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시록

윤의섭 시인은 사랑의 상처를 가장 근원적인 상상적 질서에 대한 열망으로 바꾸어 내면서 그 아픈 시간들을 선명하게 증언한다. 시인에게 ‘사랑’은 불모의 형식으로 생을 파악하게 하는 비극성의 시선과 그로부터 자유로워지려는 열망을 동시에 가져다주는 구체적 장소가 된다. 가파르고 절실한 몸의 욕망이 그의 시편들을 견고하게 만드는 요인인 셈이다. 그만큼 윤의섭 시에서 ‘사랑’은 그가 평생 떨칠 수 없는 존재론적, 관계론적 욕망의 한 형식으로 작용한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잠잠할 때도 있었다
 잠시나마 행복했었다
 나는
 세상이 숨죽이고 있는 줄 몰랐던 것이다

 멀리서 고해 같은 목소리가 들린다
 더 멀리서 파도 같은 신음이 들린다
 한 사람만 빼고 비구름은 그 모두를 몰고 온다

-「비가 오기 전에」에서

 

게걸음으로

독일 문단에서 금기시되었던 피란선 구스틀로프호 침몰 사건을 다루어 독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안겼던 문제작, 『게걸음으로』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다시 출간된다. 1945년 1월, 독일 피란민 9000여 명을 태우고 항해 중이던 구스틀로프호는 러시아 잠수함이 발사한 어뢰 세 발을 맞고 침몰한다. 선장 넷을 비롯해 1000명 남짓만이 살아남은 이 사고의 희생자 대부분은 여성과 어린 아이들이었다.
독일 문단의 ‘행동하는 양심’으로 불리는 귄터 그라스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를 다양한 서술 방식으로 다루어 온 작가다. ‘구스틀로프 호의 침몰’은 신나치주의 확산과 더불어 정치적으로 이용될 우려가 있는 사건이었다. 귄터 그라스는 정치적 함의나 해석에서 살짝 비켜서서 ‘게걸음’과 같은 방식으로, 옆으로 걸으면서 느릿느릿하게, 머뭇거리는 듯하지만 이 사건의 모든 면을 살펴보며 나아간다.

 

 

 

벚꽃, 다시 벚꽃

엄밀히 말해 ‘연작소설’이라고 이 작품을 소개한 바 있는 작가는 소설 전체의 뼈대가 되는 네 편의 이야기 속에 천태만상의 다양한 인간군상을 담았다. 특히 ‘권선징악’이라는 단순한 결말구조와는 차별된 구성이 눈에 띈다. 이는 작가가 악인에게조차 연민을 갖고 그가 끝내 악행을 저지를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보여주며 주인공 또한 사건에 휘말릴 수밖에 없었던 까닭을 세심하게 드러내기 때문인데, 이는 작가의 다른 소설에서도 드러나는 주요 특징이다.

 

 

 

 

 

 

알마의 숲

한 소년의 자살시도 이후 도착하게 된 어느 ‘숲’에서 겪는 여러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우리는 세상과 어떻게 관계 맺고 있는가 하는 철학적인 물음을 건네는 소설이다. 이 작품은 환상적인 공간인 알마의 ‘숲’ 안에 부재와 상실에 길들여진 한 소년이 놓임으로써 무너져버렸던 소년의 삶의 회복 과정을 몽환적인 이미지와 함께 서정적인 문체로 그려내고 있다.

안보윤의 한 마디

기우뚱한 것들에 대해 쓰고 싶었다. 서툶에 대해 쓰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밧줄과 주먹밥을 움켜쥐고 산에 오르는 누군가를 다만 응시하고 싶었을 수도 있다. 무엇이었든 진심이었다.

올빼미가 말하길
후룻 훗.

이 소설은 이렇게 끝이 난다.
2015년 봄

 

러시아의 밤

소설 속에 또 다른 소설이 소개되는 액자식 구성으로 된 이 작품은 작가가 이야기 속 인물들과 적정한 거리를 두면서도 자칫 무거워질 수도 있는 주제들을 여러 가지 신비한 이야기와 함께 소개함으로써 독자들을 길고 긴 러시아의 밤을 닮은 철학의 밤으로 흥미진진하게 안내한다.
이 책에는 예술뿐만 아니라 인류가 이룩한 문명과 계몽에 관한 철학적인 질문도 거듭하고 있다. 파우스트가 친구들에게 전하는 ‘이름 없는 도시’라는 이야기는 이익만을 우선시하는 인류의 미래를 경고하는 디스토피아적인 내용이다.
저자의 시각이 무조건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부분으로 나누지 않고 전체를 바라보는 통일적인 관점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저자는 새로운 세기를 책임질 수 있는 시각의 전환을 주장한다.

어제의 신

이번 소설집의 출발점은 영화 <우리 의사 선생님>이다. 한 시골 의사의 비밀을 둘러싼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는 역시 직접 각본을 집필해 최우수 각본상을 비롯 일본 아카데미상 10개 부문 및 각종 영화상을 휩쓸었고, 키네마 준포가 선정한 그해의 일본영화 1위에 오르며 평단과 관객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한정된 시간 내에 표현해야 하는 영화에서 그릴 수 있는 것은 만들어낸 세계 중 빙산의 일각”임에 아쉬움을 느낀 니시카와 미와는 미처 소개하지 못한 여러 에피소드와 삶의 면면을 어떻게든 살려내고자 했고, 그것들을 다섯 편의 단편소설로 엮어낸 것이 이 책이다. 영화와는 또다른, 새로운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이 소설집은 제141회 나오키상 후보에 올라 아사다 지로, 미야베 미유키 등 심사위원들의 호평 속에 소설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서점의 다이아나

어린 시절 동화책을 계기로 맺어진 두 소녀의 우정을 통해 유년 시절 소녀들의 가치관 형성과 감성에 영향을 끼친 문학 작품에 대한 동경과 경의를 표하는 동시에, 한 사람의 성인 여성으로 성장하기 위해 겪는 각기 다른 시련과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을 그리면서 진정한 자아 독립에 대한 흥미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파리 디자인 산책

《파리 디자인 산책》은 제품 디자인, 공간 디자인, 예술 교육, 디자이너 등 디자인이라는 하나의 카테고리를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며 파리와 파리지엥의 진면목을 보여 준다. 파리지엥들은 상품, 건축물, 거리는 물론이고 그것들이 조화를 이루는 도시,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자신들의 가치관을 반영한 문화와 전통까지도 디자인이라 생각한다. 고급한 식사 문화나 자유로운 예술 교육 등 자신들의 삶을 디자인하는 방법 또한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서인지 파리에서는 모든 것이 디자인 작품이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신드롬 E

