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자는 두뇌를 믿지 않는다 - 운, 재능, 그리고 한 가지 더 필요한 삶의 태도에 관한 이야기
브라이언 키팅 지음, 마크 에드워즈 그림, 이한음 옮김 / 다산초당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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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도 사람의 일, 사회적 기술의 중요성

- 물리학자는 두뇌를 믿지 않는다


: , 재능, 그리고 한 가지 더 필요한 삶의 태도에 관한 이야기

브라이언 키팅 지음 | 이한음 옮김 | [다산초당] | (2024)



 

나는 자기계발서를 가능한 한 멀리 하는 편이다. 다만 자기계발이라는 역할을 좀 더 너그럽게바라보았을 때, 모든 책읽기의 행위는 어느 정도 자기계발의 역할을 수행한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물리학자는 두뇌를 믿지 않는다를 처음 보았을 때, 잠시 주저했던 것도 책 제목에서 감지되는 자기계발서의 아우라(?)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흥미를 끌었던 나름의 이유는 저자의 서문에서 단서를 발견할 수 있다. 성공한 과학자들이 재능이나 운에 공로를 돌리는 결과주의적인 관점이 아니라, 현실적인 역경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통과했는지를 이야기해주려는 듯 보였기 때문이다. 다만 책을 읽고 다시 책 제목을 보았을 때, 책의 원제인 불가능 속으로(Into the Impossible)’를 그대로 사용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해본다. 물론 이 표현은 SF작가 아서 클라크의 말에서 가져온 것으로 보이는데, 이 책의 제목이 우리 문화의 맥락 속에서 주목을 받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출판사의 고민도 있지 않았을까 짐작해본다.


 

이 책은 전도유망한 과학자이기도 한 브라이언 키팅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9명과 만나 나눈 대화가 모티브가 되었다. 과학적 발견과 성공 스토리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과학자들(무엇보다 저자가 존경하고 스승으로 삼을만한 선별된 인물들)의 삶 이면의 분투와 삶의 태도에 더 방점을 두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학창 시절에 이 책을 읽어보았다면, 막연하지만 좀 더 용기를 얻고 새로운 다짐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보기도 한다. 아마 저자가 여러 과학자들과 나눈 대화 중에서 독자가 가장 많이 만나게 될 조언은 호기심을 따르라는 말일 테다. 호기심은 누구나 마주하게 될 역경을 견디고 나아가 이를 돌파할 힘을 줄 수 있다. 이들의 조언에 따르면 이런 삶과 커리어의 역경과 마주하여 돌파하는 사람은 더 높은 성취로 나아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이 과학자들은 우리를 붙들어주고 이끌어주는 동앗줄로 호기심을 들고 있었다.


 

사실 자신의 호기심을 따르라라는 조언은 이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수긍하고 이를 받아들이는 실천적인 가치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사람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말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좀 더 보수적이고 폐쇄적일 수도 있는 학계에서 이 가치는 여전히, 그리고 더욱 빛나는 것이 아닐까. 하나의 큰 주제를 40년 넘게 붙들고 노력을 경주해온 과학자는 어느 순간 회의에 빠져 손을 놓아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학자가 길을 잃지 않고 다시 본 궤도로 돌아오도록 하는 것이 바로 재미와 호기심이라는 기준이 아닐까. , 이 호기심을 따르려는 마음이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문제 상황이 충돌하거나 대립할 때, 이 둘을 어떻게 균형 잡아야 할지, 혹은 이 호기심을 추구할 상상력을 어떻게 발휘하는지의 문제가 결코 호락호락하게 다가오지 않을 것이다. 실패와 회의, 그리고 성공 그 사이에 어딘가에서 과학자들은 숱하게 길을잃고 방황하며 분투해왔을 것이다. 게다가 모든 과학자가 언제나 좋은 결과를 얻어내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일반 독자인 우리들에게 이런 상황은 생각보다 무게감 있는 딜레마를 안겨준다.

 


이 책은 과학자들의 호기심이라는 가치를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다만 나는 과학자들의 마음가짐으로 저자가 주목한 또 다른 가치에 눈길이 갔다. 바로 협력하는 마음가짐이다. 일전에 한 학원에서 과학을 가르쳤던 기억을 떠올려 보았다. 수업 가운데 아이들이 팀을 이루어 결과물을 산출하는 공동 프로젝트 과학 수업을 할 때가 있었다. 이 때만 되면 아이들도, 선생도 높은 스트레스를 경험한다. 아이들은 협력하여 하나의 산출물을 내는 과정이 아직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혼자 원하는 것을 아쉬움 없이 받아온 아이들은 무언가를 공유하거나, 타인의 생각을 경청하고 이를 수용하거나,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펼치며 타인을 설득하는 일에 매번 서툰 모습을 보였다. 이건 어른들도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내심 어린 시절부터 경험을 하도록 했으면 하는 조바심에, 지금 생각하면 학생들과 교사 모두 공동 프로젝트 수업에서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부실한 나의 교수법을 탓하고, 나의 교수법을 향상시키는 연구를 더 하겠지만 말이다. 당시에는 사소해 보이는 문제에도 함께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안타깝기만 했던 것이다. 나의 학창 시절이야 한 반에 50명이 넘었으니 교사가 학생들을 일일이 다 챙겨줄 수도 없었던 시절이기에 그렇다 치자. 공부 잘하는 학생만 대접받던 시절이었으니, 나머지 아이들에게 무언가 함께하는 경험을 기대하기는 역부족이 아니었을까 싶은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한 반의 인원이 절반 이하로 줄은 데다, 수행평가나 다양한 경험을 하는 학생들이 많아진 지금, 무언가를 함께 하며, 결과물을 만드는 것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 아이들이 꽤나 있다는 사실에 놀랐던 기억이 있다.


