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석은 휴일이 짧아서 너무 허무(?)하게 지나갔죠?ㅜㅜ 뭐 주부들이야 그리 나쁠 것도 없는 거 같아요. 휴일이 짧으니 음식 장만도 양을 줄였고, 덕분에 접대 수발도 덜하게 되었으니까요. 저희는 전날 목포 큰댁에 가서 아이들은 송편 빚고 저는 튀김을 했지요. 전은 이미 큰조카가 부쳐 놓았고, 생선찜과 나물은 큰동서가 하셨으니, 이번엔 제일 수월하게 지났어요.

작년 추석엔 홈스테이 하고 있으니 버논을 데려가 쪼그려 앉아 송편도 빚게 했는데~ㅎㅎ 이번엔 우리 삼남매와 큰집 조카, 넷이서 금세 만들었어요. 장난 삼아 만두 모양도 만들고 소를 넣지 않은 '꽝'을 만들기도 했지만, 아이들도 송편 빚기 10년차 되니까 제법 잘 하지요.

나 어릴땐 송편을 예쁘게 만들어야 시집가서 예쁜딸 낳는대서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는지... 우리 딸들의 인물이 제 엄마보다 나으니까 틀린 말은 아닌 듯... 하하하~ 쌍꺼풀도 있고 이 정도면 성공한거려니 생각합니다!^^


왼쪽부터 막내 민경, 큰딸 민주, 아들 성주, 큰집 조카~~




전날 만들고 쪘는데 사진 찍는 걸 깜박해서~ 다음날 차례상에 올리고 남은 걸 찍었어요.^^


아이들이 만든 송편으로 차례도 지내고 맛있게 나눠 먹었어요. 내가 고른 것 중에 '꽝'이 세 개나 나왔지만~~~ 콩가루와 깨를 넣은 소가 듬뿍 들어간 것도 많이 먹어서 1킬로는 늘었겠죠.ㅜㅜ

 

*추석이야기와 송편만들기가 나오는 재미있는 그림책이예요. 

토끼를 주인공으로 추석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달님을 보며 송편도 빚고요~
이김천 그림이라는데 저는 처음 듣는 이름이군요.

 

김재홍 화백의 그림이 큼지막하게 그려져 있어 유아기 아이들에게 좋아요.

이억배 화백의 그림으로 유명하죠. 이야기는 한 줄로 짧지만 그림을 보는 재미가 쏠쏠한 책이죠. 솔이네 가족이 추석을 쇠러 할머니 댁에 가는 여정을 따라 도시와 시골 풍경이 아주 섬세하게 펼쳐집니다. 자랑스런 우리 그림책으로도 꼽히만한 책이지요.^^

구름빵 작가 백희나의 닥종이 인형 그림책입니다. 추석뿐 아니라 사시사철 우리 놀이와 우리 문화를 잘 알려주는 그림책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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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09-15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송편 만들어본 기억이 까마득해요. 언제나 방앗간에서 만원 어치 사다 먹는 송편...;;;;
'꽝'도 만들고, 명절 오손도손 즐기는 가족 분위기가 확실히 나요^^

순오기 2008-09-15 18:09   좋아요 0 | URL
식구가 많지 않으면 사다 먹는게 더 경제적이긴 하죠.
우리도 이제 모이는 식구가 적어서 많이 만들지 않지만 만드는 재미죠.^^

노이에자이트 2008-09-15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목한 가정이군요.보기 좋아요.

순오기 2008-09-16 00:49   좋아요 0 | URL
올해는 더 단촐했어요~~ 큰집 식구와 우리 식구뿐이라~~
그래도 우리 식구가 다섯이나 되니까 나름 푸짐(?)했나요?ㅎㅎㅎ

울보 2008-09-15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아드님이랑 따님이 너무너무 장성한데요,,즐거운 추석보내셧지요,,

순오기 2008-09-16 00:50   좋아요 0 | URL
이제 다 컸으니까~ 엄마 손을 필요로 하는 일은 별로 없지요.^^
예쁜 류도 무럭무럭 쑥쑥~~~~ 울보님도 즐거운 추석이셨죠?

미설 2008-09-16 0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든든해 보여요, 저희는 며느리 넷,(작은댁 며느리까지) 작은어머니 두분이서 같이 빚었답니다. 양도 어마어마했구요;;;

순오기 2008-09-16 09:24   좋아요 0 | URL
애쓰셨네요~ 저희도 예전엔 엄청 많이 했어요.

