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번의 마쓰모토 세이초 작품기행이 다시 이어지게 되었다.  '일본의 검은 안개'와 '잠복', 그리고 '미스터리의 계보'를 연이어 읽어낼 형편이 된다.  아마 다음번에는 계속 나오고 있는 그의 추리소설들과 자서전까지 구해서 읽어보려고 한다.  물론, 이 와중에도 이번에 구한 로맹 가리와, 김영하, 정이현, 그리고 발자크를 읽어낼 것이다. 

 

그 전의 르포집에서 약간 시식을 한 그대로 '일본의 검은 안개'는 미군정하에서 벌어진 이상한 일들을 작가 나름의 자료수집과 분석, 그리고 모티브추적을 통해 추리한 것을 모아 놓은 책이다.  사실, 한국과도 깊은 관계가 있는 군정하에서의 일부 사건 - 공산당 소탕을 위한 기획사건 같은, 그리고 하권 마지막에서 다룬 한국전 이야기 등 - 을 제외하고는 크게 관심을 갖기는 어려운 이야기들이라서, 책의 내용 자체에 대한 흥미는 적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군정하에서 군정기관끼리의 주도권 다툼과 암투, 여기에 연결되어 때로는 부려지고, 때로는 이용되며, 때로는 이용하던 일본정부기관의 관계 등이 해방 후부터 미 주둔군과 밀접한 화학관계를 가지고 있어온 한국정부, 그리고 정치인들과 대비되어 한번 정도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 역시, 그런 일이 한두 가지였겠는가?  내국인을 마구잡이로 납치하던 미군정시절이 우리라고 없었겠는가?   그리고, 한국전의 발발에 대해 - 적어도 남한에서는 북한의 남침이 거의 정설인데 - 그런 다양한 의견들과, 북한남침설에 대비되는 확인된 보도/발언들이 있는것은 이번에 처음 알았고, 한국전쟁 발발 전의 민중봉기나, 공산당운동을 탄압하기 위해 미군이 출동하여 수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행불되었던 것 역시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역시 자료를 보려면, 남북구도에서 심하게 control되어온 한국보다 외국의, 제3국의 관점에서 만들어지고, 조합된 자료들을 찾아보는 것이 정확성이 훨씬 높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쓰모토 세이초같은 르포는 나오기 어려운 환경이지만, 그래도 글쓰는 이들 중에 이런 사람도 한국에서 나와주었으면 좋겠다.  남발하는 민사소송 때문에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주진우기자를 뛰어넘는, 치밀하고 정확한 글빨로 미스테리어스 한 한국의 근현대사 이슈들을 파헤쳐줄 그런 사람 말이다.  이럴때에는 일본의 덕후근성이 부러울 때가 있다.

 

가끔 글을 써보고 싶을때가 있다.  하지만, 현실도 그렇고, 재주도 없어서 그냥 그런 생각으로 그치곤 하는데, 그래도 하루키나 세이초같이 비교적 늦게 등단한 글쟁이들을 보면, 살짝 위안이 된다.  이런 저런 습작도 계획해보게 되고 말이다.  계속 읽고 생각하고, 이렇게 조악하게나마 리뷰를 쓰다보면 다른 무엇이 생각날런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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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2-09-19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쓰모토 세이초의 한국전 해석은 I.F.Stone <한국전 비사 The Hidden History of the Korean War>와 유사해요.이 책이 일본에서 일찍 번역되어 진보계열 쪽에 큰 영향을 줬거든요.우리나라에서는 80년대 후반에 번역되었습니다.영어권에서는 아직도 원서를 구입할 수 있을 거에요.

transient-guest 2012-09-20 02:48   좋아요 0 | URL
오! 역시 노이에자이트님! 감사합니다. 찾아보아야 하겠습니다. 80년대 후반까지 번역되지 못했을것 같네요, 내용상.

