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음력 11월 9일, 바로 내 위 언니의 생일이다. (양력으론 알라딘 내애인 마노아님 생일^^)
안 잊어버리면 전화나 하는 정도였지, 생일이라고 선물을 하거나 그러진 못했다.
시골로 내려간 언니가 작년부터 김장을 해서 보내니 답례처럼 생일 때 책을 보내게 됐다.
며칠전부터 생각했는데 좀 늦은 듯하지만 오늘 책을 주문했다.
친정엄마가 언니집에 가서 2주나 3주씩 머무르기도 하는데
지난 주엔 언니 외손녀 백일 차려준다고 분주해서 엄마한테 소홀했다며 자책하고 있었다.
사실 우리 언니만큼 부모에게 잘하는 경우도 흔치 않은데
항상 부모에겐 잘 못했다고 후회하는 것이 자식들이라는 말로 위로할 뿐...
그래서 내가 읽으며 '엄마' 생각에 눈물났던 책들을 공유하려고 골라보냈다.
언니와 좋은 추억도 많지만 어렸을 때 기억 하나가 언니 앞에 나를 죄인으로 만든다.ㅜㅜ
내 고향 충청도에선 꼭 감자 껍질을 벗겨 쪄먹었는데, 당원을 넣어 달콤하게 찐 노릇노릇한 감자는 정말 환상적인 맛이었다. 문제는 감자껍질을 벗기려면 달챙이 숟가락으로 긁거나 칼로 벗겨야 했는데, 나는 그 노역을 죽기보다 싫어했다는 것. 재미있는 책을 읽고 있는데 언니가 감자 까라고 부르면 그렇게 미울수가 없었다. 손에서 책을 놓는 것도 싫었지만, 감자를 벗기고 나면 손톱에 시커먼 물이 들어 꼭 때 낀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언니 혼자 하라고 모른척 할 수도 없으니 감자를 까면서도 주둥이는 댓발이나 나왔었다. ㅋㅋ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는데 초등 고학년쯤, 감자를 까다가 언니랑 칼부림(?)까지 했던 기억 하나가 강하게 남아 있다.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하다가 심통나서 일방적으로 언니한테 패악을 부린 거 같은데~ 언니는 생각도 안 난다지만 나는 죄진 놈이라 잊지 않고 있다. 뭐 때문에 그랬는지 이유는 생각나지 않는데, "언니, 너 죽여버릴 거야~" 라고 했던 말이 잊혀지지 않는다. 이런 전과가 있는지라 우리 애들 셋이 사이좋게 잘 지내는 걸 보며, 내심 '지 에미 안 닮았네' 다행으로 여긴다.^^
지금이야 언니와 제일 친하고 날밤 새우며 이야기 꽃을 피우지만, 중고등때까진 책을 즐기지 않던 언니를 유난히 싫어했다. 그래서인지 문학을 좋아하던 언니 친구와 더 친하게 지냈다. 문학전집이 있던 언니 친구집에 가서 자고 오기도 했고, 그 책을 빌려다 탐독했으니 내 문학적 감성과 소양은 언니 친구가 만들어 주었던 듯하다. 특별히 언니 친구 둘이 나를 이뻐해서 카드와 편지도 써주었고, 인천으로 이사 온 뒤에도 그 언니들이 보냈던 편지를 지금도 간직하고 있다. 그 편지를 들여다보면 지난 일은 모두가 소중하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하지만 아무리 좋아했어도 남인지라 지금은 일 년에 한두 번 언니를 통해 소식을 접할 뿐이다.
역시 뭐니뭐니 해도 혈육의 정인데 그 중에도 자매는 그 무엇과 비길 수없는 깊은 정이 있다. 내가 기어이 딸을 둘 낳아 자매의 정을 알게 했으니, 엄마한테 고마워하라고 우리 딸들한테 막 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