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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다민족 다문화 국가가 되어야 한다>가 아니라 <이미 다민족·다문화 국가가 되었다〉라고 말입니다. 이렇게 눈앞에 보이는 현실을 애써 부정하는 일부 대도시 중심지역 거주자들의 의식과 법률이 시대착오적일 뿐입니다. -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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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세 번째 책의 제목은 『대서울의 길』입니다. 제목대로, 이번 책의 주인공은 <길>입니다. 이 길에는 도로, 철도, 강, 항공이포함됩니다.
이 책에서 저는 길을 따라 대서울의 중심에서 경계 지역까지갑니다. 서북쪽으로는 파주, 북쪽으로는 철원, 동쪽으로는 춘천과 원주, 동남쪽으로는 안성, 남쪽으로는 천안, 서남쪽으로는 아산 신창, 그리고 서쪽으로는 화성 남양반도와 강화도까지, 대서울 구석구석을 걸으며 발견하고 생각한 갈등 도시의 현재 상황을기록했습니다. - P5

사람들은 자기가 사는 지역과 직장이나 학교가 있는 지역을 잇는 길을 따라 움직입니다. 그리고 길은 당연히 지자체의 경계를 뛰어넘습니다. 길을 통해 이어지는서울과 그 너머의 지역은, 마치 둥그런 피자에서 떼어 낸 한 조각의 피자와 같이 길쭉하지만 단단하게 붙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조각의 피자가 다른 피자 조각들에서 쉽게 떨어지듯이, 각각 길을 통해 결합되어 있는 서울과 그 너머 지역들의 덩어리는 다른 지역 덩어리들과 별개입니다. 사람들은 자기가 사는 지역보다는 이 길의 주변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의 정체성은, 습관적으로 말하곤 하는 <어느 지역 사람>이기보다 오히려 <어느 길의 사람으로서 형성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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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서울시장과 세계관을 공유하는 경기도 모 도시의 시장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시장은 전 시장이 재건축지역에 35층이 넘는 건물을 허가했다며, "끔찍하다"고 말했습니다. 자기 도시가 홍콩·싱가포르처럼 될까 봐 공포스럽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말을 듣고 저는 전 서울시장의 35층 층고제한 원칙이 그 한사람만의 것이 아니라 그가 속한 세대의 정치인들이 공유하고 있는 세계관에 입각한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런 세계관을, 서울·경기도 같은 대도시의 성장을 멈추어야 인간다움을 되찾을 수있다고 믿는 어떤 세대의 정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짐작합니다. - P282

하지만, 역시 실제로 현장에 가보십시오. 자가용으로 휙 둘러보지말고, 실제로 걸으면서 땅의 높낮이를 확인하십시오. 그곳의 공기에서 냄새도 맡아보십시오. 맑은 공기인지, 아니면 주변의 공장이나 축산단지에서 매연과 폐수가 흘러내리는지 확인하십시오. 그리고 직접 버스와 열차를 타보십시오. 자가용을 이용하지 않는 가족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어떤 불편함이 있을지, 또 본인이 자가용을 사용하지 않게 되었을 때 어떨지 확인해보십시오. 이 방법은 살 곳where tolive을 찾을 때뿐 아니라, 살 곳where to buy을 찾을 때에도 참고가 되리라고 믿습니다. - P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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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원주민을 밀어내고 만들어진 신도시 아파트 입주민들이 스스로를 원주민 · 토박이라고 생각하는 구도 이러한 사고방식은 과천에서뿐 아니라 분당,판교, 일산 등 서울시 외곽의 신도시는 물론, 목동·둔촌·잠실 등 20세기 후반에 서울시에 편입된 옛 경기도 지역에 조성된 아파트 단지들에서도 보편적으로 확인됩니다. - P4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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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원래 일본을 연구하는 사람인데, 한국에서 일본을 연구하는 사람은 그 자체만으로 쉽게 공격에 노출됩니다. - P123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저는, 조선 시대에서 식민지 시대를 거쳐 현대 한국 시기에 이르기까지 <민족 감정>과는 무관하게 면면히 이어지는 행정의 연속성을 확인합니다. 그리고 80~90년 전에 식민지 당국이 만들어 낸 도시 구조가 오늘날까지 그대로 살아 있는 상황에서, 조선 총독부나 일식 가옥 같은 건물 몇 채를 철거하고는 〈일제 잔재 청산〉이라고 말하는 것은 <눈가리고 아웅>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 P147

대서울을 답사하다 보면, 곳곳에서 재개발·재건축을 둘러싸고 문자 그대로 목숨을 건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분쟁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주택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던 현대 한국 초기의 개발 방식이 21세기 초에도 답습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 P152

현대 한국에서 유독 아파트 단지가 발달한 것은, 원래라면 국가가 시민들에게 제공해야 하는 각종 기반 시설을 아파트 단지에 입주하는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마련하게 했기 때문입니다. 국가 입장에서도 이른바 <낙후 지역>을 손쉽게 개발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여겼을 것입니다. 두 차례에 걸쳐 만들어진 남서울 아파트의 놀이터는, 못 미더운 정부를 둔 시민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생활 기반을 만들어 나간 현대 한국의 역사를 보여 주는 유산입니다. - P155

즉 부군당은 기존의 양반 계층이 아닌 신흥 자본가 계급이 모신 신앙 대상으로서, 마치 유럽의 부르주아지가 기존 귀족 계급의 신앙인 가톨릭이 아닌 프로테스탄트 신앙을 받아들임으로써자신들의 정체성을 수립한 것과 비교할 수 있겠습니다. 조선 초기에 부군당을 섬긴 아전·하인·노비, 그리고 조선 후기에 부군당을 섬긴 신흥 중간 계급이 오늘날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주축이되는 시민의 원형에 해당하며, 거칠게 말하자면 부군당 신앙은 민주공화국 한국으로 이어지는 정신적 원류 가운데 하나라고 하겠습니다. - P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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