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이데올로기 1
강철구 지음 / 용의숲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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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이데올로기 1: 서양 역사학의 유럽중심주의에 대한 비판적 검토』는 사학사적 측면에서 시작해 식민주의에 이르기까지, 그 시간적 범위만 따지면 고대부터 현재까지 서양사의 논쟁거리들을 유럽중심주의적 관점이 아니라 한국의 서양사 연구자라는 시각에서 재검토한 책이다. 물론 유럽중심주의라는 주제 특성 상 책 한 권으로 모든 주제를 다루기란 말도 안되는 일이므로 이 책이 다루는 주제는 말하자면 빙산의 일각이다.


목차를 보면 알겠지만 이 책에서 다루는 주제는 유럽에서 전개된 서양사학, 고고학의 등장과 유럽, 중근동, 아프리카 고고학의 성격, 신화로서 19세기 근대 유럽인들이 고안한 고대 그리스와 실제 고대 그리스, 마찬가지로 유럽인들이 고안한 '자유로운 중세 유럽의 도시'와 그러한 도시 관념의 해체를 위한 타 지역 도시와의 비교, 르네상스를 개인의 탄생으로 바라본 문화사가 부르크하르트에 대한 비판, 고대에서 시작해 현재까지도 그 영향력을 유지하는 인종주의, '문명화 사명'이라는 미명 하에 비유럽권의 전통 사회를 파괴한 식민주의이다. 


사실 해당 주제들도 '유럽중심주의'라는 거대한 주제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왜소해보이는 것이지, 실질적으로는 이 주제들 하나 하나가 해당 분야에서는 커다란 연구 주제이자 논쟁거리다. 그럼에도 이런 거대 주제들을 하나의 책에서 비판적으로 검토하려 시도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저자의 야심찬 지적 도전이라고 볼 수 있다.


책의 구성을 보다 상세히 말하자면 앞서 언급한 7가지의 주제를 다루는 7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하나의 장은 5~6개의 소챕터로 이루어지고, 각각의 챕터는 내용을 간략히 요약한 소제목과 본문, 각주로 이루어져 있다. 책의 페이지는 400p가 넘어가는 두꺼운 책이지만 폰트 크기가 그리 작지 않은 편이어서 책의 두께나 분량에 비해 읽는 속도는 꽤 빠름을 체감할 수 있다.


저자가 의문을 제기하고 해결해나가는 방식은 다음과 같다. 먼저 서양사에 관한 지식이 있다면 익숙할 법한 기존의 통념(유럽중심주의적 해석)을 제기한다. 아울러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해당 장의 주제와 관련된 기초적인 지식을 간단히 정리하여 해당 장에서 다루는 지식의 기본적인 지형도를 친절히 그려준다. 이어서 기존의 (유럽중심적) 해석이 어떤 측면에서 문제점을 드러내는 지 지적한다. 이후에는 이 같은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이 책을 읽고 있을 미래의 서양사 연구자들이 어떤 문제의식을 지니고 어떤 측면에 천착해야 할지에 관한 이정표를 제시하면서 하나의 장을 마무리한다.


