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에 [철학책,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라는 페이퍼를 쓴 적이 있다. 철학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약간이나마 도움이 될 만한 의도로 발행한 거였는데, 의외로 반응이 뜨거웠다. 그래서 ‘역사책’ 분야도 비슷하게 페이퍼를 썼더랬다.

 

 

지금도 그렇지만 철학책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에 놀라곤 한다. ‘이런 책이 인기가 있을까?’라는 생각에 책 정보를 열어보면 3쇄 이상은 꾸준히 찍는 듯하다. 물론 각론 부분에 들어가면, 특히나 논리학 분야(기호논리)는 인기가 매우 저조하지만, 철학 일반론에 대한 책들은 꾸준히 나가는 모양.

 

 

여러 정황을 종합해 보니, 체계적으로 철학을 공부해 보려는 사람들이 점점 느는 추세인 걸 알 수 있었다. 여기 저기 철학 강좌를 찾아 듣는 분들 또한 많고, 그 결과물이 책으로 엮어져 나오는 것도 이런 추세를 반영하는 듯하다.

 

 

그래서 좀 야심찬 페이퍼를 발행해 보기로 했다. 스스로 철학 텍스트를 체계적으로 읽어갈 수 있는 길라잡이로써의 서지 정보 말이다. 여기 소개하는 책들은(서양철학으로 한정하겠다) 아마도 소위 [지대얕]보다는 깊고 전문적인 각론서보다는 얕을 것이다. 간혹 전문 각론서에 걸치는 책들도 있을 것이다. 각자 취사선택해서 읽어 가면 좋을 것이라 사료된다.

 

 

철학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유용한 페이퍼가 되길 바라면서 시작해 보겠다. 모든 서지 정보는 서양철학이다.

 

 

 

 

 

철학은 크게 5분야로 대분할 수 있다. (이건 순전히 내 개인적인 분류 방식이다.) 먼저 시대에 따른 구분이다. 고대-중세-근세 및 근대-현대 철학으로 5분 된다. 두 번째는 철학의 전통적인 분과 학문으로 나누는 방식이다. 논리학, 형이상학, 윤리학, 미학, 인간학 등이 그것이다. 학자에 따라 여기에 현상학과 해석학을 넣기도 한다. 세 번째로는 제학문의 기초로서의 철학이다. 종교철학, 역사철학, 사회철학, 과학철학, 교육철학, 정치철학, 경제철학, 법철학, 심리철학, 언어철학 등으로 세분된다. 네 번째로는 철학적 이론들로 세세하게 나눌 수 있다. 인식론, 존재론, 관념론, 유물론, 경험론, 합리론, 진리론, 변증론, 방법론 등이다. 마지막으로 소위 ‘주의’들이다. 허무주의, 공리주의, 역사주의, 낭만주의, 실증주의, 실용주의, 실존주의, 구조주의, 마르크스주의, 휴머니즘, 파시즘 등등. 학자들의 시각에 따라 훨씬 더 복잡하게 세분될 수도 있고, 간략하게 분과학문으로 통합하여 나눌 수도 있다. 나는 5대 분야로 나누는 설을 따르고자 한다.

 

 

각 분야별로 중요 책들을 모두 소개하면 좋겠지만, 지면상 더욱이 능력의 한계상 그건 불가능할 듯하다. 그래서 위 5대 분야를 두 부분으로 묶어 하나는 시대 구분에 따라, 나머지 하나는 분과학문에 따라 나눠서 추천목록을 추려보려 한다. 이렇게 나누는 이유는 네 번째와 다섯 번째 분야를 어느 정도 무리 없이 포섭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 분야인 제학문의 기초학문으로서의 철학은 오래전에 종로서적과 서광사에서 시리즈 총서로 나온 적이 있기에 여기서는 생략했다. 관심있는 분들은 도서관에서 그 책들을 참조하시면 되시겠다. 어떻든 간에 여기서는 세부 분야마다 3~4권 정도로만 한정해서 추천목록을 추리겠다. 그래도 상당한 분량이 될 듯하다. 분량상 오늘은 ‘시대구분에 따른 철학’을 다루고, 다음 회에 ‘분과 학문으로서의 철학’을 다루도록 하겠다.

 

 

 

1. 시대구분에 따른 철학

 

 

1-1. 고대철학

 

서양철학은 그리스에서 발원했다. 누구나 상식으로 알듯이 서양 철학의 아버지는 탈레스다. 탈레스로부터 서양철학은 시작됐다. 그래서 그리스 철학이 서양 고대 철학이다. 가장 쉽고 널리 알려진 책이 거스리의 <희랍철학 입문>(서광사, 2000)이다. 내가 알기로는 이 책이 1970년대부터 꾸준히 읽혀온 철학과의 기본텍스트 중 한권이다. 나는 종로서적에서 출간된 책으로 읽었다. 문고본 배판이었는데, 지금은 교과서형으로 조금 판형이 커졌다. 어쨌든 이 한권이면 고대철학에 대한 이해로는 충분하다. 더 공부하고 싶으신 분들은 최근에 소장학자들의 괄목할만한 연구로 집대성된 <서양고대철학 1,2>(길, 2016)를 보면 좋다. 특이하게도 이 책은 2권에서 보에티우스까지 다루고 있다. 사실 고대철학은 아리스토텔레스까지만 보면 끝이다.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해 고대철학이 종합됐기에. 뭐, 이 3권 정도면 초심자로서 고대철학에 대한 이해는 충분하다. (차고 넘칠 듯..^^)

 

 

 

 

 

 

 

 

1-2. 중세철학

 

사실 중세철학은 코플스톤이 쓴 <중세철학사>(서광사, 1989) 한 권이면 충분하다. 헌데 분량이 웬만한 <서양철학사>책과 맞먹는다. 글씨도 깨알같이 작아 상당한 시간을 투여해야 한다. 그래도 이 책 한권이면 서양 중세철학은 한 손에 꽉 잡힌다. 이 책을 강추드린다. 하지만 두꺼워서 엄두가 나지 않는 분들이 있을 줄 안다. 이분들을 위해 좋은 대안이 있다. 엔티엔느 질송의 <중세철학 입문>(서광사, 1989)이라는 탁월한 얇은 책이 있으니까. 가격도 무지 착하다. 이 책과 함께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플라시의 <중세철학 이야기>만 읽은다면 굳이 코플스톤의 책을 안 봐도 중세철학을 쌈박하게 정리할 수 있다. 게다가 플라시의 책은 재미있기까지 하다! 분량 역시 두 권을 합해봤자 코풀스톤 책의 반도 안 된다. 초심자라면, 개인적으로 질송과 플라시의 책을 강추드린다. (이상하게도 질송의 책은 알라딘에 이미지가 없는 듯하다.)

 

 

 

 

 

 

 

 

 

 

 

 

 

1-3. 근세 및 근대철학

 

서양철학은 근세(근대)철학부터 어려워진다. 신을 대체하는 이론들이 학자들마다 쏟아지기 때문. 역사의 시대구분과 달리 서양철학사에서 근세와 근대는 시대구분 상 그리 심각하게 구분지을 필요가 별로 없어 보인다. 근세나 근대나 대개가 베이컨서부터 시작하고 있기에. 이게 서양철학사 시대구분의 통설쯤 되는 것 같다. 물론 이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어쨌거나 여기서는 근세와 근대를 같이 취급하겠다. 개인적으로 이 철학 시대에도 바이블과 같은 책이 내게 존재한다. 물론 서광사 책이다. 아주 쌈박하게 이 시대를 정리할 수 있어 고마운 책이랄 수 있다. 강대석 교수의 <서양근세철학>과 샤하트의 <근대철학사>가 바로 그런 책들이다. 다루는 시대도 비슷하다. 강 교수의 책이 베이컨서부터 칸트까지이고, 샤하트의 책이 데카르트에서부터 칸트까지다. 사실 이 두 책은 거의 같은 시기의 같은 철학자들을 설명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시대를 정리하기 매우 좋은 책이다. 강 교수의 책이 샤하트의 책보다 읽기 수월하다. 여력이 되시는 분들은 서양근대철학회에서 엮은 <서양근대철학>(창비, 2001> 이나 <서양근대철학의 열가지 쟁점>(창비, 2004) 정도 보면 충분하겠다.