 

이 기억을 떠올리니 노벨상 수상자가 이야기하는 사회적 기술의 중요성이 정말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과학자들이 말하는 사회적 기술은 사람과 의사소통할 수 있는 능력과 정서 지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2006년에 우주배경복사 연구를 성공적으로 이끈 공로로 노벨상을 받았던 존 메더의 지혜를 살펴보자.


 

내가 모르는 걸 아는 사람을 보면 이기려 애쓰기보다 함께 연구하려고 힘쓰는 게 좋아요.”(219)

 


이 태도를 달리 말하면, 협력과 연대의 마음가짐이다. 다른 과학자들은 누구든 자신의 경쟁상대가 될 테지만, 이들이야말로 우린 결국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하는 존 메더의 말에 크게 수긍하게 된다. 내가 수업 시간에 아이들에게 누누이 말했던 가치가 바로 이 점이었다. 나는 아무래도 아이들이 수긍할 수 있도록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던 것 같다. 1979년에 노벨상을 수상한 셸던 글래쇼 역시 협력이 물리학 연구의 핵심이란 사실을 깨달았죠.”(95)라고 말하고 있지 않은가. 과학자들에게 이 협력의 가치는 각자가 기여하여 더 큰 일, 불가능에 가까웠던 일을 가능으로 바꾸는 작업에 다름 아니다.


 

그러면 우리의 교육은 어떤가도 생각해본다. 우리는 아이들을 제대로 교육시키고 있는 것일까? 역시 개개인의 자질과 능력을 제고하는 수업 목표에 더하여, 함께 발전적인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능력을 어떻게 키울지가 관건이 아닐까. 당연히 교사들은 이런 고민을 많이 했을 것이다. 다만 교육 현장에서 이런 본질적인 문제가 반영이 될 수 있도록 실천적인 고민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정말 실력 있고 훌륭한 과학자들이 많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 보면, 대한민국 사회가 노벨상이라는 권위에 미쳐있는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물론 대단한 상이기에 저자가 이야기하듯 가면증후군증세를 보인 수상자들도 많았을 것이다. 호기심하면 노벨상 수상자들 못지않다. 하지만 재미와 호기심이란 기준 만으로 연구비를 타고 이를 수십 년 넘게 지켜보고 격려해줄 사회적 장치와 안목은 아직 부족해 보이는 것은 나만의 좁은 시선일까 싶다. 특히 권위 있는 학자들에 도전적으로 질문하기도 하고, 큰 질문에 답하려고 과감히 뛰어들어 인내심 있게 답을 찾을 수 있는 분위기도 우리 사회에 먼저 이루어져야할 일이라고 본다.


 

저자가 자신이 존경하는 노벨상 수상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남긴 이 기록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사실은, 과학도 결국은 인간의 일이라는 점이다. 다만 다른 인간의 활동 분야와 다르게 과학은 동료들 간의 경쟁도 치열하고, 언제나 동료들로부터, 지식인 사회로부터 검증을 받아야 하는 까다로운 조건이 더 있을 뿐이다. 성공한 과학자들의 성공 비결은, 가장 기본이 되는 재능(호기심과 노력)이외에 우리의 능력 너머의 운과 더불어 사회적 기술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었다. 특히 이 동료, 타인에 대한 공감력, 정서적 지능과 이들의 말을 경청하며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은 한 과학자의 성취가 공동체에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물리학자에게 재능과 운은 커리어의 주 궤도에 오르게 해주는 요소들이지만, ‘사회적 기술은 물리학자를 완성하게 해주는 요소다. 이 책에 등장하는 조언들은 노벨상을 수상한 물리학자들이 전하는 지혜이지만, 과학 분야에만 해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 사회 전반의 성숙도를 높이는 데에도 경청할만한 지혜들이기 때문이다.






[덧]

(117) 물리학자 '칼 위먼(Carl Wieman)' => '칼 와이먼'이라고 발음하는 것으로 안다. 


독일의 물리학자 '볼프강 케테를레(Wolfgang Ketterle)' => 어떤 기준으로 이렇게 표기를 하는지 이해가 잘 가지 않으나, 과거에 읽은 글에서 '볼프강 케털리'라고 했던 것 같다. 확인을 요한다.


(149) '에스허르 M. C. Escher' =>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라면 모르겠지만, 네덜란드의 그래픽 예술가 에셔의 이름을 이렇게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적어도 국내에서는 '에셔'라는 이름으로 통용되고 있지 않나?







[1] "첫 번째 원칙은 자기 자신을 스스로 속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기 자신이야말로 가장 속이기 쉬운 상대다."(39)
-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먼의 말

[2] "모든 실험의 목표는 성공이 아니라 학습이다."(61)
"우린 어차피 실패한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더 절박한 질문은 어떻게 실패하지 않을 것인가 하는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실패를 다룰 것인가, 혹은 실패 끝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63)

[3] "과학계에서도 어떤 연구가 실험실 너머의 성과로 이어지려면 일반상대성 이론 방정식을 계산하고 초고감도 검출기를 만드는 것 이상의 무엇이 필요하다. 사람들과 상호작용하고, 그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그들을 설득하고 이끄는 법을 알아야 한다."(66)

[4] "가능성의 한계를 발견할 방법은 그 한계를 좀 더 지나서 불가능 속으로 나아가는 것밖에 없다."(76)
- SF작가 아서 클라크의 말

[5] "궁극적인 목표를 잊지 않는 것. 나를 지나치게 소중히 여기지 않는 것. 셸던의 태도를 따라 할 수 있다면 어떤 길을 걷든 좀처럼 헤매지 않을 것 같다."(91)

