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논문 작성법
임경석 지음 / 푸른역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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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논문을 쓰기로 마음먹은 사람이 가장 먼저 할 일은 무엇일까요? 도서관에 가서 분류번호 900번 역사학 서가에 꽂혀 있는 책들을 차근차근 읽어야 할까요. 아니면 수십~수백 권에 달하는 《조선왕조실록》이나 《한국독립운동사자료집》 같은 유명한 사료를 직접 들여다보아야 할까요. 아닙니다. 그런 일이 아닙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연구계획 작성입니다. 논문 쓰는 일뿐이겠어요. 세상 모든 일이 다 마찬가지로 무언가를 시작하는 사람은 자신의 행동을 목적의식적으로 계획할 필요가 있습니다. - P15


『역사논문 작성법』은 성균관대학교 사학과 임경석 교수가 쓴 '역사' 논문 지침서다. 이 책의 대상 독자는 졸업 논문을 작성해야 하는 전국의 역사학과(혹은 사학과, 국사학과, 동양사학과, 서양사학과 등) 고학년 학부생들, 또는 연구자로서 석사논문을 작성하여 본격적인 논문을 처음 써보는 단계에 들어선 대학원 석사과정생들이다.


따라서 이 책은 두 가지 시각에서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이 책의 대상 독자로 상정된 역사학과 학부생 & 대학원생의 관점에서 이 책을 평가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역사학과 학부생 & 대학원생과 상관없는 독자의 입장에서 이 책을 평가하는 것이다.


졸업 논문을 작성해야 하는 학부생 및 석사 논문을 써야 하는 대학원생들에게 이 책은 연구자로서 필연적으로 마주하는 시행착오를 줄여준다. 어차피 논문을 쓰다보면 시행착오는 겪기 마련이다. A4용지로 십수장에서 길어봐야 수십장에 불과한 글을 쓰기 위해 연구자는 그 몇배, 몇십배는 되는 텍스트를 읽어야만 한다. 그런데 연구자에게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학부생이라면 졸업 논문 제출 마감일이 정해져 있을 것이다. 석사과정생이라면 당장 취직한 친구들은 돈을 버는데 자신은 대학원에서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것 같아 조바심을 내기 마련이다. 


물론 학부생이나, 석사과정생이나, 주변에 그들을 다잡아줄 지도교수나 선배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들도 각자 자기 일로 바쁘기는 매한가지이고, 특히 지도교수는 교수마다 개성이나 스타일이 천차만별이어서 어느 지도 교수를 만나느냐에 따라 지도학생이 겪는 시행착오의 질적, 양적 수준도 오락가락하게 된다. 그들이 건네는 충고나, 그들의 이미 완성된 논문을 지도 학생들에게 보여주는 것은 심리적으로 자극은 될지 몰라도, 학생들이 겪는 시행착오를 줄여주지는 못할 가능성이 있다. 어떤 학생은 지도교수의 말을 잘 알아듣고 문제를 잘 해결하겠지만, 어떤 학생은 그렇지 못할 수도 있어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역사학과 학생들에게 실제 논문 작성의 지침을 알려주는 유용한 메뉴얼이다. 이 책의 표지 하단에 드러나듯이, 저자는 연구 주제의 선정, 사료 및 연구 문헌에 대한 노트 및 메모 정리, 문제 제기와 원고 작성, 효과적인 서술 전략, 최종적으로는 원고를 마무리하는 인용, 각주, 참고문헌까지, 역사 논문 작성의 처음부터 끝, A to Z, α에서 ω까지 친절히 알려준다. 그리고 이 책에서 단계적으로 서술한 논문 작성 과정이 사실은 전혀 순차적이지 않으며 여러 과정이 중첩되어 이루어짐을, 달리 말해 연구 논문을 읽고 연구사를 정리하는 동시에 논문 집필도 진행해야만 한다는 점도 상기시킨다. 


이 책은 역사학과 학생들이라면 꼭 참고해야 할 유형의 책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이 책은 역사학도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어두운 동굴 속에서 의지가 되어줄 등불과도 같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의 서문에서 저자가 직접 밝히는 바이지만, 시중에 유통 중인 논문 지침서는 대단히 많으나 그 중에서 '역사학'을 위한 논문 지침서는 드물다. 많은 경우 이공계, 의학, 사회과학을 위한 논문 지침서들이다. 


그나마 인문계 학생이나 연구자들의 논문 작성에 도움을 주는 지침서로는 저자가 언급하듯이 움베르토 에코의 『논문 잘 쓰는 방법』이 있다. 이 책을 읽는 것이 읽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 그렇긴 하나 에코의 책은 1970년대 이탈리아의 학부생들을 위해 쓰인 책이다. 에코가 보여주는 자료 조사 방식은 도서관에 들러서 참고문헌목록 도서를 읽고 참고 문헌들을 찾아가면서 독서 카드를 작성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다들 주지하다시피 지금은 컴퓨터로 연구 노트를 작성하는 시대인 만큼 에코가 시연하는 논문 작성법은 시간적으로도, 공간적으로도 현재의 한국과 조금 거리가 있다. 게다가 에코는 역사학 연구자가 아니라 문학과 기호학 연구자이다. 에코의 지침서는 인문계 연구자들을 포괄할 수는 있겠지만, 개별 분과학문 만의 연구방식이나 원고 작성법을 알려주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럼 이제 예비 역사학 연구자가 아닌, 일반 독자의 입장에서 이 책을 평가해보자. 이 책은 그 성격상 실용서적이며 앞서 수 차례 언급했듯이 역사학과 학부생이나 대학원생을 대상 독자로 설정하고 저술된 책이다. 이 책에서 일반 독자들은 무엇을 얻어갈 수 있을까? 얼핏 생각해보면 일반 독자들에게 이 책은 큰 의미를 지니지 못할 듯 보인다. 그러나 조금만 관점을 달리해보자.


