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테보리 쌍쌍바

이 소설에는 주인공이 “재미도 없고 공평하지도 않은 이 세상”을 다르게 살아보기 위해 선수가 되어 일반인과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다른 ‘속도’로 움직이는 과정이 역동적으로 펼쳐져 있다. 그런데 그가 진지하게 몰두하는 승부란 사실 제3자, 즉 자기 계발 담론 사회의 ‘속물’들에게는 아무 의미도 없는 한심한 ‘잉여짓’일 뿐이다. 박상은 이러한 ‘잉여짓’을 의도적으로 진지하게 공들여 묘사해 어처구니없는 실소를 유발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 선수가 속물 되기에 패배한 잉여가 아니라 속물 되기를 ‘거부’한 ‘자발적 잉여’라는 사실이다. 그는 여느 잉여들과 달리 자기를 비하하지 않고 자기를 사랑한다. 그는 잉여가 됨으로써 오히려 진정한 자기의 삶을 산다. 박상은 이 “병신 같지만 멋있는” 선수의 삶을 병맛 코드의 스피드 메탈 사운드로 들려준다.


 

 

에코의 초상

관심의 대상과 표현 방식은 조금씩 달라져왔지만, 그 시선은 항상 자신 안에 웅성거리는 다른 ‘나’들에게 머물렀고 동시에 타인을 이해하기 위한 관심으로 벋어 나갔다. 이번 시집은 제목에서 의미하듯 자기 모습을 드러내지 못한 채 다른 사람의 마지막 말을 되풀이해야만 하는 ‘에코’의 운명을 시적 자아의 초상으로 받아들인다. 외부의 목소리가 되울려서 나의 몸과 말, 생각이 되는 경험을 통해, 화자는 타인의 불행을 ‘나’의 일로 겪어내며 한 그루 덤불을 껴안고 활활 타오른다.

 

 

 

 

 

 

 

 

디저트 월드

배경이 어디고 등장인물이 누구든, 그의 소설에서는 늘 현실과 환상이,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뒤섞인다. 무엇이고 어디이며 누구에 대한 이야기라고 딱 짚어 말할 수 없어 느껴지는 묘한 이질감에서 새롭고도 모호한 소설적 시공간이 탄생하는 것이다. 『디저트 월드』는 2013년 가을부터 2014년 초겨울까지 두 계절에 걸쳐 문학과지성사 블로그에 연재되었던 작품을 묶어낸 연작 장편소설이다. ‘몽블랑, 당근케이크, 마카롱, 자허토르테, 오렌지쿠키, 레드벨벳컵케이크, 라즈베리타르트’라 이름 붙은 일곱 편의 달콤하고 싸한 이야기들에서 그동안 김이환이 구축해온 흥미로운 상상력, 이야기의 본령에 대한 재능이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다.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언어적 표현의 한계를 넘는 ‘음악’이라는 또 다른 장치
 이 소설에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은 바로 ‘음악’이라는 매개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음악’은 주인공 류의 결정적인 장면마다 등장해서, 작품의 분위기를 좀더 풍요롭게 만드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이 소설이 단순히 ‘청춘의 한 때’를 묘사하는 것을 떠나 언어적 표현으로 담을 수 없는 한계까지 표현하고자 하는 작가의 치밀함을 읽을 수 있다.
‘도어스’, ‘롤링 스톤스’, ‘바 케이스’, ‘말 왈드론’, ‘루이스 본파’, ‘제임스 브라운’, ‘찰스 밍거스’, ‘레드 제플린’, ‘재니스 조플린’, ‘핑크 플로이드’, ‘버즈the byrds’, ‘밴 모리슨’ 등 한 시절을 풍미한 엄청난 음악의 향연이 이 소설 속에 펼쳐진다. 특히 ‘루이스 본파’의 늘어진 삼바, <흑인 오르페>와 아프리카 리듬을 담은 <오시비사>는, 주인공 류의 정신적인 피폐함을 보여주는 광란의 파티 현장을 마치 영화 속의 한 장면들을 떠올리듯, 진한 감정을 전달하는 중요한 매개로 작용한다.
: 책을 가지고 있으니, 눈요기로. 표지, 정말 예쁘게 나온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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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문할 예정인 책들이에요. 요사이 시&소설 위주로 독서 편식이 좀 심했는데, 다시 좋아하는 과학 분야를 파고들 거랍니다. 경제학은, 아직은 초보 수준이라 꼼꼼히 씹고 뜯어가며(;) 독서해야할 것 같습니다.