조선인 2008-09-16 0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 꽝까지 만들다니 센스가 넘치십니다.
(그런데 사실 전 꽝이 좋아요. 속있는 걸 안 좋아하거든요. ㅎㅎ)

순오기 2008-09-16 09:25   좋아요 0 | URL
푸하하~ 골라 먹는 재미를 더하는 꽝이죠.^^

희망찬샘 2008-09-16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린이집에서 5살 손으로 만들어 온 송편-그 두꺼운 껍질을 씹으면서 "엄마, 맛있어?"하는 질문에 너무 어정쩡하게 대답한 것은 아닌지 살짝 미안해지네요. 가족끼리 송편 만들기... 재미있으셨겠어요.

순오기 2008-09-16 12:11   좋아요 0 | URL
호호~ 고물고물 고 작은 손으로 만들어 온 송편을 먹으며 엄청 과장해서라도 맛난다 하셨어야죠.ㅎㅎㅎ

bookJourney 2008-09-16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우주선에 외계인 송편까지는 보았는데, 꽝이라니~ 너무 참신해요~ 사진에는 올록볼록, 넘실넘실(?) 파도 모양 송편도 보이네요. ^^
말 그대로 '풍성한' 추석이었겠어요~

순오기 2008-09-17 04:53   좋아요 0 | URL
우주선에 외계인 송편~ㅎㅎㅎ 애들이 더 어릴때는 아예 놀이용 반죽을 떼어 줬지요. 창의성이 쑥쑥 자라기를 기대하면서~~~~ㅋㅋㅋ

배꽃 2008-09-17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모두들 솜씨가 참 이쁘네요. 추석 잘 보내고 오셨군요. 어르신들은 그냥 보기만 해도 든든하시겠어요..

순오기 2008-09-17 18:08   좋아요 0 | URL
어른들은 이제 아버님 한 분이죠. 시댁형제 6남매 중에 우리만 셋을 낳아서 할아버지가 뿌듯해하셨죠.^^ 내 노후를 이녀석들한테 의지해도 될려나~
 

 추석 명절, 잘 보내고 계신가요?
고향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계신 분도, 열심히 수고하셨을 주부들도 이젠 편안한 휴식에 들어갔겠죠?

추석날 밤, 빛고을 하늘은 잔뜩 찌푸려 있더니 구름 속의 달님이 짠~~~하고 나타났어요.
다들 소원은 빌었나요?
음~~ 어떤 소원인지는 비밀이겠죠?
달나라에서 옥토끼가 떡방아 찧는다는 걸 믿었던 순진한 동심을 돌려 달라기엔 너무 염치 없고......
그저 소박한 엄마로 소원을 빌었어요.^^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씀으로 추석 인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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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09-14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2시 되기 전에 나가서 달구경 해야겠어요. 이 글 쓰고 나가야겠네요.
순오기님 추석 복 많이 받으셔요^^(응? 이 표절인사는???)

순오기 2008-09-15 05:40   좋아요 0 | URL
흐흐~ 새해 복도 좋고 추석 복도 좋아요~~ 마노아님도 같은 복 받으세요!^^

웽스북스 2008-09-14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저도 잠깐 나가서 보고와야겠어요 ㅎㅎ

순오기 2008-09-15 05:40   좋아요 0 | URL
웬디양은 무슨 소원을 빌었을지 마구 궁금해지는 아줌마!^^

웽스북스 2008-09-15 11:20   좋아요 0 | URL
있죠, 저 이 글 쓰고 잠깐 나가긴 했는데, 달 보는 걸 깜빡하고 들어왔어요
ㅋㅋㅋㅋㅋㅋ

제 정신머리좀 돌려주세요, 뭐 이런거 빌어야 할텐데

순오기 2008-09-15 16:34   좋아요 0 | URL
ㅎㅎ 웬디양님, 제정신 머리 좀 돌려주세요~~~~~ ㅋㅋㅋ

2008-09-15 03: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9-15 05: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중3 아들녀석의 담임샘께서 한 것 중에 내 맘에 쏙 드는 프로젝트가 있다. 이름하여 '도전 만페이지 읽기'다. 학기 초에 학급문고를 조성하고 책읽기를 독려하기 위해 시상을 걸었다.



