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늦은 리스트입니다.

내일쯤 인문&과학 신간 리스트 작성 예정입니다.

덧붙임은 간간이 추가할 수 있어요. :)

 

인천 상륙 작전 세트 - 전6권

해방 직후의 정치적 혼란을 이야기한 1권, 미군정 아래에서도 계속되는 빈곤과 폭력을 다룬 2권, 대대적인 좌익 숙청을 벌이는 남한 사회의 풍경을 그린 3권, 한국전쟁 발발의 비극적 순간을 포착한 4권에 이어 5, 6권에서는 마침내 다가오는 인천상륙작전과 전쟁으로 파괴되어가는 사회의 참상을 담아냈다.
오직 살아남기 위해 좌우를 오갔던 당시 사람들의 생태를 사실적으로 그려내는 이 작품에서 독자들은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1940~50년대 남한 사회의 적나라한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또한 4.3사건, 여순사건, 인민재판, 한강인도교폭파, 보도연맹학살, 노근리학살 등 주요 사건들이 이야기 속에 비중 있게 다뤄지며 당시 역사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작가 보두앵은 달리의 나약한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 천재로 추앙받던 청년 시절을 지나 초현실주의 세계에서 정점을 찍은 기나긴 여정을 그림과 글로 옮겼다. 복잡하고 기괴한 달리의 세계는 실제 달리 작품에 등장한 개미의 입을 통하거나 보두앵 자신이 직접 책 속으로 들어가는 등 지금까지 보지 못한 색다른 그래픽노블로 완성되었다. 때로는 강한 목탄으로 때로는 부드러운 유화로, 각 페이지마다 마치 하나의 예술 작품을 보는 듯 그야말로 가장 초현실스러운 『달리』를 창조한 것이다.

 

 

 

 

 

 

“생레미를 배경으로 한 장면들을 그릴 때가 가장 즐거웠어요. 생레미에 가서야 빈센트는 드디어 마음의 평안을 찾고, 또 체념하는 법을 배우죠. 이 책을 아우르는 주제들이 하나로 집약되는 부분이 바로 생레미를 배경으로 한 장면들에서요. 그 덕에 아름다운 풍경들로 가득 찬 페이지들을 그릴 수 있었고, 그런 풍광들을 통해 삶과 위안에 대한 빈센트 본인의 생각들을 표현할 수 있었어요. <시외로 나가 그림을 그리고 있을 때면 우리 모두를 하나로 잇는 고리들을 몸으로 십분 느낄 수 있어.>라는 반 고흐의 생각을요.” -바바라 스톡-

 

 

 

 

 

 

쿠로코의 농구 27

세이린 고교에 입학한 카가미 타이가는 쿠로코 테츠야라는 너무나도 평범한 소년을 만난다. 존재감이라고는 전혀 없는 쿠로코에게 카가미는 환멸을 느끼지만, 사실 쿠로코는 '기적의 세대'라 불렸던 전설적인 최강팀의 멤버였는데…

 

 

 

 

 

 

 

 

 

 

먹이사슬이 정점에 있는 인간, 그 중에서도 가장 상위에 위치한 최정점의 존재-인간을 먹이로 삼는 그들의 이름은 ‘구울’. 인간과바로 그 ‘구울’이 뒤섞여사는 세상에서 대학생 카네키는 그 존재를 실감하지 못한 채 평범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죽을 목숨이었으나 놀랍게도 살아난 카네키. 그날부터 그는 ‘반 인간, 반 구울’ 상태의 돌연변이가 되어 인간의 날고기 외에는 식욕을 느끼지 못하고 모두 토해버리는 끔찍한 괴물이 되어버리는데...

 

 

 

 

 

 

 

<아오하라이드>는 ‘나답게’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를 필사적으로 찾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그렸다. 학교라는 좁은 세상에서 그들은 각자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위해 자신을 변화시킨다. 거짓된 친구관계여도 ‘혼자’인 것보단 낫다는 생각에 후타바는 자신의 성격을 꾸며내고, 자기 성향을 억누르느니 ‘혼자’인 것이 낫다는 입장인 유우리는 점심을 혼자 먹는다.
그러나 현재 내가 그것을 선택했다고 해도 그것이 영원히 ‘정답’일 수는 없다. 인간은 끊임없이 내면외면이 성장해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 한 가지는 변하지 않는다. 그들이, 그리고 우리가 계속해서 변화하는 이유는 지금보다 행복해지기 위해서라는 것.

