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4/400. 양들의 역사 (김경욱)
간혹 인삿말 이외에 신상을 묻는 택시 기사분들도 만나는데 한 번은 아이에게 집이 여기 몇동이냐, 학교는 어디냐, 아빠 직업이 뭐냐, 등등을 물어서 뜨악한 적이 있다. 라디오 뉴스에 따라 분을 못참고 화를 내는 기사 아저씨의 욕설을 다 들어야한 적도 있다. 물론 그런 힘든 경험이 반이 넘지는 않는다. 택시를 탈 때면 나는 조용하고 시사는 잘 몰라요, 를 연기한다. 그래야 될수록 조용한 승차시간을 가질 수 있다. 소설 속 화자의 연극을 나는 충분히 이해했고 기사의 인생사를 듣는 거북함과 긴장감을 느꼈다. 그럼 기사 아저씨의 이야기는 진짜 역사일까. 그가 경험한 생사의 자리는, 누군가의 삶을 대신 떠밀고 빠져나온 걸까. 그가 연극을 했더라도 양의 연극, 그저 무리 속에서 조용히 풀 뜯고 모는 방향대로 따라가는 역할은 너무나 자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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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5-08-23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평소엔 수다스러운반면 낯선 사람들의 대화를 주고 받는 것에 익숙치가 않아 택시를 타거나 미용실을 가면 참 난감할때가 많아요 주로 저는 질문이 오면 네,아니오 단답형으로 모르쇠로 일관!!! 그럼 따가운 눈총을 받아도 속은 편해요^^
님의 택시 경험을 읽으니 공감이 많이 가네요^^

유부만두 2015-08-26 17:13   좋아요 0 | URL
그렇죠. 밀폐된 공간에서 강요되는 대화는 어쩐지 불편하고요.... 이런 택시 경험이 저 혼자만의 것은 아니었네요.
 

283/400. 요한시집 (장용학)

앞의 우화, 무지개 동굴에 살던 토끼가 갑갑함을 느껴 탈출하고, 빛에 눈이 머는 이야기가 어떻게 나와 누혜에게 연결되은걸까. 황석영 작가는 해설에서 한국전쟁 직후에 사람들이 겪은 이념의 공황상태를 실존주의로 설명하지만 끝내 확실치 않다고 여지를 남긴다. 어려운 단편이다.


아옹,하고 이 긴장이 찢어지고 단절될 때 `해안선`은 끊어지고 저 언덕 위 마른 나뭇가지에는 새빨간 꽃이 방긋, 피어날 수도 있는 것이다. 있을 수 있는 일은 무수하다. 그 무수의 가능성이 하나의 우연에 의하여 말살된 자리가 존재이다. 따라서 존재는 죄지은 존재이다. 생 속에서는 죄지었다는 것은 또 죄지을 것을 의미한다. 존재는 범죄이다. 그 총목록이 세계이고, 인생은 그 범죄자였다. (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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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2/400. 고기 먹으러 가는 길 (박솔뫼)

빨간책방에서 저자가 낭독하는 부분을 듣고 문장 웹진에서 전문을 찾아 읽었다. 반복되는 단어와 엉뚱한 상상이 있을법한 상황 위에 펼쳐진다. 자꾸 생각나는 황정은 작가. 획획획 종종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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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1/400. 종이달 (가쿠다 미쓰요)

 

영화 <종이달>을 먼저 보았는데, 갑갑하면서도 당당한(뻔뻔한?) 주인공이 마음에 들었다. 대책없는 내리막길을 내닫지만 어쩐지 미워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소설 속 리카는 다르다. 남편과의 관계나 고타와의 교제에서도 너무 속이 빤히 보인다. 물론 리카 부분에선 1인칭 시점으로 속 이야기를 다 서술하고 있긴 하지만, 반복되는 표현 '모르겠다' 만큼이나 생각 없는 속셈(?)이 다 드러나 영화 판 리카가 지녔던 신비감이 사라졌다. 소설은 지루했다.

 

어린시절 부터 리카는 엉뚱할 정도로 우직함을 갖고있었는데 살짝 그 방향이 틀어지고, 엄청난, 하지만 소설 초반부에 언급되는 금융사기에 비하면 그 액수가 미미한, 사건을 저질러버렸다. 횡령에도 순진하게, 불륜도 순진하게, 저질러버리고는 아, 누가 좀 알아채줘, 라고 어리광을 피운다. 소설의 구성은 리카의 과거 지인들 이야기가 번갈아 나오는데 각자가 돈 문제로 겪는 생활 속의 갈등이 묘사되는 그 부분들이 리카의 이야기보다 더 눈길을 끈다. 빨간책방의 두 사회자가 극찬을 해서 찾아 읽었는데, 역시 사람마다 생각하는 것이 다르구나, 싶었다. 남편과의 관계가 변화하는 것은 흥미롭지만, 쇼핑과 계산 장면이 반복된다. 결국 돈과 힘의 이야기인가.

 

이 책에는 등장인물 이름 만큼이나 낯선 일본식 표현이 자꾸 나와서 일본소설임을 강조하고 있다. 번역가가 일본식 한자어 표현을 원고에 남기면 편집자가 독자와 번역자 사이에 서서 다시 손 봐야 하지 않을까.

 

거울 앞에서 옷을 대보고 있던 자신에게 점원이 시착을 권해, 시키는 대로 시착실에 들어가 시착을 하고 나왔다.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을 바라보며, 잘 어울리세요, 손님 스타일이 좋으셔서, 하는 점원의 말에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 (132)

 

갑자기 리카는 손가락 끝까지 가득 차오르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만족감이라기보다는 만능감 萬能感에 가까웠다. 어디로든 가려고 생각한 곳으로 갈 수 있고, 어떻게든 하려고 생각한 것을 할 수 있다. (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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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16-02-20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책에서 2015년 결산하는데 이책이 나오길래 구입해서 읽었는데 나도 실망했어. 이 리뷰먼저 읽었으면 안샀을것을...읽고나서 빨책을 들어보고있는데 영화가 더 나았을거 같다는 생각이 드네. 연달아 유부만두가 추천해준 나오미와 가나코를 읽었는데 그게 더 재미있더라구.

유부만두 2016-02-21 10:13   좋아요 0 | URL
ㅎㅎ 그런데 전 나오미~ 를 안읽었어요;;;

psyche 2016-02-21 10:49   좋아요 0 | URL
여름에 유부만두가 추천해줘서 난 읽은줄.....
 

278/400. 마당 씨의 식탁 (홍연식)
279/400. 불편하고 행복하게1
280/400. 불편하고 행복하게 2


유행하는 전원생활 + 집밥 찬양 만화책 인줄알고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는데...`어른들의 진짜` 생활의 갈등과 인생의 고민이 담겨있었다. 어린시절의 추억을 말할 땐 BGM 으로 '양화대교'가 흐르는 듯.... 하지만 판타지가 아닌 `리얼 다크` 하루하루의 성실한 삶이 보인다. 홍연식 작가의 솔직하고 우직한 태도에 감탄했다. 억지 감동은 하나도 없다.
홍작가의 부인 이민희 그림책 작가 이야기도 나오는데, 찾아 읽어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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