[6] "협력이 물리학 연구의 핵심이란 사실을 깨달았죠."
"재미는 과학에서 대단히 중요해요. 난 늘 재미와 즐거움을 좇았습니다."(95)
- 물리학자 셸던 글래쇼의 말

[7] "난 오랫동안 ‘(노벨상)이후의 삶’을 생각했어요. 노벨상을 받은 많은 이를 존경하며, 그들이 상을 받은 뒤 어떻게 살아가는지 살펴봤어요. 남보다 더 잘 살아가는 사람도 있어요. 내게는 수상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서 논문을 계속 쓴 리처드 파인먼, 양전닝, 리정다오 같은 이가 성공 사례로 보였죠."(186)
- 물리학자 프랭크 윌첵의 말

[8] "과학은 전문가가 무지하다고 믿는 것이다."(213)
-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먼의 말

[9] "내가 모르는 걸 아는 사람을 보면 이기려 애쓰기보다 함께 연구하려고 힘쓰는 게 좋아요."(219)
- 물리학자 존 메더의 말
"그(존 메더)는 자신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 위축되거나 이기려 들지 않고 그들과 협력하고 도움을 받길 선택한다."(219)

[10] "내가 보기에 우린 결국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에요. 경쟁자이긴 해도요. 당신이 어떤 연구 프로젝트를 하고 잇고, 나도 같은 걸 측정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각자 다른 답을 얻는다면 아주 주요한 과제가 생긴 거죠. 우리 일은 이기고 지는 게 아니라 증거를 구하는 겁니다."(225)
- 물리학자 존 메더의 말

[11] "호기심은 어떤 주제든 더 많이 배울 수 있도록 해주는 입장권이나 다름없다."(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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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씽킹 - 모든 것이 다 있는 시대의 창조적 사고법
최혜진 지음 / 터틀넥프레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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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인간 존재가 무심코 사용하는 이 능력

- 에디토리얼 씽킹

 


최혜진 지음 | [터틀넥프레스] | (2023)

 




오늘 열어본 책은 회사에서 구입해준 에디토리얼 씽킹이다.


 

저자는 20년차 편집자라고 한다. 특히 개성과 색이 천지 차이인 여러 저자들의 글뿐만 아니라 각종 그림 혹은 사진 등의 이미지를 제한된 지면에, 최대한의 전달력으로 꾸며내야 하는 잡지 편집자라는 사실이, 그가 얼마나 편집자로서 혹독한(?) 훈련을 거쳤을지 짐작하게 해준다. 특히나 잡지 편집자는 일반 단행본처럼 호흡이 보다 긴 것도 아니기에 더 빠르고 명료한 판단력을 요구하는 자리일 테다.


 

비록 저자는 출판계의 편집자를 거쳤다고 하지만, ‘편집하는 일은 사실 인간이라면 매 순간 수행하는 모든 행위에 걸쳐 있음을 깨닫게 해준다. 어떤 종류든 취사선택이라는 과정이 들어간다면 말이다. 심지어 무엇을 어떻게 먹을까하는 문제에서도 개개인의 특성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따라서 저자가 이 책에서 하는 이야기는, 사실 어떤 분야든 기획 혹은 창작이라는 행위에 발을 조금이라도 담그고 있는 이들이라면 생각해봐야하는 지점들을 또박또박 짚어준다. 일전에 에디톨로지라는 주제로 나온 도서들도 있을 텐데, 읽어보진 않아서 비교는 힘들다. 다만 이 책에 한정해서 말한다면, 저자의 오랜 경험과 명료한 주제의식을 간결하면서도 핵심을 일러주는 야무진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회사에서 어떤 프로젝트의 기획을 맡은 직업인뿐만 아니라 책을 만들든, 혹은 프로그래밍을 하거나, 심지어 예술 분야에서 본격적인 창작 활동을 하는 사람은 물론, 심지어 공무원에게도 참고할만한 책이 아닐까. 기계적으로 일하고 살아가는 타성에서 벗어나, 새로운 안목을 갖추라고 말해준다. 특히 창작’, 독창성이라는 말이 처음부터 끝까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아니라 재배치를 통해 차이를 만들어 내는 능력”(115)이라는 말에 수긍이 간다면 이 책을 더 읽어볼 일이다. 이러한 생각을 어떻게 나의 것으로 만들 수 있을까. 좋은 문학 작품이 그러하듯, 좋은 에디터, 창작자, 기획자가 되려면 무엇보다 좋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훈련이 선행되어야 할 일이다.


 

아침 6시에 일어나 투표하고 돌아와서 무심코 펼친 에디토리얼 씽킹의 한 페이지에서 눈에 들어오는 한 문장이 있었다. 물론 마음에 드는 좋은 문장들이 많이 보이지만 말이다. 이 문장을 오늘 하루의 화두로 삼아본다.


 

나는 핵심을 알아보고 구조를 조직하는 능력이 결국 타인에 대한 상상력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143)


 

문장과의 첫 만남은 퍽이나 이질적이다. 요약에 대해 이야기하는 데 타인에 대한 상상력이 무슨 관계가 있다는 말인가! 그런데 다시 곱씹어보니 이 말은 곧 공감력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것이 좋은 기획자의 출발점이라고 말이다. 다른 표현으로는 문학적 상상력혹은 메타 인지와도 연결될 것이다. 나아가 내가 기획하는 일의 방향과 포지셔닝을 정하는 일과도 무관하지 않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우리가 기획하는 일 혹은 제품, 혹은 창작물의 이용자, 수혜자들의 눈에서, 그들의 입장에서 어떻게 비춰질까를 한 번이라도 고민해보는 일이 필요하다고, 아니 정말 중요한 과정이라 말하는 것이었다. 이건 나 혼자를 위한 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새로운 소통의 가능성을 예비하는 작업이라 생각한다.