 

 

 

 

 

 

 

 

 

 

 

 

 

1-4. 현대철학

 

현대철학은 너무도 복잡하고 어렵다. 어디서부터 현대 철학인지 구분하기도 애매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실존주의, 분석철학 및 논리실증주의, 현상학, 해석학, 생의 철학, 실용주의 등이 현대철학을 논할 때 등장할 확률이 매우 높은 이론들이다. 현대철학 분야의 책을 쭉~ 읽다보면, 대충 최대공약수가 그려진다. 그게 위에서 언급한 6개의 소분류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칸트학파와 프랑크푸르트학파 그리고 마르크스주의, 구조주의, 일상언어학파, 정신분석학, 기호학 등이 현대철학에 포함되는지는 여전히 논쟁중이다. 어쨌거나 우리가 현대철학을 개괄하는 텍스트들을 만날 때 실존주의, 분석철학, 현상학, 해석학 등은 거의 빠짐없이 논의되고 있다는 점만 알면 될 것이다. 여기에 부가되는 이론들은 저자들의 전공과 관심사에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는 정도다. 현대철학이 매우 복잡하고 어렵기 때문에 평이한(매우 주관적 표현인 것을 염두에 두시길!) 입문서 위주로 추천 목록을 선별해 봤다.

 

우선 현재 ‘현대철학’이라는 분야로 출간된 책들은 크게 두 가지로 대별될 수 있다. 하나는 철학자별로 편집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주제별로 정리된 것이다. 주의할 것은 20세기 후반기 프랑스 철학자들로 점철된 책들은 지양해야 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오카모토 유이치로의 <현대철학 로드맵>(아르테, 2016)과 같은 책을 보면, 현재 일류 사회학자로 분류되는 다량의 학자들을 소개하고 있다. 구조주의 이론가는 말할 것도 없다. 조르주 아감벤, 낭시에르, 지그문트 바우만 이외에도 임마뉴엘 월러스타인과 아미티아 센까지 있다. 이런 책은 너무 포스트모던하다. 니클라스 루만이나 어빙 고프만을 다루는 건 좋다. 하지만 너무 최근 사회철학의 성과를 다루다보면 정작 소개해야할 분석철학이나 현상학, 해석학 등은 아예 언급조차 할 수 없다. 이런 점을 감안해서 추천 목록을 추려본다.

 

우선 ‘현대철학’에 대한 개설서들이다. 앤서니 캐니의 <현대철학>(서광사, 2013), 박정호 <현대철학의 흐름>(동녘, 1996), 리처드 커니의 <현대 유럽철학의 흐름)(한울, 2002) 등이 스테디 셀러로 자리잡은 책들이다. 나 역시 이 책들로부터 현대철학의 흐름을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들보다 훨씬 쉽고, 읽는 재미도 그만인 책이 있다. 김흥호 선생의 사색시리즈가 그것이다. 나는 김흥호 선생의 책들이 재미있어서 읽었는데, 다 읽고 보니 현대철학의 기본기가 다져져 있던 거였다. 캐니와 커니의 책을 비롯해 그 어떤 책을 봐도 그리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었다. 위의 책을 모두 읽은 후 나주에 이윤일이라는 사람의 <현대의 철학자들>(선학사, 2002)이라는 책을 구해서 읽어 봤다. 관동대 교양철학과 교수인가 본데, 책 내용은 무척 쉽고 체계적으로 잘 서술되어 있다. 김흥호 교수의 책들도 다시 간행된 걸로 안다. 개인적으로는 김흥호 선생의 책과 이윤일 교수의 책을 강추드린다. 물론 몰턴 화이트의 <20세기의 철학자들>(서광사, 1996)도 권해드린다. 여기에는 다른 어떤 현대철학 관련 책에서도 볼 수 없는 조지 산타야나를 만나 볼 수 있다. 철학자와 그 철학자의 대표 저서의 원문의 일부를 맛볼 수 있는 책이다. 단지 영미 분석철학 위주라는 게 흠.

 

 

 

 

 

 

 

 

 

 

 

 

뭐, 더 여력이 되시는 분들이라면, 이규호의 <현대철학>, 철학아카데미가 엮은 <현대철학의 모험>(길, 2007) 까지 보시면 좋다.

참고로, ‘현대철학’이나 ‘현대사상’의 맛배기만 보시길 원하는 분들이 계실거다. 현대 중요 철학자들의 핵심 사상이나 이론들을 알고 싶은 분이 있다면, 남경태의 <한눈에 읽는 현대철학>(휴머니스트, 2012) 정도 봐 두시면 좋다. 이 책은 1997년 두산동아에서 간행한 <현대철학은 진리를 어떻게 정의하는가>의 수정판이다. 수정판이 맞는 건지, 이 책의 내용은 97년판과 똑같다. 표지만 바뀌었을 뿐. 내용은 뭐, 깊이는 없지만 폭이 넓어(30가지 주제) 주마간산 식으로 일독하기 좋다. 요거보다 조금 밀도가 높은 책이라면 <그림으로 읽는 현대사상>(개마고원, 2009) 정도가 있다. 사실 ‘지대얕’보다 개마고원에서 나온 현대사상 시리즈가 백배 좋은 거 같다.

 

 

 

 

 

 

 

 

이제 실존철학, 분석철학, 해석학, 현상학 정도가 남았다. 헉헉, 이리 빡셀수가..

 

 

 

[실존철학]

볼노프의 <실존철학이란 무엇인가>(서문문고, 1972)가 가장 유명하다. 그만큼 정리가 잘 돼 있어 실존철학에 대한 개괄을 한 번에 잡을 수 있다. 실존 철학에 주제별로 접근한 책이라 보면 된다. 이 책의 가장 아쉬운 점은 번역이다. 번역이 약간 읽는 수고를 들여야 한다. 프리츠 하이네만의 <실존철학>(문예출판사, 2009) 역시 볼노프 책만큼 널리 알려진 실존철학에 대한 개설서다. 실존철학자 위주로 간결하게 정리돼 있는 게 장점. 물론 번역이 별루다. 감안하시고 보면 된다. 이들 책을 보면, 키에르케고, 하이데거, 사르트르, 마르셀의 사상을 개괄적으로 탐색핼 볼 수 있다. 러시아 사상사 베르자예프도 빠질 수 없다.

 

 

 

 

 

 

 

 

[분석철학 및 논리실증주의]

아, 이 분야의 쌈박한 개설서를 찾는 다는 건, 모래사장에서 돈을 줍는 것만큼 힘들다. 내가 이 분야에 관심이 많아 줄기차게 봐 온 바, 그래도 가장 쉽고 간결하게 정리된 책을 발견할 수 있었다. <분석철학 : 그 전통과 쟁점>(서광사, 1988)과 <논리경험주의 : 그 시작과 발전 과정>(서광사, 1994) 등. 서광사에서 오래 전에 발행된 책들이다. 아직까지 절판되지 않고 재고가 남아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 분석철학과 논리실증주의와의 관계를 정확히 알려면 이 두 책만 봐도 된다. 두 권 합해도 300페이지 정도 된다. 가볍게 읽을 수 있다.

