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점의 그림을 또 구매하게 됐다. 박용섭이라는 작가의 '꽃향기 속으로'라는 연작 중 하나인데, 이전에 못 보던 스타일이라 냉큼 구매하게 됐다. 예상외로 치열한 경합 끝에 낙찰받긴했는데, 예상 보다 출혈이 컸다.

 

 

박용섭, <꽃향기 속으로>(캔버스에 아크릴, 10F)

 

[학력]
경희대학교 미술교육과 졸업
홍익대학교 교육대학원 미술과 수료

[수상]
대한민국 미술대전 2회 입선(1회, 29회)
제31회 대한민국 현대 미술대전 특별상 수상
제30회 국제창작미술대전 동상 수상
대통령 표창장 수여(2008)

 [경력]
2013 바이올렛 특별기획전(인사동 바이올렛 갤러리)
   바이올렛 갤러리 50인전 초대전(인사동 바이올렛 갤러리)
2012 서울 강동 경희대 병원 개인전(갤러리마음)
2012 서울 인사아트 기획전(갤러리 마음)
2011 서울 인사아트 기획전(갤러리 라메르)
잠실 홈플러스 문화관 초대전
오늘의 서울전(문예진흥원)
대한민국 미술대전(국립현대미술관)
회토전 회원전(동덕미술관)
서화 협회전(세종문화회관)
녹색 환경전(다누리 미술관)
경희 미술전(경희 미술관)
서울 교원 미술전(예송미술관)
대한민국 미술대전(서울시립미술관)
현대 미술대전(한국미술관)
국제창작 미술대전(메트로 미술관)
드림갤러리 기획 초대전(드림갤러리) 外 100여회
잠실여고 미술교사

 

 

 

 

 

박용섭 작가의 작품들은 일관되게 동심의 세계를 표현하고 있다. 어린 시절 동심의 세계를 표현한 작가군은 꽤 있다. 박종근 , 김길상, 한영수, 오종철 화백 등.

 

하지만 박용섭 작가의 '꽃향기 속으로' 연작을 보면 다른 작가들과는 확연히 다른 박용섭 작가만의 화풍이 있다. 박 작가의 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나의 작업여정은 자연에 대한 탐색과 생동감 있는 기운의 포착을 통한 "사유의 관조"이다. 근경, 중경, 원경의 안정적인 구도를 통하여 공간감을 표현하고 그에 따르는 시적 분위기를 화려한 원색과 절제있는 필치로 그려 보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연히 난해한 요소와 탁한 색조를 배제하고 있는 그대로의 가감이 없는 원색을 통하여 우리나라의 뚜렷한 사계절의 느낌과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묻어나오게 표현하려는 것이다."

 

헌데 이 작품은 전작의 '꽃향기 속으로' 연작과는 조금 다른 특색을 지닌다. 이 작품에서는 우리나라 산하의 탐색과 생동감 있는 기운의 포착을 통한 '사유의 관조'가 거세되어 있다. 대신 그 자리에 동화적 판타지가 자리잡고 있다.

 

왼 편 상단에서부터 5시 방향으로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나뭇가지의 꽃향기. 그 속으로 1시 방향에서 뛰어드는 소녀의 이미지 때문. 이건 자연에 대한 사유의 관조라기 보다는 꽃향기에 대한 추억의 내러티브가 아닐까.

 

화사한 색감에 안정적인 구도는  보는 이로 하여금 편안하고 따뜻한 감정을 느끼게한다. 누구나 어린 시절 꿈꾸었을만한 추억의 한 토막을 소환하여 동화적으로 표현하기에 그럴 것이다.

 

두툼한 마티에르 대신 부드러운 파스텔톤 색감에 따른 동화적 구도는 언뜻 보면 일러스트를 보는 착각이 들기도 한다. 가벼운 그림처럼 보이긴 하지만, 이건 위에서 작가가 말했다시피 작가의 노림수(난해한 요소와 탁한 색채의 배제)이기에 이해가 가긴한다. 어쨌거나 밤이 낮보다는 훨씬 동화적 몽상에 빠지기는 좋으니까. 의외의 경쟁으로 예상보다 예산을 초과했기에 더 애착이 간다.

 

 

 

1. 뭐, 이런 그림을 경쟁까지 해서 낙찰받을 줄은 몰랐다. 그냥 관심가는 작가의 그림 한 점 소장해 보고자 하는 소박한 마음이었지만 결론적으로는 욕심이 너무 과했나싶다.

2. 원래는 이런 미술작품을 어떻게 사야하는지에 대해서 써 볼 요량이었는데, 그림 한 점 더 구매하였기에 그림 후기를 먼저 올린다. 조만간 빠른 시일 내에 작품 구매에 대해서 써 볼 요량이다. 한 가지! 절대, 절대 갤러리에서는 구매하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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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5-16 08: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림은 잘 모르지만 이 그림은 진짜 너무 좋은데요?! 저도 한 점 구매해 거실에 놓고 싶어지는 그런 그림이에요!!

yamoo 2022-05-16 12:53   좋아요 0 | URL
오~~다락방 님도 이 그림 좋다는 느낌이 드시나 봅니다. 저도 딱 봤을 때 갖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죠. 전체적인 보라와 자주의 파스텔톤이 너무 매혹적이더라구요~ 너무 동화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요..^^

갤러리에서 샀으면 4백은 훨씬 넘게 들었을 거에요..ㅎㅎ

얄라알라 2022-05-16 08: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박용섭 작가님 바이올렛 갤러리 전시가 첫 전시이신가본데, 야무님 구매하신 그림의 바이올렛 너무 아름답고 봐도 봐도 물리지 않는 보라일 것 같아요. 낙찰받으신 거, 집안에 아름다운 작품 들여놓으심을 축하드립니다

yamoo 2022-05-16 13:00   좋아요 1 | URL
음...바이올렛 갤러리 전시가 첫 전시는 아니구요..드림갤러리 기획초대전 전에도 전시회를 했던 듯합니다. 아무래도 이 그림은 바이올렛 갤러리 전시에서 전시되었던 시리즈 같습니다. 그래서 화풍이 약간 전작과 달라져보인듯해요. 전체적인 보라색 톤이 저도 너무 마음에 들어 구입했어요!!ㅎ 감사합니다.

