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중에서 일부만 절판이 된채 다른 책들은 그대로 판매되고 있는 것들이 꽤 있다. 이가 빠져버린 모양새가 되어 아주 기분이 나쁘고 성가시기 그지 없는데 출판사에 문의해도 답이 없고 비싼 값을 주고 중고를 사거나 운좋게 알라딘중고 혹은 헌책방에서 발견하는 수밖에 없다. 최근에 책 몇 권을 그렇게 구하는 것으로 짝을 맞춘 것이 사폰의 시리즈 하나, 그리고 카잔차키스전집에서의 한 권이다. 


미국의 경우 보통 너무 오래된 책이 아니면 적절한 가격에 구할 수 있는데 특별한 희귀본이 아니라면 보통 중고책의 가격으로 사게 되거나 헌책같은 새책이지만 원래 가격에 구할 수 있는 것이 보통이다. 쓸데없이 욕심을 부려 값은 매기는 건 한국와 일본의 헌책이 좀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문제가 아니라 아예 시리즈가 중간에 작가의 사망으로 인해 끊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Song of Ice and Fire는 책을 구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나이도 많고 몸도 후덕하여 당뇨와 고지혈증, 혈압 등등 무거운 몸과 관련된 모든 만성질병을 다 갖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마틴씨는 도대체 언제가 되면 여섯 번째 이야기를 출간할 것인가. 앞으로 두 개의 작품이 더 나올 예정인데 심지어 여섯 번쨰는 Winds of Winter라고 제목도 정해진 것 같은데 아직도 언제 나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마 마틴씨도 모를 것 같다. 


Wheel of Time이라는 대서사시가 있다. Amazon Prime에서 극화한 것을 한 시즌 보다가 말았고 책은 권당 근 1000페이지 정도라서 네 번째까지 읽고 중단하고 나니 다시 시작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이 시리즈는 본편 14권, 그리고 prequel 1권으로 되어 있다. 작가는 1948년에 태어나서 2007년에 타개했는데 2006년에 심장 아밀로이드 병이라고 단백질이 심장에 축적되어 문제가 생기는 병으로 진단을 받고 당시 4년 정도 더 살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을 했는데 결과적으로 일년 후에 사망한 것이 되어버렸다. 1-11권까지 그리고 prequel이 작가 생전에 나왔고 12-14권까지는 Brandon Sanderson이 나머지를 정리해서 사후 출간되었다. 총 23년 가까이 걸려 완성된 대작인데 아직 뒷부분을 읽지 못하여 느낌이 많이 달라졌는지는 판단할 수 없으나 마틴씨는 서둘러 남은 두 권을 출간해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마틴씨도 Robert Jordan과 동갑으로 1948년생이니 결코 젊지 않은 나이라서 더욱 걱정이 된다. 관심이 가는 분은 드라마보단 책을 볼 것을 권한다. 드라마는 아무래도 그 장대한 스케일과 서사를 압축한 탓에, 그리고 PC함이 적당한 수준을 넘었다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보는 편이라서 그 즐거움이 많이 줄어들어서 한 시즌 후엔 안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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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5-04-15 16: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틴옹께서 5부까지 깔아놓은 떡밥이 너무 많아 6부,7부에서 회수할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서둘러 회수하면 작품이 용두사미가 될 수도 있겠고 6부,7부를 4,5권으로 늘리는 묘수도 있겠지만 지금의 집필 속도로 볼때 그것도 무리수 같네요. 6부가 나올때 쯤에는 앞의 내용도 잊어버려 또 읽어야 정리가 될 텐데 5부까지가 9천 페이지에 달하니 참 엄두가 나지 않네요. ㅎㅎ

transient-guest 2025-04-16 00:32   좋아요 0 | URL
드라마가 되면서 너무 이런 저런 아이디어 실험(?)을 많이 했죠.ㅎㅎ 그걸 다 회수하려면 진짜 2-3권은 더 나와야 할 것 같네요. 저도 영문판 읽다가 그때 한창 바쁠때라서 나중에 읽으려고 미뤘는데 다시 시작을 못하고 있네요. 미국책은 진짜 1부 = 한 권으로 나와서 엄청 길죠. 한국어로 번역하면 보통 2-3권으로 나뉘고 책값은 1.5-2배 정도로 올라가는 것 같아요 (미국 한권 = 한국 2-3권, 그리고 1.5-2배).
 