 

 

오사는 여기서 어려운 용기를 보여준다. 침묵을 깨고 스스로 그러한 폭력의 함정에서 빠져나온다는 것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여성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처지를 인정받고 그들로부터 동조를 구할 수 있을 때만이 폭력에 대한 폭로가 가능하다. 따라서 바로 우리들, 가까운 친구나 친척, 이웃의 협조가 전제되어야 하며, 경찰이든 의사이든 판사이든 폭로의 과정 속에서 만나게 되는 전문가들의 이해가 절실하다. 말하자면 전 사회적인 이해가 필요한 것이다. - 국제앰네스티 프랑스지부

 

 

 

 

 

 

「기동전사 건담 UC 반데시네」는 원작 소설이 큰 인기를 끌었고 OVA(오리지널 비디오 애니메이션)가 6화까지 발매된(7화 완결 예정) 최신 건담 시리즈의 코믹판이다. 현재 『건담 에이스』에 연재 중으로 많은 우주세기 팬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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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만화 신간 리스트는 후에 작성합니다. :)
일요일에 들렀던 영풍문고에 예술 신간 코너가 사라져서, 엄청 당황했던 게 새삼 떠오른다.

 

 

플래너리 오코너

오코너의 소설은 심각한 결함이나 뒤틀린 성품을 지닌 인물이 등장하여 쇠락하고 기괴한 상황을 배경으로 격렬한 사건을 일으키는 남부 고딕 문학에 속하지만, 여타의 남부 고딕 작품들과 다른 점은 초반에는 이렇다 할 비극적인 분위기 없이 평온하게 전개된다는 것이다. 비극은 대체로 느닷없는 반전처럼 찾아오며, 깊은 신앙으로부터 얻어진 깨달음을 기반으로 하여 작품은 탁월한 차원을 획득한다. 아울러 오코너는 관성적인 기만이 지배하는 세상에 대한 고도의 풍자를 위해서 역설이란 수단을 사용했으며, 단호하고 세련된 문체로 인물들을 희화화했다.
: 우선 단편집이란 요소에 더해 느닷없는 반전이라니, 무조건 담기. 근래 읽었던 소설들 중에는 이렇다하게 반전이랄 게 없어서 아쉽고 답답했다.

 

 

얼음의 자서전

『얼음의 자서전』은 지난 2005년 출간했던 동명 시선집의 개정증보판으로, 1977년 등단 이후 발표한 첫 시집 『대설주의보』(민음사)부터 2010년 발표한 『북극 얼굴이 녹을 때』(뿔)에 이르기까지, 30여 년간 발표된 13권의 시집 중에서 145편을 최승호 시인이 직접 엄선한 것이다. 서문에서 “시를 뽑는 동안 나는 최승호의 한 독자였다.”라고 시인 본인이 밝히고 있듯,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은 최승호라는 한 개인이 시인으로 살아온 동안 남긴 다수의 작품 중에서 작품성이 우수하다고 판단되면서도 시인 자신의 마음에 드는 것만을 가려 뽑은 선집으로, 최승호의 여러 저작들 중에서도 단연 최승호를 대표하는 작품집이라 할 만하다.
: 2005년 출간하신 시집은 소장하지 않았으니, 이번 개정증보판을 주문해야지!

 

 

 

《열흘간의 불가사의》는 전체적으로 성경을 주요 모티프로 취하면서도 마치 한 편의 그리스 비극을 보는 듯한 비장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욕망과 애증, 집착이라는 치명적 약점을 안고 몸부림치다 결국 나락으로 떨어지고 마는 작중 인물들의 모습은 성경이 가진 장엄함과 대비되어 소설 전반에 긴장감을 더한다. 《더블, 더블》 역시 어린아이를 위한 동요를 모티프로 어른들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잔혹한 살인 사건을 다룸으로써 인간이 가진 추악함을 더욱 극적으로 드러내 보인다. 동시에 인간의 불완전함이 빚어낸 사건들을 뒤쫓으며 비극적 결말을 예감하고 흔들리는 엘러리 퀸의 모습, 뼈아픈 패배 앞에서 한계를 느끼고 고뇌하면서도 묵묵히 자신이 짊어져야 할 책임의 무게를 받아들이는 그의 모습에서 인간 내면의 선함도 들여다보게 한다. 그리고 두 작품은 궁극적으로 ‘인간의 본성이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보편적인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조선 누아르, 범죄의 기원

소설은 조선의 밤을 지배한 ‘검계’를 둘러싼 폭력과 그들과 결탁하는 검은 세력의 아귀다툼을 그린다. 현대 사회의 마피아나 조직폭력배와 다름없는 검계를 두고 일어나는 사건들은 특정한 시대나 역사적 사실과는 별개로 지금 우리 사회를 되돌아보게 한다. 간결하면서도 입체적인 캐릭터들이 각자가 가진 욕망의 프리즘을 통해 이야기를 이끌거나 혹은 전복시킨다. 면밀하게 전개되는 심리전과 반전은 자금까지의 한국 소설이 쉽게 보여 주지 못했던 기민한 서사이자 민첩한 문장에서 기인한다.
소설은 조선 시대의 누아르를 통해 시대가 파멸되는 과정을 냉철하게 그린다. 또한 인간이 짐승이 되어 가는 이유를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소중한 이를 잃고 자신의 목숨마저 내놓을 뻔했던 나용주는 여러 차례 탈을 바꿔 쓰며 거대한 적들을 향해 복수의 칼날을 겨눈다. 그의 복수는 성공할 것인가? 성공한다고 해서 좋은 세상이 올 것인가? 누아르는 정답을 말하는 장르가 아니다. 악(惡)을 악(惡)으로 응징한 국가 권력은 새로운 악(惡)을 계속해서 낳을 것이다. 그것이, 『조선 누아르, 범죄의 기원』이 건네는 유일한 답이다.