《신드롬 E》는 눈부시게 발전한 뇌 신경과학과 폭력과 악의 근원을 접목한, 일종의 의학 스릴러라 할 수 있다. 프랑크 틸리에는 소설의 아이디어를 뒷받침하기 위해 방대한 자료를 조사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번에는 뉴로마케팅과 뉴로폴리틱 등 신경과학 분야와, 전 세계에 걸쳐 일어난 내전과 집단 학살, 정보기관의 활동 등을 엮어 작품 전체에 치밀하게 풀어놓았다. 두 주인공 뤼시 엔벨과 프랑크 샤르코가 도통 정체를 알 수 없는 불길한 영화와 불가해한 폭력적인 살인 사건의 기원을 파악해나가는 가운데, 독자는 ‘집단적인 잔혹 행위를 저지르게 만드는 폭력성은 어디서 기인하는가.’라는 질문과 마주하고 작가가 그에 대해 응답한 구체적인 과학적 진실에 놀라게 된다. 이 소설 속에서는 추상적이라 믿었던 폭력성(악)이 신경과학의 발달에 의해 물리적으로 생성해낼 수 있는 일종의 물질로서 모습을 드러낸다. 과거에 억압적인 시스템에 의해 자연 발생했던 악은 이제 도처에 익숙히 산재해 있는 영상을 통해서 언제든 발생시킬 수 있다. 그리고 이를 이용하려는 거대한 세력이 국가 기관 산하에 은밀히 도사리고 있다.

:이 책은 이미 오프라인 매장에서 확인 완료!

기린이 아닌 모든 것


이장욱 소설집. '절반 이상의 하루오', '아르놀피니 부부의 결혼식', '올드 맨 리버', '기린이 아닌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 '우리 모두의 정귀보', '칠레의 세계', '어느 날 욕실에서', '이반 멘슈코프의 춤추는 방' 모두 여덟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좋아하는 작가님이라, 그저 반갑다! 알라딘 책소개만 붙였는데, 후에 출판사제공 책소개 뜨면 다시 확인해야지!

 

 

 

 

 

 

 

무니의 희귀본과 중고책 서점

:책소개는 나와 있지 않다. 제목과 표지만으로 이끌리고는 있는데, 내용은 어떨지. 오프라인 매장에서 확인해야 할 듯!

 

 

 

 

 

 

 

 

 

 

 

 

그라피티와 거리미술

불법적인 거리 낙서에서 시작된 그라피티와 거리미술은 오늘날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로 펼쳐지는 미술운동이자 도시의 문화현상으로 자리를 잡았다. 우리나라에서도 홍익대학교 주변을 비롯해 젊은 층이 자주 찾는 거리 곳곳에 그려져 있어서 꽤나 익숙한 도시 풍경이 되었다.
『그라피티와 거리미술』은 그라피티와 거리미술의 현상을 본격적으로 다룬 책으로서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번역된 것이다. 미국과 유럽뿐 아니라 중남미와 일본 등 전 세계의 대표적인 거리미술 작품들을 대상으로 미술운동과 시각문화, 공공성 등 다각적인 측면에서 분석하고 요약했다. 이 책의 풍부한 도판과 정보는 미술 작가와 애호가뿐만 아니라 동시대 문화와 사회현상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며, 아직 이 분야의 연구가 척박한 국내 미술계에 자극이 될 것이다.


 

송곳 1~3 세트 - 전3권

외국계 대형 마트에서 벌어지는 부당해고에 대항하는 노동조합의 싸움을 쫓는 웹툰 『송곳』은 한국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독자들의 찬사를 받았다. 현실에 굴복하지 못하는 주인공 이수인과 냉철한 조직가 구고신이 대형마트 ‘푸르미’를 배경으로 부당해고지시에 맞서 노조를 만들고 파업까지 이끌어간다. 최규석 특유의 날카로운 현실 인식이 한장면 한장면에 녹아들어 있어 독자들의 폐부를 찌르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아 “심각하게 재밌는”(만화가 주호민) 웹툰이 탄생했다.

 

 

 

 

역사가를 사로잡은 역사가들

이 책은 그동안 내가 관심을 가졌던 역사가들에 대한 일종의 인상기다. 한 역사가의 여러 저술을 피상적으로 훑어본 글도 있고, 한 권의 책을 좀 더 깊이 음미하면서 정독한 독후감도 있다. …… 순수한 독서라면 책 읽는 순간에는 다른 강박이 없어야 한다. 아무런 부담감 없이 책의 내용과 논리에 빠져 들어가야 한다. 이런 상태에서 저자와 대화를 나누거나 그의 주장을 다시 음미하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 독서란 그런 것이다. …… 실제로 나는 이들의 책을 가까이 하면서 글자 그대로 독서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 나는 그저 책 자체에 빠져들어 스스로 정리하고 느낀 인상만을 담백하게 기술하는 데 힘을 쏟았다.
-〈책머리에〉 중에서

 저자가 소개하는 역사가들 중 몇몇은 그리 익숙한 이름이 아니다. 그러나 저자의 ‘즐거운 독서’가 오롯이 담겨 있는 역사가 읽기는 우리를 어색함이 아닌 호기심과 모험으로 이끈다. 다른 모든 분야의 ‘첫걸음’이 으레 그렇듯, 역사 읽기 또한 이 같은 호기심과 모험에서 시작된다. 그것이 실제 삶으로 이어지며, 삶을 통해 깊어지고 넓어진다. 저자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던 다양한 역사가들이 그리는 역사의 풍경에 독자 여러분들도 함께 사로잡혀보자.

 

 

나를 숨쉬게 하는 것들

손끝과 발가락의 움직임. 나를 비우고 채우는 호흡. 고요한 가운데 끊임없이 변화하고 움직이는 자신의 몸에서 우리는 다시금 지금 이 자리, 이 시간의 의미와 가치를 바라볼 수 있다. 만약 오늘도 너절한 하루를 보냈다고 느낀다면 잠시 ‘나를 바꾸는 요가’를 실행해 보면 어떨까. 저자가 그랬듯이 아주 잠깐의 시간속에서 우리는 그 동안 잊고 있던 숨과 자유, 그리고 나를 옭아맸던 사슬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을 것이다.