책을 읽는 속도가 문제인지 전반적으로 느리게 사고하기 시작한 뇌가 문제인지 책을 매우 천천히 적게 읽고 있다. 조금 지친 탓도 있고 계엄 이후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한국의 혼란과 때를 만난 것처럼 곳곳에서 기어나오는 바퀴벌레와도 같은 인간들의 모습에 구역질이 나서 그런 면도 있다. 특히 시대가 개차반같다보니 한국이나 미국이나 마음을 기대지 못하는 상황이라서 머리가 쉴 틈이 없다. 조금 더 희망이 가득한 날들을 맞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건만. 


그래서일까 '잊혀진 책들의 공동묘지'시리즈를 읽는 내내 재미가 주는 즐거움과는 별개로 끊임없이 공안정치시대의 한국을 떠올려야 했다. 그 시대로 회귀하려는 지금의 미국과, 비록 일단 막아내기는 했지만 계엄령을 통해 이를 시도한 어떤 못된 놈과 그 처단과 처리를 어렵게 만드는 사회 곳곳에 알박기되어 있는 부류의 인간들을과 소설이 오버랩되어 그런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추리소설로써의 재미도 훌륭했고 개성만점에 매력까지 겹한 등장인물들의 서사도 좋았지만 이번 첫 번째 독서에서 이 시리즈는 프랑코시대와 박정희-전두환-노태우까지 이어지는 한국과의 공안정치라는 접점에 대한 생각이 너무 강렬했던 것 같다. 읽으면서 어쩌니 화가 나던지. 


책에 얽힌 비밀스러운 이야기, 거기에 잊혀진 책들로 가득한, 도시 지하에 거미줄처럼 퍼져있는 책의 묘지라니. 바르셀로나라는 고도가 품은 역사와 함께 너무도 매력적인 소설이었는데 난 어쩌다 보니 이 소설을 아주 최근에 알게 되어 읽어버리게 된 것일까. 분명히 내 레이더망에 일찍 들어왔어도 이상하지 않았을텐데.


소설의 시간연대순서가 좀 왔다갔다 하지만 스토리에는 지장이 전혀 없다. '천국의 수인'으로 중간에 빠진 이야기를 보충한 것은 그야 말로 화룡점정이었다. 작가가 타계하여 더 소설이 나오지는 못하겠지만 번역된 것들은 모두 주문했다.
















유횽준선생의 책 외 두 권의 저자들은 모두 세상을 떠났다. '유럽을 가다 1'은 아마 '유럽을 가다 2'를 구상하고 출판되었을텐데 어찌될까. 유홍준선생의 책을 읽으면서 무척 낭만적인 시절을 살았구나 싶어 부러웠다. 주변의 다양한 문인들과 열사들을 벗과 스승으로 두었으니 어렵고 엄혹한 시절이었지만 무척 행복했을 것 같다. 


오늘부터는 다시 열일, 열독, 열운동의 모드로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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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5-04-12 17: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연재를 하시는 분들이 떠나면 많이 난감해질 것 같네요.
전 얼음과 불의 노래의 마틴 옹께서 장수하길 손꼽아 기도하고 있습니다. 70이 넘으신 분이 5부이후 15년째 6부를 간만 보고 계십니다.

transient-guest 2025-04-13 23:54   좋아요 0 | URL
격하게 공감합니다 드라마 시퀄도 나왔는데 어째 남은 이야기가 책으로는 안 나오네여 말로는 죽어도 다른 작가가 이어서 정리해 줄 수 있게 해놨다고는 합니다만
Wheel of Time 시리즈가 그렇게 1-2권이 작가 사후에 나오긴 했습니다 권당 평균 천페이지에 12-3권으로 되어서 모아놓고 네 권까지 읽다가 중단했는데 언제 다시 시작할지 모르겠지만 너무 좋아하는 시리즈입다. 뭐 어떻게든 되겠죠 ㅎㅎ
 

시절이 거지같아서 늘 화가 나고 조바심이 나는 일상을 살고 있다. 예상한대로 큰소리만 치는 트럼프는 취임 후 두 달이 채 안 된 시점에 주가를 작살내고 사회와 경제를 망치고 있다. 한국에서는 당장 탄핵되어 내란수괴로 사형되어 마땅한 굥이 지귀연이란 희대의 판새를 만나 석방되고 심우정이란 희대의 법창의 결정으로 상고를 포기받아 탈옥에 성공했다. 