 

 

소설 창백한 말 시즌 1-2

마녀는 주술의 힘을 가진 공포의 대상 또는 이성을 유혹하는 섹시한 여성으로 영화, 드라마, 만화 등에서 다양하게 변주되며, 이야기를 매력적으로 이끌어 가는 존재로 인기를 끌고 있다. 《소설 창백한 말》의 원작, 포털 사이트 DAUM 웹툰 <창백한 말> 역시 매혹적인 마녀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을 뛰어난 작화와 탄탄한 스토리 라인으로 보여주며 연재 시작과 동시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 웹툰을 접하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일단 궁금하니까 리스트 담기.


 

 

 

 

얼음 속의 소녀들

김봉석 (대중문화평론가) 
: 진실이란 늘 모호하다. 스웨덴의 아름다운 시골 마을이 사실은 악의 소굴인 것일까. 이 소설을 읽는 내내 의심하고, 그 안에서 무엇이 사실이고 망상인지를 찾아내야 한다. 억압적인 체제의 무게가 한껏 드리워졌던 《차일드 44》와 다르게 《얼음 속의 소녀들》은 주관적인 묘사와 판단을 통해 삶의 이면에 담긴 진실을 추적한다. 헉헉거리며 쫓아가다 보니 도착한 곳은, 진실이지만 선의 세계는 아니다. 결국은 도달해야만 하는 것은 진실 자체가 아니라 마음의 지옥을 이겨낼 수 있는가이다.


 

 

 

 

드러누운 밤

꼬르따사르는 당대에 이미 단편소설의 대가로서 동료 문인들이나 평단으로부터 이론 없는 정평을 얻었는데, 그가 달성한 문학적 견고함은 논리와 질서로 빈틈없이 짜인 하나의 정연하고 완결적인 세계를 재현해내는 데 있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의 작품들은 우연성과 예외성으로 가득 찬 세계, 즉 우리가 살아가는 그대로의 구멍 난 세계를 묘파하며 독자를 작품 속으로 끌어들인다. 부수적인 정보는 물론이고, 작품을 이해하는 필수적인 정보들마저 모호하게 제시되고 독자는 읽어나갈수록 점점 더 큰 혼란과 불안에 맞닥트리게 된다. 이를테면 「시내버스」에서는 끌라라라는 인물이 시내버스에서 겪는 상황을 그리지만, 정작 끌라라에 대한 구체적인 서술은 찾아볼 수 없다. 인물에 대한 설명과 같은 이야기를 풀어가는 실마리들은 물론이고 핵심조차 의도적인 공백으로 남는데, 끌라라는 시내버스 안에서 다른 승객들이 가하는 무언의 압박 아래서 공포에 가까운 불안을 느끼지만, 작중 인물들이 왜 그러는지, 문제 상황의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지는 끝끝내 명확히 알 수 없다. 「남부고속도로」에서는 빠리를 향하던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초유의 교통 체증에 가로막혀 도로에 머물게 되는데, 대체 얼마 동안 길에 머문 것인지, 과연 빠리를 향하고 있는 것은 맞는지, 끝으로 갈수록 납득할 만한 이해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이해했다고 믿던 것들마저 흔들리고 마는 아찔한 상태를 경험하게 한다. 이같은 의도적인 서술상의 빈틈은 한통의 편지 형식으로 씌어진 「빠리의 아가씨에게 보내는 편지」에서도 잘 드러난다. 빠리로 떠난 한 여성의 집에 잠시 머물게 된 편지의 발신인은 내내 자기 이야기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별 같은 기초적인 정보조차 드러나지 않는다. 「악마의 침」을 읽는 이들은 심지어 화자가 누구인지, 작품 속 시공간을 어떻게 인식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혼돈에 빠지고 만다.

 

 

낙서침공 (책 + 미니북)

: 좋아하는 타입의 밑그림이라 컬러링북 호기심 급 상승!