참고로, 논리실증주의는 모리츠 슐릭으로부터 비롯되고, 비트겐슈타인과는 무관하다. 물론 비트겐슈타인과 슐릭은 아는 사이였고, 비엔나 학파에 비트겐슈타인이 참여한 적도 있지만 말이다. (오르겐센의 <논리경험주의는 알라딘 이미지가 뜨지 않는다. ㅜㅜ)

 

 

 

 

[해석학]

해석학 분야는 다행히도 대표적인 입문서가 한 권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해석학의 교과서 정도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책이다. 현재 이 책보다 해석학을 더 알차게 소개해 주고 있는 책은 거의 없는 실정. 리처드 팔머의 <해석학이란 무엇인가>(문예출판사, 1990)는 그 부제 ‘현대 해석학의 경향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해석학 입문’가 그대로 말해주고 있듯이 이 분야의 원탑 입문서 구실을 하는 책이다. 해석학의 어원으로부터 시작해 슐라이어마흐, 딜타이, 가다머의 해석학적 이론을 알기 쉽게 정리할 수 있는 책이다. 해석학은 이 책 한권으로 충분할 듯하다. 여력이 되시는 분은 리쾨르의 <해석학과 인문사회과학>(서광사, 2003)을 보시면 아주 좋다.

 

 

 

 

 

 

 

 

 

 

 

 

[현상학]

사실 이 현상학 분야는 따로 페이퍼를 쓸 요량이었다. 처음 현상학을 읽을 때 도대체 실체가 잡히지 않아서다. 더군다나 현상학으로 박사를 밟은 양반이, 내가 "현상학은 일종의 방법론에 관한 학문이 아니냐"고 반문하니, 아니라고 잘라 말해서였다. 그때부터 머리에 쥐나게 현상학 관련 책들을 훑어본 결과, 내가 처음 생각한 게 맞았다. 요즘 나온 굵직한 이론서들이 모두 현상학이 방법론이라고 내게 알려주고 있었다! 물론 방법론이냐 아니냐가 현상학계에서 논란이 되긴 했었지만, 현재 현상학은 방법론이라는 게 통설적 견해인 듯하다. 이 결론을 얻고 나니, 그 박사 받은 양반을 도저히 만날 길이 없는 거다. 젠장 맞을! 그래도 그 양반 때문에 현상학에 대한 스케치는 할 수 있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내가 현상학의 실체를 알기 위해 얼마나 많은 책을 훑어 봤는지 여러분은 아마 모르실거다. 정독 도서관, 마포 도서관, 관악 도서관 등 도서관 철학서가 현상학 코너에서 현상학에 관계된 책은 거의 모조리 펼쳐서 현상학이 뭔지 짧게 정리된 내용을 찾으려고 무진 애를 썼다. 하지만 허무하게도 그런 정리된 내용은 없었다. 뭐, 좀 실체가 나올 무렵쯤 되면, 판단 중지와 현상학적 환원 운운 하면서 장황한 설명이 뒤따르게 된다. 뭘 좀 알아가려다가 그냥 미궁 속으로 빠지기 일쑤.

 

헌데 읽다 보니, 현상학이 일종의 방법론이기 때문에 그렇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여러 책을 집적거리던 와중에 현상학에 대해 가장 쉽게 알려주는 책도 만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 두 권을 이 페이퍼를 읽는 분들에게 아낌없이 알려주려고 한다. 살림출판사에서 나온 박인철의 <에드문트 후설>(살림, 2013)과 후설 현상학의 주요 개념을 정리한 조광제의 <의식의 85가지 얼굴>(글항아리, 2008)이다. 현상학을 이해하려면 후설이 정립한 개념들을 이해해야 하는데, 이 두 책이 그나마 후설 현상학의 개념적 이해를 가장 쉽게 전달해 주는 책들이다. 뭐, 현상학을 더 알고 싶다고 후설의 <엄밀학 학으로서의 철학>에 덤벼들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장담컨대 책을 읽으면 곧 주화입마에 빠져버릴 수 있다. 왜냐면 번역이 그냥 헬 수준이기 때문. 현상학이 뭔지 알고 싶은 분들은 박인철과 조광제의 책만으로도 충분하다. 집중해서 읽는 건 필수다. 왜냐면 후설의 현상학은 일반적 인식론을 거꾸로 뒤집기 때문. <끝>

 

 

 

 

 

 

 

 

 

 

 

 

 

 

[덧]

우와~! 끝났다.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다. 하편이 남긴했지만, 이후에 추천 목록은 그나마 좀 간략하다. 그래두 인식론, 존재론, 윤리학, 방법론, 경험론과 합리론, 관념론, 심리철학, 과학철학, 역사주의, 실용주의 등 만만치 않은 분야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들 분야에 대해서도 열심히 추천 목록을 추려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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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이소오 2017-06-20 06: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이 페이퍼는 저장을 해놔야겠습니다. 하편 기대만발입니다^^

yamoo 2017-06-28 21:57   좋아요 1 | URL
댓글이 많이 늦었네요^^;;
감사합니다. 하편도 올려보겠습니다!

dys1211 2017-06-20 0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asterpiece입니다....

yamoo 2017-06-28 21:59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dys 님^^
하편도 열심히 쓰겠어요! 불끈!!ㅎ

cyrus 2017-06-20 08: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왠지 하편의 주제는 동양철학일 것 같습니다. 예전에 야무님이 주신 《이야기 동양철학사》소중히 보관하고 있습니다. ^^

yamoo 2017-06-28 22:00   좋아요 1 | URL
하편의 주제는 위에 명시해 놓았어요. 서양철학의 주제별 접근을 알아보겠가두요..^^;;

사이러스 님 댓글을 보니 보론 격으로 동양철학도 써야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솟구치는 걸요~ㅎ

마립간 2017-06-20 12: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하편 ; 동양철학‘으로 이어질까, 아니면 중편도 존재할까 생각했습니다.

yamoo 2017-06-28 22:00   좋아요 1 | URL
하편의 주제는 서양철학의 주제별 접근입니다요~

동양철학은 보론으로 다뤄볼까 합니다~ㄹ

stella.K 2017-06-20 13: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이렇게 쓸 수 있는 야무님은 정말 능력자십니다.
저는 아직도 철학하면 소오름이 돋는 체질이라...ㅠ

yamoo 2017-06-28 22:03   좋아요 1 | URL
음....그건 스텔라 님께서 철학에 관심이 없으셔서 그럴거에요. 저도 장르문학이나 아동문학 또는 작가론 쪽은 잼병이 이니까요. 능력의 차이가 아니라 관심의 차이랄 수 있어요. 이런 얄팍한 페이퍼에 능력은 가당치도 않아요~ ^^;;

막시무스 2017-06-21 02: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yamoo 2017-06-28 22:04   좋아요 1 | URL
읽어주시고 댓글 주셔서 제가 더 감사하죠!! 막시무스 님^^

dys1211 2017-06-28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편 완전 기대하고 기다리고 있습니다....제 생각엔 올해 best 리뷰에 살짝 1표.^*

yamoo 2017-06-28 22:07   좋아요 1 | URL
헐~ 아무리 dys 님 사견이셔도 올해 베스트라니, 이건 너무 심한 사탕발림 아닌가욤? ^^;; 갑자기 하편 페이퍼가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오는거 있네요.. 크헐~!