프레이야 2022-05-16 16: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야무 님 그림 구매하시는 거 봐도 전 문외한이지만 꽃향기 속으로 좋으네요. 그림 보는 건 무한 좋아해요. 마음이 밝고 화사해지는 마법의 그림이네요. 봄날이랑 잘 어울려요. 예전에 어떤 분이 그림 구매하는 거 봤는데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어요. 꾸준히 하실 생각인거죠? ^^ 그림만 담아갑니다.

yamoo 2022-05-18 08:40   좋아요 1 | URL
오랜만입니다, 프레이야님! 저도 그림 보는 거 좋아했다가....이제는 소장으로까지 발전했네요. 아직도 봐야할 그림은 많지만..그래서 안목이 높은 건 아니지만 꾸준히 공부하며 컬렉팅할 예정이에요. 한동안, 아니 쭉~~ 버닝할듯해요~^^

페크pek0501 2022-05-17 13: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무지개와 가로등을 대각선으로 배치한 것, 그리고 꽃들 또한 맞은편 대각선으로 쏟아져 내리는 게 포착되네요.
님이 말씀하지 않으셨으면 소녀는 못 볼 뻔했어요. 비슷하고 예쁜 색채를 써서 아기자기한 맛을 느끼게 하네요. 그림을 잘 모르지만 거실 벽에 걸어 놓으면 멋진 거실이 될 것 같습니다.
다음 편을 또 기대합니다.^^

yamoo 2022-05-18 08:44   좋아요 1 | URL
페크 님두 좋게 보시네요..ㅎㅎ
솔직히 전체적인 바이올렛 색체가 지배적이어서 그리고 초승달 야경에 파스텔 색감이 예뻐서 구입은 했는데...너무 동화적이리 쬐금 실망감도 들었어요. 구매한 후에 그런 실망감이 좀 밀려왔는데...댓글 다신 분들이 좋다고 해 주시니 위안이 됩니다요~~ㅎㅎ

희선 2022-05-20 02: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박용철 화가 잘 모르지만, 그림 좋네요 여자아이가 꽃향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합니다 저런 꿈을 꾸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희선

yamoo 2022-05-20 08:33   좋아요 1 | URL
제가 이 그림을 구매하고 지인 분들에게 보여드렸는데, 모두 좋다는 반응 일색이었습니다. 지인 집들이 하는 분이 있으면 이 그림 시리즈 한 점을 선물로 드리면 되겠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제가 글을 올리 보람이 있네요..^^

transient-guest 2022-05-20 10: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추운 밤에 이 그림을 벗삼아 와인을 한 잔 하면 좋겠습니다. 제가 미술은 워낙 약한 편이지만 제 눈에 좋네요.ㅎ

yamoo 2022-05-20 14:52   좋아요 1 | URL
아...겨울 밤 이 그림과 함께 와인 한잔이라...
트랜스님, 낭만 가이시네요..^^

모두 이 그림을 좋다고 하시니 정말 선택을 잘한듯합니다. 충동 구매가 아닐까 살짝 걱정을 했더랬어요..ㅎㅎ
 

알라딘 서재에 가끔 눈팅은 했지만, 포스팅을 해야겠다는 동기가 없었다. 책을 닥치는 대로 빨리빨리 읽었기에 리뷰를 남길 여력이 없었다. 아니, 실은 핑계이고, 탁구치고 영화 보고, 그리고 이러저러한 일들 때문에 알라딘 서재에 글 쓸 틈이 없었다.



코로나가 터진 후 주로 영화를 보며 지내던 중 아무생각 없이 읽게된 책 2권이 나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마구잡이로 책을 넣던 중 같이 구매한 모영이다. 예전에 출간된 책. 이충렬의 <그림 애호가로 가는 길>과 박상용의 <미술시간 뒤집어 보기>. (아..이 보다 먼저 김재준의 <그림과 그림값>을 먼저 읽었지..)

 

 

 

 

 

 




Bts와 기생충 그리고 오징어게임 이후 한국문화가 융성하면서 그림시장도 분명히 큰 성장을 하겠다는 얄팍한 투자심리도 한몫했다. 그래서 그림을 구매하기로 했는데.....아뿔싸! 간과한 게 있었다. 미술책 좀 읽고 전시회 돌아다녔어도 내가 살 수 있는 그림은 없었던 거다. 읽은 책들 태반이 서양 미술과 관계된 책들이고 전시회도 유명 화가만 봐 온 거다. 문제는 여지껏 보아 온 그림들은 수억에서 수십~수백억원 나간다는 것.



