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마쓰모토 세이초 컬렉션 3부작을 읽은 후에 잡은 그의 장편소설인데, 과연 추리소설이라고 할만한 요소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일반적으로 내가 생각하는 추리소설의 구도는 사건에 대한 '추리'가 있어야하고, 셜록홈즈처럼 선/악을 대비한 케릭터의 존재와 특정범죄가 필요한데, 여기에는 그 모든 것들이 흑백으로 갈라져 존재하지 않고, 뒤죽박죽 섞여 있는것이다. 

 

평론에 의하면 '사회파'추리소설로써의 feature를 나타내는 부분이라고 하는데, 나의 공감 유무를 떠나서, 굳이 말하자면 추리소설에서 detective계열보다는 일반적인 미스테리 계열이라고 보아야 할 것 같다.

 

사회파의 거장답게, 이 책의 내용 역시 실제로 2차대전 후 막후에서 일본 정재계를 좌지우지했던 - 흑막 - 속의 한 인물을 모델로 하고있고, 그를 중심으로 각자의 욕망에 충실하게 서로를 이용하고 이용당하는 인물들이 때로는 독립적으로, 또한 때로는 유기적으로 스토리를 움직여나간다.  절대적인 선도 없고 악도 없는, 자기가 살아가는 시대를 벗어날 힘도 없고, 그저 그 사회속에서 시류에 편승하여 한몫을 잡아보려는, 또는 petty한 욕망을 실현시키려는 사람들이 모두 이 책의 주인공들이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 책의 주인공은 전후의 일본사회 그 자체인지도 모르겠다.

 

이런 장르의 특성상 많은 내용을 쓰면 스포일러가 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저런 독후감스러운 이야기를 쓰는 것은 내 취미가 아니다.  그저 불로 시작해서 불로 끝나는 한 인생이 좀 불쌍할 뿐이다.  앞으로도 계속 정판으로 세이초의 작품이 나올 것이라고 하니, 기대하면서 한 권씩 읽어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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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사르 2012-06-20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독후감스러운 이야기.. 맞아요. 그런건 취미가 아니다, 에 공감.

저는 요즘 이상하게 일본작가들 책을 자꾸 읽고 있는데요. 마쓰모토 세이초 작가의 책이 기존의 추리소설 류와 다르다고 하시니 눈길이 자꾸 가네요. 실제 2차대전 후의 정치적 배경이 깔리는 것도 마음에 들구요. 사회파의 거장이라..이거, 트란님 덕분에 일본 작가 한 분 더 알게 될 것 같습니다.

transient-guest 2012-06-21 00:53   좋아요 0 | URL
저도 마쓰모토 세이초를 요꼬미조 세이시와 혼동하다가 관심을 갖게 된건데, 그야말로 소가 뒷걸음질 치다 쥐를 잡은 격으로...달사르님은 그 소에 올라타셨다능..-_-: (이게 뭔소리??)
읽다보면 추리소설보다도 전후 일본의 사회상을 볼 수 있는 1-2차 사료로써의 역할이 더 강조되네요..
 

주말에 연달아 하루키의 예전 작품들을 읽었다.  두 작품 모두 그의 소품집이나 창작에세이에서 자주 언급되는 초기의 글들인데, 특히 이 둘은 훗날의 거작이 되는 노르웨이의 숲 (상실의 시대), 해변의 카프카, 그리고 1Q84등의 밑그림이 되는 일종의 습작과도 같은 작품들이기에 각별한 의미가 있다.

 

실제로 작가도 그렇게 언급했지만, 후기의 걸작들은 이 둘에서 다루어진, 그리고 연습되었던 이야기들이 좀더 다듬어지고, 구체화되었으며, 정립된 결과물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이 둘을 읽으면서 나는 내내 사정상 먼저 읽어버린 해변의 카프카, 노르웨이의 숲, 그리고 1Q84의 내용과 케릭터들을 떠올릴 수 있었다.  아오야마에서는 아오마메를, 사라진 스미레를 보면서 다른 세상으로, 그러나 겹쳐진 세상으로 이동한 아오마메가 떠올랐고, 스미레와 뮤, 그리고 주인공의 삼각관계에서는 역시 상실의 시대의 관계들이 떠올랐다.  그 밖에서도 다른 작품들에서 나타나는 하루키 특유의 고독, 허무, 왜곡된 시공간의 굴절 같은 것들이 습작된 흔적을 보았다. 

