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 년 전, 큰 아이를 입대 시키고 허전한 마음에 무어라도 해야겠다 생각했다. 내가 총을 들 수는 없으니 책을 읽겠다고 (무슨 일만 생기면 '대신' 책을 읽겠다는 이 마음, 이건 다른 사람들이 즐기지 않는 - 아, 여기 이곳 서재에서는 반대지만 - 취미를 무슨 고행인양 생색내는 버릇이다) 그것도 이왕이면 길고 지루하고 인기 없는 번역소설을 골랐더랬는데 


기권 


그러는 새 아이는 제대하고 학교로 돌아가 맘껏 복학생 티를 내며 신입생들 앞에서 주름 잡지도 못하고 집안에 머무른지 어언 일 년이 되었다. 시간은 화살처럼 흐른다. 



다시 읽기로 했다. 이런 결심을 세우고 뽐내기 좋은 시기, 연초에. 

알라딘에서 받은 스누피 달력에 하루에 삼십쪽 쯤 계산을 해서 써넣으니 반년을 채운다. 


그 책. 작년까지 겨우겨우 1권의 2부까지 읽었던 그 이야기를 처음부터 다시 읽기로 했다. 


우리 안의 질료는, 물질적 요소들은 우리의 사후에도 소멸되지 않고 부유하다 다른 질료나 '오성'을 만나서 시간을 무시하고 기억을 불러낼 수 있다고 프루스트 전공학자인 역자가 서문에 써놓았다. 그 유명한 마들렌느의 맛 이외에도 저 높이 솟은 교회 첨탑, 달큰한 시골집 방에서 맡던 냄새, 책에서 만나는 이야기의 한 꼭지 등은 습관이 무디게 했던 나를 어느 순간, 틈을 파고들어 의식이나 이성 저 너머에 있는 질료들과 연결시키고 순간 이동도 가능하게 한다. 


사회적 카스트를 엄격하게 여기는 (스노비즘 쩌는) 부르주아 가정의 한가로운 부활절 휴가 일상들이 조금씩 보여진다. 섬세하고 민감하고 짜증도 부르는 화자와 그의 엄마, 외할머니의 독특하고 어쩐지 어설픈 모습들. 두번째로 읽으니까 좀 더 친근하게 읽힌다. 지난번에 잘 읽히지 않아서 민음사로 갔다가 어쩐지 길을 잃은 기분이었는데 다시 펭귄이다. 완역되었으니 천천히 나아가봐야겠다. 고색창연한 어휘들이 국어 고전문학 수업 생각도 불러온다. 남편을 '나의 벗님'이라고 부르는 젊은 엄마가 나오는 19세기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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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혜윰 2021-01-06 0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2권까지 읽다 포기 ㅠㅠ

유부만두 2021-01-06 08:55   좋아요 0 | URL
그래도 저 보단 더 읽으셨네요. ^^;;;

psyche 2021-01-06 0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학생 형 노릇을 못한다니 내가 막 안타깝네. 2021년에는 학교에 갈 수 있으려나

유부만두 2021-01-06 08:56   좋아요 0 | URL
글쎄요. 봄학기 절반쯤 등교를 했으면 좋겠는데
전철 타고 통학한다니 걱정도 되고
마음이 복잡해요.

Falstaff 2021-01-06 08: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교도소에 들어가 읽기에 딱 좋은 책입니다.......라고 무라카미 하루키가 <1Q84>에서 얘기했습지요. ㅋㅋㅋㅋ
전 김창석 번역으로 읽었습니다. 그것도 굉장히 좋습니다. 민음사에서 번역하고 있는 김희영 선생도 김창석 번역을 참고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동의합니다. 저도 이 책, 완독은 했는데, 죽다 깼습니다. ㅋㅋㅋㅋ

유부만두 2021-01-06 08:58   좋아요 1 | URL
그렇죠... 그런데 저도 교도소 식당 아줌마 입장이라 이미 읽을 준비는 돼있어요.
펭귄은 이형식 선생님 번역인데 문장이 아주 옛스러워요. 그래도 그럭저럭 흐름을 따르려고 노력하며 읽고 있어요.
Falstaff님께서 살아돌아오심을 경축드리오며 ... 전 이제 사지로 떠납....

