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표지의 초상화 인물이 그레뀔 백작 부인이고 게르망뜨 공작부인의 모델



“로베르 드 몽테스키외(Robert de Montesquiou, 1855~1921)백작이 그레뀔 백작부인의 사촌이었다. 몽테스키외는 프랑스 문학에 당디즘Dandisme을 도입한 장본인이고, 이 세기 전환기에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준 인물이었다. 더욱이 그는 사촌인 그레뀔 백작부인만큼은 아니지만, 조용히 베를렌 같은 예술가들을 후원해온 메세나이기도 했다. 몽테스키외 또한 프루스트의 소설에 등장하는데, (프루스트 자신은 극구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잃어버린 시간을찾아서》에서 당대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준 샤를뤼스 공작의 모델이 바로 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이 일로 프루스트는 화가 잔뜩 난몽테스키외 백작에 의해 한동안 절교를 당하기도 했다).” (316)


“그레뀔 백작부인의 삶에서 흥미로운 점은, 흔히 그녀의 정도의 위치에있는 극상류층 여성들이 흔히 빠지기 쉬운, 현실과의 괴리, 정치에 대한 무관심, 사회 정의보다 내 밥그릇 먼저 챙기기 같은 보수적 편향을 거부한 점이다. 그녀 주변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보수적인 왕당파였어도 그녀는 인간 평등에 의거하는, 공화국 정신에 대한 신념을 숨기지 않았다. 모두 그녀의 살롱에서 교류한수많은 예술가들의 영향일 것이다. 그러면서도 누구보다도 부유했고 자신의 세련된 취향을 굳이 감추지 않았던 그녀. 찰스 프레데릭 워스의 세련되고 엄청난 가격을 자랑하는 드레스를 입은채 드레퓌스의 무죄를 주장하고, 퀴리 부인의 라듐 연구소를 후원하는 수표를 쓰면서 왜 이 사회에 마리 퀴리와 같은 여성 과학자가 많아져야 하는지 열변을 토하는 여성이 이끄는 살롱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이 시대를 아름다운 벨 에포크로 만들어주지 않는가.”(317)


스테판 외에의 만화에서는 아예 샤를뤼스를 몽테스키외 초상화와 사진으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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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8-08 22: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샤를뤼스 너무 좋은데ㅋㅋ몽테스키외를 모델로 했었군요!! 맙소사.
게르망트 부인의 모델인 저 모습은(회색) 사진맞겠죠?그림?
사진이면 놀랍네요!!😳

유부만두 2021-08-08 23:00   좋아요 3 | URL
회색은 사진이고요, 표지 컬러는 초상화에요.
정말 멋지죠?

미미 2021-08-08 23:06   좋아요 3 | URL
아 작품에서 느꼈던 이미지에 적합한 미모네요! 몇번이나 확대해서 봤어요ㅎㅎ

바람돌이 2021-08-09 00: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우 아름답고 멋있는 여성들이 나오면 무조건 좋아요. ^^

유부만두 2021-08-09 14:23   좋아요 1 | URL
그렇죠?! 너무나 멀리 있는 여성이라 비현실적이지만 그녀가 퀴리 부인을 후원했다는 걸 알고나니 감탄하게되요.

그렇게혜윰 2021-08-09 21: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표지가 너무 아름다운데 내용도 매혹적이네요♡

유부만두 2021-08-10 09:44   좋아요 1 | URL
시각 자료들도 풍부하고요, 반짝거리는 벨 에포크 시기의 문제점인 제국주의와 노동자 처우 문제도 짚어주고 있어요. 많은 부분이 프루스트와 연결 되어서 더 흥미롭게 읽었어요.

