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그 누가 말했던가? 
"가는 세월 잡을 수없고, 오는 백발 막을 수 없다"
고....... 이백인가 두보인가 모르겠다만,
저어기 보이는 흰머리 속에 서른 세가닥은 마태님 거란 사실은 확실하다.ㅋㅋㅋ

나머지는? 
이번 어버이날에 아들녀석이 뽑아낸 내 흰머리고.....

난, 서른 다섯쯤에 새치가 생겼다. 친정엄니께서 당신도 그 나이에 생겼다고 하셔서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해마다 늘어나는 새치(?)와 끊임없이 힘겨루기를 했다.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보자! 맞짱 뜨면서 산 세월이 10년도 넘는구나~~~~~
꼭 해야할 일이 있는데 졸리면, 난 흰머리를 뽑았다. 이렇게 할 일은 태산인데 벌써 흰머리가? 생각하면 저절로 정신이 확~ 깼다. 거울을 들여다 보며 쪽집게로 하나 둘 뽑아낼 때의 그 통쾌함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러다 보면 한시간은 훌쩍~~ 목뼈가 아파서 고개를 제대로 가눌수도 없었다.ㅠㅠ

어느날, 나보다 세 살 위인 지인께서 충고하시길,
"흰머리 뽑는다고 이마에 주름만 생긴다."면서 금지령을 내리셨다. 내가 살아보니 인생 선배 말 들어 손해 나는거 절대 없더라. 그래서 그 후엔 흰머리와 맞짱 뜨는 횟수를 줄였다. 그랬더니 지금은 셀 수없이 많다~~~~~~~ 애들한테 한가닥 100원씩 알바시키던 세월이 그래도 좋았다!ㅠㅠ





이 날, 우리 아들 30분은 족히 봉사했다. 어버이날이라고 돈도 안 받고......ㅎㅎ 난, 땡 잡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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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07 07: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8-08-07 07:31   좋아요 0 | URL
ㅎㅎㅎ 님도 마음 바뀌는 거 아닙니까?
살다보면 흰머리 뽑아줄 사람도 필요하거든요.^^ 하긴 옆지기랑 서로 서로 뽑아주면 되실려나~~~ㅋㅋㅋ
둘째는 뽑고 막내는 사진 찍고~~~ 셋은 있어야 돼요!^^

Mephistopheles 2008-08-07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꾸 뽑지 말래요..더 난다고 하던데..^^ (저도 요즘 왼쪽 옆머리에 부쩍 나기 시작했습니다..헤휴.

순오기 2008-08-07 14:54   좋아요 0 | URL
ㅎㅎㅎ메피님도 흰머리가 점점 영역을 확대해 침범하는군요~ 은발의 메피, 왠지 어울리지 않을까요?ㅋㅋㅋ

무스탕 2008-08-07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번은 정성이 보고 흰머리 뽑으랬더니 머리통을 갖고 놀더라구요 --+
결국 몇 개 뽑고 알아서(?) 물러나길래 '흰 머리에 효자 없다'는 옛말이 생각났어요. ㅋㅋ

순오기 2008-08-07 14:55   좋아요 0 | URL
'흰머리에 효자 없다'는 옛말이 있었드래요~~~~ㅋㅋㅋ
엄마의 머리통 갖고 놀아주는 아들은 그래도 효자구만요!^^
 

독서기록 남기는 일도 이젠 절반을 넘어섰구나~ 읽은 건 별로지만 줄기차게 7월 기록도 남긴다.^^

1.7월에 처음 읽거나 리뷰를 쓰느라 다시 읽은 책

 

 

 

 

 

 

 

 

 

 

 

 


2. 7월에 읽었지만 리뷰는 안 쓴 어린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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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희망꿈 2008-08-01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쁘신 중에는 많이 읽으셨네요.
더워도 즐독하세요.

순오기 2008-08-01 17:12   좋아요 0 | URL
거의 다 어린이책이잖아요.ㅎㅎ

뽀송이 2008-08-01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아이들책도 상당히 수준 있고 멋진 책들이 많잖아요.^^
글고~ 순오기님은 애덜의 독서쌤이니까 당근! 어린이책 많이 읽으셔야 하잖아요.^^
몸이 몇개라도 모자란 중에 이 만큼이나 독서를 하시고 대단하셔요.^^

순오기 2008-08-01 18:26   좋아요 0 | URL
하이타니 선생님 만나려고 지난주 올인한 덕에 그래도 좀 읽었네요~ㅋㅋㅋ
 
순오기, 일본 문학기행 당첨이요!