 

 

 

 

 

 

 

 

 

그때 그 디자인

오늘의 한국 디자인은 어디쯤 와 있을까?
쉴 새 없이 달리다 보면, 뒤를 돌아보기 어려워진다. 얼마나 나아갔고, 어떻게 변했는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면 역사는 제몫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미래를 위해서뿐만 아니라 과거에도 이정표가 필요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20세기 한국 디자인의 변화상을 근거리에서 지켜본 지은이가 크고 작은 일화들을 되살려 담아둔『그때 그 디자인』은 한국 디자인사의 작은 이정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디자인 인문학

디자인이 멀리서 인문학을 찾을 필요는 없다. 저자에 따르면, 디자인에는 인문학의 모든 분야들이 응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깨닫게 되는 것은, 디자인이란 인문학 분야의 다양한 성취들을 총체적으로 담아 표출하는 ‘인문학의 꽃’이자 그 스스로가 인문학이라는 사실. 디자인은 이미 인문학이었다.
따라서 지금 우리 디자인에 필요한 것은 인문학이 아니다. ‘인문학적 태도’이다. 이러한 접근을 토대로 인간과 온전히 소통하는, 진정한 인문학적 디자인을 기대한다.

 

 

아트 오브 레고®

레고 예술가는 모네의 「해뜨는 풍경」을 보고 수천수만 개의 레고 부품이 들어갈 공간을 떠올린다. 작품을 분해하고 대상을 잘게 부숴 각양각색의 레고 브릭과 맞춰보는 상상을 한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사실적인 작품에서 가공할 상상력을 동원한 몽환적 작품에 이르기까지 이제 레고 창작품은 예술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고 있다.
이 책은 우주선, 대저택 그리고 신화 속의 동물 등 놀랍도록 아름다운 창작품을 고심 끝에 선별해 모은 레고 작품집이다.
: 어렸을 때 가지지 못했던 레고를 이제라도 사고 싶다는 유혹에 이끌리는 중.

 

 

 

스튜디오 프로젝트

크리에이티브 업계에서 이름을 널리 알린 여섯 팀이 각자 하나의 프로젝트를 선정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그 진행과정을 소개해 준다. 이들의 이야기와 함께 상세한 이미지들을 따라 프로젝트의 A부터 Z까지 세세하게 들여다보면 세계 유수의 디자인 스튜디오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살펴볼 수 있다. 또한 이를 통해 창의적인 영감을 얻을 수 있다.

 

 

 

 

 

 

 

Paint it Rock 2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록의 탄생부터 성장기를 다룬 전편에서 아쉬웠던 사항들을 교정하고 리뉴얼한 『Paint It Rock 1』과 함께 출간되는 2, 3편은 못다한 70년대 이야기부터 2000년대에 이르는, 록 역사 대장정이다. 전편의 주인공들이었던 엘비스 프레슬리와 비틀즈, 롤링 스톤스, 에릭 클랩튼, 레드 제플린에 이어 블랙 사바스, 딥 퍼플, 퀸이 프롤로그를 장식하며 데이빗 보위, 이글스를 거쳐 메탈리카, 너바나, 그린데이, 오아시스, 라디오헤드로 이어지는 록 스타들의 숨가쁜 릴레이가 펼쳐진다.

 

 

 

 

좋아 보이는 것들의 비밀, 브랜드 디자인

이 책은 브랜드에 관한 실무자의 생각을 정리하고 경험을 담아 보다 구체적이고 현장에서 경험한 실질적인 내용으로 구성하려고 노력했다. 저자는 여러 브랜드를 기획하고 단순히 브랜드 기획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제품을 디자인하고 생산하는 과정을 관리했으며, 나아가서는 홍보, 마케팅, 해외 시장 관련 업무들을 통해서 브랜드의 탄생, 성장, 쇠퇴 등을 겪었던 경험을 통해 느낀 브랜드에 관한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이야기들을 진솔하게 담았다.

 

 

 

잃어버린 젊음의 카페에서

스쳐지나간 한 존재에 대한 세밀한 기록

1960년대 파리 오데옹 사거리의 카페 ‘르 콩데’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작가는 거리의 모습처럼 카페가 가죽제품 전문점으로 변한 것을 안타까워한다. 그의 기억과 회환은 자신의 세계의 죽음을 애도하는 것이다. ‘잃어버린 젊음’이라 불리는 카페 ‘르 콩데’는 공허한 삶 속에서 정점을 찾기 위해 모여든 보헤미안들의 안식처이다. 그들은 오늘날 존재하지 않는 보헤미안의 젊음을 구현하거나 잃어버린 젊음의 향수 안에서 살아가고자 한다. 파트릭 모디아노는 변함없이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고, “잠시 램프 주위를 맴도는 나방들을 망각으로부터 구해주려고” 하듯 그림자뿐인 사람들에게 생명을 불어넣어준다. 카페 ‘르 콩데’에서는 아르튀르 아다모프, 모리스 라파엘 등 현실의 인물들이 소설 속 인물들과 서로 스쳐지나간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 루키가 있다. 루키는 새로운 삶을 위해 과거로부터 도망을 치고 이름을 바꾸며 자신을 변화하려 한다. 그녀는 자클린 들랑크이자 장피에르 슈로의 아내 자클린 슈로였으며 동시에 ‘르 콩데’의 루키였다. 그녀는 새로운 삶을 꿈꾸며 사람들에게서 도망치고 ‘르 콩데’에 이른다.

