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가다 문득 새마을 운동 깃발이 나풀거리는 것을 목격했다. 그것고 한 개가 아니라 서 너개가 줄줄이... 그 옆에 태극기 하나. 그리고 잠시 어느 아파트를 지나는데 `100% 태극기 달기 운동`이라는 문구의 플래카드가 눈에 들어왔다.

이제 종편에는 머지않아 `배달의 기수`가 나올 차례인가? 눈에 보이지 않은 `빅시스터`가 우리 일상을 잠식하고 있다. 여러 문화 행사에 정부에서 직접 전화로 `행사 진행을 하지 마라`하고 협박하는 사회. 무관심한 우리는 점점 길들여지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자신을 남과 비교하고, 200만원 짜리 유모차를 끌고다니면서도 400만원 짜리 유모차를 끌지 못해 우울하다. 그렇다! 우리는 호구다!

— 개천절 태극기가 펄럭이는 아파트를 지나며 든 생각. (2016.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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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6-12-01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골에는 아직 곳곳에 새마을 깃발이 많고, 부산에 가면 대단히 많더군요 ^^;;
 
물 속 생물들 The Collection 6
람바로스 자 글.그림, 이상희 옮김 / 보림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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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책 한 권 자체가 하나의 보물 같이 귀하게 느껴진다. `읽는` 책이라기보다는 `보고`, `느끼는` 책이며 영감을 주고 감탄을 주는 그림책이다. 일반 동화책과 고급 그림책이 분리가 되어있지 않고 혼재되어있는 우리 나라에서 이런 책이 점점 더 보이고 `수지도 안맞아 보이는` 이런 `보물`같은 책을 40년이나 내고 있다는 보림 출판사의 철학이 매우 궁금해진다. 도대체 어떤 분이 이런 작업을 해왔을까.

미국이든 유럽이든 어디에서나 환영받지 못하던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의 출간을 파리 한 구석에 있던 책방 여주인 실비아 비치(서점 셰익스피어 & 컴퍼니 주인장)가 최고급 장정으로 <율리시스>를 내기로 결정했던 것 못지 않을 것 같다.(우리 나라의 어려운 출판 시장을 고려할 때)

내가 이 책을 발견하자마자 마음에 들었던 것은 책장 한 장마다 세심하게 실크 스크린 작업을 했을 어느 누군가의 손길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각 페이지의 섬세한 그림 뿐 아니라 기본 3도 내지는 4도 작업이라는 사실! 이 말은 한 장의 종이에 각각 다른 색을 찍어내는 판형을 3번 내지 4번 정확한 위치를 맞추어 수작업을 했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그 판형을 각각 개별적으로 디자인하여 만들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리고 각 패이지의 그림들은 무척이나 눈길을 붙들어 맨다. 그림책 분야를 잘 모르는 내가 보아도 너무나 마음에 드는 책이었다. 처음 책을 발견하고 동물 그림이 `이국적`이라 느꼈다면 아마도 보는 시야(관점)의 독특함 뿐 아니라 독특한 색감에 있을 것이었다. 저자가 인도 사람으로 보이는데 강한 원색이나 소위 `쨍한` 색이 아닌 약간은 바랜듯한 느낌의 색이며 조합은 따뜻한 느낌의 종이에 더해 저자도 이런 사람일 것 같다는 상상마저 해보게 된다.

혹시라도 아이들 동화책이 왜 이렇게 비싼가라고 묻는다면, 이 책은 동화책이 아닌 작품을 모은 화보집이며, 이렇게 `저렴한` 화보집을 구할 수 있는가 반문하고 싶다. 가치에 비해 비싸다면 `인연이 아닌`것일 뿐. 이 책을 지르고나서 나는 당분간 내가 좋아하는 맥주와 각종 주전부리와 `다방` 출입을 끊기로 했다. 왜? 배고파도 갖고 깊으니까! 이런 책이 그냥 좋다. 소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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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의 파수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7
J.D. 샐린저 지음, 공경희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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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소설`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에게 크건 작건 영향을 여전히 주고 있는 소설임에는 분명하다.

나의 개인적인 견해는 1950년대 후반 부터 미국에 큰 사회 현상의 하나인 `비트 제너레이션`의 탄생과 관련이 있거나 최소한 영향을 주지 읺았을까하는 점이다. 그 근거로는 작가인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가 비트 제너레이션의 대표격인 잭 케루악과 앨런 긴즈버그가 다녔던 뉴욕의 컬럼비아 대학교를 선배격으로 1년간 다닌 이력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샐린저는 보다 넉넉한 중산층 유대인 가정의 자녀였다는 점이 이들과 다른 이질적인 요소가 될 수 있겠다. 분명 `비트세대`의 주자들이 영향을 받았을 법한 젊은이들의 문화 내지는 분위기는 샐린저나 케루악 및 긴즈버그도 이미 공유하고 있었을 것이다.

• 현대사진과 관련하여
20세기 들어 현대 사진에 큰 영향을 미친 스위스 취리히 태생의 사진작가 로버트 프랭크(Robert Frank)의 사진집<The Americans>이 미국에서 출판된 1958년은 잭 케루악을 비롯한 비트세대 주자들의 열광적인 환호와 관심을 받기 시작한 해이기도 하다.