 


오늘이 국회의원 선거일이라 덧붙이자면, 내가 주목하는 정치인의 기본 자질도 바로 이 문장에 답이 있었다!

 



 

#에디토리얼씽킹 #최혜진작가 #터틀넥프레스 #EditorialThinking #Turtleneck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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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책 - 세미나 시작부터 발제문 쓰기까지, 인문학공부 함께하기
정승연 지음 / 봄날의박씨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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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책

정승연 지음 | [봄날의박씨]



 

쉘 위 공부? - 인문학 공부를 위한 세미나 지침


 

필사’, ‘발제란 표현을 알게 된지 몇 년이 되지 않았다. 독서모임이나 세미나 모임에 참여도 해보고 나서야 나는 이 용어를 접하게 된 셈인데, 솔직하게 말하면 나는 세미나책을 읽기 직전까지도 발제의 개념을 제대로 몰랐다. 1년에 3-4권 정도 읽으면 이미 포만감을 느꼈을 정도로 책읽기를 힘들어 했던 내가 책 읽기에 보다 관심을 갖게 된 것이 불과 몇 년 전의 일이다. 공부를 위한 책읽기는 혼자 못할 이유도 없지만 세미나를 통한 공부는 네트워크가 함께하는 공부 방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세미나는 외부를 이어주어, 지금까지의 나를 벗어나게 해주는 접속구이기도 하다.


책 읽기에 보다 관심을 갖게 되었을 때, 방법론적인 책을 여러 권 본 기억이 있다. 원래 매뉴얼 같은 안내서를 가까이하지 않았지만, ‘1만권 읽기와 같은 제목을 단 책들의 저자는 과연 책을 어떻게 읽는지 궁금했었다. 속독과 다독의 비결을 알려주는 책을 여러 권 읽어보았지만, 대부분의 책에서 소개해주는 책읽기의 방법론은 인문학 공부에 크게 도움이 안 되는 독서법이었다. 어느 자기계발서 저자는 책을 마무리하며 이 방법은 인문학 서적에는 적절하지 않습니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는데, 그래도 이 경우는 저자가 솔직한 경우였다. 내가 관심 있는 인문학 공부의 책읽기, 공부하기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책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런 책들을 몇 권 읽고 내린 결론은 내 관심사를 파악해서 내 속도대로 읽어나가자는 것이었다.


세미나책은 나의 경험에 비추어 크게 기대하고 읽어 나가지는 않았지만, 의외로 저자의 인문학 세미나 경험과 공부에 대해 생각해볼 거리를 많이 던져주어서 만족스러웠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기 시작해서야 비로소 처음 인문학 공부를 시도했다. 이 때 처음 경험해보았던 것이 세미나식 공부였다. 다만 나를 괴롭혔던 것은 다소 기계적인 측면이 있는 내용 요약하기가 아니라 발제문 만들기였다.


내가 관심있게 읽은 부분을 중심으로 간단히 정리해보자. 저자에 따르면, 발제란 질문을 던질만한 문제를 찾는 일’(140)이다. 따라서 발제자는 세미나에서 고민할 문제를 만들어오되, 형식적으로는 이 문제를 만들기까지 고민했던 전후 맥락을 기록’(141)한다. 이것이 발제문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야 나는 과연 발제문이 무엇인가하는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이전에 내가 만들어간 발제문은 마감에 급급하여 끄적거린 요약문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정작 중요한 질문을 곁가지취급을 했고, 이 질문은 내용 이해를 위한 요약과도 따로 놀았던 셈이다. 그런 점에서 과거에 우왕좌왕하며 고민하던 경험이 전혀 쓸모없지는 않았다는데 위안을 삼는다.


발제와 발제문 만들기는 이 책에서 내가 가장 궁금했던 부분이었고, 나 스스로 발제란 무엇인지 납득할 수 있었다. 저자 역시 지속적으로 참가하는 세미나 공부를 통해 이 부분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정리했음을 알 수 있었다. 그 밖에 이 책은 세미나 구성과 읽기, 발제문과 에세이 쓰기, 말하기와 같은 공부의 뼈대가 되는 방법론을 이야기하되, 다른 방법론 책과 달리 인문학 공부란 무언인가라는 저자의 공부론을 접할 수 있어서, 이 부분이 좋았다. 이를테면 인문학 공부란 어떻게 살 것인가를 묻는 의식적 차원의 공부’(6)이며, 그런 의미에서 세미나/공부란 말로 바뀐 내 지식과 정서를 타자와 만나게 하는 장소’(161)이면서,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발굴해 내는 작업’(202)이라는 견해에 공감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나의 공부는 어떠해야 할까 생각해본다. 저자가 학창시절 참여했던 운동권 공부얻은 지식으로 세상을 바꾸는 공부였다면, 이 책의 (인문학) 공부는 나를 바꾸는 공부가 되어야 한다는 언급도 인상 깊다. 저자는 공부의 주제로 삼을 만한 것이 마음이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87)이라고 말한다. 어떤 책을 읽을 때 납득이 가지 않거나 생경하게 다가올 때, 바로 이 지점에서 이 문제를 파고들어야 내 삶에 무언가를 남길 수 있다고 전한다. 그러므로 내가 품고 있던 문제, 내가 결핍감을 느끼는 지점, 나의 욕망이 무엇인지 들여다봐야 한다는 주문일 테다. ‘나의 공부역시 이 지점을 향해야 할 것이다.