 

 

 

 

 

 

 

프로방스에서의 완전한 휴식

- 개정판

“반 고흐가 나에게 계속 말을 걸고 있다”
반 고흐와 함께 프로방스 산책하기

 여행은 낯선 자연과 도시뿐만 아니라 모르던 사람과의 만남이기도 하다. 이 책에도 내가 프로방스 여행길에서 만난 사람들이 등장한다. 이 책은 이런저런 경우에 만난 프로방스의 현재를 살고 있는 사람들은 물론이려니와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사람들의 영혼과 만나 세상 사는 방식과 삶의 의미에 대해 나눈 대화의 기록이기도 하다. 지금 이 세상에 없는 사람 가운데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사람은 반 고흐다. (8~9쪽)

 

 

 

 

심연으로부터

『심연으로부터』는 아일랜드 작가 오스카 와일드(1854~1900)가 레딩 감옥에서 동성의 연인 앨프리드 더글러스(1870~1945)에게 쓴 편지다. 와일드의 전기를 쓴 비평가 리처드 엘먼은 이 글을 가리켜 “지금까지 쓰인 가장 위대하고 긴 러브레터 가운데 하나”라고 평가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1950년대부터 ‘옥중기(獄中記)’라는 제목으로 여러 차례 번역되어 오랫동안 읽혀왔다. 와일드가 감옥에서 쓴 글이라는 사실에 초점을 맞추어 붙인 제목일 테지만, 이 책은 사실 절절한 연애편지이며 흔히 알려진 것과 달리 참회록이라기보다는 명상록에 가깝다. 와일드는 이 책에서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연인에 대한 원망과 그리움을 거침없이 표현하며, 지나온 삶을 깊이 성찰하고 예술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드러낸다. 고통과 절망 속에서도 미래에 대한 희망과 예술가로서의 존엄성을 되찾길 바랐던 오스카 와일드의 염원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권기봉의 도시산책

특별히 ‘서울의 일상’이라는 키워드에 초점을 맞춰 범위를 더 넓힌다. 서울이라는 도시의 일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그러면서도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다채로운 모습들을 95꼭지에 담아낸 것이다. 이 글들을 읽다 보면 서울이 얼마나 깊이 있고 역동적이며 매력적인 도시인지 새삼 깨닫는다. 중요한 것은 95꼭지에서 담아낸 장소들이 단지 지나간 공간으로서만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책을 통해 만나는 곳들은 지금의 우리가 존재하게 된 배경을 설명해주거나, 좋든 싫든 이 시대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거나, 또 앞으로 한국 사회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지게 한다.

 

 

 

 

 

순간을 지배하라

오승환은 11살 때 운명처럼 야구를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오로지 야구를 계속하기 위해, 최고의 선수가 되기 위해 걸어온 길을 과장 없이 담담하게 말해준다. 왜 야구를 시작했는지, 뛰어난 야구선수가 되기 위해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역경을 돌파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 프로야구 최고의 선수로 뛰기 위한 자기 관리와 마인드컨트롤, 그리고 해외무대에 진출하기 위한 준비 등 오승환이 그간 해온 노력의 순간이 모두 담겨 있다.

 

 

 

 

 

 

도시의 나무 산책기

인간과 나무가 교감하는 순간의 진한 감동을 전하며 ‘나무 대변인’으로 살아왔던 그가 이제 도시 한가운데 살고 있는 나무 산책에 나섰다. 빌딩 숲에서, 아파트 단지에서, 공원이나 광장에서, 빽빽한 주택가에서, 8차선 대로변에서, 학교와 관공서에서 고락을 같이한 나무들을 한 그루 한 그루 불러내었다. 도심의 조경수 개잎갈나무부터 순백의 꽃 옥매까지, 도시 속 대표적인 나무 38종의 생태와 일상생활에서의 쓰임은 물론 그에 얽힌 우리의 문화와 역사를 맛깔나게 들려준다. 동서양을 아우르는 지적 자양분을 바탕으로 생태적이고 문학적인 감성으로 써내려간 이 산책기에는 그간 전해오는 곁 이야기뿐만 아니라 흥미로운 지식들이 가득하다. 저자가 현장에서 찍은 120여 컷에 달하는 세밀한 사진과 각각의 나무에 관한 식물학적 표준 정보까지 별도로 수록해 풍부하고도 입체적인 나무 읽기를 제공한다.

저자는 “사람 사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나무가 있다. 그의 존재를 알아주든 말든 나무는 도시인들 곁에서 여느 숲에서와 마찬가지로 광합성도 하고, 미세먼지도 빨아들이며 싱그럽게 살고 있다”고 말한다.

 

 

뱀이 깨어나는 마을

『뱀이 깨어나는 마을』은 현대 영국 미스터리의 한 형태를 들여다볼 수 있는 작품이다. 샤론 볼턴은 특히나 영국 고딕 미스터리의 계보를 잇는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는데, 이 작품에서도 뱀이라는 소재와 종교적 상징을 통해 시종일관 음산한 분위기를 한껏 연출하고 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뱀’은 단순히 사람들을 위협하거나 음침한 분위기를 만드는 존재가 아니다. 뱀이 이야기의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중요한 요소이기는 하지만, 트라우마를 안고 있는 수의사 클래라 베닝이 뱀에 얽힌 수수께끼를 풀어 진상을 밝히는 과정에서 성장하는 이야기를 중심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볼턴은 주인공이 사건의 진상에 어떻게 접근하느냐보다 사건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간관계와 심리 상태에 주목하기에 독자는 인물의 감정과 행동에 더욱 몰입하게 된다.

 

 

우리 집에 갈래?

<우리 집에 갈래?>에 등장하는 마을 한쪽에는 상상의 세계로 가는 비밀 입구가 있습니다. 이 입구로 들어서면 무채색 집 사이로 난 단조로운 길이 아닌 아주 특별한 길을 지나 우리 집까지 갈 수 있어요. 자, 신나는 여행을 시작해볼까? 오늘의 모험은 더욱더 기대가 돼요. 외톨이 곰 인형 친구를 나의 모험에 초대했거든요.
모험을 시작한 아이의 눈앞에는 알록달록한 색으로 물든 상상의 길이 펼쳐집니다. 이 길은 지도 위에서도 찾을 수 없고, 오로지 아이의 상상이 만들어 낸 풍경입니다.

 

 

하워드 구달의 다시 쓰는 음악 이야기

이 책은 대중음악, 민속음악, 예술음악의 스타일을 오가며 4만여 년의 세월을 신나게 누비는데, 그 가운데에서도 ‘소리의 혁신’에 중점을 두고 있다. 기존의 음악 역사서와 달리 인지도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주목을 받아온 음악가들보다는 시대순으로 일어난 음악의 사운드 변화와 혁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화음은 언제부터 생겨났을까, 악기들은 어떤 식으로 음악의 구성에 영향을 미쳤을까, 오케스트라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춤곡은 서양음악의 흐름을 어떻게 바꾸었을까, 녹음과 방송이 음악에 미친 영향은 무엇일까 등을 편안하게 이야기한다. 또한 작곡가들도 전기적 사실이나 비하인드 스토리보다는 음악적 혁명을 일으키고 변화를 이끈 이들을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리스트를 바그너만큼 중요하게 여기고, 브람스보다 비틀스에 할애한 페이지가 많은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또한 각 장에는 음악적 발전과정이 어떻게 어떤 음악에서 이루어졌는지 추천 음악 목록이 소개되어 있어 시대에 따른 음악적 변화와 혁신을 좀더 이해하기 쉽게 도움을 준다.