노이에자이트 2012-09-20 16:51   좋아요 0 | URL
음...왜 안 믿으실까요...번역되었다고 썼는데...저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현대사에 관한 외국의 주요 좌익 저작물 상당수가 80년대에 번역되었습니다.국내 저자들의 관련저서도 많이 나왔고요.소련해체와 중국과의 수교 이후 이런 책들 낸 출판사들이 모두 문을 닫았죠.

transient-guest 2012-09-21 04:21   좋아요 0 | URL
아이쿠. 제 의도는 80년대 후반에서야 겨우 번역되었을 (즉 공안정국 = 6.25북한남침은 절대진리) 사정을 알겠다는 것이었는데, 가끔 한글이 이상하게 나오나봐요 제가. 혹 불쾌하셨다면 사과드립니다. 양해해주세요.
한국책은 절판/품절이 너무 많아요. 제가 한국나가면 책구매에 조바심까지 내면서 열을 올리는 이유들 중 하나에요.
아참. 말씀대로 The Hidden History of the Korean War은 amazon에 여럿 나오네요. 담에 한꺼번에 주문하려고 보관해두었지요.

노이에자이트 2012-09-21 19:10   좋아요 0 | URL
글로만 대화하다 보니 이런 일이 생기나 봅니다.하하하...

그래요...절판은 어쩔 수 없다지만 80년대에 명저들을 번역한 출판사들이 거의 다 사라진 것은 큰 손실이죠.그 당시 명저들 구하려면 어쩔 수 없이 헌책방을 직접 방문해서 뒤지다시피 해야 합니다.

transient-guest 2012-09-22 00:22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그렇죠?ㅎㅎ

그래서인지 헌책방에 가면 꼭 보물섬에 온 것 같을 때가 있어요. 특히 인천의 아벨서점 같이 오래된 그런 곳들이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한국의 헌책방들을 이곳저곳 다니면서 책을 사고, 읽으면서 맛난 것도 먹으러 다니고 싶네요.

노이에자이트 2012-09-22 21:07   좋아요 0 | URL
광주도 헌책방이 점점 줄고 있습니다.대를 이어 하는 곳이 한군데 있죠.몇 년 전 주인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아들이 대를 잇고 있는데 그런 곳이 참 드물죠.

transient-guest 2012-09-24 14:27   좋아요 0 | URL
서점이 참 돈이 않되는 business가 되었죠. 예전에는 서점경영하다가 출판사도 내고, 작은 건물도 짓고 그런 분들도 있었는데. 자꾸 없어지니까, 일부러라도 자꾸 가서 책을 사오게 되네요.
 

 

 

 

 

 

 

 

 

 

 

 

 

한때 이 남자가 무술 - 적어도 낮의 세계의 - 세계를 지배한 적이 있었다.  유도와 가라테가 전부이던 서양인에게 작은 체구지만 탄탄하게 다져진 몸매와 압도적인 스피드로 배우 이전에 무술가로 한 시대를 풍미한 이소룡은, 단지 6-70년대 뿐만 아니라, UFC로 상징되는 MMA의 탄생으로 인해 그 신비함이나 존재감이 퇴색했을지언정, 아직까지도 많은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나 또한 고등학생시절, 덩치가 산만한 미국 친구들틈에서 살아남기 위해, 열심히 태권도를 연습하고, 이소룡의 무술세계에 심취하던 때가 있었고, 그 당시 거금을 주고 구매한 이소룡의 VHS 영화세트는, 나중에 DVD로 업그레이드 된 그의 영화들과 함께, 아직도 내 컬렉션의 일부로 고이 자리잡고 있다. 

 

물론, 나는 무술에만 전념할만큼 운동을 잘 하지도 못했고, 영화판으로 무작정 뛰어들만큼 무모하거나 순진하지도 않았기에, 이 정도에서 그저 이소룡에 얽힌 과거를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면서, 가끔 '말죽거리 잔혹사'같은 오마쥬를 보면서 웃는 것이, 그에 대한 것의 전부가 되었다.  즉, 어른이 되어버린 것이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닐진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소룡 또는 Bruce Lee라는 이름은 아직도 이런 저런 이야기들, 심지어는 인터넷 짤방의 주 재료로 활용되기까지 하는걸 보면, 이소룡, 아니 나아가서 절대강자에 대한 관심과 환상은 아직도 많은 마쵸맨들의 마음속에 살아있는 것이다.  

 

물론, 내가 하려던 얘기는 이소룡의 추억담이 아니다.  그런데 두서없이 쓰다보니, 얘기가 길어졌다.  사실 이야기하려던 것은 최근에야 겨우 읽어낸 이 책에 대한 감상이다.