단발머리 2021-08-10 09: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레뀔 백작부인 정말 멋지네요. 인용해주신 부분을 상상하면서 사진 보는데 진짜 심쿵!!! 😍😍😍

유부만두 2021-08-11 10:25   좋아요 0 | URL
그쵸. 저렇게 멋지니까 프루스트가 그런 소설을 써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1890년대 십대 후반의 화자는 프랑스 휴양지 발벡에서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며 다양한 인물들을 관찰한다. 귀족과 부르주아, 호텔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과 해변 마을의 상인들과 하인들까지. 그의 인물 감상은 살벌하게 우스꽝스럽고 또 어처구니 없기도 하다. 부르주아인 이 청년이 현실 걱정 없이 바라보는 석양의 하늘과 저녁 바람, (당시 신문물) 전등으로 밝혀진 레스토랑에서의 근사한 시간들. 그동안 이 청년은 계속해서 여인들을 시선으로 좇고, 상상으로 끌어안고, (만만한 계급의 여자들에게는) 돈자랑도 하면서 (그 사이 사이 할머니한테 땡깡도 피우고) 망상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스완씨에 버금갈만한 화자의 롤모델 귀족 청년 생루와 그의 친척 샤를뤼스의 등장도 드라마틱하지만 이번 권의 하이라이트는 해변의 발랄한 걸그룹의 등장이다. 짜짜잔. 대여섯 명의 그 활달한 소녀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친해지려 애쓰는 화자. 우연이 몇 번 겹쳐 그 중 한 명인 알베르틴과 통성명을 한다. 


밥맛 없이 구는 변태 화자에 정내미가 여러 번 떨어지지만 의외로 이번 권에는 유머스러운 에피소드들이 많고, 그윽한 풍경 묘사와 (제비가 솟구치는 바닷가! 어두워진 시골길! 나를 따라오는 저녁노을! 아름다운 이 풍경들 묘사 속에 나도 들어가 있는 것 같은 착각은, 그래요 착각입니다) 솔직한 마음 탐구(랄까, 묘사랄까, 특히 시간차로 다가오는 행복이라던가, 자신을 삼등분해서 감정이 착각해도 의지가 붙잡아준다는 이야기에는 트위터리안의 냄새도 났다)가 아름다워서 욕을 삼키면서 계속 읽고 있다. 옛 한자어휘와 길게 꼬인 사극체 문장의 펭귄판과 소소한 오역이 꽤 많은 민음사 판을 원서도 좀 참조하면서 함께 읽느라 발벡의 여름은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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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08 13: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유부만두 2021-08-08 14:19   좋아요 2 | URL
두 번역본을 장면 기준으로 나눠 번갈아 읽는데요, 문체 뿐 아니라 분위기가 아주 달라서 재미있어요. 그러다 묘사가 어긋날 때나 이해가 잘 안될 때만 으응? 원서를 찾아봅니다. 원서 문장이 별나게/ 우리말 번역과 비교해서 고급스럽거나 그렇진 않아요. 다만 촘촘하게 인물의 감정과 풍경 묘사를 하는 점이 흥미롭지요. 그나저나 ㅁㅇㅅ 번역은 부드러운 큰 흐름으로 읽을 땐 좋은데 자꾸 걸리는 부분이 생기네요;;;;
 

이번 권 (꽃핀 소녀들의 그늘에서)에는 은근 코믹한 장면이 많은데 그중 한 장면, 여자에 달뜬 화자가 허겁지겁 다가갔을 때 당황스럽게 나이든 (더해서 평소에는 혐오나 두려움마저 느끼는) 여성을 마주하는 장면도 있다. 예전에 읽었던 한창훈 작가의 소설이 생각났다. 



내가 처음으로 발베크에 갔던 시절부터 몇 해가 지난 후 나는 아버지 친구분과 함께 마차로 파리를 달리고 있었는데, 밤의 어둠 속에서 빠르게 걸어가는 한 여인을 보고, 어쩌면 일생에 단 한 번뿐일지도 모를 내 행복의 몫을 예의범절 같은 걸로 놓치는 건 무분별한 짓이라고 생각되어, 한 마디 변명도 하지 않고 달리는 마차에서 뛰어내려 그 미지의 여인을 쫓아간 적이 있었다. 여인은 두 갈래 길에서 사라졌다가 세 번째 길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냈는데, 내가 숨을 헐떡이며 가로등 밑에서 본 사람은 내가 그토록 피해 왔던 베르뒤랭 부인이었다. 부인은 반갑고 놀란 마음에 "어머나! 내게 인사하려고 달려오다니 고마워요!" 하고 소리쳤다. (126)





이틀 뒤 또 꽃무늬 보자기 너머에서 물 끼얹는 소리가 났다. 나는즐거우면서 괴로웠다. 의지는 책을 봐야 한다고 하지만 그것을 제외한 모든 것들은 똘똘 뭉쳐 수돗가 쪽으로 나아갔다. 여인이 목욕하는 장면은 열일곱 살짜리 남자애가 담담하게 볼 수 있는 게 못 되었다.

