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더운 여름을 초등 아이와 함께 야무지게 불사르며 놀고 있다. 애증의 엘지는 정말 가전제품만 아니면 냅다 뽀사버리고 싶은 DTD ('순위가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는 속설의 약자)라 2위의 영광은 먼 과거의 꿈인가 싶다. 일요일 밤 경기, 으슥한 공구센터에 (정말 갱 영화의 살인 장면에서 보던 으슥하고 모든 가게가 문닫은 어두운 주차장) 차를 대고 12분 땀 흘리며 걸어간 돔구장, 비싼 덕아웃 옆 자리에 투자한 보람도 없이 3:11로 대패했다. 하하하. 김현수랑 두 번 눈맞추면 뭐하나, 지명타자 박용택 사진을 찍으면 뭐하나, 그날 따라 오지환의 홈런일뻔한 2루타도 팀을 수렁에서 건지지 못했는데. 아니, 그래도 의리가 있지, 화요일 광주 경기를 가려던 남편을 겨우 말리길 잘했다. 화요일 경기 8:14. 하하하 이거 보세요.
구몬일어에도 '야큐' 이야기가 나와서 속이 쓰렸다. 수요일엔 야구 대신 보고싶던 '인크레더블 2' 상영관을 찾아서 강남역 까지 갔다. 번화가의 서점에 들러 라로님과 단발머리님의 추천 '랩걸' 원서를 샀다. 전에 당연히 사둔줄 알았는데 책장에 있는 책은 '식물산책'이었다. 풀그림 표지에 식물 이야기라 헷갈렸나보다. 책은 늘 그렇듯 아직 시작 전이고, 인크레더블 2 영화는 매우 재미있었다. 별난 가족의 평범한 사정들, 경단녀 엄마 이야기, 전투 육아 이야기에 아빠의 시샘 폭발도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야구 경기 성적을 확인하니, 하하하 이번엔 이겼네? 13:4. 엘지야, 어쩌란 말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