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건 만델라가 했던 말 중에 도움이 될 만한 문구가 있다.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말한다면 그 대화는 상대방의 머리로 간다. 상대방의 언어로 말한다면 그 대화는 상대방의 가슴으로 간다." 어쩌면 만델라가 적의 언어를 배우기 시작할 때 염두에 두었던 말일 수도 있다. 그는 도리에 맞게 말할 뿐만 아니라, 그들 마음에 도달하기 위해 그들의 언어로 대화하길 원했다. - P183

놀랍게도 외국어로 된 욕은 정말 재빨리 배운다. 아이들은 부모님이 하지 말라는 것은 더 즐겁게 배우는것 같다. - P187

나는 비속어 사용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단, 그것을 언제 사용해야 하는지, 무엇보다도 의사소통 상황에서 어떤 표현을 사용해야 하는지는 알아야 한다. 이런 부분은 사회와 언어 및 정서적 맥락에 따라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제대로 배우기 어렵다. 단어 선택은 그와 관련된 감정 강도와 의사소통 상황에 크게 좌우된다. - P187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교실에서만 외국어를 배우는 게 아니라, 인터넷으로 오락을 하거나 음악을 듣거나 좋아하는 유튜브 채널을 보면서도외국어를 배운다. 즉, 사회적 맥락 안에서 직접 언어를 사용하면서 배우는 중이다. - P188

우리 행동의 기대 가치를 극대화하고 문제의 여러 변수를 늘 신중히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위대한 경제 사상가들이 말하는 ‘호모 이코노미쿠스‘처럼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호모 사피엔스‘이고, 우리의 결정은 신중하고 합리적인 유형보다는 직관적 과정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 P195

사회적 범주화로 고정 관념은 발달한다. 같은 우산 아래로 사람들을 모으면, 각 집단이 믿는 속성(악하든 선하든)이 각자에게 전달되지 않을수 없다. 원래 우리가 가지고 있는 억양과 다른 언어(말)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지 않은 고정 관념이 생긴다. 그러나 다른 언어로 말하는 내용이 중요한 거지, 다른 악센트를 쓴다고 해서 문제 삼거나, 적어도 부정적인 요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는 원어민과 다른 억양을 보이는 외국인 강사가 하는 말을 의심하는 경향이 있다. - P21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특히 이 여행에서는 다양한 주제의 과학적 연구 결과들을 소개할 예정이다. 과연 두 언어에 노출된 아기들은 두 언어를 어떻게 구분할까? 이중언어와 단일언어를 사용하는 아기들의 언어 학습 과정은 어떤 점이 다를까? 이중언어자가 두 언어를 계속하게 해주는 뇌 영역은 어디일까? 이중언어 사용은 다른 인지 능력 발달에 어떤 영향을 줄까? 뇌 손상을 입으면 두 언어가 어떻게 손상될까? 제2언어(외국어) 사용은 의사 결정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 P9

아이들은 피부색이 같지만 영어를 할 때 외국인 억양이 있는 아이보다는 피부색이 달라도 모국어처럼 영어를 하는 아이들과 더 친구가 되고 싶어 했다. 즉 그들의 원하는 친구를 결정할 때 중요한 요소는 피부색보다 말하는 방식이었다.
지금까지는 아주 어린 시절의 언어 습득에 관한 여러 측면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언어 구별과 통계적 규칙 파악, 음운 목록 형성, 단어 뜻 확립, 어휘 발달 등 아기 이중언어자에게 예상되는 특별한 도전을 집중해서 보았다. 그 결과, 일반적으로 이중언어 사용 경험 때문에 이런 속성을 파악하고 습득하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리는 것은 아니며, 노출된 언어의 수와는 상관없이 거의 비슷한 시간에 언어 발달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이런 특징이 어떻게 작용하는지와 이중언어자가 언어 습득 과정을 ‘조율해 나가는 방법에 대해서는 앞으로 더 알아봐야 한다. - P54

뇌 손상을 입은 사람의 언어 행동 연구와 뇌 영상 기술을 통해 확보한 건강한 사람의 뇌 활동 평가로 이중언어자의 언어 사용이 뇌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알 수 있었다. 특히 뇌에서 언어 통제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였다. 언어를 아는 것뿐만 아니라, 사용(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 다가왔길 바란다. - P102