이런 기회를 놓치면 큰일 난다고 생각하는 순오기, 공부에도 그닥 신경쓰지 않는 녀석이고 학원도 안 다니니까 학교 갔다 오면 순전히 띵가띵가 뒹굴뒹굴이다. 그래도 다행인 건 책을 즐겨 읽는다는 것~ 그래서 늘 '재생산'을 부르짖는 엄마는 으뜸상 3만냥에 필이 꽂혔다. 하지만 정작 아들녀석은 관심도 없다. 며칠째 잔소리했더니 대상도서인 학급문고 목록을 적어 와서 오늘부터 엄마가 관리에 들어갔다. 내가 넣어줬던 학급문고 10권을 포함해서 우선 집에 있는 책부터 찾아 제 방으로 넘겨줬다. 



읽고 나서 선생님께 확인 받은 책은 딸랑 4권~ 합해서 700쪽은 되나 보다.

 

 

 

  

 

 아들이 이미 읽었던 책~ 오래 전에 읽었으니 다시 읽고 확인 받아야지 뭐~ 어쩌겠어!

 

 

 

 

 

 

 

 

 

  

 

 

이번에 제대로 읽어야 될 책-대충 골라 읽은 시인을 찾아서와 어린이용으로 읽은 그리스로마신화

 

 

 

 

 

아직 기웃거리지도 않았던 낯선 책들~

 

 

 

  

 

 

 

 

  



아들이 적어 온 것이 80권 정도 되는데 요것만 우리집에 있는 책이다. 일부는 중고샵에서 건지거나 학교도서실이나 학급문고를 애용해야 할 듯... 으뜸상 3만냥을 목표로 아자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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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HIN 2008-09-05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33권을 읽어야 되는거죠?
그럼, 전 8월 읽은 것부터 쳐주세요~ 참, 전 3학년 0반 학생인데요...

순오기 2008-09-05 10:16   좋아요 0 | URL
ㅎㅎㅎ 일단 읽은 책 쪽수가 만쪽이 넘으면 도서상품권 5000원 획득, 제일 많이 읽은 순서로 상금이 달라지죠. 여학생 하나가 강적이랍니다. 애들하고 놀지도 않고 쉬는 시간도 책만 읽어댄다는데...읽었어도 담임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절차가 있어서, 아들녀석이 이런걸 싫어한다는게 문제죠.ㅜㅜ
에스님, 3학년 0반은 8월부터 쳐 드릴게요.^^

마노아 2008-09-05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담임 선생님 아이디어 끝내줘요! 정말 바람직한 독서운동이군요. 마지막 고문진보의 글귀도 명문이구요! 완전 감동이에요. 성주 파이팅!

순오기 2008-09-05 23:47   좋아요 0 | URL
담임샘이 국어선생님이세요. 게다가 전교조 활동파.^^
아이들의 복이죠, 이런 선생님 만나는 거~~ 물론 성주도 복이고요.^^

무스탕 2008-09-05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선생님이시네요!!
성주, 으뜸상을 노리는거야, 달려~~~

^^;

순오기 2008-09-05 23:48   좋아요 0 | URL
멋진 선생님의 프로젝트에 열심히 동참하면 다 제게 좋은데...
우리 아들 아자아자!!

책먹는냥이 2008-09-05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한권 읽었네요~ 모두 몇 쪽이나 될른지~ 계속 읽으러 사샤샥~

순오기 2008-09-05 23:48   좋아요 0 | URL
쪽수로 승부를 거는 거니까~ 열심히 읽어야죠.ㅎㅎ

미설 2008-09-05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글귀가 정말 명문이네요, 선생님의 아이디어와 의지도 대단하시구요, 참 좋아요^^

bookJourney 2008-09-05 22:43   좋아요 0 | URL
동감이에요~~~ ^^

순오기 2008-09-05 23:49   좋아요 0 | URL
선생님의 의지만큼 아이들이 따라주지 않는 듯...오직 여학생 하나만 올인중이라네요. 우리 아들의 강력라이벌!!^^
마지막 글귀는 마음에 새겨두었어요. 명문이지요~

희망찬샘 2008-09-08 0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방법도 있군요. 선생님이 상금을 후하게 거셨는데요.