내 월급으로 살 수 있는 그림은 없었다. 지난 3월에 열린 아트페어에서도 살 수 있는 그림은 없었다. 더군다나 아는 한국 작가는 거의 없었다. 고작 아는 사람이라고는 김환기, 이우환, 천경자, 박수근, 이중섭 정도가 전부였다.  이들 작품들, 역시 소장할 수 없다. 가격이 어마무시 할 뿐 그림의 떡이었다. 한국 화가를 모르면 내 월급으론 그림을 한 점도 살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래서 작년부터 한국미술과 미술시장에대한 공부를 했는데, 이건 뭐 모래 사장에서 돌덩이 찾는 것 마냥 어려웠다. 80년대 이후 태어난 신진작가들은 거의 모르고, 40년대 태어나서 활동하고 있는 중견작가들도 모르는 화가들이 너무 많았다. 미국과 유럽을 오가며 작품활동을 해 오는 작가군이 있는 거 같은데...도대체 누군지 알 길이 없다. 주말마다 갤러리를 순회하면서도 느끼는 게, 오랜 경력을 가진 그들을 나는 몰랐다는 거다. 물론 갤러리가 제시하는 가격들은 내 예산을 항상 가볍게 넘을 뿐.


그래서 난 그림을 못 샀냐? 못 샀으면 이런 글도 올리지 못했겠지. '아~오랜 경력을 가진 화가의 소품(10호 미만의 작은 사이즈)도 못 사는 팔자란 말인가'라고 한탄할 때 쯤 인터넷 미술품 경매 사이트를 알게 됐고, 난 거기서 생애 처음으로 그림 경매에 참여하여 낙찰이란 걸 받아 적품을 소장하게 됐다. 


아래 작품이 내가 월급의 한도 내에서 상당히 저렴하게 득한 '작품'이다.

신범승, <석> (6F;41x31.8cm)


 [작가명]
신범승, 1942년생

[학력]
동국대학교, 홍익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MA 미술교육학)
러시아 국립 HERZEN 사범대 박사 과정 졸업(Ph.D 미술교육학)
現 동서울대학 명예교수

[수상]
제 1회 중앙미술대전 서양화부 최고상, 무감사 2회 (국립현대미술관)
제11회 대한민국 미술대전(국전) 大賞, 특선 3회 (국립현대미술관)
한국미술문화 대상전 大賞 -문화공보부 장관상(서울시립미술관)
同 초대작가상(서울시립 미술관)
제1회 단원예술제 초대작가상 (아름다운운동중앙회)
2008 올해의 작가상 (한국전통문화예술진흥협회)
대한민국 국민훈장 석류장 (대통령)
2016 오지호미술상 수상

 [작품소장]
동서울레스피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예술의전당,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은행, 동국대박물관, 서울시 교원연수원, 포스코, 동서울대학, 옛날옥션, 한국 수자원공사
금강산 금강훼미리호텔, 청주지방검찰청, 충주시립남한강수석관, 광진정보도서관,
제주 기당미술관, 동숭미술관, 동양투자금융

[기록화]
청송 그늘에 앉아(200호,변형), 새마을 운동(100호), 물의 정(남한강에,150호 변형)
녹색공간 동서울 레스피아(600호,변형), 별신제와 줄다리기(300호), 동서울 대학에(500호)
대학 장생도(1000호, 변형), 옛 요(200호 변형), 신한국 장생도(500호 변형)


 내가 이렇게 길게 작가의 이력을 가져온 것은(전시이력은 너무 길어 생략했음), 그림을 구입하기 전 그 작가의 이력은 매우 매우 중요한 지표이기 때문이다. 개인전 몇 번 초대전 몇 번은 그 작가의 실력을 가늠하는 중요 이정표 중 하나이고 공모전이나 대회 수상이력이 있으면 검증된 작가로 통한다. 일단 대한민국 미술대전 대상 수상 기록이 있으면 호당가격은 최소 20만원을 넘게된다. 



어쨌든 난 매우 저렴하게 낙찰받았는데 그림을 보면 볼수록 좋다. 도록으로 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리고 얼마나 감격했는지 낙철받은 후 다음과 같은 후기를 남겼다.(물론 후기를 남기면 5천원을 준다)

 

인생에서 처음으로 미술품을 구매했다. 갤러리나 전시회에서 관람은 많이했지만 작품을 구매하기로 마음을 먹으니 어떤 그림을 사야할지 막막했다. 내가 전시회에서 본 그림들은 모두 외국 유명화가들의 작품들. 그런 명작들은 도저히 구매할 엄두가 나지 않는 정말 고가의 그림들. 억소리도 모자랄 작품들..그에 비견될만한 작품들은 없었고 알량한 월급으로 살만한 작품들은 성에 처지 않았다. 갤러리를 돌다가돌다가 여기와서 보니 대가의 검증된 작품들이 100만원도 안되게 팔고 있었다! 고르고 고르다가 처음으로 구매한 신범승 화백의 석. 내가 원했던 구상과 추상의 경계. 일필휘지로 저녁 무렵의 시골 숲을 깊게 표현한 마티에르. 저물어가는 숲의 모습을 반추상으로 표현한 게 너무도 마음에 든다. 한국미술대전 대상 수상자의 좋은 작품을 저렴하게 득할 수 있게 해 주신 ()()에 감사할 따름이다~

 





* 앞으로 그림을 살 때마다 여기에 글을 기록할 것이다(이젠 계속 할 거다!!). 물론 내가 생각하는 좋은 그림과 한국 미술시장에 대한 불만도 제기해 볼 것이다. 일단 다음 글에는 지면상 못다룬 그림 호당가격제와 갤러리에 대해 끄적거려 볼 요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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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2-05-09 09: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저도 최근 알라딘이 뜸해졌는데 야무님 땜에 미술에 대한 안목도 키워보고 도움 좀 받겠습니다.ㅎ 반갑습니다.😊