너무도 당연한 탄핵 또한 그 결말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 탓에, 그리고 한줌도 안되는 무리들을 한곳에 모아놓은 전광훈같은 사이비교주들이 주동한 폭동으로 여론전이 시작되었고 그 덕분에 사회 곳곳에서 암약하는 추종세력들이 있음을 알게 되었으니 그 스트레스가 또 만땅이다. 탄핵은 기정사실이어야 하건만 이 또한 보장된 것이 아님을 잘 알기 때문에 더욱 그 불안지수가 올라가고 있다. 


나라도 좋고 민족도 좋지만 일단 나는 살고봐야 할 것 같아서 마음을 다잡고 일상의 의무를 다하고자 마음을 단단히 먹는다. 운동도 열심히 하고 일도 열심히 해서 긴 싸움을 끝내 이겨내리란 그런 마음으로 조용히 다짐해본다. '싸울테면 싸우자'라고.


이런 시국에도 독서는 계속 되어야 한다. 수집과 읽는 행위는 운동과 기도와 함께 일상에서 큰 기쁨을 주는데 아마 주말에 갖는 혼자만의 와인 마시기와 함께 포기할 수 없는 즐거움이다. 














8개국어를 하고 주은래의 특별한 주선으로 북조선으로 돌아간 덕분에 이런 저런 사유로 자행된 숙청에서도 살아남았고 기구한 팔자로 북조선에서 남한으로 파견한 스파이로 살다가 붙잡혀 전향한 노학자가 얼마 전에 돌아가셨다. 조만간 그의 자서전을 구입해 읽어볼 생각이다. 평생 찾아 정립하려던 global한 실크로드의 문명사가 미완으로 남은 것 같아서 아쉽다. 여행도 못 다니는 요즘 이 책을 읽으면서 중남미 일대와 캐러비안의 섬나라들을 맛배기로나마 엿볼 수 있었다. 동시다발적으로 사방에서 발생하는 문화, 동질성, 같은 것들을 떠올리면 지구촌의 모든 사람들은 하나의 별에서 사는 운명공동체로서 자각하고 국지적인 모든 박해와 적대행위를 멈춰야만 할 것 같다. 현실은 물론 지옥이고 더 나빠지고 있지만 우리의 문명이 살아남으려면, 인류가 멸종하지 않으려면 전 지구의 평화는 그 자체로 유일무이한 목표가 아닌가 싶다. 중남미는 치안 때문에 쉽게 접근하기엔 무리가 있어 언제 가보게 될지 모르겠다. 그나마 관광지 위주로 발달한 캐러비안이 좀더 용이할 것 같다. 여기서 알게 된 바 깐꾼을 통해서 치첸잇짜를 보러 갈 수 있다는 사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건 좀 할만 할 듯.


문학읽기도 느리지만 계속 이어가고 있다. 시리즈는 비교적 유한하니 (근데 계속 늘어나고 있기는 하다) 이렇게 조금씩 가다보면 그래도 유명한 작품들을 한번은 만날 수 있겠다. 


'대놓고 다정하진 않지만'은 솔직하게 말하면 그다지 흥미가 가는 이야기가 아니어서 건성으로 읽었을 뿐이다. 좀더 context가 있으면 더 즐길 수도 있었을까. 작가가 워낙 유명하니 한번은 읽어볼 생각을 했다.