기존의 유럽중심주의적인 해석이 지닌 문제점은 유럽/비유럽이라는 범주가 문명/야만, 보편/특수라는 이분법에 포함되는 대부분의 범주들로 위장하여 비유럽권을 야만 혹은 특수라는 위치로 밀어넣고, 유럽을 문명, 보편이라는 범주에 위치시킨다는 점이라고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자연히 비유럽권은 선진적인 유럽/후진적인 비유럽이라는 위계를 수용하고 유럽이 이룩한 근대에 이르는 경로를 밟아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이 책에서 저자가 주제별로 검토하는 사항들은 이런 논리를 정당화한 기존의 유럽중심주의적 해석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 저자가 강조하는 바는 세계사를 보다 균형잡힌 관점에서 바라보고자 노력해야한다는 것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을 꼽자면 유럽중심주의라는 문제점을 노출한 주제들을 어떻게 비판적으로 바라보아야 하는가에 관한 실례를 저자가 보여준다는 점에 있다. 앞서 말했듯 이 책에서 다루는 주제들은 쉽게 다룰 수 있는 주제들이 아니다. 그럼에도 저자는 해당 주제들에 관한 종래의 유럽중심주의적 해석이 어떤 측면에서 실제와 동떨어진 신화인지를 밝힘으로써 미래의 서양사 연구자들이 나아갈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외에 또 다른 장점을 들자면 기존의 서양사에 관한 지식을 보완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학계, 특히 역사학계에서 연구자들이 이미 연구의 한계를 지적하고 그에 따라 새로운 학설들을 제기한 끝에 한층 더 진일보한 해석을 구축하였다 치더라도, 학계에서 일어난 변화가 일반 독자들에게 도달하기 까지는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이 책에서 특히 고, 중세와 관련된 2-5장까지에서 그런 장점이 잘 드러난다. 고고학, 고대 그리스, 중세 도시, 르네상스와 부르크하르트에 관한 (2004년 당시)의 새로운 해석들을 접함으로써 독자들은 그동안 상식이라 생각한 서양사 지식을 재고할 수 있다. 


단점은 바로 위에서 말했듯 이 책이 20년 전의 저작이라는 것이다. 2024년 현재 시점에서는 그동안 학계에서 축적된 연구 성과 및 논쟁의 진전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태생적 약점이 있다. 이는 2022년에 출간된 『서양사강좌』처럼 최신 연구성과를 반영하면서도 유럽중심주의를 벗어나려 노력하는 연구서나 저작을 접하는 식으로 보완할 수밖에 없다. 


이 책이 지닌 또 다른 한계점은 저자가 인정하듯이 대부분의 주제가 고대, 중세에 치우쳐있다는 점이다. 근대에는 자본주의와 근대성이라는, 이 책에서 다룬 주제들보다도 더욱 격한 논쟁을 초래하는 주제들이 기다리고 있다. 저자는 (2005년에 출간할) 2권에서 16-19세기 근대와 관련된 내용들을 다룰 것이라고 머리말에서 말하였으나, 알라딘에서 검색한 바로는 2권은 찾을 수 없었다. 근현대와 관련해서는 같은 저자가 집필한『서양 현대사의 흐름과 세계(2012)』, 『강철구의 우리 눈으로 보는 세계사 1(2009)』, 저자가 공저자로 참여한 『서양사학과 유럽중심주의(2011)』, 『유럽중심주의 세계사를 넘어 세계사들로(2009)』와 같은 저작들을 참고해 보완해야할 지점으로 보인다. 다만 해당 저서들이 10여 년 전의 책이므로 도서관의 힘을 빌려야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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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중심주의 비판과 주변의 재인식 고전번역 비교문화학 연구단 총서 1
부산대학교 인문한국(HK) 고전번역+비교문화학연구단 엮음 / 미다스북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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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중심주의 비판과 주변의 재인식』은 문화연구라는 측면을 중심으로 유럽중심주의를 비판하고 유럽중심주의에 맞선 주변의 대응 및 동서양의 비판적 조우의 가능성을 따지는 책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 서양사학계에서 행해진 유럽중심주의 비판서들과는 결이 조금 다르다. 우선 집필에 참가한 저자들의 이력에서 그 점이 잘 드러난다. 역사학 전공자 뿐 아니라 문학, 철학, 언어학, 한문학 전공자들도 포함되어 있다. 그렇지만 서양사학에서의 유럽중심주의 비판과 중첩되는 지점들이 없지는 않다.


목차를 보면 이런 점이 잘 알 수 있다. 제1부는 유럽중심주의의 양상들을 해부하고 비판하는 장이다. 제2부 주변의 대응과 주변의 재인식은 유럽중심주의에 대한 도전을 다루는데 근현대 한국이라는 공간이 중심이다. 3부 동서양의 비판적 조우는 인도의 불교철학자 용수를 유럽의 철학자 레비나스, 또는 바이닝어와 대비시켜 비교하고 있다.  