순오기 2008-09-08 09:24   좋아요 0 | URL
선생님이 개인돈으로 하는 건 아니고요, 우리학교가 복지지원학교라서 나오는 특별예산에서 지원받는 것을 저렇게 활용하신답니다. 이것도 10반만 혜택을 주는 것이라 담임샘의 부지런함과 마인드가 일궈낸 쾌거지요.^^
 

독서기록은 읽은 책이 많지 않아도 뻔뻔스럽게 계속 됩니다~ ^^

1. 8월에 처음 읽거나 리뷰를 쓰느라 다시 읽은 책

 

 

 

 


 

 

 

 


2. 8월에 읽었지만 리뷰는 안 쓴 어린이 책

 

 

 

 

 

 

 

 


 

 

 

 

3. 민경이 글로 올린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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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송이 2008-09-01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멋지고 좋은 책만 읽으셨군요.^^

순오기 2008-09-01 23:30   좋아요 0 | URL
흐흐~ 좋은 그림책만 읽어대요.ㅋㅋㅋ

프레이야 2008-09-01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8권밖에 없어요. 오기언니 9월이 첫날 잘 보내셨어요?
계절이 바뀌는 길목에서 인사 드립니다.^^

순오기 2008-09-01 23:31   좋아요 0 | URL
읽은 책이 8권이라고요?
9월 첫날~ 잘 보냈어요. 오랜만에 큰딸 친구엄마들과 만나서 저녁 먹었어요.
맥주도 한 잔, 소주는 녹차 타서 석 잔 마셨고요.^^

바람돌이 2008-09-02 0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은 책 11권, 역시 어린이책은 아이들 덕분에.... ㅎㅎ

순오기 2008-09-02 09:07   좋아요 0 | URL
흐흐~ 엄마들은 아그들 책 읽는 양이 만만치 않지요~ 나도 행복한 동화읽기는 계속 될 거 같아요.^^

무스탕 2008-09-02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화책을 계속 읽으실수 있으셔서 정말 좋으시겠어요.
우리 애들은 도대체 동화책에 관심을 안줘요. 핑계가 없어요.. ㅠ.ㅠ
제가 부러 사서 본 책은 <비나리 달이네 집> 밖에 없네요.
달이 정말 이뻤어요..

순오기 2008-09-02 10:40   좋아요 0 | URL
우리 애들은 다 컸어도 엄마가 만날 동화책을 읽으니 같이 읽어요.ㅎㅎ
비나리 달이네 집 뭉클하는 감동이 있지요. 권정생선생님스런 책!^^

안녕반짝 2008-09-02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컥.. 읽은 책이 하나도 없다는....
카프카의 책은 저도 최근에 한권 집어 들었습니다. 소송이요..^^

순오기 2008-09-02 20:10   좋아요 0 | URL
컥~ 제가 읽은 책은 신간 구간이 마구 섞여 있어요.
저어기 보이는 변신엔 '소송'이 없어요~~~ㅜㅜ

책먹는냥이 2008-09-02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두 열한권 읽었네요~ 앤서니브라운, 존버닝햄, 권정생 선생님 껀 거의 다 읽은 듯~ 권정생 선생님 마지막 작품 랑랑별 때때롱~ 애들 참 좋아합니다.

순오기 2008-09-02 20:12   좋아요 0 | URL
특히나 동화는 자연스레 전작주의로 가게 되더라고요.
권정생선생님 랑랑별 때때롱을 비롯 못 읽은 책이 아직도 많아요.ㅜㅜ
 

5월부터 내놓았던 2층 2세대의 이사가 완료되었다. 왼쪽은 7월 말에 들어왔고, 오른쪽은 드디어 오늘 이사왔다. 이사 보내고 맞아들이는 일도 쉬운 일은 아니다. 큰딸 세살에 이 집을 지었으니 벌써 17년이나 되었는데 이번처럼 힘들었던 적도 없었다.

내가 광주에 와서 단독주택 2층에 살아보니까, 방이 세 개여도 큰방을 뺀 두 방은 너무 작아서 쓸모가 없었다. 또한 상하방이라 부르는 한 칸 방은 너무 작아서 자취생 아니면 살림 하기가 곤란했다. 그래서 우리집을 지을 때는 2층을 단독 2세대로 분리해서 비록 15평이지만 주방겸 거실에 방을 둘씩 두었다. 구조 때문인지 쉽게 나갔고 전세금도 다른 집에 비해 잘 받았다. 또 한번 들어오면 길게 5~6년씩 살았기에 별로 까탈스런 일이 없었다.