암튼 응원 감사합니다. 욜심히 서 보겠습니다!^^

dys1211 2017-06-28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재까지 제가 읽은 리뷰 중 저의 베스트입니다. 오해는...기대하고 있어요.. 화이팅..^*

yamoo 2017-07-01 20:50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기대에 부응하도록 노력해 보겠어요~ 불끈!!ㅎ

transient-guest 2017-06-29 00: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움이 되는 페이퍼네요.ㅎ 이렇게 입문서를 읽고 다시 거기서부터 하나씩 넓혀나가면 좋겠네요.

yamoo 2017-07-01 20:51   좋아요 1 | URL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하편도 열심히 써 보겠어요!

수다맨 2017-06-30 14: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철학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짧아서 애를 먹고 있었는데 yamoo님 페이퍼를 읽고 나니 든든한 지원군을 얻은 느낌입니다. 저도 이 페이퍼를 적극적으로 참고하려고 합니다.

yamoo 2017-07-01 20:54   좋아요 0 | URL
헐~ 감사합니다. 내공이 얕아 얕은 추천입니다요~ 감안하시고 보시면 좋겠습니다. 하편은 좀더 신중을 기하고 더 많은 노력을 들여 써야 할 듯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요!^^

수고가많으셔요 2018-04-30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많이 읽으신 것으로 보이는데, 역시 한국어로 출간된 책을, 독학으로 두서 없이 보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됩니다. 정말 아무 책이나 추천하시네요.

추풍오장원 2019-11-25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 이제야 읽고 갑니다. 감사해요^^

iteradverum 2020-03-30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야 이런 좋은 글을 봤네요.. 너무 고맙습니다.
(하)는 안쓰신거 같던데 이제라도 (하)도 써주시면 정말 고마울거 같아요^^
 

며칠 전 스텔라 님 서재에서 '안경' 페이퍼를 보니, '안경'에 대한 페이퍼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자들에게 있어서는 얼굴에 쓰는 유일한 액세서리죠. 더군다나, 헤어스타일과 함께 사람의 인상을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는 아주 중요한 패션 아이템 중 하나입니다.

 

요즘 근시인 분들이 많아 상당수 사람들이 안경을 필요로하지요. 저도 역시 그렇습니다. 디옵터 12와 11 정도 됩니다. 3번 압축에 비구면 렌즈를 쓰고 있어요. 라식이나 라섹은 수정체가 너무 얇고 불안정해서 안된답니다. 렌즈는 착용하기 싫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안경을 착용하고 있습니다.

 

중학교 2학년 겨울 무렵부터 착용했으니 아주 오랜동안 착용해야 하는 물건인데요, 제게 있어 안경은 시력 보정용 보단 스타일 적인 면이 매우 중요시됩니다. 그래서 테에 무척 집착하는 경향이 있죠. 지금까지 거쳐간 테만도 100개는 가뿐히 넘을 겁니다.

 

그러다보니, 쉽게 질리지 않고 오래 쓸수록 안경에 대한 생각을 더이상 하지 않게 되는 디자인으로 낙착을 보게 됩니다. 일명 라운드 형인데요, 금속재 보스턴 형과 라운드 형 두 개 정도를 번갈아 착용하고 있습니다. 라운드 형은 일명 존 레논 안경이라고도 불리죠. 아주 동그란 안경테요. 클래식한 안경테의 대명사이지요.

 

자, 오늘은 안경테에 대한 얘깁니다. 스텔라 님 페이퍼를 읽고 빨리 페이퍼를 써야 겠다는 생각에 부랴부랴 올립니다.

 

 

 

[야무의 스타일 칼럼 (2)] 내게 맞는 안경과 선글라스 선택법

 

 

눈이 나빠 안경을 필요로 하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시력이 너무 나빠 안경 렌즈 값만 항상 10만원 이상 나가요. 그러니 괜찮은 안경테를 고르다보면 가뿐히 30만원 정도가 넘게 됩니다.

 

그래서 그런지 언제부턴가는 렌즈에 가격이 저렴한 테를 사게 되는데요, 안경을 착용한지 오랜 세월이 흐르니, 안경 가격보단 내 얼굴에 얼마나 잘 맞느냐가 비싼 안경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내 얼굴에 잘 맞는 안경은 싼 안경테라도 절대 싸다고 생각지 않더군요. 선글라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가격보다는 우선 자신의 얼굴과 자신이 선호하는 디자인이 잘 맞는지 따져보는게 가장 중요한 거 같습니다.

 

 

아래 이미지는 얼굴형에 따라 어울리는 안경테의 조합에 관한 것입니다. 왼쪽이 얼굴형이고 오른쪽이 안경테의 디자인이죠. 영어를 몰라도 그림으로 쉽게 내용을 파악할 수 있을 거에요~

 

 

 

워낙 디자인적으로 뛰어나게 도해되어 있기 때문에 굳이 가운데 영어 안내를 읽지 않아도 어떤 내용을 가르쳐주는지 이미지만으로도 쉽게 파악이 가능합니다. 자신의 얼굴형에 따라 제시되는 4개의 안경테 중에서 자신이 가장 선호하는 디자인을 고르기만 하면 되죠. 체크해뒀다가 안경점에서 구매하시기 바랍니다.

 

 

안경뿐만 아니라 선글라스도 위와 대동소이 합니다. 선글라스 선택기준도 있으니 같이 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좀 더 단순하게 얼굴형에 어울리는 대표적인 선글라스 디자인이 제시돼 있습니다. 위 안경테 이미지 정보를 참고하여 원치 않는 디자인이면 안경테 디자인으로 선글라스를 착용해도 전혀 문제될 게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얼굴형과 이에 가장 적합한 안경테의 조합된 이미지입니다. 얼굴형과 안경테가 어떤 이미지를 구축하는지 보시죠~

 

 

안경에 따라 인상이 어떻게 좌우되는지 그림으로 쉽게 파악이 되실 겁니다. 안경과 선글라스는 얼굴의 결점을 커버해 주면서 자신의 이미지를 확 바꿀 수 있는 좋은 아이템입니다. 눈이 나쁘지 않더라도 악세사리로 얼굴의 결점을 보안한다면 스타일 지수를 올릴 수 있겠죠.

 

 

안경과 선글라스는 얼굴에 착용할 수 있는 유일한 패션 아이템입니다. 성형을 하지 않아도 얼굴 이미지를 확 바꿀 수 있는 마법의 아이템 중 하나에요. 잘만 선택하면요!ㅎ 얼굴에 맞게 잘 선택헤서 보다 즐거운 나날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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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6-14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근시라서 안경을 써요. 제가 지금 착용한 안경이 oval형의 세 번째 디자인입니다.

yamoo 2017-06-17 12:17   좋아요 0 | URL
요즘 원형 안경테가 유행하기 전에 유행한 안경테죠. 요 디자인도 나름 꾸준히 사랑받는 안경테 디자인인 듯합니다~ 사이러스 님의 안경테도 알아가는 재미~^^

stella.K 2017-06-15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페이퍼 언제 올리시나 내심 기다렸습니다.
이렇게 친절하게 쓰시다닛!ㅋ
저런 그림은 어디서 가져 오셨나요?

그런데 안경만 100개라니 대단하심다.
기왕이면 야무님 좋아하시는 탑5라도 올리시면 더 좋았을텐데 말입니다.ㅎ
정말 멋쟁이들은 안경이나 썬그라스 패션 아이템으로 빼놓을 수 없죠.
저도 썬그라스에 욕심이 가긴 하지만 자제하는 중이랍니다.
그런데 폭발하면 걷잡을 수 없게 될지도 몰라요.

