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술 부지깽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01
로버트 쿠버 지음, 양윤희 옮김 / 민음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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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재구성해나가는, 흩어진 지도 위에서.
_ 2009. 0606~0610.
_ 0623 리뷰 쓰기 시작.
웅덩이의 미지근한 물이 아닌, 폭포의 흘러가는 물의 영상을 잔뜩 끌어왔다. 콸콸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쏟아진다고 말할 정도의 스피드를 가진 물이다. 건져 올리기에 어려움이 뒤따르지만, 손바닥에 찰랑거리는 물은 오래도록 쌓인 갈증을 일시에 해소해준다. 다양한 색깔로 장식되어진 고리가 눈앞에 있는 듯 번뜩이는 시선을 좀처럼 거둬낼 수 없었고,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면서도 찰나에 집중하여 갖가지 장면의 풍경을 새로이 겹쳐 색칠할 수 있었다. 짤막한 이야기 속에 무궁무진한, 어쩌면 위험천만할 모험이 가득 펼쳐지게 된다. 여러 장소로 안내하는 길, 무수한 영역의 그래프&모눈종이 위에 힘찬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다. 찬란한 아이템과 견줄 수 있을 만큼 반짝이는 구경거리가 넘쳐난 것이다. 고심하며 몇 번이고 알맹이를 곱씹은 후에, 어느 지점에서 순간의 망설임을 담아 천천히 조임을 풀며 심호흡을 이어나간다. 경계의 선에 꾹꾹 이동 경로의 표시를 하고, 무수히 모여든 나름의 영역을 끌어안고 점점 넓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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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어디에도 없고 언제나 있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343
이윤학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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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발 디딘 어느 장소.
- 너는 어디에도 없고 언제나 있다.
- 5.10 택배 도착.
- ~0515 독서 완료.

시집을 읽는 타이밍, 특정한&특별한 장소를 줄곧 떠올렸다.(지극히 개인적인)
자그마한 구역의 골목 귀퉁이. '점'으로 표현한 무엇, 서서히 이동한다. 블록마다 사람이 있고, 건물이 있고, 가로수 나무가 있다. 어른어른 영상은 그림자처럼 재빨리 따라붙는다. 캡슐 하나 꿈의 풍경을 훅 빨아들인다. 들이마시는 공기의 미묘한 향기 혹은 기운을 포함한 오로라를 감지한다. 멀뚱멀뚱 바라보다, 하늘의 잠자리에게 슬그머니 '손'을 내민다. 손에서 생겨난 미미한 흐름은 점차 소용돌이로 변화한다. 얼핏 다른 각도에서 보면 그 형상은 진흙인형과도 같다. 거품이 보글거리고, 언제 무너질지 모를 위태위태함을 머금고 있다. 물에 흠뻑 젖은 상태가 아니라 곱게 발라지지 않은 주변의 가루가 공중에 흩날리며 노닌다. 씹지도 않았는데, 사각거리는 맛이 난다. 사소한 알갱이의 힘으로나마 지탱하고 필사적으로 일어서야 한다. 그 영역의 무한지대에서 어디든 기세를 펼칠 수 있다.
주변의 '에로스와 타나토스'를 빨아들이고, 관찰자의 분노를 조금씩 잠재우고, '허기'를 아등바등 채우고, 쏟아내고, 울컥거림을 내리누른다.
재생 의지는 곳곳에 흩어져 있다. 그렇기에, 어제와 다름없는 오늘이라도 묵묵히 파고들어 집중하고, 한 가락의 즐거움이라도 건지려 발버둥치고, 내일에의 한 줄기 기대를 포근하게 품으며 까무룩 잠들곤 하는 게 아닐까. 몽롱하게 고운 막에 싸인 입자를 손바닥에 잔뜩 받아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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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만화] 서평단 알림
인생만화 - 그림쟁이 박재동이 사랑한, 세상의 모든 것들
박재동 글.그림 / 열림원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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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임이 가득한 계절.
*서평단 도서.
2월 28일 택배 도착, 29일 독서 완료.