왼쪽은 중학생 모자가 살았는데 엄마는 사회교육 공부한다고 뒤늦게 대학을 가서 집에는 거의 안오고, 방치된 아들은 고등학생이 되자 수시로 친구들이 드나들며 우리집을 담배꽁초 구덩이에 처박았다. 5년째 지켜보다 개선이 안되어 비워달라 했고, 빚 때문에 돈이 필요했던 그집의 상황과 맞물려 집을 빼기로 했다. 문제는 그 집이 완전 도깨비 나올 정도로 발 디딜 틈이 없어, 도저히 세입자에게 보여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나도 들어가보고 기절할 뻔했으니까~~ 다행히 7월 중순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일본여행 다녀온 다음날 나고 들고 했다.

오른쪽은 할머니와 50이 넘은 미혼의 딸이 살았는데, 이분들은 다방과 식당으로 돈을 좀 벌었으나 이번엔 불경기로 고전하다가 접고 목포 아들네 곁으로 돌아갔다. 여기는 식당에서 먹고 잠만 자러 오니까 집이 환기도 안되고 노인이 석유 아깝다고 보일러도 안 틀으니 습기차고 통풍이 안돼서 상황이 심각했다. 다행히 임자가 나서 8월 12일 계약이 성사됐다. 당장 내일이라도 이사갈 수 있다고 하던 사람들이 8월 31일 입주하기로 계약했는데... 툭하면 날짜 안에 이사를 못가고 9월 1일에 가겠다고 해서 나를 열받게 했다. 28일, 29일로 미루다 결국 30일 오후에 이사갔고, 예정대로 31일 새식구가 이사를 왔다.

우리집은 사랑방신문에 한두번 내면 바로 임자가 나와서 계약이 됐는데, 이번엔 몇달째 부동산에 내놓아 성사가 됐다. 하남공단과 가까운 주택지라 세를 내기가 수월했는데, 주변에 워낙 많은 아파트가 생기다보니 단독주택의 인기가 떨어졌다. 게다가 우리집이 도시가스 시설이 안돼서 좋은 구조에도 불구하고 세를 내느라 애를 먹었다. 결국 가을에 도시가스 시설을 하는 조건으로 세를 들였다. 2년 전 겨울에 4세대 주택들이 520만원 들여서 시설을 했는데, 이번에 견적을 내니 670만원이 나왔다. 추가비용은 2층 두집이 400을 내기로 했고 나머지 300은 카드를 긁어서라도 해야할 판이다. 먹고 살면서 300을 갚을려면 꼬박 1년이 걸린다. 그래도 해야지 어쩌겠어~~~~ㅜㅜ

하여간 새식구를 들이느라 도배 장판은 품을 들여서 하지만, 내가 해야할 일이 만만찮아서 이틀간 노가다를 했다. 귀찮아서 내집 청소도 안하고 살다가 이것저것 허드렛일을 하려니까 어찌나 피곤한지 어제는 죽은 듯이 잤다. 다리도 아직 불편해서 가능하면 계단 오르내리기를 덜하려고 몸을 사렸지만, 3층 옥상에 있는 방까지 세입자가 쓰기로 해서 쌓아뒀던 고물(?)을 치워야 했다.

집을 지을 땐 옥상에 방을 들여 탁구대도 놓고 폼나게 살려고 했는데~~~ 살다 보니 그게 잘 안되었다. 중간에 마을 도서실로 꾸민다고 책장도 올리고 한쪽 벽면은 앵글 책장을 얻어다 설치도 했었다. 공부방을 만들어 운영도 했는데 날이 덥고 3층까지 오르내리기가 힘들어 다시 거실로 옮겨와야 했다. 웬만한 책은 그냥 두었더니 완전히 망가져서 5년 전에 폐기처분했고, 남아있던 소파 두 벌과 탁자랑 책장 앵글은 오늘 다 끌어내렸다. 내일 동사무소에 신고해 치우면 끝이다.

덕분에 마당 한귀퉁이에 있던 화장실 리모델링 하느라 나온 타일쓰레기까지 치우면 깨끗해지리라. 나도 귀찮아서 청소도 대충 하고, 2층 세입자들도 다 살림을 안하는 사람들이라 계단청소도 안되고 엉망이었는데, 다행히 이번엔 입주 조건을 '살림하는 집'으로 못박았더니 두집 다 깔끔떠는 사람이 입주해서 5년간 묵은 때를 벗겨내고 반짝 윤이나게 생겼다.ㅎㅎㅎ

하여간 더운 여름을 이렇게 보내고 이제 9월은 산뜻하게 시작한다. 밤에는 제법 서늘해서 창문을 닫고 자야 하니까 가을이 오긴 오나 보다. 추석이 빨라서 어쩌면 가을이 더 짧을지도 모르겠다. 이번 가을엔 단풍도 밟아보고 갈대밭도 걸어보며 짧은 가을이라도 폼나게 누리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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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8-09-01 0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구야 몸살 나시겠습니다. 좋은 이웃 맞았길 바래요.

