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시작에 펼쳐진 살인 현장이 중반을 넘도록 계속 떠오른다. 이 비극으로 갈 수 밖에 없었을까. 완벽하다고 표현한 루이자의 첫날, 그녀의 짙은 화장은 백인 피부와 작은 체구에 덜 눈에 띄었을까. 68세대 부모의 교육으로 폴은 루이자에게 주인 행세를 안 한, 아니 어쩌면 너무 했을까. 이토록 불안한 여자, 하지만 제대로 자신의 처지를 꾸밀 악의(!)도 지능도 없는 이 여자가 ‘덤으로’ 해주는 집안일에 미리암은 경계심을 풀었을까. 경제 차이, 교육 차이, 인종 차이를 조금씩 비틀어 놓은 것이 눈에 띈다. 그래도 인물들 사이를 오가며 각자의 공포와 불안함을 묘사하는 방식은 산만하다. 그만큼 어느 누구에게도 공감 혹은 동정을 주고싶지 않았다. 아이가 죽었는데... 이제 루이자의 기이함이 극에 달하는 ‘닭뼈’ 장면이 나온다. 아 무서워. 책에 자주 나오는 무화과를 하나 씻어 껍질까지 먹었다.

‘나의 빛나는 친구’ 에서 처럼 ‘사랑’으로 포장했지만 아이들은 이 소설에서 어른들의 갈등을 위해 용이한 장치로만 쓰인다. 경단녀 엄마 미리암의 좌절도 루이자의 극도의 고독도 피상적이다. 프랑스 보육시스템을 칭송한 목수정 작가 책( 이 소설과는 영 다른 ‘완벽한’ 프랑스 이야기를 한다)과 아이를 구한 불법체류자 청년이 프랑스 영주권을 받은 뉴스가 생각났다. 성경 속의 미리암이 얼마나 슬기롭게 죽을뻔한 동생 모세를 위해 친어머니를 보모로 추천했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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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엔 시작하려던 책을 덮고 밤산책을 나섰다. 시원한 바람은 달콤하고 조금 불안했다. 매미 비명 대신 풀벌레 소리를 들으면서 막내 손을 잡고 걸었다. 동네 저쪽 편의점까지.

아침엔 창문을 활짝 열고 이불 빨래를 해 널고 카페로 나와 책을 펼쳤다. 아.... 첫 쪽부터 화창한 내 기분은 와장창 .... 피범벅 ... 아이가 죽는 소설 정말 싫다. 달콤하지 않고 역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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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8-08-17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내용 때문에 선뜻 손이 가지 않게
되는 그런 책이더라구요.

유부만두 2018-08-18 22:29   좋아요 0 | URL
첫 장면 부터 잔인해서 많이 힘들었어요. 저자가 욕심을 부려서 많은 점을 파고들면서 직설적으로 빠르게 이야기를 펼칩니다. 마구 달린다는 느낌도 들어요.

목나무 2018-08-17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과 표지와는 영~ 다른 분의기의 소설이지만 한 여자의 처절한 고독에는 저도 모르게 공감이 가더라구요.

유부만두 2018-08-18 22:30   좋아요 0 | URL
고독에 공감을 하셨군요. 전 육아를 둘러싼 겉 다르고 속 다른 현실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거리며 읽고 있어요. 그런데 너무 무섭고....괴로운 소설이에요.
 

가뜩이나 더운 여름을 초등 아이와 함께 야무지게 불사르며 놀고 있다. 애증의 엘지는 정말 가전제품만 아니면 냅다 뽀사버리고 싶은 DTD ('순위가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는 속설의 약자)라 2위의 영광은 먼 과거의 꿈인가 싶다. 일요일 밤 경기, 으슥한 공구센터에 (정말 갱 영화의 살인 장면에서 보던 으슥하고 모든 가게가 문닫은 어두운 주차장) 차를 대고 12분 땀 흘리며 걸어간 돔구장, 비싼 덕아웃 옆 자리에 투자한 보람도 없이 3:11로 대패했다. 하하하. 김현수랑 두 번 눈맞추면 뭐하나, 지명타자 박용택 사진을 찍으면 뭐하나, 그날 따라 오지환의 홈런일뻔한 2루타도 팀을 수렁에서 건지지 못했는데. 아니, 그래도 의리가 있지, 화요일 광주 경기를 가려던 남편을 겨우 말리길 잘했다. 화요일 경기 8:14. 하하하 이거 보세요. 