다락방 2021-01-06 09: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이참, 세상엔 왜이렇게 도전하고 읽어야 할 책들이 많은가요. 저는 2023년쯤에나 도전해볼까 싶습니다. 2021년에 성경 2022년에 코스모스 예정이라 2023년에야 차례가 오지 않을까 싶어요..

유부만두님 화이팅이요!! 완독을 기원합니다. 빠샤!

유부만두 2021-01-06 10:19   좋아요 0 | URL
응원이 이렇게 많다니!!! 기필코 완독해서 ‘잃어버린 시절/시간‘을 되찾아보겠습니다. 다락방님께서도 성경 완독하시고 구원받으세요? 그런데 그전에 복장 터지실듯...

코스모스 책, 저희집에도 곱게 있답니다. ^^

blanca 2021-01-06 09: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그런데 저 펭귄판 너무 예쁘네요. 저는 민음사 번역 순서대로 아주 천천히 읽고 있습니다. 이 순서 대로라면 완독 가능할 듯. 2년에 두 권씩 나온답니다. ㅋㅋ

유부만두 2021-01-06 10:21   좋아요 0 | URL
예쁘죠?!!! 원서 권수에 맞추어 7권, 저런 양장본으로 내겠다고 시작해서 겨우 2권 낸 다음에 페이퍼 백으로 바꿨어요. ㅜ ㅜ
민음사 양장본 예쁘던데요. 이제 곧 완간이겠군요.
프루스트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읽어야 할 책인 것 같아요. 그런데 전 일년 안에 판가름을 내려고 지금 두번째 시도를 시작합니다! 으쌰!

vita 2021-01-06 09: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민음사 번역이 별로예요? 펭귄이 나아요? 민음사꺼 오고 있는데 ㅠㅠ 잘못 샀나..... 저도 유부만두님 따라 갈래요 올해 프루스트 읽기!

단발머리 2021-01-06 10:02   좋아요 0 | URL
이 분 어디서 많이 뵌듯 아이디가 익숙하다 했더니 저랑 버지니아 울프 읽기로 하신 분 아닌가요?

단발머리 2021-01-06 10:03   좋아요 0 | URL
유부만두님, 이러시면 상권 침해로 오인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어마어마합니다. 프루스트 폭풍 어쩌시렵니까?!? @@

유부만두 2021-01-06 10:23   좋아요 1 | URL
아니요, 아니요! 전 번역 비교한거 아니에요.

그냥 펭귄으로 시작해서인지 그 어투가 그나마 나아서 펭귄으로 읽기로한거에요.
그리고 책이 저렇게 예쁜건 두 권이 고작이라 모아놓아서 예쁘지도 않아요. ㅜ ㅜ

민음사 판 번역 좋다고 들었어요. 저 땜에 흔들리지 마세요~

유부만두 2021-01-06 10:34   좋아요 1 | URL
으하하하 그 폭풍을 제가 일으킨 겁니까?!?!!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 칭찬과 뽐뿌를 어젯밤 단발님께 보내드렸더랬지요???? 서재에서 상도덕을 지키지 않고 이 책 저책 마구 읽어대는 그 이상한 아줌마가 저랍니다?!

Falstaff 2021-01-06 10:32   좋아요 2 | URL
민음사의 잃어버린을 선택하지 않은 유일한 이유는, 완역 기다리다가 제가 먼저 숨이 넘어갈까봐였습니다. ㅋㅋㅋㅋ

vita 2021-01-06 11:21   좋아요 0 | URL
아니 왜 이러십니까, 단발머리님 저 지금 열렬하게 올랜도 읽고 있는데 ㅋㅋㅋㅋ 우리 언니 따라 프루스트도 읽자요. 응? 응!

vita 2021-01-06 11:23   좋아요 0 | URL
양장본 탐도 나서 ㅋㅋㅋ 일단 저는 두 권 비교해보면서 읽어볼게요, 김창석 선생님 번역본으로 5권까지 읽다가 중도포기 했는데 이번에 다시 도전! 올해 기다려! 프루스트 할배 기다려!