언젠가 고미숙 작가의 어느 글에서 공부’(工夫)는 중국 무술 쿵후’(功夫)와 발음이 같다는 언급을 읽은 기억이 난다. ‘쿵후는 공부의 ’()에 힘쓰기()가 더 들어간 셈이니, 몸을 중심으로 익히는 공부라고 볼 수 있겠다. 마찬가지로 선인들의 공부(工夫)는 단순히 지식을 머리에 넣는 행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익히고 숙달하는 과정을 전제한다. 말하자면 몸과 머리에 역사를 담고 쌓아가는 개념이라고 볼 수도 있다. 들어온 지식이 내 안에서 겉돌지 않고, 나의 삶과 밀접하게 관계를 맺어야 공부라고 할 수 있겠다.


저자는 우리 사회에서 부는 인문학 열풍의 정체가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공부라고 진단한다. 이를 나의 말로 표현하자면, ‘인문학 열풍의 원인은 지식이 스펙 쌓기처럼 물신화되어 버린데 있다고 생각한다. 요즈음 뉴스를 보면 경제력뿐만 아니라 지식을 가진 이가 경쟁력을 가진 존재가 되고, 이것이 하나의 권력이 되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공부’(工夫)란 무엇인가를 묻는 일은 의미심장하다. 나의 공부가 어떠해야하는지를 묻는 일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스스로에게 묻고 점검해야할 물음이 되어야 할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세미나책은 세미나를 통한 인문학 공부의 지침을 알려주는 것뿐 아니라, ‘공부란 무언인가를 다시 생각해보게 해준 책이다. 이 책은 많은 책을 읽기 위한 테크닉과 같은 일방적이고 기능주의적인 시각에 충분히 보완이 될 만한 견해와 시각을 담고 있다. 이제 내 삶을 들여다보고 나를 바꾸는 공부를 할 때다. 쉘 위 공부?

 

 




[1] "(인문학 공부는) 좀 더 의식적인 차원의 공부입니다." (6)

"인문학 공부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가치는 ‘다른 관점’의 획득입니다. (...) 그것은 곧 ‘자기 갱신’이기도 합니다." (20)

"(인문학 공부를 통해) 그 과정을 반복하는 사이에 바뀌는 것은 나의 일상이고, 일상이 바뀌면 ‘욕망’, 그러니까 원하는 게 바뀝니다." (23)

[2] "‘마음이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 피해서는 안 되는 ‘공부’의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그걸 파고들어야 내 삶에 무언가 남길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87)

[3] "발제문은 무엇일까요? 그 시간에 고민한 ‘문제’와 발제자가 그 ‘문제’를 만들기까지 고민했던 전후 맥락을 기록한 글입니다." (141)

"세미나에 있어서 발제문은 ‘읽기’와 ‘말하기’ 사이에서 그 둘을 이어 주는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입니다. (...) 내가 정말 문제라고 생각하는 바에 대해서도 납득 가능한 설명을 붙여 주어야 합니다." (142)

[4] "세미나는 말로 바뀐 내 지식과 정서를 타자와 만나게 하는 장소입니다. 여기에서 나는 내 말의 한계를 발견하고, 다른 사람의 한계를 봅니다. 그리고 잘만 한다면 내 존재를 지금까지와는 다른 무언가로 변환시킬 수도 있습니다." (161)

[5] "텍스트에는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들이 잠재되어 있는데, ‘읽기’란, ‘세미나’란, ‘공부’란 바로 그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들을 발굴해 내는 작업인 것입니다." (202)

[6] "공부는 내 인생과 서로 상호작용을 하면서 나 자신과 함께 공진화해 가는 것이기도 합니다. (...)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매번 새롭게 주사위를 던져 보는 것뿐입니다." (205)

[7] "‘공부로 인생역전’ 한다는 건 공부를 발판 삼아 출세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말 그대로 인생의 성질을 바꾸는 일이라고 믿습니다. 어떻습니까? 공부, 하고 싶지 않으신가요?" (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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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리미널 씽킹 - 변화를 원한다면 지금부터
데이브 그레이 지음, 양희경 옮김 / 비즈페이퍼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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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리미널 씽킹

(원제: Liminal Thinking:

Create The Change You Want By Changing The Way You Think)

데이브 그레이(Dave Gray) 지음 | 양희경 옮김 | [비즈페이퍼]

 

 

(리미널 씽킹이란 무엇인가)

저자에 따르면 리미널liminal이란 단어는 문턱 의미하는 라틴어 리멘limen’에서 유래했다. 리미널 변화의 단계, 또는 변화의 기간을 의미한다. 리미널 씽킹을 풀어말하면 경계에서 생각하기 의미한다고 한다.

 

 

우선 책의 전반부에서는 우리의 개인 집단에서 형성되어 있는 무형의 실체의 믿음체계 관해 해부를 하며 들여다본다.  과연 우리가 믿음이라고 하는 심리적 기작을 통해 형성되는 진실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고찰해볼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우리의 모든 행동은 이러한 신념체계 기반하여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저자의 말대로 행동은 이성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성 사람의 행동을 부추기지 못한다. 사람을 행동하게 하는 것은 감정이다.”(136)

시간이 지나며 깨달은 사실은 변화를 꾀하지 못하게 막는 제약의 대부분이 오직 마음속에만 존재한다는 것이다.”(224)

 

 

표현을 다르게 표현하자면 우리의 행동은 우리가 취사선택하여 진실이라고 받아들여진 믿음 우리의 감정과 욕구가 유착되어 이루어지게 된다는 관점이 것이다. 그리고 어떤 행동에는 나름의 결과가 있을 것이고, 결과가 타인과의 관계나 회사의 기업활동에 해당되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결과가 우리에게 바로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결과가 긍정적이면 좋지만, 우리 사회가 매번 우리가 바라는 대로 결과를 보여주지 않는다. 오히려 99% 우리가 우려하는 대로 나타나기 쉽상이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이러한 문제점들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의 믿음체계 적절하지 못하다면, 믿음을 바꾸어야할 것이 당연할 듯한데, 이게 쉽지가 않다. 그럼 이런 문제점들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몸을 움직일 있겠는가에 대한 물음에 저자가 제안하는 것들로 이루어지고 있다.