구몬일어에도 '야큐' 이야기가 나와서 속이 쓰렸다. 수요일엔 야구 대신 보고싶던 '인크레더블 2' 상영관을 찾아서 강남역 까지 갔다. 번화가의 서점에 들러 라로님과 단발머리님의 추천 '랩걸' 원서를 샀다. 전에 당연히 사둔줄 알았는데 책장에 있는 책은 '식물산책'이었다. 풀그림 표지에 식물 이야기라 헷갈렸나보다. 책은 늘 그렇듯 아직 시작 전이고, 인크레더블 2 영화는 매우 재미있었다. 별난 가족의 평범한 사정들, 경단녀 엄마 이야기, 전투 육아 이야기에 아빠의 시샘 폭발도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야구 경기 성적을 확인하니, 하하하 이번엔 이겼네? 13:4. 엘지야, 어쩌란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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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18-08-16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5위는 누가 될까요? 가을야구는... 롯데나 엘지나 팬들 미치게 하는 데 소질이 엄청나죠 ㅎㅎ

유부만두 2018-08-18 22:31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포기하려 했더니 또 열심히 이겨주고요. ^^ 아직 오위는 엘지입니다.

목나무 2018-08-16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더운 여름에도 야구가 만두님을 열받게?! 하는군요. ㅋㅋ
인크레더블 1도 참 재밌게 봤는데 2도 봐야겠어요! ^^

유부만두 2018-08-18 22:31   좋아요 0 | URL
2편에선 아이들보다 부모 이야기라서 (이것도 육아 이야기가 많음) 더 맘이 가더라고요.

단발머리 2018-08-16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8:14 하하하... 죄송해요..
근데 8:14 하하하^^

랩걸 원서, 너무 이뻐요. 저도 라로님과의 북플대화 중에 생각나 랩걸을 어제 꺼내 놓았어요.
저도 나름 심사숙고했는데 유부만두님 표지가 더 이뻐보여요. 전 맨날 이래요ㅠㅠ

유부만두 2018-08-18 22:33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 웃으셔도 됩니다. 아니면 화내면서 눈물이 나오거든요.
애증의 엘지, 이런 웬수같은..... 스포츠.

랩걸 예뻐서 표지를 당분간 열지 않기로 (응?) 하고 보고 있습니다.
내용은 같겠지만 표지가 맘에 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언젠간) 읽겠지요? ㅎㅎㅎ

라로 2018-08-16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산 것도 표지가 유부만두 님거랑 같아요. 작고 이쁘죠? 그런데 한국에서 얼마 주셨어요?? 저는 $16.00인데 멤버십 할인 10%받았어요. 이 책은 아주 많이 팔려서 저자가 돈 걱정 안 하고 살았으면 좋겠다는요. ㅎㅎㅎㅎ

유부만두 2018-08-18 22:34   좋아요 0 | URL
인터넷에선 팔천원대이던데 전 영풍문고에서 페이퍼백을 만사천몇 백원에 샀어요. 바가지 쓴 거죠. (바보같이) 이래놓고 또 안 읽으면 진짜 바부탱이고요. ㅎㅎ

책읽는나무 2018-08-16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크레더블2 저도 둥이들과 같이 봤었던 영화였어요^^
한 이주 전이었나?토요일 오전에 집을 나섰는데 애들이 저 영화 보고 싶대서 간만에 애니메이션 같이 보았더랬죠~~애들끼리 보라하고 딴짓하려니 넘 더워 못돌아다니겠더라구요ㅜ
근데 영화는 생각보다 재밌었어요.
엄마,아빠의 역할이 바뀐게 넘 좋았는데 이왕이면 엄마가 큰일을 해결까지 해버렸음!!!싶어 조금 아쉬웠네요^^