“BBC [음악 이야기] 시리즈를 제작하고 책을 쓰면서 나는 지구를 방문한 화성인에게 우리의 음악세계를 설명한다는 마음으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자 했다. 여기서 내가 하려고 했던 일은 음악의 놀라운 이야기를 쓸데없이 불편하고 낡은 전문용어를 다 걷어내고 모든 음악 애호가가 알아들을 수 있게 설명하는 것이었다. 나는 선사시대 선조들이 뼈로 만든 피리를 연주하기 시작한 이후로 얼마나 독창적이고 다양한 일들이 음악에 벌어졌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픽 디자인 사용 설명서

132가지 키워드는 저자가 강연할 때마다 일상적으로 다루는 주제들로 구성되어 있다. 디자이너이자 디자인 컨설턴트, 아트 디렉터로서 저자의 오랜 현장 경험과, 로열 컬리지 오브 아트 등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세계 곳곳에서 강연을 하면서 만난 디자인계 안팎의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반영된 결과이다. 이 키워드들은 디자인 전공자와 실무 디자이너는 물론 클라이언트, 아트 디렉터 등 디자이너와 일하는 그래픽 디자인 유저들에게 복잡한 현대 그래픽 디자인의 세계를 낱낱이 살펴볼 수 있도록 안내한다. 또한 그래픽 디자인이라는 도구를 올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용 설명서 역할을 한다. ‘사전식 편집’의 틀을 활용한 이 책은 관심사에 따라 자유롭게 어디든 펼쳐서 읽도록 구성되어 있어서 책의 두께가 주는 중압감에 비해 가볍게 접근할 수 있다.

 

 

집시와 르네상스

이 책 『집시와 르네상스』(1999)는 부제 ‘피렌체에서 집시로 살아가기’가 말해주듯, 서양 문명에서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꽃피웠다고 알려진 메디치가의 도시 ‘피렌체’를 무대로, 그 외곽에 내쫓겨 살아가는 집시들을 취재한 르포 형식의 논쟁적 글이다. 생전에 늘 정치 현실에 민감하게 반응했던 참여지식인 타부키는 여기서 ‘집시’라고 통칭된 피렌체 유랑민 문제를 당시의 밀레니엄 화두로 선택해 집중 조명했다. 특히 이들 대부분은 1990년대 초 유고연방 해체 및 1998년 코소보 사태 이후 피렌체로 건너온 세르비아, 코소보, 마케도니아 난민들이다.
작가가 「메모」에서 이 글을 ‘르포르타주의 르포르타주’라고 밝혔듯, 미국 대학 소속 연구자로서 피렌체 집시 상황을 기록하기 위해 온 친구 류바와 동행한 현장들은 이 글의 모티프이자 사유 풍경이 된다. 두 사람은 피렌체 외곽에 설치된 올마텔로 수용소, 포데라초 수용소, 브로치-피아제 수용소 등을 방문하며 그 비참한 현장을 스케치하고 집시들을 인터뷰한다. 동시에 피렌체 시내에서 열리고 있는 막대한 돈이 투자된 화려한 전시회와 대규모 패션&영화 비엔날레 현장을 극명히 대비시킴으로써, 오늘날 자본주의가 초래한 역사 없는 도시의 상투성과 어긋난 정책 방향, 정치인들에 의해 값싼 선거공략으로 이용되는 과시용 ‘환대정책’의 실상, 시 당국과 한통속이 된 미디어의 속물성을 간결하고 명확하게 조명해낸다.

 

 

도시를 걷는 사회학자

현재까지 내 삶의 장소는 서울-파리-서울-파리-다시 서울로 요약된다. 나는 서울과 파리를 번갈아 오가며 살 팔자를 타고 태어난 사람인 모양이다. 어떻게 보면 나는 서울 생활에도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파리 생활에도 안착하지 못하는 영원한 ‘떠돌이’다.
고향을 떠난 이방인은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도 이방인일 수밖에 없다. 파리에서 서울을 떠올리던 나는 서울에 돌아와서는 파리를 떠올린다. 나는 완전한 서울 사람이 될 수 없고 온전한 파리 사람도 될 수 없는 영원한 이방인이 되어버린 것만 같다. 낯선 곳에 살게 된 이방인은 자기도 모르게 일상의 인류학자가 된다.
이 책은 사라져버릴 것들, 아니 사라지고 있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다. 서울이라는 도시공간을 걸으며 부딪친 온갖 자잘하고 사소하고 하찮은 풍경들을 묘사함으로써 우리가 사는 도시와 그 속에서 벌어지는 삶을 다시 생각해보고 싶었다.
이 책에 실린 글로 쓴 풍경사진은 모든 것을 망각의 늪으로 쓸어넣어버리는 시간의 힘에 대한 힘겨운 저항이자 어딘가로 사라져버리고 말 것들을 기어이 붙잡아두려는 안타까운 시도라고 말할 수 있겠다. 여기에 실린 풍경사진 같은 글들은 이제 다시 쓰지 못할 글들이다. _본문에서

 

 

치아키의 해체 원인

《치아키의 해체 원인》은 토막살인을 소재로 한 9편의 연작 단편집이다. 6개의 상자에 토막 나 담긴 남자, 16초 만에 엘리베이터에서 토막 난 여자, 7개의 목이 순서대로 바뀌는 연쇄 토막살인, 34개로 잘게 토막 난 가정주부 등 다양한 방식의 토막살인 사건이 소재로 등장한다. 또한 실제 살인 사건뿐만 아니라 곰인형의 팔이 잘리는 사건, 포스터에 있는 광고 모델의 얼굴 부분이 잘리는 사건 등 다양한 형태의 사건이 포함되어 있다.

 

 

 

 

 

 

 

분홍 몬스터

몸이 온통 분홍색인 몬스터가 있습니다. 친구들은 모두 흰색인데 혼자만 분홍색입니다. 친구들은 모두 비슷한 몸집인데 혼자만 큽니다. 크기도 색깔도 다르니 항상 눈에 띕니다. 나무 위에 올라가도 큰 덩치 때문에 금방 떨어지고, 숨바꼭질을 해도 질 수밖에 없습니다. 친구들은 튀어나온 부리 때문에 웃지 못하지만 분홍 몬스터는 늘 혼자만 웃고 다닙니다.
하늘도, 구름도, 집도, 나무도 모두 하얀 곳에서 살아가는 분홍 몬스터는 늘 튀는 존재가 되는데, 마치 다양함을 인정하지 않고 획일적인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는 것도 같습니다. 분홍 몬스터는 그 현실에 주저앉지 않습니다. 새로운 세상을 꿈꿉니다. 그리고 어느 날 같은 색깔만이 가득한, 익숙한 공간을 버리고 새로운 세상을 떠납니다.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해서이지요. ‘지금,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용기를 내 길을 떠난 분홍 몬스터 앞에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요?