 

 

 

책의 전반에 소개되는 우리의 믿음 본질과 믿음체계 대한 분석 그리고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행동수칙들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은 따로 정리하지는 않겠다. 책이 얇고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저자가 요구하는 대로 변화를 열망하는 마음만 있으면 충분하다 것이다. 여기까지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약장수같은 느낌이 없지않지만, 저자 데이브 그레이가 믿음이 우리를 제한한다.”(81)라고 간결하게 써놓은 문장에서 자신의 경우를 바로 떠올릴 있었다. 어떤 사람의 수행능력이나 행동여부 등을 살펴보면, 의외로 심리적인 원인 기인한 경우가 많다는 점을 나의 경험을 통해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저자의 견해대로 나의 믿음 나의 경험과 나의 판단에 의해 취사선택되어 형성된 체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이 자기충족적 예언이 되어 나의 행동을 제어하곤한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가 개개인이나 집단의 행동이나 변화를 이야기할 개인 또는 집단심리적인 연구결과에 주목하는 이유도 바로 믿음이라는 무형의 대상이 형성되는 과정이 다분히 심리적 과정이 관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정신과 영혼을 가진 인간이기에 그러하다. 상당히 많은 일상의 영역에서 나를 지배하는 것은 나의 믿음’, 신념체계에 관계된다. 따라서 저자가 누누이 강조하듯 새로운 생각을 받아들이고 배우려면 자신의 잔을 비우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 바로 자신을 비우라는 말을 상기하며 저자의 말을 계속 따라가며 읽어나간다.

 

 

책은 우리가 가질 있는 의혹 중요성을 인지하며, 모호하고 방향성없는 상태를 벗어날 있는 길을 제시해주는 책으로 읽힐 있다. 뇌신경학자/심리학자 등의 전문가들의 견해가 아니라(이들은 대상의 상태, 현상을 분석하거나 이해하는데 도움을 수는 있지만), 저자는 우리가 다른 어떤 무언가를 하고 결과를 얻을 있는가에 대한 길안내를 자처하는 것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구체적인 사실들과 방법론들은 개별적으로 새로울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책에서 내가 주목해보게 되는 것은 바로 인간이라고 하는 존재에 대한 인간적인 관심때문이다. 저자는 바로 인간이라는 대상의 욕구 감정 주목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마도 책이 다른 경영서와 다른 차별적인 특성은 바로 인간이라는 요소에 대한 성숙한 이해에 기반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개인의 욕구와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금기시해왔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과연 우리의 욕구와 감정은 부정적인 것인가? 나는 이전에 이런 의문을 가져보지 못했던가를 새롭게 자문해보기도 했다. 책의 개별적인 사항에 대해 새로울 것은 없어도, 저자의 경험과 숱한 고민을 통해 제시하는 인간적인방법론은 나름대로 타당하다. 구체적인 저자의 실천법을 여기서 일일이 정리하지는 않겠다. 다만 책의 후반부에 이르러 자신이 노력을 기울인 리미널 씽킹, 경계에서 생각하기의 요체가 무언인가를 다시 정리해둔 부분을 여기에 다시 인용해보면 다음과 같다.

 

 

경계에서 생각하기는 우리의 일상에 혼돈 상태를 도입함으로써 기존 모델에 의도적으로 훼방을 놓는 방법이다. 일부러 혼돈으로 뒤엉킨 상태를 만듦으로써, 과거 모델보다 효과적으로 작동할 있는 새롭고 흥미로운 모델을 도출할 있게 해준다. (…) 새로운 기회를 맞으려면 여러분은 복잡함을 포용해야 한다. 경계에서 생각하기는 모호함과 불확실성으로 향하는 문을 열어줌으로써 변화의 길로 항해하게 하는 방법이자, 어느 정도의 파괴 없이는 어떤 실체적인 창조도 있을 없음을 깨닫게 하는 방법이다. (227-228)

 

 

저자의 설명을 언어로 이해하고 표현하자면, ‘경계에서 생각하기 고인 물의 물꼬를 있는 변화를 주어 흐름 변화를 촉발하기 위한 방법론으로 다시 정리할 있을 같다. 과정에서 위험을 감수하는 용기도 필요하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것이다.

 

 

책에서 저자는 경계에서 생각하기가 중요한지를 개인에서 출발하여 사회적인 의미로까지 확장하고 있다. 경계에서 생각하기가 중요한 이유는 우선 (어느 광고의 문구처럼) 당신이 중요하기 때문이고, 나아가 가족, 친구가 중요하기 때문이며, 모든 구성원들이 속한 사회가 중요하고 결국 우리가 사는 세상 전부가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불교 선종의 가르침을 언급하기도 저자의 리미널 씽킹의 가치는 마치 수신제가 치국평천하 교훈과도 닮아 있다. 이토록 중요한 나와 세상을 변화시키는 출발점이 바로 나를 변화시키는 것이고, 이것이 만사의 근본이라는 관점에서 말이다.