그제부터 펭귄책갈피를 만들기 시작했다. 열두번의 공정을 거치는지라 행사때 한번씩 만들고 나면 찐이 빠져 다음엔 하지 말아야지 하다가도....막상 닥치면 또 그짓을 하는 거다.^^

남들은 힘들게 독후감 쓰고 독서신문 만들에 당당하게 상받고 일본문학기행을 가는데,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개정판 이벤트에 코꿰어 딸랑 책 한권 사고 당첨되니까 왠지 '무임승차'하는 기분이라서... 아니, 솔직히 튀고 싶거나 주목 받고 싶어서인지도 모르지만 또 만들었어요. 펭귄책갈피~ 그것도 60개나~~ 어제는 심야까지 두딸의 노동력을 착취했다니까요~ㅎㅎㅎ

뒷면엔 '하이타니 겐지로 선생님이 좋아요' 일본문학기행 -고베.교토. 아와지섬. 2008. 7.26~ 7. 29 양철북 이라고 썼어요.

앞면엔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태양의 아이' '시골이야기' 중에서 감동적인 글귀를 넣었고요. 괜찮나요?



 

나는 가만히 보았다. 그러고 나서 상자 속까지 가만히 보았다. 빨간 놈이 나왔다. 나는 코가 찡했다. 사이다 마신 것 같다.  나는 가슴이 찡했다. 나는 빨간 놈이 좋아, 고다니 선생님이 좋아!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에서 데쓰조가 쓴 편지-

 


누구에게나 고향은 있겠지만 오키나와 사람들만큼 고향을 소중히 간직하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고 후짱은 언제나 생각했다.

-태양의 아이-

 

양배추 잎 하나를 먹을 때도,

거기에 양배추의 생명과 더불어 수많은 벌레의 생명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다카유키는 행복한 사람이란다.

-모두 다 생명이에요-



-저 새벽 2시 30분 인천공항가는 고속버스 타러 나갑니다.

일본문학기행 잘 다녀올게요~ 갔다와서 후기랑 사진 듬뿍 올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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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일본문학기행, 양철북 독서감상문대회
    from 엄마는 독서중 2010-05-11 02:58 
    5월 1일부터 시작됐는데 안내가 좀 늦었습니다.  음~ 아는 분은 다 아시겠지만,^^ 저는 독서감상문으로 뽑힌 건 아니고,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개정판  이벤트에 알라딘에서 1등으로 뽑혀 2008년 3회대회때 일본문학기행에 참여했지요.    제5회 양철북독서감상문대회 2010년 여름방학, 카르페디엠 읽고 일본 문학기행 떠나자!   
 
 
바람돌이 2008-07-26 0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젠 수공예의 장인으로 등극하시는군요.
도대체 이런 부지런함은 어디서 나오는걸까요? ^^
아 이런 일본문학기행 드디어 가시는군요. 이 새벽에...
잘 다녀 오세요. 재밌는 얘기 많이 가지고 오시구요. ^^

순오기 2008-07-26 02:03   좋아요 0 | URL
앗~ 바람돌이님, 실시간 댓글이었군요. 40분에 집을 나서 택시탔더니 10분만에 광주고속터미널에 와서 500원 넣고 15분간 즐기는 중...^^

큰딸 2008-07-26 0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엄마, 잘 갔다와~!!!!!!! >ㅁ<
집은 내가 지킬께.ㅋㅋ
엄마가 걱정해서 하는 끊임없는 잔소리에 오늘 짜증부려서 미안ㅠㅠ
문자 보낼려다가 여기다 남겨.
엄마! 엄마는 '멋진 여자'야!!! 사랑해♡♡♡
사진이랑 많이 찍고 갔다 와서 얘기해줘~!

