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립백 케냐 니에리 레드 마운틴 AA - 12g, 5개입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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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묵직한 바디감이 괜찮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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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리그 오브 레전드 플레이어 중심주의 - 게임에서 문화로, 〈리그 오브 레전드〉를 만든 라이엇 게임즈 인사이드 이야기
오진호 지음 / 골든래빗(주)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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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게임이 있다. 소환사의 협곡이라는 맵에서 5명이 캐릭터를 하나씩 골라 한 팀을 꾸려, 우리팀의 넥서스를 지키고 상대팀의 넥서스를 무너뜨리면 승리하는 게임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2009년에 출시되어, 한때 국민게임으로 유명했던 〈스타크래프트〉를 제치고 201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 오랜 기간 pc방 점유율 1위를 수성 중이다. 게임트릭스라는 사이트에서 현재 pc방 점유율 순위를 확인할 수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315주째 1위다. 점유율은 무려 40%가 넘는다. 52주가 1년이니, 가히 6년 가까이 한국 pc방에서 가장 많이 플레이되는 게임인 것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명성은 사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게임 중에서는 드물게 아시안 게임 종목으로 채택되고, 관련 프로리그도 대단히 활발하며, 몇몇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매일 같이 언급되는 주제이기도 하다. 이쯤오면 게임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문화현상이라 하는게 더 적절할 것이다. 물론 그외에도 많지만 더 써봐야 이 책에 나온 내용을 한 번 더 읊는 것이니 딱히 의미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게임은 어떻게 성공을 거둘 수 있었을까? 나아가, 많은 게임회사들이 한때 성공을 거두었으나 그러한 성공에 도취된 끝에 실패에 이른 경우가 부지기수였는데, 이 게임은 어떻게 그런 전철을 밟지 않고 여전히 성공을 이어나가고 있는가? 


이에 대해 외부자의 시각과 내부자의 시각은 다를 수밖에 없다. 외부자의 시각에서 보자면 다른 경쟁사의 게임보다 재밌는 게임을 만들어 서비스했다라거나, pc방 및 유저친화적인 정책을 펼쳤다거나 하는 식으로 그 성공요인을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부자의 시각은 다를 것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를 서비스하는 '라이엇 게임즈'의 관계자라면 단순히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보다 회사 내부의 정보를 보다 상세히 파악하고 있을 것이 당연하므로, 외부자의 시각과는 다른 내부자만의 풍부한 시각을 제공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 플레이어 중심주의』는 내부자의 시각을 제공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 플레이어 중심주의』는 사실 라이엇 게임즈의 성공담을 다루고 있다. 전세계에서 오늘도 새로운 기업이 설립되고 어제의 기업이 오늘 사라지는 데, 성공하는 기업도 당연히 부지기수 아니겠는가? 성공한 기업의 수가 100개가 있다고 가정할 경우, 100가지의 성공담이 있게 된다. 어떻게 보면 오늘도 경제/경영 관련 서적에는 어느 기업의 성공담이 책으로 가공되어 신간으로 출간되고 있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런 온갖 종류의 성공의 서사 중 일부를 즐기려는 독자는 그런 성공의 서사와 어떻게든 엮여있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특히 엔터산업이라면 더더욱 그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다이소나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공산품 소비재, 하다못해 아무 볼펜이나 붙잡고 쓰다보면 애착이 생기는데, 게임, 영화, 만화, 음악처럼 경험이 대단히 중요한 문화상품을 소비하는 경우라면 그 애착의 정도가 보통 이상일 것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 플레이어 중심주의』도 마찬가지다. 이 책을 읽는 독자는 크게 두 부류일 것이다. 하나는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게임이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고 싶은 사람일 것이다. 이런 사람이라면 〈리그 오브 레전드〉를 해봤거나, 관련 프로 리그도 다 챙겨보는, 〈리그 오브 레전드〉에 애정이 대단히 넘치는 사람일 것이다., 다른 하나는 〈리그 오브 레전드〉같은 게임을 만들어 성공해보고 싶은 사람. 실제로 저자도 후자를 염두에 두고 글을 쓴 것처럼 말하는 지점이 있긴 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 책은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게임의 성공담이다. 정확히는 한국에서의 성공담이다. 저자는 〈리그 오브 레전드〉의 한국 진출을 진두지휘한 인물이다. 따라서 책의 내용도 간단히 요약가능하다. 라이엇 게임즈 설립자들의 비전에 매료된 저자는 라이엇 게임즈에 입사하였고 한국에서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게임을 한국의 pc방에서 즐기는 게임으로 만드는 수준을 넘어 하나의 문화현상으로까지 만드는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성공의 서사에서 라이엇 게임즈의 임직원들이 역경을 넘어서게 해준 중요한 요소로 이른바 '플레이어 중심주의'가 강조된다. 〈리그 오브 레전드〉 서비스 도중 문제에 부딪쳤을 때,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접근법은 뭐든 플레이어를 우선시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익을 추구하니 기업 아니냐'는 말이 무색하리만치 이 책에서 라이엇 게임즈는 오로지 플레이어만을 위하는 회사처럼 언급된다.