안경은 이제 일주일을 넘겼는데 안 끼면 안될 것 같아요.
책 보는 게 두렵지 않더군요.
대신 콧잔등이 다소 가깝해요.
이걸 거의 평생 끼고 살았을 사람들을 생각하니
대단하다 싶기도 하더군요.
이제 좋으나 싫으나 동고동락해야하니
매일 사랑해 주려구요.ㅋㅋ

yamoo 2017-06-17 12:23   좋아요 1 | URL
음....내심 기다리셨군요! 얼른 올려 다행입니다^^
저런 그림은 인터넷 뒤지면 부지기수로 나옵니다요~ㅎ 자주 가는 사이트에 가져다 쓸 좋은 디자인 이미지 소개가 많은지라..

안경을 오래 쓰면, 그리고 싫증을 잘 내면 100개는 우습죠~ㅎ
안경을 한 50년 썼다고 가정할 시...해마다 3개 정도면 150개죠. 중고시절이나 대딩시절에는 격렬한 운동도 많이해 깨먹기도 많이합니다. 안경을 비싼 거 한다는 건 제 라이프 스타일 상 안 맞는 거 같아요. 맨날 안경이 이리저리 날라다니죠..ㅎ

익숙해 지면 됩니다. 뭐든지요. 첨엔 어색하지만 익숙해지면 안경 없는게 정말 이상합니다. 매일 사랑해주시면 될듯합니다요~ㅎ
 

곰발 님 페이퍼 '옷장 딜레마'를 보니, 오래 전부터 생각해 온 '옷장'에 대한 페이퍼를 써 보기로 했습니다. 옷을 정기적으로 갖다 버리지 않기 위해, 많은 옷 앞에서 '뭘 입지?'라는 고민을 하지 않기 위해서도 나만의 '옷장'은 필요하기 때문이죠.

 

어쨌거나 곰발 님 말씀마따나 저는 알라딘에서 거의 유일하게 패션에 관한 페이퍼를 발행했던 알라딘 유저라 앞으로 당분간 패션에 관한 페이퍼를 올리기로 했습니다. [야무의 스타일 칼럼]이라는 제하에요..ㅎㅎ

 

아이러니하게도 제 페이퍼 중에서 수트 관련 페이퍼가 가장 열렬한 사랑을 받았던 것도 한 몫 거들었을 겁니다. 재밌게 봐 주셨으면 합니다~

 

 

[야무의 스타일 칼럼 (1)] 옷장은 당신의 가치를 알려줍니다!

 

옷에 대해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른 사람들이 하나같이 들려주는 말이 있습니다. 자신의 옷장을 가지라구요. 옷장이 그 사람이 누구인지를 말해준답니다.

 

 

저도 이 말에 동의합니다. 옷은 자신의 관심사와 취미를 무의식적으로 드러내는 일종의 기호(sign)로 작용하기에 그렇습니다. 자신의 관심사와 취미가 변하듯이, 옷을 입는 방식도 자신의 관심사와 생활방식에 따라 바뀝니다.

 

 

저같은 경우도 학부 때 입었던 옷들과 직장에 다닐 때 입었던 옷 그리고 현재 입는 옷들은 확연히 다릅니다. 내가 어디에 있고 무슨 일을 하느냐에 따라 옷장의 옷들은 확 바뀌곤 했습니다.

 

 

지금도 역시 사들이는 옷들과 버리는 옷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유행과는 별개로 제가 입고 싶은 아이템을 아주 신중하게 고르고, 고르고 고른 옷들로 옷장을 채우기 시작했지요. 학부와 이전 직장에서 입었던 옷들을 거의 버렸어요.

 

 

옷장을 채우기 시작할 때, 제게 남아 있던 것은 플란넬 셔츠와 옥스퍼드 셔츠 몇 장 그리고 치노 바지 몇 벌과 기본 베이직 코트 3벌 정도가 다였습니다. 점퍼류와 파카류 그리고 야상류 및 청바지는 전부 버렸지요.

 

 

버리고 빈 부분을 수트, 재킷, 코트, 셔츠 등으로 채워가고 있습니다. 소위 클래식한 아이템들이죠. 트렌드에 관계 없이, 한 번 사면 두고 두고 입을 수 있어 좋더군요.

 

 

이렇게 내가 신중하게 고른 아이템들로 옷장을 채워갈 무렵, 타인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가 "OO 씨는 옷을 도대체 어디서 사는가요?"라는 말이었습니다. 이렇게 묻는 사람 중 반은 여자 사람들이었고, 반은 세탁소 주인장들과 수선집 사장님들이었어요.

 

 

저는 특히 세탁소 사장님들과 수선집 사장님의 말을 신뢰하는 편입니다. 저는 옷을 좋아하고 옷에 관심이 많다 보니, 수선집과 세탁소를 무척 신중하게 고르는 편입니다. 거의 몇 십 년씩 수선 경력이 있고, 세탁소를 운영하시는 그 분야의 장인들이십니다.

 

 

한 쪽은 별의 별 옷의 디자인과 옷감을 감별하여 그에 맞는 실로 수선을 하는 사람들이고, 다른 한 쪽은 옷감을 상하지 않게 깨끗이 세탁을 하는 곳이죠. 공히 옷의 만듬새와 원단의 좋고 나쁨을 그냥 한 눈에 알아봅니다. 당연하겠죠. 몇 십 년씩 한 일이 옷감을 만지는 일이었으니까요.

 

 

그들이 그러더군요. 제가 갖고 오는 옷들이 매우 클래식하고 만듬새가 훌륭하다구요. 바느질도 그렇고 원단이 우리나라 옷이 아닌 것 같다나요. 제가 메이드인 이태리, 영국, 미국, 일본 등이라 했더니, 고개를 끄덕이십니다. 역시나 장인들의 눈은 못 속인다니까요.

 

 

그런 그들로부터 "옷을 도대체 어디서 사냐?"는 질문은, 제가 고심하여 선택한 아이템들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옷을 아는 분들에게 듣는 말이라, 여자 사람들이 말해주는 것보다 더 동기부여가 됩니다.

 

자, 서두가 길었습니다. 이제 다시 옷장 얘기로 넘어오죠. 제가 개인적인 얘기를 주저리 늘어놓은 이유는 한 가지를 명확히 하기 위해섭니다. 바로 '신중히 아이템을 선택하는 행위' 때문이에요. 이것이 바로 엘레강스(일명 우아미라고 하는 것)의 시발점입니다.

 

 

'엘레강스'라는 단어의 라틴어 어원이 '어떤 것을 주의깊게 선택하다'라는 뜻을 나타내기 때문입니다. 그런 옷들로 내 옷장을 채울 때, 그게 바로 내 기호(taste)의 반영이며 나란 사람의 페르소나와 다르지 않습니다.

 

 

개인이 소장한 책장이 다 다르듯이, 옷장도 다 다릅니다. 그럴수밖에 없지요. 모두 한 개인의 인격의 반영이니까요.

 

우선 아래 휘황찬란한 옷장들의 향연을 감상해 보자구요. (이런 옷장을 패션 용어로는 Wardrobe이라고 합니다. 워드롭은 우리말 옷장에는 들어있지 않는, '갖추어야 할 필수적인 어떤 것'이라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옷장'하면, 이런 의미로 받아들이시면 될 듯합니다~)

 

 

 

정말 심하게 럭셔리 한 옷장도 있고, 소박한 옷장도 있지요. 아래로갈수록 소박하면서도 따라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옷장입니다. 특히 옷장이 없는 사람들이 모방해 보기 딱 좋은 거지요.