파트릭 모디아노의 분할된 자서전

『잃어버린 젊음의 카페에서』는 고등광산학교 학생, 사립탐정 케슬레, 주인공 루키, 그리고 작가 지망생 롤랑이 화자로 등장한다. 그들의 목소리로 서술되는 이야기들은 하나의 이야기로 재구성된다. 2005년에 발표한 『혈통』과 마찬가지로 작품은 작가의 자전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 작품 속 인물들 안에 작가 자신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첫번째 화자이자 학업을 중단하기로 결심하는 고등광산학교 학생은 글쓰기에 전념하기 위해 학업을 포기한 파트릭 모디아노 자신이다. 『작은 보석』 『도라 브루더』에 이어 작가의 여성적인 내면을 보여주는 인물 루키와 “기억 속에 불쑥 튀어나오는 사항들, 세세한 만큼이나 별 의미 없는 사항들”로 낯선 이들의 흔적을 좇는 사립탐정 케슬레 역시 파트릭 모디아노이다. 루키의 연인이었던 마지막 화자 롤랑 역시 스무 살에 파리의 “중립지대” 목록을 작성한 작가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다.


 

패션, 건축, 가구, 제품 디자인이 압축된 산업디자인의 꽃 = 자동차 디자인
 자동차에는 다른 제품에서는 볼 수 없는 최첨단의 기술과 유행의 흐름을 리드하는 디자인이 적용된다. 그래서 자동차 디자인은 ‘산업디자인의 꽃’이라고 불린다. 한 대의 자동차에 패션과 건축, 가구, 제품, IT기술이 모두 집약되어 있다. 이 책에서는 이런 복합적인 자동차 디자인의 발전사를 시대 흐름에 따라 설명한다. 책속의 부록 형태로 제공하는 ‘자동차 디자인 연대표’로 익스테리어와 인테리어 디자인의 흐름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특히 이번 개정증보판에서는 2020년까지의 자동차 디자인 흐름을 살펴 볼 수 있도록 기존 책에서 내용을 더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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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권 2014-12-09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관심가는 책들이 많네요! 감사합니다 :)
 

이노센트

『이노센트』는 작품마다 평단과 대중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현대 영문학의 대표 작가로 자리잡은 이언 매큐언의 초중기 대표작이다. 현대 문명사회의 다양한 폭력과 인간 실존의 문제를 놀라운 지성과 세련된 언어 감각으로 예리하게 포착해내는 매큐언의 이번 작품은 “거대한 사건들이 개인의 삶에 미친 영향이 발현되는 상황”에 줄곧 흥미를 가져온 작가가 CIA와 MI6의 실제 합동작전을 소재로 1990년 발표한 네번째 장편소설이며, 2차 세계대전 직후 냉전하의 베를린에서 펼쳐지는 한 청년의 잃어버린 순수와 사랑을 그렸다. 이후 발표되는 『속죄』의 치밀하고도 독특한 구성과 『체실 비치에서』의 애틋한 사랑, 『첫사랑, 마지막 의식』 『시멘트 가든』 등 초기작에서 선보인 충격적인 소재를 능란하게 다루는 특유의 대담함과 영리함을 모두 엿볼 수 있는 것은 물론, 장르적 측면에서도 “스파이 서사, 비극적 러브스토리, 통렬한 블랙코미디의 요소가 공존하는, 매큐언의 가장 다성적인 작품”(허핑턴 포스트)이다. 1993년 매큐언이 직접 각색한 시나리오로 이사벨라 로셀리니, 앤서니 홉킨스 주연의 동명 영화가 제작되기도 했다.


악몽

“오츠의 머릿속은 악마의 작업실이다.” _글로브 앤드 메일

『악몽』에는 개인의 꿈처럼 사적이고, 은밀하며, 그렇기에 한층 더 불온함을 내뿜는 일곱 편의 작품이 수록돼 있다. 오직 악마만이 꿰뚫어볼 수 있을 것 같은 인간 심연을 들여다보는 오츠는 시작도 끝도 없는 비논리의 꿈처럼 현실과 망상의 어두운 틈에서 우울하게 증식하는 이 이야기들을 통해 다시 한번 개인의 불안, 세계의 폐색, 우울과 광기의 폭발을 파고든다.

겨울 여행 / 어제 여행

페렉과 루보가 빚은 또하나의 새로운 ‘악의 꽃’―창작의 하늘 아래 모든 작가는 공범이다!

