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알고는 있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의 발췌문:
"너는 네 작은 비망록도, 고대 로마인들과 헬라스인들의 행적도, 
노후에 읽겠다고 제쳐놓은 그들의 저술 발췌본도 읽을 시간이 없을 것이다."



김겨울의 말처럼 이걸 다 읽고 죽어야겠는데, 내 보관함의 수백권과 장바구니의 수백권, 당장 내 책장의 저 책들은 어쩌면 좋을까. 1년에 고작 130권 남짓, 몇 년이나 남았을까. 그러니 고르고 골라서 좋은 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거 슬퍼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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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23 23: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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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24 07: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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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21-02-26 0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마음이 막 급해지네

유부만두 2021-02-27 21:09   좋아요 0 | URL
일단 오래 살아야해요, 눈 영양제도 챙기고요. ^^ (책 사는 속도는 늦춰야 하는데;;;)
 

아직 사춘기의 신체적 특징이 나타나진 않았지만 아들이 별안간 눈에 띄게 퉁명스러워진 참이어서 아들의 기분이 독기운처럼 공기 중에 퍼지고, 올리브도 크리스토퍼 만큼이나 변하고 또 변덕스러워 보이던 때였다. 모자는 순식간에 격렬히 싸우다가도, 그 분노는 이내 무언의 친밀감처럼 둘을 감싸버려 영문을 알 길 없는 헨리만 멍하니 따돌림을 받는 기분이 되었다. (13)



케빈은 뭐라고 대꾸해야 할지 몰랐다. 운전대를 내려다보며 가능한 한 표시 나지 않게 두 손을 꽉 움켜쥐었다. 그녀의 존재가 크게 느껴지며, 잠깐 동안 거대한 코끼리가 곁에 앉아 있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인간 왕국의 일원이 되고 싶은 순진하고 순한 코끼리, 앞다리를 무릎에 포개고 기다란 코를 살며시 움직이는 코끼리. (82-3)



앤지는 이제 머리를 복도 벽에 기대고 손가락으로 자신의 검정 치마를 만지작거리며 자신이 뭔가를 너무 늦게 깨달았다고, 그리고 그것이, 너무 늦었을 때에야 뭔가를 깨닫는 것이 인생일 거라고 생각했다. (108)



심한 생리통으로 양호실에 온 소녀들은, 아파서 입술이 바짝 말라버린 채 잿빛이 된 얼굴로 소파에 누워 있었다. "우리 아빠는 내가 엄살부리는 거래요." 이런 말을 하는 소녀들이 적지 않았다. 그 말에 얼마나 가슴 아팠던가. 소녀로 사는 것은 얼마나 쓸쓸한 일인가! 그녀는 때로 오후 내내 양호실에 있다가 가도록 허락하기도 했다. (233)



매일 아침 강변에서 오락가락하는 사이, 다시 봄이 왔다. 어리석고 어리석은 봄이, 조그만 새순을 싹틔우면서. 그리고 해를 거듭할수록 정말 견딜 수 없는 것은 그런 봄이 오면 기쁘다는 점이었다. 물리적인 세상의 아름다움에 언젠가는 면역이 생기리라고는 생각지 않았고, 사실이 그랬다. 떠오르는 태양에 강물이 너무 반짝여서 올리브는 선글라스를 써야 했다. (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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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1-02-20 11: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니 왜 올리브 나이 근처에 다다르지도 않았는데 왜 저 모든 것들이 마악 가슴에 와닿는겁니까.

유부만두 2021-02-20 18:16   좋아요 0 | URL
가슴에 와 닿고 스윽 들어오죠? 특히 봄 이야기 저 단락, 오늘 낮에 자꾸 생각났어요.
 

책을 닥치는 대로 읽어치우는 독자라면 정신의 바벨탑에 듀이 십진분류법 같은것은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미로 같이 복잡한 서가 사이를 걷고 있으면 아주 오래전에 읽은 방대하고 수없이 많은 책을 덮고 있는 티끌에서 먼지를뒤집어 쓴 토끼처럼 생각이 우리 앞으로 튀어나오는 법이다. - P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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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2-16 00: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우 티끌에서 먼지를 뒤집어 쓴 토끼처럼.... 표현 완전 좋아요. 앨리스 토끼따라 책의 미로로.... ㅎㅎ

유부만두 2021-02-16 06:54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 토끼에서 엘리스로 연결되는군요, 역시!