 

1.4킬로그램의 우주, 뇌

‘작지만 큰 우주’ 뇌 속으로 떠나는 여행
 뇌는 성인의 몸무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퍼센트밖에 되지 않는, 주먹 2개 정도 크기의 작은 기관인 동시에 100억 개의 신경 세포가 100조 개의 시냅스를 형성하며 얽힌 ‘우주에서 제일 복잡한’ 시스템이다. 또한 뇌는 긴 진화 과정을 통해 만들어져 인간의 역사, 행동, 언어, 기억에 관한 모든 정보가 담긴 판도라의 상자이기도 하다. 『1.4킬로그램의 우주, 뇌』는 뇌 과학의 가장 기본이 되는 뇌의 구조와 기능에 대해 먼저 정용 교수에게 배우고, 이렇게 만들어진 뇌에서 인간의 일상을 지배하는 각종 선택과 의사 결정이 어떻게 내려지는지를 정재승 교수에게, 그리고 생명체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생존과 번식의 방정식을 뇌가 어떻게 푸는지를 김대수 교수에게 들어 봄으로써 우리 뇌의 모든 것, 그리고 최신 뇌 과학의 모든 것을 담았다. 세 교수는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세 가지 큰 질문 ‘뇌는 어떤 존재이며 어떤 일생을 겪는가?’, ‘뇌는 원하는 것을 어떻게 판단하는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뇌는 어떤 전략을 가지고 그것을 행동으로 나타내는가?’를 던지고, 그 답을 독자와 함께 찾아 나선다.

빛의 물리학

- EBS 다큐프라임

갈릴레오, 뉴턴, 맥스웰, 아인슈타인, 보어, 하이젠베르크, 슈뢰딩거 등 빛의 정체를 파헤친 과학자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면서, 우주와 물질이 무엇이며 어떤 법칙으로 움직이는지에 대한 현대 물리학의 답변을 보여주고자 한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아주 큰 세계를 탐구하는 상대성이론과 아주 작은 세계를 탐구하는 양자역학을 공식 없이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살펴본다는 점이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과학자들이 던졌던 탁월한 질문들과 끈질긴 탐구 과정을 다양한 이미지와 함께 흥미롭게 담았다.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세계적인 경제학자이자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인 장하준이 쓴 '지금 우리를 위한' 새로운 경제학 교과서.
30여 년간 유일한 경제학적 진리로 군림하면서도 금융 위기에 아무 해법도 내놓지 못하는 신고전주의 경제학에서 벗어나, 다양한 경제학적 접근법을 소개하여 경제와 경제학을 새롭게 보게 해 준다.
먼저 1부 '경제학에 익숙해지기'에서는 경제란 무엇이고, 경제학을 왜 알아야 하는지를 이야기한 뒤 자본주의 경제가 어떤 과정을 통해 얼마나 달라져 현재에 이르게 되었는지 간략한 경제사를 훑어본다. 이어 신고전주의를 비롯해 고전주의, 마르크스학파, 오스트리아학파, 케인스학파, 슘페터 학파, 개발주의, 제도학파, 행동주의 등 9가지 주요 경제학파를 소개하고 장단점을 조목조목 설명해 준다. 이렇게 경제학에 익숙해지고 난 다음에는, 주류 신고전주의 경제학에서 도외시하지만 우리 생활과 밀접한 일, 실업, 불평등, 빈곤 등을 비롯해 정부와 기업의 역할, 국제 무역 등 거시 경제까지 아우르며 경제학을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 준다.
나아가 복잡한 수식이나 모델이 아니라 노동시간, 빈곤율, 국내총생산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현실의 숫자를 통해 경제를 생생하게 보여 주는 동시에 그 숫자가 설명하지 못하는(혹은 가리고 있는) 이면까지 날카롭게 짚어 줌으로써, 경제를 제대로 보는 눈을 키워 준다.

동물 도감

한눈으로 보는 생명공동체 《동물 도감》
 《동물 도감》은 <세밀화로 그린 보리 큰도감> 시리즈 가운데 한 권이다. 지난해에 《바닷물고기 도감》이 나왔고, 이어 두 번째로 펴내는 책이다. 이 책은 20년 남짓 보리가 그려 온 숱한 동물 세밀화 가운데 223종을 가려 뽑았다. 모두 12명의 화가가 세밀화를 그렸고, 7명의 전문가가 글과 그림을 다시 검토하고, 가장 최근의 연구 성과까지 반영했다.
이 책에 실린 동물들은 우리 살림살이에 없어서는 안 될 것들, 우리가 늘 자주 대하는 동물들이다. 그래서 책 어느 곳을 펼치더라도 익숙한 동물, 적어도 이름은 알 만한 동물들이 있다. 우리는 최근 몇 십년 사이에 숱한 동물들의 멸종 소식을 들으며 지냈다. 지금도 한 해에 몇 종씩 아예 지구에서 사라진다고 한다. 이제는 이런 소식에도 익숙해져서, 동물 몇 종이 사라지는 것쯤은 내 삶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으로 여기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 목숨줄을 쥐고 있는 것이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생명체들이다.