 

 

내가 살아갈 사람

시인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상 이상의 “농담 같은 일들이 끝없이 일어나는 세상”을 향해 ‘진실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거짓된 눈물의 역사’로 얼룩진 모순투성이의 현실을 냉철하게 꿰뚫어보는 치열한 의식이 담긴 시편들이 공감을 자아내는 한편, “잊지 말 것은 잊지 말자고” 다짐하며 “잊지 않기 위해 마지막까지 창작자로 살게 해달라고”(시인의 말) 기도하는 시인의 간절한 마음이 더욱 가슴에 와닿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옛날 옛적에 자객의 칼날은

그럴 수 있다면 이 책이, 내가 아는 모든 이야기 속 인물들이 한때 존재했었다는 증거가 되었으면 좋겠다. 할머니는 입버릇처럼 죽고 나면 다 사라져버릴 부질없는 삶이라고 말했지만, 나는 생각이 달랐다. 누구든 자신만의 이야기, 들려줄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면 의미 없는 삶이었다고 말할 수 없지 않을까. 나는 그 믿음을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 _‘작가의 말’에서

 

 

 

 

 

 

 

 

 

이환천의 문학 살롱

요즘 세상에 전문가, 비전문가 따질 것 있나 싶다.
그냥 가볍게 웃고 즐겼으면 좋겠다.
-작가의 말

 

 

 

 

 

그림자에 불타다

파블로 네루다 시집 옮긴이 정현종 시인의 최근작.

 

 

 

 

 

 

 

 

 

 

 

 

 

릴케 후기 시집

‘오라, 마지막 고통이여, 나는 너를 받아들인다.’
 ‘오라, 마지막 고통이여, 나는 너를 받아들인다’는 릴케가 쓴 마지막 시詩의 첫 구절이다. 릴케는 고통과 고독 속에서도 시를 위해 치열하게 모든 것을 바쳤고, 자신의 인생 후반부에서는 마침내 삶과 죽음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인간이자 시인의 모습으로 우뚝 서게 된다.
아름다운 명화와 함께 삶의 의미를 돌아보는 시간
《릴케 후기 시집》에는 시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서정적인 풍경을 화폭에 그린 모네, 마네, 세잔, 고흐, 고갱, 쇠라 등의 프랑스 후기 화가들과 인간존재와 내면세계를 표현한 뭉크, 칸딘스키, 고키 등 우리나라 독자들에게도 익숙한 화가들의 작품을 함께 수록했다.

 

 

더 매거진 북 The Magazine Book

웹 매거진과 종이 매거진은 각자의 역할이 있다
 우리는 10년이 넘게 웹이 종이 매거진을 대체할 거라는 말을 들어오고 있다. 그러나 매거진과 웹사이트의 관계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장기적으로는 어떨지 모르지만 단기적인 입장에서 매거진들은 어쨌든 인터넷과 기타 디지털 형식을 통해 창의적인 면에서는 이익을 얻었다고 할 수 있다. 우선 많은 독립 잡지사들이 블로그를 통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다. 디지털 매거진을 직접 만들지는 않지만 블로그에서 얻은 매우 개인적인 감성을 매거진에 적용하는 곳도 있고, 매일 웹에 게재하는 기사의 일회성을 보완하기 위해 자세하고 논조가 강한 종이 매거진을 출간하는 곳도 있듯이 블로그와 종이 매거진은 그렇게 각자 다른 역할을 하며 나아가고 있다.
또한 출판사의 컴퓨터 의존은 기사작성과 디자인에 국한되지 않는다. 컴퓨터는 매거진 제작에 필요한 조사, 판촉, 판매에도 사용된다. 독립출판사 중에서도 규모가 작은 회사는 메일 등 무료 서비스를 통해 기고자와 독자들 간에 긴밀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고, 각종 SNS나 블로그로 매거진을 홍보하기도 한다. 또한 인터넷은 유통에도 혁명을 몰고 와 독립잡지사들은 매거진을 유통할 수 있는 영역이 대단히 넓어졌으며 고객에게 직접 온라인 판매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결국 더 작고 전문화된 매거진들이 중간 유통비와 세계에 있는 서점에 별도의 매거진 공급 없이도 국제시장으로의 진출이 가능해진 것이다.
앞으로 매거진이 독자들과 공유할 수 있는 최고의 방식은 무엇일까? 라디오, 비디오, 태블릿. 이벤트, 인쇄 중 과연 어느 것이 최고의 방식일까? 이 모든 것들은 현대 매거진에서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채널 사이의 교류가 바로 매거진의 새로운 황금기를 이끌 것이다.

 

 

지금 시작하는 동물 드로잉

“동물을 그리기 위해서는 판타지 속 동물의 모습을 떠올리기에 앞서 내 주변에 실존하는 동물을 먼저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 나와 함께 살고 있는 반려동물 외에도 동물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고 음미해야 진짜 동물을 그리는 것이라 생각한다. 사람도 꽃도 동물도 내가 일방적으로 바라보는 대상으로서가 아닌 나와의 관계 속에 놓고 그리고 싶기 때문이다. 당신은 지금 동물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210쪽)

 

 

 

 

 

터키 박물관 산책

동서양의 접점으로 수천 년간 왕조가 명멸했던 터키 곳곳에는 인류가 이룩한 역사의 흔적이 산재해 있다. 괴레메 야외 박물관, 카파도키아, 사프란볼루, 이스탄불 역사유적지, 히타이트 현장 박물관, 히에라폴리스 유적지, 파묵칼레, 베르가마와 같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도 빠짐없이 돌아보는 《터키 박물관 산책》에서는 모두 17곳의 박물관을 찾아간다.

 

 

 

 

 

 

 

 

지도 밖으로 꺼낸 한국사

- 서양 지리학자의 눈으로 본 한반도
지도라는 특별한 주제를 통해 한국 역사의 흐름을 살피는 《지도 밖으로 꺼낸 한국사》는 과거 한국의 모습이 어떠했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지도에 반영되었는지를 다양한 도판을 활용해 멋지게 보여 준다. 오늘날 가장 활동적이고 저명한 지리학자 중 한 명인 저자, 존 레니 쇼트는 이 책을 통해 600여 년 동안 한국은 물론, 다른 나라들이 만든 지도까지 깔끔하게 정리했다. 게다가 서양의 지리학자가 지도라는 독특하고도 중요한 소재를 가지고 우리의 역사를 살폈다는 점은, 독자들이 우리 역사를 다양한 각도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옛시 속에 숨은 인문학

- 옛시의 상상력 코드를 풀다

옛시는 단지 문학에 그치지 않는다. 시에는 그 삶 속에서 일어난 사실이 숨어 있고, 시인의 생각과 관점과 성찰과 반성이 들어 있다. 또 그 시를 쓴 시대의 세상이 숨김없이 드러나 있고, 그 세상에 대한 애환과 풍자, 그 세상을 받아들이는 철학과 관조와 신념도 거침없이 펼쳐져 있다. 시를 쓰는 이의 치열한 역발상과 관찰력, 그리고 언어 탐색도 유감없이 발휘되어 있다. 그야말로 문사철(文史哲)이 어우러진 인문학 콘서트 현장이다. 백 권의 역사서를 읽고, 천 권의 소설을 읽고, 만 권의 에세이를 독파한다 해도 결코 만나지 못할 스토리와 인문학이 시 속에 고스란히 들어 있는 것이다.

