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하고 싶은 일본소설 베스트는?
피쉬 스토리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칠드런”이후로, 정말 오랜만에 잡은 코타로 씨 신작이었다. 다른 작품은 신간 코너, 베스트 코너에서 눈여겨보기만 했을 뿐(간혹 몇 장 넘기고 살까 말까 갈팡질팡_ 중력 삐에로, 오듀본의 기도 등.), 그것으로 끝났다, 매번. 왜 그랬는지 이렇다하게 정리할 수 없지만, 너무나도 쏟아져 나와 널리다시피 한 느낌이 싫었던 게 제일 유력하다. 근데, 이 작품으로 다시금 코타로 씨에게 열광하고 있다. 아니 정정하자면, 문장의 느낌과 주관이 닮았단 이유로 내내 열광했지만, 달리 계기란 걸 정하지 않았을 뿐이다. 현재, ‘중력 삐에로’를 친구가 빌려주었고(나는 계속 사려다가 망설였었다.), 언젠가 질렀던 ‘사신 치바’를 읽고 있는 중이다.


여하튼 리뷰 쓰기는 여전히 조심스러운데(칠드런 리뷰는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그때 받은 감동이 여전할 지 미지수지만, 그 당시에 그 소설과 코드가 맞았던 게 아닐까 싶다. 그 감동을 글로 풀어내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쫓기는 심정과, 상황이 여의치 않았던 핑계거리에 불과한 이유도 있지만.), 코타로 씨와 함께 진득하니 책에 몰두해 있는 동안, 번뜩이는 재치에 감탄해 와-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다소 엉뚱함에 입을 아, 벌리고 그 문장을 되풀이 읽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었다. [기린을 타고 오겠다는 부분.] 한편으로, 억지다 싶을지도 모르겠지만, 뛰어내리겠다는 여자를 어떡해든 말려야한다는 절박한 심정이 녹아들어 있었기에 아릿해짐을 함께 느꼈다. 그 ‘구출한 여자’와 동거하는 설정도 허무맹랑하지만, 그런 설정을 넘어선 그야말로 천진난만함으로 휘저어진 뚱딴지 칵테일에 흠뻑 취할 수 있었다. 한 번이라도 좋다. 그들과 모험을 감행하고 싶다, 라는 생각까지 했다면 말 다 했지.


첫 번째 단편 ‘동물원의 엔진’은 - 과거 회상 스타트.
일상의 환상, 여운이 남듯 결말 처리가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그 후속 이야기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도 가졌다. 내가 느끼기엔, 다른 작품에 이어질 단서를 던져주었다는 생각이다. 제대로 풀어내지 않은 미스터리가 구석에 도사리고 있는 느낌이다. 어쩌면 이미 나온 장편소설에 포함되었을지도. (내가 그의 작품을 죄다 읽어본 게 아니라서 넘겨짚기로 끝난다.)


두 번째 단편 ‘새크리파이스’. 주인공 구로사와의 매력에 환호성을 질렀던 소설이다. 친구에게 넌지시 얘기했을 때, ‘중력 삐에로’에 등장했던 인물이라고 가르쳐주었다. 피쉬 스토리가 신간코너에 진열되기 전, 친구가 빌려주었는데, 어서 구로사와가 모습을 드러냈으면 바라게 되었다. (중반쯤이란다. 나는 지금, 초반을 읽고 있다.)
곳곳에 발견되는, 대사가 한 마디로 멋들어진다.
[“공범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것은 최소한의, 의심받을 염려가 없는 사람이어야만 한다고 나는 생각해. 다시 말해서 그 사람이 공범이라는 사실을 절대로 들키면 안 된다는 거지. 그런데 공범이라고 의심받지 않을 가장 적합한 인간은 누굴까.”
- “공동체를 이끌어가려면 권위만으로는 부족해. 나는 그렇게 생각해. 통치하는 사람은 미움을 받고 두려움의 대상도 되면서, 사람들을 견인해 나가야만 해. 그 대신 개개인의 공포나 불안, 불만을 받아줄 사람도 필요하지. 엄격하면 굴욕이, 만만하면 경멸이 생겨나지. 제대로 거느리려면 그 양쪽의 균형이 필요해.”] - 특별히 맘에 들었던 부분.
풍습의 비밀이 벗겨지는 것에 한껏 타격을 받았어야 했지만, 아마도 그럴 수 없었던 건 인물의 매력에 너무 심취했던 게 아닐까 싶다. 그 전에, 다소 복선이랄까 그런 암시를 찾은 바도 있지만.