순오기 2008-09-01 13:01   좋아요 0 | URL
이 정도에 몸살날 아줌마가 아니지요.ㅎㅎㅎ
좋은 이웃은 내가 하기 나름인데~~ 잘 살아봐야죠.^^

행복희망꿈 2008-09-01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힘드셨겠네요.
그래도 무사히 잘 정리되셨다니 다행이구요.
이제 조금 푹 쉬세요.

순오기 2008-09-01 13:01   좋아요 0 | URL
8월말로 싹 정리하고 9월을 맞아서 다행이에요.
비는 자락자락 내리고 멋진 9월을 예감합니다!^^

미설 2008-09-01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 놓는 일도 보통일이 아니네요, 저도 세입자 입장이지만 늘 집 깨끗이 쓰려고 노력해요^^ 웬만해선 벽에 못도 안 박는답니다;;;;

순오기 2008-09-01 13:03   좋아요 0 | URL
어제 이사 오자마자 쾅쾅 박아 대더군요~ 뭐 필요하면 박아야죠.
사는 동안은 내집이니까~~~ ^^

마노아 2008-09-01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리도 불편한데 고생 많았어요. 그래도 이제 한시름 놓는 거죠? 이제 9월은 좀 더 분위기 있고 우아하게 보내는 겁니다^^

순오기 2008-09-01 13:03   좋아요 0 | URL
9월은 분위기 있고 우아하게~~ 가을과 어울리게 살아봐야죠!
한의원에 가서 침이라도 한방 맞을까 해요~~ㅎㅎㅎ

무스탕 2008-09-01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신 일을 보니 제 몸이 다 피곤하네요..;;
이곳은 아침부터 비가 오는데 계신곳은 어떤가요?
비가 온다면 비 핑계대고 하루종일 뒹굴뒹굴 하셨으면 좋겠네요 ^^

순오기 2008-09-01 13:04   좋아요 0 | URL
광주도 아침부터 비가 내려요~ 가을을 재촉하는지...
ㅎㅎ 오늘은 쉬는 날이라 이제 댓글놀이 즐기고 있어요.ㅋㅋㅋ

뽀송이 2008-09-01 1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큰 일 하셨어요.^^ 토닥토닥!!
사람 내보내고 새로 들이고 하는 일이 얼마나 신경 쓰이는 일인데요.
일반주택은 청소랑 관리 안하면 정말~ 집이 귀신 나올 것 같고 많이 망가져요.ㅡㅡ;;
부디~ 깔끔하고 좋은 이웃과 정다운 날들 보내시길 바랍니다.^^

순오기 2008-09-01 23:29   좋아요 0 | URL
이틀간 일했다고 무릎이 다시 재발했나 봐요. 내일 병원에 가봐야할 듯...ㅜㅜ

바람돌이 2008-09-02 0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몸살나겠네요. 고생하셧어요.
이번에 맞이하신 분들은 좋은 이웃이기를 바랄게요.
집도 깔끔하게 쓰고... 저 처음에 주택 1층에 전세 들어갔었는데 그 집 청소하면서 그랫어요. 도대체 이집은 살면서 한 번도 청소를 안한거야? ㅠ.ㅠ

순오기 2008-09-02 09:08   좋아요 0 | URL
세입자들에 따라서 집이 완전히 달라지죠. 나도 한 깔끔했는데~ 나이 들어서 그런지 이제는 내 집안 청소도 귀찮아요.ㅜㅜ

세실 2008-09-02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고생 많으셨습니다.
좋은 분들이 들어와서 다행.
저희 시엄니도 텃밭에 딸린 오래된 집 세놓으려면 고생하시더라구요. 내맘같지 않은가 봐요.
푹 쉬세요!

순오기 2008-09-03 02:31   좋아요 0 | URL
텃밭 딸린 오래된 집은 노인들이 사시면 채소도 가꾸고 좋을 텐데...
세상일이 다 내맘처럼 되는 게 아니라서... 즐거울때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