유부만두 2021-01-06 16:38   좋아요 0 | URL
아니, 여러분들 이미 저보다 더 많이들 읽으셨었군요!
전 ... 깨갱.

scott 2021-01-06 10: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펭귄판 빛바랜듯한 표지가 넘 예쁘고 유부 만두님 손떼뭍어 있어서 더더욱 프루스트적이게 보이고 ㅋㅋㅋ저는 아주 오랜세월동안 집안에서 먼지 뽀얗게 쌓여 있는 김창석번역판으로 읽었었는데 이번에 유부만두님처럼 1권부터 매일 30페이지씩 스누피 다이어리에 체크해가며 읽어야겠네요.

유부만두 2021-01-06 10:25   좋아요 1 | URL
제가 프루스트 뽐뿌의 중심에 있는건가요? ^^

하지만 저 표지는 절판이고요, 2권까지 밖에 안나왔고요.

스누피와 함께 하는 프루스트 ... 함께 해주신다면 전 영광이에요.
자 보리수 차 한 잔?

라로 2021-01-06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미 읽으신 줄 알았어요. 한참 읽으실때 제가 왔다가 또 사라져서 그랬나봐요. 저는 아예 읽을 엄두를 안 내고 있으니 혼자 안심합니다. 이런 포기는 잘하고든요. 그나저나 제 눈에 들어오는 것은 책이 아니라 에어파드! 이름 새겼어요??? 저는 이름 새겼는데. 큰아들에게도 이름 새겨서 크리스마스에 선물했어요. 가장 잘 사용하는 선물이라고 하던데 정말 넘 좋죠!!😅😅😅

유부만두 2021-01-06 16:27   좋아요 0 | URL
그때 포기했어요. 띠엄띠엄 생각날 때 읽으니까 별 재미도 없고 너무 힘들어서요. 다른 책 읽다가 잊었어요. 이번엔 조금씩 양을 정해서 끊지 않고 읽어보려고요.
전 에어팟에 이름 안 새겼는데요. 이름 새기기도 하는군요.
이게 한 쪽씩 꽂을 수가 있어서 헤드폰 보다 훨씬 쓰기 편해요. 걱정한 것 보다 착용감도 좋고요. 만족해요. ^^

반유행열반인 2021-01-06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웃님의 홍보? 덕에 올재클래식에서 권당 2900원이라는 엄청난 가격에 김창석 선생님 번역본을 재작년에 영입했는데 유부만두님 페이퍼 보며 사놓고(그렇죠 이년 간 장식품..)처음 펼쳐 보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살포시 덮었습니다... ㅋㅋㅋㅋ

유부만두 2021-01-06 16:31   좋아요 1 | URL
ㅎㅎㅎ 그러셨군요.
전 요란스레 읽겠다고 설치다가 삼년전 흐지부지 되었고요, 실은 그 이전에도 몇번의 시도가 더 있었고요. 뭐 이젠 나이도 나이인지라 눈이 더 나빠지기전에 읽어야겠다는 서글픈 이유가 있어요. ;;;

반유행열반인 2021-01-06 16:40   좋아요 1 | URL
차분차분 천천히 읽어가셔요. 번역도 30년이 걸렸다 하니 저도 그만큼 잡아놓고 느리게 읽어볼까 합니다 ㅎㅎㅎ

유부만두 2021-01-06 20:28   좋아요 1 | URL
아...30년...그땐 저 책 들 힘도 없을거에요. 호로로롤

하이드 2021-01-06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한 달에 한 권씩 읽을거에요. 지금 3권까지 사뒀음! 같이 가요! 다음주부터 읽을거에요. 막 계속 물어봐야지. 프루스트 얼마나 읽었어요?

유부만두 2021-01-06 22:34   좋아요 1 | URL
원서는 7권 짜리인데 펭귄은 (예전 하드커버는 1, 2권이 페이퍼백 1-4권) 12권으로 나왔더라고요. 원서 1-5권이 두권씩 분권되어 나오고 6,7권은 그대로 한 권씩이고요.

1권의 1부, 반쯤 읽은 것 같아요. (130쪽쯤) 마들렌느 이야기, 콩브레 교회 종탑 이야기, 아돌프 숙부(외할아버지의 형제) 댁에 약속 없이 갔다가 숙부의 애인을 보게되는 이야기 까지 읽었어요. 빙빙 돌려말하는 사람들 대사랑 비꼬는 말들, 넘쳐나는 비유와 묘사에 정작 지금 뭘 얘기하는지 헷갈리는데 ... 그게 묘미겠죠? ^^

저도 하이드님 독서 기록 보면서 읽겠습니다. ^^
실은 전에 새해에 프루스트 이야기 꺼내주셔서 용기냈어요.
 