세 번째 단편, 표제작이 되었던 ‘피쉬 스토리’. 시작은 그다지 특이하다고 할 수 없었다. 상징 기법이 눈길을 끌었던 소설이다. 고독, 용기, 좌절을 물고기로 표현했음에 기발하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어떤 소설에 힌트를 얻었다고 하는 데서, 그 소설을 찾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139
“내 고독이 물고기라면 그 지독한 거대함과 맹렬함 앞에 고래마저도 달아날 것이 틀림없다.”
152
“내 용기가 물고기라면 그 지독한 거대함과 젊음으로 햇빛을 반사하는 수면을 한층 빛나게 할 것이다.”
177
“내 좌절이 물고기라면 그 지독한 비통과 우스꽝스러움에 강에도 바다에도 살 곳이 없어질 것이다.”*
[표제작 '피쉬 스토리'는 한 의문의 작가의 소설이 남긴 문장이 시공간을 넘어 변주되면서, 각각의 등장인물들의 인생에 개입한다는 이야기다. 만년에 폐가에 칩거했다는 한 소설가의 문장이, 무명의 록밴드가 남긴 마지막 노래의 가사가 되고, 그 연결고리들의 숨겨진 관계성 안에서 사람들의 꿈과 희망이 아름답게 그려진다.- 책 소개.]
역시, 면장 선거에서처럼 내가 밴드를 너무 좋아하는 탓인지, 피쉬 스토리 여러 테마 중에서도 밴드 이야기에 주목했다.
"이거, 좋은 노랜데, 아무한테도 닿지 않는 거야? 거짓말이지. 누구에게든 닿게 해. 우리는 다했어. 하고 싶은 걸 했고 즐거웠지만 여기까지였어. 닿게 해, 누구에게든." 고로는 그렇게 말하더니 시원한 목소리로 웃었다. "부탁이야."
보컬의 토로하는 대사들이, 일렁이는 영상을 펼쳐지게 했고, 이 밴드의 연주와 보컬의 목소리가 귓가에 그대로 닿아 내가 그 현장에 가서, ‘이게 결코 마지막이 아니다’라고 소리 지르고 싶다는 생각과 더불어, 소설 속 상황과 현실을 잠시 분간 못하는 자아의 해체를 시도했다. 좋아하는 밴드의 갑작스런 해산 소식을 종종 접하고, 뒤흔들렸던 감각을 경험했다. 그 음악에 그 보컬은 하나뿐이라고 발끈하고 우기기도 하면서, 혼자 광분했던 적을 떠올리고 더 절실하게 느꼈던 건지도 모르겠다고 지금에서 생각해본다.
다수에게 알려지지 않은 것들, 아니 나부터도,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도 깨닫지 못하고 지나치기 쉬운 일들에 대해 되짚고 있었다. 정작 중요한 것을 놓쳐버리고, 헛된 것을 움켜쥐고 있지 않나,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지 않나 끊임없이 질문을 해댔다. 치우치는 평가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자신의 주관, 취향에서 벗어나면 무조건 무시하지는 않았을까 떠올려보기도 하고. 착잡하고, 씁쓸하다. 코타로 씨의 날카로운 지적에 몸이 쓸리는 느낌이다.
하나 혼란을 느낀 게 있었다면, 아무것도 모르고 덜컥 읽었다가 시공간을 초월한 이야기라는 걸 한참 후에 알았다는 것이다. 피쉬 스토리의 처음에 나오는 남자주인공이, 나중에 비행기에서 여러 사람을 구하는 그 남자일 거라 무턱대고 제멋대로 연관까지 지은 결과에 이르렀다.


마지막 단편 ‘포테이토칩’ 제목에 은근 귀여운 매력이 풍겨서, 많이 자유분방한 소설일 거라 슬쩍 생각하고, 집중했다. 구로사와가 다시 등장해 마구 방방(물론 속으로)뛰었던 소설이기도 하다. (버스 안에서 읽고 있었기 때문에 겉으로 드러낼 수 없었다.)
코타로 씨의 인터뷰 글귀로 더욱 인상 깊은 소설이 되었다. 인터뷰를 접하기 전에도, 여러 요소랑 소품이 적절히 녹아든 스토리라인과 결말은 충분히 감동적이었다. 나 자신이 야구를 좋아해서인지도 모르지만, 야구장 장면은 술술 읽히고, 뇌리에 강하게 남았다. 
비슷한 습관을 가졌다는 것을 알고, 싱글거리기도 했다. 나에게도 특별히 좋아하는 단어가 있어, 어느 장면에 꼭 그 단어를 쓰면 딱 어울리겠다는 생각을 하고, 강렬한 단어를 골라 쓰기도 하니까.