우리가 배우는 새 단어의 양은 얼마나 풍부한 어휘 사용 환경에 노출되는지에 달려 있다. 다른 말로 하자면, 우리 경험이 스포츠 신문과 텔레비전 시청 정도에 머문다면 새 단어를 배우기는 어렵다. 다양한 여가활동은 언어 및 인지 수준을 높이는 데 더 큰 자극과 도전이 된다.
어휘 학습 능력이 평생 지속되는 게 사실이라면, 지금은 얼마나 많은 단어를 알고 있는 걸까? 2천, 1만 2만・・・ 아니, 훨씬 더 많다! 한 계산에 따르면 고등 교육을 받는 사람은 대개 3만 5천 단어 정도를 알고 있다. 이 정도면 괜찮지 않은가? 그렇다고 이런 단어를 다 규칙적으로 사용한다는 뜻은 아니다. 사실은 하루에 매일 천 단어 정도만 사용한다(실망하지 않길 바란다. 조사에 따르면, 세르반테스도 그의 전 작품에서 8천 단어 정도만사용했다). - P114

간단히 말하자면, 우리는 다른 사람도 우리처럼 생각이 있고, 그런 생각 중에 나눌 수 있는게 있고 그럴 수 없는 게 있음을 알고 있다. 어린 시절의 이런 발달을 ‘마음 이론‘(theory of mind: 마음이 어떻게 이루어져 있고 마음과 행동이 어떻게연관되어 있는지에 대한 이해-옮긴이)이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우리의 기본 능력으로 매우 중요하다. 또한 이는 공감 능력을 키우고 사회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뿐 아니라, 거짓말하는 능력도 발휘하게 한다. 아는 선생 중 한 분은 ‘아들이 당신에게 거짓말을 할 때 기뻐하라, 그러나 단 처음에만‘ 하고 말했다.
이처럼 두 언어에 노출된 아동이 단일언어만 사용하는 아동보다 더일찍 마음 이론을 발달시킨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들이 있다. - P130

그렇다면 이중언어를 사용하는 일이 어떻게 상대방 입장을 생각하는능력의 발달로 이어지는 것일까? 아마도 아기 이중언어자가 엄마와 아빠가 하는 소리를 구별해야 하는 상황 때문일 것이다. 즉, 어렸을 때부터 부모가 각각 다른 언어로 말하면 부모의 마음도 어느 정도는 다르다는 가설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만일 아빠의 마음이 다르다면, 엄마의 마음도 다르다는 뜻이다. 이 능력의 발달을 돕는 것은 바로 이런 상황이다. 물론 이건 단지 가설일 뿐이다. - P13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자, 그렇다면 우리는 가설을 한번 세워볼 수 있습니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이번 팬데믹 이후, 즉 포스트팬데믹postpandemic 시대도 초가속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말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는 팬데믹이 없었다면 앞으로 10년, 20년, 30년 또는 그보다 먼 미래에 일어날 법한 일들이 2, 3년만에 벌어지는 초가속의 시대에 진입하고 있습니다. - P10

탈세계화와 동시에 21세기에 우리는 새로운 냉전, 신냉전도 함께 경험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냉전은 20세기에도 한 차례 있었지요. 소련과 미국, 또는 소련과 서양의 대립과 경쟁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사실 20세기의 냉전은 집안싸움이나 다름없었습니다.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모두 18세기 유럽 계몽주의의 후속 모델이었고, 적어도 소련을 이끌었던 지도자들 대부분은 백인 남성들이었습니다. 따라서 동일한 문화권과 역사관을 공유하는 국가들 간의 이데올로기 전쟁이었던 것입니다.
21세기에 우리가 경험할 냉전 2.0 또는 신냉전은 중국과 미국, 또는 중국과 서양의 경쟁이 될 텐데, 중국과 서양은 분명 다른 문명입니다. 인종도 다르고 역사관도 매우 다르기 때문에, 앞으로 가속화될 신냉전은 20세기의 냉전보다 훨씬 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로 다가올 것입니다. - P13

결론적으로, 지난 5년에서 10년 동안 세상은 불안으로 가득했습니다. ‘1960년대나 1990년대처럼 미래를 낙관하며 더 나은 세상을 그리는 것은 고사하고, 당장 우리가 발 딛고 있는 20세기의 세계질서가 붕괴되는 것은 아닐까?‘ 이것이 지난 5년, 10년 동안 걱정과 불안을 품고 지낸 우리의 모습입니다. - P15

최근 들어 두드러지기 시작한 또 하나의 새로운 트렌드가 있습니다. 바로 ‘탈현실화‘로, 현실을 도피하는 흐름이지요. 현실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현실이 우리 힘으로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문제들로 가득하다 보니, 화성으로의 이주를 꿈꾸거나 ‘메타버스metaverse‘라고 불리는 디지털 현실로 도피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 P15