방역선을 창설한 사람은 아드리앵 프루스트, 마르셀의 아버지.
‘콜레라 시대의 사랑’의 우르비노 박사가 그의 제자로 나온다고. 그는 열심히 씻고, 비누가 없다고 부인을 타박까지 한다. 코로나 시대에는 마스크 문제가 더해지겠군. 

https://www.google.co.kr/search?q=adrien+proust&ie=UTF-8&oe=UTF-8&hl=ko-kr&client=saf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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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에서 지난 10년간 일을 돌이켜 보라고 해서. ... 목록을 만들어 봤더니, 내가 너무 불쌍해지더라고요?

 

이사 세 번에 수술을 두 번이나 했고 친한 친구 하나는 하늘 나라로 갔고 ... 종종 북플에 몇 년 전에 읽었다고 뜨는 책은 기억에 없는 책이고 알바로 번역서를 스물 몇 권 교정은 봤는데 따지면 몇 달에 한 권 꼴이니 그리 큰 일도 아닌데다 품삯도 참 소박해서 돈을 더 보태서 책 사는데 다 썼고 그런데 그 책들이 내 기억에 ...

 

그나마 십 년 동안 아이들은 쑥쑥 자라서, 대학생이 되고 군인이 되고 병장도 달더니, 아아아, 드디어 국군의 날 이브에 큰 아이가 제대 (전문용어로 전.역.)를 하고 집에 왔습니다.

 

아들녀석 군 생활이 고달플까 내 맘이 짠해서 그래 너는 총을 들어라, 에미는 떡을 썰듯 프루스트를 읽으마 했었는데 .... 했었는데.... 생각보다 애가 빨리 오는데요? 난 아직 스완네 집에 있는데 말이에요. 그래서 반칙하는 마음으로 영화를 한 편 봤어요.

 

아니, 뭐, 이런 .... 황당한 전개에 기억이라는 주제를 이렇게 풀어서 사람을 놀래키는 영화라니. 프랑스어 식으로 욕을 날리자면 M.... 되겠습니다. 네, 마르셀....

 

소설의 인물들이 이리저리 차용되어 나온 건 재미있었는데 중국인을 향한 인종 차별적 내용이 많이 불편했어요. 무엇보다 마담 프루스트라는 인물의 행동거지가 영 이해가 안됩니다. 힘들었어요. 폴의 맹한 표정도요. 프루스트 책을 읽어야해요. 읽느다고 했으니까. 아니 ... 책을 다 샀단 말이에요.

 

저의 십 년 중, 작년, 그리고 지난 달 9월은 채식한지 일년을 채운 달입니다. 소프트한 의지력의 소유자인 내가?! 채식이, 특히 우유나 계란도 안 먹는 비건을 하는 중이라 엄청나게 어렵거나 까탈스러울 줄 알았는데 그럭저럭 할만합니다. 하지만 먹거리 이야기는 종교 정치 이야기 만큼이나 각자 개인의 선택 문제라 더 애기 하기가 조심스럽기도 합니다. 저도 남 말 안들었고요, 먹는거로 뭐라 하는 얘기가 많이 고까웠어요. 전 그러니까, 채소 과일 옥수수랑 등등을 많이 두루두루 먹고 있습니다. 운동도 계속 (쉬엄 쉬엄) 하고요.