[이 단어는 좋아하고 저 단어는 싫어하는 경향이 저한테는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로서는 좋아하는 단어를 계속해서 선택해왔던 지난 6년의 작업이 무척이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강한 단어, 결코 사라지지 않는 단어를 선택하고 싶습니다.
 
315쪽 포테이토칩이라는 소설이 있으면 귀엽고 멋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컴퓨터 앞에서 포테이토칩이라고 10번 정도 입력해 봤는데 ‘역시 좋아!’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웃음)]

아무래도 확실히, 아저씨의 매력에 휘둘리다시피 한 것 같다. ‘중력 삐에로’, ‘사신 치바’에 이어 ‘오듀본의 기도’, ‘마왕’까지도 소장해서, 거듭 읽고, 판단하고, 되새기고 싶다. 진작 아저씨를 알고 좋아했지만, 작품 읽기를 게을리 한(그 당시에 너무 알려졌다고 투덜거렸지-_-) 스스로에게 막 툴툴대고 있다. 그러면서, 아저씨의 뚱한 얼굴을 떠올리며, 킥킥거리면서, 어설픈 리뷰를 마친다.

+ p. 289 잔치 분위(기). 괄호 안 글자 빠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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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장 선거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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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면장 선거
(0610)
이라부 시리즈 3권을 발간한 즉시 다 읽었음에도, 리뷰는 이번에 처음 작성한다. 담아두고픈 표현을 여럿 기록한 소설이라던가, 특별한 영상을 그려나갔던 소설은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다 읽고 나서 그리 나쁘다는 감각이 없기에, 다시금 이라부 시리즈가 계속되었으면 하고 바라기도 한다. 어쩐지 후일담이 쭉쭉 이어질 것 같은 어느 한 ‘점’을 보았기 때문이다.
척 보기에 터무니없을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지극히 가벼운 소재와 분위기를 띄우기도 하는 소설이다. 통통거리다가 마구 엇나가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탁구공을 보는 듯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자꾸만 책을 뒤적거리게 만드는 원동력은, 내게는, ‘이라부’라는 인물의 특성덕분. 내게 비쳐지는 그는, 사람에 대한 차별대우가 전혀 없다. 그 상대가 누구든 평등하게 대한다. 그 사람이 정치가이든, 유명 연예인이든 일절 상관하지 않는다. 그런 위치가 어쨌단 말인가, 라는 뉘앙스가 팍팍 풍긴다. 간혹 철딱서니 없음에 살짝 꿈틀 반응을 하며 인상을 찡그리게 되었지만, 본능에 조건반사처럼 대범하고, 솔직하고, 좋고 싫음이 분명하고, 거침없다는 것에서 좀 더 점수를 줄 수 있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자신이 가진 불안, 절망, 자괴감은 오로지 자기 자신이 치유할 수 있다는 의식의 바탕. 나 자신이 다르게 해석한 건지 모르지만, 이라부의 대사들을 보고 있으면, 매번 그런 생각이 떠오른다. 예전에 미소 수프 리뷰에서 언급한 바 있지만, 개인의 내면에서 시작한 문제는 (그 증상이 같건 다르건)집합과도 같은 유형이 있긴 하겠지만, 어디까지나 당사자만이 소화하고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표출하는 이미지가 비슷비슷하다고 해도, 세부적인 면, 그러니까 껍질 안의 양상들은 제각각 복잡하게 얽혀 있을 테니까.) 카운슬링의 경우는 약간의 도움을 줄 뿐, 풀이하자면, 그 현재의 상태를 좀 더 완화시킬 수 있는 작용은 하겠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멀찌감치 방관만 하는 게 아니라(대개 소설의 초반에는 그런 분위기가 흐른다), 점점 추리소설에서 단서를 제공하듯 심리적으로 임시 안식처를 형성해가며, 함께 한다는 손 내밀기가 있다.