먼저 역사학과 중첩되는 지점의 예를 들어보자. 1장 「헬레니즘, 유럽중심주의, 영국성-19세기 영국사회와 고대 그리스의 전유」는 실제 역사적 사실과 거리가 먼, 일종의 신화로서 고대 그리스가 발명된 과정과 해당 신화를 이용해 19세기 영국 사회가 고대 그리스의 문화적, 정신적 후계자를 자처하는 과정을 추적한다. 이는 마틴 버널의 『블랙 아테나』에서 제기된 주장을 바탕으로, 국내 서양사학자들이 19세기 낭만주의 독일 학자들이 주도하여 발명한 고대 그리스를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보려 한 지점과도 맞닿아 있다. 


또 다른 사례로는 3장 「유럽중심주의와 근대화-미국적 세계지배비전으로 근대화이론의 형성과 독일사적 전유」, 4장 「『페르시아인의 편지』의 오리엔탈리즘 연루에 대해」을 들 수 있다. 3장은 독일사 전공자가 집필한 만큼 한국 서양사학계의 유럽중심주의 비판과 이어지는 지점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미국화된 유럽중심주의로서 냉전 초기 미국이 내세운 근대화이론을 독일 역사가들이 어떻게 수용하였는가를 다룬 점에서 또 조금 맥락이 달라진다. 4장 「『페르시아인의 편지』의 오리엔탈리즘 연루에 대해」는 몽테스키외가 페르시아인을 내세워 당대 유럽 사회를 비판한 『페르시아인의 편지』에서 비유럽권 화자들의 목소리를 해부하는 시도다. 문학 텍스트를 해체하고 분석한다는 점에서 역사학의 하위 분과 중 하나인 지성사와도 겹치지만, 그보다 문학연구, 문화연구와 겹치는 지점도 지대하다. 몽테스키외가 유럽의 정치사상사에서 거론 안하기가 더 힘든 정치사상가라는 점에서 어떻게 보면 당연한 귀결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긴 하나 나머지 장들은 역사학과 중첩되는 지점이 없지는 않으나 다소간 옅어지는 편이다. 특히 제2부에 속하는 논문들은 한국 근대지식인들이 서구에서 내세운 근대성을 어떻게 인식하였는가( 7「한국 근대지식인의 '근대성' 인식-문명·인종·민족담론을 중심으로」)와, 한국어 문법의 형성과정에 스며든 서구중심적 관점에 대한 추적(9장 「한국어 문법 형성기에 반영된 서구중심적 관점」)은 근현대 한국사와 한국문화가 서구의 영향을 알게 모르게 상당히 받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장들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7「한국 근대지식인의 '근대성' 인식-문명·인종·민족담론을 중심으로」는 박은식, 신채호를 비롯한 20세기 초 한국의 지식인들이 근대를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서구의 근대와 그를 뒷받침하는 논리를 그대로 추종해야할지, 그로부터 벗어나야할지, 벗어난다면 어떻게 벗어나야할지 치열하게 고민했음을 보여준다.


2부의 논문들은 근현대, 특히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한국사 및 한국 문화의 변형이 주된 주제이긴 하나 8장 「응구기의 『십자가의 악마』-주변의 언어와 새로운 고전의 가능성」은 케냐의 소설가이자 영어가 아닌 키쿠유어로 소설을 쓴 응구기의 작품 중 『십자가의 악마』를 분석하는 장인데, 이 장에서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응구기의 작품처럼 유럽중심주의의 멍에로부터 벗어나려는 탈식민주의적 시도 조차도 미국과 유럽에서 해당 작가의 작품이 '얼마나 잘 팔리느냐'라는 자본의 논리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유럽중심주의 비판을 시도하는 학자들, 특히 인도 출신의 학자들이 미국이나 영국의 대학 같은 '서구의 고등 교육기관'에서 '영어'로 유럽과 서구를 비판하는 모습을 지울 수가 없다. 예를 들어 『유럽을 지방화하기』로 잘 알려진 디페시 차크라바티는 미국의 시카고 대학 역사학과 교수다. 어쩌면 과거 유럽의 열강들이 주조한 이 세계에서 식민지들은 해방되었을지 몰라도, 뭐든지 소비자를 위한 상품으로 만드는 자본주의라는 구조가 유럽중심주의에 대한 진지한 비판도 하나의 상품으로, 그리고 그러한 비판을 제기하는 식민지 출신의 지식인도 서구의 지식인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이국적인 지적 상품을 판매하는 소매상으로 만드는 것은 아닌지? 마치 1960년대 68운동을 필두로 전개된 저항문화, 반문화운동이 소비상품으로 포섭된 것처럼 말이다.