 

핀볼기계를 찾아 헤메는 주인공을 보면, 돌아올 수 없는 과거의 소중했던 그 무엇을 한번은 찾아보게 되는 우리를 보았고, 끝내 찾은 핀볼기계와의 짧은 조우 다음에 돌아서는 주인공을 보면서 역시 추억은 추억속에 간직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

 

함께하면서 겉도는 우리의 인간관계를 볼 때, 스푸트니크 - 인공위성 - 을 이 책을 제목에 넣은 것은 참으로 탁월한 선택같다.  이 밖에도 무엇인가 더 쓸 이야기가 있는데, 요즘은 slow한 사무실에 혼자 몇 일 앉아있다 보니 머리가 굳어버려 정리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쓰여질 이야기라면 이 책들을 다시 읽을때 또 떠오를 테니 조급해 하지 않기로 했다.

 

어제 서점에서 구입한 Invisible Man을 조금씩 읽고 있는데, 옛날에 나온 책 답게 책 주머니도 따로 있고, 종이 재질도 맘에 든다.  역시 모든 것인 마구 나오는 요즘보다 하나를 만들어도 제대로 만들었던 예전의 것들이 더 오래 가는 것 같다.  책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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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사르 2012-06-20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전작주의를 하다보면 등장인물이나 배경, 생각 등이 겹치는 걸 발견하게 되나봐요. 그럴 때 느껴지는 그 기분, 저는 좀 좋던데 트란님은 어떠셨어요?

사라진 스미레가 1Q34의 두 개의 달이 뜨는 다른 세상으로 이동한 아오마메하고 비슷하군요.
스미레와 아오야마는 위 소설들 중 어디에서 나올지 궁금하네요. ㅎ 저도 빨랑 읽어봐야겠어요.

transient-guest 2012-06-21 00:55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30년 가까이 다른 시간대에 다르게 쓴 작품들을 한꺼번에 읽다보면, 작가도 모를 연속성이나 그 밖의 다른 흔적을 발견하게 되나봐요. 전작만하면 좀 지치니까, 다른 책들도 섞어서 읽고 있어요.
 

 

 

 

 

 

 

 

 

 

 

 

 

얼마전 시작한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 상-중-하를 모두 읽었다.  사회파 추리소설 작가로만 알고 있었는데, 그 '사회파'의 근간이 되는 역사, 고고학, 사회르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걸작을 남긴 것 같다.   그중에서도 작가의 관심분야는 사회사건, 정치이슈, 음모 등 소위 알려진 대로가 아닌 뒷배경의 스토리에 관심을 가진 것 같다.  굳이 표현하자면 좀 어둠속에 도사리고 있는 진짜 이야기?

 

이런 것들은 그의 배경과도 연관이 있어보이는데, 작가로 등단하여 성공하기까지 사회적으로 약자이며 소수자에 머물러 있었던 그의 인생이 바로 그것이다.  늦은 나이에 등단하여 대단한 성공을 거두게 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훗날의 이야기이고, 그의 초-중년은 참으로 어려웠던 것 같다.  작품 곳곳에, 그런 경험들이 녹아있는데, 사회 하류층의 job이야기, 또 성공하지 못하고 근근히 살아가는 작품속의 케릭터들에게서 작가의 속을 볼 수 있었다.

 

특이한 경험은 역시 식민지 조선에 있었던 것과 스리슬쩍 언급되는 731부대 이야기 같은건데, 역시 '세균전'연구에 대한 이야기는 있어도, 생체실험에 대한 언급이 없는걸 보면, 내가 느끼는 일본작가들의 한계가 그에게서도 나타난다.  