 

(이건 그냥 칸이 남아서 넣었다.  한 편 가지고 있는데, 상태도 좋고 포장도 보관용으로 손색이 없다)

 

 

 

 

천명관 작가는 '고래'같이 특이하고 주옥같은 작품으로 벌써 필명을 떨치고 있는 한국의 글쟁이라고 하겠다.  요즘 고전문학과 외국의 책들, 또는 그간 읽어오던 역사, 역사소설에서 독서의 지평을 더욱 넓히기 위해 한국의 현대작가들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그 첫 시작으로 '김영하'와 '정이현'작가의 책들과 함께 '천명관'이라는 이름도 내 레이더망에 걸려들어, 장안의 화제작인 '나의 삼촌 브루스 리'를 읽어내게 된 것이다.

 

줄거리는 간단하면서도, 신산스럽게 이소룡이라는 당대의 우상, 그리고 여기에 얽힌 한 남자의 꿈과 좌절, 인생이 한국의 현대사에서도 가장 비극적으로 손꼽히는 군사정변시절의 사건들과 함께 맞깔스럽게 버무려져있다.  한땀 한땀 재미있게 써내려간, 어리버리 삼촌이 무술고수로 등극하고, 다시 사고를 치고 서울로 뜨는 부분에서는 괜시리 웃음이 났고, 귀향해서 쉬고있다가 공명심에 눈깔이 뒤짚힌 시골형사의 조작으로 대머리의 회심작인 삼청교육대 - 공포정치와 적절한 홍보효과를 노린 - 에 끌려가서 개고생하는 장면에서는, 아직도 잘 처먹고 살고있는 대머리와 그 피붙이들, 그리고 가신단을 향해 살인충동이 느껴질 정도의 증오가 피어오르기도 했다.  여기에 한 시대를 풍미한 정치깡패들의 모습 또한 흥미롭게 그려내기까지 하니, 7-80년대의 한국 현대사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feature가 있다.

 

그러면서도, 작가는 담담하게 세월의 흐름을 그려내고, 변하는 시대상에 변하는 인간군상의 모습을 녹여낸다.  그리고 나이를 무척 많이 먹어버린, 우리의 어리버리 삼촌이 사랑하는 그녀를 다시 만나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일단은 흥미를 위주로 하여 읽어냈지만, 다음에는 - 빌려준 책이 돌아오면 - 좀더 깊이 행간을 의식해서 읽어보아야겠다.  읽으면서 어쩔 수 없이 또, 대머리 일당에 대한 증오가 한줄기 무명업화와도 같이 피어오르겠지만, 일단은 범부에 불과한 나로써는 그저 통계학적으로 대머리와 그 일당, 심지어는 그 피붙이 일부까지도, 나보다는 먼저 가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위로삼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제 관심이 점점 한국문학으로도 번지는 듯 하다.  나름 바람직한 현상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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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하 2012-09-15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의 삼촌 부르스 리>는 제 생애 최초로 완독한 연재소설이었답니다.^^
이 책은 천명관 작가가 70년대생이라 그런지 이전 작가들이 바라 본 7-80년대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어요. 시대의 희생양이 된 수많은 청춘을 삼촌으로 놓았기에 정치적인 처절함은 덜한 반면, 영화판에 뛰어들어 꿈을 쫓던 자신의 과거를 대입시킨 것에서는 좀 더 생생함을 주기도 했구요. 작가님이 연재를 수정하신다고 그러시던데 실제 출판본은 어떤 이야기일지 궁금합니다. 저도 시간나면 출판본으로 읽어보고 싶어요.

transient-guest 2012-09-17 05:32   좋아요 0 | URL
정말로 재미있게 보신듯 해요. 저도 정말이지 한숨에 다 읽어버렸거든요. 그런데 연재와 출판본이 조금 다른것이군요. 저는 반대로 연재본을 읽어보고 싶어지네요.ㅋ
 

지름을 참을 수가 없었던 얼마전, 알라딘의 적립금을 탈탈 털어서 산 세 권의 책들 중 하나였던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드디어 읽었다.  우여곡절 끝에 이제서야 내 손에 들어온 것.