*추신 : 엄마 핸드폰 고리(...) 잊지마. ㅋㅋㅋ

순오기 2008-07-26 02:14   좋아요 0 | URL
후후~ 여기에 댓글 다는 센스, 좋다!!
다들 자는데 그래도 큰딸이라고 배웅하면서 '엄마, 멋진 여자야!'라고 말해줘서 고마워!! 엄마 없으면 공주모드가 아니라 '큰딸모드'로 잘할거라 믿는다. 핸폰고리 기억할게~ 알라뷰 ^

마노아 2008-07-26 0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곧 출발이군요! 잘 다녀오셔요. 펭귄 책갈피 완소예요! 모두들 기뻐할 거예요. ^^

2008-07-26 0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에고, 인사가 늦었군요 ㅠㅠ
건강하고 즐겁게 잘 다녀오세요~~~

bookJourney 2008-07-26 0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에 쓴 글 ... 저에요~ (로그아웃 상태로 저장이 되기도 하네요, 삭제는 안되고... --;;)
즐겁게 다녀오시고 좋은 추억 많이 만들어 오세요~
펭귄 책갈피 받으시는 분들 모두 기뻐하실 거세요. 제가 받은 책갈피도 소중하게 잘 쓰고 있답니다. ^^*

글샘 2008-07-26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가고 싶었던 문학 기행이었는데요... 저는 열심히 돈 벌게요. ㅠㅜ(이건, 당최 방학이 아니라는...)
행복하게 다 잊고 즐거운 여행 다녀오시길...

하늘바람 2008-07-26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지고 즐겁고 건강한 여행되셔요

L.SHIN 2008-07-26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귀엽다~ +_+
나는 하늘색 팽귄이 갖고 싶어요!! (손 번쩍)

후후후후...이러면 언젠가 줄지도 몰라 ( -_-)훗

2008-07-27 05: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도넛공주 2008-07-27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순오기님 못하시는게 뭡니까?

이리스 2008-07-28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저 펭귄 엄청 좋아해요!! (그래서;; 그래서;;;)

라로 2008-07-28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행을 앞 두신 분이 60개나!!!쿵
정말 지극 정성!!!!잘 다녀오세요~.^^
알찬 후기와 사진 기대만땅이요!!!!

부엉이마님 2008-07-29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즐거운 여행 되시와요. 그런데 저 책갈피는 우리들(?)에게 주시는 건가요? ㅎㅎ

2008-07-30 0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8-08-01 0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펭귄 좋아하시는 분들 제 서재 두돌에 기념으로 드릴까요? ^^
본격적인 후기를 써야하는데....
주렁주렁 댓글과 속삭이신 님들 감사합니다.
 
기말시험을 앞두고 중3 아들을 시청앞으로....

기말시험을 앞두고 촛불시위에 가고 싶어한 아들녀석을 서울까지 보내면서, 반드시 다녀와서 성실한 후기를 쓰기로 했는데...... 이 글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많이도 흘렀고, 큰소리도 났었다지 아마~ ㅜㅜ 그래도 어제 담임샘과 반 전체가 강천사로 1박 2일 캠프를 가기 전에 마무리 했으니 그도 다행이다!^^

----------여기서부터 아들녀석이 남긴 기록


  시험을 이틀 앞두고 나는 서울에 가서 촛불시위를 했다. 주위 친구들은 미친 XX라는 반응을 보였지만 나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하기 싫은 시험공부를 하느니 차라리 역사의 현장에 가서 몸소 체험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 혼자 간 것은 아니고 누나와 함께 갔다.


  7월 5일 토요일, 학교에서 돌아와 채비를 하고 집에서 나와 버스를 탔다. 진보신당에서 서울로 가는데 우리도 함께 가기로 해 집결장소로 가야했다. 약간 사소한 문제가 있긴 했지만(누나를 너무 믿는 게 아니었다.) 그럭저럭 집결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곳에서 버스를 타고 서울로 쭉 갔다. 가는 동안 사람들은 술을 마시고 놀았고 나와 누나는 그냥 잠이나 잤다. 5시 30분쯤에 서울은 비가 와 서울에서는 저녁을 먹기 힘들다고 휴게소에서 저녁을 먹었다. 그냥 버스 옆에서 돗자리 같은 거 깔고 밥, 된장국, 김치, 콩나물, 장조림 등을 먹은 것이다. 별 불만 없이 식사를 마치고 1시간을 더 달려 서울 시청 앞 광장에 도착하였다.