 

이탈로 칼비노 전집

 

 

 

 

 

 

 

 

 

 

 

 

 

 

 

 

 

 

 

 

 

 

 

 

 

 

 

 

 

 

 

 

 

 

 

 

 

 

 

 

 

 

칼비노는 사실적이고 논리적인 세계 대신 현실과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환상이라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창조함으로써 오히려 현실 세계의 민낯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고 비판한다. 현실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표현의 도구로 선택된 그의 환상 소설들은 네오리얼리즘과 포스트모더니즘 문학이 지배적이던 시기에 칼비노만의 독창성을 드러내며 세계 문단에 큰 획을 그었다. 이번에 출간되는 이탈로 칼비노 전집은 21세기의 독자에게도 전혀 빛바래지 않은 문학적 상상력과 함께 다양한 인문 사회적 성찰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 이탈로 칼비노는 20세기 문학계의 가장 톡톡 튀는 발명가이자 혁신가이다. -《가디언》
▶ 그는 모든 합리적인 예상을 뒤엎은 장치를 설계하여 독자들을 매혹한다. -《뉴요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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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간 소설 중에서 우선순위로 읽고 싶은 목록이에요.
쉽게 읽히는 문장이지만, 그리 쉽게 쓰이지는 않은, 몰입도가 상당한 소설 위주입니다.
때로는 단순히 빠져들고 싶을 때 손이 갈 듯한 책이랄까요.

 

 

ㅋㅋㅋ

장주원 초단편소설집 『ㅋㅋㅋ』의 매혹을 가동시키는 첫번째 요인으로 들고 싶은 것은 서사의 강렬한 흡인력이다. 이 강렬함을 독자의 감성을 자극하고 정서적 감응을 이끌어내는 힘이라고 명명할 수 있다면, 장주원은 짧은 분량 안에 자신이 공감각적으로 체험하는 일상의 에피소드를 무시무시한 흡인력을 가진 서사로 직조해 내는 능력을 보여준다. 그를 위해서 장주원은 자신이 동원할 수 있는 놀라운 문학적 장치들을 소설 안으로 끌어들이는데, 반전이나 위트, 역설, 풍자 등이 그것이다. 또한 장주원이 만들어 내는 서사의 강렬함은 독설 혹은 직설과도 같은 작가 특유의 화법에도 적지 않게 기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독설과 직설의 내러티브가 설득력에 부합하는 매혹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사건을 대하는 화자의 인식의 균형이 필수적인데, 장주원은 지적 분별력과 문화적 감식안으로 이 균형을 끝끝내 지켜낸다. 독설과 직설이 균형을 잃을 때, 그것은 추한 선동문이나 광고문안, 천격의 유언비어로 전락하는 법이다. 하지만 균형잡힌 독설과 직설의 호위를 받는 그의 서사는 폭주하는 기관차처럼 거칠 것 없이 단숨에 주제의 핵심에 육박하면서도 어느 순간 놀라운 제어력에 의해 반드시 도달할 곳에, 그 대미에 도착한다. 여기에 작가로서 장주원의 숨길 수 없는 재능이 여실히 드러난다.
위트와 풍자와 반전 같은 허구적 에피세트로 가득한 그의 글들이 독자들에게 현실적인 진정성과 설득력을 전하고 있는 것은, 그의 글쓰기 전략이 일상의 사건과 인물을 결합시키고 또 다른 사건과 인물을 파생시켜 내는 방식을 문학적 장치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우리가 편의적으로 장주원식 하이퍼리얼리즘이라고 명명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유괴

본격 미스터리의 거장 다카기 아키미쓰의 법정 추리극. 1960년 실제 일어난 유괴 사건을 집요할 정도로 취재해 그린 법정 미스터리에 본격 미스터리 요소를 적절하게 가미한 범죄 소설이다. 당시 사회적으로 화제가 되었던 사건을 중립적인 시선으로 다뤄 사회파적인 색채는 물론, 논픽션 소설의 리얼리티, 본격 미스터리의 반전까지, 작가 다카기 아키미쓰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붉은 눈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시리즈 6권. 호러와 본격 미스터리 양 분야에서 왕성한 집필 활동을 이어오며 일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탄탄한 팬층을 확보한 미쓰다 신조의 첫 호러 단편집이다. 단편 소설 여덟 편과 엽편 소설 네 편이 수록된 이번 작품집은 작가가 실제로 근무했던 잡지사의 편집자가 등장하는가 하면 ‘도조 겐야’ 시리즈를 쓰는 작가가 이야기를 풀어나가기도 하고, 실존하는 사진집이 언급되기도 하는 등 미쓰다 신조가 직접 겪은 괴이한 일들을 들려주는 듯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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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도착했어요.
집에 돌아오니까, 떡 하고 보였습니다.
손창섭 단편, 레미제라블, 죄와 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학창시절 이후로 오랜만에 집는 거라 더 새로이 다가올 듯합니다. 벌써부터 두근두근하고 있어요. 번번이 미뤄뒀다가. 반값 이벤트에 옳거니 하고 담았습니다. (웃음)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세트 - 전3권

