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부터 내놓았던 2층 2세대의 이사가 완료되었다. 왼쪽은 7월 말에 들어왔고, 오른쪽은 드디어 오늘 이사왔다. 이사 보내고 맞아들이는 일도 쉬운 일은 아니다. 큰딸 세살에 이 집을 지었으니 벌써 17년이나 되었는데 이번처럼 힘들었던 적도 없었다.
내가 광주에 와서 단독주택 2층에 살아보니까, 방이 세 개여도 큰방을 뺀 두 방은 너무 작아서 쓸모가 없었다. 또한 상하방이라 부르는 한 칸 방은 너무 작아서 자취생 아니면 살림 하기가 곤란했다. 그래서 우리집을 지을 때는 2층을 단독 2세대로 분리해서 비록 15평이지만 주방겸 거실에 방을 둘씩 두었다. 구조 때문인지 쉽게 나갔고 전세금도 다른 집에 비해 잘 받았다. 또 한번 들어오면 길게 5~6년씩 살았기에 별로 까탈스런 일이 없었다.
왼쪽은 중학생 모자가 살았는데 엄마는 사회교육 공부한다고 뒤늦게 대학을 가서 집에는 거의 안오고, 방치된 아들은 고등학생이 되자 수시로 친구들이 드나들며 우리집을 담배꽁초 구덩이에 처박았다. 5년째 지켜보다 개선이 안되어 비워달라 했고, 빚 때문에 돈이 필요했던 그집의 상황과 맞물려 집을 빼기로 했다. 문제는 그 집이 완전 도깨비 나올 정도로 발 디딜 틈이 없어, 도저히 세입자에게 보여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나도 들어가보고 기절할 뻔했으니까~~ 다행히 7월 중순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일본여행 다녀온 다음날 나고 들고 했다.
오른쪽은 할머니와 50이 넘은 미혼의 딸이 살았는데, 이분들은 다방과 식당으로 돈을 좀 벌었으나 이번엔 불경기로 고전하다가 접고 목포 아들네 곁으로 돌아갔다. 여기는 식당에서 먹고 잠만 자러 오니까 집이 환기도 안되고 노인이 석유 아깝다고 보일러도 안 틀으니 습기차고 통풍이 안돼서 상황이 심각했다. 다행히 임자가 나서 8월 12일 계약이 성사됐다. 당장 내일이라도 이사갈 수 있다고 하던 사람들이 8월 31일 입주하기로 계약했는데... 툭하면 날짜 안에 이사를 못가고 9월 1일에 가겠다고 해서 나를 열받게 했다. 28일, 29일로 미루다 결국 30일 오후에 이사갔고, 예정대로 31일 새식구가 이사를 왔다.
우리집은 사랑방신문에 한두번 내면 바로 임자가 나와서 계약이 됐는데, 이번엔 몇달째 부동산에 내놓아 성사가 됐다. 하남공단과 가까운 주택지라 세를 내기가 수월했는데, 주변에 워낙 많은 아파트가 생기다보니 단독주택의 인기가 떨어졌다. 게다가 우리집이 도시가스 시설이 안돼서 좋은 구조에도 불구하고 세를 내느라 애를 먹었다. 결국 가을에 도시가스 시설을 하는 조건으로 세를 들였다. 2년 전 겨울에 4세대 주택들이 520만원 들여서 시설을 했는데, 이번에 견적을 내니 670만원이 나왔다. 추가비용은 2층 두집이 400을 내기로 했고 나머지 300은 카드를 긁어서라도 해야할 판이다. 먹고 살면서 300을 갚을려면 꼬박 1년이 걸린다. 그래도 해야지 어쩌겠어~~~~ㅜㅜ
하여간 새식구를 들이느라 도배 장판은 품을 들여서 하지만, 내가 해야할 일이 만만찮아서 이틀간 노가다를 했다. 귀찮아서 내집 청소도 안하고 살다가 이것저것 허드렛일을 하려니까 어찌나 피곤한지 어제는 죽은 듯이 잤다. 다리도 아직 불편해서 가능하면 계단 오르내리기를 덜하려고 몸을 사렸지만, 3층 옥상에 있는 방까지 세입자가 쓰기로 해서 쌓아뒀던 고물(?)을 치워야 했다.
집을 지을 땐 옥상에 방을 들여 탁구대도 놓고 폼나게 살려고 했는데~~~ 살다 보니 그게 잘 안되었다. 중간에 마을 도서실로 꾸민다고 책장도 올리고 한쪽 벽면은 앵글 책장을 얻어다 설치도 했었다. 공부방을 만들어 운영도 했는데 날이 덥고 3층까지 오르내리기가 힘들어 다시 거실로 옮겨와야 했다. 웬만한 책은 그냥 두었더니 완전히 망가져서 5년 전에 폐기처분했고, 남아있던 소파 두 벌과 탁자랑 책장 앵글은 오늘 다 끌어내렸다. 내일 동사무소에 신고해 치우면 끝이다.
덕분에 마당 한귀퉁이에 있던 화장실 리모델링 하느라 나온 타일쓰레기까지 치우면 깨끗해지리라. 나도 귀찮아서 청소도 대충 하고, 2층 세입자들도 다 살림을 안하는 사람들이라 계단청소도 안되고 엉망이었는데, 다행히 이번엔 입주 조건을 '살림하는 집'으로 못박았더니 두집 다 깔끔떠는 사람이 입주해서 5년간 묵은 때를 벗겨내고 반짝 윤이나게 생겼다.ㅎㅎㅎ
하여간 더운 여름을 이렇게 보내고 이제 9월은 산뜻하게 시작한다. 밤에는 제법 서늘해서 창문을 닫고 자야 하니까 가을이 오긴 오나 보다. 추석이 빨라서 어쩌면 가을이 더 짧을지도 모르겠다. 이번 가을엔 단풍도 밟아보고 갈대밭도 걸어보며 짧은 가을이라도 폼나게 누리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