 따른 공정한 결과라고 말할 미친 인간은 없을 것이란 말이다. 


그런데 우리가 살아가는 자본주의시스템에서는 이걸 갖고 자유로운 경쟁, 시장자유화 등 다양한 말로 공정함을 피력하는 것 같다. 더구나 시장논리에서는 룰 마저도 200kg짜리에 훨씬 유리하게 되어 있고 언제든지 그가 원하는 대로 룰과 심판을 bend하고 있음에도 그렇게 시장만능을 외치는 건 결국 절대부자, 절대강자들이 '자유경쟁'이 얼마나 자기들한테 유리한지 알기 때문이 아닐까. 


미국도 엉망이고 이보다 더 엉망인 한국에서는 결국 대자본일수록, 정치, 검찰과 가까울 수록 처벌의 수위가 낮아지거나 처벌을 받지 않게 된다. 희망적인 메시지를 던지고는 있으나 해결책은 요원하고 기본적으로 읽을수록 법은 왜 지키며 살아야 하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세상은 바뀌지 않을 것이니 이 status quo를 무너뜨리는 유일한 방법은 결국 국제급의 대재앙이나 대전쟁 밖에 없을 것 같다. 



지난 주 목요일 난생 처음 북경오리를 먹어봤다. 지인이 잘 아는 곳에 각자 와인 한 병씩을 들고 갔고 한 명은 무려 수정방을 들고 왔던 엄청난 술자리였다. 백주 또한 처음 마셔봤는데 고급한 술이라서 그런지 와인과 섞어 마셨음에도 불구하고 다음 날 상태가 나쁘지 않았다. 심지어 마신 다음 날 오후에 어디를 다녀오느라 여섯 시간이 넘는 왕복운전까지 했다는 사실. 


술집도 좋고 음식과 함께 가져간 술을 마시는 술자리도 좋다. 집에서 마시는 술은 요즘은 조금 재미가 떨어지는데 이것도 안 하다 보면 또 그리워져서 일부러 사람을 만나는 약속을 없애고 주말에 혼술자리를 마련하게 된다. 


이번 주, 다음 주, 그리고 7월 4일 주간 이렇게 거의 매주 술자리가 예정되어 있으니 걱정과 즐거움이 반반이다. 어느덧 사회관계가 조금 생겨서 한 동안 안 보면 또 만날 자리를 만들게 되는 사람들이 생긴 것이다. 금년까지는 그렇게 지나가고 몇몇 멤버들의 귀임과 함께 따로 만나는 자리를 fold하여 3-4인으로 줄어든 채 현지에 남은 사람들끼리 자리를 갖게 될 것이다. 아직은 신발, 마음, 기억을 놓고 나오는 술집은 없으니 다행이다. 그렇게 미친 듯이 마셔도 되는 나이는 아니기 때문에.

















그리고 주말에 읽은 세 권 더. 


한국의 법정에서 검사는 자기의 사건을 beyond the reasonable doubt수준으로 증명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 국정원의 문건이, 그것도 2급비밀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조사가 된 건이 있고, 다양한 경로로 검찰이 시도한 사건조작정황이 나왔다면 그것이 어떻게 beyond the reasonable doubt수준에 도달했다고 판결할 수 있나. 국정원문건은 아무 설명이나 근거가 없이 못 믿을 문건이고 김성태의 증언은 건실한 기업인이라서 믿을 수 있다는 취지의 설명으로 뭉개는 판사의 꼴이란. 신모씨 당신 그 죗갚은 치루고 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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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랬지만 지금까지의 생에서 무엇이든지 쉽게 빨리 이루는 건 없었던 것 같다. 생성연도보다는 expiration에 더 가까워가는 지금에는 그래서 운동도 조심하면서 천천히 강도를 높게 가져간다. 달리기를 peak친 것이 고작 3년 전인데 이걸 다시 하려니 이렇게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이다. 무게도 여전히 pre-COVID수준으로는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데 이건 더욱 어쩔 수가 없는 것이 이미 근육량이 줄어드는 나이대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근육운동을 꾸준히 해주면서 달리기도 계속 더 늘려가는 것이 목표. 땀을 많이 빼는 것, 그리고 사이즈를 줄이는 것이 다음 5-10년 정도의 목표라서. 지금의 구조에서 슬림한 구조로 탄탄한 근육을 유지하면서 다운시키는 것인데 수영도 하면 좋겠지만 그건 시간상 도저히 어렵기에 일단 달리기, 걷기, 자전거로 trying.