 

 

 

 

 

 

 

 

 

 

요녀석들 중 하나.  읽으면서.  참으로 간단하고 직설적인 화법이라고 느끼면서 읽어내려갔는데, 읽는 내내 이것은 헤밍웨이의 마지막 작품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내가 전문가도 아니고 미국의 근현대문학이라고 하면 스타인벡 정도를 알고 있기에 헤밍웨이의 몇 작품들은 알았어도 정확한 시기를 알길은 없었다.  그런데, 책 후기에 보니 이 책은 그의 마지막 작품으로써, 마지막으로 문학적인 명예를 안겨준 작품이라는 것이다.  그냥 헤밍웨이의 비극적인 최후가 이 책을 읽는 내내 떠올랐다고 하면 과장일까?  지친, 자연에 순응하는, 그러나 허공을 잡는듯한 노인의 고기잡이에서 나는 문득 말년의 피로를 느낀 것 같다.

 

어떻게 해석을 하더라도 비평가들의 관점과 비슷할 수도 없겠지만, 내가 처음으로 완독한 '노인과 바다'는 심하게 이야기하면, '죽음'과 '허무', 그리고 '고독'의 냄새가 너무 강했다.  그래서 헤밍웨이의 마지막 작품 - 그리고 그의 최후 - 가 읽는 내내 느껴졌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헤밍웨이의 다른 작품들은 좀더 힘이 넘치는데, 이는 젊은 시절 그의 기개, 무모함, 열정, 이런 것들을 보여주는 것 같다.  젊은 헤밍웨이는 그의 친구 - 이자 선배였던, 그 시절 이미 퇴락해가던 - 피츠제럴드를 혹평한 적이 있다는데, '노인과 바다'를 쓰던 무렵의 그는, 피츠제럴드를 떠올렸을까?

 

헤밍웨이의 다른 책들도 모두 읽어볼 것이라 결심하니, 전작대상의 작가는 또 하나가 늘었다.  그래도 김영하, 로맹 가리, 발자크는 이번에 조금 시작을 할 수 있으니 한 권씩, 하나씩 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외상장부를 갚으면서, 바로 그 자리에서 외상장부를 긋는 그야말로 단골술집에서 술에 취한 모주꾼같은 기분이 난다. 

 

헤밍웨이의 다른 책들은 좀더 힘이 넘치는데, 이것은 그의 질풍노도의 시기와도 관련이 있다.

 

 

 

 

 

 

 

 

 

 

 

 

 

 

 

 

 

 

 

 

 

 

 

 

 

 

 

 

 

 

'많이도 쓰셨구랴. 언젠가는 한 권, 한 권씩 읽어내려가면서 젊고 거침없던, 정열적이던 당신을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내 당신을, 아니 세계대전 전의 황금시대를 생각하면서 사놓은 압생트로 리큐르를 한 잔 만들어 놓고 당신을 만날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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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12-09-05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막 느낀건데 이 작가 책제목을 참 근사하게 짓네요. 생긴 외모도 '작가'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에 제일 걸맞고.

transient-guest 2012-09-06 01:15   좋아요 0 | URL
젊은 시절의 헤밍웨이는 매우 정열적인 삶을 살았지요. 세계대전에도 참전하고, 아프리카에서 사냥을 하고, 산에 오르고, 여자관계도 화려하고, 술과 파티를 즐긴 전형적인 그 시대의 문인이었다고 할까요? 그 덕에 말년에는 병도 생기고 몸이 많이 안 좋았더랬어요. 완전연소같은 삶을 살았던 것 같아요.
 

우연한 기회에 한 podcast에 대해 알게 되었다. 구본형 스타일의 강의를 하는 '행복한 거북이' 이희석의 블로그에 간만에 들렸다가, 김영하라는 작가의 podcast가 책을 읽어주고,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는 reference를 본 것이다. 나중에 보니, 김영하 작가는 꽤 유명한 사람이고, 한예종에서 가르치기도 했으며, 수 년전 한 방송작가의 요절 때의 발언으로 살짝 논쟁의 중심에도 있었던 것 같다. 지금까지 소설과 산문집 등으로 9권 이상의 책이 그의 이름으로 나왔는데, 이 podcast는 꽤 훌륭하다.