유부만두 2018-08-18 22:36   좋아요 0 | URL
나무님 댁이랑 정말 동선이 많이 겹치네요! (서울이셨다면 몇번이나 만났을 거에요!) 영화는 정말 기대보다 재미있었고요. 엄마가 더 큰 활약 했으면, 충분히 능력 있으니까요, 하고 저도 생각했어요.
둥이들도 이제 내년이면 중학생이죠? 많이 컸겠네요!

syo 2018-08-16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건 뭐 어느 한 구석 나아질 껀덕지가 없는 상황이니 5위도 미안할 지경입니다...... 이렇게 급전직하해도 되는 걸까요?? 그것도 늘상요....

유부만두 2018-08-18 22:37   좋아요 0 | URL
아뇨!!! 오위 안 미안하구요! (제가 들인 돈과 시간이 억울하고요. ㅜ ㅜ)
그날 김현수 보면서 (속으로만 ‘잘해라, 이눔아‘ 말했어요) 응원의 눈총을 쏴주었습니다. 그래도 어쩜 그리 경기를 말아먹는지. 이건 뭔가 이상해요 (라지만 매년 이러니까 휴...)

psyche 2018-08-17 0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뒤로 미뤄놓고만 있었는데 나도 랩걸 지금 읽어야하나봐

유부만두 2018-08-18 22:38   좋아요 0 | URL
읽으세요~~ 제가 나중에 따라 읽을게요. ^^
 

 휴일 아침운동으로 책을 읽었다. 인터넷에서 유명하다기에 몇번 찾아본 적이 있는 웹툰인데 현실감 있는 바디 라인 표현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용자의 뚱한, 화난 표정은 아무래도 적응되지 않는다. 책이 꽤 두꺼운데 일년, 12개월동안 결심과 좌절 그리고 해학을 (쬐끔) 펼치고 운동 동작들 (홈트에 해당)을 따라할 만하게 (!!!! 이게 중요함. 여러 홈트 책들이 따라할 수 없게 해놨음) 그려두었다. 다만 그걸 15회 내지 20회씩 여러번 반복해야 한다는 게 함정. 반...복....이즈 베리 디피컬트. 쨋든, 나는 일년치 용자의 다이어트 + 운동 이야기를 읽었/훑었고 오늘의 운동은 다 한 느낌적 느낌이다. 용자의 되풀이되는 자학과 짜증을 뺀다면 더 좋을텐데.

 

나의 다이어트? 랄까, 운동은 계속 하고 있다. 그래서 운동 관련 책들도 마구 사고 있지만 여전히 달리기는 먼 이야기고 헬스장 샤워시설 이용에 의미를 두고 있다. 내가 덜 먹는다고 부엌일이 줄지는 않는다. 계속 아이를 위해서 국수를 삶고, 만두를 굽고, 김밥을 사다 나른다. 오늘 휴일이라 슬슬 배가 고프고 아침운동으로 책을 읽었지만 아침식사로는 현물을 섭취하기로 한다. 계란 후라이, 같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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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나무 2018-08-15 10: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년치꺼 봤으면 오늘은 그걸로 충분합니다! ㅎㅎ
배고픈데 나도 군만두~~~~ ㅋㅋ

유부만두 2018-08-15 14:35   좋아요 0 | URL
만두는 진리~~~

단발머리 2018-08-15 1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덜 먹는다고 부엌일이 줄지는 않는다,에 밑줄 긋습니다.
이 방학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하고 싶지만... 29일입니다. (털썩!)