즉, 우리는 세계를 있는 그대로 경험하지 않습니다. 말하자면, 우리가 경험하는 현실은 뇌가 만들어낸 착시 현상입니다. 물론 실제 세상은 존재하겠지요. - P27

우리 눈에 보이는 현실은 세상의 진짜 모습이 아닙니다.
우리가 경험하는 현실은 인풋input이 아니라,
우리 뇌의 해석을 거친 결과물, 즉 아웃풋input 입니다. - P28

결국 ‘현실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은 불가피하게 ‘나는 무엇인가?‘ 하는 질문과 연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자신이 오리지널이고 자유의지를 가진 플레이어라면 이 현실은 ‘진짜 세계‘에 살고 있는 내가 스스로의 의지를 통해 선택한 세계이지만, 우리가 정해진 변수에 따라 움직이는 NPC라면 이 현실 또한 무수히 많은 시뮬레이션 가운데 하나일 뿐이기 때문이지요. - P45

우리 뇌는 세상을 직접 경험하지 않고 눈, 코, 귀와 같은 감각기관들을 통해 들어오는 정보를 받아 이 정보를 기반으로 세상을 해석합니다. 그러나 지난 한 세기 동안 뇌과학자들이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의 감각기관을 통해 들어오는 정보는 완벽하지 않습니다. - P50

중요한 사실은 호모 사피엔스가 정착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이동하다 보니, 경험과 기억도 누적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이는 동아프리카에서 출현하고 약 30만 년이 지나도록 우리 호모 사피엔스가 뚜렷한 기술적·문화적 발전을 보이지 못한 한 가지 이유일 것입니다. - P98

말하자면, 월드와이드웹의 발전은 수많은 현실들이 하나의 커다란 현실로 녹아드는 과정에서 정점에 해당합니다. 브라질에서 일어나는 일이 곧바로 미국 텍사스에 영향을 주고, 스페인에서 만들어진 정보가 하루도 지나지않아 인도에 영향을 줄 만큼, 전 지구가 그야말로 하나의 현실로 얽히기 시작한 것이지요. - P109

메타버스는 기존의 인터넷과 무엇이 다를까요?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메타버스는 체화된 인터넷, 몸을 지닌 인터넷embodided internet 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단지 보고 들을 수 있었을 따름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가 그 정보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체화된 인터넷은 이전의 인터넷과 다릅니다. - P127

그리고 뇌과학적으로는 더 이상 인간, 즉 호모 사피엔스라고 말할 수 없는 Z 세대가 있습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1990년대 중반 이후에 출생한 Z 세대는 이른바 ‘아이패드 iPad 세대‘로도 불립니다. 그만큼 이들의 어린 시절에는 늘 아이패드가 따라다닙니다. (이들에게는 무선 인터넷이 편리한 것이라기보다는 그저 당연한 것이지요.) - P141

결국 메타버스는 우리 인류, 즉 호모 사피엔스의 새로운 역사를 열어젖힐 것입니다. 약 30만 년 전에 동아프리카에서 탄생해 대부분의 시간을 유목민으로 지낸 우리 인류는, 약 1만 년 전에 정착을 시작하며 역사의 두 번째 장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역사의 세 번째 장은 1만 년 동안의 문명과 문화를 거친 끝에 ‘디지털 현실‘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앞에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이는 인류 역사의 세 번째 장이자 마지막 장일지도 모릅니다. - P15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정말로 그렇다. 우리가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은 비슷한 확률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수많은 입자 배열들 속에서 특별한 배열이 최후의 승리를 거두었기 때문이다. 우연의 신이 우리를 한없이 축복하사, 자연의 법칙이라는 좁디좁은 깔때기를 통과하여 우리가 지금 이곳에 존재하게 된 것이다. - P457

춥고 황량한 우주를 향해 나아가려면 웅장한 설계도 같은 것은 잊어야한다. 입자에게는 목적이 없으며, 우주 깊은 곳을 배회하면서 발견되기를기다리는 궁극의 해답 같은 것도 없다. 그 대신 특별한 입자 집단이 주관적인 세계에서 생각하고, 느끼고, 성찰하면서 자신만의 목적을 만들어 내고있다. 그러므로 인간의 상태를 탐구하는 여정에서 우리가 바라봐야 할 곳은 바깥이 아닌 내면이다. 이미 제시된 답에 얽매이지 않고 개인적인 존재의 의미를 찾으려면 내면으로 들어가야 한다. - P45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