그렇긴 하나 이 책을 읽다 보면 내부자의 시각과 외부자의 시각에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도 알게 된다. 책의 저자는 게임 플레이 경험을 언급하기는 하나 대부분 〈리그 오브 레전드〉를 한국에 서비스하는 과정에서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의 내부 사정을 설명하는데 많은 내용을 할애한다. 말하자면 경영, 비즈니스적 관점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의 국내 서비스 과정에 접근한다고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독자는 〈리그 오브 레전드〉가 한국에서 성공을 거두기까지의 여러 우여곡절을 상세히 알 수 있다.


그러나 내부자의 시각과 외부자의 시각 간의 간극이 크다는 점은 그냥 넘길 수 없다. 〈리그 오브 레전드〉가 성공을 거둔 이유 중 하나는 2010년대 들어 pc방을 이용하는 소비자층, 특히 2030 남성들의 놀이문화로 자리잡는데 성공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또래 친구들이 모드 〈리그 오브 레전드〉를 하니, 또래 집단에서 소외되지 않으려면 〈리그 오브 레전드〉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서 모두가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긍정적인 경험만 얻고 갈 수는 없다. 왜냐하면 이 게임은 '부모님 안부 묻는' 게임의 대명사이기도 해서다.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부정적인 경험을 한 게이머라면 아무리 저자가, 라이엇 게임즈가 '플레이어 중심주의', '플레이어 포커스'를 외쳐도 진정성있게 다가오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저자가 반복적으로 되뇌이는 '플레이어 중심주의'는 다소간 공허한 슬로건으로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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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논문 바로쓰기 A Manual for Writers - 케이트 트레이비언의 ‘시카고 양식’ 제8판!
웨인 부스.그레고리 콜럼.조셉 윌리엄스 지음, 강경이 옮김 / 시대의창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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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를 한다, 혹은 논문을 쓴다라고 하면 뭔가 거창해보이지만 사실 의외로 간단한 반복 작업이다. 적어도 이 책에 따르면 말이다. 논문은 사실 어떤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글로 쓴 것이다. 문제는 논문을 쓰는 연구자는 질문을 던지는 것에서부터 답을 찾기까지, 다양한 자료를 읽고 다시 질문과 답변이 될 가설을 생각하는 과정을 거치고, 다시 자료를 찾는 과정을 부단히 반복해야한다는 점이다. 그러한 과정을 거쳐야만 독자를 설득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독자를 논리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 논증 구조를 짜야하고, 자신이 속한 분야에서 통용되는 논문의 형식을 지켜야 하며, 표절 같은 연구부정행위를 절대 저지르면 안 된다. 


웨인 부스, 그레고리 콜럼, 조셉 윌리엄스가 지은 『영어논문 바로쓰기』는 지금까지 수차례 개정을 거친 논문지침서이다. 이 책은 논문을 써야하는 연구자들에게 필요한 다양한 실용적인 지식을 제공하는 도서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크게 3파트로 나뉘어진다. 첫번째 파트 '연구와 글쓰기: 계획에서 완성까지" 라는 소제목이 보여주듯이 논문을 어떻게 작성할 것인가 그 시작부터 끝까지를 알려주는 파트다. 두번째 파트는 "인용출처 표기"로 연구자가 논문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자료들을 어떻게 인용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지점이다. 마지막으로 세번째 "표현양식"은 논문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문체, 문법, 구두점을 비롯해 글쓰기에 지켜야하는 스타일을 알려주는 지점이다.