그리고 핵심을 찌르는 단어나 대사들이 속속 발견된다. 이라부의 처방이 바로 그러한 것을 포함하고 있는 게 아닐까. 상담 과정에서 일단 이야기로 털어놓는다는 자그마한 시도라도, 해소법의 하나랄 수 있으니까. 필사적으로 벗어나려 한다면, 돌파구는 어디든 있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주위의 소소한 관심&사랑도 한몫을 하겠지. 나 자신도 그런 경험이 여럿 있었다. 그리고 소설에 드러난 인물들의 공포는 정말이지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요소들이었다.


어쨌건, 나열한 사항들이 열광 모드에 발을 푹 담그고,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든 계기다. 이 책의 하드커버를 덮고 난 느낌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재충전’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스스로 유쾌한 소설을 쓰며 매달리고 싶었지만, 도저히 안 되고(우울의 바다에 풍덩 빠져 몸을 내맡긴 채였다.), 갑갑한 기분을 다소나마 풀고자 질렀던 소설이었다. 술술 읽혔던 것에 비해, 리뷰는 좀 더 신중한 자세로 쓰고 싶었다.

시종일관 이라부의 능청스러움에, 벌어지는 소동에 낄낄거리며, 전체적 스토리라인 자체보다는 작은 에피소드에 주목했다. 필수조건으로 따라붙는 ‘주사’는 자극제 역할을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확정적 답변은 하지 않음에도, 스스로 미로 탈출을 위해 열쇠를 찾아보라는 그런 의미가 담긴. 손에 틀어쥔 것을 스르르 내려놓아야 강박증을 해소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자기가 가진 것을 과감하게 버리라는 거. 스스로의 선에서 아는 것을, 실천에 옮기기란 밤하늘에 흐르는 별을 헤아리는 것만큼이나 어려움을 동반한다. 나는 그런(책에서 말하는) 결단력을 아직 갖추지 않은 듯하다. (특히, 취미생활에 끌어들이는 소품에 한해서는.)

각각 단편에 등장하는, 어쩌다 쓸데없는 묘사(한 문장 혹은 두 문장)가 끼어들기도 했다. 책을 읽은 분이라면 짐작할 수 있는, 주사를 놓는 장면에서. 특별히 제시되지 않아도 아무 지장을 주지 않는 예시나 근거와도 같다. 연방 툴툴거리다가, 다시금 되짚고 했던 기억이 있다. 차라리 <카리스마 직업>의 마지막 풍경에서 밴드의 연주 묘사와 그녀의 가사가 내게는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내가 밴드의 비판적인 가사 타입에 무척이나 열광해서인지는 몰라도.)


[이라부는 정말이지 불가사의한 인간이다. 이 섬에 온 지 불과 2주만에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아 버렸다. 아니,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건 너무 치켜세우는 걸까. 어쨌거나 이 섬에 희귀한 생물이 찾아온 것이다.]
밑줄 긋기 끝부분에 기록했던 것처럼, (나 자신의) 이라부에 대한 다른 각도의 판단이 깔끔하게 정리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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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6-21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 마이리뷰군요!!! ^^
저도 이책 곧 받아볼 예정인데 잘 읽었습니다!!! :)

프레이야 2007-06-22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선 축하합니다!
 