이 책의 구성에서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는 점은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굳이 유럽중심주의라는 주제에 천착하지 않는 독자라도 이 책에서 유용한 지식과 관점을 얻어갈 수 있다. 일인 단독 저자가 연속적인 논의를 이어나가듯이 쓴 책이 아니라, 여러 저자들이 집필한 별개의 주제에 관한 논문들을 엮은 단행본 연구서이기에 완독에 대한 부담도 덜하다. 목차를 보고 관심사에 따라 원하는 장, 필요한 장을 골라 읽는 것으로 충분하여서다. 


예컨대 2장 「프란츠 파농의 탈식민주의적 실천-유럽중심주의와 인종주의 비판」은 『대지의 저주받은 자들』과 같은 저작으로 잘 알려진 프란츠 파농이 어떤 지점에서 비판받고 있는지,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해 알아갈 수 있는 장이다. 5장 「포스트식민주의를 통해, 모더니티를 넘어, 트랜스모더니티로」는 근대성의 대안으로서 근대 이전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근대에서 앞으로 더 나아가야할 방향으로서 '트랜스모더니티'라는 개념을 설명하고 제시하는 장이기도 하다. 9장 「한국어 문법 형성기에 반영된 서구중심적 관점」은 한국어 문법이나 근현대 한국어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서구의 언어학적 측면에서 받은 영향을 알아갈 수 있다.


그렇긴 하나 구성 상의 치우침은 아쉬운 점이다. 첫째로는 제2부 주변의 대응과 주변의 재인식은 제목에 '주변'이 들어감에도 4개의 장 중 3개의 장을 한국으로만 국한시켰고 단 하나의 장만 아프리카, 그 중 케냐에 할애한 점을 들 수 있다. 비유럽권 관련 장이 한 두개 정도 더 있었으면 '주변'을 내세우는 제목에 보다 충실할 수 있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제3부 동서양의 비판적 조우는 단 2개의 장만 할애한 점에서 다른 논의는 없었는지, 아울러 제3부에서 동양을 대표하는 철학자로 두 논문 모두 고대 인도의 불교철학자 용수를 공통적으로 내세운다는 점에서 용수 외에 다른 동양의 철학자는 없었나라는 생각을 떠올리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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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립백 콜롬비아 나리뇨 산 로렌조 - 12g, 5개입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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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미가 마음에 드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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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대논쟁 서구의 흥기 바다인문학번역총서 1
조너선 데일리 지음, 현재열 옮김 / 도서출판선인(선인문화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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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대논쟁: 서구의 흥기』는 시카고 소재 일리노이 대학의 역사학자 조너선 데일리가 집필한 책으로, 어째서 서구가 중국을 제치고 세계의 패권을 쥐게 되었는가에 관해 19세기부터 현재까지 서양에서 그 이유를 설명하려 시도한 학자들의 주장을 요약한 책이다. 총 5개의 장으로 구성된 본문은 머리말에서 몽테스키외, 볼테르에서 시작해 21세기까지 서양권 학자들의 여러 주장을 간결하게 압축하여 핵심적인 논지만을 제시하고 있다.