젊은 시절, 8년 간 시베리아에서 유형하면서 들었던 이야기 하나가 그의 마지막 작품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의 모티프가 되었다는 사실도 매우 흥미롭다. 그는 옴스크의 감옥에서 ‘친부 살인범’인 한 귀족 출신 남자에 대해 알게 되었다. 방탕한 생활을 하다가 결국 유산을 노리고 아버지를 살해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도스토예프스키는 그 후 그 남자가 무죄였으며, 실제로 범죄는 남자의 약혼녀를 사랑했던 동생의 소행이었다는 사실을 전해 듣는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이 사건에 대한 메모를 차근차근 정리해 갔으며, 마침내 3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난 후 소설로 완성했다. 따라서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은 그의 전 문학 인생에 걸친 대 기획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신과 종교, 삶과 죽음, 사랑과 욕정, 인간 본성의 문제를 탐구해 낸 대서사시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은 심오한 사상과 다양한 주제 등 내용 면에서뿐 아니라 그 분량도 방대한 편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단적인 소재와 긴장감 넘치는 구성으로 인해 한번 손에 들면 끝까지 읽어 내려가게 된다. 부자간의 재산 다툼, 한 여자를 둘러싼 갈등, 결국 이런 반목에서 이어지는 친부 살해라는 다분히 선정적인 소재에, 범죄소설 혹은 추리소설 기법으로 쓰인 이 작품은 도스토예프스키의 다른 어떤 작품보다도 가독성이 높다. 여기에, 독특한 개성을 지닌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됨으로서 자극적인 사건은 보다 더 흥미롭게 전개된다.

죄와 벌

 

『죄와 벌』은 도스토예프스키가 사형선고에 이은 8년간의 유형 생활 후 두 번째로 발표한 작품이다. 전작 『지하로부터의 수기』에서 싹튼 새로운 ‘인물 유형’과 소설 기법이 바로 이 소설에서 만개하여, 인간의 가장 깊은 곳에 숨겨진 심리가 낱낱이 파헤쳐진다. 작가 스스로 『죄와 벌』은 “범죄에 대한 심리학적 보고서”라고 밝혔듯, 죄와 속죄에 대한 다양한 인식들이 팽팽하게 갈등하고 교차한다. 이 소설은 도스토예프스키가 작가로서의 성숙기에 정점을 찍을 수 있게 했고, 또한 조이스, 헤밍웨이, 고리키, 버지니아 울프, 토마스 만, 헨리 밀러, D. H. 로렌스를 비롯한 위대한 작가들에게 커다란 영감을 주었다.

레미제라블 세트 - 전5권

“한 저주받은 비천한 인간이 어떻게 성인이 되고, 어떻게 예수가 되고, 어떻게 하느님이 되는”지 그려 낸 『레 미제라블』은 빅토르 위고가 삼십오 년 동안 마음속에 품어 오던 이야기를 십칠 년에 걸쳐 완성해 낸 세기의 걸작이다. 워털루 전쟁, 왕정복고, 폭동이라는 19세기 격변을 다룬 역사 소설이자 당시 사람들의 지난한 삶과 한을 담은 민중 소설이며, 사상가이자 시인으로서의 철학과 서정이 담긴 작품이기도 한 이 소설은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세계”나 다름없으며 인간 삶과 세상을 아우르는 모든 것이 이 작품 속에 담겨 있다.

손창섭 단편전집

 

손창섭의 한 마디

따뜻한 가정과 사랑이란 것을 모르고 어려서부터 거칠고 냉혹한 현실의 가파름 속에 던져져야 했던 나는, 어떻게 해서든지 살아야 된다는 발악과 역경 속에서 인간 형성의 가장 중요한 소년기와 청년기를 보내온 내가 비로소 자신을 자각했을 때, 나의 눈앞에 초라하게 떠오른 나의 인간상은, 부모도 형제도 고향도 집도 나라도 돈도 생일도 없는, 완전한 영양실조에 걸린 육신과 정신이 피폐한 고아였던 것이다. 나에게는 밥이, 인정이, 고향이, 집이, 휴식이, 그리고 따뜻한 위로와 격려와 지도가 아울러 필요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나와는 인연이 없었다. 그렇게도 절실히 내게 필요한 것들을 남들만이 모두 차지하고 있었다.