조르주 페렉은 문학사를 의심했다, 자크 루보는 그 의심을 하나의 사건으로 건축했다! 오늘 한 작가가 쓰고 있는 글은 전대에 썼거나 후대에 쓰일 것이다! 우리가 생각했던 게 다 있고, 생겨나고 있는 지금, 작가의 상상지대는 어쩌면 과거에 빚지고 미래에 빚질 창조적 소명에 대한 연대채무를 지닌 공모자들의 역사 무대인지도 모른다. 즉 페렉과 루보와 울리포 구성원들이 하나같이 이 ‘위고 베르니에’라는 인물을 통한 ‘미리 앞서간 표절’ 이야기에서 끊임없이 소급하고 있는 옛 작품들은 미래의 창작을 낳을 맹아임을 이 두 소설은 유쾌히 증명해내고 있다.
표지에 페렉과 루보의 얼굴이 조합된 묘한 이 이미지와 더불어, 두 작가의 불가사의한 공모로 꽃핀 이 ‘위고 베르니에’ 이야기는 말 그대로 또하나의 ‘악의 꽃’과 같다. 자크 루보가 보들레르가 위고 베르니에의 앞선 시집을 고스란히 베껴 스승 고티에와 문단을 속이는 고도의 허구 서사를 만들어낸 대목만 봐도, 우리는 창작의 세계에서 ‘영혼의 성스러운 매음’을 이야기한 저주받은 시인 보들레르의 『악의 꽃』이 그랬듯, ‘오늘의 미풍양속을 해친’ 또하나의 처벌시편을 보는 듯한 기시감과 동시에 이 교묘한 가짜 사실들로 화한 작품이 허구(창작)의 세계에서는 무한한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원천이 되는 통렬한 환희를 맛본다. 그리하여 작은 소품과도 같은 이 책은 독자로 하여금 문학의 역사, 창작의 역사, 또 그에 버금가는 표절의 역사에 대해 재미난 상상의 비전을 선물해줄지도 모른다.

보이드 씨의 기묘한 저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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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평원

l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24


현대 라틴 아메리카 문학의 디딤돌 역할을 해낸 후안 룰포의 유일한 단편집 『불타는 평원』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24번으로 출간되었다. 후안 룰포는 마르케스, 푸엔테스 등이 주도한 ‘붐 세대’보다 앞선 1940, 50년대에 라틴 아메리카 현대 소설의 토대를 마련한 멕시코 문단의 거장이다. 『불타는 평원』은 그가 처음 출판한, 그리고 그의 유일한 단편집으로, 정치적 변동과 산업화로 혼란스럽던 20세기 초반, 척박한 황무지에서 고단한 삶을 이어 가는 멕시코 민중의 삶을 라틴 아메리카 특유의 지역성과 결합해 쓴 열일곱 편의 작품이 수록돼 있다. 룰포는 이 작품들을 통해 가난과 폭력, 고독과 죽음 앞에 선 인간들을 통해 고유한 멕시코의 이미지, 나아가 인간 존재의 보편적인 이미지를 형상화했다. 특히 그는 작품들 속에서 의식의 흐름 기법, 다층적인 시점, 과거와 현재의 혼재 같은 20세기 현대 문학사의 큰 특징이 되는 경향을 시대를 한발 앞서 다루었고, 그 기법은 이후 현대 작가들에게 모범이 되었다.

세상의 마지막 밤

l 민음사 모던 클래식 33


 『세상의 마지막 밤』은 우리 사회의 변방에 내몰린 자들이 꿈꾸는 복수, 남루한 이들끼리 보듬고 나누는 애착, 그리고 존재한다고 어렴풋이 믿기는 하지만 살아서 도달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또 다른 세상을 찾아 떠나는 여행의 서사라고 볼 수 있다.
작가 스스로 “아주 솔직히 말한다면, 복수는 손바닥 이면으로 쓸어 내 버릴 수 있는 가벼운 감정이나 욕망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내면 아주 깊숙한 곳에 있는 더 근본적인 어떤 것”이기 때문에,
이 작품에는 복수의 피가 질펀하게 흐르지만 그 잔혹한 이미지들은 지옥과 이 세상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사랑의 힘 앞에서 따스한 인류애로 둔갑하는 것이다.


어둠 비탈의 식인나무

l 미타라이 기요시 시리즈


사회파 미스터리에 힘을 기울였던 시마다 소지가 약 8년 만에 다시 미타라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본격 미스터리로 회귀한 작품이다. 에도 시대 처형장이었던 요코하마 어둠 비탈을 배경으로 그에 어울리는 기묘한 사건들이 연쇄적으로 펼쳐지고,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미타라이가 활약한다. 작품 전반에 흐르는 괴기스럽고 환상적인 분위기는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만들고, 가상의 범인에 대한 공포와 궁금증을 배가시켜 본격 미스터리의 맛을 더욱 살리고 있다.