오늘 드물게도 5일째 근육운동을 수행하고 달리기, 자전거타기를 하여 간만에 처음으로 100마일 움직이기, 2만칼로리 태우기를 달성했다. 삶에서도 이런 날들이 종종 있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어거지로라도 목표치를 채우는 것 말이다. 





























지난 연휴주말에 몰아서 열심히 읽었다. 평일에는 퇴근해서 조금 앉아있다가 보면 금방 자는 시간이 되어버리니까 TV도 안 보는 날이 많다. 이대로라면 TV는 NFL시즌까지 끊었다가 다시 가입해도 될 것 같다. 모두 좋은 책들. 모르면 모르는 대로 하루키의 책은 나오면 냉큼 가져다 읽어야 한다. 


연휴로 4일만 일했는데 어쩌다보니 6-7일은 일한 것 같은 한 주간이었다. 주말엔 아무 생각없이 그냥 놀 것이다. 그래서 다음 주를 또 살아갈 힘을 낼 수 있을테니까.


사건을 조작하고 그것이 들어나니까 검사로서의 힘을 이용해서 보복수사를 한 아주 나쁜 검사놈의 탄핵이 헌재에서 기각되었다. 심지어 2인의 헌재판나놈들은 아예 죄가 없다고 판결을 했다. 그야말로 범죄자들의 전성시대가 아닌가 싶다. 달걀을 마는 것처럼 나라를 말아먹고 있는 알콜중독자와 마담을 뽑은 대가 치고는 너무 한 것 같다.


채상병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기도 전에 사건사고가 계속 터지더니 이젠 중대장의 가혹행위로 훈련병이 죽었다. 자꾸 성별을 붙여서 이야기하는데 그건 이슈가 아니다. 또라이가 군대라는 곳에서 권력을 갖고 낮은 위치에 있는 사람을 abuse해서 죽인 것이 이 사건의 본질이다. 근본적으로 abusive한 사람이 군대라는 곳에 가서 중대장의 지위에 올라서 발생한 사건이라고 생각하며 이런 사람은 다른 곳에서는 비슷하게 다른 사고를 쳤을 것이라고 본다. 더 웃기는 건 이런 자를 두둔하여 심리상담을 하고 보호를 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군사행정이다. 언제까지 공짜로 개인을 착취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RT출신이라고 하던데 빽이 센가 아니면 엄마가 샤넬백을 들고 마담을 찾아갔나...


부패한 대법관, 극우성향의 대법관 + 트럼프가 임명한 수많은 MAGA판사들까지 더 이상 이곳도 사법시스템의 fairness를 믿지 못하게 되었지만 NY주에서 트럼프의 34개 죄목을 모두 인정하는 것으로 아주 약간의 희망을 갖게 되었다. 대선에 큰 영향을 줄 것 같지도 않고 실제로 빵에 보낼 것 같지도 않지만 게다가 본질은 선거법위반인 것을 다른 방향으로 보도하는 것이지만 어쨌든 무죄가 나거나 mistrial이 났더라면 진짜 절망할 뻔했다. 


이런 저런 생각이 많은 하루의 끝자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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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돌아가는 꼴을 보면 역시 의원내각제는 한국의 사정에 맞지 않는 정치제도로 결론이 난다. 국민들은 안 그런데 정치하는 사람들은 자리를 지키고 앉아서 슬렁슬렁 이권다툼만 하면서 적당히 굴러가면 그만일 수도 있는 제도가 될 것 같기 때문이다. 일본을 보면 답이 나오는 것이다. 런 의미에서 당원들과 국민들의 절대다수가 원했던 후보를 일개 의원들이 내부의 짬짜미로 탈락시키고 엉뚱한 사람을 의장으로 뽑은 이번의 사태는 아주 큰 교훈으로 남게 될 것이다. 


꼴에 법조인이라고 한때 법조인출신들이 그나마 낫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는데 판검사출신들이 주류로 활동하는 한국의 법조계라서 딱히 이들의 다수가 국회나 정부요직으로 진출한다고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것 같지 않다고 생각한지도 꽤 됐다. 