 

 

 

 

작가의 글쓰기

- 공지영, 정유정, 정이현 외 11명 대표작가 창작코멘터리

《작가의 글쓰기》는 문학적 글쓰기를 위한 실제적인 조언으로 가득한 책이다. 첫머리를 어떻게 시작하고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지, 주제와 시점, 문체 결정 등 그 시작을 위한 준비 작업뿐 아니라 현장취재나 자료조사의 노하우, 퇴고의 방법 등 한 편의 소설이 쓰여지는 과정을 이 한 권의 책에서 엿볼 수 있다.
왜 소설을 쓰려고 하는가. 분명한 자기 확신이 있어야 한다.
소설가로 산다는 것은 결코 녹록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_이동하(《장난감 도시》 작가)

쓰고 싶다면 끝까지 버텨라! 버티는 사람이 이기는 사람이다. _정유정(《28》 작가)

소설 공부의 시작은 문장 훈련이다. 거기엔 어떤 이론이 있는 것도 아니며 누구도 짚어줄 수 없다.
그다음에는 반드시 인문학을 공부하라. 당신이 무얼 써야 할지 모르는 이유는 원리를 꿰뚫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_이평재(《눈물의 왕》 작가)

종종 사람들이 작품을 들고 찾아온다. 읽어주십시오. 읽는다. 읽고 나면 그들의 첫 마디는 늘 똑같다. 저 소설 써도 될까요? 그러면 나는 그런 건 점쟁이한테나 가서 물어보라고 대답한다. 쓰면 문학이고 그게 소설이지, 누가 소설이다, 아니다 말할 수 있는가. _구효서(《랩소디 인 베를린》 작가)

치열하게 살아라. 열심히 살지 않고서 무슨 할 말이 생기겠는가.
그것이 어떤 것이든 나는 좋다고 생각한다. _방현석(《그들이 내 이름을 부를 때》 작가)

소설을 쓴다는 것은 굉장히 특별한 삶의 태도다. 흔치 않은 직업이기에 그것이 주는 모든 불이익을 감수할 만큼 소설쓰기를 좋아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나는 이런 걸 쓰고 싶다.’ 그것만 분명하면 된다. _심윤경(《사랑이 달리다》 작가)

읽어라! 읽지 않고는 절대로 소설을 쓸 수 없다. _공지영(《도가니》 작가)

나는 피폐해지는 것이 소설쓰기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소설을 쓰다보면 밤에도 작업을 해야 하고 간혹 건강도 나빠질 수 있다. 그러나 영혼의 상태만은 맑게 유지하라. _김다은(《금지된 정원》 작가)

책상 앞에만 앉아 있지 말고 여행을 많이 다니고, 길을 많이 다니고, 사람을 많이 만나고, 세상 속에서 충분한 체험과 경험을 하라. 소설은 그러고 나서 조금 더 천천히 느릿한 마음으로 시작해도 좋다. _정이현(《너는 모른다》 작가)

 

 

법의학, 진실을 부검하다

한국의 법의학 현장을 생각하다
 우리나라의 총 사망자 수는 1년에 약 25만 명이며 부검 건수는 5,000~6,000건 정도다. 사망 원인을 운수나 추락 사고, 타살 등의 외인(外因)에 한정한다면 사망자 수는 약 3만 2,000명으로 우리나라의 변사체 부검율은 약 15퍼센트 정도다. 노쇠를 제외한 사망자로 따진다면 부검율은 약 2퍼센트로 떨어진다. 30~40퍼센트의 변사체를 부검하는 선진국에 훨씬 못 미치는 수치다.
누구도 사건사고를 피해갈 수 없는 불안한 시대인 만큼, 부검과 DNA 검사 등은 생각보다 우리 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어떤 사고가 일어나고 사망자가 몇 명이 발생하든 그들 모두를 가족의 품으로 돌려주는 것, 살인사건의 현장에서 죽은 사람의 마지막을 거짓 없이 밝혀내는 것, 억울하게 죄를 뒤집어쓴 사람을 구제하는 것. 이러한 일들은 사회의 공평성과 깨끗함을 말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법의학이라고 하면 드라마에 나오는 자극적인 사건만을 떠올릴 것이 아니라, 이제 조금 더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저자가 풀어내는 사건사고 에피소드를 읽다 보면 법의학자의 역할은 물론 법의학이 우리 생활에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는 것 그리고 우리가 법의학을 알아야만 하는 이유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


김동영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나만 위로할 것』 저자) 

: 우리는 서로 만난 적이 없다. 다만 두어 번 메일로만 이야기를 나눴을 뿐이다. 그러니 서로에 대해 잘 알 리가 없다. 하지만 주고 받은 메일 그리고 이지혜 시인이 보여 준 글에서 세상의 온기를 느꼈다. 그건 우리가 가진 체온보다 더 따뜻하고 포근했다. 마치 봄날의 햇살처럼 말이다. 그래서 그녀의 글을 읽다 보면 문장의 끝에 봄이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다. 이상하게 글을 읽다 보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얼굴들이 있다. 이른 오후, 그 사람에게 시인의 글을 읽어주고 싶다.

 

오지은 (뮤지션, <홋카이도 보통열차> 저자) 

: 세상에는 예쁨이 있고 추함이 있고 따스함이 있고 차가움이 있지만, 그 중 예쁘고 따뜻한 것만 골라서 살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책을 볼 때는 그럴 수 있다. 이지혜 작가의 눈으로 본 세상은 투명하다. 아픔의 시간이 지난 뒤에야 얻게 된 맑음인 듯하여 더욱 빛난다.

 

김이나 (작사가) 

: 그럴듯한 순간만을 기록하며 살고 있는 내가 제일 먼저 보였다. 그녀가 살아온 모든 순간들을 일초도 허투루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많이 부럽다. 당신도 나처럼, 이 책을 읽은 뒤 세상이 조금은 달라 보였으면 좋겠다.