2022-05-09 13: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yamoo 2022-05-09 22: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스텔라 님/ 반갑습니다. 미술품을 원작으로 감상하니 도록으로 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네요. 명화는 아니지만 나름 실력있는 한국 자가들의 작품도 아주 좋습니다. 완전 기대이상이고 한국작가들의 실력에 비해 국제적으로 매우 저평가된 듯보입니다. 어땠거나 그림 구입 이후로 아주 기분이 좋습니다요~~~^^

yamoo 2022-05-09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랼라 님/ 안녕하세요, 제 서재를 찾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내공은 무슨...좋게 봐주시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transient-guest 2022-05-10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부럽습니다 저도 그림 애호가로 가는 길 읽고나서 나만의 진품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막상 실천하지는 못했습니다 멋지네요

2022-05-11 07: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5-11 11: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5-11 15: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5-11 23: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22-05-11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술품 컬렉터 되신 것, 축하드립니다. 오랜만입니다.
응원의 댓글을 써야겠단 생각으로 쓰고 갑니다.^^

yamoo 2022-05-11 15:24   좋아요 0 | URL
페크 님, 저도 정말 오랜만입니다. 반갑고 감사합니다!!

yamoo 2022-05-25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술의 현실성은 오로지 현실의 비현실성에서 나온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예술은 현실에서 체험되는 결핍에서 비롯됩니다. 다른 것에 대한 욕망, 사회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사람들 사이의 다른 관계 조직에 대한 욕망이 낡은 사회적 형식들을 뛰어넘지 못하는 데서 예술의 현실성이 나와요. 인간 세계가 실제로 결핍에 시달리기 때문에, 그 안에 욕망이 있기 때문에, 그 결핍 속에 예술은 비인간적인 세계, 형이상학의 세계, 다른 세상, 내세 따위를 건설할 수 있습니다. -

리오타르, 우리가철학을하는이유, P128

리오타르 책에서 철학을 예술로만 바꿔봤다. 그대로 통용되는 내용..^^;;
 
취업의 추월차선 - 하마터면 지나칠 뻔했다 연봉 1억 일자리
이승재 지음 / 좋은땅 / 2021년 3월
평점 :
품절


코로나 이후 실업률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더군다나 청년 취업은 그야말로 빙하기. 2년 전인가, 청년 실업을 다룬 '청년 빙하기'라는 다큐를 방영한 적이 있는데, 지금은 그보다 더 취업문이 좁아진 상황이다.

 

 

정규직은 거의 없고 월 50만원도 줄까말까한 인턴직에 수 십대 일의 경쟁률은 이제 통상적인 말이 되었다. 서울 소재 명문대, 특히 인문 사회계 졸업생들에게 취업은 그야말로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보다 더 어려운 현실이 된지 오래. 문송해서 죄송하다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청년 취업난은 심각하다.

 

 

 

민간 기업 공채의 시대가 작년에 막을 내리고 이제 수시 전형의 시대가 됐다나. 남아 있는 공채는 공기업 내지 공무원 시험밖에 남지 않았다고 한다. 모 공기업 40명 모집에 수 백대 일의 경쟁률은 기본. 서울 소재 명문대 졸업생도 인터 자리 하나 차지하기 위해 수 백통의 이력서를 쓰는 상황. 인문사회 계열 전공자의 현실이다.

 

 

더군다나 지방대 인문사회 계열 전공자들은 말해서 뭘할까. 그래서 그들은 물류센터 알바나 편의점 알바를 전전한다. 이마저도 4:1의 경쟁률을 훌쩍 넘어버린다. 청년빙하기가 훨씬 더 단단해진 느낌. 암울하다 못해 절망적이기까지 하다.

 

 

그런데 이런 현실에서 벗어나 새로운 곳에 눈을 돌려 취업에 성공한 지방대 출신들이 있다. 바로 중동에 있는 두바이다. 왜 중동 두바이일까? 두바이 취업문이 열린 건 전적으로 박근헤 대통령이 한 마디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대통령은 중동 지역에 우리 청년들을 취업시키면 좋겠다는 발언을 한다.

 

 

이에 정부는 부랴부랴 시책을 내고 한국산업인력공단으로 하여금 두바이에 인력을 파견하라고 시달한다. 이에 공단은 그 책임자로 한 명을 두바이에 파견하는데, 그 사람이 바로 이 책 <취업의 추월차선>(좋은땅, 2021)의 저자이다. 저자는 20156, 두바이에 첫발을 내디딘 후 1년도 되지 않아 60여 명의 한국 청년들을 두바이 현지 기업에 취업시켰다.

 

 

참고로 이전부터 KOTRA는 두바이 지역에서 한국 청년들의 취업을 담당해 왔었다. 이곳에서는 연평균 10여 명의 한국 청년들을 두바이 한국기업에 취업을 시켜 왔는데, 저자는 두바이에 도착한 지 1년여 만에 코트라 실적의 5배를 달성해버린 것이다. 그래서 1년 임기로 부임했는데, 2년을 더 연장했고, 3년 동안 약 200여명 이상의 한국 청년들을 두바이에 취업시켰다.

