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무서운 일이 가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린이가, 청소년이, 어른이 '여성'이기 때문에 무서워하게 되는 그 많은 일들이 모두 그렇다. 그런 무서움은 아무런 가치가 없을 뿐 아니라 세상을 좀먹고 무너뜨린다. 우리는 어린이가, 여성이 안전을 위협받는 세상에서 살게 할 수 없다. (53) 



가해자가 성장 과정에서 겪은 일을 범행을 정당화하는 데 소비하는 것은 학대 피해 생존자들을 모욕하는 일이다. '학대 대물림'은 범죄자의 변명에 확성기를 대 주는 낡은 프레임이다. 힘껏 새로운 삶을 꾸려가는 피해자들을 '불우한 가정에서 자란 예비 범죄자'로 보게 하는 나쁜 언어다. 가정에서 아이를 학대해선 안 되는 이유는 아이를 아프게 하고, 존엄을 무너뜨리고, 상처를 남기기 때문이다. 그것만으로도 이유는 충분하다. 가해자의 잔인한 범행을 나는 '악惡'이라는 개념 말고 다른 것으로 이해하지 못한다. 악행의 기승전결은 전혀 알고 싶지 않고, 합당한 벌을 받기를 바랄 뿐이다. (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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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셔츠만 입고 있어도 여자잖아. 우리 오카마는 이렇게 화장을 하고 한껏 꾸며 봐야 겨우 오카마 밖에 될 수 없으니까." 난 이것이야말로 평범함이라는 것이로구나 생각했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수수하게 티셔츠만 걸쳐도 여자로 있을 수 있다는 것. 

  우리 남자는 더 나아가 '어느 쪽에 속하는 성性인가?'를 생각하는 과제조차 면제받고 있다. 남자는 마음껏 '개인'으로서 행동하고 있지만, 우리 곁에서 여성들은 '여자로 있다.' 

  자, 그렇다면 사회에 의해 물들여지고 딱지가 붙여진 존재가 '평범해지는' 것은 어떻게 해야 가능할까? 


  본인의 의사를 존중한다는 형태를 취하는 착취가 있다. 그리고 본인을 걱정한다는 식으로 억지로 책임을 떠맡기는 듯한 개입이 있다.

  우리는 신이 아니다. 우리가 양손에 들고 있다고 생각하는 올바름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입장에서 본 올바름이다. 이것이 타자에게도 통용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문학의 집에는 여러 개의 입구가 있습니다. 계단과 양 옆의 기둥까지 갖추고 있는 정문이 있지요. 그 문으로 들어갈 때는 마치 궁전에 들어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또한 옆문도 있습니다. 더 소박하고 더 개인적인 문. 이 문으로 들어가는 사람은 고독합니다. 그들은 혼자 다니지요.

그리고 뒷문이 있습니다. 부엌으로 바로 들어가는 문, 요리사와 접시닦이, 장사꾼들이 이용하는 문이지요. 그곳은 항상 소란스럽습니다. 많은 것들이 드나드는, 바로 그 문이 아이다와 사비에르,  그리고 제가 이용한 문입니다. 늘 서로에게 말을 건네면서요.

이제 여러분에게 건넵니다. 


존 버거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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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그녀에게 남긴 가르침들 가운데 조금이나마 쓸모가 있었던 내용은 하나도 없었고, 스칼렛은 그래서 분개하고 당혹했다. 엘렌은 그녀가 딸들을 키울 당시의 문명이 붕괴되리라고는 예측하지 못했고, 딸들을 그토록 훌륭하게 훈련시켜서 등장시키려고 했던 사교적인 무대가 없어지리라고도 예기치 않았으리라는 점을 스칼렛은 깨닫지 못했다. 엘렌이 스칼렛에게 상냥하고 우아하며, 명예롭고 친절하며, 겸손하고 진실해야 된다고 가르쳤을 때는 그녀 자신의 삶이 거쳐 온 안일한 세월이 해마다 되풀이되는, 평화로운 미래의 나날을 어머니가 멀리 내다보았으리라는 사실도 스칼렛은 깨닫지 못했다. 그들이 그런 가르침을 따르면 세상이 여자들을 호의적으로 대우하리라고 엘렌은 말했었다. 


    스칼렛은 절망에 빠져 생각했다. <아무것도, 그렇다, 아무것도, 어머니의 어떤 가르침도 나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친절해 봤자 지금 내가 무엇을 얻겠는가? 상냥함의 미덕은 무엇인가? 차라리 검둥이처럼 쟁기질을 하거나 목화를 베는 기술을 배웠더라면 훨씬 좋았으리라. 오, 어머니, 어머니의 얘기는 옳지 않았어요!> 


    질서 정연했던 어머니의 세계는 사라졌으며 잔혹한 세상이, 기준과 가치관이 한꺼번에 달라진 세상이 대신 찾아왔다는 생각을 스칼렛은 마음을 가다듬고 해볼 겨를이 없었다. 그녀는 다만 어머니의 얘기가 옳지 않았다고만 믿었고, 그래서 그녀로서는 준비를 하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을 맞기 위해 재빨리 변모했다. 

(26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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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청소년>

5번 레인, 은소홀, 노인경 그림, 문학동네, 2020


<비문학>

아무튼 연필, 김지승, 제철소, 2020

마침내 일상에 도착했다, 김송은, 컴인, 2020

세번째 뇌, 장 미셀 우그를리앙/임명주 역, 나무의 마음, 2020 

요술봉과 분홍 제복, 사이토 미나코/권서경 역, 문학동네, 2020


<문학>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상), 마거릿 미첼/안정효 역, 열린책들, 2011


<영화>

금발이 너무해 1

스위트 알라바마

화양연화

중경삼림

신 보보경심

에일리어니스트 (시즌1)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애니)

울고싶은 나는 고양이 가면을 쓴다 

퀸스 갬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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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0-12-02 14: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화 드라마를 많이 봤고, 시작한 책도 많았는데, 완독은 적었고
바람이 많이 불었고 마음이 쓸쓸한 11월이었다.

단발머리 2020-12-02 18:15   좋아요 1 | URL
저도 시작한 책은 많았는데 완독은 적었고
수면 양말을 새로 사고 공연히 바쁜 11월이었어요.
 

전쟁터에서 애슐리가 멜라니에게 보낸 편지 내용. 스칼렛이 몰래 훔쳐 읽다가 애슐리의 고뇌에 놀라고 별다른 애정 표현이 없어서 안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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