이렇게 파트만 놓고보면 이 책은 실용적인 지침서(1부)와 실제 연구 및 논문 작성과정에서 어떻게 출처를 표기하고 인용할지, 구두법 및 철자법을 비롯한 글쓰기 스타일은 어떻게 해야할지 의문에 부딪칠 때마다 참고할 수 있는 일종의 참고사전(2, 3부)로 이루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1, 2, 3부 저마다 나름의 가치를 지닌다고 말할 수 있겠다. 1부는 논문을 써야하는 연구자들에게, 2, 3부는 실제로 논문을 작성하는 연구자들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다만 2부의 경우 다양한 인용출처 표기법이 나오기는 하나 국내 논문에서 제시하는 인용출처 표기법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경우가 있어서 그 의미가 퇴색되는 지점이 조금 있다. 3부는 하이픈(--)이나 세미콜론(;), 콜론(:) 같이 한국어에서 사용하지 않는 구두법도 다루고 있다보니 역시 한국 연구자들에게 유용한 지침으로 다가오기 힘든 점이 있다.


그렇긴 하나 이 책의 1부는 논문을 작성해야하는 연구자들에게 연구 과정의 시작부터 끝까지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알려주는 점에서 그 가치는 이루 말할 수가 없다. 1부는 연구를 위해 어떤 질문을 던질 것인지, 연구자가 던진 질문이 과연 가치가 있는지 따지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이어서 질문에 대한 답을 설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연구자는 연구 과정 동안 내내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작성하면서 해당 답변이 논리적인가를 따지는 과정을 반복한다. 


이 과정에서 연구자는 논문이 될 수 있는 지점, 즉 질문과 그에 답하는 답변으로서의 연구 가설을 다듬어나가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수립한 연구 가설에 따라 자료를 수집하고, 읽고, 검토한 후 다시 질문과 연구 가설을 재검토한다. 이 과정을 어느 시점까지 반복한다. 


이 과정에서 이 책의 저자들이 제시하는 또 하나의 핵심 과정이 논증짜기다. 논증은 주장(claim),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거(reason), 다시 논거를 받쳐주는 근거(evidence)로 구성된다. 앞서 질문을 던지고 연구가설을 세웠다면, 그리고 자료를 수집하면서 연구가설이 질문의 답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이제 연구가설을 주장으로 삼고, 이를 뒷받침하는 논거들을 구상하고, 해당 논거들을 받쳐줄 수 있는 증거들을 수집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렇게 자료를 수집하고 다시 주장과 논거에 배치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연구자의 논문은 점차 형태를 갖춰가게 된다. 중요한 것은 독자를 설득할 수 있는 논증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확실한 논거와 근거가 필요하다.


논증 구상이 어느 정도 진전되었다면 이제 초고를 작성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때 상황에 따라 다시 뒤로 후퇴할 수도 있다. 논문 쓰기 작업은 계속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는 과정이기 때문에 일직선으로 나아가는 과정도, 지그재그로 나아가는 과정도 아니다. 패턴이라고는 도저히 보이지 않는 혼돈의 길을 걷는 과정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1부는 논문쓰기의 모든 과정을 다루고 있다고볼 수 있다. 그래서 분야를 막론하고 연구자로서 첫 걸음을 내딛은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무작정 재밌어보인다고 아무 주제나 붙들고 연구를 시작하면 시간은 시간대로 버리고, 노력은 노력대로 허비할 수 있다. 이 책의 1부는 연구의 시작점으로서 질문을 던지고, 해당 질문을 어떻게 검토할지에서 시작하여 실제 논문쓰기까지의 과정을 제시하면서, 연구자가 겪을 수있는 시행착오의 가능성을 줄여준다. 


물론 이 책에서 제시하는 논문 쓰기 지침이 완벽하다고 보긴 힘들다. 사실 논문쓰기에서 완벽한 지침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논문쓰기라는 것은 실제로 논문을 쓰면서 시행착오에 부딪쳐야 하는 영역이다. 세상에 똑같은 사람이 없듯이, 연구를 할 때 똑같은 질문을 던지는 사람도 없을 것이고 그에 답하는 연구가설이 똑같은 경우도 없을 것이므로, 이 책을 읽으면서 제시된 사례들이나 지침들을 자신의 경우에 알맞게 응용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논문을 직접 쓰면서 시행착오를 겪어야 한다. 