 

 

책을 덮으며 책을 다시 환기해보면, 저자 데이브가 말하는 믿음, 믿음 거품은 다른 말로 패러다임으로 번역해볼 수도 있겠다. 개인이든 사회든 각각 지니고 있는 믿음 체계, 독트린, 주의가 바로 이러한 아닐까. 우선 믿음은 (취사선택되어) 만들어지는 모델이라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믿음이 창조해낸 공유세계 바꾸려면 당연히 이러한 믿음체계를 바꾸어야 한다는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이러한 믿음은 나름의 관성을 가지고 있기에, 하나의 행동 강령으로서 스스로를 방어하고 보존하려는 힘을 갖는다. 따라서 기반이 되는 믿음을 바꾸어야만 하는데, 결국 이것은 당사자 바로 자신이 스스로를 바꾸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기존의 패턴, 실패와 파멸의 고리 속에 있는 자신을 인식하고, 여기에 변화의 물꼬를 트는 , 시도,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이 데이브가 책에 쏟아부은 노력과 에너지의 실체라고 정리해보고자 한다.

 

 

책에서 제시하는 9가지의 실천법은 책을 확인하라. 가장 인상적이고 개인적으로 주목하는 실천법 가지는 자신을 비우고, 멈추어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는 자세일 것이다. 이는 타인의 욕구와 감정이 드러날 있는 안전지대를 만듦과 동시에 타인과 나와 공유할 있는 세계를 구축하는 과정일 것이다. 이것이 가능하다면, 나는 모든 사람들이 드러난 문제점들을 바라보고 해결할 있는 지적 능력이 있다는 것을 믿는다. 중요한 것은 고인 물의 물꼬를 트는 것이다. 행위가 바로 인도의 쉬바 역할처럼 (기존의 것을) 파괴하는 일이다. 여기서의  파괴는 파괴를 위한 파괴가 아니라, 새로운 것의 건설이라는 전제가 되는 파괴를 의미할 것이다. 변화의 순간, 전환기의 기회를 가져다주는 사고방식이 바로 리미널 씽킹으로 이해해볼 있을 것이다.

 

 

"믿음이 우리를 제한한다."(81면)

"이성은 사람의 행동을 부추기지 못한다. 사람을 행동하게 하는 것은 감정이다."(136면)



"시간이 지나며 깨달은 사실은 변화를 꾀하지 못하게 막는 제약의 대부분이 오직 마음속에만 존재한다는 것이다."(224면)

"경계에서 생각하기는 우리의 일상에 혼돈 상태를 도입함으로써 기존 모델에 의도적으로 훼방을 놓는 방법이다. 일부러 혼돈으로 뒤엉킨 상태를 만듦으로써, 과거 모델보다 더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새롭고 흥미로운 모델을 도출할 수 있게 해준다. (…) 새로운 기회를 맞으려면 여러분은 복잡함을 포용해야 한다. 경계에서 생각하기는 모호함과 불확실성으로 향하는 문을 열어줌으로써 변화의 길로 항해하게 하는 방법이자, 어느 정도의 파괴 없이는 그 어떤 실체적인 창조도 있을 수 없음을 깨닫게 하는 방법이다." (227-228면)

"만약 어떤 일이 이해되지 않는다면, 무언가를 놓치고 있는 것이다."(16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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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스 멍키 - 혼돈의 시대, 어떻게 기회를 낚아챌 것인가
안토니오 가르시아 마르티네즈 지음, 문수민 옮김 / 비즈페이퍼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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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스 멍키

(원제: Chaos Monkeys)

안토니오 가르시아 마르티네즈 지음 | 문수민 옮김 | 비즈페이퍼

 

강아지 이름을 닮은 <카오스 멍키> 저자 마르티네즈는 IT벤처 업계의 개자식이라 불릴만 했다. 물론 좋은이란 수식어를 앞에 붙여줄만하다. 책을 읽기시작하자마자 솔직담백하게 드러나는 저자의 저돌적이고 돌아이 기질은 저자의 매력이라 있을 같다. 스페인계 이민자의 자손으로 미국 서부의 명문대에서 물리학 박사 학위를 마친 마르티네즈는 말하자면 미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돈키호테와 같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지적이면서도, 솔직하다못해 (책의 지면을 통해) 여자를 밝히고, 그럼에도 스스로를 사기꾼이라고 묘사하는 사람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두툼한 책이지만 시간이 걸린다뿐이지 지루하지 않게 읽어나갈 있었던 같다. 스페인계 미국인 돈키호테의 좌충우돌 생존기(?) 처음부터 책을 덮을 때까지 흥미진진하다.  

 

 

저자는 학위를 받자마자 미국의 많은 명문대 물리학과 졸업생들처럼 동부의 뉴욕에 있는 월가로가서 퀀트 커리어를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가 세계 금융자본주의의 핵심인 월가의, 그것도 세계적인 금융회사로 알려진 골드만삭스에서 금융자본주의의 실상을 목도하고, 업계를 떠날 결심을 하게된 것이 마르티네즈의 좌충우돌 생존기의 서막이었다. 미국 동부의 금융계에서 저자가 일할 월가가 하는 일을 매우 간결하고 직설적으로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상대가 차도둑이고 차를 훔칠 계획을 짜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경우, 그들은 차를 훔치기 전에 미리 보험에 들어둠으로써, 차도 훔치고 보험금도 타내 양쪽으로 이득을 보려할 수도 있다. 월가가 그렇게 한다.”(37)

 