세상이 혼란한 것이 세기말의 휴거사태보다 더한 것 같다. 2차대전 후 미국과 소련의 양극체제에서 2000년대의 다극화시대를 넘어 이젠 세상이 일종의 군웅할거시대로 접어든 것이 아닌가 싶다. 지난 70년이 넘는 세월동안 누린 평화의 댓가로 우린 엄청난 빈부격차와 status quo가 강화된 시대를 살고 있다고 본다. 절대로 법이나 도덕으로는 개선이 될 수가 없는 이슈라고 보는데 Great War로 인해 노동자계급을 비롯한 보통의 사람들의 시대를 열었고 2차대전으로 인해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던 것이 좋은 예가 아닌가 싶다. 강고한 어떤 시스템, 그리고 그 밑에서 부와 힘을 축적하고 있는 계층이 무너지려면 결국 엄청난 수준의 전쟁이나 대파국수준의 재앙밖에 없다고 점점 더 믿게 된다. 게다가 오랜 억압과 slow genocide끝이라고는 하지만 대량으로 이스라엘인들을 살해한 하마스의 테러와 이를 기회로 삼아 국내의 정치적인 이슈를 전쟁으로 갈아엎은 네탄야후가 주도한 팔레스타인사람들의 대학살을 보면서 humanity에 대한 기대가 점점 더 낮아지고 있는 요즘이라서 더욱 그렇다. A.I.는 결국 전쟁을 위해 쓰이게 될 것만 같다. 우린 이기적이고 어리석은 인간종이니까.


지금과는 다른 시절 최고의 자리에 오른 디바의 이야기. 아주 알아듣기 쉽게 요점을 적절하게 잘 짚어서 그녀의 일생을 서술한 책이다. 풍월당주 박종호선생은 클래식의 다양한 장르를 평생 추구해온 매니악급 마니아가 아닌가 싶다. 클래식과 재즈를 즐겨온 것이 12-15년 정도가 되지만 그 지식도 일천하고 귀는 아마도 영구적으로 열리지 않을 것 같아서 다른 좋은 입문서들과 함께 그의 책을 길라잡이로 보곤 한다. 이분처럼 한 걸음 멀찍이 떨어져서 그렇게 낭만을 좇아다니면서 한 세상을 사는 것도 이런 시대를 이겨내는 방법일게다. 오페라는 너무 난해하고 아직 제대로는 커녕 시작도 못해봤지만 관심이 있어서 가끔씩 어디선가 들어본 음반이 눈에 띄면 일단 사놓고 본다. 음악에서 사람으로, 사람에 관심을 갖고 음악으로 어떤 길이든 좋다. 가곡은 좋아하는데 일전에 어떤 가수의 책을 읽고 그의 음반을 듣기도 했으니까. 마리아 칼라스가 필요했던 건 오나시스의 사랑이었으나 오나시스에게 필요했던 건 장식품 역할이나 할 디바가 필요했으니 오나시스가 만지고 다룬건 다 부서지다 못해 나중에는 자기자신도 부서져버린 것이 참 그렇다. 이 대가수가 노년의 원숙함에 이르기 전에 커리어가 멈춘 건 아트에 있어 큰 손실이겠지만 그래서 더더욱 드라마틱한 것이 마리아 칼라스의 삶이다. DVD든 비디오테잎이든 예전부터 모인 것을 다 갖고 있는데 작년엔가 짐을 정리하다가 보니 아마도 어머니가 사놓고 보셨을 유명가수들의 공연실황녹화가 몇 개 있었는데 그 중에 마리아 칼라스가 있었다. 귀하게 모셔두었다가 혼자 즐길 생각이다. 















지난 주말 일요일 모처럼 푹 쉬면서 하루종일 책을 볼 기회가 있어 내리 읽었다. 일찍 운동을 마치고 커피를 마시면서 밝은 낮의 빛에 기대어 읽다가 오후로 넘어오면서 TV에 YouTube으로 비내리는 종로의 모습을, 산속 어딘가의 비오는 오두막을, 카페를, 서점을 그렇게 빗소리를 BGM으로 틀어놓고 어두워질때까지 책을 봤다. 평일에는 저녁에 퇴근하면 하루의 힘이 다 빠져서 책은 커녕 TV도 안 보는 일상이라서 이렇게 가끔 주말에 한나절 책을 보면 꽤 힐링이 된다. 소설도 좋고 역사나 문학도 좋겠지만 특히 책읽기란 행위에 힘을 실어 주는 책을 보면 아주 좋다. 