 

중요한 것은 저 옷장 속에 어떤 아이템들을 채워가야 하는 겁니다. 위 옷장에서 보셨다시피 옷장 디자인은 아이템들을 종류별로 수납하기 좋게 구획되어 있습니다. 옷장은 종류별로 천차만별이지만, 기본적인 디자인은 아래와 같습니다.

 

 

위 옷장 기본 디자인을 보면 어디에 무엇을 수납해야 하는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셔츠면 셔츠, 슬랙스면 슬랙스 등을 구획에 맞게 넣기만 하면 됩니다.

 

 

옷장 재질이 나무면 가격이 쌔죠. 옷장을 처음 장만하려는 분들은 기본 행거로 위처럼 수납할 수 있게 조립할 수 있는 제품이 있습니다. 조립식 행거 정도면 10만원 정도에 장만할 수 있어요.

 

 

중요한 건 옷장이 아니라, 옷장을 채울 아이템들이죠. 옷장은 아이템들이 어느 정도 모일 때 장만하면 됩니다. 옷장 속을 채우는 아이템들이 중요한 거지요. 그 개개의 아이템들이 당신이 누구인지 알려주는 척도가 되니까요.

 

 

자, 위 옷장의 스페이스를 어떤 걸로 채울지 알아보도록 합시다. 일명 '남자 옷장의 정수' 정도 되겠네요.^^

 

 

 

 

먼저 포멀한 아이템들부터 구비해야 겠죠. 쉽게 그냥 비즈니스 맨의 출근룩 생각하시면 됩니다. 네이비 수트와 차콜 그레이 수트에 화이트 셔츠와 블루 셔츠 정도면 기본 베이스로 훌륭합니다. 비즈니스 캐주얼은 네이비 수트와 차콜 그레이 수트를 서로 믹스 매치해서 스니커즈나 윙팁과 함께 연출하면 충분합니다.

 

 

문제는 격식있는 파티겠죠. 블랙 수트와 타이라는 공식 드레스 코드로 공지된 모임에 초대된다면, 그냥 블랙 수트를 입고 가면 안 됩니다. 턱시도 차림으로 가야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턱시도는 만일을 대비해서 준비해 놓으면 좋습니다. 뭐, 그런 일에 불려갈 상황이 없을 거라면, 없어도 되겠죠. 그래서 보타이와 턱시도는 옵션 정도로 생각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포멀한 아이템들은 일반 직장인이면 누구나 갖추고 있는 것일 테니, 중요한 건 캐주얼한 아이템이겠죠. 의외로 비즈니스맨들이 캐주얼 아이템 선택에 애를 먹습니다. 복잡하게 생각하면 한도 끝도 없는 게 캐주얼이에요. 쉽게 생각하면 됩니다. 아래 아이템들을 눈여겨 보시죠~

 

 

점퍼류와 후드티셔츠는 의외로 많이 활용할 수 있는 아이템입니다. 여행가서 편히 입거나 가벼운 운동을 즐길 때 빼놓을 수 없어요. 초여름에서 늦가을 까지 폴로 셔츠도 다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아이템입니다. 여기 브이넥 스웨터가 빠진게 좀 아쉽네요.

 

포멀한 룩과 캐주얼한 룩에 두루 어울리는 악세사리도 준비해야 겠죠.

 

 

 

 

보시는 것처럼 구두는 몽크 스트랩과 윙팁이 좋습니다. 포멀과 캐주얼을 넘나들죠. 플레인 화이트 스니커즈와 데저트 부츠는 비즈니스 캐주얼로 그만입니다. 벨트와 구두는 같은 색으로 준비하는 게 중요하죠. 브라운 벨트에 블랙 슈즈를 매치하는 우를 범하지 맙시다!

 

 

지금까지 남자가 갖추어야 할 포멀한 아이템과 캐주얼한 아이템을 알아봤는데요, 어떤 분들은 그럴 겁니다. "너무 많다! 나는 돈도 없고, 지금 막 취업해서 저들 모두를 구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내게는 그냥 최소한도로 버틸 수 있는 필수 아이템만 있으면 된다."라구요.

 

 

그렇습니다. 위 기본 옷장이 너무 많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겠죠. 개인 차도 있고 구조적인 문제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분들을 위해 '옷장 아이템의 최대공약수'라는 것도 있어요. 물론 이건 제가 붙여본 명칭입니다..ㅎㅎ 다음 10개의 아이템들이 '옷장의 최대공약수' 입니다.^^

 

 

 

이 10가지 아이템들을, 이미 가지고 있는 아이템들과 최대한 잘 매치시켜 코디 한다면 이 최대공약수로도 수 개월은 버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을 두고 위 핵심 아이템들을 하나하나 구비해 가야 할 겁니다.

 

 

여기서 놓치면 안 되는 포인트! 남자의 기본 아이템은 위 기본 옷장 디자인에서 보다시피 정해져 있습니다. 셔츠, 타이, 슬랙스, 치노, 수트, 슈즈, 카디건 등등. 모두 비슷비슷합니다. 이런 것들의 선택을 아주 신중하게 하라는 것이에요. 비슷하지만 내가 선택한 아이템들이 나를 나이게끔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들 아이템이 내 몸에 아주 잘 맞아야 하지요. 이들을 선택하기에 앞서 자기 몸을 잘 알아야 한다는 것이에요. 그 다음이 소재와 디자인 그리고 패턴에 신경을 쓰면서 자기 선호도가 반영되는 걸 고르면 됩니다.

 

 

선택한다는 건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하나하나 노력을 통해 알아가고 그 선택에 대해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옷장을 채워갈 때, 내가 변하는 모습과 아울러 내 정체성도 옷장에서 확인하실 수 있을 거에요. 그것이 바로 '옷장의 가치'라 할 것입니다.

 

 

모두 멋진 자신만의 옷장(워드롭)을 날마다 만들어 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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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7-06-13 21: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엄청나게 유익합니다.... 그리고 유익하게 엄청나네요.

yamoo 2017-06-14 18:55   좋아요 1 | URL
오~ 쓴 보람이 있네요. 감사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6-14 09: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오 스타일 칼럼 무지 기대됩니다.
저는 옷이 별로 없어서 옷 찾는 시간은 많지 않는데
그래도 굳이 말하자면 행거에 걸어둔 셔츠 같은 경우는 두꺼운 순에서 얇은 순으로 걸어둡니다.
그러면 옷 찾기가 쉽거든요..

yamoo 2017-06-14 18:56   좋아요 1 | URL
그리 말씀해 주시니, 열심히 써야 겠습니다~!ㅎ

두꺼운 순에서 얇은 순이라.....확실히 곰발 님은 스타일이 있으십니다요! 그런 배열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죠~ㅎ
 
교사와 책 미래의 힘 - 내일의 교사를 위한 오늘의 독서백편
박인기.우한용 지음 / 솔출판사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책에 관한 책을 줄창 읽던 시절이 있었다. 그 종지부는 아마도 다치바나 다카시의 저작들 이었을 거다. 책 읽고 글 쓰는 사람의 끝판왕을 만나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책에 관한 책을 소개한 책들은 더 이상 읽지 않았다. 대부분의 책들이 다카시의 책에 비해 지루하고, 어느 순간 저자들이 소개해 주는 책들이 익숙한 책이 되었기에 그렇다.