 

저의 10년은 아주 불쌍한 건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은데요.  제대한 저 아들 녀석 밥상을 차리기는 좀 시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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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9-10-01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드님이 벌써 제대를 했어요???
남의 집 아이들은 어쩜 그리 빨리 자라는지 모르겠다더니....제대도 엄청 빨리 한 듯 합니다.
조만간 고딩이 제 아들도 곧 제대가 이리 빠를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만...
암튼 아드님 무사 전역 축하드립니다^^
만두님의 프루스트 책을 읽기도 전에 아드님이 먼저 제대했다는 글에 갑자기 혼자 웃었어요ㅋㅋ
프루스트 책은 진도 빼기가 힘들겠죠?
저도 잃어버린 세계 책 권수는 책장에 꽉꽉 채워놓긴 했는데 언제 읽을진???
전 아들이 아예 고딩 졸업전부터 읽어둘까요?^^
채식도 벌써 일 년이라니??
뭔가 일 년이란 시간이 엄청 신기하게 느껴집니다.^^

유부만두 2019-10-02 11:00   좋아요 0 | URL
네. 벌써 제대를 했습니다! 어쩜 시간이 이리 잘 가지요?
나무님 댁 고등학생 아이도 이제 곧 그날을 맞이하게 되겠지요. 하지만 겁 먹었던 것 보다는 잘 견뎌냈어요. 프루스트가 문제였지요. ^^;;;

채식 역시 겁 먹고 ‘금지항목‘에 신경 쓰기보다는 다양한 대체 음식을 찾아보니 할만 하고요. (식비가 많이 줄어드는 건 큰 이득) 하지만 제 발목은 프루스트가 잡고요. ㅎㅎㅎㅎ
일 년, 십 년, 세월은 휙휙 갑니다. 하루라도 더 읽어야해요. (프루.....

hnine 2019-10-01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부만두님은 이제부터 소프트한 의지력의 소유자가 아니십니다.

저는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 정원> 기괴하면서도 좋았어요. 단번에 이해가 안되는 여지를 남겨서 더 기억에 남는것인지.
아드님이 전역했군요. 와아아...이제 정말 성인 남자 대접해야겠어요.

유부만두 2019-10-02 11:03   좋아요 0 | URL
아, 그런가요? 저 시월부터 강한 의지 만두인가요?

네, 저 영화는 정말 기괴했어요. 사전 정보가 없이 그저 밝은 포스터에 ‘아멜리‘ 분위기라고 해서 봤는데 (하긴 아멜리도 황당한 줄거리 였지요) 강한 인물들이 폴을 사방에서 조여들고 있으니 (그들이 거의 여자들이라는 게 우습죠) 갑갑하다가 인종차별에선 화도 좀 나고 그랬어요.

아들녀석은, 이제 성인 남자라지만 핸드폰 새로 바꾸고 당분간은 통신비도 내 달라고 뻔뻔하게 굴고 있습니다. 군필이 벼슬으냐, 고 말해주고 싶지만 일주일은 그냥 두려고요.

2019-12-06 1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11 06: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연초의 결심을 이제와 돌이켜 보면 웃음이 나지만, 늘 새해엔 결심과 계획, 그리고 밝은 상상이 가득한 법이니까 머...

 

스완의 집착과 집착과 못난이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일년 내내 이어지고 있다. 스완 부인의 '출신' 때문에 오랜 친분과 명예를 잃은 스완이 안쓰러웠던 것은 1부에서 끝났다. 오데뜨는 창부였다. 한 명의 '스폰서'와 연애를 하는 것도 아니고 여러 '고객'을 상대하고 생활비와 유흥비를 받는, 이것 역시 19세기 후반의 프랑스 풍습이었겠으나, 그런 여자였고 문화와 예술에 대한 안목도 없고 예의도 없고 외모도 그저 그런 여자. 그런데 .... 어느 저녁, 엇갈리는 만남이 빚어낸 긴장과 갈망이 스완의 눈을 멀게 해 버렸다. 질투와 소유욕에 떨고 고민하며 그녀를 생각하는 스완. 그래도 스토커라 부르기엔 소심하고 최소한의 상식을 붙드는 스완. 오데뜨에게 생활비(!)를 주면서 '사랑'을 갈망하는 남자. 액수는 요즘 돈으로 환산하면 한달에 천사백 만원 정도라는데 ... 아 싫어.

 

일도 안하는 유한계급의 놀음, 놀이, 유흥, 축제에 성채 빌리기, 여행, 파티, .. 와 '사랑' 타령을 읽자니 짜증이 난다. 감정의 미묘한 변화와 안타까움의 묘사는 섬세하지만, 상대가 .... 이런 쯧, 하는 시선은 프루스트에게서도 나오지만 그라고 그닥 다른 부류의 인간일 리가.