머리말에서 간단히 제시되는 인물들은 몽테스키외에서 막스 베버 까지이며, 본문에서는 대체로 20세기 초반부터 현재까지의 서양권 학자들의 주장을 소개한다. 제목은 "역사대논쟁"이기에 역사학자들만의 주장이 소개될 것 같지만, 막상 저자가 요약한 학자들 중에는 역사학자라고 보기에는 거리가 있는 인물들도 다소 포함된다. 이매뉴얼 월러스틴은 사회학자이고,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지리학자이며 첸원이엔은 이론물리학자다.


저자는 여러 경제사가들을 포함해 여러 학자들의 주장을 크게 5가지 항목으로 분류하고 이를 그대로 본문의 장으로 활용한다. 책 본문의 구성은 각각 "1. 서구의 기적," "2. 세계사," "3. 제국주의와 수탈," "4. 아시아의 위대함," "5. 왜 중국이 아니었나?"로 이루어져 있다. 


1-5장에 이르기까지 각 장의 구성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저자는 먼저 각 장의 항목에 분류된 학자들이 어떤 경향을 띠는지 서술하고, 이어서 각 연구자들의 핵심적인 주장을 압축한 한 문장으로 제시한다. 이어서 해당 연구자가 어떤 논리에서 그런 핵심적인 주장을 내세웠는지,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는 무엇이 있는지 자세히 풀어서 설명하며,그 과정에서 해당 저자들의 인용문과 지도 자료도 간간히 제시된다. 본문에서 저자의 주석은 모두 미주인 반면, 각주에서는 번역자가 독자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저자가 다루는 학자들 및 개념이나 용어에 관한 간단한 설명을 첨부해 놓았다. 본문에서 하나의 장이 끝날 때마다 저자는 본문의 학자들이 어떤 주장을 개진하였는지 다시 간단히 정리하는 결론을 보여주며, 이어서 "더 읽을 거리"와 미주가 나온다. 


1장 서구의 기적에 포함되는 학자들은 대체로 기독교, 서구만의 제도들, 기술 진보, 체계화된 지식의 축적과 같은 유럽 "내적" 특징들이 서구의 흥기를 추동했다고 주장한다. 대체로 20세기 중반에 활발히 활동한 학자들이 많지만 21세기 현재에도 이 같은 주장을 내세우는 학자들이 존재한다.


2장부터 4장까지는 유럽 "외적인" 요소들을 강조하는 학자들의 주장을 모아놓은 항목들이다. 이중 2장 세계사는 "1장 서구의 기적"에 소개된 학자들을 "유럽중심주의"적이라 비판하며 유럽을 보다 넓은 맥락에서 바라보고 유럽을 "탈중심화"하여 비유럽권과의 상호관계나 영향, 유럽의 비유럽에 대한 수탈이나 식민화 등에 중점을 둔다. 다만 3장과 비교했을 때 2장에 수록된 학자들은 수탈을 중심으로 삼지 않는다는 특징을 보인다.


3장 제국주의와 수탈에서 다뤄지는 학자들은 서구가 흥기할 수 있었던 이유를 유럽인들의 비유럽권에 대한 지배로 돌린다. 대체로 이러한 분석은 북서유럽이 중심이 된 전지구적 분업 구조와 경제적 지배의 위계를 강조하는데, 북서유럽에서 자본주의가 등장하고 산업화가 이어지면서 비유럽권 사람들은 북서유럽에 노동과 자원을 넘기게 되었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에 따라 그러한 체제가 등장한 시기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월러스틴은 16세기, 에릭 밀란츠는 13세기로 추정한다. 안드레 군더 프랑크처럼 5000년에 이르는 세계 경제의 순환 속에서 유럽이 운이 좋아 패권을 잡았다고 보는 주장도 있다. 어쨌든 저자가 말하듯이 3장의 연구자들은 "서구의 흥기에는 이례적인 폭력과 침략, 수탈이 수반되었다"는데 이견이 없다.