저는 여러 개의 무수한 원이 겹쳐진 영역에 발을 딛고 있습니다. 그 장소엔 경계가 없고, 특정하게 구분 짓지 않는 시선이 가득했지요. 겹쳐진 부위에 발을 걸치고 있어도, 밀어내는 움직임이 없고, 거치적거리는 어떤 아이템조차 없었어요. 자유로웠습니다. 이 길 저 길 넘나들며 탐험을 떠났습니다. 후딱 해치울까 하다가, 드문드문 허상에 잠기기도 하고, 곰곰이 되짚어나가기도 했습니다. 보슬보슬한 강아지풀이 귓가를 간질이는 느낌도 받고, 뭉툭한 바위에 걸터앉아 하염없이 마당을 바라보는 기분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때때로 비가 주룩주룩 끊임없이 내리곤 해, 연못을 이룬 마당에 찰박찰박 장화를 신고 돌아다니며 조그맣게 접은 종이배를 퐁퐁 띄워놓고 들여다보기도 합니다. 소금쟁이, 물방개, 개구리 친구들을 불러 모으기도 하죠. 우리만의 작은 연주회를 시작합니다. 빙그레 웃음 지으면서 고여 있던 늪과도 같은 마음의 물을 멀리멀리 흘려보냅니다. 땅이 마르고, 하늘에 나비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할 즈음, 자전거 앞 바구니에 책을 싣고(;) 질주를 합니다. 맑음과 비의 사이, 그 간격을 아슬아슬 넘나들며 덤벼드는 거죠.
누군가 들여다보면 한없이 사소한 것일 테지만, 세심한 관찰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환호성을 지르고 내내 달려갑니다. 선을 긋지 않고, 아이들의 장난을 즐기듯 통쾌합니다. 시원합니다. 와와, 나이도 잊고 어린 시절로 돌아가 마구 지르게 되었습니다. 웃음을 가득 공중에 뿌리기도 했습니다. 동네 할머니, 매미 소리, 너구리 콘서트, 코스모스, 뻥튀기, 옥수수 에피소드, …. 매미 소리가 쏟아지듯 매미 소나기가 내리는 그림과 꽃눈처럼 공중에 뜬 뻥튀기 그림이 특히 좋았습니다. 학교 운동장과 언덕을 채색했던 가득한 코스모스, 뻥튀기 소리에 놀라 울음을 곧잘 터뜨렸던 동네 친구, 매미의 연주가 없으면 여름이 아닌 것 같다고- 자동차의 클랙슨 소리에 비하면 매미와 귀뚜라미의 가락은 흥얼거림과 휘파람을 재생시킬 수 있다고 헤헤거렸던 나―. 돌돌 돌아가는 바람개비를 쥐고 붕 바람을 가르며 달려, 폐 깊숙이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었습니다. 즐기며 새로이 몰두할 수 있어, 하며 중얼거리게 합니다.

*: 잘 그리려는 그림보다 즐기려는 그림이 좋다. 중심에 몰리지 않고, 주변으로 시선 이동을 해 정겹게 담는 지은이의 그림이 좋다. ‘나’라고 하는 인물이 있기까지 보듬어주었던 그림자 같은 고마운 이들과 버팀목의 상황이 여기저기 녹아들어갔기에 가능한 것. 요모조모 들여다보는 것을 포함하여 여러 가지 담담히 느끼기.
_ [0210, 리스트.]라는 제목으로 페이퍼에 끼적였던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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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얼굴의 아이> 서평단 알림
우울한 얼굴의 아이 오에 겐자부로 장편 3부작 2
오에 겐자부로 지음, 서은혜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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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울한 얼굴의 아이.
- 서평단 도서.

리뷰 기한을 넘겨서, 죄송합니다.
경험을 쌓을 기회를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12월 5일부터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하여 12일 완료했다. 애초에 리뷰 등록 기한을 잘못 알고 있었던 탓이다. (도서를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개인적 사정으로 독서에 집중할 수 없었던 핑계도 있지만.) 10일까지인 것을 12일이라고 멋대로 믿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봤다고 틀림없을 거라고. 월요일까지 그랬다가, 화요일 접속했을 때 소스라치게 놀랐다. 중간에 왜 확인을 안 했나 후회하던 순간을 거치며 어쨌든, 리뷰를 작성한다. 어차피 기한 지난 거 부랴부랴 대충 써서 올리기보다 고심하고 되새기며 쓰자, 결심하고, 오늘 스타트를 끊었다. 결과는 마냥 흡족한 상태로 떠오를지 자신 없지만, 무작정 부딪혀보고 있다.