 

한국의 문인을 주제로 한 글을 쓴 것, 그리고 이와 관련된 작가의 관심을 혹자는 조선/한국에 대한 특별한 관심이라고 표현하는데, 이는 비약이라고 생각한다.  어디까지나 음모론, 냉전, 미군정에 대한 관심의 연장선상에서 조선/전후한국에 대한 관심을 보인 것이 더 현실적이다.

 

역사가의 non-fiction으로 fact를 배울 수 있지만, 소설가의 non-fiction으로는 fact에 대한 다양한 추측과 추리를 볼 수 있어, 이 또한 나름대로 즐겁다.  늙을때까지 글을 쓰고, 작품활동을 한 작가들이 많이 부족한 한국의 실정을 볼 때, 마쓰모토 세이초같은 작가들을 여럿 가지고 있는 일본의 문단과 출판계가 부럽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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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16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 단편 컬렉션 참 좋죠. :)

transient-guest 2012-06-17 01:32   좋아요 0 | URL
마쓰모토 세이초의 작품세계로 들어가기 위한 입문서라고나 할까요? 언급된 작품들을 깊이 읽어보고 싶게 만드네요.
 

걸작단편 모음집 중편을 읽다.  본격적인 미스테리 소설을 모아놓았기에 앞서의 상편보다는 좀더 재미있게 읽었다.  앞서의 상편이 사회이슈에 대한 조사/글로써, 역사적인 자료가치가 있었다면 중편의 글들은 pure한 추리소설로써의 가치를 볼 수 있었다. 

 

미야베 미유키의 편집하에 여자와 남자 테마로 각각 5편의 작품들을 나우어 구성하였는데, 이점 또한 특이하다고 하겠다. 

 

하편을 마저 읽으면 다시 기억을 되돌려 상-중-하의 총평을 써볼 참이다. 

 

 

 

각각 99년에 한국어 초판이 나왔고, 책의 디자인이나 부속자료/광고구성을 볼 때 - 까지 썼는데 '문학사상사'에서 나왔음을 봤다 - 같은 테마를 염두에 둔 출판사의 배려(?)같다.

 

'하루키 일상의 여백'은 마라톤, 여행, 맥주, Jazz, 고양이등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들로, '여행법'은 여행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지금의 나에게는 모두 재미있게 보인다.

 

특이한 것은 '하루키의 여행법'인데,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에는 왠지 별로 흥미를 가지지 못했던 것이 지금은 재미있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일단 이 책에는 밑줄이 하나도 그어져 있지 않다.  이것은 당시의 내 마음상태를 보여주는 것으로써, 상당히 빨리, 그냥 마구 읽었음을 증명하고 있다.  지금의 나라면, 하루키의 에세이에서 뭔가 의미있는 글을 찾아내어 밑줄을 긋고 있었을 터 - 그런데, 이 책도 사실 어제 운동하면서 가볍게 읽느라 밑줄을 치지 않았다.  그러니까, 내 추리(?)도 그리 믿을만한 건 아닌셈.

 

한 작가의 전작을 계획한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하나씩 읽어나가는 것은 하루키가 처음이다.  막상 해보니까, 매우 재미있게 지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고, 전과는 다른 무엇인가가 보일 듯 하고, 무엇보다 이 작가와 개인적으로 친해지는 것 같아 흥미롭다.  게다가 하루키와 나의 취미 - 독서, Jazz, 음주, 개인운동선호 - 까지 어느정도 matching이 되어 나 역시 그의 고독과 허무 - 어떤 여정으로써의 - 를 즐기고 있다.  그럼 불우했던 작가를 전작하면 함께 불우함을 겪으려나?  러시아 문학이나 다른 전기시대의 전작을 고려하고 있는데, 살짝 걱정이 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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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사르 2012-06-12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키 책을 한 권씩 꾸준히 보시는군요! 저 2권은 저도 안 본 책이라 찜했습니닷. 하루키는 소설도 좋지만 에세이나 기타 다른 종류도 좋은 것 같애요. 잡문집이 워낙에 좋았던 기억이 있어서요.