 

 

더군다나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책에 관한 책들’은 거의가 저자의 ‘독서에세이’나 리뷰집 또는 해제집의 수준을 넘는 게 별로 없어 보이기에. 다 거기서 거긴 것처럼 보인다. 대개가 고전류의 해제집 아니면 리뷰집 성격이 짙은 책들이다. 저자의 쌈박하고 진솔한 독후감을 만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

 

 

내가 갖고 있는 책만 해도 30여 권이 넘는데, 대개가 비슷비슷하다. <동양의 고전을 읽는다>(휴머니스트, 2006), <서양의 고전을 읽는다>, <고전의 향연>(한겨레, 2007) 등은 해제집 성격이 강한 책들이다. 그나마 <책탐>(나무수, 2009), <탐독>(아고라, 2016), <책을 읽을 자유>(현암사, 2010) 등이 그나마 심도 있는 독서편력기 쯤 된다. <한 권으로 읽는 철학의 고전 27>(지와사랑, 2011) 정도면 아주 밀도 있는 리뷰집이랄 수 있다.

 

 

 

 

 

 

헌데 이런 책들의 한 가지 공통점은 아주 유명한 책들 소개나 리뷰가 대다수라는 점이다. 칸트의 <순수이성비판>, 도스토옙스키의 <까라마조프의 형제들>,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톨스토이의 <안나 까레리나> 등. 고전류가 대부분이다. 물론 <각주와 이크의 책읽기>(한국출판마케팅, 2011)와 같은 책에는 우리나라 작가들과 지명도가 조금 떨어지는 책들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기는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스무살을 울린 책>(작가정신, 2002)과 같은 유명인의 진솔한 글은 만나 볼 수 없다. 개인적으로 나이젤 워버턴의 <한 권으로 읽는 철학의 고전 27>과 같은 책을 좋아하지만, 좋은 감상문을 모은 책은 나름의 읽는 가치가 있다. 내가 별로라고 생각하는 책들을 어떤 이는 아주 감명 깊게 읽었고, 그 책이 그의 삶 속에 어떤 작용을 했는지 보는 것은 기대 이상의 뭔가를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책을 다시 꺼내어 읽어 보게 한다.

 

 

 

며칠 전, 책을 소개하는 책을 한 권 읽었다. 사실 이 책은 찾아서 읽은 책이 아니다. 도서관 신간 코너에 하도 자주 눈에 밟혀 빌려 읽게 된 책이다. <교사와 책>(솔, 2009)은 ‘내일의 교사를 위한 오늘의 독서백편’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책 배판도 대학 교재마냥 크고 멋대가리 없는 표지에 읽고 싶은 마음이 그리 드는 책은 아니었다.

 

 

하지만 몇 권(특히나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자게서)에 대한 교수들의 진지한 리뷰를 보면서 읽을 가치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빌린 다음날 다 해치워버렸다. 이 책은 교사들을 위해 쓴 책 안내서인데, 집필자들이 모두 현직의 교육계에 몸담고 있는 교수들이다. 모두 익히 아는 책들이지만 교육학적 관점에 초점을 맞춰 새롭게 해석해 내는 리뷰들은 소개된 책들을 다시 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사실 여기 소개되어 있는 책 가운데 <딥스>, <만행>,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습관의 심리학>, <설득의 심리학> 등은 명저 산책이나 명저 해제집에 좀처럼 보기 드문 책들이다. <딥스>를 제외하고는 전부 자계서 부류에 속하는 책들이기도 하기에. 더군다나 알라딘 회원 중고책 가격으로는 거의 최하가격에 책정된 책들이다. 그냥 눈에 밟히는, 인기는 좀 있었지만 지금은 그저 그런 책들로 전락한 부류.

 

 

 

 

헌데, 교수들의 글을 통해 소개되는 이 밋밋한(?) 책들은 교육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내포하고 있었다. ‘이런 책을 이렇게도 읽을 수 있군!’하는 놀라움을 안겨줬다고나 할까. 꿈보다 해몽이 좋다는 말이 있는데, 이 책들에 대한 리뷰를 읽으면서 드는 단 하나의 생각이었다. 특히 <만행>이 백미였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정작 손님인 나는 이 땅을 너무 사랑하고 있는데, 그들은 이 땅에 너무 익숙해져서 싫증을 내고 폄하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걸핏하면 그들은 ‘한국은 더 이상 안 돼’, ‘한국은 가능성이 없어’ 하는 자기 비하로 이어졌다. 아니 이 한국이란 나라가 얼마나 위대한 나라인데, 그리고 지금껏 그들이 흘려온 피와 땀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데, 그것을 그렇게 한꺼번에 헐값에 도매금으로 평가절하 할 수 있을까.(p58)”

 

 

현각의 <만행>(열림원, 1999)에서 이 책의 리뷰자 박찬구 교수(서울대 윤리교육)가 인용한 부분이다. 그리고 박 교수는 “교육은 진리 추구의 보편성에 헌신하는 일이다. 진리추구 자체가 교육적 속성을 지닌다. 교육을 모색하는 우리는 진리 추구의 역정에 서 있는 것이다. 다만 깨닫지 못할 뿐이다. (p59)"라고 마무리한다.

 

 

사실 <만행>은 출간된 1-2년간 에세이 베스트 목록 10위 안에 드는 인기 있는 책이었다. 하지만 출간된 지 오래 지나자 베스트셀러들의 최후처럼 헌책방에서도 헐값에 거래되고 있다. 이미 수명이 다 했다고 여겨지는 책이다. 읽은 사람들은 다 읽었으니. 하지만 박찬구 교수에 의해 새롭게 소개되는 <만행>은 교육학적으로 읽어 봄직한 책이었다. 고교 <윤리와 사상> 교과서에도 ‘세계 윤리’단원에 현각의 이 책이 인용되어 있다지 않는가. 리뷰어의 역할을 다시금 생각나게 하는 리뷰라 아니할 수 없다.

 

 

<현대의 과학철학>(서광사, 1990) 역시 이 책의 리뷰를 통해서 가치를 새롭게 되새겨 볼 수 있었다. 사실 노석구 교수(경인교육대 과학교육)가 쓴 이 책의 리뷰는 내가 쓰고 싶었던 리뷰였다. 오래 전부터 차머스의 이 책에 대한 리뷰를 쌈박하게 쓰고 싶었다. 왜냐하면 과학철학 분야를 이 책처럼 알기 쉽게, 그것도 전문가가 봐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내용으로 정리하기에는 보통 힘든 게 아니기에.

 

 

노 교수는 이 책의 핵심을 아주 간결하게 잘 정리하면서, 책의 핵심을 아주 정확하게 짚어 주고 있다.

 

 “여기까지만 읽더라도(귀납주의에 대한 설명과 비판) 독자는 아마 현대사회가 맹목적으로 또는 절대적인 권위를 가진 것으로 확정짓는 ‘과학적’이란 도대체 어떤 지식이고 어떤 방법을 의미하는가에 대한 호기심이 밀려오는 것을 느낄 것이다. 이 책의 특징은 바로 여기에 있다. 앨런 차머스는 ‘과학적인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적극적인 탐구를 장려하는 방식으로 이 책을 서술하고 있다. (p152)"

 

 

우리가 인문서나 과학서 또는 칼럼이나 여타 잡다한 글을 읽을 때 ‘과학적’ 또는 ‘과학적 지식’이라는 말을 수없이 접해 왔을 거다. 그런데 이의 정확한 의미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은 별로 없을 듯하다. 주의 깊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고민해 봐야 할 개념이다. 차머스의 이 책은 이 고민에 대한 답을 나름대로 제시하고 있다. 그래서 책을 읽고 나면 다른 사람들이 쓰고 있는 ‘과학적’이라는 말의 오용 여부를 가릴 수 있는 식견이 생긴다.