• `호밀밭의 파수꾼`이 대중 문화에 끼친 영향력
— 우선 이 소설이 뉴욕 맨하탄을 주 무대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샌트럴파크 남쪽의 호수에 관한 이야기를 하며 겨울에 오리가 어디로 가는지 아냐고 맨하탄의 두 택시기사에게 물어보는 대목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이 센트럴파크 호수에서 대형 `Rubber Duck`이 둥둥 뜨개되는 모습을 보면 매우 흥미를 가지게 될 것 같다.
— (189면) ˝어쨋든, 원자폭탄이 발명된 건 기쁘게 생각한다. 다시 전쟁이 일어나면, 난 원자폭탄 꼭대기에 매달려 갈 거다. 그 일에 자원할 것이다. 틀림없이 그렇게 할 것이다.˝
: 이 장면으로 생각될 수 있는 영상을 본 기억이 있다. 바로 스탠리 큐브릭 영화감독이 만든 <Dr. Strangelove>(1964)이다. 이 영화에서 적지에 핵폭탄이 떨어지는 장면에서 카우보이 모자를 쓴 한 군인이 탄두 위에 앉아 카우보이 소리를 내며 원자폭탄과 함께 사라지는 대목이다. 영화가 분명 1964년 이전에 이미 고급 문학교양지 <The New Yorker>에 발표를 한 소설이기 때문에 스탠리 큐브릭 감독에게 어느 정도 교양있는 교양층이 등장한 것은 매우 특이한 사례이다.
— 최근 본 영화 <데몰리션>에서 주인공 남자는 소중한 자신의 아내를 교통사고로 잃고 자신이 지나쳤던 삶을 들여다보게 되는 변화의 과정을 겪는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회전목마 신(scene)은 <호밀밭의 파수꾼> 말미에 주인공 콜필드가 동생 피비를 데리고 샌트럴파크 내에 있던 회전목마를 태워주고 밖에서 이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장면을 연상하게 해준다. 아이를 바라보는 흐믓한 시선도 영화의 이 장면에서 다름없이 느낄 수 있다. 물론 회전목마가 설취되어 있는 장소는 브루클린의 코니아일란이긴 하지만 뉴욕 시민들에게 특히 브루클린에 사는 이들에게 코니아일랜드라는 장소가 갖는 상징성은 샐린저의 회전목마 그 자체라고도 생각해볼 수 있다. 오히려 회전목마와 코니아일랜드는 그런면에서 더욱 적절한 조합이자 <호밀밭의 파수꾼>과 일정한 거리를 두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어찌됐든 이 장면은 마치 <호밀밭의 파수꾼>에 대한 오마주는 아닐까하는 생각까지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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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1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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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많은 사람들에게 오랜 여운을 남기는 소설은 오랜 기간의 숙성기간이 필요한 모양이다. 여러 단편 형태의 글이 하나의 완결된 소설로 마무리 될 때까지 13년이 걸렸다고하니 내가 너무 쉽게 읽어버린 것은 아닐까 반성하게 된다. 눈의 고장의 고유하고 아름다운 풍속과 정경들이 고요히 떠오르는 듯 하다.

사람들은 톨스토이의 <부활>이 그가 71세에 연재하던 소설을 탈고했다는 것을 알게되면 `그 나이에 대단한 소설을 썼다니!`하면서 경탄할 것이다. 반면 나는 톨스토이가 <부활>을 완성하기까지 70여 년이 걸렸다는 데 경탄할 것 같다. 그는 이 소설에 자신의 모든 걸 담아내기 위해 평생이 걸렸기 때문이다.

평생의 업적을 이야기하자면 괴테의 <파우스트>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청년 시기의 구상에서 집필을 시작으로 1부와 2부를 완성하기까지 70여 년이 걸렸으며 결국 괴테 자신의 마지막 작품이 되어 버린 <파우스트>. 신이 악마 메피스토에게 말한 대목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라는 말은 나에게도 꼭 필요한 말이었다. 아니 사실은 `방황하니까 인간이다.`라고 되짚어 이야기 할 수 있는 건 아닐까. 어찌보면 이 말에 잘 부합하는 인물은 `돈키호테`와 같은 인물이 아닐런지. 괴테의 돈키호테적 인물은 파우스트 박사일테다. 그리하여 올 가을에 읽을 책이 정해졌으니 느릿 느릿 읽어갈 다음 책은... 그렇다! <파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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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짝도 하기 싫은 사람들을 위한 요가 - 폐허를 걸으며 위안을 얻다
제프 다이어 지음, 김현우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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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다이어(Geoff Dyer)의 여행 에세이 입니다.

이 책을 읽고 작가 제프 다이어를 알게 되었고, 이 작가의 글쓰기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재즈와 사진에 대한 조예가 깊고 또 이 주제들을 다루는 글쓰기의 방식 또한 신선하고 이런 주제에 아주 잘 어울린달까요. 사람들이 특정 작가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갖는 모습이 저에겐 해당되지 않는 일이라 생각해왔습니다. 책을 많이 읽지 않아서인가보다 했는데, 제게도 그런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걸 실감하게 해주네요. 아무튼 제프 다이어는 제겐 놀라운 발견이자 경외감을 줍니다.

제프 다이어의 여행 에세이는 여행 자체의 문제이기보다는 사물을, 대상을 어떻게 바라볼 수 있는가의 문제를 제게 다시금 가르쳐 주었습니다. 출근하는 지하철에서 사람들에 꽉 끼여 멍하게 딴생각을 하다가 지난번 작성한 글에 인용한 롤랑 바르트의 <밝은 방>에서 야누흐(Janouch)라는 이가 카프카에게 말했다는 대목 `이미지에 선행하는 조건은 시선이다.`라는 말을 그대로 잘 보여주는 작가다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여행은 발견하는 자의 몫이라는 믿음을 제게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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