조금 있으면 보자기가 열리면서 아름다운 젖가슴이 드러날 것이다. 가지런한 등줄기도 보일 것이다. 운이 좋다면 그때처럼 아랫도리도 구경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목욕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

비누칠하고 밀고 닦고 물 끼얹는 소리가 계속 이어졌다. 저 소리라면 지금쯤 어디를 닦고 있을 것이라는 상상은 더욱 확대되고 분명해지고 강렬해졌다. [...] 몸으로 사랑을 한다면 이런 기분이리라. 나는 괴로우면서즐거웠다. 그러다 저 속의 것이 폭발되었고 가쁘게 숨을 몰아쉬고 있을 때 보자기를 걷으며 주인 할머니가 걸어나왔다. 

다시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은 주인 할머니 덕분이었다. 수돗가에서 어떤 소리가 나도 쳐다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9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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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르빠리지 부인이 (자신과) 그녀의 “가문이 [작가들]과 맺었던 사적이고 각별한 관계를 내세워, 그들에 대한 평가가, [화자]처럼 그들과 교류할 수 없었던 젊은이들이 내리는 평가보다 더 정확하다고 생각”하며 “그[작가]들의 가치를 더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이들의 말을 믿으라고 한다. (397-8)

소설을 소설 텍스트만 볼 것인지, 작가와 출판 당시의 사회도 함께 다룰 것인지, 작가의 사생활까지 볼 것인지 고민은 지금도 (나는) 진행중.

더해서, 소설이나 다른 문학/예술 작품이 지금 21세기 한국에서 갖는 의미도 따져봐야한다. 그래서 프루스트 ㄱㅅㄲ 같고 그르타.

126) 프루스트가 『쌩뜨 뵈브 논박』 등 많은 논설문에서 소위 실증주의적 평론이라고 하는 것에 대하여 거듭 가한 비판의 핵심이다. 한 문인의 작품 자체보다는 그의 사생활 혹은 사회적 행태에 관심을 집중하는, 즉 ‘문인의 내밀한 자아‘를 포착하려 하는 대신 가시적 현상들에만 매달리는 평론 관행에 대한 그의 격렬한 비판(오스카 와일드도 궤를 같이하고 있다)은,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라는 작품이 내포하고 있는 주제들중 가장 본질적인 것이다. <옮긴이 주석> - P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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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걸이 안에 초상화가 아니라 초상화 안에 그려진 목걸이

300년 이전 화가의 그림이니 증조모 보다는 더 이전 조상 

집 밖에 (혼자) 안 나간 것은 티치아노 화가가 아니라 초상화 

그래서 진품인 것은 초상화 


그녀의 드레스 위로 늘어져 있는 목걸이가 예쁘다고 할머니께서 말씀하시자 그녀는 매우 만족스러워 하였다. 그 목걸이는 띠치아노가 그린 그녀의 먼 선조 할머니의 초상화 속에 보이는 바로 그것이며, 그 초상화가 단 한 번도 가문 밖으로 나간 적이 없다고 하였다. 따라서 그 그림이 진품임을 확신할 수 있다고 하였다.(395)










부인은 그녀가 한 목걸이가 옷 위로 나온 걸 보고 할머니가 마음에 든다고 하자 흡족해 했다. 거기에는 가족들이 아니면 누구하고도 집 밖에 나가 본 적이 없는 티치아노가 그린 부인의 증조모 초상화가 들어 있었다. 그렇게 해서 진품임이 확인되었다. (118)












Elle fut contente que magrand-mère aimât un collier qu'elle portait et qui dépassaitde sa robe. Il était dans le portrait d'une bisaïeule à elle, par Titien, et qui n'était jamais sorti de la famille. Comme cela on était sûr que c'était un vrai. (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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