이미지 인문학 1


《이미지 인문학》은 ‘무한한 이미지’의 세계를 이미지의 역사와 철학, 그리고 미학을 횡단하며,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만들어낸 미학적 패러다임의 변화 양상을 보여준다. 인간의 정신을 기술적 매체와의 관계 속에서 탐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가 말하는 디지털 ‘이미지’는 회화, 사진 등 전통적인 이미지뿐만 아니라 사물이나 생물, DNA, 비트, 나노까지도 포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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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3, 리스트.]
:

최근 구입한 책들 한꺼번에 넣었습니다. 몇몇 빠진 것은 드문드문 채웁니다. (;)


즐거운 독서 후에, 리뷰 차근차근 쓸게요. 리뷰 너무 밀렸습니다. T_T

 

 

2010~2012 기간에는 소장한 책만 읽는다고 신간을 거의 사지 않아서, 사고 싶은 책이 마찬가지로 너무 밀려 있습니다. 최근에 그 즈음 나왔던 신간을 더러 구입했는데, 그것은 차차 다른 리스트에 붙이겠습니다. (웃음)

 


나의 방랑

랭보는 시적 진화가 매우 급격했던 시인이다. 랭보의 뛰어난 감성과 지성은 다른 상징주의의 대표자인 보들레르나 폴 발레리와는 달리 완충장치 없이 격렬히 맞부딪히며, 이러한 충돌의 산출물이 랭보 시문학의 본질을 구성하게 된다. 초기의 시편들은 반교권주의가 시의 중심 테마였으나, 보불전쟁이나 파리코뮌을 거치면서 그의 날카롭고 신랄한 어휘는 부르주아 혹은 제국주의의 지배자들을 향한 사회 ‧ 정치 비판으로 옮겨갔다. 1870년의 작품은 이데올로기적 투쟁이라기보다는 사회 지배 세력에 대한 어린 시인의 감성적 항거에 머물렀다고 볼 수 있으나, 파리코뮌과 코뮌의 처참한 몰락 이후에는 사회를 집단적 진보의 대상으로 보기 시작했으며, 시의 사회적 책무와 ‘투시자’로서의 시인의 역할을 강조했다.
 

당신이 어두운 세수를 할 때

길을 잃으러 가고, 가고, 가는 길
 신화적 상상력, 위력적인 리듬, 풍성하고 섬세한 시어로 평단과 독자에게 확고한 지지를 받고 있는 시인 김근이 세 번째 시집 『당신이 어두운 세수를 할 때』(문학과지성사, 2014)를 출간했다. 시인은 첫 시집 『뱀 소년의 외출』(문학동네, 2005)에서 이곳이 아닌 저곳에 대한, 울타리 안이 아닌 밖을 향한 동경과 희망을 실천하기 위해 설화적 시공간의 흐물거리는 여정을 감내해냈다. 그런가 하면 두 번째 시집 『구름극장에서 만나요』(창비, 2008)에서는 오랫동안 ‘안’을 버리고 ‘바깥’에 소속되고자 했으나 거듭 실패하고 끝내 안으로의 회귀마저 불가능해진 자에게 지금 현재 허락된 위치가 어디인지를 탐지했다. 그 결과 길 잃은 자에게는 구름과도 같은 무형의, 영사된 화면과도 같은 비실재의 공간만 주어질 뿐이었는데, 시인은 거기서라도 ‘우리’가 조우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타진한 바 있다. 그 후 6년이 흘렀다. 김근의 시적 화자는 그동안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었을까. 이 시집의 머리말 격인 ‘시인의 말’을 대답으로 읽을 수 있겠다. 동시에 시 쓰는 자의 숙명으로도 읽힌다.