 

 

놀라운 점은 취업에 성공한 이들이 거의 모두 지방대 출신들이라는 사실이고, 이들의 초봉이 무려 4천 만원이 넘는다는 점이다. 체류지도 모두 제공된다니, 혹해서 나도 가볼까 생각했다. 하지만 지원 나이가 30대 중반까지라니, 입맛만 다셨다. 진짜 한국에서 인턴 자리 하나에 목을 매는 것보다 두바이에 취업하는 것이 훨씬 좋아 보인다. 아니 비교 자체가 안 된다.

 

 

두바이에서는 호텔, 디자인, 병원 간호사, 항공사 직원, 두바이 현지 한국기업 사무직 등을 선발하는데, 모두 책의 저자가 발로 뛰어 개척한 일자리들이다. 쉽게 말해서 저자는 두바이 현지 산업계와 한국 청년들을 매칭시켜주는 일종의 헤드헌터의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맨땅에서 저자가 고군분투로 일궈낸 소중한 일자리들이다.

 

 

한국에서 도저히 취업이 안 돼 두바이로 시선을 돌린 지방대 문송인들은 현재 안정적인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다. 두바이는 우리나라와 다르게 항공사 승무원으로만 근무하는 게 아니라 호텔, 디자인, 두바이 한국기업 등에 두루 이직이 가능하다. 더군다나 두바이를 발판으로 영미 쪽이나 유럽의 다국적 회사로 이직할 기회도 충분히 열려 있기도 하다.

 

 

학벌이나 어학 점수도 별로 중요치 않다. 두바이에서는 한국의 이미지가 좋아 한국 청년들이면 어느 나라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다. 영어 구사 능력만 되면 면접 인터뷰만으로 취업에 성공할 수 있다. 참고로 두바이는 아랍지역에 속해있지만 오랜 영국의 식민지배 하에 있었기에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고 있다. 생활 수준이나 인프라도 우리나라보다 잘 돼 있다.

 

 

취업의 빙하기’, ‘취업대란’, ‘이태백’, 꿈포세대등은 어제 오늘의 말이 아니다. 한국은 이미 좋은 일자리가 거의 없다고도 할 수 있다. 아주 적은 일자리를 갖고 수 백대 일의 경쟁은 하지 말자. 수 백통의 이력서와 자소서만으로도 자존감이 바닥을 친지 오래지 않은가 말이다. 그러지 말고 눈을 조금만 돌려 보자. 그러면 취업의 추월차선이 보일 것이다.

 

 

아직까지는 몰라서 취업을 못했다면, 이제는 한 번 문을 두드려보자. 인턴의 반복보다야 훨씬 좋지 않을까 한다. 저자의 도움으로 두바이 취업에 성공한 성공담을 들어보면, 이게 헛된 꿈을 잡는 허황된 일이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아부다비에서부터 두바이, 라스 알카이마까지 다양한 직종의 회사를 방문하고 청년들의 취업 및 이직 고민을 시원하게 해결해 준 작가님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이 책을 통해 뛰어난 실력을 갖췄지만 그만큼 인정받기 힘든 한국 사회에 지친 구직자들이 다양한 기회가 있는 두바이에서 멋진 꿈을 펼치고 큰 꿈을 꿀 수 있는 도약의 발판이 되길 바랍니다. <유은O, 미국 뉴욕 Monteflore Medical Center>

 

 

해외취업이 험난해 보이겠지만 막상 도전해 보면 재미있고 가슴 뛰는 일입니다. 작가님에게 낯선 땅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듯이 해외에서의 커리어를 고민하시는 분들에게 이 책이 큰 힘이 될 거라 확신합니다. <김태O, 삼성전자 두바이>

 

 

해외취업 및 이직을 고민하며 누군가의 조언을 덛고 싶다면 더없이 추천해 주고 싶은 책입니다. 기회는 멀리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가장 가까이 있는 것이 아닐까요? 이 책이 넓은 세상에서 여러분의 꿈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용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주진O, 국내복귀자/핀란드 외국계 기업>

 

 

두바이 6년 차 취업자로서 이 책보다 더 두바이에 대해 잘 알려준 책은 없을 것입니다. 또한 취업의 추월차선은 두바이를 가장 잘 표현한 단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두바이로 와서 취업의 추월차선을 타시기 바랍니다. <양영O, Emirates Airline>

 

 

이 책에는 저자를 통해 취업에 성공한 많은 청년들의 생생한 후기가 담겨 있다. 조금만 눈을 돌리면 초봉 4천의 정규직 일자리가 있는 곳이 있다. 경력을 쌓아 3년을 넘기면 거의 7천대 이상을 보장받는 곳. 그곳이 두바이다. 이런 생생한 정보와 가이드가 한 권에 담겨 있다. 자신이 해외 취업에 관심이 없는 취준생이라도 거들떠 볼 만한 책임은 분명하다.

 

 

왜냐구? 자명하지. 국내 인턴 일자리에 쏟는 노력만으로도 취업 기회가 훨씬 넓어지니까. 그 기회를 잡는 건 이 책을 읽는 사람의 특권이지 않을까. 내가 봐도 막 가고 싶은 곳인데, 취업 준비생은 더 가고 싶겠단 생각이 들어 리뷰로 남겨 놓는다. 그제 막 나온 신간이란다.

 

 


[]

1. 이 글은 원래 아직도 인턴직에 목을 매고 있는 안타까운 한 후배 때문에 쓴 리뷰다. 헌데 후배와 같은 청년들이 너무 많은 거 같아 많이 안타깝다. 모쪼록 여러 가지 알아보고 준비를 잘 해 좋은 소식을 바라마지 않는다.