논문을 쓰지 않는 사람에게도 이 책은 유용할 수 있다. 특히 1부 5장 논증 짜기는 이 책의 저자들이 집필한 또 다른 서적인 『논증의 탄생』의 내용을 압축하여 담고 있는 내용이라 할 수 있다. 이 책과 『논증의 탄생』에서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사실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늘 논증을 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항상 어떤 주장을 하고, 그에 대한 논거를 대고, 그에 대한 근거를 댄다. 이는 일상생활에서 오가는 대화에서도 발견된다. 이 책 또는 『논증의 탄생』을 통해 논문과 인연이 없는 독자들 역시 논문 쓰기와는 별개로 논리적인 논증을 구사하는 방법을 얻어갈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럴 경우 『논증의 탄생』이 이 책 보다 더 유용할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단점은 개정판이라는 점이다. 그리고,앞으로도 개정판이 계속 나올 것이라는 점이다. 이전 판본에 비해 현재 개정판에 추가된 점은 각종 인터넷 자료의 인용방식이 추가되었다. 향후 어떤 미디어 매체가 나오느냐에 따라 해당 매체를 인용하는 형식도 새롭게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의 개정판이 계속 나오리라는 점은 손쉽게 예측 가능하다. 예를 들어 ChatGPT로 자료를 생성하여 논문에 인용할 경우, 어떻게 인용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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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고화질] 강철의 연금술사 20th ANNIVERSARY BOOK
아라카와 히로무 지음 / 학산문화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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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단편들을 한데 모아 볼 수 있어서 좋네요. 덧붙여 20년이라는 세월의 흐름도 담겨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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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 제로 편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개정판)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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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를 보면 책의 줄기를 알 수 있다. 이 책은 우주론에서 출발하여, 지구의 탄생, 생명의 출현, 인간과 문명의 등장으로 굉장히 거시적인 주제들을 다룬 후, 인도 철학, 도교와 유교, 불교, 서양철학, 기독교 순으로 종교와 사상을 다룬다. 이처럼 거창한 주제들을 다룬 끝에 저자는 우리 각자는 각자의 세계관에 매몰되어 살지만 그럼에도 세계와 자아는 하나라는 일원론을 명심하라고 말한다. 마지막에 스스로를 돌이켜보라고 조언도 건넨다.


이 점에서 이와 비슷한 주제와 양상을 띠는 책을 하나 제시하자면 『내면소통』을 들 수 있겠다. 차이점이 있다면 『내면소통』은 최신 뇌과학과 우주론을 바탕으로 자아와 우주의 관계를 달리 생각하게 만든다. 정확히는 자아 역시 우주의 일부라는 것. 나아가 자아와 우주 사이의 소통(정확히는 '나'의 여러 자아들 간의 소통) 수단으로서 명상의 중요성 및 어떻게 명상을 할지 그 방법을 제시한다. 『내면소통』의 지적 수준은 아주 깊다고 감히 평할 수 있겠다.


다시 이 책으로 돌아와서, 참으로 제목에 충실한 책이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이 제목이 책의 전부를 함축하고 있다. 말그대로 넓고 얕다. 이 책이 제시하는 지식은 태평양처럼 넓지만 수위는 발목에 차오르는 수준인 바다에 비유할 수 있겠다. 그만큼 방대한 지식을 다루기 때문에 독자로서는 처음 보는 지식을 접하고 압도당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만큼 얕다. 이 책의 방대한 지식이 파고를 일으키지만 막상 그 파고의 높이는 발목 복사뼈 근처에 불과하다. 이 책의 지식만 믿고 전문가 앞에서 지적 대화를 하겠다고 설치다간 바로 얼치기 취급을 당할 것이다. 물론 천문학자 앞에서 종교와 철학 이야기를 꺼낸다거나, 스님이나 목사 앞에서 과학 얘기를 꺼내면 그들을 압도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게 의미가 있을까? 과학자나 성직자는 따지자면 셜록 홈즈 같은 사람들이다. 홈즈는 왓슨에게 태양계에 대한 지식을 전해듣더니, 추리할 때 필요한 지식이 아니라며 바로 잊어버린다. 