에르미따
프란시스코 시오닐 호세 지음, 부희령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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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미따.
0605
서평단 모집 도서였다. 서평단에 처음 신청했던 터라 달리 기대란 걸 하지 않았는데, 운 좋게도 덜컥 뽑혀서 당시에 혼란과 기쁨이 교차하고 있었다. 서평단 모집 글에서 스토리와 작가의 의도를 확인하고, 아, 읽고 싶다는 막연한 이끌림에, 그냥 신청 한 번 해보자 생각했던 것이다. [몇 번 눈을 깜빡거려 확인 거듭 확인했던 기억이 떠오른다.]라고 독서일기에 밝힌 바가 있다. 어쨌거나, 5월 12일 무사히 책을 받았고, 기한을 지키기 위해 꽤 발버둥을 쳤다. 오늘에서야 마지막 커버를 덮을 수 있었다. 여건 상, 띄엄띄엄 읽을 수밖에 없었고(책 두께가 사전 수준이다), 여러모로 생각을 펼치다보니, 느릿느릿 진행되었던 것이다. 바짝 다가온 마감일(?)에 엄청난 긴장 상태다. 별다른 탈 없이 리뷰를 올릴 수 있게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사전 수준이라 그랬는데, 대개 양장본으로 나오고 글자가 큼직할 경우 그런 방향으로 많이들 가는데, 이 책은 양장본도 아니었고 글자 크기도 꽤 작았다. 겨우 알아볼 수 있을 정도.(내 시력이 좋지 않은 탓도 있지만.) 작가가 담고자 했던 의도와 정비례한다면, 엄청난 무게를 가지는 책이라 스스로 판단을 내리기도 했다.
스타트의 대사가 확 끌어당겼다. 이런 시작 달가워하지 않음에도, 단번에 강렬한 흡입력으로 소설 세계로 끌어들이고 있었다.
눈에 드러나 보이는 구성적인 면에서 몇 가지 언급한다면, 첫째, 여러 등장인물들의 특징과 성격을 잘 잡은 치밀한 묘사를 군데군데 발견할 수 있었다. 초반에 선명하고 빈틈없는 상황전개는 환호성을 지르며 파고들었던 것 같다. 지루하고도 개인적으로 난잡하다 평가한 소개가 조금 거슬렸긴 하지만.
4분의 1지점부터 본격적으로 주인공 에르미따가 등장했고, 서서히 흥미진진한 스토리 전개라고 생각했다.
필리핀의 역사와 더불어 동아시아, 그러니까 우리의 역사를 덧씌워 영상을 그릴 수 있는데, 이 책은 그런 면에서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딱딱한 역사를 풀어 쓴 게 아니라, 주인공의 삶과 연관을 지어 자연스레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었다.(개인적으로 그렇다고 생각한다.)
현 상황을 때로는 비참하게, 때로는 주인공의 적절한 대처로 교묘하게 표현하고 있다. 에르미따의 삶에 오버랩하여 투영되는 필리핀의 그림자는 또한 우리 지나간 역사를 되짚게 되기에 견디기 어려운 침묵을 낳는다. 소설에서 작가는 주인공을 어쩜 전지전능한 신과 가깝게 묘사하고 있다. 과장이 섞였긴 했지만, 적절한 한 마디로 꼬집자면 그렇다. 신속한 상황 파악, 과감한 선택, 적절한 수습 그리고 대처. 뜻하지 않은 위기에 기지를 발휘해 기회로 뒤집는 그런 타입이라고 판단했다. 간혹 너무 주인공의 능력을 찬란하게 묘사하는 데 치중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만큼 다른 등장인물이 부각되지 못해 아쉽기도 했다. (이를테면, 맥이나 릴리) 마냥 씁쓸해지며, 거의 중*종반에 등장한 릴리라는 소녀에게서 작은 혁명가의 모습을 발견했기에 다소나마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간당간당한 선에 머물러 있지만. 안심&안일한 스스로에게 채찍질) 환경의 영향이 무척 크다는 것도 느낄 수 있다. 더할 나위 없이 편안하기만을 바라거나 축 쳐져 있어서는 안 되고, 무엇이든 집중하고 현재에 최선을 다하며, 때때로 과감해질 필요도 있다고. 늦었다는 생각에 앞서, 도전하는 자세가 더 중요하는 것도.
무엇보다도 반복적 일상에 벗어난 에르미의 마지막 결단에서 ‘능동적 대응’의 짜릿한 면모를 엿볼 수 있었다. 고정되어 머무르는 것보다, 의지를 가지고 변화를 원하고,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는 거. 느긋하게 돌아보기도 하고, 부끄러움, 후회를 쓱싹 지우기 위해 더욱 박차를 가해야 이상향에 도달한다는 것. 
마무리는 이렇다하게 확정된 사항이 없다. 주인공의 아름다웠던 시절(쾌락에 빠지고, 복수를 꿈꾸기 전)만을 뇌리에 각인하고 떠올리는 수녀의 모습에서, 현재 주인공의 내면 - 복수만을 꿈꾸며 숨 가쁘게 달려왔지만, 정작 중요한 것을 빠트리고 있었을지 모른다는 것 - 을 상징적으로 그려낸 게 아닐까 싶다. 앞으로 지나온 과거보다 더욱 소중한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변화해갈 주인공에게 기대를 모은다. 조국 필리핀을 사랑하는 작가의 바람이 절실히 담긴 부분이다.
역자는 필리핀의 역사를 자세히 몰랐기에 번역을 시작하기 전, 필리핀 역사에 관한 책을 찾아보고 공부를 했다고 한다. 나 또한 마지막 커버를 덮으면서, 도서관에 들러 필리핀 역사에 관한 책을 몇 권 비교 분석해 그 중 나은 것을 골라, 새로이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소설의 효과란 이런 게 아닐까. 이럴 때 나는 소설에서 여러 가지 요소를 건졌다고 한다. 담아두고픈 표현을 찾았다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새로운 계기를 심어주었다는 데 한편으로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거듭 펼칠수록 새로운 양상을 가져다주는 소설이 될 수 있기를. 내가 그렇게, 여러모로 도움을 받을 수 있기를.
결말은 완성이 되지 않았다. 그 양상은 나 자신과도 닮았다. 흠이 있고, 흠을 매끄럽게 해야 하고, 내면에 의식의 균열이 생겼고, 그 틈을 메우기 위해 무던히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해체하여, 뒤죽박죽된 스스로를 다시 정립할 수 있도록 오늘도 한 걸음 내딛는다. 조각조각, 광적인 번득임을 가지고.