 

 

  광장은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깃발 아래에 모여 있었다. 또 여러 시민단체에서 천막을 세워 그 곳에서 사무를 보거나 단식투쟁을 하거나, 사람들을 향해 뭔가를 나눠주었다. 광장 주위에는 높은 빌딩들이 에워싸고 있었고 한쪽에 문화재 건물이 있어 그쪽으로만 뻥하니 통해있었다.(무슨 건물인지 모른다) 광장풍경은 다 좋았지만 한 가지 안 좋은 점이 있었다. 광장의 잔디에 시위대들이 앉고 편하게 지내자 잔디를 다 걷어 가버려서 광장은 흙으로 가득했다. 마침 비도 와서 흙은 진흙이 되어 짜증나는 상태였다. 그래도 광장에서 돌아보다가 광장 옆 대로 쪽으로 가보니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사람들이 길게 앉아있었다. 이 많은 사람들이 모두 한 마음 한 뜻으로 모여 있다고 생각하니 ‘명박이’가 참 대단한 대통령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이 되어 사람들이 모두 일제히 촛불을 켜자 멋진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이 모습을 좀 더 높은 곳에서 봤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으로 위를 쳐다보니 기다란 크레인 위에 카메라가 보였다. 저 크레인 위에 올라가보고 싶었다. 광장 옆 대로(정확한 명칭은 모른다 왜냐하면 서울에 살지 않으니까)중간에 대형트럭으로 만든 무대와 무대 양쪽에 커다란 스크린, 그리고 커다란 음향시설이 있었다. 그 곳에서 자유발언, 각종 퍼포먼스, 노래 등을 보고 들었다. 무대 위 진행자 중 한 명이 이름은 모르나 얼굴은 자주 본 방송인이라 조금 놀랐다. 방송인을 자동차 무대 위로 불러올 만큼 촛불의 힘이 대단했다는 것과 방송인이 저래도 괜찮은가 하는 생각 때문이다. (엄마: 그 방송인은 권해효 씨)


  무대 공연이 끝나고 거리행진이 시작되었다. 먼저 인간방패와 시민단체들이 앞장을 섰다. 인간방패는 자전거를 이용하여 만든 조형물에 사람이 올라가 가는 것이다. 나와 누나는 행진 대열의 중간쯤에서 걸어갔다. 거리행진은 기억에 남는 경험이었다. 처음 온 서울인데 거기에 도로 위를 걸을 수 있으니 서울 풍경을 마음껏 감상했다. 서울은 높은 빌딩이 인상적이었다. 거리행진을 하면서 풍물놀이패의 풍물소리와 촛불소녀를 받드는 무당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또 걸어가면서 옆에서 정차되어 있는 자동차들을 보니 자동차 속 사람들의   80~90%는 월드컵에서 우리나라가 골을 먹었을 때의 표정을 지으며 가만히 있었고 몇몇 사람들은 피켓을 흔들며 시위대를 반기는 모습이었다. 그런 사람들은 시위대에서도 환호를 해주었다.


  거리를 지나가다가 전경버스로 길이 가로막혀 있는 모습을 보았다. 이게 바로 그 유명한 닭장차구나라고 생각하며 신기한 마음으로 가까이 다가가니 이미 사람들이 왔다 간 흔적으로 가득했다. 낙서는 기본이고 가장 웃겼던 지명수배 어청수 전단지가 있었다. 닭장차로 가득한 곳에서 빠져나와 서울 거리 곳곳을 걸어 다니다가 KFC에서 화장실도 들리고 휴식도 좀 취했다. KFC가 있던 곳이 아마 종로5가였을 것이다. KFC 밖으로 나와 또 시위대를 따라 걸어갔다. 그러던 중 또 다시 닭장차로 가로막혀있는 곳에 다다랐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닭장차 위로 전경 몇 명이 올라가 있는 것이 보였다. 전경들은 닭장차 위에 방어막 같은 것을 세워놓고 그 뒤에 서있었다. 몇몇 흥분한 아저씨들이 우산으로 자동차를 쿡쿡 찌르곤 했지만 그냥 서로 바라볼 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 곳에서 누군가가 만든 이명박 모형을 보았다. 이명박이 꽃을 꽂고 ‘30’이라고 적혀있는 소를 통째로 먹고 있는 모형이었다. 정말 기가 막히게 잘 만들어 보기만 해도 웃음이 터져 나오는데 그 모형을 들고 있는 아저씨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지 굉장히 뿌듯한 표정이었다.