'묘보설림'이란 시리즈로 나온 책들을 모두 읽어볼 생각을 하게 한 대단한 작품이다. 추리소설일까, 성장소설일까, 법정소설일까 읽으면서 계속 왔다갔다를 반복했는데 사회소설이 아닐까 싶다. 재미도 충분했고 아는 것이 거의 없는 대만의 현대사와 여기서 야기된 선주민과 이주민들의 충돌, 차별, 정치적인 문제, 더해서 정치와 협잡, 사형제, 이주노동자의 문제, 어업, 남획, 단속에 얽힌 문제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하나의 스토리라인에 잘 녹아있다. 


책을 읽다가 보면 가끔 이렇게 우연히 엄청난 걸 만나게 되는데 책을 읽고 모으면서 느끼는 큰 즐거움이 아닌가 싶다.





내일은 더 열심히 일하고 운동하고 읽고 살아갈 것이다.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싸움이니까. 그리고 기회가 될 때마다 이야기하고 나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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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볕이 따뜻한 날이 이어지길래 이젠 겨울이 다 가고 봄이 왔구나 싶더니 어제부터 갑자기 비가 온다. 비만 오는 것이 아니라 강풍을 동반한 비바람이 분다. 지금은 그쳤지만 구름이 낀 날씨가 이어질 것이라서 이번 한 주간은 바깥나들이가 좀 고달플 것이다. 워낙 가문 2024-25의 겨울이었기에 비가 오니 좋긴 하더라. 완전히 봄이 오고 여름으로 넘어가기 전에 비가 대차게 내려줬으면 좋겠다. 한번 정도는 빗소리를 들으면서 와인을 마시고 싶기 때문에. 


2월의 책읽기는 무척 저조했다. 새로 넣은 주문은 DHL 송장만 뜨고 나서 감감무소식시 볕이 따뜻한 날이 이어지길래 이젠 겨울이 다 가고 봄이 왔구나 싶더니 어제부터 갑자기 비가 온다. 비만 오는 것이 아니라 강풍을 동반한 비바람이 분다. 지금은 그쳤지만 구름이 낀 날씨가 이어질 것이라서 이번 한 주간은 바깥나들이가 좀 고달플 것이다. 워낙 가문 2024-25의 겨울이었기에 비가 오니 좋긴 하더라. 완전히 봄이 오고 여름으로 넘어가기 전에 비가 대차게 내려줬으면 좋겠다. 한번 정도는 빗소리를 들으면서 와인을 마시고 싶기 때문에. 


2월의 책읽기는 무척 저조했다. 새로 넣은 주문은 DHL 송장만 뜨고 나서 감감무소식이었는데 알라딘에서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듯 문의를 넣고서도 한참이 지나서야 이런 저런 설명을 받았다. 그다지 convincing하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DHL 배송비가 얼만데 그런 실수가 발생하여 늦은 배송을 받아야 했는지에 대해서도 대응처리에 그다지 성의를 느끼지는 못했다. 일하는 사람이야 무슨 죄가 있겠는가. 다만 회사의 일처리에 불만이 있을 뿐이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을 모두 한번은 읽어보려고 야심차게 시작한 이번 해의 계획이 단 세 권째에서 진도를 내지 못했던 이유는 아마 이 책이 희곡이라서 그랬을 것이다. 보통 희곡체를 읽을 일이 없어서 무척 낯설게 느껴진 탓에 조금만 읽어도 머리가 피곤했던 것. 어쨌든 어제 속도가 붙어준 덕분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햄릿'을 읽었다는 말을 쓸 수 있게 되었다. 워낙 유명한 대사가 많고 거기에 더해서 수많은 대가들의 작품에 영감을 준 이야기를 태어나서 반 세기 정도가 되어가는 지금 읽었으니 확실히 고전문학은 너무 안 읽은 감이 있다. 읽으면서 장면을 상상하고 배우들의 동작과 대사를 떠올리니 문득 연극으로 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더해서 유명한 대사를 보니 영어로 된 것을 읽어야 원작의 느낌을 더 강해게 맛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어로 된 건 다른 판본도 갖고 있지만 찾아보니 영문으로 된 셰익스피어는 한 권도 없는 걸 지금 알았다. 조만간 한 권 구해볼 생각이다. 