 

네버 고 백

l 잭 리처 시리즈


리 차일드는 매 작품에 강도 높은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번 작품에서는 최고 권력 집단이라 할 수 있는 미군 고위 장성들이 국가에 대한 신의를 저버리고 사사로운 이익과 쾌락만을 좇는 현실을 꼬집었다. 범법 행위가 수면 위로 드러날 위기에 처하자 그들은 아무 연관도 없는 민간인 신분의 리처를 제물로 삼는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비슷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약자는 권력 앞에 무력하고 권력자는 마음대로 세상을 휘두른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잭 리처가 필요하다. 그는 권력의 횡포에 굴하지 않고 강자 앞에서 더욱 강해진다. 독자들이 잭 리처에게 열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약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리처를 보며 우리는 대리만족을 느끼고 더 나은 세상을 꿈꾸게 된다. 바로 이것이야말로 잭 리처 시리즈가 우리에게 주는 진정한 즐거움이 아닐까.

 

메이드 인 공장

- 소설가 김중혁의 입체적인 공장 산책기


“우리는 비슷하게 살아가고 있으며, 모두 연결되어 있다고, 서로가 서로를 돕고 있으며, 서로가 서로의 부분을,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지구라는 거대한 공장에서 서로를 조립하고 있는 셈이다.” 이 책은 제지 공장부터 콘돔, 브래지어, 가방, 지구본, 도자기, 엘피, 피아노, 맥주 공장까지 15개의 다양한 공장에 대한 세심한 관찰기이며, 사람의 이야기이며, 물건들의 세계사다. 기억과 현재, 시간과 속도와 사람에 관한 김중혁 작가만의 느긋하고 다정하면서도 수다스러운 공장 탐방 산책 이야기가 펼쳐진다.


보다

- 김영하의 인사이트 아웃사이트


한동안 나는 망명정부의 라디오 채널 같은 존재로 살았다. 소설가가 원래 그런 직업이라고 믿었다. 국경 밖에서 가끔 전파를 송출해 나의 메시지를 전하면 그것으로 내 할 일은 끝이라고 생각했다. 2012년 가을에 이르러 내 생각은 미묘하게 변했다. 제대로 메시지를 송출하기 위해서라도 내가 사는 사회 안으로 탐침을 깊숙이 찔러넣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내가 보는 것, 듣는 것, 경험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고 그것을 글로 표현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_‘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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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백가, 공동체를 말하다

국가란 무엇인가? : ‘공동체’라는 창을 통해 제자백가 읽기
 오늘의 관점으로 보면 제자백가 사상은 치열한 정치 논쟁에 다름 아니다. ‘어떻게 하면 이 공동체(국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어떤 방법으로 공동체의 미래와 청사진을 그려볼까?’ 하는 문제를 고민하는 것이 정치일진대, 그들은 실제로 이런 문제를 고민했고 그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각자 자신의 사상을 펼쳐갔다.
그러므로 공동체를 중심으로 그들의 사상 하나하나를 살펴보면 곧바로 그들의 사상 중심부로 진입할 수 있으며, 오늘날 우리가 어떤 국가를 만들어가야 할지를 고민할 때도 그들의 이야기가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들이 꿈꾸었던 이상적인 공동체는 어떤 모습이었으며, 그러한 이상적 공동체의 토대를 만드는 데 필요한 대안과 통찰은 무엇이었을까.
부유한 나라를 꿈꾸었던 극단적 실용주의자 관중, 역사상 첫 인본주의자이자 진정한 어른으로 존경받았던 안자, 위태롭지 않게 백성을 보호하는 게 국가의 첫째 사명이라는 손자, 씨족공동체적 삶을 그리워했던 이상주의자 공자, 인민의 합의를 통한 체계적 행정망과 큰 정부를 지향했던 묵자, 만민이 법 앞에 평등한 공화국을 꿈꾸었던 국가주의자 상앙…. 그리고 그들은 다시 우리에게 묻는다. 한국 사회의 갈 길은 무엇이냐고, 대한민국의 청사진은 있느냐고?


겹겹의 공간들

우리 주변의 공간 대부분은 굳어진 관념이나 진부해진 이미지들에 갇혀 공간 본래의 성격과 표정은 사라지고 대상화될 뿐이다. 저자는 둔해진 감각, 게으른 습관으로만 공간을 인식했던 우리의 타성을 경계하는 방편으로 공간을 낯설게 보고, 공간에 겹겹이 드리워진 이미지들을 걷어낸 뒤 텅 빈 공간 자체의 표정을 살펴 우리가 누리는 공간의 가치에 대해 되새겨보자고 말한다.
공간은 누구나 누린다는 점에서 보편적이다. 그 너머에 어떤 부가적인 차원도 허용하지 않고 이면에 어떤 배후도 거느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근본적이다. 아무리 부풀리거나 짜부라뜨려도 벗어날 수 없는 삶의 장이다. 인간은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저마다 상이한 공간적 경험을 하며,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공간에 대한 관념을 갖게 마련이다. 일상에서 우리가 기억이라고 부르는 것은 공간화한 기억이다. 추억은 벌집 같은 공간 속에 특정의 시간들을 압축하고 공간화한다. 바슐라르가 『공간의 시학』에서 한 말처럼 “기억을 생생하게 하는 것은 시간이 아니라 공간이다.”