+ 띄어쓰기 틀린 곳이 발견되었습니다.
253쪽
가문 이 -> 가문이
270쪽
가문 으로부터 -> 가문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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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은 필요 없어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한희선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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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은 필요 없어.

지난 주, 도서관에서 빌려 밑줄 긋기 등록을 마친 책이다. 신간코너에서 발견했을 때(이미 오래전), 살까 말까 퍽 갈팡질팡했던 기억이 남았다. 깔끔하고 속도가 빠른 문장에 와우 소리 없는 탄성을 질렀고, 그 당시엔 머릿속 리스트에 담아두고 조만간 사야지, 생각했었다. 그러다, 은근슬쩍 묻히고 말았다. 더 급하게 필요하고, 더욱 끌려서 읽고 싶은 책들이 줄을 서게 되었다고 하면, 단순히 핑계에 불과하겠지만. 어쨌든 그랬다. 우연히 동생의 학교 도서관에 따라갔는데, 여기저기 기웃기웃 휘둘러보다가, 이것저것 빼서 들추고, 팔락팔락 넘기고, 서서히 읽고 싶은 책 목록이 늘어가고 있었다. 빌린 5권의 책 중 가장 먼저 마지막 커버를 덮었던 책이라, 제일 처음 리뷰를 작성하는 것이다. 다른 책은 좀 더 여유를 두고, 좀 더 생각을 거치고 싶다. 책을 빌리고,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단편 2가지를 거쳤다는 점에서, 리뷰는 좀 늦은 감이 있다. 많이 머뭇거렸고(내가 느꼈던 감정을 고루 담아내지 못할까 봐), 연방 따져보다가 미적거리고 말았다. 지금도 여전히 조심스럽고, 이리저리 특징을 꼬아보고, 연관을 지으려 한다.


나의 지난 독서 일기를 살피면, [본격적으로 읽은,(미야베 미유키란 작가는 진작 알았지만)
첫 단편집. 잘 읽혀지는 글은, 자신의 문장 호흡과 가까워서 그런 거라고 한다. 그 공통분모에 근접한 부분을 찾을 수 있는 여러 작가 중 한 사람 리스트에 오른 미야베 미유키. 그녀의 다음 작품으로 '누군가'를 읽을 계획을 세운다.]라고 적은 바가 있다. 리뷰를 통해 더욱 바짝 접근해보고자, 독서 일기에는 요점만 나열했던 것인데, 정작 리뷰를 올리려고 정한 이 시점에서는 그렇게까지 심도 있게 다가설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선다. 담담하게 차근차근, 스토리보다는 내가 받았던 느낌을 잘 살릴 수 있도록 풀어가고 싶다.


무엇보다도 환호했던 점은, 간편한 사이즈의 책 안에, 나름 진솔하고 풍성한 이야깃거리가 가득했다는 점이다. 스토리 위주로, 영상이 쉬이 그려지는 단편이었는데, 그래서인지 인물의 내면에 관해서는 바투 다가서지 않았던 것 같다. 단어 쓰임새가 특이한 편은 아니었고, 정곡을 찌른다고 할까, 일상적 단어들을 잘 버무려놓은 편이었다. 말뿐인 허울 좋게, 구질구질 끌어가는 건 달갑지 않지만, 그렇다고 치밀한 서술을 살짝 내팽개치고 멀리 던져놓았다는 것에는 약간이나마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심리 묘사 면에서는 [들리세요]라는 단편이, 어느 정도 인상에 남았다고 할 수 있다. 소설을 읽을 때면, 각자 그 소설을 해석하는 방식이 있을 텐데, 나의 경우에는 좀 많이 파헤친다고나 할까. 문장에 관해서, 표현에 관해서. 스스로가 판단하기에, 군데군데 진기하고 날카로움이 묻어나는 표현들을 종종 발견할 수 있었다. 기억의 상자에 차곡차곡 담아두고, 언제든 꺼내보고, 시시때때로 배우고 싶은.