3부작을 다 읽고서 시리즈의 마지막을 끝냈다. 3부작 시리즈의 중간 어디엔가의 시간대의 사건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단편 옴니버스 같으면서도 하나의 큰 이야기가 이어지는 형태로 기승전결이 꽤 좋았다. 셜록 홈즈라는 가상의 세계관을 한번 더 비틀어 HP Lovecraft의 크툴루 세계관을 합쳐서 만든 이 세계관에서는 왓슨이 묘사한 홈즈의 행적은 결국 크툴루와 그 추종세력들과 치룬 전쟁을 단순한 범죄사건으로 재구성하여 세상에 내놓은 것이었고 진또배기는 이 시리즈라는 기발한 발상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인류의 운명을 건 이 전쟁의 큼직한 이야기들은 앞서의 3부작에서 다 볼 수 있었는데 시리즈가 끝난 것이 너무 아쉬웠던 차에 네 번째 이야기를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근데 이렇게 쓰고 생각하니 다른 작가가 쓴 셜록홈즈X크툴루 시리즈가 또 3부작이 더 있는 것을 예전에 구해놓았던 것이 있어 적당할 때 땡기면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로 다시 즐거운 시간을 보낼 것이다. 


2월엔 열 권을 채 못 읽었으니 지난 8년 중 가장 성적이 저조했다고 하겠다. 권수에 너무 연연할 필요는 없는 것은 은퇴 후에는 자연스럽게 좀더 많은 시간을 책읽기에 할애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말은 그리 해도 어느 정도 목표치에 맞게 유지가 되어야 80까지 살았다면 40부터 해서 만 권을 읽을 수 있으니까 분발해야 할 것이다. 


이번 달엔 더 노력을 할 생각이다. depth에 못지 않게 quantity도 중요하다고 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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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5-03-03 20: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희곡 몇 권 읽어보곤 다시는 읽지 않기로 했어요. 독서에 대한 흥미를 완전히 잃게 만들더군요. 저랑은 궁합이 맞지 않나봐요.

transient-guest 2025-03-04 12:41   좋아요 0 | URL
저도 어려웠습니다만 기왕에 문학전집독파를 목표로 삼았으니 잘 이해하지 못해도 읽어나가야 합니다 ㅎ 앞으로도 가끔 만날 것 같아요
 

예전만큼 새벽에 잘 일어나지 못하지만 오늘처럼 어쩌다 새벽에 일찍 눈이 떠져 운동을 한 날은 기분이 좋다. 묘한 성취감도 있고 무엇보다 하루가 넉넉하게 흘러가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어인 일이었는지 어제 저녁부터 일찍 잠이 와서 밤 여덟 시 무렵부터 누워 졸다가 눈을 뜨니 새벽 세 시가 조금 안 된 시간이었다. 조금 게으름을 부리긴 했으나 내 잠이 깬 것을 눈치챈 고양이가 달려와 쓰다듬어 달라고 조르는 바람에 잠이 완전히 깬것. 무슨 storm이 왔는지 비가 많이 와서 새벽에도 빗소리가 대단하여 잠시 재즈를 들으면서 책을 보려고 생각했으나 모처럼 일찍 일어난 새벽이 아까워서 이를 악물고 gym으로 갔다. 가는 것이 어렵지만 일단 가고 나면 공간과 시간에서 오는 에너지 같은 것이 있어서 몸에 힘이 나고 활기가 돈다. 천천히 강도를 잘 잡아가면서 등과 이두운동을 수행하고 돌아오니 고작 여섯 시가 조금 넘은 시간. 


업무메일에 회신을 하고 이런 저런 처리를 하고 달걀과 아보카도로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커피를 끓였는데도 오전 일곱 시가 조금 넘은 정도. 재택근무를 하기로 하여 출퇴근에 소요되는 준비와 운전시간이 빠지니 가뜩이나 slow한 금요일의 오전업무가 거의 끝나버렸다. 할 일은 언제나 많이 있지만 적당히 pace를 조절하는 편인데 금요일에는 무겁고 어려운 건 안 하려고 해서 아마 이런 식으로 오늘 하루가 흘러갈 것 같다.