1. 김화영이란 불문학자이자 불어번역가가 있어서 참 다행이다. 선생이 번역한 책은 다 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는데 이미 절판된 책도 꽤 많아서 실망.

2. '하류인생'이란 특이한 책의 저자. 예전에 본 책이다. 도서관을 비롯해서 공공사업엔 효율이나 이익을 따질 수 없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것들을 돈의 논리로만 대하는 정치와 행정의 문제에 대해 생각했다. 아실 공공사업은 그 사업의 존재와 수행 그 자체가 효율이고 이익인데 말이다.

3. 금정연이 인천에 연고가 있고 1981년생이란 사실이 충격. 훨씬 더 젊은이의 글이라고 예전에 생각했는데 따지고 보니 그가 처음 책을 냈을 무렵엔 팔팔한 젊은이였던 것이 맞았고 지금은 그도 나이를 먹은 것이다. 


이걸 왜 샀고 읽었을까 지금도 알지 못한다. 논문처럼 빡빡하여 기실 내용이 잘 들어오지도 않았고 생각보다 주제의 흥미도 덜했기 때문에. 







어쨌든 수요일까지 살아냈다.  


어려운 시대에도 책은 읽어야 하고 지식과 지혜의 불꽃은, 아니 불씨는 계속 지켜져야 한다. 언제 어느때 세상이 개판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요즘 책만큼은, 그리고 조금 욕심을 내면 영화까지 무조건 지켜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모은 것들에 관심을 가져주는 뒷사람이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처절한 전투와 반복되는 봉쇄, 폭격속에서도 책을 읽고 지켜가던 젊은이들의 이야기에서 용기를 얻는다. 슬프게도 이 책에 나온 사람들 대부분은 죽었거나 생사를 알지 못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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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05-23 10: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책 읽고 싶네요.
80년대 생들이 나이 드는 거 보면 우리만 나이드는 거 아니구나 그런 생각 들 때가 있어요. 하긴 밀레니엄 베이비들이 20대니 말해 뭐하겠습니까. ㅎㅎ

transient-guest 2024-05-24 01:29   좋아요 1 | URL
90년대생이 30대가 됐으니 말 다했죠 뭐. ㅎㅎ 다라야의 지하 비밀 도서관은 처절하게 낭만적이라서 지금 생각하면 더욱 슬퍼집니다.
 

평생 책을 읽어왔고 앞으로도 읽겠지만 단 한번도 책을 읽는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거나 누군가에게 찍힌 적은 없다. 잘하지는 못했지만 공부도 오래 했고 변호사로 일을 하고 있으니 나에겐 무엇인가를 읽고 쓴다는 건 그저 일상의 모습일 뿐이다. 


지적인 열등감과 관심병자의 행보를 보이는 모씨가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우연을 가장하여 굳이 사진에 담아서 곳곳에 뿌린 것을 보니 드는 생각이다. 


공부도 잘했고 부잣집에서 태어서 고생이 뭔지, 어렵게 산다는 것이 뭔지 모르는 그가 왜 이다지도 심한 관심병과 인정욕구에 시달리는 것일까. 충분히 높은 자리까지 갔고 지금 나와서 로펌에 들어가도 좋은 대우를 받을 것이며 이러니 저러니 말이 많은 아이들은 어쨌든 현재 명문에서 수학 중이며 배우자는 국내 최고의 로펌에서 일하고 있고 모르긴 해도 돈도 아주 많을텐데. 무엇이 이자의 문제일까. 