 

  닭장차로 막힌 거리에서 빠져나와 청계천에 도착했다. 이명박이 만든 그 유명한 청계천을 구경하고 싶어 아래로 내려갔다. 청계천은 조형미도 있고 물에서 놀 수도 있어서 이명박이 만든 것치고는, 환경이나 여러가지 문제가 많다지만 겉모양은 꽤 잘 만들었다고 생각됐다. 청계천에 발도 담그고 걸어 다니며 놀다가 다시 시청 앞 광장으로 돌아갔다. 광장은 이제 포장마차 등 먹을거리를 파는 이동식 매점이 가득했다. 사람들은 광장에 돗자리 같은 것을 깔고 앉아 뭔가를 먹거나 잠을 잤다. 나랑 누나는 광장을 둘러보다가 삼양 컵라면을 무료로 나눠주는 것을 보고 줄을 서서 받아먹었다. 컵라면을 나눠주는 의미는 잘 알고 있었지만 땅바닥에 주저앉아 컵라면을 먹는 내 모습을 보니 뭔가 처량한 느낌이 들었다. 컵라면을 비우고 촛불다방에서 무료 커피를 받아마셨다. 광장에서 굶을 일은 없을 것 같았다.

 

 

  커피를 마시고 UCC 시연회를 보고 자리 깔고 앉아 보았다. 본 UCC는 ‘쥐코’와 ‘쥐박전’이었는데 ‘쥐코’는 굉장히 현실적이고 재미있게 만들었는데 다 보니 뭔가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이명박은 지금 이 시간에도 일을 하고 있다’는 말로 끝나는데 소름이 쫙 돌았다. 쥐박전은 판소리로 지금의 사태를 표현한 UCC이다. 다 보고 나서 진보신당 인터넷방송 칼라TV를 찍고 있는 것을 보았다. 칼라TV는 별로 보고 싶지 않아 다시 공연을 하고 있는 무대 앞으로 갔다. 지켜보다가 한 관계자가 무대 위로 올라가 음향시설을 빌린 것이라 갖다 줘야한다고 공연을 끝냈다.  

 

 

  다시 광장으로 돌아가 노무현 대통령 때의 사회문제를 기록한 영화를 보다가 졸려서 잠깐 누워서 잠을 잤다. 자다가 안평동 사거리라는 곳에서 뚫렸다는 소식이 들려 그 곳으로 갔다. 가보니까 사람들이 좁은 골목과 넓은 대로에서 어디로 갈지 고민하고 있었다. 딱 봐도 좁은 골목은 위험해보여서 그냥 넓은 대로에 있었다. 그냥 해 뜰 때까지 인도에 앉아 있다가 도로에 드러누워 잠깐 잠을 잤다. 시간이 한참 지나자 전경버스 뒤에서 뭔가 움직임이 느껴지더니 차 위에 세워둔 방어물을 내렸다. 그리고 차가 움직이고 그 사이로 전경들이 우루루 몰려나왔다. 전경들은 도로 위에 점거한 사람들은 인도 쪽으로 몰아붙이고 도로로 못 나오도록 서있었다. 그 사이에 전경버스가 차례차례 빠져나갔다. 그 곳에서 그냥 나와서 시청 앞 광장으로 돌아갔다. 광장에서 지하철을 타고 버스터미널로 가서 밥을 먹고 광주로 돌아왔다. 광주 버스터미널에서 택시를 타고 집에 돌아왔다.


  시험공부도 빼먹은 1박 2일의 서울 원정 촛불시위는 좋은 추억이 되었다. 서울관광도 하고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시위도 해서 일석이조의 효과를 가졌다. 덕분에 가기 전에 있던 입안 헐은 부위가 굉장히 커져서 치료하는데 조금 고생을 했다. 그리고 시험공부를 빼먹은 결과 그냥 저번만큼의 성적을 거뒀다.