2. 이 책의 저자가 아직도 두바이 취업 상담을 하고 있는 듯하다. 리뷰를 읽고 궁금증이 든 취준생들은 seouldubai@naver.com 또는 andy@hrdkorea.or.kr로 문의하면 좀 더 생생하고 전문적인 가이드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산업인력공단 홈페이지에도 두바이 취업자들 브이로그가 올라와 있다니 방문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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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1-04-12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에서 취업이 인되면 외국이라도 나가야 겠지요.우리나라 대학생들의 경우 지방대학을 막론하고 취업 스펙을 잘 쌓었다고 하는데 일본의 경우 대기업에서도 일본 대학생들에 비해 외국어 능력,성실,도전정신들이 월등해서 인사팀에서도 70%가까이 한국 대학생들의 입사를 선호한다고 합니다.
 

누가 제게 기독교 명저를 추천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뭐, 신학 전공도 아니고, 모든 책을 다 읽은 건 아니지만 저도 추천 받아 읽었던 책들 중 감명 깊었던 책들 중심으로 모아봤습니다. 그리고 수소문해서 구입한 책들도 리스트에 넣어 봤습니다. 

제게 추천 목록을 요구했던 분에게는 이보다 더 많은 책을 추천드렸지만 알라딘 서재에는 좀 더 강력했던 책들 위주로 추려 봤습니다. 일명 크리스트교 명저 30선 입니다. 크리스트교라고 한 것은 개신교와 천주교를 포괄했기에 그렇습니다. 


개인적으로 크리스트교의 가장 기본은 중세철학이라 생각해서 중세 기독교 사상을 중심에 뒀습니다. 감안하시고 리스트를 봐 주셨으면 합니다.


[크리스크교 명저 30선]










































































































































특히 키에르케고의 <죽음에 이르는 병>은 꼭 박병덕 님 번역으로 보시기 바랍니다. 임규정의 한길사본은 읽을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합니다. 비싼 책이 가독성은 현저히 떨어집니다. 임규정이라는 사람 번역이 대체로 그렇더군요. 키에르케고 전집이 이 사람 손에 의해 번역 됐는데, 대체로 한국어 어순과 규정을 가볍게 무시한 문장이 넘쳐납니다. 절대 구입해서 읽지 마세요. <죽음에 이르는 병> 에 대한 읽을 수 있는 모든 판본을 읽은 건 아니지만, 시중에 구할 수 있는 판본은 다 봤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뛰어난 번역이 박병덕 님의 판본입니다. 번역 때문에 고민하셨던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여력이 되면 이 판본들의 보그병신체 문장들에 대한 성토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종교적인 책은 일반인들이 좀 기피하는 면들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고전 사상서 위주로 추려봤기 거부감은 좀 덜할거라 사료됩니다. 개인적으론 안티기독인에 가깝기에 위 책들은 현재 한국에서 욕먹는 기독교와는 거리가 좀 멀다 하겠습니다. 모쪼록 즐독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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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만 메모수첩 2020-03-17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 감사합니다. 읽은 것이라곤 천로역정과 순교자 딸랑 둘 있군요. 덕분에 위시리스트 좋은 책들 많이 추가했습니다.

oren 2020-04-10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러 해 전에 제가 <로맹 가리>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었는데, yamoo 님께서 너무나 인상적인 댓글을 달아주셨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의 기억 때문에 <로맹 가리>를 소개하는 동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올려놓았답니다. 시간 나시면 한번 구경해 보시기 바랍니다. 잘 지내시지요?
https://youtu.be/vKy0n0XDJMM

2020-08-14 13: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20-08-14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탐나는 명저 30선이네요.
너무 뜸하십니다.
잘 지내시죠?
 
순교자
김은국 지음 / 을유문화사 / 2004년 12월
평점 :
절판


내 부모님은 광신도인가?’ 이 책을 덮고 처음 들었던 생각이다. 소위 부모님은 장로교의 장로와 권사였기에. 나는 어렸을 때 부모님의 강력한 영향 하에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교회에 다녔고 학부 2학년 때까지 기독교 동아리에 참여하기도 했다. 고교 시절부터 교회에 다니기 싫었지만 부모님과 싸우기 싫어서 어쩔 수 없이 다녔다. 언제나 내 이력의 종교 공란에 항상 기독교라고 써 넣었다. 그러나 항상 떠나지 않는 물음이 있었다. ‘도대체 믿음이 뭐지?’라는 거. 여기에 그럴듯한 대답을 성경에서 찾은 듯한데, 그 의미가 알쏭달쏭 하기만 했다. 성경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지 못하는 것들의 증거다.”



세월이 가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나는 교회와 멀어져 갔다. 부모님 때문에 교회에 참석하긴 했지만, 찬송도 부르지 않고 기도도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간간히 대형 교회 목사들이 뉴스 기사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사건을 접하면서 나는 확신했기 때문이다. 신은 없다고. 여신도를 성희롱하고 교회 재산을 아들에게 물려주는 세습 사건을 하느님의 뜻이라고 설파하는 그네들의 설교는 가증스러웠다. 목사들은 아마도 알았을 것이다. 신이 없다는 것을. 그래서 성도들에게 내세의 희망을 주면서 자신은 그 대가로 성도의 돈을 착복하는, 뭐 그런 구조라 확신했다.