반대로, 이 책의 평가에서 중요한 지점은, 귀한 시간을 들여 이 두꺼운 책을 읽은 후 타인과 교양인 대 교양인으로서 지적이며 교양이 넘치는 대화가 가능할 것인가? 일 것이다. 일원론을 중심으로 종교, 과학, 철학의 여러 주제들을 엮으면서 세계와 자아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해준다는 점은 높게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종교와 과학에 대해 다소 편향된 관점을 가졌던 독자들에게 이 책은 색다른 관점을 제시하여 독자가 매몰되거나 편향된 세계관에서 빠져나올 여지를 마련해준다는 점도 이 책의 가치를 높이는 지점이다.


다만 저자가 의도하는 대로 타인과의 대화에서 교양있는, 지적 대화가 가능할까는 회의적이다. 처음에는 거창한 우주론으로 시작하다가도 나중에는 시덥잖은 이야기로 흘러가는게 대화다. 그런데 저자는 서로 다른 사람들 간의 원활한 대화를 위한 공통분모로서 교양을 강조한다. 하지만 개개인마다 교양과 지적 수준이 다르지 않는가? '나'보다 더 많이, 잘 아는 박학한 사람은 세상에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그렇긴 하나 사실 이 문제는 개개인에게 달린 문제라 함부로 재단할 수 없다. 한 개인이 어떤 집단에 속하느냐에 따라 상황이 너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 책의 진짜 문제점들은 사실 다른 곳에 있다. 지적 대화를 위해서는 계속 부단하게 지식과 교양을 쌓는 과정이 뒤따라야 한다. 책 하나에 세상의 모든 지식을 담기란 불가능하고, 그런 책이 있더라도 인간이 정신적으로 소화시킨다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 먼 미래에 두뇌와 컴퓨터를 연결한다던가 하는 상황이 펼쳐지면 또 모르겠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이든, 다른 책이든 간에 독자가 어떤 지식에 흥미를 품게 만들었다면 그 다음은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알려주는, 독자를 위한 배려를 해주는 게 좋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그 점에서 이 책의 약점이 드러난다. 간단히 말해 책을 읽고 난 후 갈피를 잡게 해줄 지침이 이 책에 부족하다는 것이다. 물론 능동적인 독자, 지식에 목마른 독자라면 알아서 잘 할 것이다. 그런데 모든 독자가 그런 것은 아니지 않은가? 


참고문헌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책에서 다루는 내용은 참으로 방대하다. 그에 비해 참고문헌은 단촐하다. 아울러 더 읽을만한 책 목록을 제시할 법 한데 저자는 그러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푸념처럼 들릴 수 있겠다. 그렇긴 한데  장마다 중간 정리, 최종 정리 장을 따로 할애해서 복습하는 장은 꼼꼼하게 넣어놨으면서, 이 책을 보고 지식을 갈구하려는 독자들이 다른 책으로 넘어가고 싶을 때 쉽게 넘어갈 수 있도록 '더 읽을 도서 목록' 같은 것은 제시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다소 의아하게 다가온다. 


다른 문제점을 꼽자면 얕은 지식의 문제를 들 수 있겠다. 우주론이든, 철학이든, 종교든 간에 그 방대한 영역을 불과 수십페이지로 압축했기 때문에 그 깊이가 얕아지는 것은 필연적이다. 위에서 참고문헌이나 더 읽을 목록을 운운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저자가 워낙 많은 정보를 책 하나로 압축하는 과정에서 많은 내용을 처내야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같은 축약은 반드시 오해를 초래한다. 특히나 같은 사실을 두고도 논쟁이 첨예하게 벌어지거나 해석이 갈리는 지점이라면 더더욱.


그런 오해를 미연에 방지하려면, 최소한 오해가 일어날 가능성을 낮추려면, 독자에게 교양과 지식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키는데서 그쳐서는 안 된다. 독자가 오해하지 않도록 본문에서 주의를 주거나, 다른 책 목록을 첨부해서 독자가 관심을 계속 이어나갈 여지를 제공해야 한다고 본다. 이 책이 아무리 좋은 책이라하더라도 독자가 이 책 하나만 읽고 거기에 머무르면서 아무런 지적 여정에 나설 생각을 품게 만들지 못한다면, 결국 저자의 의도도 퇴색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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