모음들이 쏟아진다

이재훈 (시인) 

 


: 정재학의 시는 90년대 후반부터 전위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하나의 영토이자 세계다. 이천년대의 소위 모던한 시인들치고 정재학 시에 빚을 지지 않은 자는 드물다. 그는 시공간을 넘나드는 상상력과 환상적이고 그로테스크한 이미지, 미니멀리즘의 감각세계, 그리고 예민한 정신분석의 세계에까지 다양한 범주로 전위적인 개성을 선보였다. 하지만 그의 세계는 새로움의 외피를 입은 언어적 양식으로만 그치지 않는다. 유희를 넘어 그는 늘 묵직하게 자아의 내면세계를 오래도록 탐하였다.
이번 시집에서 그는 언어로 연주하는 재즈에서부터 씻김굿까지의 향연을 펼친다. 음(音)을 색(色)으로 치환하여 자신의 몸으로 감각화시키는 그의 재기가 곳곳에서 펼쳐진다. 그의 음계(音階, 音界)는 새로운 화성학이라 할 만한 불협화음적인 상상력과 악기의 상상력, 음악인의 삶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색채를 시어로 연주한다. 더 나아가 음악과 시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제의(祭儀)의 세계를 낯선 방식으로 꼴라주한다. 서양음악에서부터 우리의 소리로까지 수렴되는 과정을 따라가보면 신비한 빛을 발하는 길목에서 걷고 있는 그의 뒷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새롭게 선보이는 장면들은 교사와 학생들이 어울려 있는 교실의 공간이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몇몇 시들은 지금의 교육현실과 학창시절의 기억이 중첩되면서 소름이 끼쳐지기까지 한다. ‘흑판’ 연작은 환상적 이미지를 통해 고통받는 아이들의 교실을 환기하고, 경찰관이 시체를 두고 벌이는 ‘공모’는 지금 현실의 은유이다. 어쩌면 이 풍경들은 환상이 아니라 가장 극적인 현실인지도 모른다

핸드메이드 픽션


박형서의 한 마디

죽어 신(神) 앞에 섰을 때
작가는 그간 탈고한 모든 글을 소명해야 한다.
그 노역에 이 책이 더해졌다.
2006년 겨울부터 2010년 겨울까지의 단편들을 묶었다.
오래 버틸 질문도 있을 거고, 훨훨 증발할 농담도 있을 거다.
업둥이 같은 공상도 있을 테고, 너덜거리는 훈수도 있을 거다.
돌아볼 마음 따위는 없다. 부끄럽지 않다.
여기 실린 이야기 하나하나가 전부 나다.
내 손으로 썼다.

2011년 가을

현기증


대표작 《신드롬 E》를 비롯해 틸리에를 명실상부한 톱베스트셀러 작가로 자리매김하게 해준 정통 형사물 샤르코-엔벨 3부작과 달리, 전대미문의 밀실 스릴러라 할 수 있는 이번 작품은 악몽과도 같은 현실, 극한 상황 속에서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 ‘선택’을 해야 하는 현실을 그리고 있다. 외부와 완벽하게 단절된 공간, 단 세 사람이 최소한의 식량으로 ‘생활’이 아니라 ‘생존’을 간신히 이어나가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사회적 금기는 존재하지 않고, 도덕과 윤리라는 이름으로 억눌러둔 내면의 광기가 표면으로 올라온다. 일간지 <악튀알리테>가 “인간의 조건에 관한 깊은 고찰을 담은 소설”이라고 평가한 이 작품에서, 마지막까지 인간다움을 지키고자 하는 이와 생존 본능에 충실하고자 하는 이 사이의 첨예한 갈등,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어쩔 수 없는 충돌로 인한 끔찍한 결과는 참혹하기보다는 오히려 처연하게 느껴진다.

 

잠수 한계 시간


율리 체는 스벤의 도피와 잠수, 그리고 마지막 변화에 이르기까지, 단순한 살인 사건이나 스릴러적 재미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한다. 우리는 현실로부터 도피하려고 하고 있지는 않은가? 개인주의라는 틀에 갇혀, 나 혼자만 괜찮으면 된다는 의식 아래 주변 일에 눈을 감고 귀를 닫고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은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물 바깥, 현실 삶을 외면하고 물 아래, 주변 사람도 없고 분쟁도 없는, 귀찮을 일도 화날 일도 슬플 일도 없는 물 아래에서 잠수하려고 하고만 있는 것은 아닌가? 그리고 이러한 목소리를 던지는 것이야말로 작가 율리 체의 진면목이라고 할 수 있다.

미술가를 위한 빛의 이해와 활용

리처드 요트의 한 마디

언제나 변화무쌍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빛, 빛은 모든 시각예술의 핵심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그걸 제대로 설명한 정보는 정말 찾기 힘듭니다. 저도 전통 회화나 컴퓨터 그래픽을 다룬 책을 수없이 뒤져 봤지만, 빛에 대해서는 아주 얕게만 훑고 넘어가는 게 대부분이더군요. 빛은 사실 꽤 까다로운 주제이고, 사실적인 환영을 구현하려면 빛의 물리적 작용을 반드시 이해해야만 하는데도 말입니다.