가까이서 보면 이 책은 역사학자들이 어떻게 논문을 작성하는지 알려주는 논문 지침서다. 조금 멀리 떨어져서 보자. 역사학자들은 논문을 집필하여 학위를 수여받거나 학술지에 투고한다. 말하자면 이 책은 역사학자들의 역사 연구 과정을 보여주는 책이다. 이 책에서 역사학자는 연구 주제를 설정하고, 앞선 선행 연구자들의 연구 논문을 읽으면서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료들을 조사하여 자신이 제기한 문제에 대한 해답을 내놓는다. 그러면서 기존의 역사학 지식의 외연이 조금씩 넓어진다.


그렇다. 역사라는 좁은 분야에 한정되어 있지만, 이 책은 역사학이라는 학문 세계에서 지식을 생산하는 과정을, 나아가 지식을 소비하는 지식 소비자가 지식을 생산하는 지식 생산자로 발돋움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학생 시절에는 자신 앞에 제시된 역사 교과서의 한 문장한 구절을 빠짐없이 받아들인다는 마음가짐을 갖습니다. 일방적 수용자의 태도입니다. 지식 소비자의 관점입니다. 혹 책 속의 어떤 부분에 대해 의문이 생긴다 하더라도, 그 원인은 수용자 내부에 있는 것으로 간주됩니다. 학생이 사전에 미리 알았어야 할 선행 지식을 결여했거나 뭔가를 오해한 탓인 양 여기는 것인지요. 요컨대 역사 교과서의 내용은 무오류의 완전한 것으로 전제되어있습니다. - P73

여러분은 더 이상 수용자의 관점에서 역사논저를 읽어서는 안 됩니다. 여러분은 지식 소비자가 아니라 생산자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가져야 할 태도는 연구자의 태도입니다. 앞에 놓인 논문은 동료 연구자가 작성한 글입니다. 설혹 지도교수가 쓴 논문이라 하더라도 본질은 같습니다. 기존의 연구 성과를 요약하려는 의도를 갖고서 읽지 마십시오. 여러분에게 요구되는 것은 조사입니다. 선행 연구자가 어떤 문제를 제기했는지, 어떤 해답과 논지를 제시했는지, 그 논지를 뒷받침하는 근거로는 무엇을 제시했는지 등을 조사하기 바랍니다.
자신의 견해를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역사적 대상에 관한 지식을 자신의 연구 결과에 의거해서 구축하는 것이지요. - P73


이 책에서 역사가를 요리사에, 역사가가 참조하는 사료를 요리사의 식재료에 빗대는 비유가 자주 등장한다. 한편으로는 이해를 돕는 비유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료에서 정보를 지식으로 가공하는 일련의 과정을 독자들에게 보여주는 비유이기도 한 것이다.


간단히 말해 이 책은 역사학자들이 역사학적 지식을 어떻게 가공하여 새로운 지식을 생산하는가,그 과정을 알려주는 책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물론 실제 논문 작성 과정은 늘 벽에 부딪치기 십상이고, 시행착오 속에서 기껏 연구를 진척시킨 주제를 다른 주제로 바꾼다거나 하는 돌발 사태가 생기기도 한다. 이 책 하나 읽었다고 실제 논문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오는 경험을 획득할 수는 없다(이는 각종 논문 지침서를 읽을 때도 마찬가지다. 논문 지침서를 읽을 때는 언제고 논문을 바로 써내려갈 수 있을 것처럼 한껏 감정이 고양되지만, 막상 컴퓨터 앞에 앉으면 앞이 막막해지기 마련이다).  


어쨌거나 역사학과 무관한 독자들이라도 이 책에 나타난 역사학자들의 모습을 통해 타 분과학문의 전문 연구자들이 어떻게 새로운 지식을 생산하는가에 관해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그렇긴 하나 그 실제 연구 양상이 다르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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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만하고 출판된 연구 결과가 없다면 우리는 현재 의견의 틀 속에 갇혀서 우리 자신이 직접 보고 느끼는 것 이외는 아무 것도 모르며 남의 말에 쉽게 넘어갈 수 있는 인간이 될 것이다. 물론 우리의 의견이 항상 틀리는 것은 아니지만 잘못된 의견도 너무나 많다. 근거가 희박한 주장, 위험하기 짝이 없는 주장이 난무하며, 많은 사람들이 증거가 거의 없는데도 너무 많은 의견들을 쉽게 받아들인다. 최근의 일련 사태를 보면, 신뢰할 수 없는 근거를 토대로 정책을 세우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겨 우리 사회가 곤경 속에 빠져 버렸다.
그러한 이유 때문에 우리는 이 책에서 어떤 연구이든 일단은 우호적이면서 동시에 비판적 자세로 읽어야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아무리 믿을만하게 여겨져도 문제점을 찾으면서 수용해야 하는 것이다.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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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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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의 교황이라는 페르낭 브로델의 명성을 잘 알려주는 책입니다. 두께에 비해 상대적으로 책이 가벼워서 의외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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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의 부드러운 산미라는 문구에 어울리는 맛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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