“저 같으면 친구에게 그런 일을 부탁하지 않을 겁니다. 그렇게 뒤가 켕기는 신세를 지기는 무서우니까요.”(125)

이렇듯, 대사 하나가 그 단편의 묘미를 살리는 장면을 드문드문 찾아낼 수 있어서 은근슬쩍 빙그레 웃음 짓기까지 했다.

츠토무는 인간들 중에는 어떻게 해도 공존할 수 없는 타입이 있다는 것을 열두 살이 되어서야 알았다. 그것은 죄가 아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바나나와 밤은 같은 정원에 심을 수가 없으니까.(137)

인생에서 자신의 힘으로 도저히 어찌해 볼 수 없는 관계가 있다는 것을 핵심적으로 보여준 문장이라는 생각을 한다. 어디까지나 자신이 원했던 바가 아니라는 것과, 그 결론이 이르기까지 잘은 몰라도 누구나 힘겨운 과정을 거쳤을 거라는 생각까지. 의식적으로 끄덕거리며 맞아, 라고 중얼거리며, [들리세요]라는 단편을 징검다리를 밟듯, 몇 번이고 곱씹으며 파악 단계를 거쳤던 것 같다.

그래도 알아줬으면 좋겠어. 같은 정원에 심을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해 내가 쓸쓸해한다는 것을.(170)

이 부분은 [들리세요]라는 단편의 마지막에 드러났던, 이 단편의 핵심을 찔렀다는 생각이 든다. 소통에 대한 버거움, 어쩔 수 없는 거리감, 거기서 오는 허망함, 그리고 안타까움. 어쩐지 저릿한 자극(약간의 반성이라고나 할까)을 주었던 부분이다.

“‘둘시네아’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 같은 가게가 아니야. 오히려 당신 같은 사람이 가끔 기분 전환하러 와서 즐기는 가게야. 나는 그럴 마음으로 해 왔어. 가게가 손님을 고르다니 내가 의도한 바가 아니야. 난 어떻게 해서든 마음대로 생겨버린 그 벽을 부수고 싶었어.“(242)

주인공의 내면에, 그리고 우리들의 내면에 자리한 편견을 쓱쓱 지울 수 있다. 이 단편의 초반에 ‘둘시네아’에 대해 묘사할 때, 약간 찌푸리며 읽어나갔는데, 내게 있어서 반전이 되었던 저 대사, 마지막을 멋지게 장식했다는 생각이었다. 흡족한 웃음을 흘릴 수 있었던 사항이었고. 여운이 남기도 했고, 스토리가 좀 더 이어지지 않을까 몇 번이고 뒤적거리게 만들기도 했다.

찌릿찌릿한 전율까지 느끼면서_ 전체적으로 만족에 가까웠던 결말이었다. 너무 작위적이지 않았고, 뒤에 한없이 어느 지점까지고 이야기가 이어질 법하게(마치 평행선처럼)그려냈던 장면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인식이기도 하겠지만) 표제 ‘대답은 필요 없어’라는 구절이, 어느 한 단편이 지닌 독자적인 의미로도, 전체를 아우르는 암호로도(몇몇 단편에서 구체적인 구실을 가졌던 건 아니었지만)작용했다는 판단을 내린다.   


[화차]라는 장편소설의 원형이 된 단편이 포함되어 있다고 언급했는데, 아쉽게도 [화차]는 읽은 경험이 없어서, 어떤 부분이 그 소설의 계기가 되었는지 파악할 수 없어, 개인적으로 안타까웠다는 생각이다. 전작과 비교하는 방식은 그리 즐기지 않는데, 그저 궁금함을 해소하고 싶어 언젠가 [화차] 빌려봐야지 싶었다.