글이 무척 찰지고 나이가 든 느낌이라서 통통 튀는 듯한 글보다 훨씬 더 정겹게 눈에 들어온다. 책값이 다른 것들에 비해서는 훨씬 싸다고는 하지만 돈이 없으면 그 싼 책을 더 싸게 사야하니 헌책의 매력은 일단 가격에서 나온다고 본다. 여기에 물성으로써의 책을 말한다면 헌책은 새책 한 권의 값이면 여럿을 살 수 있으니 읽는 것 못지않게 사들이는 것을 즐기는 많은 독서인들 중에는 헌책을 훨씬 더 선호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인천에서 자란 저자는 책으로 밥을 먹는 사람인데 글에서 보이는 그의 나고 자람과 살아온 과정이 만만하지는 않았음인데 어쩌다가 책을 만드는 것을 업으로 하게 되었을까. 이 노틱한 글을 쓴 사람은 아무래도 나보다 한두 살은 어린 것 같다. 우리들의 십대의 후반까지는 인천의 다운타운이었던 동인천의 대한서림, 양키시장, 애관극장 등 반가운 곳들을 추억할 수 있었다. 


아벨서점의 경우 나이가 많이 들어서 알게 되었지만 늘 헌책을 생각하면 그리운 곳인데 한국에 살던 시절엔 따로 헌책방을 찾아다닐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이 아쉽다. 아마 학교에서 집까지 빨라도 버스로 한 시간, 여기에 학교건물에서 제물포역전의 버스정류장까지 15-20분은 족히 걸려 걸어서 내려오는 짓을 매일 하느라 가급적 집으로 가는 방향의 서점에서 책을 찾았기 때문. 반대방향으로 가야 하는 배다리골목을 갈 생각은 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일찍 헌책과 헌책방을 만났더라면 책값을 많이 아낄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약간의 아쉬움, 그보다 더한 건 많은 멋진 공간들, 그리고 어쩌면 기연을 통해 만났었을지도 모르는, 십대나 이십대의 내가 무척 많은 걸 배웠을지도 모를 인연들을 놓쳤다는 것. 



소설도 에세이도 다 좋은 줌파 라히리의 책. 여럿을 예전에 사두고는 꽤 오랬동안 열지 못하다가 엊그제 일하기 싫은 날이 이어지는 와중에 읽은 한 권. 거의 끝까지, 아니 역자의 글을 읽을 때까지 난 이 책이 에세이라고 생각하면서 읽었다. 너무도 저자의 삶이 많이 묻어나오는 탓도 있었고 꼭지마다 조금씩 다른 이야기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읽으면서 영국의 도시 어딘가의 거리, 교복을 입는 학교, 그보다 더 많이는 이탈리아의 도심, 카페 같은 곳을 계속 떠올렸다. 저자가 가르치고 있는 프린스턴은 제대로 된 모습을 모르기도 했고 프로비던스주의 모습이라고는 도통 상상할 수 없었기에 미국의 그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지난 연말에 돌아가신 서경식선생처럼 줌파 라히리도 소속과 언어가 origin과 태어나 살아온 곳, 공부한 곳, 살고 있는 곳이 뒤섞여 한 곳에서 태어나 살아온 사람과는 다른 비전으로 세상을 보고 있는 것 같다. 잔잔하면서도 치열한 글이 좋다.



먹는 것, 움직이는 것, 등등 무병장수에 중요한 많은 것들 중에서 community와 사람과의 관계에 포커스한 이야기. 책에서 비판하는 양양제과용, 운동과다, 건강한 음식에 대한 집착만큼이나 저자는 사람들과의 교류와 community의 결속에 큰 점수를 준다. 결국 data를 어떤 방식으로 얻었는지 어디에 집중한 것인지 등 리서치라는 것의 내재된 이슈가 있어 약간은 비판적으로 받아들여도 좋은 이야기라고 생각된다. 운동이나 영양제, 식단관리처럼 여기서 중요시되는 것들 또한 결국 causation과 correlation을 혼동 혹은 혼용하는 사례가 있을 것 같다. 전체적으로는 충분히 공감하고 참고할 의견이지만 따라서 이를 무조건 신뢰하는 건 옳지 않다고 본다. 많은 것들이 그러하듯이 balance해서 듣고 실천하는 것이 좋겠다. 운동, 음식, 영양제일부, 여기에 사람들과 관계와 교류가 중요할 것이니 무엇이 다른 무엇보다 더 혹은 덜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말자. 