4장 아시아의 위대함은 유럽의 성취는 아시아 덕분에 가능했다거나 19세기까지 아시아가 유럽을 앞섰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의 주장을 요약한 장이다. 결론에서 저자가 이들의 주장을 요약할 때 각 연구자들의 주장은 다른 편이지만, 공통적인 지점을 하나 인용하자면 다음과 같다. "즉, 유라시아의 여러 문화들은 수천 년은 아니라하더라도 수백 년 동안 서로에게서 차용하면서 큰 이익을 누렸다. 그러나 서로 의존하여 상승 작용을 일으키는 이 연회(宴會)에 유럽이 참여학 ㅔ된 것은 상당히 늦은 일이었다."(p. 241)


5장 왜 중국이 아니었나?는 2-4장, 특히 4장과 연결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19세기에 들어서서야 유럽이 중국을 추월하였다면, 왜 중국은 유럽에게 추월당했는가?라는 의문이 저절로 나올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장에서 여러 연구자들은 어째서 중국이 19세기까지 유럽보다 앞서나갔음에도 유럽처럼 과학혁명이나 산업혁명을 맞이할 수 없었는지 그 이유를 설명한다. 그 이유는 다양하다. 중국의 제국 체제, 중국의 기술적 정체, 중국 엘리트들의 과학 및 상업 천대, 식민지의 부재, 2,000년에 걸친 중국 특유의 지배 문화 등등. 저자는 "왜 중국이 아니었나?"라는 의문이 "왜 서구였나?"라는 의문 만큼 많은 연구를 낳았다고 말한다.


이 책에는 "왜 서구인가?," 보다 정확히는 "왜 중국이 아니라 서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여러 저자들이 내놓은 핵심적인 주장들이 수록되어 있다. 어떻게 보면 '연구들에 대한 연구'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이 여러 저자들의 주장 중 누가 옳고 그른지 판별하지 않는다. 단지 그들의 주장을 항목별로 분류하여 제시할 뿐이다. 누구의 주장이 현재의 상황을 더 적실하게 설명하는지 판단하는 것은 전적으로 독자의 몫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서구의 흥기라는 주제에 관해 큰 흐름을 파악할 때 유용하다. 서구의 흥기, 혹은 유럽의 중국 추월과 같은 논쟁거리는 지금도 많은 연구자들의 관심을 사로 잡는 주제이며 그에 관해 방대한 연구가 지금껏 누적되어 왔다. 해당 분야의 관련 서적만 읽는 전문가도 관련 연구들을 섭렵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소모해야 한다. 일반 독자가 만약 이 분야에 관심을 지닌다면 어디서 부터 손을 대야할 지 막막함부터 느낄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이 책에 등장하는 이매뉴얼 월러스틴의 대표적인 연구서가 바로 『근대세계체제』인데, 총 4권으로 이루어지며 국내 번역서 기준으로 각권마다 분량이 최소 500페이지나 되는 두꺼운 책들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또 다른 연구자 안드레 군더 프랑크의 『리오리엔트』는 600페이지가 넘는다. 포머란츠의 『대분기』도 686페이지나 되는 벽돌책이다. 게다가 이런 책들이 한두 권 있는게 아니다. "서구의 흥기"라는 논쟁거리가 '논쟁'으로서 유효성을 지니는 한, 새롭고 두꺼운 연구서들(과 번역서들)이 계속 등장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은 독자에게 "왜 중국이 아니고 유럽이었는가?"라는 역사학적 논쟁에 대해 그동안의 많은 연구자들이 어떤 측면에서 주목했고 그에 맞춰 어떤 논리에서 어떤 근거에 맞춰 어떤 주장을 했는지 잘 보여준다. 나아가 이 책은 특정 연구자의 책만 읽어서는 알 수 없는 외부적 요소들을 파악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예컨대 책이 출간될 당시의 연구 트랜드, 특정 서적이 불러온 논쟁, 책이 출간될 당시와 현재의 반응에서 나타나는 차이와 같은 지점들 말이다. 예를 들어 1장에 소개된 학자들은 '유럽중심주의'라는 비판을 받았는데, 이는 연구 트랜드의 차이를 드러내며, 3장 제국주의와 수탈에서 소개된 월러스틴의 세계체제론은 같은 장에서 소개되는 다른 후속 연구자들을 자극하여 새로운 연구 성과로 이어졌음을 알 수 있다. 