앗. 마지막 부분의 러시아 문학 작가의 전작은..저도 살짝 걱정이..(전작을 하되 중간중간에 밝은 성격의 다른 작가 책들을 번갈아 읽는 건 어떨까요? )

transient-guest 2012-06-13 00:38   좋아요 0 | URL
하루키의 소설은 읽다보니 겹치는 요소가 많습니다. 이는 작가의 특성상 그런것 같은데 이문열의 그것처럼 식상하지는 않네요 (이 사람은 자기 및 집안자랑을 너무 많이하죠, 그것도 살짝 더 얹어서). 에세이는 단편적이고 재밌는 글들이 엮여있어 하루키의 작품세계, 나아가서 작가 자신을 들여다보는 좋은 tool이 되는 것 같아요.

네. 어둠고 쓸쓸한, 러시아문학 - 동토와 긴 밤, 그리고 가난이 피어나는 - 은 섞어 읽는 것이 좋겠다 싶어요.

탄하 2012-06-12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서에 푹~~빠진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저도 나중에 누군가의 전작주의를 꼭 해보고 싶어요.
지금은 오히려 반대로 다작하는 작가는 좀 덜 보고 건너뛰려 하거든요.

제가 처음 읽은 하루키의 에세이가 <하루키 여행법>입니다.
이거, 우메보시 나온 부분에서 정말 배아프게 웃었던 기억이 있네요.^^

transient-guest 2012-06-13 00:43   좋아요 0 | URL
운동법을 이리저리 때마다 바꾸듯이 독서도 그런것 같아요. 계속 한 종류의 방법이나 계통만 읽으면 피로도가 높아지고 흥미/효과는 떨어지는 것 같네요. '우메보시'일화는 왜 기억이 안나는 걸까요? 댓글을 쓰기전에 책을 다시 뒤적여봐도 보이지가 않네요? 분홍신님 could you please enlighten me입니다.ㅋㅋ

탄하 2012-06-13 22:22   좋아요 0 | URL
으앙~~! 죄송해요. 제가 헷갈렸어요.
이건 <슬픈 외국어> 37쪽에 나오는 이야기네요.
설마 아직까지 궁금해서 뒤져보신 건 아니겠죠?^^;

2012-06-13 13: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6-14 0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6-14 12: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transient-guest 2012-06-14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분홍신님:

ㅋㅋ 그랬군요. 찾아보니 '슬픈 외국어'는 이번에 못 사왔어요. 다른거 다 읽으면 구해봐야죠. 책을 너무 건성으로 봐서 못 찾는건가 하고 한참 뒤적거렸다는..ㅎ
 

 

 

 

 

 

 

 

 

 

 

 

 

 

 

역시 사놓고도 가져갈 수 없어 잊고 지냈던 장정일의 독서일기 1과 2를 읽고 3을 조금씩 보고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1은 확실히 전에 바로 읽은 것 같고 (내가 친 밑줄을 보면) 2는 아리까리하다.  3은 분명히 안 보았고.  역시 스토리보다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들을 풀어놓은 독서일기는, 특히, 이 초기 독서일기들은 읽고나면 머릿속에서 싹 빠져나가는 것 같다. 

 

어찌했든 이렇게하여 난 장정일의 독서일기 1-7,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1-2, 그리고 공부까지 그의 독서여정을 모두 들여다보게된 셈이다.  그런데 첫 독서일기가 1990년대 초라고 할 때, 가장 최근의 빌-산-버 2의 2011년이라는 시간을 보면 장장 20년간 그의 독서도 일기도 진화해온 것.  특히 독서일기 1-2권대와 빌-산-버 만해도 그의 독서론, 작품론, 쓰기, 작가론, 사회론 등 여러가지 이슈들에 있어 다소는 완화된, 또 어떤 것들은 더욱 날카로워진 부분을 볼 수가 있어 매우 흥미롭다.

 

틈틈히 이번 구매행에서 얻은 란포 모음 3권과 다른 추리소설들을 헤집고 있다.  머리가 복잡하거나 피곤할 때에는 추리소설은 톡 쏘는 탄산음료같은 시원함과 지친 저녁 시원한 에일 같이 속을 달래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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