나는 솔직히, 다른 분들이 지적한 바 있는, 어떤 요소가 미야베 미유키적인지는 잘 모르겠다. 물론, 처음 접하는 소설이었기에 당연한 결과이겠지. 한 가지 분명하게 꼬집어 말할 수 있는 건, 마지막 커버를 덮는다는 사실에 허전함이 컸던 만큼, 그녀의 단편을 절실하게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전에, 읽고 싶은 장편소설들을 차례차례 거쳐 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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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녘 백합의 뼈
온다 리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황혼녘 백합의 뼈.
무엇보다도 우선적으로 기록할 사항은, 나 자신의 페이스, 문장의 호흡에 다소 익숙하다고 느껴 환호했던 소설이었다고 할까. 마치, 소설 전반에 흐르는 분위기가, 보랏빛 날개를 활짝 편 나비의 모자이크 영상을 바라보는 듯했다. 스타트의 미묘하고도 환상적인 묘사에, 피아노건반에 손가락이 미끄러지듯 빠져들었던 소설이었다.
전지적 시점이었던 터라, 시선의 이동이 퍽 흥미로웠다. 무언가 암시를 주듯, 순간이동처럼 필터교체가 되고 있었다. 포토샵의 가루시안 블러 효과를 쓰듯 눈동자에 희끄무레한 막을 차례차례 집어넣는 것 같았다. 좀 어리둥절했다가, 찌릿찌릿한 감각을 느끼고, 더욱 몰두할 수 있었다. 조만간, 뭔가 사건이 크게 터질 것 같은 느낌이 확 다가온 것이다.
중반까지는 이렇다 할 번쩍한 사건이 터지지 않는다. 주피터의 정체에 대한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과정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마지막으로 갈수록 보다 사건 전개가 빨라졌다는 것을 인식했다. 바짝 조여들고, 긴장감은 배가 되었지만, 갑자기 예고 없이 허무가 찾아들기도 했다. 주인공의 악에 대한 인식, 좀 더 깊숙하게 파고들었더라면 좋았을 법한데, 라는 개인적 판단을 내리기도 했다.

191쪽. “한 가지 더 충고해 줄까. 아직은 비밀을 떠벌이지 않는 게 좋아. 그 열쇠, 소중히 간직해 둬. 그 가벼운 입과 자기 결점을 떠벌이는 악취미는, 분명 당신의 수명을 단축시킬 거야. 옛날부터 비밀을 빨리 폭로한 등장인물은 그 즉시 사라지는 법이니.”

이 부분은 복선의 구실을 했다. 바로 그 다음, 리야코가 죽음을 맞이했으니까 말이다. 저 대사를 접했을 때, 멈칫했다가, 예상이 들어맞으면 굉장히 절묘하겠다 싶었다.

결말은 좀 흐지부지한 게 아닌가 생각을 했다. 이것저것 벌려놓고 수습은 대강 해치워버리듯 너무 빨리 매듭을 지은 것 같은 껄끄러움이 남았다. 이리저리 흩어지고 허공에 둥둥 뜬, 제 구실을 다하지 못한 암시들을 허망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주인공 리세의 활약을 좀 더 부각시켰으면?, 혹은 주인공 리세의 갈등을 좀 더 세심하게 드러낸다거나 다른 각도로 접근해보면서, 제 3의 이야기 망상을 펼치지만 어째서인가 의식 속에서 비집고 나온 부족함은 쉽사리 채워지지 않는다. 작가가 장치한 겹겹의 복선과 반전에 너무 기대를 모은 나머지, 허를 찔렸다고 하나, 아무튼 그것에 대한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하지만, 한숨만 푹푹 내쉬고 내가 내쉰 그 한숨에 허우적거릴 만큼 지리멸렬한 타입의 글은 아니었기에 커버를 덮을 때, 내심 만족하고 히죽 웃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와타루라는 이름을 발견하는 내내 싱글싱글 웃었던 덕분(?)도 한 몫 했고. 소설 속 공간이 아닌, 혼자 4차원 세계에서 둥실둥실 마구 떠다니다가, 겨우겨우 자리를 되찾아가기도 했던 상황.
되새겨보면, 소설을 읽는 동안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지하실까지 가지를 뻗은 환상이, 회색빛과 보랏빛이 적절하게 섞여 들어간 소설 이미지가, 환각 증세까지는 아니더라도, 스크린 속 질주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라고 멋대로 생각하면서 어설픈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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