 

진짜엄마 진짜아빠

“나의 ‘진짜 엄마 진짜 아빠’는 따로 있을 거야.” 부모님에게 혼나고 나면 울먹울먹 눈물을 한 가득 머금은 아이들은 생각합니다. 세대가 달라졌다고 해서 이런 생각 한번 안 해 본 아이가 있을까요?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아빠, 엄마, 삼촌부터 이 책을 읽을 아이들까지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모티브로 언제나 최고의 스토리와 그림을 선사하는 박연철 작가의 손에서 <진짜엄마 진짜아빠>가 탄생했습니다.
재미난 이야기와 독특하고 기발한 그림으로 아이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아이들의 엉뚱하고 귀여운 생각을 들여다보고, 나와 가족의 관계,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과정을 유머로 녹여내어 그린 그림책입니다.

 

신용철의 참쉬운 천연식초 만들기

102가지 레시피 전격 공개
 온라인에서 효소박사, 식초박사로 더 유명한 이 책의 저자는 우리의 주변에서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을 활용하여 천연식초 만드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채취하기 어려운 깊은 골짜기의 산야초나 값비싼 한약재가 아니라 마트나 시장에서 누구나 구할 수 있는 재료들을 위주로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실용성 만에서 다른 식초 만들기 책들과는 괘를 달리한다. 이미 만들어놓은 다량의 효소 발효액이나 그 건더기로 천연식초 만드는 방법도 설명하고 있어 그만큼 활용도가 높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레이야 2015-04-22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님 오랜만이에요 작가의글쓰기 관심가네요. 아침 안개 옅게 끼어있었던 히에라폴리스유적지가 떠오릅니다 불과 몇달 전의 일인데 꿈 같네요.
 

우리들의 마지막 얼굴

“먼 훗날 기쁨이 될” 순정하고 아름다운 시편들
 시인은 서정시의 정통성을 오롯이 이어받으면서도 현대적인 세련된 언어감각과 독특한 시법으로 서정시의 모범을 보여주면서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해왔다. “나의 폐는 폐옥이지만 미미하게 새날의 냄새가 있”(「외딴집」)다는 삶의 감각으로 시인은 “조용한 때에 샘이 솟는 곳에 앉아”(「귀휴(歸休)」) “이 조용한 칸에” 맑고 투명한 언어와 “잘 생략된 문장”(「어느 겨울 오전에」)을 갈고 다듬어 “꽝꽝 얼어붙은 세계”를 밝히는 “한동이의 빛”(「겨울달」)과 같은 시를 쓴다. “나에게는 많은 재산이 있다네”(「여행자의 노래」)라고 노래하거나 “슬픔을 싹 틔울 줄 아는 내가 좋다”(「나는 내가 좋다」)고 말하는 순정한 마음이 깃든 이 아름다운 시편들은 “먼 훗날 기쁨이 될 기쁨의 시”(소설가 김연수, 추천사)로 오래오래 남을 것이다.

 

서루조당 파효

<백귀야행(교고쿠도) 시리즈>의 작가 ‘교고쿠 나쓰히코’가 바라보는 책에 대한 이야기.

‘교고쿠 나쓰히코’는 이 작품 <서루조당 파효>에서 책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독특한 관점을 이야기 속에 내포하고 있는데, 이 부분이 참으로 묘하다. ‘책’이라는 것은 쓴 사람의 죽은 영혼이며, 그 책이 있는 책방은 죽은 영혼이 모여 있는 묘지로 비유하고 있다. 또한 책의 의미나 사상은 글로 표현된 유령 같은 것이라고 말하며, 그 글을 읽고 거기에서 무엇을 찾아낼지 어떤 유령을 볼지는 독자에게 달려있다고 설파한다. 그런 죽은 영혼을, 그 책을 원하는 단 한 사람이라도 찾아 읽게 하여 그 영혼을 살려내는 것이 서점과 그 관계자들의 일이라고 설명한다.

 

 

암실 이야기

노벨 문학상으로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오른 귄터 그라스. 그가 2006년 뼈아픈 자기 고백을 담은 자서전 『양파 껍질을 벗기며』를 발표한 후, 다시 한 번 '성공한 예술가'로서의 자신의 삶을 성찰하며 써 내려간 실험적 자전 소설 『암실 이야기』를 민음사에서 출간한다. 유명한 사진사인 마리가 이제는 성인이 된 자신의 여덟 아이들에게 자기 자신과 그들의 어린 시절을 회고하게 한다는 설정으로, 마리는 귄터 그라스 자신이 투영되어 있는 인물이다. 그라스가 꾸며 낸 이야기 형태를 취하지만 작품 속 기억과 인물은 그라스의 실제 경험과 오버랩 된다. 아이들의 다양한 시선을 통해 그 자신의 삶을 두서없이, 하지만 흥미진진하게 풀어내고 있다.

 

 

 

 

오스카 와일드, 아홉 가지 이야기

환상적인 이야기 속에 담긴 인간과 사회에 대한 통찰
 그의 동화는 소설보다도 진지한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표면적인 이야기 이면에 또 다른 의미 차원을 지니고 있다. <페어리 테일>이라는 이름 그대로 환상적이고 신비로운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오스카 와일드의 동화에서는 조각상이 살아 숨 쉬고, 폭죽들끼리는 논쟁을 벌이며, 육체와 영혼이 분리되어 갈등을 빚는 등 모든 것이 생동한다. 와일드는 이 속에 온갖 세상 문제들을 끌어다 입힌다. 사실적으로 다루기에 너무 무거운 주제들에 접근하는 또 다른 방식으로 동화를 택한 것이다.

 

 

 

 

 

생쥐와 친구가 된 고양이

“나는 유독 고양이를 좋아한다. 왜냐하면 고양이는 자존심도 세고, 한곳에 매여 있기를 싫어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신비로운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내가 꼬맹이 믹스 ─ 참, 믹스는 내 아들 막스가 ‘뮌헨 동물 보호 단체’에서 입양해 온 고양이다 ─ 를 처음 만났을 때, 내 손바닥 크기도 안 되는 새끼 고양이가 어쩌면 그리도 의젓하고 당당한지 깜짝 놀랐다. 믹스는 우리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자랐다. […] 녀석을 볼 때마다 나는 이렇게 묻곤 했다. 「지금 뭘 생각하니, 믹스?」 물론 녀석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내 물음에 믹스가 어떤 대답을 했을까, 다시 말해 녀석의 침묵이 무슨 뜻일까를 상상하면서 쓴 글이다.”


 

사진가의 작업 노트

박물관에 전시한 사진이든 사진가의 웹사이트에 게시한 사진이든 모든 사진은 사진 자체만으로 스토리를 전달해야 한다. 그러나 간혹 창작 과정 뒤에 숨은 스토리가 그 사진에 대한 이해를 돕고 영감을 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 책은 각 사진을 탄생시킨 아이디어와 컨셉트, 그리고 기술적 요소를 거쳐 최종 이미지에 도달하는 과정을 담은 책이다.