다만 짚고 넘어가야할 점이 있는데 저자가 미국인 역사학자라는 점이다. 그렇기에 대체로 저자가 다루는 학자들도 서구권 학자들로 한정되고 만다는 점이다. 총 5개의 항목에서 아시아권 출신 학자는 단 둘, 첸원이엔과 켄트 G. 등 뿐이며 그마저도 5장 왜 중국이 아니었나?에서만 다루지며, 서구권에서 활동했거나 활동하는 중국인 연구자들이다. 이 영역은 지금도 새로운 연구가 쏟아지고 있을텐데 2010년대 초라고 아시아권 학자들의 연구가 드물었을 것 같지는 않다.


아울러 저자가 이 책에서 자기 주장을 안 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어판 서문에서 저자 자신의 견해를 명확히 밝히고 있다. 저자의 주장을 인용하면서 글을 마무리 하겠다.


유럽이 흥기한 이유는 그 사회가 모든 사람이 지닌 놀랄 만한 창조성을 보다 충분히 풀어낼 수 있는 방식으로 조직되었기 때문이다. 어느 사회든 그 사회가 가진 제도와 전통이 그런 창조성을 방해하지 않는다면, 그 사회는 반드시 번창할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P7, 


나는 특별히 유럽에서 인간의 정신적 힘이 마음껏 펼쳐진 것이 근대 세계의 형성에 핵심적 요소였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유럽인들이 다른 문화들로부터 배우는 데 유달리 열려있었다는 점에 이런 발전이 가진 핵심적 특징이 있으며, 최근에는 일본인과 한국인, 그 외 아시아 사람들이 유럽인들의 뒤를 이어 이런 열린 자세를 가졌던 것이다.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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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대논쟁: 서구의 흥기』는 2014년 출간된 미국의 역사학자 조너선 데일리의 저작을 번역한 것으로, 어째서 서구가 중국을 제치고 세계의 패권을 쥐었는가 그 이유를 설명하는 학자들의 주장을 정리한 책이다. 각각의 장에서 저자가 제시한 참고문헌 및 더 읽을 거리 중 역자가 첨부한 국내번역서들을 정리하려 한다. 2020년에 국내에 소개된 책이다보니 그 후에 나온 번역서들은 반영되어 있지 않다.(예를 들어 『법의 정신』) 오래되어 품절/절판되거나 값이 비싼 책들은 도서관의 도움을 빌려야할 것 같다.


서론


참고문헌


카를 마르크스, 『자본론I』전2권, 강신준 옮김, 길, 2008.


카를 마르크스, 프리드리히 엥겔스, 『공산당 선언』, 책세상, 2018.


샤를 루이 드 스콩다 몽테스키외, 『법의 정신』, 고봉만 옮김, 책세상, 2006.

 


애덤 스미스, 『국부론』, 전2권, 김수행, 비봉출판사, 2007.


조너선 D. 스펜스, 『현대 중국을 찾아서』, 전2권, 김희교 옮김, 이산,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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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읽을 거리


프랑수아 기조, 『유럽 문명의 역사』, 임승휘 옮김, 아카넷, 2014.


앙리 피렌, 『마호메트와 샤를마뉴』, 강일휴 옮김, 삼천리,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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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구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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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읽을 거리


니얼 퍼거슨, 『니얼 퍼거슨의 시빌라이제이션』, 구세희, 김정희 옮김, 21세기 북스, 2011.


로드니 스타크, 『기독교 승리의 발자취』, 허성식 옮김, 새물결플러스,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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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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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읽을 거리


로버트 B. 마르크스, 『다시쓰는 근대세계사 이야기』, 윤영호 옮김, 코나투스,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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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제국주의와 수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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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반니 아리기, 『장기 20세기』, 백승옥 옮김, 그린비, 2008.



4. 아시아의 위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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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읽을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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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왜 중국이 아니었나?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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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읽을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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