 

 

물론 과학철학이라는 학문 분과가 쉬운 분야는 아니다. 그래서 이런 분야의 책은 읽는 사람만 읽는다. 하지만 “저자는 풍부하고 다양한 사례를 통해 독자가 과학철학의 핵심 개념을 하나씩 정복해 나가도록 이끌어 주며 흥미를 잃지 않도록 격려해 준다. 귀납주의부터 반증주의, 쿤의 패러다임을 거쳐 합리주의와 상대주의, 객관주의, 파이어벤트의 아나키즘적 인식론 그리고 마지막 비대표적 실재론까지를 물 흐르듯이 이어지는 과정으로 설명하고 있다. 충분히 도전해 볼만한 책이다(p153)"

 

 

노 교수의 리뷰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 책이 교사들을 위한 책이기에 차머스의 서문에서 교육학적 가치를 이끌어 낸다.

 

“차머스는 이 책의 목적이 ‘교육적인 것에 있다’고 서문에서 분명히 밝히고 있다. (중략) 그렇다면 이 책을 읽는 교사들은 이 책을 통해 어떤 교육적 전망을 가질 수 있을까. 특정 과학지식을 전달하거나 무비판적으로 확산시키는 대열에 편승하기 보다는 끊임없는 의심과 탐구의 자세를 심어주는 교육을 지향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은 미래의 교육 리더들이 학생들이 과학탐구를 지도함에 있어 학생들로 하여금 ‘혼란에서 출발하여 고양된 혼란’에 이르는 길을 안내하고 격려하는 데에 소중한 지침이 될 것이다. (p153)"

 

 

물론 노 교수의 결론 부분이 원론적인 느낌이 들게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을 교육학적 가치를 지닌 책으로 소개하는 글은 노 교수의 이 리뷰에서 처음 본다. 나는 이 시도가 참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책의 독자는 넓어질수록 좋으니까. 과학철학 입문서를 교육학도가 읽고 거기서 교육적 가치를 이끌어 내는 것은 후학들이 몫일 것이다. 그 단초를 잘 제공해 주는 것이 책 읽는 기성세대들의 일이 아닐까.

 

 

이 책에 수록된 <파인만씨 농담도 잘 하시네>(사이언스북스, 2000), <습관의 심리학>(갤리온, 2007), <설득의 심리학>(21세기북스, 2005), <창의성의 즐거움>(북로드, 2003) 등은 명저의 반열에 드는 책이 아니다. 베스트셀러류에 가깝다. 하지만 교수들이 여기서 건져 올리는 교육학적 가치는 경청할만하다. 리뷰로써 교육학도에게까지 가치 있는 책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은 순전히 리뷰어의 역량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물론 이 책에는 명저라고 회자되는 유명 책들도 많이 소개돼 있다.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 박은식의 <한국통사>, 스티븐 핑커의 <언어본능>, 토마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 에드워드 윌슨의 <통섭>, 하이젠베르크의 <부분과 전체>, 한스 요아킴 슈퇴르니히의 <세계철학사> 등. 이 책을 읽는 가치는 이들 명저 리뷰에서도 잘 드러난다. 전혀 교육학과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이들 책에서도 리뷰어들은 교육적 가치를 훌륭하게 잘 건져 올리고 있으니까.

 

 

여러 교수들이 전공별로 자신만의 책을 추천해서인지 리뷰가 간결하면서도 밀도 있는 편이다. 한 책의 리뷰 당 분량이 4쪽에서 5쪽 정도이지만 책의 핵심을 잘 짚고, 이로부터 교육학적 가치를 잘 도출해 내고 있다. 쉽고 명료한 진술도 빼놓을 수 없다. 내가 읽은 리뷰집 중 리뷰어의 가치가 가장 잘 드러난 책이다. 천편일률적인 책 소개나 리뷰집에 싫증이 났던 분이라면 일독할 것을 추천드린다. 물론 ‘책에 관한 책’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금상첨화랄 수 있겠다.

 

 

 

 

[덧]

1. 경청할만한 교육학적 가치가 다루는 모든 책에서 훌륭하게 도출되는 것은 아니다. 리뷰자에 따라서 다소 억지스러운 논리도 보이고 원론적인 내용도 보인다. 여러 필진들이 모여 집필된 책이기에 개인차가 많이 나는 것이 이런 류의 책들이 가진 맹점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상당히 괜찮은 편이고, 교육학적 목적에서 책의 가치를 재평가하는 시도 자체가 참신하여, 좋은 리뷰를 쓰고 싶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일독했으면 하는 책이다.

2. 교수들의 내공을 느껴볼 수 있는 리뷰가 꽤 많다. 주례사 리뷰가 거의 없어 리뷰 읽는 맛이 그만이다~ (몇 편이 있긴 한데, 뭐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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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7-06-11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리뷰를 오늘의 당선작으로 적극 밀겠습니다..

yamoo 2017-06-11 22:46   좋아요 0 | URL
곰발 님이 밀면 안된다믄서요~~~ㅋㅋ

어쨌거나 감사합니다요~~~ㅎ

cyrus 2017-06-12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저 그런 책을 색다른 관점으로 소개한 리뷰를 좋아합니다. 저도 그런 리뷰를 쓰고 싶습니다. ^^

yamoo 2017-06-13 20:14   좋아요 0 | URL
저도 그렇습니다~!^^
 

<교사와 책>(솔, 2008)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부제가 '내일의 교사를 위한 오늘의 독서백편'인데요. 미래의 교사들을 위한 명저 추천서 쯤 되는 책입니다. 책 표지는 드럽게 읽기 싫게 생겼지만, 여기 수록된 한 편의 리뷰만 읽어도 이 책의 가치를 알 수 있습니다.

 

더 자세한 사항은 곧 리뷰로 올릴예정이라, 요정도에서 줄이고, 교수들이 추천해주는 명저 목록리스트를 소개해 볼까 합니다. 일명 교육계 교수들이 추천하는 우리 시대 교육을 위한 독서백편인데요, 관심가는 책들은 한 번 거들떠라도 보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우선 '명저'라고 회자되는 책들입니다. 다수의 고전류과 포함되어 있고, 우리시대의 신고전이라는 책들도 포함되어 있지요.

 

 

 

 

 

 

 

 

 

 

 

 

 

 

 

 

 

 

 

 

 

 

 

 

 

 

 

 

 

 

 

 

 

 

 

 

 

 

 

 

 

 

 

 

 

 

 

 

 

 

 

 

 

 

 

 

 

 

 

 

 

 

 

 

이 외에도 우리 시대에 각광받는 인문학 책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중요한 이론서라 할 수 있는 책들이지요. 베스트 목록에 오른 책들도 보입니다. 물론 이 책에는 우리가 아주 허접하게 생각하는 자게서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래도 이런 책 속에서 교육학적 가치를 잘도 길어 올리는 교수들입니다~ㅎ

 

 

 

 

 

 

 

 

 

 

 

 

 

 

 

 

 

 

 

 

 

 

 

 

 

 

 

 

 

 

 

 

 

 

 

이 책에는 모두 100권의 책이 소개되어 있지만, 약 절반의 첵들만 꼽아 봤습니다. 의외로 우리나라 작가의 문학과 미학 책들이 상당히 눈에 띱니다. 이런 책들 속에서 어떤 교육학적 가치를 끌어내는지는 이 책을 읽는 사람만의 즐거움이겠지요. 교수들 개개인의 진솔한 리뷰를 읽는 재미가 솔솔합니다. <교사와 책>을 읽으시고 위 책들을 직접 보시면 아주 좋겠지만, 그냥 리스트를 참고로 읽어가도 무방하겠습니다.

 

 

어쨌든, 좋은 목록이라 올려봅니다. 관심있는 분들은 찾아서 열독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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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6-09 18: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야무님의 글을 자주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yamoo 2017-06-11 22:16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이제 탁구도 안 차니 자주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