작가 자신의 이야기란 것을 처음에 파악할 수 없었기에, 살짝 혼동의 과정을 거쳤다. 1부 ‘체인지 링’을 접하지 않았던 터라, 더욱 난감했고 어지러웠다. 주인공과 등장인물의 관계를 짚어내기 위해 시작 부분을 거푸 읽었다. 몇 번 되풀이하고 순간, 아, 하고 이해를 했다. 그 다음부터 주르륵, 때로 곱씹기도 하면서 읽기를 계속했다.

소설을 읽고 쓰는 행위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 어느 시점까지 나는 과연, 작가의 의도를 아니 그 일부라도 건지고 있는 걸까 의문을 가지며, 쭉 불안을 거듭해 왔다. 그러다 차츰, 생각의 방향을 바꾸기도 하면서 번뜩이는 나만의 해답을 손에 쥘 수 있었다. 굳이 그렇게까지 강박증마냥 굴리지 않아도 단지 내가 읽어낸, 얻은 영상만이 진짜라고 고집만 부리지 않으면 그것으로 족하지 않을까. 일일이 따지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한 것이다. 오직 자신의 아이템만을 최고라 여기는 꼴불견 짓거리를 하지 않도록 유념하며, 작가와 공감하고 여러 가지 풍경을 만들며 함께 어울리면 된다고…….

주인공 고기토의 현재 상황, 어릴 적 ‘동자’를 찾아나가는 이야기, 그리고 소설 자체에 관한 이야기. 세 가지 큰 줄기를 토대로 시선 이동이 자유롭고, 뻑뻑하게 걸리는 것 없이 읽기 편했다. 개인적으로 환호하는 상징적 장치를 속속 발견할 수도 있었다. 지형적인 언급과 더불어 방대한 자료 조사의 결과와 그림을 그려내듯 선명한 영상, 여러모로 짚어내기 가능한 대사. 무엇보다도 각 장의 갖가지 흥미로운 사건의 세부 에피소드에 바로 곁에서 경험하듯 관찰하는 기분으로 독서를 지속할 수 있었다.

작가의 인생과 독서의 출발 장소와도 같은 섬의 숲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사적 디테일이 포함되어 있지만, 기발한 장치를 통해 새로운 차원을 개척했다는 의미가 있음을 뒤의 해설에서 참고하여 적는다.

다시 읽는다는 것, 되새길 수 있는 계기를 심어주었다. 다른 사람의 작품이나 나 자신의 소설과 끼적거림의 읽기 행위를 한 번으로 끝내지 않고 거듭 파고드는 연결고리를 발견할 수 있어 놀랍고, 뿌듯했다. 또한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사랑하면서도 계속 부족함을 느끼기에 틈틈이 보완하는 애착을 담아냈다. 타자의 인식에 어떻게 깊이 새겨질 지 늘 궁금하고, 염려했던 스스로와도 흡사하게.

장르가 모호하다는 것, 그 특징에서 딱히 경계를 설정할 필요 없이, 한계를 느낄 수 없는 장점을 가졌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어디까지든 이어져 있고, 어떤 것이든 건드려보도록 유도하고, 재생시키기 가능하다. 그런 것을 구석구석 각인시키며, 커버를 덮으며 돈키호테 완역본을 소장하고 싶다는 바람을 불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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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랜덤 시선 16
김경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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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1102)
*언뜻언뜻 가려지는 것의 효과.

-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장면과 장면의 간격이 비교적 멀어서 따라잡기 힘들 때가 간혹 있었다. 그 사이에는 눈물과 물결, 음울함과 우울함의 방이 몇 군데나 있어서, 일일이 들여다봐야 했다. 지나치는 그 틈의 공허를 제대로 받아들였다고 확신할 수 없다. 절규하는 소리가, 때로는 위장술이 되고, 어쩌다 채 꺼내지지 않은 반격이 되었기에. 슬그머니 묻혀버릴 때가 많았다. 술술 넘어가는 영상은 그 스피드의 맹렬함과 그 너머에 가려진 위태로움, 그 사이에서 번번이 갈팡질팡 줄타기를 하고 말았다. 방황은 끝날 수가 없었다. 상처의 벌어진 부분을 메우기 위해, 어떤 식으로든 근접하기를 시도했다. 조각을 내보고, 자취를 더듬어 보고, 유리병을 흔들어 보고, …….
처음 한 번으로 한계를 벗어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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