빛은 관찰에 기반을 둔 미술의 반석과도 같고, 구도와 이야기 연출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시각미술에서 이토록 중요한 측면이 이제까지 너무나 가벼이 취급되어 온 셈입니다.

그래서 저는 빛을 상세히 다룬 책을 직접 쓰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이 책의 내용 대부분은 저 스스로의 관찰을 바탕으로 합니다. 그래서 제 주관적인 판단이 어느 정도는 들어가 있고, 예술이란 게 다 그렇겠지만 모두가 동의할 수는 없을 겁니다. 또한 어떤 내용은 너무 뻔해서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고 보는 분도 있을지 모르겠군요. 하지만 저는 이 책이 빛의 이해와 활용을 다룬 기초 입문서를 넘어서서 모두에게 뭔가 새로운 것을 제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여러분이 이 책을 발판 삼아 스스로 세계를 면밀히 관찰하고, 객관적인 동시에 주관적인 빛의 특성을 탐구하는 수준까지 나아간다면 더욱 기쁜 일이겠습니다.

사랑은 어느날 수리된다


최치언 (시인) 

 


: ‘이 명랑, 이 발랄!’로 요구되는 사랑의 확장이라니! ‘앞도 뒤도 옆도 돌아보지 않는 사랑’에 대한 궁극의 갈망이라니! ‘그해 봄밤 미친 여자가 뛰어와 내 그림자를 자신의 것이라 주장했던 것처럼’ ‘바닥을 견디는’ ‘자신을 견디는’ 사랑의 구현으로 시인은 자신의 전생과 현생과 다음 생을 전생화(全生化)시키고 싶었던 것인가? 그리하여 시인은 ‘강 옆에서 물이 다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나는 내가 다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인가?

‘아무것도 사지 않았’지만 ‘값을 치러야 했’던 ‘사람’은 곧 ‘삶’이라는 것.

순간, 한 시인의 생이 시를 통해 이토록 ‘끔찍하게’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것에 ‘설명하고 싶었지만 설명할 수 없는 차원으로’ 나에게도 ‘공연히 무작정의 눈물이 왔다’.

아, ‘저 파랑, 저 망망!’

단언컨대,
이 시집은 ‘죽기 전에 한번 봐야겠’는, 우리 모두의 ‘사랑이 울 만한 곳’이다.

탐정사전


소설과 영화, 드라마와 만화 등 대중문화의 역사 속에 등장한 중요한 탐정 110명을 뽑아 해설한 책이다. 아서 코난 도일이 창조한 영국 탐정 셜록 홈즈를 필두로 필립 말로, 루 아처 등의 하드보일드 탐정, 제시카 플레처와 형사 콜롬보와 같은 텔레비전 시리즈의 주인공, 소년탐정 김전일과 명탐정 코난 등의 만화 캐릭터, 유불란과 모돌이 탐정으로 대표되는 한국 탐정까지 폭넓게 수록했다.

이 책에 등장하는 탐정들은 단지 미스터리 장르의 중요한 등장인물일 뿐만 아니라 자신을 둘러싼 환경과 조건에 반응하는 입체적인 인물 유형이다. 다양한 관심사와 주제를 함축하는 캐릭터라는 점에서 흥미로울 것이다.

 

 

 

 

알로하


김인숙 (소설가) 

 


: 윤고은의 이름을 보면 드는 생각이다. 이번엔 또 뭘까. 매번, 탱탱, 소리를 낼 듯한 상상력이다. 수면 바로 아래에서 꼬리를 치며 쉼 없이 헤엄치는 물고기처럼. 이야기를 물면 놓지 않는다. 악착같이 물고 바닥까지 내려간다. 여기, 술 마신 사람들의 전화를 받아주는 사람이 있다. 외로운 목소리를 받아 고독의 수심으로 내려가는 사람이다. 그전에는 혼자 밥 먹는 것을 익히기 위해 학원에 다니던 사람이 있었고, 또 그전에는 어느날 갑자기 여러개의 달이 뜬 세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또 여기, 지구가 둥근 것은 누군가를 잘 미끄러지게 하기 위해서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윤고은이다. 마침내 책 속의 행간이 되기까지 하는, 줄과 줄 사이에서 배 속에 바늘을 삼키고 헤엄치는, 그래서 날카롭고 묵직한 윤고은이다. 나는 어느새 이 작가의 다음 소설을 기다린다. 다음엔 또 무엇이 올 것인가. 이야기의 끝에 딸려오는 것이 삶이 아니겠는가. 존재 전체의 무게가 아니겠는가.