2021-02-16 07: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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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16 07: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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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16 07: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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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16 07: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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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16 07: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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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16 07: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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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16 07: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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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16 07: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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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16 07: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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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21-02-16 08: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우! 바람돌이님 엘리스로 연결~ 전 내가 토낀데..이러구 있었는데~ 얼른 만나고 싶어요~ 이 책^^

유부만두 2021-02-16 14:32   좋아요 0 | URL
정말 멋진 책이에요. 계속 순간, 영원, 생명, 이런 철학적인 주제가 떠오르기도 하고요. 명상용으로 좋아요.
 

“윌리엄은 자신의 딸들이 아들들과 똑같이 기본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딸 중 한 명이 다른 자녀들보다 훨씬 뛰어난 과학적 소질을 보이기 시작하자 그 우수한 재능에 걸맞은 격려와 기회를 제공했다. 한편 노예제 폐지를 옹호한 윌리엄은 자신의 집을 지하철도Underground Railroad 조직(노예제가 폐지되기 전 노예들이 북부의 자유주로 도망칠 수있도록 도운 조직 — 옮긴이)의 기착역으로 만들었다. ‘지하철도‘에서는 천문학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는데, 주로 밤에 이동해야 했던 도망 노예들은 강을끼고 북두칠성의 아프리카식 이름인 호리병박 자리를 따라가라는 조언을들었다. 계속해서 북극성을 따라가면 방향을 잃지 않고 자유주가 있는 북쪽으로 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윌리엄은 노예가 수확한 목화로 만든 옷을 거부하면서 어려운 살림에도 아내와 딸들에게 명주로 만든 옷을 입혔다.” (마리아 미쳴,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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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04 19: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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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05 06: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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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05 07: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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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그래픽노블>

극주부도 1-5, 오노 코스케, 학산문화사, 2021

노부나가의 셰프 13-20, 카지카와 타구로, 대원씨아이, 2019-20


<비문학>

트렌드 코리아 2021, 김난도 외, 미래의 창, 2020 

페르메이르, 전원경, 아르테, 2020

뮤지엄서울, 김서울, 호미와 낫, 2020

The Truth We Hold: An American Journey, Kamala Harris, Penguin Books, 2020

소방관의 선택, 사브리나 코헨-해턴/김희정 역, 북하우스, 2020 

하노버에서 온 음악편지, 손열음, 중앙Books, 2015



<문학>

Mrs. Dalloway, Virginia Woolf, Penguin Classics, 2000

애린 왕자, 생택쥐페리/최현애 역, 이팝, 2021

엄마의 반란, 메리 윌킨스 프리먼/이리나 역, 책읽는 고양이, 2020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하), 마거릿 미첼/안정효 역, 열린책들, 2011

2년 8개월 28일 밤, 살만 루슈디/김진준 역, 문학동네, 2021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 마르셀 프루스트/김희영 역, 민음사, 2012

0시를 향하여, 애거서 크리스티/이선주 역, 황금가지, 2013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 심너울, 아작, 2020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박연선, 놀(다산북스), 2016 


<영화>

Phedre (NT)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백설공주 살인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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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1-01-31 20: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굵은 푸른색 글씨의 책들이 추천작 맞나요? ㅎㅎㅎㅎㅎ 많이 읽으셨어요, 유부만두님!!

유부만두 2021-02-01 07:43   좋아요 0 | URL
네! 북플에선 안 보이지만 컴에선 표시되는 굵은 푸른 책들은 추천하는 거에요.^^

파이버 2021-02-01 14:28   좋아요 0 | URL
앗 북플로 읽고 있었는데 컴으로 다시 들어가봐야겠어요 단발머리님 댓글 아니었으면 놓칠뻔;;;

단발머리 2021-02-01 14:45   좋아요 1 | URL
컴으로 보시면 안 보이는 것들이 보입니다^^ 이를테면 태그 읽는 맛도 그 중에 하나이지요 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