 

 

신중한 사람

1981년 중편 「에리직톤의 초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승우는 지난 33년간의 저작을 통해 폭넓은 소설적 영역을 구축해왔다. 작가는 신과 인간의 관계를 탐사하는 초월적 주제에서부터 신화적 세계를 경유한 다양한 물음들로 한국 소설의 형이상학적 폭과 깊이를 넓히고 심화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번 소설집에서는 죄의식에 대한 깊은 탐구와 더불어 인간 심리의 미로, 욕망의 어두운 지대를 겨냥하고 있다. 물론 그 미로의 맞은편에 자리한 편집증적 망상과 자기기만을 강요하는 막무가내의 부조리한 현실도 지적한다. 이는 『생의 이면』(1993)에서 보여주었던 인류의 원죄 의식이나 『에리직톤의 초상』(1981)이 제기하는 ‘현실 사회에서의 죄의 실체’에 대한 문제적 의문, 「일식에 대하여」에서 인식하는 ‘고귀한 삶이 불가능한 곳’으로서의 현대 사회에 대한 인식 등과도 맞닿는다. 이번 소설집에는 그간 작가가 보여준 문제의식과 세계관이 결집되어 있다고도 할 수 있겠다.

 

그림자

카린 지에벨은 인품으로나 도덕적으로나 부족한 인물들이 다양한 경험을 쌓아가는 동안 공감 능력을 배양하고 차츰 균형 잡힌 인간으로 변모해가는 과정을 묘사하는 것에 큰 흥미를 느낀다고 술회한 바 있다. 작중인물들의 직업 구성 또한 다양하다. 광고회사 커리어우먼, 의리와 정이 많은 터프가이 형사, 노회한 회사경영자, 순수하고 정의감 넘치는 신출내기 형사, 신경정신과전문의, 정신병원 간호사, 천재적인 두뇌의 사이코패스 등 인물의 면면만 보아도 대단히 흥미롭다.

 

 

 

 

 

사랑도 없이 개미귀신

등단 이후 ‘가난’과 ‘소외’의 문제를 깊이있게 파고들며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과 잔혹한 현실을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로 그려온 최금진 시인의 세번째 시집 『사랑도 없이 개미귀신』이 출간되었다. ‘비극적 리얼리즘의 미학’으로 주목받았던 『황금을 찾아서』 이후 3년 만에 펴내는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특유의 직설적이고 냉소적인 어법으로 불행과 결핍으로 얼룩진 삶의 비애와 부조리한 세상의 살풍경한 현실을 곡진하게 그려낸다. 생의 고통을 고스란히 끌어안고 “세계와의 불화 속에서 무중력의 역사를 살아내고 있는 한 ‘상처 입은 영혼’의 모습”(이재복, 해설)과 비루한 “운명의 거친 바닥을 죄다 허적여 보여주”(신용목, 추천사)는 간절한 시편들이 가슴 저미는 감동으로 다가온다.

 

 

 

글로리홀

『글로리홀』은 시집 같기도, 소설집 같기도 하다. SF, 디스토피아, 포르노그래피, 하드코어 야오이물, 팬픽으로 읽힐 수도 있겠다. 특정 시기 영미권 대중문화와 하위문화에 대한 충실한 보고서나 오마주, 부패한 세상을 풍자하는 알레고리, 혹은 자아를 찾기 위해 떠나는 로드무비이기도 하다. 김현이 한 권의 시집으로 묶기를 선택한 이 많은 요소들은 결국 우리의, 인간과 세계의 욕망을 드러내며 억압과 결핍을 조망한다. 세상에 없을 수밖에 없던 시(세상에 없던 시, 세상에 있어야 하는 시가 아닌), 퀴어와 섹스와 정치와 SF와 문학과 음악과 영화와…… 인간의 욕망과 세계를 이루는 온갖 은유들로 구성된 이 보랏빛 백과사전은 조금 새롭고 꽤나 낯설어 우리를 퍽 불편하게도 하지만 눈 밝은 사람에겐 몹시 유쾌하게 다가올 것이다. 당신은 얼마만큼 인간입니까, 무엇이 인간을 인간되게 합니까. 인간과 세계, 욕망을 묻는 그 오랜 질문에 대한 스크린 키드의 정직한 대답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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