책에서 저자는 실제 인물(예를 들어 투자자, 대기업 CEO, 벤처업계 동료)들의 실명과 함께 이들에 대한 평가와 비판을 가감없이, 그리고 돈키호테와 같이 저돌적으로 던지고 있고, 이러한 저자의 개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글쓰기는 읽는 독자로 하여금 호감을 끌어들이는 점이 분명 있다. 아마도 투자자들과 수도 없는 미팅과 설득(다시 말하면 구워삶기)으로 투자자들의 돈을 끌어들이는 저자의 수완과 경지를 엿볼 수도 있다. 물론 물리학 박사에다 최고의 금융회사, 그리고 최첨단의 IT벤처업계, 그리고 트위터와 페이즈북과 같은 IT계의 공룡회사를 종횡무진하며 일해온 저자의 화려한 경력으로 , 교활하기만한 인물로 비춰질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자신의 부족함과 한계를 드러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이러한 솔직함이 투자자 뿐만 아니라 독자들의 주목을 더욱 받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우선 내가 처음, 책을 읽지 않았다면 미국 첨단 기업의 생태계를 엿볼 있는 기회란 아마 없었을 것이다. 저자의 눈에 비친 시각이나마 책을 통해 간접경험을 해본다는 것은 두툼한 책이 전달해주는 미덕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요즈음 대한민국 사회의 가장 주목받는 화두는 단연코 ‘4 산업혁명 것이다. 나라가 앞으로 생존하기 위해 ‘4 산업혁명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로 몸살을 앓고 있는 형국이다. 초등학교 수준의 교실에서는 놀이를 통한 프로그램 코딩의 기초배우기에 여념이 없다. 이것이 무슨 의미일까? 아마도 우리는 ‘4 산업혁명 요긴한 인재를 키우기 위해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아이들에게 프로그램 코딩 조기교육 당연히시켜야한다고 믿기 시작한 하다. 그러나 이러한 호들갑 이면에 과연 무엇이 있는지 생각해보는 것은 분명 아주 중요한 일이 것이다. 이미 국내의 언론에서는 35년도 이전에 ‘4 산업혁명 대한 준비를 촉구하는 기사가 것을 적이 있는데 이제와서야 이런 전국적인 호들갑은 과연 무엇때문이었을까.

 

 

저자가 지나가듯 전달하는 통찰 중에는 귀기울여 들어볼만 것들이 많이 등장한다. 4 혁명의 물결에 잘대비하기 위한 이런 대한민국의 호들갑은 분명 마르티네즈의 심각한 비판을 받게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마르티네즈에 따르면 앞으로 기술이 발전하면서 기술의 주체가 인간에서 컴퓨터 이동한다고 말하는 대목이 인상깊다.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리스트 마크 앤드리슨의 말을 다시 여기에 언급하자면, 미래의 일자리는 컴퓨터에게 일을 지시하는 사람과 컴퓨터가 지시한 일을 수행하는 사람으로 나뉠 것이라고 말은 가까운 미래에 우리에게 닥칠 격변을 예고하는 것과 같이 느껴진다. 앞으로는 모든 것의 주체가 인간에서 컴퓨터로 이동하게 되고, 이것이 어쩌면 우리가 막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4 산업혁명 본질적인 특성이 되어버리지나 않을까하는 우려가 들기도 했다.  특히 저자가 스타트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온라인 광고 타기팅 관련한 기술을 언급할 새롭게 알게된 사실들 때문이었다. 내가 장바구니를 담는 나의 행위가 실시간으로 추적당하고, 기록이 읽히면서 이것이 내가 온라인 상에서 어디를 가든 나를 따라다니고, 나의 취향 행동 패턴을 반영한 소비활동이 노출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보가 시간을 두고 점점 쌓여간다면, 나를 구성하는 무의식마저 읽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도 들었다. 물론 이제는 인터넷에서 나의 구매 행위나 각종 활동들이 계속 읽히고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고, 이것이 이미 상당히 진행되어있다는 점을 인정해야할 것이다.

 

 

이렇게 <카오스 멍키> 읽으면서 전에는 내가 알지 못했던 온라인 생태계와 첨단 IT업계에서 주도하는 기술개발의 방향이 (극히 일부이기는 하지만) 어떻게 설정되어가는지를 맛볼 있는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두꺼운 책을 읽어나갈 있도록 해준 것은 마르티네즈의 돌직구 같은 솔직한 성격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입담과 아슬아슬하게 느껴지는 실제 인물들과의 좌충우돌 비하인드 스토리가 특히 흥미를 잃지않도록 해주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가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에서 여러 가지 역경을 겪는 모습은 책의 제목대로 (다중적 의미에서) 혼돈 속의 카오스 멍키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여기에 더하여 장의 시작에서 저자가 인용해두는 고전의 진지한 문구들은 저자가 겪게되는 사건들과 관련하여 자신을 희화하하는 보다 인간적인 감각을 보여주고 있는데, 점은 분명 저자의 어린 시절 경험했던 폭넓은 독서에 힘입은바 것이다. 이러한 부분들이 책의 내용 뿐만 아니라 저자에 대한 인간적인 매력을 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결론적으로 경제 경영서를 읽지 않았던 나도 책을 꽤나 재미있게 읽었다는 . ‘이거면 아닌가?’

 

 

 

 

(44면)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리스트 마크 앤드리슨의 말을 빌려 표현하자면, 미래에는 두 부류의 일자리가 존재할 것이다. 컴퓨터에게 일을 시키는 사람과, 컴퓨터가 시키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월가는 시작일 뿐이었다.
(...) 컴퓨터가 작업흐름을 이끌고, 인간이 빈틈을 메우게 된 것이다. 우버의 운전사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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