하지만 내면에는 이런 확신에 반하는 다른 생각이 고개를 쳐들곤 한다. 그것은 몇몇 신비주의적 체험이다. 초중고 시절 부모님은 기독교적 체험을 했다. 환상을 보고 방언을 했다. 지금도 어머니는 혼자 기도하실 때면 늘 방언으로 기도하신다. 정말 영어도 아니고 독일어도 아닌 생판 처음 들어보는 언어. 그리고 무당의 칼춤과 악령이 들린 사람들의 체험을 보면서 신이 정말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작가 김승옥이 절필을 한 이유가 그의 책 <내가 만난 하나님>에 수록되어 있다. 읽어 보면, 토마스 아퀴나스가 신을 만나 절필하는 상황과 너무 유사한 것을 보면서 신의 존재에 대해 거듭 생각을 수정하곤 한다.



<순교자>는 내가 항상 생각하고 있던 지점을 정확히 건드렸다. 이 책의 주제라 할 수 있는 내용이 책의 후반부에 제시되어 있다. 정확히 279쪽부터 283쪽까지 주인공 이 대위와 신 목사의 대화 내용은 한마디로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라고 한 마르크스의 말로 요약할 수 있다. 북한 빨갱이들에 의해 목사 12명이 총살당했고, 이 가운데 2명이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부지했지만 그 현장에 있었던 신 목사의 신은 없다는 자기 고백은 사실 꽤 충격적이었다. 절망에 빠진 백성에게 줄 수 있는 건 내세의 희망뿐이라는 그의 사명은 신은 없다는 절망감에서 출발한 일종의 자기 사명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믿음은 무엇이고, ‘신은 존재하는 가라는 형이상학적 물음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기독교는 오직 체험에 의해서만 믿음을 가질 수 있는 종교인 듯해서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인 이 대위, 박 대위, 장 대령 그리고 신 목사를 비롯한 12명의 순교자들은 내가 볼 때 전부 기독교적 체험을 하지 못한 신자들처럼 보인다. 인간으로서 극한의 절망감을 보인 사람들은 이 대위나 신 목사처럼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것이 인간이 가진 지극히 보편적인 논리적 귀결이다. 체험이 없으면 그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이 작품에서 이 대위는 신 목사에게 묻는다.당신과 이 땅의 백성들이 고통을 당할 때 당신의 하느님은 어디 계십니까?” 신 목사는 바로 답하지 못한다. 그리고 끝내 내 고통을 구원해 줄 신을 만나지 못한다. 전쟁에서 무의미하게 죽어가는 저 사람들에 대해 하느님은 그 어떤 징표도 보여주지 않았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들이라면 그럴 것이다. 정금보다 더 단단한 믿음의 사람을 만들기 위해 하느님이 예비하신 절망의 고난이라고. 욥의 고난은 그래서 소설 속에 자주 인용되나 보다. 하지만 무고한 수십 만 명의 전쟁 희생자들에 대해 하느님의 예비한 길은 도대체 무엇일까. 여기에 이르면 진짜 신 목사의 신은 없다는 자기 고백이 묵과할 수 없는 절망감으로 다가온다.



키에르케고르는 오래 전 <죽음에 이르는 병>에서 절망은 죄이고 죄의 삯은 사망이라고 설파했다. 그러나 그는 신 앞에 선 단독자였다. (욥도 단독자였다!) 체험 없이 신 앞에 설 수 없다면 나는 모든 신자가 절망을 겪을 때 신 목사가 한 고백과 같은 고백을 할 것이라 확신한다. 신은 없다고. 이 고백은 암암리에 대형 교회 목사들의 행태에 여실히 반영되고 있는 듯하여 씁쓸하다. 적어도 지금 우리 사회의 목사들은 신 목사처럼 절망에 싸인 신도들에게 욥의 희망을 제시하지 않는다. 먹고 살 만해져서 그럴까. 교회의 목사들은 돈을 받고 교회를 사교의 장으로 내어 주고, 신도들은 자신들의 바라는 거래를 위해 교회를 이용할 뿐이다.



신이 부재하는 곳에 믿음이란 것이 있기나 한 것일까? 있다면 그것은 도대체 어떤 의미일까? 이 소설이 내게 큰 울림으로 다가온 것은 작가가 이에 대해 답을 신 목사의 목소리로 들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평생토록 신을 찾아 헤매었소. 그러나 내가 찾아낸 것은 괴로움과 죽음, 냉혹한 죽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간뿐이었소. (중략) 날 좀 도와주시오. 내가 내 백성을, 불쌍하고 고통 받는 내 교인들을, 전쟁과 굶주림과 추위와 질병 그리고 삶의 피곤 앞에 고통 받는 사람들을 사랑하게 할 수 있게 도와주시오. 고통이 그들의 희망과 믿음을 움켜쥐고는 그들을 절망의 바다로 떠내려 보내고 있소. 우린 그들에게 빛을 보여 주고 그들을 기다리는 영광과 환영이 있다는 것, 그리고 하느님의 영원한 왕국에서 마침내 승리를 거둘 것이라는 확신을 줘야 합니다.”(283)



신은 없지만 신이 있다고 믿는 신자들을 위해 천국의 확신을 주는 것. 그것이 비록 고통 받는 인간이 내린 확신에 찬 믿음이었지만, 이것이 바로 신이 부재한 때에 목사들이 가져야할 믿음이 아닐지. 인간에 대한 연민으로부터 나온 이 신에 대한 거짓 확신. 나는 이걸 인간에 대한 실존적 믿음이라고 명명해 본다. 신이 부재한 곳에서 싹튼 백성을 사랑하고 백성의 평안을 위한 믿음 말이다.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당신의 신 - 우리의 고통을 이해하지도 않을 뿐더러 우리의 비참, 살육, 굶주린 백성들, 그리고 그 많은 전쟁이며 끔찍한 일들과는 애당초 아무 상관도 하려 하지 않습니다(280).”라는 이 대위의 말 때문이다. 죽음 너머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야 믿음은 비로소 인간이 바라는 것들의 실상인 실존적 옷을 입을 수 있다.