유부만두 2018-08-16 09:27   좋아요 0 | URL
고지가 멀지 않습니다. 동지여, 힘 내십시오!
우리의 에너지는 책을 사는 ..... (슬쩍)
 

단발머리님의 리딩리딩에 맞서는 디딩가디딩가 중이다. 책을 읽기는 하는데 속도가 뚝 떨어져서 평소 하루나 이틀 걸릴 책이 일주일 이상 끌고 있다. '엄마의 독서'를 시작했는데 소개되는 책 중에 읽다 덮어둔 '부모로 산다는 것'이 있어서 찜찜한 기분이다. '엄마의 독서'는 책을 소개하기는 하는데 '나 이 책 읽었소'라며 자랑하거나 요약하지 않고 감상만 깔끔하고 생활에 적절하게 섞어서 풀어놓는다. 책들도 뻔하거나 흔하지 않다. 저자 약력을 보니 역시. 이 책은 제목으로 받은 느낌 보다 훨씬 쿨하다. 그냥 엄마, 아니고 그냥 독서, 아님. 레베루가 높음. 그런데 기온도 높아서 경쟁하며 빈자리 겨우 찾아 앉은 카페서도 집중이 어렵다. 이 엄마는 레베루가 낮음.

 

 

일요일 저녁엔 새로 산 박완서 인터뷰집을 시작했다 (고 하기엔 무색하게 몇 쪽 안 읽음). 역시 디딩가디딩가. 미발표 인터뷰들이고 제법 옛 글들이라 이것 역시 기대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노란 표지 안에 긴 치마를 입고 앉은 작가의 모습이 편안하다. 뒤에 선풍기 하나.

 

 

막내가 어제 뽀사놓은 세면대 아래 배수관 수리를 해야한다. 왜 힘자랑을 그렇게 하니. 관리실에선 교체용 파이프를 사놓으라고 하고. 이제 비가 그쳤으니 찜통 속으로 걸어 철물점으로 가야 한다. 나간김에 카페에 또 들를지도 모르니 가방에 책을 한 권, 아니 두 권 어쩌면 세 권을 챙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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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8-08-06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딩리딩 디딩가디딩가 ㅎㅎㅎㅎ
어쩐지 일이 점점 커지는 느낌이네요.

유부만두 2018-08-07 08:26   좋아요 0 | URL
그 다음은 어떻게 이어질까요? syo님께 바통을 넘깁니다!
(그러기엔 너무 착실하신 독서가이시지만요)

psyche 2018-08-06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집 막내도 그런 과였어? 너무 반갑구만! 우리집 엠군이 온몸이 마이너스라 손만대면 그냥 망가지잖아. 가볍게 손 댔는데 바로 부러지고 ㅎㅎ 요즘은 체격도 커진바람에 자기가 자기힘을 주체를 못해 그런듯 더욱 심해졌다우.

유부만두 2018-08-07 08:28   좋아요 0 | URL
ㅎㅎㅎ clum-gene 때문이라고 애 아빠를 탓하고 있어요. ^^
가볍게 쳤는데 툭 부러지고 그냥 스쳐도 망가지고요.

2018-08-06 12: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유부만두 2018-08-07 08:29   좋아요 0 | URL
비댓 필요 없는데요!!! 찌찌뽕뿡!!!!
어서 나머지 장들도 마저 읽어야겠어요.

책읽는나무 2018-08-06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울집 아들도 손만 대면 죄다 고장내고 부서지고 잃어버리는게 일인데 비슷하군요ㅋㅋ
<박완서의 말>궁금합니다.^^
비가 와서 좀 시원해졌는가요?
여긴 아까 한 10분 잠깐 내린 것 같던데~~여전히 덥네요.ㅜ
그래도 낮보다는 조금 나아진 것도 같구요!!
저는 요즘 에어컨이 나오는 곳에선 전기세가 아까워서라도 책을 읽어야 하는게 아닌가?라는 강박증이 새삼 생긴 듯 합니다.언제 그리 책을 읽었다고??
이건 날이 너무 더운 탓일껍니다.ㅋㅋ

유부만두 2018-08-07 08:29   좋아요 0 | URL
비가 와서인지 28도 아침 온도도 고마워서 아침에 창문 열어두었어요. 그래도 선풍기 없이는 땀이 흐르네요. 아 여름 싫어요. ㅜ ㅜ