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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리그 오브 레전드 플레이어 중심주의 - 게임에서 문화로, 〈리그 오브 레전드〉를 만든 라이엇 게임즈 인사이드 이야기
오진호 지음 / 골든래빗(주) / 2023년 10월
평점 :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게임이 있다. 소환사의 협곡이라는 맵에서 5명이 캐릭터를 하나씩 골라 한 팀을 꾸려, 우리팀의 넥서스를 지키고 상대팀의 넥서스를 무너뜨리면 승리하는 게임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2009년에 출시되어, 한때 국민게임으로 유명했던 〈스타크래프트〉를 제치고 201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 오랜 기간 pc방 점유율 1위를 수성 중이다. 게임트릭스라는 사이트에서 현재 pc방 점유율 순위를 확인할 수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315주째 1위다. 점유율은 무려 40%가 넘는다. 52주가 1년이니, 가히 6년 가까이 한국 pc방에서 가장 많이 플레이되는 게임인 것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명성은 사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게임 중에서는 드물게 아시안 게임 종목으로 채택되고, 관련 프로리그도 대단히 활발하며, 몇몇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매일 같이 언급되는 주제이기도 하다. 이쯤오면 게임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문화현상이라 하는게 더 적절할 것이다. 물론 그외에도 많지만 더 써봐야 이 책에 나온 내용을 한 번 더 읊는 것이니 딱히 의미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게임은 어떻게 성공을 거둘 수 있었을까? 나아가, 많은 게임회사들이 한때 성공을 거두었으나 그러한 성공에 도취된 끝에 실패에 이른 경우가 부지기수였는데, 이 게임은 어떻게 그런 전철을 밟지 않고 여전히 성공을 이어나가고 있는가?
이에 대해 외부자의 시각과 내부자의 시각은 다를 수밖에 없다. 외부자의 시각에서 보자면 다른 경쟁사의 게임보다 재밌는 게임을 만들어 서비스했다라거나, pc방 및 유저친화적인 정책을 펼쳤다거나 하는 식으로 그 성공요인을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부자의 시각은 다를 것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를 서비스하는 '라이엇 게임즈'의 관계자라면 단순히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보다 회사 내부의 정보를 보다 상세히 파악하고 있을 것이 당연하므로, 외부자의 시각과는 다른 내부자만의 풍부한 시각을 제공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 플레이어 중심주의』는 내부자의 시각을 제공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 플레이어 중심주의』는 사실 라이엇 게임즈의 성공담을 다루고 있다. 전세계에서 오늘도 새로운 기업이 설립되고 어제의 기업이 오늘 사라지는 데, 성공하는 기업도 당연히 부지기수 아니겠는가? 성공한 기업의 수가 100개가 있다고 가정할 경우, 100가지의 성공담이 있게 된다. 어떻게 보면 오늘도 경제/경영 관련 서적에는 어느 기업의 성공담이 책으로 가공되어 신간으로 출간되고 있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런 온갖 종류의 성공의 서사 중 일부를 즐기려는 독자는 그런 성공의 서사와 어떻게든 엮여있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특히 엔터산업이라면 더더욱 그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다이소나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공산품 소비재, 하다못해 아무 볼펜이나 붙잡고 쓰다보면 애착이 생기는데, 게임, 영화, 만화, 음악처럼 경험이 대단히 중요한 문화상품을 소비하는 경우라면 그 애착의 정도가 보통 이상일 것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 플레이어 중심주의』도 마찬가지다. 이 책을 읽는 독자는 크게 두 부류일 것이다. 하나는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게임이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고 싶은 사람일 것이다. 이런 사람이라면 〈리그 오브 레전드〉를 해봤거나, 관련 프로 리그도 다 챙겨보는, 〈리그 오브 레전드〉에 애정이 대단히 넘치는 사람일 것이다., 다른 하나는 〈리그 오브 레전드〉같은 게임을 만들어 성공해보고 싶은 사람. 실제로 저자도 후자를 염두에 두고 글을 쓴 것처럼 말하는 지점이 있긴 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 책은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게임의 성공담이다. 정확히는 한국에서의 성공담이다. 저자는 〈리그 오브 레전드〉의 한국 진출을 진두지휘한 인물이다. 따라서 책의 내용도 간단히 요약가능하다. 라이엇 게임즈 설립자들의 비전에 매료된 저자는 라이엇 게임즈에 입사하였고 한국에서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게임을 한국의 pc방에서 즐기는 게임으로 만드는 수준을 넘어 하나의 문화현상으로까지 만드는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성공의 서사에서 라이엇 게임즈의 임직원들이 역경을 넘어서게 해준 중요한 요소로 이른바 '플레이어 중심주의'가 강조된다. 〈리그 오브 레전드〉 서비스 도중 문제에 부딪쳤을 때,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접근법은 뭐든 플레이어를 우선시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익을 추구하니 기업 아니냐'는 말이 무색하리만치 이 책에서 라이엇 게임즈는 오로지 플레이어만을 위하는 회사처럼 언급된다.
그렇긴 하나 이 책을 읽다 보면 내부자의 시각과 외부자의 시각에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도 알게 된다. 책의 저자는 게임 플레이 경험을 언급하기는 하나 대부분 〈리그 오브 레전드〉를 한국에 서비스하는 과정에서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의 내부 사정을 설명하는데 많은 내용을 할애한다. 말하자면 경영, 비즈니스적 관점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의 국내 서비스 과정에 접근한다고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독자는 〈리그 오브 레전드〉가 한국에서 성공을 거두기까지의 여러 우여곡절을 상세히 알 수 있다.
그러나 내부자의 시각과 외부자의 시각 간의 간극이 크다는 점은 그냥 넘길 수 없다. 〈리그 오브 레전드〉가 성공을 거둔 이유 중 하나는 2010년대 들어 pc방을 이용하는 소비자층, 특히 2030 남성들의 놀이문화로 자리잡는데 성공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또래 친구들이 모드 〈리그 오브 레전드〉를 하니, 또래 집단에서 소외되지 않으려면 〈리그 오브 레전드〉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서 모두가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긍정적인 경험만 얻고 갈 수는 없다. 왜냐하면 이 게임은 '부모님 안부 묻는' 게임의 대명사이기도 해서다.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부정적인 경험을 한 게이머라면 아무리 저자가, 라이엇 게임즈가 '플레이어 중심주의', '플레이어 포커스'를 외쳐도 진정성있게 다가오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저자가 반복적으로 되뇌이는 '플레이어 중심주의'는 다소간 공허한 슬로건으로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