 

This is Dali 디스 이즈 달리

This is 시리즈. 서양 미술계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아티스트들의 삶과 작품세계에 재미있고 유머러스한 일러스트를 곁들인 독특한 그래픽 평전 시리즈이다. 시리즈 제목에서 말하듯 한 아티스트의 세계를 응축시켜 담아냈다. 이 책에서는 순수미술의 정돈된 규칙을 깨트리며 거침없는 상상력으로 지금까지 많은 이들을 매료시키고 있는 달리의 작품세계를 담았다.

1030


하드보일드 액션 스릴러계의 독보적인 캐릭터, 잭 리처
195센티미터의 키에 110킬로그램의 거구, 어디서나 눈에 띄는 외형을 가졌지만 그는 어디에도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싶어 하지 않는다. 옷이 필요하면 그때마다 사 입고, 입었던 옷은 쓰레기통으로 직행. 작은 여행 가방 하나도 리처에게는 거추장스러울 뿐이다. 고독한 영웅 잭 리처는 그렇게 물처럼 바람처럼 세상을 부유한다.
리처가 가는 곳에는 늘 사건사고가 잇따르지만 동물적인 직감과 재빠른 판단으로 거침없이 문제를 해결해나간다. 그는 세상을 바로잡으려는 게 아니다. 그저 사람들이 잘못된 일을 하는 것이 싫을 뿐. 작가는 부조리한 이 시대에 한 명쯤은 존재했으면 하는 인물을 잭 리처에게 투영하여 다른 그 무엇보다 정의가 필요한 세상임을 역설한다.

폭스 밸리


《폭스 밸리》에 등장하는 작중인물들은 사회적으로 크게 성공을 거두었거나 지위가 높거나 뛰어난 두뇌를 가진 사람들이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 즉 평범한 우리의 이웃들이 대부분이다. 우리는 더불어 살아가는 친구, 직장 동료, 이웃에 대해 얼마나 많이 알고 있을까? 매일 함께 식사하고, 같은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고, 수시로 대화를 나누는 친구가 있다고 치자. 생활공간이 같고, 자주 만나 서로의 고민을 이야기하고, 함께 미래에 대한 꿈을 꾼다고 하더라도 그 친구에 대해 모든 걸 알고 있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앰트

작가는 ‘앰프 대 순수 인간’이라는 단순한 대립 구도로 이야기를 이끌어가지 않고, ‘극단주의자 대 평화주의자’의 구도에 초점을 맞춘다. 작품 속 앰프와 인간 사이의 분쟁은 머리에 보조 장치를 단 자와 그렇지 않은 자의 갈등이 아니라,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급진주의자에 의해 일어난다. 돌이킬 수 없는 사고로 어쩔 수 없이 보조장치를 달게 된 오웬, 앰프들 사이에서 살며 그들을 적극으로 도우려는 순수 인간 짐 박사, 오웬의 도주를 도와준 대형 화물차 운전기사 등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은 앰프와 순수 인간 사이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하지만 두 진영 간의 분쟁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조지프 본 의원과 같은 이들은 화해가 아닌 전쟁을 원한다. 다양한 철학과 이데올로기, 이론, 종교가 한데 모여 평화롭게 공존하는 것처럼 보이는 현대 사회에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비합리적인 분쟁(더 나아가 전쟁)의 원인을 작가는 그러한 형태로 표현해냈으며, 또한 모순된 현실 앞에서 점점 변화해나가는 오웬의 모습을 통해 작가는 사회적 갈등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다.

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

김중혁은 서늘하고 음습하며 냄새나는 기운을 묘사하며 우리를 악어동네로 인도하지만 막상 그 동네에 들어가 보면 구동치와 같이 친근하고 편안한 마음을 느낄 수 있다. 그것은 독특하고 개별적인 사람 누구라도 하루라는 일상의 숭고와 대면하고 있다는 것을 작가 자신이 충분이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누구보다 이런 일상을 사는 사람을 위로하고 싶었고 웃게 하고 싶었을 것이다. 소설 속에서 구동치가 김인천 형사가 쓴 소설 「역지사지 살인사건」을 읽은 뒤 평가하는 장면은 인상적인데, “빨리 읽을 수 있다는 건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이었다. 소설을 관통하는 뜨거운 심장이 느껴졌다”가 그것이다. 작가는 그런 소설을 꿈꾸지 않았을까. 어떤 관념에 이르기보다는 사람들 속에 숨은 슬픔의 틈을 이해하는 작가의 시선이 다시 한 번 따뜻하게 느껴진다.
: 단편집만 읽어오다가, 작가의 장편소설로는 처음 읽게 되는 책이다. 구입하지 않으려 했다가(;), 지인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솔깃해서 결국 구입하고 만 책.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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