의욕이 너무 떨어진 한 주를 보냈다. 해야하는 일만 겨우 처리하면서 하루씩 버틴 것 같다. 다음 주는 더 나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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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깨비 2024-05-17 09: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예전에는 아주 저렴한 가격의 낡은 헌책을 샀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책곰팡이가 무서워져서 (곰팡이 핀 책 모르고 잘못 들이면 다른 책에 옮는건 아닌가 걱정이 되서) 알라딘 중고책 최상등급까지만 주문합니다. 구더기가 무서워 장을 못담그고 있지요... ㅠㅠ 그래서 책값이 부담스럽지만 나름 덜 사고 (두번 세번 아니 수십번 고민하고 주문합니다), 더디게 사고 (당장 읽고 싶은 신간이 나와도 중고로 나올때까지 기다렸다가), 그리고 빨리 읽고 (바로 여기가 보틀넥입니다..) 다시 되팔아 또 사고 그러는 중입니다.

transient-guest 2024-05-17 10:26   좋아요 1 | URL
곰팡이는 진짜 무섭죠. 사실 헌책방에서 한 권씩 살피면서 사면 그런 걱정을 안하겠지만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어떤 책이 걸릴지 알 수가 없겠네요. 저는 산 책은 가급적 갖자는 주의라서 나중엔 모르겠지만 지금은 팔고 있지는 않습니다. 갈수록 책이 비싸지고 있는 것도 그렇고 해서 점점 조금씩만 사려고 합니다. ㅎ

stella.K 2024-05-17 10: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변호사님이시군요. 근데 왜 전 사업하신다고 알고 있었을까요? ㅠ
지난 몇년 사이 책값이 많이 비싸졌더군요. 그래서 저도 중고샵을 주로 애용하고 있습니다. 중고샵없었으면 어떻게 할 뻔했나 싶어요. 아무튼 헌책 읽고 싶네요. 언제고 중고샵에서 발견되면 한번 읽...ㅎㅎ

transient-guest 2024-05-17 10:29   좋아요 1 | URL
제가 자영업이란 표현을 많이 써서 그러신 것 같아요.ㅎㅎ 사실 큰 회사도 아니고 저 혼자 일하는 개인오피스라서 그냥 장사하는 기분으로 일합니다. 헌책방에서 한나절 책을 보면서 하나씩 골라잡는 재미를 다시 느껴보고 싶네요. 가급적이면 바깥이 추운 겨울, 그래서 따뜻한 난로가 있는 서점 안이 좋은 그런 계절에 말이죠. 가면 화평동냉면을 한 그릇 먹고 슬슬 걸어서 아벨서점으로 가려고 합니다. ㅎㅎㅎ ‘아무튼 시리즈‘가 있어서 관심가는 걸 가끔 구해보고 있어요.

추풍오장원 2024-05-17 11: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사법시험을 할까 행정고시를 할까 고민하다가 법관 되지 못할거면 그냥 행정고시로 가자 싶어서 행시치고 공직생활 중인데 가보지 못한 변호사의 길도 궁금합니다...ㅎㅎ

transient-guest 2024-05-18 01:24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저는 미국변호사라서 한국과는 좀 다를 것 같고 또 개인 practice라서 로펌 등 조직생활과도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혼자 일하다보니 조직생활이 궁금한 것이 많습니다. 여기도 K공기업들도 많이 나와있는데 행시출신은 뵌 적인 없네요. ㅎ

나와같다면 2024-05-17 21: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타워팰리스에 사는 한 위원장이 왜 굳이 서민들이 오가는 공공 도서관에 가서 SF 소설책을 펴들고 앉아 있었을까?
조용히 집에서 책을 읽으면서 진정한 사색을 해보면 어떨까요? 아, 윤석열 대통령이 버리고 갔다는 책들을 한 전 위원장에게 선물해 줬으면 좋았을 뻔했습니다

transient-guest 2024-05-18 01:27   좋아요 0 | URL
원래 선물하려고 추려놨다가 총선 후 관계가 소원해지면서 버린 건희??? ㅎㅎㅎ 그 똑똑하다는 머리가 왜 이렇게 구린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모르겠어요. 요즘 세상에 그렇게 사진이 찍혀서 올려지면 누가 우연이라고 믿을까요? 보이는 것에 집착하는 사람 같습니다. 전에 집무실도 그렇고 뭔가 남이 자기를 이렇게 봐주었으면 하는 모습을 자꾸 project하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