 

 

 

 

 

 

 

 

 

 

 

 

 

 

 

 

 

 

 

 

 

 

 

 

 

 

 

 

 

 

 

 

 

 

 

 

 

 

 

 

 

 

책에 대한 이야기를 유명 작가의 입을 빌어서 듣는 것도 즐겁지만, 그 이상으로 좋은 것은 내가 전혀 알지 못하고 있던 책이나 작가에 대한 소개를 받게 되는 부분인데, 역시 독서라는 것, 탐서라는 행위, 이런 것들은 모두 무궁무진한 깊이와 넓이가 있어서 한 개인이 그 세계를 전부 돌아다닐 수는 없는 것이기에, 이렇데 타인의 관점을 통해서 새로운 미지의 길로 나아가는 것은 독서지평을 넓혀가는데 있어 필수가 아닌가 싶다. 내친김에 김영하 작가의 책을 보관함에 담아두었다. 기회가 되면 (이라 쓰고, 수입이 늘어나면 이라고 읽는다) 모두 구해서 보려고 한다. 좋은 podcast에 대한 보답도 보답이려니와, 지금 뉴욕에 있는 것 같은데, 이쪽에 오면 좋은 서점들로 안내하여 드리고 싶어졌기에, 그리고 아직은 비교적 젊은 편이고, 책도 많이 나오지 않은 편이기에 전작을 비교적 쉽게 시도할 수 있겠지 하는 생각도 했기 때문이다.

 

 

 

 

 

 

 

 

 

 

 

 

 

 

고전과 문학은 그 가치를 인정받았기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시대를 넘어 살아남은 책으로써의 가치가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현대문학을 등한시 하는 것, 또 소설로 치부해서 가리는 것은 좋은 독서행위가 아니라고 본다. 인간은 과거에서 현재를 배우지만, 과거에서 살 수 없고, 미래를 보면서 현재를 본다지만, 미래만을 바라보며 살 수는 없다. 결국 우리가 사는 곳은 바로 이 현재이기 때문에, 지금을 보여주는, 지금 우리 시대에 produce되는 글 또한 읽어야 하는 것이다. 

 

특히 한국의 현대문학과 소설에서 자꾸만 멀어지게 되는, (시간과 공간의 문제이기도 하다) 나의 경우, 이런 podcast를 통해서 김영하라는 작가 자신과 김영하가 언급하는 정이현 작가에 대한 소개를 받은 것은 매우 중요한 하나의 사.건.이 된다.  이 podcast가 아니었다면 그냥 지나쳤을지도 모르는 그 둘, 아니 그 이상의 많은 책과 작가들은 나라는, 적어도 내 세계에서는 매우 중요한 사람의 인생에 있어 앞으로 나의 의식세계와 무의식이 mold되는데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

 

하나씩 하나씩. 성공학에 대한, 투자에 대한 책도 필요할 때가 있지만, 지금 나에게는 이런 한국의 현대소설과 세계의 책들 - 나의 attention을 지나쳐가는 수많은 그들 - 에 대한 intro가 필요하다.  하물며, 그 길잡이가 김영하 작가같은 사람이라면 더욱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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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12-08-24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영하는 저도 참 좋아하는 작가랍니다. 소설 말고 '굴비낚시'같은 책도 재미있어요.

transient-guest 2012-08-24 13:10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다 읽어보고 싶습니다. 생각해보니 우리나라의 현대문학 작가들, 아니 '현재'문학작가들은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네요. 또 하나의 좋은 starting point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댈러웨이 2012-08-24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트란님, 제가 쓰고 싶었던 말이 이 페이퍼 안에 다 있어서 정말 반갑네요. 저는 김영하 작가의 소설집 한 권만 읽어 보고는 '속단'을 내린 적이 있어요. 그러다가 팟캐스트 듣기 시작하면서 이 분 팬이 됐다는. <희박한 공기 속으로>도 어찌나 소개가 좋던지 바로 책 구입해서 읽었을 정도에요.

여름 괴담 이후 또 뭘 올리실까 기다리고 있는데, 한참 바쁘신 것 같기도 해요. 혹시 서점 안내하시게 되면(정말 그러실 수 있는 거에요? 와!), 제 사인본도 어떻게 한 권... =333

transient-guest 2012-08-25 01:04   좋아요 0 | URL
great한 mind는 통하는 것인가 싶네요..ㅋㅋ 고전을 읽다가 현대소설을 읽으면 그야말로 '속단'하게 되는 경우가 있죠, 개인적인 경험입니다만. 저는 이분의 독서론도 좋고, 이렇게 한권 한권 책을 소개해주는 것도 좋네요.
podcast듣고 너무 좋아서 이분께 팬멜을 보냈는데, 답이 없네요 0-0ㅋ 만약 이쪽으로 오시면서 연락 주시면 얼마나 좋겠어요. 사인본 여러 개 받아놀께요.ㅋ
 