어제 잠시 언급했던 'My Bookstore'에서 소개된 서점들 중에서 (좀더 읽었다) Alabama Booksmith란 특이한 서점을 알게 되었다. 이런 시기에도 책을 엄청나가 팔아댄다는 곳인데 Signed First Edition Club이란 회원제 도서구매를 이용해서 똑같은 책값으로 서점에서 curation한 엄선된 작가들의 First Edition에 사인을 받아서 판매하는 컨셉이다. 서점주인의 인맥과 영향력을 이용해서 2005년부터 운영해온 프로그램의 작가들을 보면 내가 아는 이름만 해도 무려 앤 라이스, 폴 오스터, 이사벨 아옌데, 할레드 호세이니, 이민진, 살만 류슈디, 필립 로스 등 후덜덜한 수준이다. 늦게나마 나도 이렇게 한 권씩 서명된 First Edition이 갖고 싶어져서 털컥 가입해버렸다. 연 500불 내외의 수준이니 한 달에 50불이 채 안되는 아주 합리적이고 부담이 없는 가격이니 괜찮을 것 같다. 우리 동네 물가로 말하자면 쌀국수 한 그릇을 먹으면 팁과 세금까지 합쳐서 23-25불이 쉽게 나오니 쌀국수를 두 번만 안 먹으면 저자의 친필서명본으로 First Edition을 받아볼 수 있으니 이거야말로 개이득 아니겠는가.


이 서점의 주인양반은 원래 재단사로 오래 일했다고 하는데 좋은 재료로 잘 만든 양복을 제대로 된 값으로 파는 것이 영업방침이었다고 한다. 에너지가 넘치고 힘이 좋아서 50대를 넘긴 나이에도 직접 100kg 단위로 책을 옮기고 이벤트를 조직하여 성업 중이라고 하니 이런 어려운 시대에도 지역인구의 구매력과 지적 수준에 따라서 서점이 잘 굴러갈 수도 있는 것이다. 카페도 없고 WiFi나 charging station도 제공하지 않는 대신 하루 종일 매대를 서성거리면서 책을 보고 신문을 읽을 수 있는 아날로그적인 공간이라고 하는 이곳의 회원이 되어 뭔가 설레고 있다.
















이따 일을 하면서 친해진 지인과 11시 정도에 만나 이른 점심을 먹기로 했다. 대기업에서 20년 넘게 근무하다가 아이들을 위해 이곳에 정착하기로 하고 퇴사를 했는데 미리 계획하고 만든 여러 개의 쿠션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생각만큼 잘 되지 않아서 당분간은 까먹느라 걱정이 많은 사람이다. 별건 아니지만 가끔 안부를 묻고 만나서 점심이나 커피를 사주는 것으로 응원하고 있다. 


연휴인데 계속 비가 오니 딱히 할 것도 없고 갈만한 곳도 없으니 밀린 책이나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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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25-02-15 17: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재단사였다 서점 주인된 사람 이야기 진짜 흥미롭네요. 저 미국에서 아무 생각 없이 산 애들 책이 작가 서명이 되어 있는 first edition이어서 깜놀했던 적 있어요. Hatchet 이었는데 문제는 없어졌어요. 아이디어가 진짜 좋네요. 거기는 비가 계속 오는군요.

transient-guest 2025-02-16 00:14   좋아요 0 | URL
이 책이 그런 서점들의 이야기로 가득해서 매일 조금씩 읽느라 다른 책을 못 읽고 있어요. 주말부터는 비는 안 오지만 계속 흐려서 춥네요. ㅎ 가끔 First Ed 을 구하면 기분이 좋았는데 정기적으로 규레이션된 서명본으로 받아보게 되어 기대가 큽니다.ㅎ

잉크냄새 2025-02-15 20: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느 곳이든 틈새 시장은 존재하는군요.
nice, good idea!

transient-guest 2025-02-16 00:15   좋아요 0 | URL
나라가 넓어서 그런지 줄어드는 독서인구의 시대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꿋꿋히 살아서 잘 돌아가는 서점들이 꽤 많은 것 같습니다. 아이디어가 기가 막히죠.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