 

'길모어 걸스' 시즌 1부터 정주행을 시작했다. 부자아아앗 집 외동딸이 열여섯에 임신하고 가출해서 혼자 아이를 키워내고 떳떳한 생활인, 그것도 작은 부티끄 호텔의 지배인이 되었는데 ... 어린 딸 로리는 아주 명석해요. 마치 예전의 엄마 로렐라이처럼. 그런데 이 엄마는 책을 안 읽는데? 이것 저것 무식한 티와 싼 티가 나는데? 아무 남자에게나 막 들이대거나 몸을 꼬면서 콧소리를 내는데? 어쩌면 저런 모습이 가장 이상적인 (하지만 존재하지는 않는) 친구같은 엄마인 거야? 남자가 계속 바뀌고 엄마는 저지르고 내빼는 패턴을 계속하며 아이를 부끄럽게 만드는데 주위에선 다 이 길모어 모녀를 넘나 아끼는 .... 아, 옛날 드라마여. 엄마 로렐라이가 딸 학교 선생과 연애하면서 빌리는 책이 '스완네 집 쪽으로' . 엄마 로렐라이는 이 책을 완독하지 않는다. 문장이 넘나 길다며.

 

 

부잣집 부모 대신 조부모, 고1 가을에 뚱딴지 같이 특목고로 전학, 하버드가 꿈이라고 노래를 부르는 딸 로리. 사회 문제보다는 책읽기와 먹물 판타지를 펼치고 부잣집 '귀족' 관례에 자연스레 녹아드는 열여섯 살 로리. 손녀에게 베푸는 돈과 사랑과 연줄로 딸과의 무너진 관계를 회복하려는 조부모들. 우리나라 재벌 드라마 같고요. 그래서 내가 '길모어 걸스'를 그만 볼거냐면....아, 또 그건 아닌게. 이 모녀들의 따따따 하는 대사들이 유치하긴 한데.... 틀어놓고 철푸덕 앉아서 올 한 해 쌓인 영수증이랑 오래된 약상자랑 냉장고 냉동칸 청소하기엔 좋거등요. 안어울리는 조합인데 뭔가 인공 감미료와 콜라 같이 기운을 부른다.

 

왜 이리 길게 쓰는지 모르겠으나,

 

스완의 이 머저리 같은 사랑, 인지 아닌지를 나는 읽고 있고! 짜증이 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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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as 2018-12-27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배경음악 필요할때 애용하는 드라만데요. 예전에 재밌게 보고 추억소환하며 다시봤을때 경악스러운 기분이었지요. ㅋㅋㅋ 작년인가 길모어걸스 리턴즈 스페셜 보고 정말 오래전 드라마구나 새삼 놀랐어요 :)

유부만두 2018-12-31 07:08   좋아요 0 | URL
동감이에요! 몰아서 한 번에 보니 캐릭터들이 천방지축이고 정신 없어요. 부잣집 외동딸 설정은 정말 싫고요. 그런데 틀어놓고 집안일 하긴 좋으니 이게 무슨 조화일까요. ^^
 

7월 10일은 마르셀 프루스트의 생일.

그의 생일을 맞이하야 (147세) 잃어버린 독자 되찾으시고 내 책장과 많은 이들의 책장에서 장수하시길.

 

1880년대, 대작가로 자리를 굳히기 훨씬 전, 십대 소년 프루스트는 친구인 앙뜨와네트가 준 영어로 된 설문지에 (그녀의 추억 만들기의 일완으로) 답을 적었다. 오늘날 유행하는 심리테스트의 빅토리아 시대 버전인 셈인데, 프루스트의 사망 2년 후, 1924년에서야 발견되었다. 수십 년이 지난 후, 프랑스 티비 쇼 사회자 베르나르 피보가 1970, 80년대에 이 질문들을 인터뷰에 썼고, 1993년엔 미국에서 베니티 페어가 유명인들에게 이 설문지를 다시 쓰면서 '전통'은 다시 살아났다.

 

이렇게 책도 나와 있다. 프루스트 님의 생일을 축하하며, 영어로 해피 버스데이 투유, 그리고 불어로 봉 아니베르세르. 

 

https://en.wikipedia.org/wiki/Proust_Questionna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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