네 권으로 이루어진 이 소설은 어제까지해서 약 4-5일간에 겨우 마칠 수 있었다.  내 평소의 속도보다는 좀 늦은 편이었지만, 최근에는 또 책읽기가 힘든 때가 있었고, 무엇보다도 내용을 좀더 집중해서 읽어야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읽고 난 지금에도 역시 무엇인가의 의미를 찾기에는 너무 버겁다.  하루키의 소설 전반에서 보여지는 왜곡, 뒤틀림, 섹스 이런 주제들은 이제 익숙하지만서도, 평론가나 역자들이 주렁주렁 달아놓은 후기에서 언급되는 그 수많은 의미들은 나에게 보이지 않는다, 아직까지도. 

 

그래서 한번 생각을 했다.  혹시 정작 하루키는 말 그대로, 표현 그대로의 판타지를 썼는데, 그것이 받아들여지는 단계에서 reader와 평론가들에 의해 '왜곡'되어, 무엇인가 깊고 큰 함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이해되는 것은 아닐까 하고 말이다.  만약에라도 그렇다면, 그는 큰 웃음을 감추면서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혼자 있을때마다 ㅋㅋ 거리면서 주체되지 않는 웃음을 한껏 터뜨리면서 입이 근질근질해서 견딜 수 없을 것이고, 그때마다 또 다른 작품을 써내려가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또 하나의 책이 발표되면 문단에서는 또다시 오! 무라카미 사마! 하며 찬사를 이어가고, 또다시 잃어버린 시대니, 자아니, 아버지상이니, 상실이니 하면서 써내려가는 것이다. 

 

만약, 정말이지 만약에 그런 것이라면, 작품 전반에서 보여지는 지난 작품이나 주제의 expansion이 이해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순전히 나의 망상에 의한 것이겠고, 하루키의 작품에는 실제로 작가가 경험하고 생각한 그 무엇들이 시공간의 왜곡, 인간관계, 내면, 대화 이런 것들을 통해 우러나오고 있다.  그러니 웃고 말자, 내가 한 말은.

 

 

 

 

 

 

 

 

 

 

 

 

 

 

 

 

 

 

 

 

 

 

 

 

 

 

 

 

 

 

 

 

 

 

 

 

여기에서도 어김없이 한 중년 남자, 그의 아내, 그리고 옆집 십대소녀, 시공간의 굴절과 왜곡, 꿈의 세계와 현실세계의 mixing, 그리고 내면과 외면의 mix-up이 스토리를 끌어가고 있다.  물론 실상은 그런 것들보다 더 깊고 심오하겠지만, 나의 원시적인 두뇌는 그런 것들을 제대로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무엇인가 감은 잡고 있지만, 한번에 그런 것들을 짚어낸다는 것은 대단한 능력이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훗날 또 읽게 될 것이 분명하다.  그때에는 좀더 다른 리뷰를 쓸 수 있을 것 또한 분명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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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12-08-17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솔직히 하루키의 소설은 여전히 잘 안친해져요. 에세이는 늘 잘 읽히는데. 소설을 억지로 지루해하며 끝까지 읽다가도 과연 작가가 하루키 아니라 무명 작가였어도 내가 이렇게 마지막까지 들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종종 들곤 하죠.

transient-guest 2012-08-18 06:17   좋아요 0 | URL
공감합니다. 특히 비슷한 테마가 repeat될때는 더욱요. 하루키라는게 중요한거죠. 피카소나 칸딘스키, 달리같은 화가의 그림도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싶네요.ㅋ

글샘 2012-08-17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년 남자가 걸어가서 늘 판타지와 만나는... 그런 골목을 쓰고 싶었겠죠.
거기는 고양이도 있을 테고... 어쩌다보면 학교 안 가는 소녀도 만날 수 있을 테고...
맨날 출근하는 사람이 돌아다니고 싶은 한가한 햇살밝은 골목 말이죠.

transient-guest 2012-08-18 06:18   좋아요 0 | URL
오! 멋진말씀. 저도 그런 골목이 하나 있었으면 합니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