신 앞에 선 단독자가 아닌 이성적 인간이라면 누구나 신 목사와 같은 고백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박 대위, 이 대위, 장 대령과 같은 이성적 인간은 애초에 신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신에 대한 믿음을 찾을 수 있다는 기대는 부질없다. 하지만 신 목사는 인간이 처한 끊임없는 고통으로 인해 신을 부정한다. 그래서 신 목사는 이성적인 인간이다. ‘이성적 인간은 인간을 사랑할 수 있을지언정 신을 사랑할 수는 없다. 신 목사가 그의 이상(신자들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행동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처럼 보인다. 어찌 보면 신 목사는 스피노자가 지향했던 믿음에 근접한 것 같다.



스피노자는 지독한 이성주의자였다. 스피노자가 개진한 모든 주장의 기반은 이성이었다. 스피노자의 사상이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던 이유는 그 자신이 추구하던 이성에 기반한 사상이 그의 삶과 일치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스피노자는 기독교적인 신으로부터 위안을 얻거나 윤리적인 가르침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방법만 달랐지 신 목사는 스피노자에 근접한 믿음을 가졌다. 나는 적어도 그렇게 느꼈다. 스피노자는 신을 사랑했지만, 신 목사는 신을 사랑하지 않고서도 그 자신의 이성을 실현하는 집념과 믿음을 보였다.



신 목사의 이 스피노자에 근접한 믿음, 신념 그리고 집념. 신이 없다고 선언한 이 가련한 목사가 보여주는 이 확고한 믿음. 나는 이 땅의 모든 신자와 목사들이 반드시 이 작품을 읽고 깊이 생각해 볼 가치가 충분한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신이 없다는 확신 속에서도 불구하고 신 목사가 택한 삶의 태도는 순교자의 삶이었다. 이 대위의 서울행을 거부하면서 평양에 남아 지친 영혼들과 부상자들을 돌봤던 그의 인간적 삶은 순교자의 표상과 일치한다. 그렇기에 나는 이 책의 타이틀 순교자는 빨갱이에 의해 총살당한 12명의 목사가 아니라 바로 신 목사를 향한 작가의 헌사로 읽혔다.



순교자적 삶. 모든 사명감을 가진 종교인들의 지향점이지 않을까. 비록 고통적인 삶이 지속된다고 하더라도 그 자신의 믿음을 극한까지 밀어붙여 끝내 죽음에 이르는 삶. 하지만 이 작품은 단순한 기독교 소설이 아니다. 종교에서 말하는 순교는 더더욱 아니다. 작가는 신이 부재함을 깨닫고 목사 자신의 신념을 위해 외형적인 순교자적 삶을 택한 목사의 삶이 과연 순교자로 판단할 수 있는지 독자에게 묻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이 강력하고도 매력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는 작가의 이 물음에 위에서처럼 스피노자적 믿음에 근접한 순교자의 삶이라고 이미 화답했다.)



이는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심대하다. 1950년의 소설 속 전쟁 상황과 현재는 아이러니하게도 신의 부재를 공유하고 있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1950년 평양의 열정적 신앙이 자취를 감춘 지 오래되었다. 아프고 낮은 자들을 위로하는 교회는 어디에도 찾을 수 없다. 교회는 대형화 되었고 목사는 돈줄을 쥐고 성도들에게 절대 권력을 휘두르는 신이 되었다. 교회는 법 위에 있으려고 하고 목사들은 성도들 위해 군림하며 세속의 정치에 빌붙어 더 많은 권력을 축적하려고 노력한다. 목사 세계에서는 성폭력과 성희롱이 일상화 된지 오래고, 대형 교회의 세습은 점점 규정화 되고 있다. 죽음 너머 신이 없다는 것을 멋지게 서로 증명하고 있는 목사들. 그들이 세상 속에서 외치는 믿음은 공허하며 그들의 설교는 우리들 삶의 실존적 피폐함을 전혀 위로할 수 없다.



우리는 위로 받고 싶어 한다. 경쟁이 갈수록 심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는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인다. 사실 우리에게 신이 존재 하느냐는 부차적인 문제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종교에 귀의하고 싶은 게 아니라 종교로부터 만이라도 위로 받고 싶어 신도가 되는 게 아닐까. 그러면 적어도 교회에는 신 목사와 같은 존재가 필요하다. 신이 없는 사회에서, 스피노자적 믿음을 소유한 목사가 우리를 위로할 때 그 위로는 실존적 옷을 입고 우리에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성에 기반한 그의 인간에 대한 진정성이 어찌 보면 우리가 종교에서 바라는 진정한 치유의 힘이지 않을까. 이 책은 신 없는이후의 사회에 믿음의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는 멋진 책이었다. 사명감을 갖고 자신의 부()의 십자가를 질 수 있는 신 목사와 같은 목사를 우리 사회가 갖게 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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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20-01-20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무님, 너무 오랜만입니다!!^-^

겨울호랑이 2020-01-20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yamoo님 오랫만에 오셔서 반갑습니다.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cyrus 2020-01-21 0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셨어요? ^^

hnine 2020-01-21 0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갑습니다 yamoo님.

수이 2020-01-27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무님 돌아오신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