 

 

 

내 마음 다독다독, 그림 한 점

내가 매일 마주하는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들로 지켜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과 함께여서 얼마나 기쁜지 사실 우리는 자주 잊는다. 생각지도 않은 사건 사고를 마주할 때, 혹은 누군가의 불행은 목격할 때, 우리는 안도의 한숨을 쉰다. 그리고 별다를 것 없지만 안정적인 내 하루가 다행이다 싶다. 이 책은 우리가 가치 없다고 느낀 관계, 초라하다고 느낀 시절, 번 아웃이 되어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만 싶은 우리네 일상이 얼마나 의미 있는 하루인지를 그림을 보며 일깨워준다. 그림과 함께 이 책의 글을 따라가 보다 보면, 우리는 자연스레 읊조리게 된다. “누구의 삶도 부러워하지 말 것, 그리고 내 삶을 즐겁게 받아들일 것.”

 

 

 

 

사진을 뒤바꾼 아이디어 100

사진은 사건이 일어난 현장의 모습을 담는 데도 최적의 매체였다. 보도 사진작가들은 현장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전쟁터, 분쟁지역, 재난지역 등에서 활동하며 언론에 사진을 제공해 실상을 전했다. 사진작가 닉 우트는 베트남전쟁 당시 총을 든 군인을 피해 울며 도망치는 벌거벗은 베트남 아이 사진을 AP통신에 제공했고, 이 사진은 베트남전쟁의 실상을 알리는 대표 사진으로 자리매김했다. 루이스 하인은 '방적 공장에서 일하는 아이'를 촬영해 미국의 아동노동이 근절되는 데 도움을 주었다. 1985년 아프가니스탄 난민 소녀의 모습을 담은 《내셔널 지오그래픽》 사진은 수천만 명에게 영향을 미쳐 아프가니스탄 소녀들의 교육 자금을 마련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처럼 사진 한 장이 주는 힘을 알았던 작가들은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바를 사진에 담았지만, 이런 사진이 주는 양면성은 현재까지도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부정적으로는 자신의 이론을 정당화하는 데 이용할 수 있지만, 반대로 글을 모르는 사람에게도 단 한 장의 이미지로 뜻을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은 여전히 유효하다.

 

 

세계문학여행

소설 자체가 갖는 고유한 성질은 역사로 환원될 수 없다. 환원되지 않는 소중한 삶에 대해 구체적으로 감각하는 것이 소설이 가진 중요한 가치이다. 경험적이고 구체적인 인간의 행위와 사고를 중시하기 때문에, 소설은 때로 역사보다 더 생생한 시대의 기록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문학을 통한 역사의 이해는 감동을 통한 과거의 이해이다. 소설 읽기는 시대 흐름에 대한 개괄적 이해가 아닌, 시간 아래서 숨 쉬고 살아간 개인들의 체온을 느끼는 작업이다. 승리자들에 대한 관심이 아닌 실패자들에 대한 관심, 화해가 아닌 갈등에 대한 관심이다. 또, 소설 읽기는 시간의 무게 속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생각하는 미래를 위한 준비이기도 하다.

 

 

 

나의 유럽 나의 편력

대학에 입학한 후부터 반세기 넘는 세월 동안 저자 이광주가 몰두해온 것은 괴테, 발레리, 토마스 만 등의 문학과 하위징아, 부르크하르트 등을 비롯한 유럽의 지성사 · 문화사 전반이다. 특히 그를 매혹한 것은 유럽의 지성사를 관통하는 ‘교양’의 전통 그리고 역사의 빛나는 페이지를 장식한 숱한 ‘교양인’들이었다.
이광주가 최근 20여 년 동안 천착해온 주제는 유럽의 살롱과 카페의 문화사, 차와 커피 문화 그리고 책 문화다. <교양의 탄생>(2009), <동과 서의 차 이야기>(2002), <아름다운 지상의 책 한권>(2001), <아름다운 책 이야기>(개정판 2014) 등은 그의 오랜 탐독이 맺은 결실이었다. 이번에 펴낸 <담론의 탄생: 유럽의 살롱과 클럽과 카페 그 자유로운 풍경>은 그간 이광주를 사로잡은 유럽의 살롱과 카페 문화라는 친숙한 주제를 그 속에서 꽃핀 자유로운 담론문화의 전통을 중심으로 풀어냈다. 지금까지 출간한 여러 책을 아우르는 총결산이다.
몽테뉴의 <수상록>, 아벨라르의 <서간집>, 에라스뮈스의 <우신예찬>, 부르크하르트의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문화>, 하위징아의 <중세의 가을>은 모두 이광주에게 “독서의 즐거움이라는 최상의 놀이를 베풀어”주고 “긴 암흑의 시대에도 큰 위안”이 되었다. 그래서 그는 읊조린다. “누가 그보다 더 많은 것을 무심히 나에게 베풀어줄까.”

 

 

조선의 매화시를 읽다

사군자四君子, 즉 덕德과 학식을 갖춘 사람의 인품에 비유한 매난국죽을 이야기할 때 매화가 가장 첫 번째 순서인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이른 봄의 추위를 이겨내고 밝은 색의 꽃을 제일 먼저 터뜨리기 때문이지 않을까. 새해가 밝고 아직 추운 기운이 감도는 땅에 가장 먼저 피어나는 매화를 보며 사대부들은 차오르는 시심을 감추지 못했다. 이러한 그들의 매화 사랑은 고전 문집을 살짝만 들춰보아도 확인할 수 있다. 저자는 한국 한시와 산문이 지닌 아름다움에 주안점을 두고 매화를 애호한 문인들의 시를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흐름과 특징,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의미를 통시적으로 고찰한다.

 

 

 

 

 

자연의 배신

저자는 '공존'이 아닌 '생존'을 이야기한다. 사실 자연은 우리를 배신한 적이 없다. 단지 우리가 꾸며낸 거짓된 환상이 우리를 배신했을 뿐이다. 동물과 인간의 차이를 찾아 오랜 시간을 헤맨 인류에게, 우리 손으로 자연을 구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로 '자부심'이라는 저자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인간은 생쥐가 아니다. 우리를 둘러싼 대자연을 직시하고, 그 속에서 인간이 찾아야 할 진정한 '생존 전략'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능력이야말로 인류가 동물보다 한 단계 높은 곳에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사이언스 칵테일

최강신 (이화여자대학교 스크랜튼대학 교수) 

 

: 추리소설을 보면, 모두가 일관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설명이라도 탐정이 현장에 가서 일일이 검증해보고 절묘한 오류가 있다는 것을 밝힌다. 보는 우리들은 놀랍고 재밌지만, 귀찮음을 무릅쓰는 성실함과 오랜 기간 갈고 닦은 전문가만의 날카로움이 없으면 문제 해결은 없다. 강석기의 과학카페 시리즈를 재미있게 술술 읽으면서도 놀라고 감사하게 되는 이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