 

 

*엄마 꼬리: 평점은 그냥저냥 비슷했지만, 영.수는 어이쿠야! 
                  덕분에 양가집 가문으로 등극했다나 전설의 56점을 갱신했다나~~ OTL
                  교대생 누나에게 영.수 집중과외를 받고 있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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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08-07-25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교성적도 물론 중요하지만 정말 오랫동안, 죽을때까지 잊지 못할 귀한 추억(이 씁쓸해서 아쉽습니다만..;;)을 만들었네요.
장해요 :)

순오기 2008-07-25 19:26   좋아요 0 | URL
학교성적도 중요한데~ 이 녀석은 중학교땐 이 정도만 하면 된다네요~`ㅜㅜ
에고~ 고등학생 된다고 하루 아침에 달라지진 않겠지만 믿어봐야죠!^^

2008-07-25 1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8-07-25 19:29   좋아요 0 | URL
예~ 감사합니다. 저도 처음인데 많이 다녀본 분들이 그런 조언을 하더군요.
우리 아이들도 YMCA에서 단체로 데려가니까 가방에 리본을 묶어서 바로 찾을 수 있게...^^ 이금이작가는 그래서 빨간 가방을 갖고 다니더군요.ㅎㅎㅎ
해남~~~ 땅끝마을~~~ 정말 가고 싶은데 부러워요~~~ 좋은 시간 되시기를...

마노아 2008-07-26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 경험을 하고 돌아왔어요. 비록 눈물의 성적표를 받았지만 그래도 어깨 으쓱이에요. 다음 번엔 성적도 분명 만회할 거예요. ^^

순오기 2008-07-26 02:07   좋아요 0 | URL
눈물의 성적표도 아니이에~ 아무 느낌도 없다네요~ㅜㅜ
그래도 믿어봐야죠~ 머리 좋고 공부안하는 녀석들이 많다지만, 내 아들이니까!^^

BRINY 2008-07-29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글을 잘 쓰네요. 우리반(인문계 고3) 애들과 비교됩니다.

순오기 2009-07-25 12:53   좋아요 0 | URL
다시 보니 여기만 답글을 빼먹었네요.
맘 먹으면 좀 쓰더라고요. 결국 글쓰기로 대학을 가야되는거 아닌가 생각도 해봐요.

부엉이마님 2008-07-29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드님 같은 소신있고 행동력 있으며 자신을 지지해주는 부모를 가진 친구들은 뭘 해도 하던데요. 동기부여가 확실하거든요. 그리 키우는 거 쉽지 않던데, 대단하십니다. 저도 3살만 되어도 백화점 문화센터다 놀이학교다 한글나라다 뭔가 두 개 이상씩은 다하는 또래 아이들 틈에서 꿋꿋하게(^^) 아무 것도 안 시키고 책만 읽어주고 있답니다. 쑥쑥닷컴의 서현주 대표를 만났는데 역시 이야기가 통하더군요. 아이를 잘 관찰하여 제 때에 동기를 유발해 주라는 것. '줄탁닷컴'을 준비하신다는데, '줄탁동기' 항상 새겨야 할 말이라고 생각했어요.

순오기 2008-10-02 10:20   좋아요 0 | URL
줄탁동기 깊이 새겨야겠어요. 우리 아들은 정말 이게 필요하거든요.^^ 감사~
 

e메일로 이런 게 들어왔어요~~~~
저도 투표에 동참했는데, 제가 추천한 세 분이 현재 1,2,3위를 달리고 있네요.^^
관심있는 분들은 한번 참여해 보시라고 올려 봅니다~~~~~

2004년 노벨상 후보 박경리

2005년 노벨상 후보 조정래

2006년 노벨상 후보 박완서

2007년 노벨상 후보 황석영

2008년엔 누가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을까요?

제가 추천한 후보가 누군지 궁금하지 않은세요?
님이 추천하신 후보는 누구일까요? 저랑 같을지 다를지 궁금하군요.^^

http://www.yes24.com/campaign/00_Corp/2008Nobel/main.as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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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07-26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투표하고 왔어요. 결국엔 늘 편애하는 작가를 고르게 된다니까요^^;;;

순오기 2008-07-26 00:20   좋아요 0 | URL
헤헤 마노아님은 누굴 추천하셨을까? 궁금 궁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